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여고생 피살 사건으로 온 사회가 또다시 깊은 충격에 빠졌다. 비슷한 강력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정부는 매번 대책을 쏟아냈지만, 비극은 다시 되풀이 되면서 도민들을 더욱 불안하게 만든다. 이른바 ‘묻지마 범죄’를 정의하고 접근해 온 정부와 수사기관의 방식에 근본적인 의문을 던져야 할 때이다.
현재 많은 강력범죄는 ‘이상 동기’ 혹은 ‘무차별 범죄’라는 편리한 용어로 정리된다. 하지만 이런 분류는 범죄의 특성을 설명하기에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모호하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서로 모르는 관계였다는 사실만으로 범죄를 하나의 틀로 묶어버리면, 그 안에 존재하는 다양한 원인과 위험 신호를 놓치기 쉽다.
범죄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여성혐오와 같은 특정 대상에 대한 증오, 사회적 고립, 정신질환, 경제적 실패, 누적된 분노와 좌절 등 여러 요인이 뒤섞여 있다. 지역별·시간대별 특징도 다르고, 피해 대상이 아동이나 여성 등 일정한 경향성을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럼에도 이를 모두 ‘이상 동기’라는 이름 아래 묶어버리면 결국 대책도 추상적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다.
정부가 늘상 그래왔듯이 CCTV 확대와 가로등 설치, 순찰 강화 등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 것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왜 특정 장소에서 반복적으로 위험이 발생하는지, 어떤 대상이 반복적으로 범죄에 노출되는지, 사회적 위험 요소가 어떻게 축적되는지에 대한 정밀한 분석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우리 전북지역도 지역별 범죄 취약요소와 성별·연령별 위험 특성에 대한 정밀 실태조사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현장에 맞는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장을 세밀하게 이해하지 못한 채 두루뭉슬한 대응만 반복해서는 실제 예방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번 사건 이후 사회적 약자를 겨냥한 범죄에 대해 “전면전” 수준의 강경 대응을 주문한 것은 국민 불안을 고려할 때 당연한 조치다. 특별치안 활동과 엄벌주의는 단기적인 범죄 억제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강력한 의지와 처벌 강화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중요한 것은 범죄의 이면을 얼마나 정교하게 들여다보느냐다. ‘묻지마’라는 단어 뒤에 숨은 진짜 원인을 끝까지 추적하려는 노력 없이 예방의 실효성을 높이기는 어렵다. 이제는 범죄를 단순 분류하는 수준을 넘어, 실체에 접근하는 치안 체계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하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