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6-06-22 18:38 (월)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문화 chevron_right 문화일반

“소설 속 영웅담은 잊어라”…80대 노학자가 17년 파헤친 ‘진짜 리더십’

장수 출신 한형수 서울시립대 명예교수, 문헌 번역해 주역 39명 해부
허구 걷어 내고 심리학으로 들여다본 위기시대의 생존 지혜

지난 18일 전주의 한 카페에서 만난 한형수 서울시립대 명예교수가 최근 출간한 책 두 권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박은 기자
한형수 서울시립대 명예교수가 펴낸 <삼국지 조조 천하 꿈 펼친 모신무장들>과 <삼국지 유비 한실 꿈 펼친 모신무장들> / 사진=박은 기자

흔히 삼국지 하면 나관중의 소설 속 권모술수와 영웅담을 먼저 떠올린다. 실제로 정사(正史)에 기록된 인간 군상의 면모를 파고드는 이는 드물기 때문이다. 사회학자인 한형수(81) 서울시립대학교 명예교수는 정년퇴임 이후 꼬박 17년이라는 세월을 바쳐 삼국지 주역 39명의 성격을 심층적으로 해부했다. 최근 출간한 <삼국지 유비 한실 꿈 펼친 모신 무장들>과 <삼국지 조조 천하 꿈 펼친 모신 무장들>은 기나긴 탐구의 결과물이다.

장수에서 태어나 전주고와 고려대를 졸업한 그가 정성 들여 완성한 두 권의 책을 들고 고향을 찾았다. 지난 18일 전주의 한 카페에서 만난 한 교수는 이 묵직한 책이 단순한 개론서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 삼국지 본문과 맞먹는 방대한 배송지(裴松之)의 주석을 샅샅이 번역해낸 뒤 칼 구스타브 융의 분석심리학을 원용해 역사 속 인물들의 성격 유형을 꿰어냈다. 번역되지 않은 사료에 매달린 이유는 소설에 가려진 폭력성과 잔혹함을 걷어내고 격동하는 역사의 고비마다 조타수 역할을 한 인물들의 성격을 추적하기 위해서였다.

한 교수는 “(책에는) 단순히 역사적 사실만 열거한 게 아니다“라며 “삼국지 주역 인물을 중심으로 성격을 분석한 책”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회학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난세의 영웅들은 각기 다른 리더십으로 팽팽하게 맞선다”고 덧붙였다.

시대를 주도한 두 축인 조조와 유비의 궤적은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내향적 사고형 리더인 조조는 뛰어난 막료들의 의견 중 소수의 목소리라도 옳다고 판단하면 즉각 채택하는 과감성을 지녔다. 이른바 ‘평정의 리더십’이다. 반면 유비는 최악의 조건 속에서도 한실 부흥이라는 명분 아래 사람들을 품어낸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준다. 그는 “유비 진형에 들어가면 배신하는 사람이 없다”며 “특유의 포용력이 숱한 좌절 속에서도 그를 다시 일어서게 만든 강력한 구심점이었음을 방증한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1700년 전 역사는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가르침을 줄까. 한 교수는 강대국에 둘러싸인 한반도의 현실을 짚으며 “굳은 의지로 조직의 역량을 결집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라고 역설했다.특히 혼란을 헤쳐가기 위해서는 유비와 같은 포용적 리더와 제갈량 같은 전문 참모의 호흡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제갈량이 <계자서(誡子書)>에 남긴 ‘담박명지 영정치원’을 인용하며 “담박한 마음을 먹어야 바른 뜻을 세울 수 있고 고요하고 편안한 자세를 갖춰야 멀리 볼 수 있다"고 주장했는데 이 역시 같은 맥락이다. 17년간 낡은 문헌을 파고든 노학자의 시선은 결국 과거 삼국자에 머물러 있지 않는다. 수천년 전 난세의 기록은 그의 손을 거쳐 혼돈의 현실을 뚫고 나갈 묵직한 통찰로 되살아나고 있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