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소리가 조금 달리 들렸다. 자세히 보니 두 마리가 교대로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내 승용차 부근이라서 시동을 걸고 뒷 트렁크를 여닫고 해도 내 행동에는 전혀 개의치 않고 그 자리를 뜨지 못하며 오락가락 울어 댄다.
아무래도 이상하다 싶어 계단으로 올라가 그 부근을 살펴보았더니 내 인기척에 검은 고양이 한 마리가 슬그머니 자리를 뜬다. 그 순간 두 마리의 새가 동시에 고양이를 공격했다. 나뭇가지 속에 있을 땐 어쩌지 못하고 있다가 고양이가 지상 공간으로 나오자 위에서 내리꽂으며 공격을 시작했다. 새의 둥지를 노리던 고양이도 그 공격에 쏜살같이 도망갔다.
어쨌든 상황이 종료된 것 같아 뒤돌아 나오는 순간 다른 승용차 밑에 숨어있던 검은 고양이가 나를 쏘아보는데 그 눈빛이 써늘해서 오싹한 느낌마저 들었다. '나는 일부러 방해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고 그저 궁금해서 보았을 뿐이라고', '너희들 세계의 생존경쟁에 끼어들 생각은 전혀 없었노라'고 변명 아닌 변명을 하며 그 자리를 벗어났다.
어느 다큐에서 보았는데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은 '약육강식의 법칙'에 의해 생존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므로 강자가 약자를 취하는 일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즉 약자를 도와준다고 강자의 섭취를 방해하지 말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자연의 법칙을 어기는 일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만 짐승들은 아무리 넘쳐나도 욕심부려 넘보지 않고 배가 고플 때만 사냥을 한다고는 것이다.
그런데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그저 생명 보존을 위한 한도 내에서의 욕망으로 끝나면 좋으련만 그렇지 못하고 선을 넘는 것이 문제다. 숲을 불태우고 강을 막고 바다를 메운다. 그렇게 해서 얻은 이익이 과연 얼마나 될까? 한 가지를 얻으면 반드시 잃는 것도 있다는 자연의 법칙을 무시하고 얻는 것만 생각하며 잃는 것엔 관심이 없다.
누가 인간을 '만물의 영장'이라고 했던가? 요즘 들어서는 제아무리 날고 기는 인간이건만 눈에 보이지도 않는 소소한 바이러스에 굴복당하고 있는 현실을 보며 인간이 자연에 먹히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치료할 백신을 만들어 내기도 전에 그 바이러스들은 끝없이 새로운 변종으로 우리 인간의 몸에 침투할 것이라는 예견이다. 그렇게 되면 이제 인간이 '약(弱)'이 되고 자연이 '강(强)'이 되는 찰나다.
눈에 보이지도 않고 손에 잡히지도 않는 미미한, 그러면서도 전 세계의 인류를 휩쓸며 휘젓고 있는 저 바이러스들, 무서운 핵이나 전쟁 무기는 아니어도 얼마든지 온 세계를 지배할 수 있는 존재가 있음을 알깨워 주고 있다. 이는 어쩌면, 자연의 섭리를 무시하고 겁 없이 날뛰는 우리 인간의 오만을 질타하고 경종을 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제 예전의 생활로 돌아가기가 힘들 것 같다. 어쩌면 이대로 도태되어 버리고 새로운 세상으로 뒤 바꿈 될지도 모른다는 무서운 생각까지 든다. 그렇게 되면 먼 훗날 우리 인간은 이 세상에서 잠깐 존재했다가 사리지고 마는 생물의 한 종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지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거대한 공룡들처럼…. 지금부터라도 인간이 이 지구를 살리면서 강자(强者)남아 영원히 '만물의 영장'으로 군림을 지속할 방법이 어떤 것인지를 아니, 인류의 일원인 나 자신부터 어떻게 생활해야 하는지를 깊이 새겨볼 일이다.
김재희 수필가는 전북일보 신춘문예 수필 당선 작가로서 행촌수필문학상, 수필과비평문학상, 전북수필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수필집 '그 장승이 갖고 싶다' '꽃가지를 아우르며' 등이 있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