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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사라지는 정착농원, 기억과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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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고 잊혀져 간다. 국가 정책에 의해 조성된 한센인 정착농원이 속속 철거되고 있다. 일제강점기에 설립된 소록도 수용시설을 기반으로, 20세기 중반 전국 곳곳에 조성된 한센인 정착농원은 자활·정착, 그리고 복지를 내세웠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자활·정착이라는 이름의 분리·격리 정책이었다. 주민들은 복지 대상자가 아니라 관리 대상이었다. 국가가 침묵하고, 법이 멀어지면서 특수지역이라는 낙인도 찍혔다.

이런 정착농원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강요된 선택’으로 공동체를 이뤄 대규모 축사를 운영해온 주민들이 세월에 밀려 떠나가고, 그 자리에 외부 업자들이 들어와 이 격리된 공간을 유지해 왔다. 그런데 지역사회에서 ‘피해야 할 곳’으로 인식되던 정착농원이 21세기 들어 수질오염과 악취 등 환경문제로 인해 주목받았다. 그러면서 다시 정책적으로 이 공간이 지워지고 있다.

특히 전북에서 논란이 많았다. 섬 전체가 한센인 수용시설이었던 소록도를 제외하면, 전국 80여 곳의 정착농원 중 가장 규모가 큰 곳이 바로 익산 왕궁이었고, 그 다음으로 김제 용지정착농원이 꼽혔다. 지역사회에서 철저히 배척당했던 익산과 김제의 정착농원이 관심의 대상이 된 것은 새만금 수질오염 논란이 확산되면서다.

전북특별자치도는 새만금 유역 수질 개선과 악취 문제 해결을 위해 2010년 익산 왕궁, 그리고 2021년 김제 용지정착농원 일대를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하고 생태복원 사업을 추진했다. 국비로 축사를 모두 매입·철거해 생태계를 복원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감정가 상승에 따른 예산 문제 등으로 사업은 난항을 거듭했다. 2010년대 초반에 시작된 왕궁정착농원 축사 매입 사업은 2023년 말에야 겨우 마무리됐다. 또 2022년부터 추진해온 용지정착농원 축사 매입 사업도 예정했던 완료 시점(2025년)을 넘긴 가운데 전체 53개 축사 중 26개를 매입하는 데 그쳤다. 이런 상황에서 전북특별자치도가 새해 용지정착농원 축사 정리를 핵심 환경과제로 꼽아 관심을 모은다. 오는 2029년까지 잔여 축사를 모두 매입·철거하겠다는 것이다. 어쨌든 익산 왕궁과 김제 용지를 비롯해 전국의 한센인 정착촌은 머지않아 지도에서 모두 지워질 것이다. 

지자체의 의지는 강력하다. 중요한 것은 국가의 역할이다. 한센인 정착농원은 일방적인 국가 정책의 결과로 발생한 사회·환경 문제다. 축사 매입·철거는 물론, 이후 생태 복원까지 중앙정부가 전적으로 책임지고 나서야 할 사안이다. 기억도 남겨야 한다. 소록도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진상규명과 기록이 이뤄졌을 뿐, 내륙 정착농원에 대한 국가의 침묵은 계속되고 있다. 이대로라면 고령의 주민들과 함께 아픈 기억도 곧 소멸될 것이다. 사라지는 정착농원, 이곳이 어떻게 조성됐고, 안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역사와 기억을 남기는 일도 국가의 책임이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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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센인 정착농원 #익산 왕궁 #김제 용지 #국가 책임 #철거
김종표 kimjp@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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