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감영 서편부지 수놓은 코오롱스포츠 아웃도어 시네마 줄 서기부터 텐트·돗자리·간식까지…‘플로우’와 함께한 이색 봄밤 체험
“7시부터 텐트 배정 시작입니다.”
2일 오후 6시, 전라감영 서편부지. 아직 해가 완전히 지기도 전인데 이미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코오롱스포츠 아웃도어 시네마 텐트 좌석을 얻기 위한 사람들이다. 한 시간이나 남았는데도 줄은 제법 길었고, 얼핏 봐도 40명 남짓은 되어 보였다. “이 줄 뭐예요?”라고 묻는 사람, 긴 줄을 보고 아예 발길을 돌리는 사람, 그래도 일단 줄 끝에 서보는 사람까지. 현장에선 시작 전부터 작은 축제가 벌어지고 있었다.
줄을 선 사람들의 얼굴도 다양했다. 손을 꼭 잡은 연인, 돗자리를 챙긴 친구들, 아이 손을 잡은 가족 단위 관객들까지. 2인용, 3인용, 4인용 텐트가 준비됐다는 소식에 저마다 어떤 자리를 배정받게 될지 기대하는 표정이었다. 일부는 담요를 들고 있었고, 어떤 이들은 과자 봉지를 미리 챙겨왔다. “제대로 캠핑하려고요”라는 웃음 섞인 말도 들렸다.
오후 7시, 드디어 배정 시작. 텐트를 배정받은 사람들은 빠르게 자신들의 공간으로 향했다. 텐트 안으로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순간 분위기는 극장이 아니라 작은 캠핑장에 가까웠다. 돗자리에 기대앉거나 아예 몸을 눕히고, 텐트 입구 사이로 전라감영의 저녁 풍경을 바라보는 순간 “우와, 진짜 좋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입장과 함께 나눠준 과자와 음료도 분위기를 살렸다. 익숙한 팝콘과 콜라 대신 손에 쥔 간식 꾸러미는 마치 소풍 선물 같았다. 텐트 안에서 과자를 나눠 먹고, 음료를 마시며 스크린이 켜지기를 기다리는 시간은 영화 시작 전인데도 이미 충분히 즐거웠다.
텐트를 배정받지 못한 사람들도 아쉬워할 필요는 없었다. 행사장 한편에는 개인 돗자리와 접이식 의자를 가져와 자리를 잡은 관객들도 적지 않았다. 준비된 좌석 여부와 상관없이 각자의 방식으로 공간을 만들고 봄밤 야외상영을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전라감영 서편부지는 그렇게 누구에게나 열린 거대한 야외 극장이 됐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야외상영의 약점’이 크게 줄었다는 점이다. 쌀쌀한 밤공기와 날벌레. 늘 야외 영화에서 감수해야 했던 요소들이 텐트 안에서는 훨씬 덜했다. 실제로 친구 추천으로 처음 영화제를 찾았다는 관람객 하누리(32·전주) 씨는 “야외상영은 분위기는 좋은데 추위나 벌레 때문에 망설여졌었다”며 “그런데 텐트 안은 바람도 막아주고 훨씬 아늑해서 생각보다 훨씬 좋다. 처음 전주국제영화제에 왔는데 이런 프로그램까지 즐겨서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이날 상영작은 긴츠 질발로디스 감독의 <플로우>. 인간이 사라진 세계, 대홍수 속에서 삶의 터전을 잃은 고양이가 낡은 배에 올라 다양한 동물들과 함께 모험을 이어가는 이야기다. 전체관람가답게 아이부터 어른까지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었고, 파도 위를 헤쳐나가는 고양이의 여정은 전라감영의 밤공기와 묘하게 어우러졌다.
스크린을 바라보다 문득 텐트 밖으로 고개를 내밀면, 역사 공간 위로 내려앉은 봄밤과 사람들의 작은 웃음소리가 함께했다. 극장 의자 대신 돗자리, 팝콘 대신 과자, 실내 상영관 대신 텐트. 익숙한 영화 관람의 공식이 바뀌자 영화제의 밤은 훨씬 풍성해졌다.
줄을 서는 순간부터, 텐트 안에 자리를 잡고 과자를 뜯는 순간까지. 이날의 아웃도어 시네마는 단순히 영화를 보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봄밤의 공기와 공간, 사람들까지 함께 체험하는 또 하나의 영화제였다. 전주국제영화제가 왜 ‘영화를 넘어 경험의 축제’로 불리는지, 그 이유를 가장 따뜻하게 보여준 현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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