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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은 마음이 아지랑이처럼 타오르는 날이 있습니다. 배귀선의 <그리움 쪽에서 겨울이 오면>을 읽기 좋은 날입니다. 어느 집 문을 열면 먼저 반기는 것이 냄새지요. 치매로 돌아가신 아버지의 문을 열면서 그는 깨닫습니다. “잃은 것이 있으면 얻는 게 있고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다는데, 나는 아버지와 사는 동안 얻은 게 많은 사람이다. 잃어버린 십 년이 아니라 나를 찾는 시간이었지 싶다. 현실을 받아들임으로써 생각할 수 있었고, 생각할 수 있어 존재의 실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움에는 냄새가 있다’ 중). 그리움 쪽에서 오는 경청과 공감은 위로 너머로 나를 데려갑니다. 그는 눈물 한 방울에도 귀를 기울일 줄 아는 다정다감한 사람입니다. “파릇파릇한 햇살이 닭의 부리에 쪼이는 소리와 측백나무 울타리 사이사이에 박힌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을 줄 압니다. “으레 장사꾼 차가 오면 좌판을 벌이는 곳은 이발소 앞 공터다. 벌써 이발사 영감을 비롯해 외로운 삶들이 두런두런 모여 있다. 물건을 사려는 마음보다는 방 안의 적막을 떨치고 나온 사람들이다.” 이런 소리들이 있어 “외로움이 계화도 육젓같이 곰삭는 곳, 비어 있어 채울 수 있는 공터에 봄이 물드는 것이지요” (‘공터’ 중). 그는 지구의 속삭임에 귀 기울이고 있는 민들레를 떠올려줍니다. 상대가 말을 하고 있으면, 다음 할 말을 출발선에 데려다 놓는 나는 닿을 수 없는 존재죠. 우리 눈은 다른 동물에 비해 흰자위가 넓다고 해요. 그래서 눈동자의 변화를 알아차리기 쉽고, 거짓 웃음과 진짜 웃음도 쉽게 구별한다고 하네요. 눈이 말하는 감정을 잘 알아들을수록 공감 능력이 좋다고 해요. 우리는 상대의 눈과 어떤 마음을 주고받으면서 살고 있을까요. 그는 말합니다. “사람은 살면서 자기 얼굴에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고 한다. 하면, 살아가면서 표정 관리만 하다 생의 무대에서 내려오는 일 없도록 가슴을 잘 들여다보며 살아야 할 일이다. 얼굴이란 그 사람의 얼이 배어 있기 때문에 얼굴이다. 얼굴이 곧 마음이고 얼굴은 마음에 따라 표정을 만들어 낸다.” (‘표정 나누기’ 중). 가슴에서 우러나는 표정과 말을 보고 싶어요. 나도 가슴에서 그렇게 우려낸 것들을 당신에게 한잔 건네고 싶어지네요. 눈 펑펑 내리고 바람이 붑니다. 팔뚝보다 굵은 물메기 한 마리를 만 원에 사요. 생것전 초입에 자리한 ‘장안식당’ 미닫이문을 밀치고 들어서세요. 거기서 곰치국, 물곰국, 물잠뱅이탕, 미거지국이라고도 불리는 물메기탕의 연두부 같은 고소함을 맛보세요. 싱싱한 물베기 껍질을 무심코 목구멍에 넘기며 놓을 수도 잡을 수도 없는 상황에 젖어보아요. 그런 다음 차디찬 막걸리 한 사발을 단숨에 들이켜세요. 수필집 제목이 된 에세이 ‘그리움 쪽에서 겨울이 오면’이 그려낸 풍경이 함박 함박 내립니다. 이런 자리에 당신을 부르고 싶네요. 말이 없어도 좋고, 말이 많아도 좋은 곳. 서로의 아픔과 기쁨이 연결되는 곳. 엄마가 울고 있으면 위로해 주는 두 살 먹은 아기가 되는 곳. 그런 자리에 부르면 두말없이 달려와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그리움 쪽에서 찾아온 또 한 번의 겨울이 깊어지도록” 우리 문을 두드리는 눈짓을 들어보게요. 이영종 시인은 2012년에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아르코문학창작기금에 선정되어 2023년에 첫 시집 <오늘의 눈사람이 반짝였다>를 냈다.
(사)한국아동문학인협회는 지난 22일 서울 서대문독립공원과 윤동주문학관, 청와대 코스 등지에서 봄철 문학기행을 개최했다. 이날 코로나19 이후 4년만에 재개된 문학기행에는 신현득 원로시인과 한국아동문학인협회 박상재 이사장을 비롯해 강순아·손수자·김봉석·심상우 부이사장, 노경수·장성유 상임이사, 안종완·임나라·한은희·김일환·서석영·김경옥·문정옥·안선모 작가 등 50여 명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을 둘러보고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을 견학한 후 독립공원을 산책했고 윤동주문학관에 도착해 영상관람, 시인의 언덕에서 기념 촬영, 청와대 관람 순으로 행사를 이어갔다. 참가자들은 협회에서 마련한 정지용, 윤동주 동시선집(지식을만드는지식)을 선물 받기도 했다. 박상재 이사장은 “민족시인의 문학정신을 계승하고 어린이들의 마음을 살찌울 수 있는 좋은 작품을 집필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아동문학인협회는 1971년에 창립한 한국아동문학가협회를 모태로 해마다 봄철 문학기행, 가을철 세미나 등을 개최해오고 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원장 김준희, 이하 출판진흥원)은 지난 2022년 한 해 동안 총 530건의 출판산업 분야별 컨설팅을 제공했다고 24일 밝혔다. 지난해 분야별 상담실적으로는 창업 328건, 법률 70건, 마케팅 32건 순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제작 28건, 세무 22건, 수출 21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또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온라인 상담 195건, 전화 상담 334건을 제공해 언택트 시대 수요에 대응했다. 출판진흥원은 2021년까지 컨설팅 항목으로 창업, 제작, 마케팅 등 총 9개 분야를 운영했으나 지난해부터는 고객 수요를 반영해 표준계약서 항목을 추가했으며 공통 문의 사항과 답변은 사례집으로 제작 게시했다. 출판산업 분야별 컨설팅은 출판진흥원 누리집(www.kpipa.or.kr) 출판산업종합지원센터 출판컨설팅에서 예약을 신청 문의하면 제공받을 수 있다.
“석정 선생의 문학적인 혼을 간직한 촛불이 마침내 육사 선생의 광야에서 켜졌습니다.” (사)신석정기념사업회(이사장 윤석정)는 22일 ‘석정의 촛불, 육사의 광야에 켜다’란 주제로 이육사문학관 문학기행을 진행했다. 이번 문학기행이 추진된 계기는 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15년에 열린 제2회 석정문학제에서 이육사 시인의 외동딸인 이옥비 여사가 부안을 방문하자 신석정기념사업회가 답방 약속을 함으로써 성사된 것이다. 특히 이번 문학기행은 신석정 선생의 시를 선양하고 있는 한국신석정시낭송협회도 동행해 의미를 더했다. 이날 문학기행은 신석정기념사업회 윤석정 이사장(전북일보 사장), 소재호 부이사장(전북예총 회장), 김영 상임이사(전북문인협회 회장), 정군수 이사(석정문학회장), 조미애 이사(표현문학회장), 이소애 이사, 송희 이사, 유대준 이사, 왕태삼 사무처장, 김윤아 한국신석정시낭송협회 명예회장, 최근익 한국신석정시낭송협회 회장 등 30명이 참석했다. 봄비가 내리고 난 뒤 절기상 곡우를 지나서인지 시와 함께 문학기행을 하기에 딱 좋은 날씨였다. 참석자들은 이른 새벽 6시 30분께 버스를 타고 화사한 철쭉이 핀 800리길을 4시간 동안 달려 경북 안동에 있는 이육사문학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육사문학관 관계자들은 전북에서 먼 길을 달려온 일행을 반갑게 맞았다. 윤 이사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은 전시관을 관람하며 현대사에서 가장 엄혹했던 시대에 문학과 독립투쟁으로 한 몸을 불사른 육사 이원록 선생의 숭고한 정신을 몸소 체득했다. 손병희 이육사문학관장은 “이육사 시인이 저항시인으로만 편향 각인돼 있어 아쉽다”며 “육사는 시대의 정세를 통찰하는 저널리스트로 많은 평론을 썼고 ‘황혼’, ‘청포도’ 등 인간미를 느낄 수 있는 서정적인 작품이 많다”고 설명했다. 답방인사로 윤 이사장은 이 여사에게 기념품을 전달했는데 여태명 서예가가 쓴 ‘광야’의 시 구절을 합죽선으로 제작한 액자와 꽃바구니 등이었다. 이 여사는 감사인사와 함께 상록수 같았던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도 내비쳤다. 이 여사는 “아버님인 이육사 시인은 이미 많이 알려졌지만 어머님은 알려지지 않아 아쉽다”며 “어머니는 7명의 학생에게 밥과 방을 제공하며 모두 장가까지 보냈고 지금도 2명의 학생이 생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문학기행은 오후에 안동 도산서원 탐방을 끝으로 모든 일정을 마칠 수가 있었다. 윤 이사장은 “육사 시인과 석정 시인은 동시대 민족저항과 서정시인으로 닮은 점이 많다”며 “앞으로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두 시인의 시 정신을 더욱 선양해 가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전국 초등학생들의 정성 어린 손글씨가 담긴 편지와 일기를 기다립니다!” 전북일보사와 최명희문학관, 혼불기념사업회가 대한민국 최고의 초등학생 손글씨 주인공을 찾는다. 한글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 2007년부터 매년 열고 있는 손글씨 공모전 ‘날아가는 지렁이 고사리손에 잡히다!’. 올해로 열일곱 번째인 이 공모전은 지난해 전국 202개 학교(전북 90개교)에서 1463명의 학생이 응모했으며, 16년 동안 4만 6000여 편의 작품이 접수되면서 전국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최고의 글쓰기 공모전으로 인정받고 있다. 공모전은 자신의 손글씨로 정성스럽게 쓴 편지와 일기가 대상이며, 손글씨를 뽐내고 싶은 전국 초등학생이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참여를 원하는 학생은 25일부터 최명희문학관 홈페이지에서 신청서를 내려받아 작성한 후, 작품과 함께 9월 17일까지 방문 또는 우편(전북 전주시 완산구 최명희길 29)으로 접수하면 된다. 대상 수상자에게 전라북도교육감상과 상품(20만 원 상당)을 주는 등 113명의 학생에게 상장과 상품을 선물한다. 수상한 작품은 전북일보와 손글씨블로그(https://blog.naver.com/jjhonbul)에 연재되며, 10월 17일부터 3개월 동안 최명희문학관 마당에서 전시된다. 전선미 최명희문학관 학예사는 “스마트폰과 비대면 일상에 익숙해진 초등학생들이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러 글씨를 쓰면서 자신의 글씨에 새겨진 마음을 살피고, 우리말과 우리글의 소중한 의미와 가치를 경험하는 귀한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북문학관(관장 김영)은 지난 18일 문인 및 지역민과 함께하는 문학 콘서트를 개최했다. 이날 전북문학관 강당에서 '우리 희망 어우렁 더우렁'이란 주제로 열린 행사에는 문인 및 지역민 60여 명이 참여했다. 문인들은 시 낭송, 가요, 가곡, 판소리뿐 아니라 오카리나와 하모니카 연주 등 다양한 재능을 선보였다. 행사를 기획한 김영 관장은 “색색의 꽃들이 어우러지는 새봄에 사랑과 희망을 노래하는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날아가는 시간이 돌을 쪼아 먹는다 새싹 누러 간다/ 두 발 걸칠 때마다 어깨를 움츠려 준 내일의 가지가 반짝반짝// 죽은 자는 눈이고 산 자는 사람이라 오늘의 눈사람이 반짝였다”(시 ‘오늘의 눈사람이 반짝였다’ 중 일부.) 감성 시인의 온화한 마음으로 길러낸 풍경이 시 속에 수채화 같은 맑은 색감으로 풀어진다. 이영종 시인의 시집 <오늘의 눈사람이 반짝였다>(걷는사람)가 출간됐다. 평소 현실과 상상은 충돌해서 아름답다고 믿는 시인은 삶의 한 장면을 시 한 구절로 사려 깊게 담는 법을 안다. 이때 일상적인 순간에서 자그마한 눈부심을 포착하는 시인의 작업에서 그의 서정성은 더욱 더 빛을 내고 메마른 현대인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시인은 “눈 오는 날 숭어 맛은 첫손가락에 올려놓는데 눈이 좋아 펄펄 뛰다가 해감이 되기 때문”이라며 “시도 혼돈과 질서 사이를 폴짝폴짝 뛰다가 잃어버릴 것은 잃어버리고 코끝이 빨간 희망으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의 시 세계는 타자에 대한 호기심으로 시작해 대상의 마음을 상상해 보는 다정함으로 갈무리된다. 이에 대해 박동억 문학평론가는 “이 시집의 가장 근본적인 자세는 타자에 대한 환대를 예비하고 있다”며 “이 시집을 단 하나의 표정으로 바꿔 표현한다면 그것은 세상의 모든 존재를 환대하는 미소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시집의 끝자락에는 시인이 독자를 염두에 둔 시도 눈에 띈다. “연필 끝에 달을 달아/ 그대 생각 아껴 가며 지우고 쓰겠습니다// 답장을 보내도 괜찮습니다/ 연필 끝에 달을 달아/ ( ) 다”(시 ‘끌리기 좋은 간격’ 중 일부) 시인이 시 속에 괄호를 넣어 독자가 품은 감상을 마음 속에 답장으로 남기도록 새로운 실험을 감행한 것이다. 시인은 정읍 출신으로 지난 2012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후 현재까지 문단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전주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이종순 원장(62)이 최근 월간 종합문예지<문예사조> 신인상 부문에서 수필가로 등단했다. 당선작은 ‘가을 그 곁에 앉아’로 <문예사조> 3월호 (통권 387호)에 실렸다. 심사위원들은 그의 수필에 대해 “수필의 언어를 심경의 언어라 할 때 그의 수필은 진정성이 돋보인 참다운 심경의 언어라 할 수 있다”며 “그의 작품은 가식이 없고 절실하며, 효성스러운 마음이 아름답고 고매하다. 가르치거나 훈계하려 덤비거나 서둘지 않고 순수한 자신의 심경을 수필적 언어로 표현했다"고 평했다. 심사위원들은 또 "심경의 언어를 다스리고 관리해 내는 능력은 수필 작가로서 적격의 자질을 가졌다. 좋은 문학적 자질을 잘 살려 좋은 수필을 많이 쓰기 바라면서 등단을 축하한다"며 "등단이란 과정이 문학의 완성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이라는 초심을 깊이 새겨서 기대에 어긋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 작가는 현재 ‘전주 아이가 크는 숲 예솔’ 대표 및 원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우석대학교 아동복지학과 겸임교수와 호원대학교 유아교육학과 외래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이 작가는 “새로운 세계를 마주하기 위해 밤늦도록 글을 쓰고 있으면 보이지 않는 그리움에 매달리는 저 자신을 뒤돌아보곤 했다”며 “꽃처럼 피어나는 글을 쓰고 싶다는 욕심을 부려본다. 늘 부드러운 시선으로 격려해 주신 선생님께 따뜻한 글로 보답하겠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이제는 사라진 또는 미래에는 사라질 전주의 기억을 담은 사진집이 나왔다. 김지연 작가가 <전주의 봄날>(눈빛)을 발간했다. 사진집에는 김 작가가 지난 10여 년간 전주시 곳곳을 돌아다니며 찍은 교동, 풍남동, 노송동, 서학동, 효자동 등 정겨운 전주 시내가 담겨있다. 책 속에 실린 사진에는 허리를 숙여 텃밭을 가꾸는 노인, 은행나무 가로수 길을 홀로 가는 소녀,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 등 멀리 보이지만 클로즈업해 크게 다가온 사람은 없었다. 이러한 작품으로 눈요깃감으로 누군가의 상처를 건드려 덧나게 하고 싶지 않고, 누군가의 삶에 개입하는 일은 불필요하다는 작가의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또 사진집에서는 전주국제영화제의 상징이었던 ‘전주 돔’, 사라지고 있는 남부시장의 노포, 전주천의 버드나무 숲 등 이제는 볼 수 없는 전주의 기억을 작가의 기록으로 보존돼 있다. 김 작가는 “맛이나 소리나 정서는 사진으로 표현하기 어려워 오랫동안 전주에 대한 사진 작업을 실행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하지만 최근 전주가 가지고 있는 작은 골목과 사소한 일상을 찾아서 담아보기로 결심한 후 전주이기에 가질 수 있는 정서를 이해하고 있다”며 사진집 발간의 과정을 설명했다. 한편 김 작가는 광주광역시 출신으로 늦은 나이에 사진을 시작해, <정미소>, <나는 이발소에 간다>, <근대화상회>, <삼천원의 식사> 등 15권이 사진집과 <감자꽃> 등 3권의 사진산문집을 냈다.
해마다 외국의 유수 소설들을 번역 출간해 오고 있는 전북대학교 박재영 교수(사범대 영어교육과)가 이번에는 영국 작가 앤 래드클리프의 1790년 소설인 <시칠리아 로맨스>(소리내)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번역해 출간했다. 앤 래드클리프(1764∼1823)는 18세기 영국 문학을 대표하는 여성 작가로 그간 여섯편의 소설을 썼는데 아쉽게 국내에는 대부분 소개되지 않았다. 몇 해 전 <이탈리아인(The Italian)>만 번역, 출간됐다. 18세기 말에 출간된 영어 소설을 우리글로 옮기는 작업이 녹록치 않아서다. <시칠리아 로맨스>는 전형적인 고딕 소설이다. 한때는 웅장했던 성이 이제는 부서진 잔재만 남아 있는 장면이나 자연의 웅장함 속에 인간의 무력함, 혹은 작음을 보이는 정경, 그리고 음침한 지하 감옥과 치정 살인, 살인 등은 모두 고딕 소설의 특징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 줄리아는 버리자 백작과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루오보 공작이라는 방해꾼이 생긴다. 그는 사회적, 정치적으로 영향력이 있고, 줄리아의 아버지 마찌니 후작은 그것을 원한다. 후작은 아버지의 권위로 줄리아에게 루오보 공작과 결혼하라고 명령한다. 줄리아는 이 명령을 받아들여야 할까? 18세기 유럽 사회에서 아버지의 명령을 거부하는 것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가부장제 전통과 문화에 대한 도전일 것이다. 주인공 줄리아는 이런 전통과 문화에서 탈출을 시도한다. 그 과정에서 버리자는 생명이 위태로운 상처를 입고 이탈리아로 떠난다. 저자 앤 래드클리프는 1790년 이 소설을 시작으로 1791년에는 <숲속의 로맨스>를 익명으로 출판했다. 박 교수는 “래드클리프는 영어 문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미국이나 영국의 대학에서 그녀의 작품은 당연히 읽히고 담론되고 연구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태껏 국내에 그녀의 작품이 번역되지 않은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번역 출간을 통해서 국내 독자들이 영국 문학에 있어 선구자적 역할을 했던 래드클리프의 작품에 더욱 친숙해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미국 애리조나주립대학교에서 학부와 석·박사 통합과정을 공부하고 영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문학과 영화에 관한 30여 편의 논문을 썼고 초등 영어 교과서와 고등 영어 교과서 집필에 참여했다. 마빈 피셔 도서상, 윌프레드 페렐 기금상, 전북대 평생지도교수상, 온라인 베스트 티처상을 수상했다. 옮긴 책으로는 샬럿 대커의 <조플로야>, 제시 포셋의 <플럼번>, 엘런 글래스고의 <끌림 1, 2>, 윌키 콜린스의 <이세벨의 딸>, 앤 피트리의 <116번가> 등이 있다.
문신 작가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문학 생산이 재생산으로 원활하게 연계되지 못하는 현상에 질문을 던진다. 전북일보 신춘문예 출신인 문 작가는 최근 평론집 <자기의 타인들>(신아출판사) 를 발간했다. 평론집은 ‘1부 사람의 문학을 위하여’, ‘2부 내어 가득한 세계’, ‘3부 후천성 기억의 윤리’, ‘4부 외로움의 기원’ 등 총 4부로 이뤄져 있다. 문 작가는 “문학 생태의 위기 담론은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라며 “문학 재생산의 주체가 독자라는 사실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재생산 주체인 독자는 줄어드는 데 21세기 들어 생산 주체가 꾸준히 증가하는 현상은 이례적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문학적 글쓰기에 관심이 높아지고 자기 책을 출판하는 일이 유행하면서 이미지 시대에 문자 매체가 주목받는 일도 새삼스럽다”면서 “인문학적 사유와 통찰이 중요함이 대두되는 현재, 정작 문학·사학·철학의 학문적 위상은 거꾸로 가고 있다”며 문학 창작이 감상으로 원활하게 연계되지 못하는 현시대를 꼬집었다. 한편 문신 작가는 2004년 전북일보와 세계일보 시춘문예(시)에 등단해, 201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동시), 201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문학비평론)로 등단하기도 했다. 그의 작품으로는 <죄를 짓고 싶은 저녁>, 동시집<바람이 눈을 빛내고 있어>, 장편 동화<롱브릿지 숲의 비밀>, 연구서<현대시의 창작 방법과 교육>등을 냈으며, 현재 우석대학교 문예창작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최성 전 고양시장의 신간 <특별한 1%의 행복한 부자노트>(K-크리에이터)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특별한 1%의 행복한 부자들의 시크릿 노트를 종합한 것이다. 5000년의 역사 속에서 대중들에게 쉽게 공개되지 않았거나 주목받지 못한 주옥같은 성공 노트의 핵심을 모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반드시 기억하고 실천해야 할 성공의 비밀열쇠를 찾아 이를 종합적으로 정리한 것이다. 저자는 국회의원 등을 역임한 후 김대중 대통령 탄생 100주년(2024년 1월 6일)을 맞아 다양한 기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필 종합문예지가 <지필문학> 통권 제64호 봄호(신아출판사)를 발간했다. 이번 문학지에는 한국문인협회 김호운 이사장의 축사와 작품, 한국문인협회 문효치 명예회장의 권두시, 한국문인협회 윤영훈 부이사장의 작품을 비롯해 하병우, 유시호, 김종상, 정순량, 채정룡, 김철모, 김용주 시인 등 회원 40명의 다양한 장르의 문학작품이 수록됐다. 특히, 이번 문학지에는 제94기 신인문학상 수상자 군장대 구근완 교수, 군산예총 사무국장 문필황, 박은숙 시인을 포함해 9명이 신인으로 등단한 작품이 실렸다. 신성호 발행인은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장르로 활동하시는 문인들을 초대하고 지필문학 회원들의 창작문학 활성화와 더불어 신인발굴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도서관 주간이 뭔가요? 도서관을 안간지가 언제인지 기억조차 가물가물해요.” 올해로 59주년이 된 ‘도서관의 날’(4월 12일)을 맞아 지난 12일부터 18일까지 7일간 전국 단위로 도서관 주간 행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됐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지난해 12월 도서관법 개정으로 올해 ‘도서관의 날’이 첫 법정기념일로 지정된 것을 기념하고자 도서관 주간 행사를 마련한 것이다. 전북에서도 책의 도시를 표방하는 전주시 등 지역 내 14개 시·군의 공공 도서관별로 부대 행사 및 이벤트 등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전주의 경우 전주시립도서관 10개 분관별로 연체자 해방의 날, 작가초청 강연, 체험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기도 했다. 문제는 지역 도서관별로 도서관 주간 행사를 운영하다보니 중구난방 식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홍보도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도서관에 대한 지역민의 관심을 끌어올리기엔 역부족한 실정이다. 실제로 도서관 주간 행사 기간 중에 방문한 전주지역의 공공도서관들은 여느 때와 별반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문체부는 올해 ‘도서관의 날’이 첫 법정기념일이 된 것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제1회 기념식을 성대하게 개최했다. 충남도의 경우 충남의 대표 도서관인 충남도서관을 중심으로 올해 첫 법정 기념일이 된 ‘도서관의 날’을 맞아 제1회 기념행사를 대대적으로 개최하고 주간 행사도 오는 30일까지 진행한다. 하지만 지역에서는 대표 도서관이 부재한 상황에서 특별한 기념행사도 없다보니 7일간 이어진 도서관 주관도 결국 흐지부지 막을 내렸다. 그러다보니 지자체 차원에서 지역민과 함께하는 도서관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정책적인 지원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지역 내 문학인들은 향후 도서관에 대한 지역민의 관심을 높일 수 있도록 전시나 공연, 참여 이벤트를 더욱 확대하고 서점, 출판사 등과 협업해 도서관의 가치와 필요성을 지역사회에 적극 알리려는 분위기 조성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조석중 전주시독서동아리연합회장은 “최근 개방형 도서관이 늘어나면서 공간은 넓은데 정작 지역민이 도서관을 찾아서 독서 토론을 할 만한 문화는 활성화되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며 “전주지역만 하더라도 300개의 독서 동아리가 있는데 도서관에서 자유롭게 소통하고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호 기자
(사)한국아동문학인협회가 주최하고 소년한국일보가 후원하는 제2회 전국어린이 독후감 쓰기대회가 열린다. 6월 20일 오전 9시부터 7월 31일 오후 5시까지 작품을 모집하며 입상자는 9월 4일 오후 1시 한국아동문학인협회 홈페이지 및 카페 등에 공지할 예정이다. 저학년(1~3학년)과 고학년(4~6학년)별 초등학생(대안학교 포함) 누구나 지원 가능하며 지정도서 목록에 수록된 동화, 동시집, 그림책 중 1권을 선택해 독후감을 쓰면 된다. 박상재 한국아동문학인협회 이사장은 “어린이들이 대회기간 동안 좋은 책을 많이 읽어 마음을 살찌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접수방법은 (사)한국아동문학인협회 카페(http//cafe.daum.net/kaocw) 및 홈페이지((http//kacl.net) 등에 공지하고 있다. 김영호 기자
융숭한 삶에서 얻은 아름다운 지혜가 보석처럼 빛나는 글이 모였다. 이향아 호남대학교 명예교수가 에세이집 <오늘이 꿈꾸던 그날인가>(스타북스 출판사)를 펴냈다. 이번 책에는 98편의 짧은 소설 같은 에세이들을 한데 모아놨다. 이왕 100편을 채웠으면 좋지 않았을까. “완벽한 것보다는 조금 모자란 것이 아름다워요.” 올해로 문단 생활한 지 햇수로 60년이 넘은 그의 솔직한 생각이다. 저자의 문장에서는 욕심을 버리고 군더더기 없이 진솔하고 따뜻한 사람의 냄새가 물씬 풍겨난다. 이뿐만 아니라 그만의 정확하고 섬세한 어휘로 비단을 짜듯 아름다운 문장을 직조한다. 그러한 농익은 문장력은 한편의 에세이가 짧은 소설의 장면처럼 재미와 감동을 독자에게 선사한다. “금년에는 수선화 꽃피는 건 포기해야 할 것이라고, 살아 있는 푸른 잎만 보여주는 것도 고맙다고 생각했는데, 꽃까지 보여주다니 생명이란 얼마나 위대하고 엄숙한 것인지, 그리고 경이롭고도 아름다운 것인지. 아, 꽃을 피워낸 수선화 마른 뿌리. 날마다 아침에 눈을 떴다 하면 수선화 안부부터 묻는다.”(본문 ‘꽃피는 것 기특해라’ 일부) 저자는 책의 머리말을 통해 “인생은 하루하루의 평범한 생활”이라고 관조한다. 인생이란 선물을 거창하게 특별히 포장해서 장롱 속에 보관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일 게다. “일하는 손바닥 안에, 바삐 뛰는 신발 속에 있는 인생, 그것은 땀과 피와 눈물로 절어 있습니다. 에세이는 그런 삶의 기록입니다. 길게 늘여 쓰지 않았습니다. 문득문득 부딪히는 일들과 생각들입니다. 혹은 노래하듯이 담담하게, 혹은 절규하듯이 다급하게, 혹은 흐느끼듯이 절절하게.” 그렇게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겠다는 저자는 아름다운 백조가 하늘을 날아오르는 모습을 꿈꾸며 그날이 바로 오늘임을 아로 새긴다. 저자는 1963년부터 1966년까지 현대문학 3회 추천을 받아 문단에 올랐으며 경희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시집으로 <캔버스에 세우는 나라> 등 24권이 있으며 에세이집 <쓸쓸함을 위하여> 등 16권, 문학이론서 및 평론집 <시의 이론과 실제> 등 7권을 펴냈다. 아울러 영역시집 <In A Seed>와 한영대조시집 <By The Riverside At Eventide>가 있다. 주요 수상 경력은 시문학상, 한국문학상, 윤동주문학상, 창조문예상, 아시아기독교문학상, 신석정문학상 등을 받았으며 현재 한국문인협회와 한국여성문학인회 자문위원,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고문, 문학의집·서울 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우리가 모르는 전통문화를 아는 것이 힘이다. 김용호 정읍시립국악단장이 자신의 이름을 내건 칼럼집 <전통문화 바라보기>(좋은땅)를 최근 출간했다. 그는 전북일보에서 ‘전통문화 바라보기’ 칼럼을 연재 중이다. 김 단장은 한국 문화의 전파가 한때의 현상이 아닌 지속적인 흐름이 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지역의 전통문화 소재를 발굴하고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신념의 소유자다. 그도 그럴 것이 현대에 이르러 전통문화를 지키려는 노력은 이전보다 덜하면 덜했지 더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내 음악 교육과정 개편에서는 국악이 제외돼 국악인들이 크게 우려하며 반발한 사례도 있었다. 반면 나라 밖으로 눈을 돌리면 미국 토크쇼에서 진행자와 영어로 이야기를 나누는 아이돌 가수나, 해외 유명 영화제에서 수상했다는 소식은 이제 그리 놀라운 일만은 아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성장한 OTT 시장에서 〈킹덤〉, 〈오징어게임〉, 〈더 글로리〉와 같은 한국 콘텐츠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김 단장은 이와 같은 K-문화의 중심에는 전통문화가 있다고 강조한다. 〈킹덤〉을 본 해외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모은 다양한 모양의 갓, 〈오징어게임〉에 나오는 놀이, 한국관광공사 홍보영상의 ‘범 내려온다’ 등 전통적인 요소들이 세계적 관심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김 단장은 아쟁을 전공하며 최초로 박사 학위를 받은 전통음악 연주가다. 국립부산국악원 악장을 역임한 그는 현재 정읍에서 국악단을 이끌며 지역민조차 모르고 넘어갈 수 있는 다양한 전통문화의 소중함을 알리기 위해 이번 책을 기획했다. 그러한 기획 의도는 적중해 인터넷 서점가에서 쟁쟁한 도서들과 판매 순위권 안에서 겨루고 있다. 이 책에선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문화공정, ‘애국가’를 둘러싼 시비 등 정치적으로 비화됐던 사안뿐 아니라 전통음악의 본산(本山)인 국립국악원, 전통문화를 창의적으로 계승하고 있는 젊은 국악인들의 모습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다. 김 단장은 “이번 책에서 가장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는 주제는 우리가 잘 모르는 지역의 전통문화”라고 설명했다. 저자 자신이 이수자인 국가무형문화재 남해안 별신굿을 비롯한 지역별 굿,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임실 필봉농악, 전주대사습놀이 등 지역의 다양한 전통문화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김광두 (사)국가미래연구원장, 김장실 한국관광공사 사장, 전완식 한성대 ICT디자인학부 교수, 송우용 삼성엔지니어링 상무이사, 배기범 서머셋팰리스 서울 총지배인 등 각계각층 다양한 인사의 추천 글도 눈에 띈다. 김 단장은 “국민이 영위하는 삶의 원천은 문화의 정체성에 있다”며 “국민의 삶이 모여 국가를 이루고 국가는 그러한 문화의 힘으로 존재가치를 높여간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이번 칼럼집이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지역 전통문화의 소중함을 돌아보게 하는 글이 됐으면 좋겠다”며 “국가의 중요한 미래이자 소중한 가치인 전통문화를 기억하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문학작품을 감상하는데 작품 내적인 논리로 접근하는 경우가 있다. 반면 재현된 세계에 초점을 둔 모방론이나 작가의 사상‧감정에 작용하는 상상력의 산물로 정의하는 표현론적 관점이 작품 분석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 경험적 자아와 시적 자아를 일치시키는 표현론적 관점은 ‘의식의 지향성’이라는 개념으로 시를 ‘의도’의 산물로 본다. 김유섭 시인은 자신의 비평집 『한국 현대시 해석』에서 ‘시인의 시대 인식과 세계관의 흐름’이라는 부제를 통해 모방론과 표현론을 비평 근거로 삼았다. 물론 “현대시 100년의 오독에서 해방되기를 바라”는 열망에서 작품의 복잡성과 구체성, 심미적 측면을 간과하지 않는다. 선생은 용감하고 단단하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백석에서부터 김소월‧한용운‧이상‧김수영에 대한 위험한(새로운) 시각이 저항에 부딪힐 게 뻔한데도 강력한 논조로 물러서지 않는다. 필자 또한 시에 ‘논리적 분석을 가하는 것’과 ‘이데올로기적 의식표방’에 대해 부정적이다. 거꾸로 미학적으로 잘 구조화된 시, 서정성과 조화를 이룬 작품에서 ‘시대정신을 읽어내’는 각고의 노력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 최근 3‧1절 기념사나 ‘일본 강제 동원 배상안’에서 극우 인사들의 망언이 잇따르고 일본 정부에 굴종‧굴신으로 치욕스러운 작금 김유섭의 시각은 문학 범위를 넘어 귀하다. 김소월의 「진달래꽃」은 친일파를 조롱 경고하는 시며 한용운의 「님의 침묵」에서 임은 고종이며 백석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는 일본 식민지배를 한탄, 민족애를 나타내는 시며 이상의 「오감도」는 항일 1인 전쟁의 시로서 저항과 투쟁의 세계관이라고 본다. 또 김수영의 「풀」에서 ‘바람’은 3선 개헌이고 ‘풀’은 민주주의다. 지면상 낱낱의 논거를 인용할 수 없지만 이들 공통점은 비판적 태도의 맥락에서 당대 정치 현실에 대한 투쟁정신의 의지표명인 것이다. 시의 존재 양식은 자의식의 결정체다. 주체 중심의 상징체계는 ‘외부’와 만나는 욕망을 발하는 순간 전복되고 재창조된다. 즉 예민한 자의식에서 출발, 시대 의식과 상황맥락 앞에서 문학의 복수성複數性을 실현하는 것이다. 김유섭 시인은 작품 속에서 불길한 이미지와 좌표를 잃은 식민지 징후들을 선지자처럼 읽어낸다. 텍스트에 대한 ‘내면화’ ‘개인화’가 기존 해석이었다면 선생의 백석에 대한 해석은 일제 폭압에 굴복하지 않고 패배한 자의 소극적 저항인 ‘도피’를 선택했다고 본다. 또 김소월 최고의 ‘이별미학’으로 평가받은 <진달래꽃>은 “간다는 대상을 호명조차 하지 않”고 있으며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을 드러내는 명확한 진술이 없다”는 점을 근거로 ‘남녀이별의 정한’이라는 기존 인식을 부인한다. “유교적 국가관의 강렬하고도 애끓는 민족애로 현실을 거부하”려는 해석이다. 즉 인식론적 사회사적 의미망 구축 과정을 섬세하게 밝히고 있다. 인유引喩 없이 오롯이 자신만의 연구로 이루어낸 쾌거가 경이로운 한편 필자는 의구심을 품기도 한다. 이들의 시적 출발이 포괄적이고 심미적인 가치를 등한시하진 않았을 터 아름다움을 지향하고 감동의 떨림을 추구하는 수용자 입장에서는 김유섭 시인의 주장 또한 한정적이라 평가할 수도 있겠다. 다른 측면에서 이 비평집은 김유섭 시인의 ‘역사를 직시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가혹한 현실에 대한 투쟁의식, 남북분단 기형, 서구열강 침입과 일제에 의한 경제‧문화적 식민지화, 한국 정통성 상실과 같은 역사 현실의 연장선상에서 역사적 특수성을 지우고 세워진 시의 집을 용납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김유섭 시인은 일갈한다. “이 상이나 김수영의 작품이 ‘난해시’가 아니라 해석할 능력이 없는 것은 아닌지 그것을 성찰하는 것이 한국 현대시가 미래로 가는 첫걸음”이라고. 문학의 이념성을 거부하는 순수시 측면에서 김유섭 시인의 새로운 해석은 차별과 대립이 아닌 새롭고 풍요로운 텍스트라고 봐야 할 것이다. 상황적 현실에 따른 개인의 고통을 보편정서로 확대, 현실극복 의지로 통합하려는 저자의 노고에 대해 지금은 치하할 때다. 기명숙 시인은 전남 목포 출신이며, 2006년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시집으로는 <몸 밖의 안부를 묻다>가 있다. 현재 강의와 집필에 몰두하고 있다.
“전북이 낳은 최고의 국학자인 가람 이병기 선생의 전집이 하루빨리 완간돼 그의 업적이 하루빨리 세상에 드러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최근 <가람 이병기 전집> 중 11~15권이 완간돼 주목을 받고 있다. 12일 전북대학교에 따르면 개교 70주년 기념사업으로 지난 2014년 가람 이병기 전집 간행위원회가 출범하면서부터 완간 작업이 시작됐다. 간행위원장 전북대 김익두 교수는 “전북대 국어국문학과와 해당 학계 교수, 시간강사 및 석박사과정생 50여 명이 동원돼 2017년까지 전집에 들어갈 자료들의 1차 입력을 마쳤다”며 “이후 전집 간행이 시작돼 2021년까지 전집 중 1~10권이 전북대학교 출판문화원에서 간행됐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완간된 5권에는 가람 선생이 남긴 국문학 저서와 논문, 평론 등의 학술적 저서들이 담겨 있다. 전북대, 전북도·전주시·익산시가 간행경비를 충당했던 지난 1~10권과 달리 이번에 출간된 11~15권은 김승수 전 전주시장이 시의회와 협의를 거쳐 간행비를 마련했다. 하지만 처음 예상됐던 분량에 비해 이번 간행사업의 내용이 배에 해당하는 분량으로 늘어나면서 비용 문제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전주시의 간행비 지원으로 가람의 저서·논문·비평에 해당하는 5권이 나왔다. 또 다른 문제는 현재 전집 뒷부분의 15권(논문 및 비평·국어학·고전문학 교주·교육학·역사학·서지학·서간·사진 자료·기타 등의 분야)이 간행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전북대학교를 중심으로 전북도·익산시가 협의 중이다. 김 교수는 “양과 질 모든 면에서 우리나라 근현대 국학자 중 단연 최고봉은 가람 이병기 선생이다”며 “그동안 어려움도 많았지만, 전북대를 중심으로 전북도·전주시·익산시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이제 절반의 고비를 넘기게 돼, 큰 보람과 기쁨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변산마실길 시인학교(지도 시인 김기찬)는 종합문예지 <표현> 봄호 신인상으로 곽미르 씨와 김순숙 씨가 등단했다고 12일 밝혔다. 곽 시인은 신작 시 '나는 상처다' 등 4편을 응모해 당선의 영예를 안았다. 심사진은 그의 시에 대해 “시의 발상법이 철학적 화법이다. 역설법으로 상징해 내는 시의 구성은 시의 결기를 탄탄하게 한다”며 “무위자연(無爲自然)의 어법을 끌어들이는 관조의 시선이 날카롭다. 결국 시의 성과를 알차게 거둬서 성공한 시들이다”고 평했다. 곽 시인은 전북 남원 출생으로 전주 양현초등학교 행정실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곽 시인은 “시를 쓰면서 순간의 감정을 온몸으로 걸러내 표현하고자 했다”며 “앞으로 나를 뛰어넘어 넓은 세상으로 뚜벅뚜벅 진중하게 걸어 나가고 싶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신작시 ‘홀몸 노인’ 등 4편을 응모해 당선의 영예를 안은 김 시인에 대해서는 심사진은 “서정시의 전형을 보는 듯하다”면서 “회화적 요소가 극대화돼 있으며 시행마다 은유가 팽팽해 시를 감동으로 맞이하게 한다”고 심사평을 남겼다. 늦깎이로 문단에 데뷔한 김 시인은 충남 천안 출생으로 3년째 변산마실길 시인학교에서 시 공부를 해 왔다. 격포에서 서해 피싱샵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시를 써오면서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글로 표현해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면서 “약간은 두렵고 설레는 마음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 진정성을 놓지 않고 끝까지 쓰는 시인이 되겠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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