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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의 승부수

위병기 논설위원

단 한장의 사진이 오랫동안 강한 이미지로 사람들의 뇌리에 남아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예를들면 제2차 세계대전 종전의 기쁨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진 ‘수병과 간호사’가 바로 그것이다. 해군 복장의 수병이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 간호사 복장의 여성을 끌어안고 강렬하게 키스하는 장면의 흑백 사진은 너무도 생생하다. 미국의 시사 잡지 ‘라이프’지에 실리면서 2차 대전 종전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컷’이 됐다. 사진속의 남성 주인공 조지 멘돈사는 당초 자신의 연인과 만나기로 약속이 돼 있었으나 종전 소식에 너무 들뜬 나머지 생면부지의 간호사 여성을 끌어안고 키스 세례를 퍼부었다. 베트남전의 참상을 널리 알린 ‘네이팜탄 소녀’와 더불어 20세기 가장 인상적인 사진으로 꼽힌다. 그런데 먼 훗날 21세기를 대표할 사진 한장이 판문점에서 전세계에 타전됐다.

마지막 분단국가의 상징과도 같은 판문점에서 엊그제 김정은-트럼프 간 북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조연을 자처했으나 문재인 대통령 또한 역사적인 순간에 함께한 가운데 사실상의 6·25 정전 당사자인 북한과 미국이 앞으로 어떤 성과를 낼지 주목된다. 혹자는 회담이 전격적으로 마련된 즉흥적인 것이라고 하고, 혹자는 이미 오래전부터 잘 짜여진 각본에 의해 이뤄진 회담이라고도 한다. 진위야 어쨌든 사람들은 툭툭 내던지듯 돌발적인 결정을 하는 듯한 트럼프의 리더십을 주목한다. 대충 던지는 것 같지만 언행 하나하나가 마치 프로기사 고수와 같다고 한다. 일본 전국시대 세명의 영웅이 있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 도요토미 히데요시, 오다 노부나가 등이다. 오다가 타고난 천재라면 도요토미는 철저한 전략가였고, 도쿠가와는 인내와 덕을 겸비했는데 결국 최후의 승자는 숱한 시련을 인내심으로 극복한 도쿠가와 이에야스였다. 트럼프는 어리숙해 보이지만 어쩌면 현실속에서 혁신에 능한 오다 노부나가와 닮았는지도 모른다. 민선 7기가 출범한지도 벌써 2년차에 돌입했다. 역대 도백의 경우 단점은 차치하고, 유종근 지사가 비전 제시와 추진력이 돋보였다면, 강현욱 지사는 무리를 하지않는 스타일이었고, 김완주 지사는 근면과 꼼꼼함을 바탕에 뒀다고 한다. 현재 도백을 맡고있는 송하진 지사는 모르긴해도 앞선 이들의 장점만을 취하고 싶을 것이나 최종 평가는 임기가 끝난뒤 내려질 것이다. 비단 도지사뿐 아니라 교육감과 도내 시장·군수들도 임기 2년차를 맞으면서 전임자들의 행적을 반면교사로 삼아 더 진일보한 업적을 쌓아야 한다. 그것은 자신을 낮추는 겸허한 초심에서 시작한다. 토끼는 귀를 잡고, 닭은 날개죽지를 잡으며, 고양이는 목덜미를 잡는데, 겸허한 초심이야말로 사람의 마음을 잡는 요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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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병기 bkweegh@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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