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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대담한 송현정

음악에 꽤 조예가 깊은 사람도 오페라를 감상하는 건 쉽지가 않다. 우선 공연 시간이 길고 귀에 익숙하지 않아 비싸게 티켓을 구입하고도 자칫하면 꾸벅꾸벅 졸기에 동행한 이의 핀잔이나 듣기 십상이다. 하지만 유독 비제의 카르멘 만큼은 음악을 잘 모르는 이들도 웅장한 무대와 심금을 울리는 가창력에 매료되곤 한다. 특히 카르멘 중에서도 귀에 익숙한 ‘투우사의 노래’가 울려 퍼질땐 공감하는 부분이 많다. 흔히 ‘투우사의 노래’로 널리 알려진 곡은 조르주 비제의 1875년 오페라 ‘카르멘’에 나오는 아리아다. 투우사는 위험한 상황에서도 태연함을 유지하며 능수능란하게 소를 피하면서 인기몰이를 한다. 물론, 요즘엔 동물학대 논란이 거세지면서 투우의 본고장 스페인에 가봐도 실제 투우 경기를 보는 것은 쉽지 않고 대다수 투우장은 관광 명소로 남아있을 뿐이다.

그런데 요즘 국내에서 때아닌 ‘현란한 투우사’란 용어가 등장했다. 전북건설협회 사무처장과 삼흥건설 대표이사를 지낸 송갑문씨의 장녀인 송현정 KBS 기자를 지칭한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2주년 특별 인터뷰를 진행한 KBS 송현정 기자에 대해 역시 KBS 기자 출신인 전여옥 전 한나라당 의원이 그렇게 표현했다. 전 전 의원은“문 대통령을 독재자로 표현하는 문제까지 묻고 다시 묻고, 때로는 치고 빠지는‘현란한 투우사의 붉은 천’을 휘두르는 인터뷰의 정석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수많은 네티즌들은 벌떼처럼 송 기자의 질문 내용과 태도를 문제삼고 나섰다. 한마디로 국정 최고책임자에 대해 예의를 갖추지 않았고 질문 내용이나 태도 또한 건방지다는 거다.

KBS 시청자 게시판이나 청와대 홈피는 난리가 났다. 정작 주인공인 대통령보다 송현정 기자가 며칠동안 인기 검색어 상위에 올랐다. 문 정부에 대한 지지율이 높고, 송 기자 또한 전북 출신이어서 그런지 도내에서 유독 이 사안에 관심이 많다.보는 관점에 따라 “잘했다”, “잘못했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이번 사안의 본질은 국정 전반에 대해 보는 시각이 정치적 견해에 따라 극단적으로 엇갈린다는 점이다. 북핵문제나 소득주도성장 등의 사례에서 보듯 구체적 추진 방식과 해법이 크게 엇갈린다.

단순히 대담 진행자에 불과한 송현정 기자가 논란의 중심으로 떠오른 자체가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분열구조를 그대로 보여주는 듯하다. 비단 국정 뿐이랴. 새만금 태양광이나 전주 특례시 지정, 혁신역 신설 필요성 등에 대해서도 객관적 분석 보다는 정치적 견해와 득실을 따져 정반대 논리를 내놓는게 오늘의 전북 현실 아닌가. 정치인들이 선거제 개편, 지역발전 해법 등에 대해 얼마나 사(私)를 버리고 공(公)을 취하는지 지금부터라도 잘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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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병기 bkweegh@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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