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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예찬] 그땐 그게 전부였다 –이별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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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주현 전북대신문 문화부장

 

12월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별의 계절이다. 이별을 생각할 때 먼저 떠오르는 건 졸업식이다. 졸업식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노래 ‘이젠 안녕’. 네 번의 졸업을 거쳤음에도 친구들과 헤어짐의 인사를 나누느라 바빠 노래 가사에 집중한 적이 없었다. 우연히 가사를 볼 기회가 있어 곱씹어 보니 노래는 담담한 어조로 이별을 전하고 있었다.

서로 갈 길을 위해 멀어지는 안녕은 ‘다시 만날 거라는 약속’을 남긴다. 그러나 각자의 삶을 살다 보면 약속 한 번 잡기가 참 어렵다. 대학생이 되고 친구들과 만나기 위해서는 한 달 전부터 달력을 펴서 함께 날을 정해야 한다. 학교 끝나고, 학원 끝나고 잠깐 떠들던 그 시절의 우리가 아니었다. 현실을 경험해서일까. 이별은 ‘쉽게 만나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어느 때에는 ‘가까운 사람의 죽음’과 같은,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이별도 다가올 것이다.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겪는 건 단순한 이별이 아니라 마음의 한 부분이 뚝 떨어져 나가는 감정일지도 모른다.

‘이별이 두려운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이라는 책에는 여러 이별이 등장한다. 친구와 이별, 첫사랑과 이별, 애완동물과 이별, 가족과 이별 등이다. 이별은 피할 수 없으니 견뎌야 한다는 사실. 이 사실은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든다. 하지만 ‘오늘이 가면 내일이 오고, 새파란 청춘이 가면 성숙한 어른 삶이 오듯이’라는 책 구절처럼 우린 이별과 함께 살아간다.

이별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순간이고, 그 정도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친구와의 관계가 멀어지거나, 함께했던 사람과 볼 수 없는 일. 이런 크고 작은 이별 중 누군가는 감당하기 힘든 이별을 경험했을 수 있다.

오늘은 전북대신문 퇴임날이다. 신문사에서 활동하며 매번 기사 마감에 쫓겼다. “해뜨기 전에 집 들어가면 다행”이라고 말하며 마감날은 그날 남은 마지막 에너지까지 쏟고 기진맥진 상태로 집에 들어갔다. 하지만 신문사와 이별을 하게 된 이 순간. 그때 그 전부가 얼마나 소중하고 재밌던 순간인지 알게 됐다.

생각해 보면 이별은 늘 나에게 아쉬움만 준 것은 아니다. 한때 세상의 전부였던 연인과의 이별에서 사랑을 배웠고, 함께 웃으며 놀던 친구와의 이별에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됐다. 그때 그게 전부인 줄 알았던 관계의 이별 속에서 또 다른 소중함을 배웠다. 이렇게 이별을 통해 성장하고, 한 걸음 나아가는 내가 되기도 했다.

나는 오늘 또 한 번의 안녕을 준비한다. 바로 ‘청춘예찬’과의 이별이다. 이번 6편의 글을 쓰는 일이 늘 수월했던 것은 아니다. 퇴고에 허덕인 날도 있었고, 마감과 시험, 발표 일정이 한꺼번에 몰려 글을 붙잡고 있는 것조차 버거운 순간도 많았다. 하지만 글을 쓸수록 더 잘 쓰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 소설책과 시집을 읽으며 공부했다. 내 감정을 생생하게 전달하고자 노력했고, 점차 내 글에 애정이 생겼다. 그렇게 쓰고 고치고 다시 읽으며 어제보다는 조금 더 단단해진 나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글을 끝으로 연재는 마무리되지만, 필요한 순간이 오면 또 다른 글을 쓰게 될 것이다. 나는 그동안의 여러 이별에서 그랬듯, 이번 이별 또한 나를 한 걸음 더 나아가게 하리라 믿는다. 6번째 글을 마무리하며 ‘그땐 그게 전부였다’ 연재에 안녕을 고한다.

 

송주현 전북대신문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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