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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용인 이전 불가” 선 그었지만…반도체 논쟁, 지역 불균형 화두로 번지다

안호영 ‘완전 이전’ 제동…김관영·이원택·정헌율 “추가 클러스터 조성” 현실론 힘 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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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600조원이 투입되는 SK하이닉스 용인 클러스터의 첫 전진 기지가 외관을 갖추기 시작했다. 총 4개의 팹 가운데 선발주자인 1기 팹의 골조 공사가 한창 진행되면서 'K-반도체' 게임체인저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사진은 SK하이닉스 용인클러스터 전경.  [SK하이닉스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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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김관영 지사, 안호영 의원, 이원택 의원, 정헌율 시장.

청와대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북 이전 가능성에 대해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기업 이전은 기업의 판단 영역”이라는 입장을 공식화하면서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된 ‘전면 이전론’은 행정·제도적 한계에 가로막혔다. 다만 이번 논쟁은 단순한 지역 유치 경쟁을 넘어, 전력·용수·환경 부담이 임계점에 이른 수도권 집중형 산업 구조를 어떻게 재설계할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전 논의의 불씨는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의 발언에서 비롯됐다. 김 장관은 지난달 26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기업은 전기가 많은 곳으로 가야 한다”고 말하며 에너지 여건에 따른 산업 입지 재편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후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완주·진안·무주)은 “반도체 기업의 새만금 이전이 국가 생존을 위한 유일한 해법”이라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북 이전을 공개적으로 주장했다.

논쟁이 확산되자 청와대는 선을 그었다.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8일 브리핑에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대상 기업 이전은 검토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용인 국가산업단지는 이미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삼성전자 간 부지 매입 계약이 체결됐고, 토지 보상도 14.4%가량 진행된 상태다.

정부로서는 이미 궤도에 오른 대형 국책 사업을 인위적으로 되돌릴 경우 투자 신뢰 훼손과 산업 생태계 혼선,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는 다만 “지역의 추가 클러스터 조성은 적극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기존 사업은 유지하되, 지방 분산 투자는 열어두겠다는 의미다.

안 의원은 정부의 ‘기업 자율성’ 논리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기업 판단을 존중한다는 원론에는 동의하지만, 그 결과가 수도권 초집중으로 고착화된다면 이는 정부의 책임 방기”라고 주장했다. 8일 밤에는 “용인 반도체의 입지 결정은 산업 논리가 아니라 전 정부의 무능한 정치가 낳은 참사”라며 발언 수위를 한층 끌어올렸다.

윤준병 전북도당위원장도 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반도체는 막대한 전력과 안정적인 용수 없이는 단 하루도 가동될 수 없다”며 “전기를 소비하는 산업은 전기가 생산되는 곳으로 가야 한다”고 이전론에 힘을 실었다.

정부의 강경한 기조 속에 전북 내부에서는 전략적 유연성을 강조하는 ‘실리 노선’이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미 보상이 시작된 사업을 정면으로 흔드는 접근이 오히려 정책적 협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원택 의원(군산·김제·부안)은 지난 5일 입장문을 통해 “용인과 새만금은 대체 관계가 아니라 동반 성장의 파트너”라며 ‘남부권 반도체 벨트 중심지론’을 제시했다. 용인은 연구개발(R&D)과 고부가가치 제조의 핵심 축을 담당하고, 새만금은 재생에너지 기반 공정과 AI 반도체 테스트베드, 후공정 산업의 거점으로 기능을 분담하자는 구상이다.

김관영 전북도지사 역시 ‘지산지소(地産地消)’ 원칙을 앞세워 재생에너지 생산지인 전북이 국가 전력망 확충에 협조하는 대신 산업 유치라는 실질적 보상을 끌어내겠다는 전략을 내놓고 있다. 정헌율 익산시장도 지난 7일 “당장 이전 논쟁에 매달리기보다 반도체 생태계를 먼저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중·장기적 기반 조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논쟁이 한국 반도체 산업의 공간 전략을 재검토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안호영 의원의 주장은 수도권 중심 산업 구조의 한계를 공론장으로 끌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이제는 청와대가 언급한 ‘추가 클러스터 지원’을 예산과 전력·용수 등 인프라 정책으로 어떻게 구체화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육경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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