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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예찬] 실패도 청춘의 일부다

전직 마약수사관·우석대 약학도

우리는 자기 인생을 설계할 때조차 스스로 남의 눈치를 본다. 몇 살에 취업해야 하고, 언제 결혼하며, 언제까지 얼마를 모아야 하는지 정해진 평균 삶의 궤적이 공식처럼 존재한다.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뒤처졌다는 불안감에 끊임없이 자기 위치를 체크하고 스스로 재촉한다.

새로운 시작에 마지노선 나이가 있을까. 내가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약대에 간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많이 들은 말은 “결혼은 언제 하고, 학교를 언제 졸업하냐”였다. 사회는 한 번의 진로 선택으로 나를 정의하고 싶어 했다. 무모함 혹은 용기라는 말로 선을 그으며 거리감을 뒀다.

내 청춘의 이면은 사실 수많은 실패로 점철되어 있다. 나 역시 남들이 말하는 정상 궤도에 진입하기 위해 치열하게 달렸다. 대학 시절 품었던 공인회계사의 꿈은 연이은 낙방으로 바스러졌고, 7급 공무원 시험도 면접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수많은 오답을 거친 끝에야 검찰청 마약 수사관으로 임용되었고, 비로소 남들이 말하는 안착의 궤도에 들어서는 듯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내 삶은 여전히 미완성의 연속이었다. 직장 생활과 병행했던 공인중개사와 경영지도사 시험은 최종 2차 문턱을 넘지 못했고, 부산지방검찰청 강력범죄수사부 다크웹수사팀 근무 시절 도전했던 방송통신대 컴퓨터과학과 역시 끝내 중도 포기했다.

이 오답 노트는 서른이 넘어 새로 입학한 약대에서도 현재 진행 중이다. 국회 교육위원장 표창과 대구광역시장상, 전주시장상, 전주시장 표창, 연이은 정책·창업 아이디어 경진대회 수상과 청년문학상까지 무려 11개의 상을 탔고, 전주시 청년희망도시 정책위원회 부위원장과 대학신문사 편집장 직함까지 달며 화려한 1학년을 보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버려진 기획서 더미와 유기화학 F가 남았다. 그럼에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차라리 무언가라도 해보고 결과를 마주하는 편이 낫다고 믿는다.

한 번의 선택이 전부가 되고, 한 번의 실패가 낙인이 되곤 한다.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 이력의 공백은 감점 요인으로 읽히곤 한다. 빨리 증명하고 안착하지 못하면 낙오자가 된다는 공포가 사회에 만연하다.

그러나 세상의 혁신은 언제나 오답 노트 위에서 피어났다. 세계적인 플랫폼 유튜브는 원래 영상 데이팅 앱으로 시작했고, 협업 툴 슬랙은 망해가는 온라인 게임 회사의 사내 채팅 프로그램에 불과했다. 이들이 실패를 종착지로 받아들였다면 지금의 혁신과 성공은 없었을 것이다.

실패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 방향을 찾아내는 유연성, 즉 피벗은 우리네 삶에도 필요하다. 우리는 누구나 아직 완성된 결과물이 아니다. 시행착오 속에서 배우고 흔들리고 있다면, 그가 바로 청춘이다.

모든 도전 앞에 실패할 권리를 허락해야 한다.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사회에서 사람들은 조심스러워지고, 결국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는 안전한 선택만을 반복하게 된다. 도전 없는 삶은 그 자체로 생명력을 잃고 바싹 마른 숲과 같다.

나는 앞으로도 실패할 것이다. 틀린 선택을 하고, 끊임없이 방향을 수정하겠지만, 그 실패가 결코 인생의 종착지가 되지 않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새로운 시작에 마지노선 나이 따위는 없다. 꿈을 좇아 기꺼이 흔들릴 준비가 되어 있다면 우리는 언제까지나 과정 속에 있는 청년이다. 시행착오를 인생의 공백이 아닌 가치 있는 경험으로 인정하는 것, 그것이 지금 다시 시작하려는 모든 청춘에게 진짜 필요한 예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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