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2-27 16:45 (Sat)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오목대
일반기사

종교개혁일과 한국교회

권순택 논설위원

오늘은 기독교계에서 기념하는 종교개혁일(Reformation)이다. 1517년 10월 31일 마르틴 루터가 로마 가톨릭의 부패와 타락상을 비판하는 95개 조항의 반박문을 독일 비텐베르크성 교회 정문에 내건 것을 계기로 시작된 교회 개혁운동이다. 당시 교황청과 가톨릭 교회는 성직 매매와 부패한 생활 등으로 타락상이 심각한 데다 교황 레오 10세는 산피에트로 대성당(성베드로 대성당)을 건축하기 위해 면죄부를 팔았다. 누구든지 회개하고 기부금을 내면 죄를 용서받는다면서 제후나 귀족, 상인 등 신분에 따라 면죄부 가격을 책정했다. 심지어 지옥에 간 자나 성모마리아를 범한 죄라도 용서받을 수 있다며 면죄부를 강매했다.

마르틴 루터는 오직 믿음으로 구원을 받는다는 이신칭의(以信稱義)를 내세우고 교회 의식이나 선한 행위로 구원을 얻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한 직접 하나님 말씀을 들어야 한다며 히브리어와 희랍어로 쓰인 성경을 독일어로 번역해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게 했다. 이것은 가톨릭 교회에 대한 전면 부정이었다.

루터가 처음 내건 95개 조항의 의견서는 일종의 대자보 수준에 불과했다. 그렇지만 이 내용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독일뿐만 아니라 유럽 전체로 확산되면서 세계사의 분수령을 이룬 종교개혁의 횃불이 됐다. 결국 로마 가톨릭에서 개신교가 분리되었고 약 1000년간의 중세시대를 마감하고 근대 유럽국가를 형성하는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됐다.

한국 기독교계가 종교개혁 502주년을 맞아 대각성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오직 성경으로’ ‘오직 은혜로’ ‘오직 믿음으로’라는 루터의 정신으로 돌아가 ‘나부터 개혁하자’는 자성론이 일고 있다.

하지만 한국 교회의 현실은 암울하다. 장로회 교단의 장자(長子)교회로 불리는 서울 명성교회는 부자세습 문제로 세상으로부터 손가락질을 당하고 교계는 옹호와 반대 세력으로 나뉘어 만신창이가 되었다. 수퍼 메가 처치인 서울 사랑의 교회는 편법·탈법으로 초대형 건물을 세웠다가 대법원으로부터 원상복구 판결을 받았다. 세상의 빛과 소금 역할을 해야 할 한국 교회가 오히려 세상의 걱정과 조롱거리가 되고 말았다. “내가 네 행위를 아노니 네가 살았다 하는 이름은 가졌으나 죽은 자로다. 네 행위의 온전한 것을 찾지 못하였노니... 회개하라”(요한계시록 3장) 사데교회를 향한 하나님의 질책을 지금 한국 교회가 되새겨야 할 때다. /권순택 논설위원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권순택 kwonst@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