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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도시 한복판서 만나본 부안 위도 이야기

멋과 흥의 고장이라 불리기도 하는 전북특별자치도는 그 이름에 걸맞게 보유하고 있는 무형유산 역시 넘쳐난다. 전통 공연·예술·음악, 전통기술, 공예, 의례·의식, 민간신앙의례 등 그 종류도 다채롭다. 그중 전북자치도 서해안에 위치한 어느 한 마을의 풍어제를 주제로 한 공연이 열렸다.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이하 도립국악원) 무용단은 지난 23일 오후 7시 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고섬섬-띠뱃놀이, 소망과 바람을 보듬다’를 공연했다. 지난 22일부터 전북대학교에서 사흘간 열리는 한인비즈니스대회의 성공개최를 기원하며, 전북자치도만의 특별한 문화예술을 알리기 위해 추진된 공연이다. 지난해 도립국악원 무용단 정기공연으로 무대에 오르기도 한 이번 작품은 일곱 개의 섬이 떠 있는 칠산바다, 유네스코에 등재된 대월습곡 등 훌륭한 절경으로 유명한 부안군 위도면을 소재로 제작된 것이다. 특히 작품은 지난해 보훈무용협회 올해의 작품상으로 선정되기도 해, 이번 재공연 소식에 많은 이의 관심이 모이기도 했다. 1장 ‘시(視)_바다를 그리다’로 칠산바다와 고슴도치를 닮은 고섬섬, 대월습곡을 표현하며 웅장하게 시작된 공연은 총 6개의 장면으로 구성돼, 서해안 부안 위도의 경관과 역사, 문화예술과 더불어 아름다운 절경 속 치열하게 삶을 이어가는 어부들의 삶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그리며 전개됐다. 이날 공연은 도립국악원 3단(무용단·창극단·관현악단)이 만들어낸 조화로운 합과 더불어 위도가 품고 있는 바다 이야기를 상기시키기 위한 무대 디자인도 눈길을 끌었다. 실제 공연에는 작품의 시작이자 끝인 ‘부안 위도군’을 표현하기 위해 섬을 형상화한 또 다른 무대를 세워 섬과 바다의 경계를 나눴으며. 영상 이미지를 활용해 바다와 하늘 등을 표현했다. 이처럼 지역의 스토리로 만들어진 작품으로 세계인에게 우리 고장의 멋과 흥을 선보였다는 호평도 있었지만, 단원들의 의상과 관련한 역사적 고증이 아쉽다는 질타도 뒤따랐다. 또 위도 띠뱃놀이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 이를 처음 접하는 관객의 이해가 어려워 보였다는 평도 들어볼 수 있었다. 하지만 예술단의 기록을 이어 지난해 공연된 작품을 재공연하며, 도립국악원 무용단 레파토리 확립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평소 도립국악원은 새로운 창작공연을 선보이기에 급급해 우수작으로 인정받은 공연 역시 정기공연 시점을 놓치면 다시금 만나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날 공연을 계기로 더욱 다양한 관람객의 평가를 반영한 수정·보완을 통해 도립국악원 무용단의 대표작으로도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이혜경 전북도립국악원 무용단 예술감독은 “지난해 정기 공연 때보다 연습량이 적어 공연 시작 직전까지 걱정을 많이 했었다”며 “문화예술은 공연은 기호에 따라 그 만족도도 달라진다 생각한다. 하지만 이번 공연에 대한 호평과 혹평을 가리지 않고 수용해 더욱 좋은 무대를 만들기 위한 자양분으로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 전시·공연
  • 전현아
  • 2024.10.24 17:11

신심에 관한 이미지 기록…김주희 사진전 '기도의 땅'

프랑스 사회학자 르페르는 “인간이 만드는 모든 것은 정치적이고 이데올로기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간이야말로 정치, 이데올로기와 동떨어진 사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모든 공간은 시대의 미학적 특징과 이데올로기를 반영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서학동사진미술관(전주 서학로 16-17)에서 열리는 김주희 사진전 ‘기도의 땅’은 공간과 사물에 대한 기록이며 동시에 신심(信心)에 관한 이미지다. 10년 남짓한 작가의 사진 여정에는 티끌처럼 사소한 것들이 하나씩 모여 548일 뒤 하나의 성전(聖殿)이 되어가는 ‘권상영 성당’ 탄생의 시간들이 쌓여있다. 전시 소재로 ‘공소(公所)’를 택한 작가는 허물어져 가는 공간의 변화와 성당으로서의 탄생 과정을 기록하기로 다짐한다. 공소는 성당보다 작은 교회의 단위로서 신부가 상주하지 않는 장소를 일컫는다. 그가 공소를 기록하게 된 계기는 한국 가톨릭 순교자들의 유해를 모셨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는 판단에서다. 수많은 각목과 벽돌, 쇠파이프와 인부들의 모습을 흑백으로 처리해 빛과 그림자의 대비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특히 시각적 자극을 청각적 상상력으로 전환하고 공감각적 경험을 제공해 확대된 미적 세계를 선보인다. 김 작가는 작가노트에서 “땅으로부터 시작이며 548일 기록을 담고 있다”며 “빈 땅의 잡초처럼 불안과 의심으로 누군가 나의 빈 땅을 채워주길 기도하며 카메라로 기록했다”고 밝혔다. 김주희 사진전 ‘기도의 땅’은 10월 29일부터 11월 10일까지 서학동사진미술관에서 열린다. 월요일 휴관.

  • 전시·공연
  • 박은
  • 2024.10.24 15:40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최기우 작가-이정환, ‘이정환 문학전집’

뜻한 대로 되는 일은 드물고, 일을 그르치는 때는 숱하다. 그러나 실패는 얼룩진 삶의 실제 무늬를 발견하는 과정이다. 오늘의 명백한 실패와 좌절이 새로운 시도와 내일의 성공에 결정적인 공헌을 할 수도 있다. 전주 출신 소설가 이정환(1930∼1984)의 삶과 문학이 그렇다. 1976년 단편집 『까치방』으로 작가의 입지를 굳히고, 1978년 『창작과 비평』에 장편소설 「샛강」을 연재하며 인기 작가가 된 이정환은 이문구(1941∼2003)에 의해 실명(實名) 소설이 쓰일 정도로 문단 안팎의 큰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당뇨로 인한 실명과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고 독자들에게 잊혔다. 그러나 작가정신이 무엇인가를 묻는 말에 그의 굴곡진 삶과 문학은 통째로 답을 들려준다. 이정환은 평생 책더미에서 살며 책 읽기와 소설 습작에 몰두했다. 부친이 전주에서 서점을 했고, 자신도 1959년 전주남부시장에 <덕원서점>을 열어 9년 동안 운영하다 전동으로 옮겨 1년 동안 <르네상스서점>을 했다. 1970년 서울로 옮긴 그는 『신동아』 논픽션 공모 당선 상금으로 가판서점을 냈고, 4년 뒤 <대영서점>을 열었다. 워낙 책 읽기를 좋아해 군대에서도 호주머니 빽빽하게 책을 넣고 다녔는데, 한국전쟁 당시 어느 전투에서 따발총 총알이 책이 든 호주머니를 맞혀 목숨을 구한 일이 있기도 했다. 그러나 사실 그의 삶은 순탄치 못했다. 그의 20대는 1년의 군 생활과 7년의 수감생활로 가탈이 많았다. 전주농업학교 재학 중에 터진 한국전쟁은 그의 삶을 송두리째 앗아갔다. 학도병으로 참가해 포로가 되었으나 탈출했고, 육군에 입대했다가 휴가 중 모친의 숙환으로 귀대날짜를 넘겨 탈영병이 되었다. 사형을 선고받았지만, 몇 차례 감형으로 7년 만에 석방됐다. 이정환은 1970년 『월간문학』에 단편소설 「안인진 탈출」이 당선돼 문단에 나온 뒤 도시 빈민과 수감자들의 삶을 사회 구조적 시각으로 고발하는 7편의 장편과 67편의 단편을 쓰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친다. 그러나 10년 넘게 고생하던 병마는 1980년 그의 눈을 뺏고 만다. 그래도 창작 열정은 여전해 자를 대고 써내는 원고를 아내가 해독했고, 손가락이 부어 볼펜을 제대로 쥘 수 없을 때는 아내와 딸이 그의 구술을 받아 적었다. 가난도, 병마도 막을 수 없는 글쓰기. 소설은 곧 그의 인생이기 때문이다. 이정환은 수인 생활과 빈곤으로 굴곡 많은 삶을 살았지만, 이때의 삶이 훗날 소설가로 성공할 수 있었던 직접적인 바탕이 되었다. 자신이 겪은 사형수와 무기수라는 극한의 상황과 자신에게 가해진 폭력과 상처를 소설로 치유한 것이다. 오랫동안 잊혔던 그의 작품도 여러 사람의 힘으로 세상에 다시 나왔다. 열권으로 묶인 『이정환 문학전집』(국학자료원·2020)이다. 전집에는 전북일보에 연재한 「부부」를 비롯한 소설들과 미발표 유작들, 전집 준비 과정에서 발견된 유고 시(詩), 육필 원고 등 그의 모든 자료를 담았다. 책을 펼치면 곡절을 알고, 책을 덮으면 곡절이 풀린다. 최기우 극작가는 2000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소설)로 등단했다. 희곡집 <상봉>, <춘향꽃이 피었습니다>, <은행나무꽃>, <달릉개>, <이름을 부르는 시간>, 어린이희곡 <뽕뽕뽕 방귀쟁이 뽕 함마니>, <노잣돈 갚기 프로젝트>, <쿵푸 아니고 똥푸> 등을 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4.10.23 18:42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송하선 시인의 답은

한국 서정시의 맥을 이어온 송하선 시인이 <여든 무렵의 고독>(푸른사상)을 출간했다. 이번 시집은 송 시인이 그동안 써온 700여 편의 작품 중, 인간의 심연에 가로 놓인 고독을 노래한 61편의 시가 실렸다. 때문에 시집에서는 ‘평소 따뜻하고 긍정적인 시선으로 사물을 이해하고 노래한다’라는 평가받던 시인을 만나보기 어렵다. 대신 서늘한 가을 날씨 같은 공허하고 쓸쓸한 시어를 사용한 작품을 통해 노년의 절망과 퇴락에서 오는 ‘고독’을 가득히 담아냈다. “저승 같은 검은 구름이/ 황홀한 고독을 말해주네요./ 여든 무렵의 고개를 넘으니/ 친구들도 그 구름 속으로 많이들 갔고,/ 친척들도 그 구름 속 마을로/ 멀리멀리 떠나갔지만,/ 구만리 머나먼 그곳을/ 혼자서 저벅저벅/ 어이 갈지 두렵고 두렵네요./ 그 마을은/ 아내와도 함께 가지 못하는 마을,/ 어떻게 이별해야 할지도/ 두렵고도 두려운,/ 여든 무렵의 고독,”(시 ‘여든 무렵의 고독’ 전문) “바람 부는 언덕에/ 나무들이 한 천 년 기다리며 사는 듯한/ 몸짓을 하고 있는 것은/ 이ᄄᆞ금 한 번씩/ 예쁜 새 떼들이 날아와 조잘대기 때문이다./ 바람 부는 마을에/ 노인들이 한 백 년 기다리며 사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는 것도/ 이따금 한 번씩/ 옛날의 소녀들 날아와 조잘대기 때문이다.”(시 ‘노인과 나무’ 전문’) 이처럼 한 작품 한 작품 시인이 직접 선정해 엮어낸 시집 속에는 지나버린 생을 돌아보고 깊고 그윽한 명상과 관조에서 나오는 애수가 느껴진다. 진정구 전북대 명예교수는 해설을 통해 “죽음과 대면이 ‘나이와 직접 관계’돼 있는 것은 아니지만, 생의 종점을 서성거리는 여든 무렵이 되면 그것은 일상사에 자주 숙고의 대상이 된다”며 “석양에 지는 해를 보며 젊음의 뒤안길을 반추할 때마다 지상과의 아쉬운 작별을 고해야 하는 마지막 시간을 생각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모든 노년 세대에게 부여된 과제인 ‘죽음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시인의 시집 속에서 찾아낸다”고 덧붙였다. 1938년 김제에서 태어난 전북대 및 고려대 교육 대학원 등을 졸업한 송 시인은 중국문화대학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그는 1971년 <현대문학>에 작품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1980년에는 우석대 교수로 부임해 도서관장, 인문사회대학장 등을 역임했고, 현재 우석대 명예교수다. 그의 저서로는 시집 <자신 長江처럼>, <겨울풀>, <몽유록>, <유리벽> 등이 있으며, 전북문학상, 전북 대상, 풍남문학상 등을 받았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4.10.23 17:37

[흔들리는 서노송예술촌] ②서노송예술촌 이대로 괜찮은가?

전주 서노송동 선미촌 재생사업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수십억 원의 혈세를 투입해 문화‧예술‧인권의 공간으로 변화했지만, 운영의 안정성과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새로운 시도는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전주시는 지난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선미촌에 서노송예술촌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국비와 시비 약 83억 원을 투입해 성매매 업소로 이용하던 건물과 빈 건물 6채를 사들였다. 매입한 건물은 △새활용센터 △예술책방 △미술관 등 거점시설들로 바뀌었다. 선미촌의 이 같은 변화는 전국적으로 주목받았다. 민관 파트너십과 성매매 집결지의 점진적 변화는 도시재생 우수사례로 꼽히며 전국적인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그러나 도시재생 사업이 안고 있는 태생적‧구조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면서 균열이 생겨났다. 성공적인 도시재생 사업지라는 평가 뒤에는 기획부동산의 잠식과 젠트리피케이션(임대료 상승으로 임차인이 내몰리는 현상)이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전주시는 당시 폐업한 업소 5곳을 평당 500~600만 원을 주고 매입했었다. 그러나 이후 부동산 가격은 평당 2~3배 이상 오른 것으로 추정된다. 성매매 집결지였던 땅이 순식간에 로또가 된 셈이다. 시청 건너편에 자리한 선미촌은 전주 구도심 노른자 땅으로 입소문 나면서 재개발 대상지로 떠올랐고 선미촌 내 빈 점포는 외지인들에게 빠르게 팔려나갔다. 문제는 전주시가 시비를 들여 매입한 부지가 몇 군데 없다 보니 예술촌으로의 변화가 쉽사리 이뤄지지 못했다. 시에서는 당초 계획보다 용지 매입이 많이 이뤄졌다는 입장이지만, 실제 거점시설이 조성된 곳은 5~6곳이 전부다. 이후 민간에 예술촌 활성화를 맡겨버리면서 예술촌의 기능이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예술촌 활성화는 더디게 흘러갔고 인구 유입 및 도시 활력을 기대했던 원주민들은 이도 저도 아닌 예술촌 사업에 지쳐갔다. 선미촌 일대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시에서 예술촌을 만든다고 했을 때, 청년들이 많이 유입되면서 동네에도 큰 변화가 생길 줄 알았다. 하지만 예상보다 사업이 더디게 진행됐고, 현재는 예술촌에 지원되는 예산이 없다 보니 청년들도 모두 떠났다”며 “빈집이나 빈 건물이 방치되다 보니 저녁에 동네를 돌아다니는 게 무섭다. 재개발하는 게 낫다”고 토로했다. 현재 예술촌의 평균 임대료는 월 80~120만 원 수준을 웃도는 것으로 파악된다. 선미촌에서 주판알을 튕기는 건물‧토지주가 늘어나면서 예술촌의 청년‧예술인들은 높아진 월세의 늪에 허덕였고, 예술촌을 떠나는 이들이 늘어갔다. 더욱이 단체장이 교체된 2022년부터 예술촌에서 추진한 사업이 축소되고, 예산도 끊기면서 예술촌의 효능감도 완전히 사라진 상태다. 예술촌에서 활동 중인 한 청년은 “도시재생 사업이 탄력을 받으면서 한때 예술촌에서 창업을 시도하려는 청년들이 많았었다. 하지만 예술촌 땅값이 상승하면서 몇 년 새 리빙랩 사업과 같은 유인책이 없으면 들어올 수조차 없는 구조가 돼버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도시 재생 정책에 대한 검토와 성찰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한다. 도시재생 정책이 기존에 보존 위주에서 벗어나 필요에 따라 정비하고 개발하는 기조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정비와 재개발이라는 시대적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정인아 건축공간연구소 부연구위원은 “현재 예술촌에서 일어나는 문제는 비단 전주시만의 문제는 아니다”라면서 “민간에서 투자하고 개발하지 않는 이상 상업적‧문화적 기능을 확산시키는 과정은 더딜 수밖에 없고 행정에서는 개발을 통한 가시적 변화가 더 낫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개발하더라도 본래 예술촌이 조성된 취지가 퇴색되지 않도록 적절한 제한 등은 필요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실제로 전주시는 예술촌으로 기능전환이 이뤄졌던 2021년 일반상업지역인 선미촌 일대에 유흥주점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용도 제한 등의 내용이 담긴 지구단위계획을 준비했지만 끝내 불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예술촌을 지켜온 원주민과 여성인권 단체, 청년, 예술인 등 여러 주체와의 의견수렴 과정이 절실한 이유다. 정 위원은 “예술촌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을 고려할 때 재개발이나 재정비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그동안 공간을 지켜온 주체들이 혼란스럽지 않도록 행정에서 논의 테이블을 마련했어야 한다"고 밝혔다.

  • 문화일반
  • 박은
  • 2024.10.23 17:34

사계절 자연의 아름다움 동시로 활짝…한재숙 '마시멜로 맛집'

한재숙 아동문학가는 자신의 첫 번째 동시집 <마시멜로 맛집>(청개구리)을 통해 아이들에게 사계절 자연의 아름다움을 말해주고 싶었다.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이들이 경험해보지 못했을 자연의 자유로움과 안정감을 전달하고 싶다는 마음에서였다. 동시집에는 봄에서부터 여름과 가을을 거쳐 겨울에 이르는 사계절 자연의 아름다움을 수채화처럼 그려낸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다. 사계절의 시작을 알리는 ‘봄이 왔다고’‘봄맞이’에서는 봄의 정령이 기지개를 켜는 순간을 보여준다. 여름날이 담긴 ‘매미네 노래방’과 ‘학교운동장’에서는 뜨거운 활기를 표현했다. 이외에도 동심의 눈으로 바라본 가을‧겨울의 풍경을 소박하고 정감 있게 그려냈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함께 동시집에는 가족 간의 사랑도 녹여냈다. 가족 구성원 간의 갈등과 사랑, 반려견에 대한 일화 등도 읽을 수 있다. 이준관 아동문학가는 추천평을 통해 “사계절 자연의 아름다움이 수채화처럼 그려져 있다”고 밝혔으며 박예분 아동문학가는 “다정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눈을 반짝이게 만든다”고 추천했다. 저자는 동화구연가와 책놀이 강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그동안 <똥방귀도 좋대>(공저), <반달, 디카동시에 물들다>(공저)등을 냈다. 현재 전북동시문학회 회원이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4.10.23 16:27

선조들이 사랑한 가사 문학, 동화집으로 재탄생

다섯 편의 가사문학(歌辭文學)을 엮은 양정숙 가사 동화집 <인사 잘하면>(단비어린이)에는 리듬감 넘치는 운율과 정겨운 우리말이 담겨있다. 작가는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민족문학으로 사랑 받은 가사문학 특유의 ‘4음보 연속체’ 형식을 동화로 녹여냈다. “인사 받는 할머니 활짝 웃는 얼굴로/어떡하냐 어떡해/미안해서 어떡해/공손히 인사하는/손자 같은 아이 보며/미안해하네…(중략)…/어른에게 인사 잘하면/자다가도 떡이 나오는 거야…(중략)…/할머니, 할머니/소리쳐 불러 세워 놓고서/인사 꾸벅 하고는/쑥스러운 듯/환하게/웃는 얼굴로/되돌아간단 말이요”(‘인사 잘하면’ 중에서) 동화 '인사 잘하면'은 가사문학의 전형성이 잘 나타나있다. 4음보 단위의 말이 연속적으로 이어지면서 시가(詩歌)의 분위기를 풍긴다. 운율이 담겨있지만, 아이와 할머니의 관계성과 서사상도 드러나 산문(散文)적 정서도 읽을 수 있다. 작가는 '인사 잘하면' '모이 값' '할아버지와 라떼' '가사 문학 유적지' '회화나무 작은숲공원' 등 책에 실린 다섯 편의 가사동화를 통해 고전 문학의 매력과 가치를 전파한다. 최한선 한국가사문학학술진흥회장은 “고유의 운문체를 생생히 살려 쓴 운문 동화 '인사 잘하면'을 통해 어린이들이 가사 문학을 쉽고 재미있게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며 "선조들의 삶을 오롯이 담아 온 가사문학이 현대적 동화로 재탄생 돼 어린이들의 정서와 감성을 풍부하게 북돋아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순창에서 태어나 부안에서 자란 양정숙 작가는 조선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광주교육대학원에서 아동문학교육을 전공한 뒤 무등일보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되면서 창작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저서로는 동화집 <구리구리 똥개구리> <감나무 뒤 꿀단지> <알롱이> <까망이> 그림책 <섬진강 두꺼비 다리> <새롬 음악회> <전쟁과 소년> <달빛다리> 등이 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4.10.23 15:16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 특별기고⑦] 한강작가의 노벨상 수상에 부쳐

소설가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에 온 나라가 축하와 감격의 일주일을 보냈다. 세계적으로 한국 문화의 위상이 높아진 요즘이지만 세계 최고 권위의 노벨 문학상 수상의 의미는 남다르다. 한국인으로 최초라는 자랑스러움과 함께 여성으로서, 아시아의 여성으로서 최초인 것도 그간의 노벨 문학상의 수상 행보를 본다면 큰 의미가 있는 일이다. 문학계 최고 권위인 노벨 문학상은 1901년 수상자를 선정한 이래 현재까지 역대 수상자 119명 대부분이 북미나 유럽이 남성이었고 여성의 수상은 17명뿐이었다. 최초 선정 당시 여성들의 권리나 사회 참여가 당연한 것이 아니었던 시대적 배경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도, 120여 년이 지나는 과정에서도 여성 수상자가 17명뿐이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이는 선정과정에서부터 남성 중심으로 구성되어 온 선정위원회의 운영과 무엇보다 여성 작가 작품의 문학적 가치를 인정하지 않았던 편향된 사회적 인식의 결과이며 지속적으로 논란이 돼 왔다. 여성으로써 18번째 주인공이 된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은 여성의 문학작품에 대한 저평가와 수상자가 일부 국가에 국한되었던 지역적 차별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의 결과이기에 더욱 의미 있고 기쁜 일이다. 또 다른 의미 한가지는 한강 작가는 작품을 통해 인간이 저지르고 경험하는 폭력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1980년 5월, 부조리한 국가 권력이 휘두르는 잔인한 폭력과 살인에 온몸을 내던지는 중학생 동호와 시민들의 이야기<소년이 온다>와 제주 4.3 사건 속 인선과 인선의 가족 이야기인 <작별하지 않는다>를 통해 힘을 가진 자의 폭력과 그 시간을 지나온 인간의 이야기를 섬세하고 서정적이지만 힘 있는 문장으로 표현해왔다. 특히 <채식주의자>는 한국 사회에 공기처럼 녹아있는 가부장제 속 여성에 대한 폭력의 이야기를 다루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채식주의자>는 잔인한 폭력의 잔상에 괴로워하다 채식을 선택하는 주인공 영혜와 평범하기 그지없던 아내이자 딸의 변화에 각자의 방식으로 영혜를 ‘정상’으로 돌려놓으려 하며 시작되는 가정 내 폭력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올바르지 않은 길’을 가려는 딸을 무자비한 폭력으로 통제하려는 아버지, 그런 아버지의 눈치를 보며 강압적인 태도로 영혜를 단속하는 엄마의 모습은 여전히 존재하는 가족 안의 권력관계와 힘을 가진 가장의 폭력에 대해 이야기한다. 큰 딸이자 언니인 인혜는 텅빈 눈으로 말라가는 동생을 보며 묵묵히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진실의 무게를 견디며 모두를 돌보려 한다. 가족 모두는 자신도 모르게 내면화시킨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며 누가 봐도 아무렇지 않은 가족의 모습이 되기 위해 잔혹한 폭력을 휘두른다. 인간은 무엇을 저지르고 있는가 인간은 무엇이기를 바라나 한강 작가는 관계와 폭력, 그 앞에 서 있는 다양한 인간의 모습을 약자와 소수자의 시선에서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모두가 알지 못하고 눈치채지 못하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리며 우리 모두를 깨우고 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차별과 혐오, 편견과 폭력이 멈추기를, 그 터널을 온 몸으로 견디고 기억하기를 이야기한다. <끝>

  • 문학·출판
  • 기고
  • 2024.10.23 15:05

“지진 일어나면 어떡해“⋯국립전주박물관 면진시스템 진열장 구축 '전무'

전북을 대표하는 국립박물관인 국립전주박물관의 소장품 보존 시스템이 지진피해에 취약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진피해로부터 국보와 보물 등 수많은 문화유산을 보호하기 위한 면진시스템 기능이 탑재된 진열장이 단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추후 발생할 지진피해로부터 문화유산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 마련과 관련해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관심이 요구된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대구 북구을)은 지난 18일 국립중앙박물관 등 21개 기관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국립중앙박물관과 13개 소속 박물관 면진시스템 진열장 구축률이 평균 29%에 그친다”며 안전시스템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면진시스템 진열장’이란 면진시스템 지반과 구조물을 분리함으로써 건물이 흔들리면 물건에 가해지는 충격을 최소화해 지진 위험으로부터 전시품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현재 전국의 국립박물관 면진시스템 구축률 평균이 30% 밑도는 등 낮은 수치를 기록하며, 그중 국립전주박물관이 위치한 전주와 더불어 부여와 제주 지역의 국립박물관에는 면진시스템이 구축된 진열장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최근 5년간 규모 2.0 이상 국내 지진 발생 현황을 살펴보면, 2020년 68회, 2021년 70회, 2022년 77회, 2023년 106회로 매년 증가하는 수치를 보였다. 이처럼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는 현재 국립전주박물관은 ‘백자청화초화문편병’을 비롯해 9만 6500여 점의 유물을 소장하고 있어, 지진피해에 대한 사전 대비가 시급해 보인다. 국립전주박물관은 “면진시스템 진열장 도입 등 전시환경개선에 대한 계획은 있지만, 부족한 예산으로 면진시스템 진열장 도입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입장이다. 앞서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 2017년 11월 경북 포항시에서 규모 5.4의 지진으로 1명의 사망자와 117명의 부상자, 846억 원의 재산 피해를 준 ‘포항지진’을 계기로, 지난해부터 ‘13개 지방박물관 전시환경개선 사업’을 진행했다. 사업 내용은 1년 동안 총 78억의 사업비를 활용해 2개의 국립박물관 환경을 순차적으로 개선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올해 초 문화체육관광부 예산이 삭감되며, 해당 사업의 사업비도 영향을 받아 1년에 2곳의 국립박물관을 대상으로 진행한 환경개선 사업이 국립박물관 1곳으로 대상을 축소했기 때문이다. 국립전주박물관 관계자는 “올해 초 사업이 지체될 것이라는 통보를 받고 국립중앙박물관과 많은 의논을 했지만, 축소된 예산으로 사업 지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사업 진행 속도는 늦어졌지만, 빨라도 2028년과 2029년 사이에는 전시환경개선이 완료해, 소장품들을 안전하게 보존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전현아
  • 2024.10.22 17:09

전북 최고 독서토론왕 뽑는다…전주MBC '독서토론한마당 북적북적2' 방영

전북 최고 초중고 독서토론팀을 뽑는 무대가 전주MBC '독서토론한마당 북적북적2' 프로그램을 통해 방영된다. 프로그램은 오는 27일 오전 8시 35분 초등부‧중등부 준결승전을 시작으로 매주 일요일 동시간대 6차례 방송된다. 전주MBC와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이 함께 하는 이 프로그램은 독서를 통해 학생들의 사고의 폭을 넓히고 건전한 토론문화를 만들기 위해 마련됐다. 전북자치도 초‧중‧고 학생을 대상으로 진행된 이번 대회는 지난 6월부터 3개월간 열띤 경쟁이 펼쳐졌고, 지난 12일 전주MBC 공개홀 특설무대에서 초중고 결승전이 열렸다. 초등부 결승은 '초등생의 스마트폰 사용을 규제하는 법규는 필요하다'는 논제를 놓고 전주교대부설초 '토드'와 전주화정초 '시크릿샘물'이 맞붙었다. 중등부는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다’는 논제로 익산 이리북중 ‘파이리’와 전주 화정중 ‘예의를아는사랑둥이들’이 격돌했다. 고등부에선 ‘중개 플랫폼 노동자들을 개인 사업자로 봐야 한다’는 논제를 두고 전주성심여고 ‘책가온’과 전주고 ‘논고’가 열띤 토론을 벌였다. 준결승과 결승 무대는 박혜진 전 MBC 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결승전 심사위원으로는 신종호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와 신지영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송승훈 의정부광동고 교사, 강용철 서울 경희여중 교사, 김새섬 독서모임플랫폼 그믐 대표가 참여했다.

  • 방송·연예
  • 박은
  • 2024.10.22 16:46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 특별기고⑥] 한강의 붓 세계를 품에 안다

현실감각이 없다. 믿기지 않는 걸. 정말 우리 한강 맞는거야. 가짜 뉴스겠지. 이는 세계 노벨문학상이 발표되는 날 대한민국의 반응이다. 시간이 가면서 사실로 다가왔을 때 우리는 ‘이렇게 꿈이 이루어지는구나’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기쁘기만하다. 어떻게 축하를 드려야 할까? 시인이자 소설가인 한강은 세계를 품에 안은 붓으로 대한민국 국위를 선양한 애국자가 확실하니 축하 인사를 정중하게 드리고 싶다. 한강 소설가님!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노벨문학상 수상을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이 기쁜 소식을 정작 당사자도 믿기 어려워 가짜 뉴스로 오인하였다는 것 자체가 본 상이 세계 최고의 상임을 느끼게 한다. 시인이자 소설가인 한강처럼 모든 대한민국 국민들 역시 정말일까? 하는 조바심을 한 순간 느꼈으리라 믿는다. 그 이유는 그간 수 년 동안 학수고대했던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모 시인이 거명되었던 기억이 남아 있으니까 그렇다. 예견이나 예상마저도 없었던 사막에 천둥이 치고 목마른 갈증을 풀어주는 단비처럼 시인이자 소설가인 한강은 그간의 노벨 문학상과 다르게 세계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문단에 은하수 같은 거대한 문맥을 펼쳐줬다. 사실 우리 전북에서는 노벨 문학상에 대하여 그렇게 생소하지가 않다. 언론에서도 피력했지만 장장 7년 동안 이맘때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할 것이라며 방송국 중계차량까지 그 분의 집 근처에서 진을 치고 있었던 것을 기억한다. 그러나 끝내 수상소식은 듣지 못했고 당시에도 혹자는 문학적 가치는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그 작품의 가치가 전달돼야 한다고 말하곤 했다. 그 가교역할은 다름아닌 국제적 수상이 있어야 하고 더욱이 작품이 다국적으로 번역돼 국제적으로 평가가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분의 수상후보로서의 경력에 국제적인 부분이 있었는가. 아니면 다국적 언어로 번역돼 국제적 평가를 받았는가를 말할 때 이 부분이 많이 아쉽다고 한 것은 설득력이 있어 보였다. 결국 국제적으로 작품성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국내가 아닌 외국에서 읽혀져야 한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그 나라의 언어로 번역이 되어 책방에서 독자를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한강을 살펴보면 그는 국내에서의 활동의 폭보다는 국제적 활동의 폭이 훨씬 두드러진 것 같다.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고 하니 난데없이 국내의 어줍잖은 푼수들이 그의 수상에 대해 왈가왈부하며 작품성에 썩은 잣대를 드리우며 글줄을 올리는 것을 보면 표현에 자유가 있다고 하지만 분수를 알았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앞선다. 더욱이 아직도 광주 5.18에 대해 옳고 그름과 무엇이 정의인지를 판단하지 못하고 한강의 광주 5·18 투영에 대해 몰상식하게 빗대어 힐난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어 가슴 아프고 우울하게 했다. 이제는 저 넓은 광야로 뛰쳐 나가야 한다. 그 발판을 한강이 놓아 준 것이고 그의 글줄에서 우리의 모습들이 더 폭넓게 세계인들에게 각인이 될 것으로 보이며 우리의 글에 대한 관심이, 아니 그 이해도가 더 가까워질 것으로 확신하기에 이 기회를 단목에 그치지 않고 장목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문학적 역량 발휘에 많은 문우들이 산고를 치르고 있겠지만 우리 전북 역시 한국문단에서 걸죽한 인물들이 맥을 이어왔음을 부인할 수가 없다. 이제는 문단의 활동계획이나 컨퍼런스 등도 우물안보다는 적어도 주변의 외국과도 더 많은 교류를 확대하고 역량을 강화할 필요성이 절실하다고 보여진다. 그리하여 문단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게 하고 문학인들이 일취월장해 ‘제2의 노벨 문학상’이 이곳 전북에서 반듯이 배출되기를 기대해 본다. / 이형구 시인

  • 문학·출판
  • 기고
  • 2024.10.22 15:17

[흔들리는 서노송예술촌] ①서노송예술촌 왜 흔들리나?

한때 전북 최대 성매매 집결지였던 ‘선미촌’은 문화와 예술이 흐르는 서노송예술촌으로 탈바꿈했다. 전주시는 도심속 어두운 공간으로 남아있던 선미촌을 바꿔보겠다며 2017년부터 83억 원을 들여 문화재생사업을 추진했다. 공권력이나 물리력을 동원하지 않고 오로지 주민들과 함께 문화와 예술의 힘으로 성매매 업소 종사자들을 이주시켰고, 그동안 성매매에 사용되던 건물들은 전주시에서 매입해 문화·예술 시설로 바뀌었다. 수십 년 동안 붙여졌던 ‘성매매의 온상’이라는 꼬리표는 2022년 끊어냈지만, 최근 서노송예술촌을 둘러싼 어두운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편집자 주> 전주 서노송예술촌이 흔들리고 있다. 60년간 전북 최대 성매매 집결지였던 선미촌 성매매 업소를 사들여 폐쇄하고, 공간을 임대해 문화재생사업을 추진해 온 전주시가 손을 떼겠다고 선언하면서다. 겉으로는 선미촌에 성매매 업소들이 모두 사라지며 사업이 완료됐다는 입장이지만, 2022년 단체장이 교체되면서 정책 방향이 달라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최근에는 서노송예술촌 일대에 아파트 개발 움직임까지 보이면서 사실상 재개발을 추진, '예술촌' 지우기에 나선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22일 전북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선미촌 일대에 1만㎡ 규모의 2개 단지 600세대의 아파트를 건립하겠다는 계획이 추진중이다. 일부 건물주와 토지주, 주민들은 재개발을 통한 아파트 건설을 위해 조합 설립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문 닫은 성매매 건물들이 수년째 방치됐고, 기존에 전주시가 기대했던 문화·예술 공간으로서의 기능도 효과가 크지 않아 자연스럽게 아파트 개발론이 대두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전주시는 “현재로서는 ‘아파트 개발을 해볼까?’ 정도의 움직임에 불과하다”며 관련 내용에 대해 선을 그었다. 다만, 일부 토지주와 건물주, 주민들을 필두로 가로주택 정비사업(재개발) 추진위원회가 구성됐고, 조합설립 동의를 위한 검인 신청이 진행중이다. 이 일대 주민 80% 이상이 아파트 개발에 동의를 하면 조합 설립 인가를 받게 된다. 통상적으로 재개발 사업이 정상 추진된다고 해도 오랜 기간이 소요되지만, 그 과정에서 그간 추진해왔던 예술촌의 기능이 소멸되지는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서노송예술촌의 이 같은 변화는 전주시의 정책 방향이 달라진 탓이 크다는 분석이다.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선미촌이라는 공간에 공원과 문화시설이 유입됐고, 2021년을 끝으로 60년 넘게 이어져왔던 성매매 업소도 완전히 퇴출됐다. 그러나 사업이 완료된 2022년 공교롭게 전주시장이 교체됐고, 이후 전주시는 성매매 업소의 완전한 퇴출이 이뤄진 만큼 더이상의 사업 추진이나 예산지원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슬럼화된 도시의 가시적인 변화들이 자본의 가치로 치환되면서 기존에 견지해온 보존과 재생이라는 논리에 미묘한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전주시는 그동안 행정에서 예술촌의 변화를 주도했다면, 이제는 민간이 주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전주시의 입장에 대해 예술촌에서 활동해 온 예술인과 청년들은 "안일하다"고 지적한다. 도시재생사업으로 공간의 성격이 변화했고, 바뀐 공간이 자리를 잡기까지 시행착오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주시가 변화를 위한 의지가 있다면, 성매매 업소 퇴출이라는 1차원적인 목표가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도시재생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서노송예술촌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한 예술인은 "공간을 지켜온 주민과 공간을 변화시킨 예술가, 청년들의 다양한 시간의 층위가 담긴 곳이 선미촌”이라며 “공간의 성격이 변하면서 선미촌이 과도기에 놓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선미촌은 전주라는 도시가 가진 정체성을 보여주는 곳인 만큼 함부로 무너뜨리면 안된다"고 부연했다. 지난 2018년부터 서노송예술촌에서 거점공간을 운영중인 한 작가도 현 상황에 대해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선미촌에 자리잡은 문화공간은 예술가들만의 것이 아닌 시민들과 약속해 이어온 것들인데 무형의 가치가 외면받는 것 같다고 했다. 이 작가는 "자본의 논리로만 돌아가는 게 능사는 아니다”며 “서노송예술촌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변화해 나가야 하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아파트 개발 사업이 추진된다면 여성단체, 전문가, 주민, 청년, 예술가 등 다양한 주체들이 모여 현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문화일반
  • 박은
  • 2024.10.22 15:17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 특별기고⑤]고통받은 몸의 상처가 써 내려간 글

지난 10일 저녁 8시(한국 시각) 노벨문학상을 주관하는 스웨덴 한림원은 한강 작가를 수상자로 발표했다. 한국문학의 위대한 승리다! 한국인으로서도 처음이지만 아시아 여성으로서도 처음인 한국문학의 대단한 쾌거다. “한강은 모든 작품에서 역사적 트라우마와 보이지 않는 규범들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각각의 작품에서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다. 육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 자의 연결에 대한 독특한 인식을 지니고 있으며 시적이고 실험적인 문체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로 자리매김했다.”라는 선정 이유이다. 2016년 5월 ‘채식주의자’(2007)로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을 했을 때 책을 탐독했었다. 미국 월간잡지인 오프라 메거진에서는 “충격 때문에 손으로 입을 막고 읽어야 하는 책”이라고 놀라운 평을 하기도 했다. 제주 4⸱3을 소재로 한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주도가 바다와 한라산보다는 팽나무와 핏물이 붉게 묻어나올 것 같은 돌담이 걸어온다. 무섭다.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는 1980년 5월 18일부터 열흘간 있었던 광주시민과 전라남도민이 중심이 되어 조속한 민주 정부 수립과 전두환 보안사령관을 비롯한 신군부 세력의 퇴진 및 계엄령 철폐 등을 요구하며 전개한 민주화운동 시 유혈진압을 전개한 소설이다. “죽지마, 죽지마라 제발” 소설 뒤표지를 덮을 때까지 생각을 흔드는 소리였다. 눈을 뗄 수 없는 보편적인 깊은 울림을 준다. 광주 5⸱18 민주화 운동은 2011년 5월 민주화운동 관련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정식 등재되었다. 이때 충장로에 사는 절친한 친구 때문에 전화 개통이 시작되고 두절 된 교통이 트이고 해서 달려갔다. 친구 집에서 놀라운 장면을 목격했다. 친구 아들이 발바닥에 사인펜으로 이름을 쓰고 있었다. 청년들을 무조건 잡아가면 시체도 찾지 못한다는 소문이 떠돌아서 몰래 쓰고 있다고 공포가 묻어나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태극기에 덮인 주검을 보고 돌아온 나는 며칠 잠을 설친 기억이 떠올랐다. 손가락 사이에 볼펜으로 주리를 튼다는 상처를 위로라도 해야겠다는 심정으로 볼펜을 한데 모아 깊숙이 서랍에 감췄다. 한강의 소설은 고통받은 신체의 리듬이 묻어난다. 고통받은 몸의 상처가 써 내려간 글이었다. 삶의 비극성에 대한 상처를 응시하는 탄탄한 서사적 냄새가 글 속에 숨어있다. ‘당신이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습니다.’는 뼈에 사무치도록 새겼다. 2016년에 출간된 독특한 형식의 산문 소설 ‘흰’은 마치 스페인의 건축가 가우디의 조개 모자이크 기법을 활용한 것처럼 시적인 단어들을 조합하여 구성된 시적인 글이었다. ‘소년이 온다‘와 ’작별하지 않는다’는 국가 권력에 의해 자행된 폭력과 그로 인해 희생된 사람들의 이야기다.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잔혹성과 폭력성을 묘사한 소설에서 시적 묘사를 느낀다. 폭력과 억압이 남긴 상처가 시간이 흘러도 쉽게 치유되지 않음이 책에서 보인다. 그래서 작가는 진실을 외면하고 침묵하는 사회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살아남은 자들이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그들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하여 연대해야 한다고 강하게 말한다. 그렇다. / 이소애 시인, 문학비평가

  • 문학·출판
  • 기고
  • 2024.10.21 16:02

재즈피아니스트 강재훈 트리오, 전북 관객 만난다

재즈피아니스트 강재훈 트리오가 오는 25일 오후 7시 30분 더바인홀에서 ‘듀크 엘링턴’의 음악을 통해 전북 관객을 만난다. 듀크 엘링턴은 인종차별이 심했던 미국의 20세기 초반에도 그의 천재적인 음악성만으로도 인종과 상관없이 모두의 인정을 받았던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로 알려진다. 이번 공연은 듀크 엘링턴 탄생 12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기획됐으며, 이날 무대에 오를 재즈피아니스트 강재훈 트리오는 '재즈는 어렵다'는 대중들의 편견을 깰 프로그램으로 관객을 마주할 계획이다. 실제 이들은 'Ellington Songbook(엘링턴 송북)' 이라는 이름으로 제작된 여러 재즈 명반 중에서도 전설적인 비루투오소 재즈 피아니스트 오스카 피터슨이 남긴 1959년 동명의 작품을 모티브로 해 재즈 피아노 트리오의 깔끔하고 세련된 사운드, 기분 좋은 스윙감이 스며든 담백한 즉흥 연주, 그리고 보다 섬세하고 균형감 있는 피아노·베이스·드럼의 인터플레이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엘링턴 송북 프로젝트를 연주하는 피아니스트 강재훈은 한국인 최초로 줄리아드 음악대학의 재즈과에 합격 및 졸업한 재즈 피아니스트로, 현재 자신의 리더 활동을 비롯해 웅산 밴드, 김주환 밴드, 서수진 컬러리스 트리오 등 다수의 그룹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영국의 EFG Festival을 비롯해, 국내의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서울재즈페스티벌 등에서 초청 연주를 진행했다. 강재훈 트리오는 ‘한국의 론 카터’로 평가받는 베이시스트 박진교와 재즈씬에서 최근 주목받기 시작한 젊은 드러머 김상수가 함께하며 철저하게 스윙 기반의 전통적인 재즈, 흔히 스트레이트 어헤드(straight ahead) 라고 구분되는 미국 정통 재즈의 스타일과 형식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

  • 전시·공연
  • 전현아
  • 2024.10.21 15:11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 마음⋯최지영 기획전 '그리운, 그대'

‘보고 싶어 애타는 마음.’ 국어사전 속 ‘그리움’이라는 단어에 부여된 정의다.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그리움을 설명하는 아홉 글자 속에는 단어가 내포한 의미를 모두 담아내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이렇듯 말로 다 설명하기 어려운 ‘그리움’이란 단어에 집중한 전시가 지역에서 열린다. 자전거 탄 갤러리는 15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최지영 작가 기획전 ‘그리운, 그대’를 개최한다. 최 작가는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은 ‘마음을 더욱 견고하게 하며, 풍요롭게 만들어준다고 여긴다. 그에겐 아픔도, 그리움도 원망도 모두 하나의 조각이다. 작가는 한지에 아크릴과 오일파스텔을 사용해 완성한 총 22점의 작품에 본인의 삶과 예술에 대한 사유의 능력을 확장해 담아냈다. 실제 전시장 속 그의 작품에서는 삶과 인간, 세상에 대한 관계를 묘사하는 니체 미학의 핵심 개념인 ’아폴로 성‘과 ’디오니소스 성‘에 관해 탐구하고, 예술의 가치와 본질에 접근하기 위해 사람들의 삶과 사고를 그림 속 꽃으로 의인화하고 있다. 최 작가는 원광대학교 미술대학에서 한국화를 전공하고 예원예술대학교 대학원에서 한지에 대해 심도 있게 공부했다. 개인전 15회와 단체전 200회 이상 참여했다. 현재는 전북대학교 대학원 박사과정으로 한국화에 관해 연구하고 있으며, 기관에서 미술인문학을 강의하고 있다.

  • 전시·공연
  • 전현아
  • 2024.10.21 14:02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 특별기고③] 가을이 가기 전에 ’한강‘을 읽자 한국문학 노벨상을 품다

그것은 소름이었다. 대한민국 작가가 최초로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기대고 있던 몸을 일으켜 두 주먹을 쥐고서 방안을 서성거렸다. 나도 모르게, 1901년 제1회 노벨문학상을 프랑스 시인이 받은 이후 몇 년이 흘렀는지를 계산하고 있었다. 지면과 영상으로 보았던 그녀의 모습이 필름처럼 스쳐 지나고 나직한 목소리에 담긴 무거웠던 느낌들이 되살아났다. 대한민국 소설가의 노벨문학상 소식이 발표된 이후 우리는 꿈같은 순간들을 맞고 있다. 다음 날 아침 중앙지의 1면은 온통 한국문학 노벨상 수상 소식으로 가득했다. 길게 줄을 선 사람들이 한 권씩 들고 서점을 나가는 작가의 소설이 클로즈업되고 이내 품절을 알리는 게시대가 올라왔다. 부지런히 돌아가는 파주출판단지 인쇄 업체의 기계 소리와 제본되어 쌓이는 소설책의 모습은 마치 딴 세상을 만난 듯하다. 어제와 오늘이 이렇게 달라졌다. 책 읽는 유튜버들도 연일 작가의 소설을 읽고 있다. 라디오와 TV에서는 신속하게, 구성한 자료와 소식 등을 모아 대담을 기획하고 예전 영상 등을 모아 특집을 구성하였다. 새롭고 놀라운 뉴스가 쏟아지는 가운데 ‘한국문학’이라는 세 글자가 특별하게 눈에 띈다. 신문을 읽는 것이, 뉴스를 보는 날들이 요즘처럼 즐거운 적이 있었던가 싶다. 한국문학이 노벨상을 품은 올해 가을은 따가운 햇볕마저 고맙다. 그런데 오히려 한강 작가는 “나는 평화롭고 조용하게 사는 것을 좋아한다. 글쓰기에 집중하고 싶다.… 나는 조용히 있고 싶다. 세계에 많은 고통이 있고, 우리는 좀 더 조용히 있어야 한다.”라고 말한다. 시를 닮은 소설, 한강의 소설은 시를 읽고 있다는 착각을 하도록 한다. 그의 시작은 시였다. 대학 시절 그의 시에는 ‘신들린 느낌’이 있었다고 들었다. 1993년 시인으로 등단한 한강은, 등단 20년 만인 2013년에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를 출간했다. 노벨상 수상자 한강에 대하여 아버지 한승원 소설가는 “시적인 감수성을 가진 좋은 젊은 소설가”라고 한다. 이 가을이 다 가기 전에 ‘한강’을 읽자. 지금이 한강의 글을 다시 읽을 시간이다. 기억을 기억으로 마감하지 않고 문학 작품에 담아 세상에 펼쳐 내는 일이 바로 문인의 사명이다. 스웨덴 한림원은 ‘역사적 상처에 직면하고 인간 삶의 취약성을 노출하는 한강의 시적 산문’을 이유로 그에게 노벨문학상을 수여한다고 밝혔다. 폭력이 인간을 지배함으로 인해 황폐해진 현실에서 역사의 피해자를 대신해 목소리를 낸 소설로, 대한민국에 노벨문학상을 선물한 그녀의 고통에 우리는 한없이 기쁘고 즐겁다. ‘그의 문장은 악몽마저도 서정적인 꿈처럼 느끼게 만든다.’고 한다. 시대와 상황을 넘어 인간의 보편성을 지향하고, 진실을 향해 걸어가는, 한강의 문학에 담긴 소중한 인간의 가치를 깊이 생각해야 한다. 구도자의 시선으로 상처 입은 영혼을 문장에 담아 저 밝은 빛을 향해 길을 열어 주는 것은 작가의 중요한 사명이다. /조미애 표현문학회 회장

  • 문학·출판
  • 기고
  • 2024.10.21 10:07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 특별기고④] 다시 쓰는 '한강의 기적'

노벨 문학상 수상의 열기가 좀처럼 식을 줄 모르고 한반도를 달구고 있다. 가히 신드롬급이다. 그럴 만도 하다. 우리가 그동안 얼마나 고대하던 상이었나. 이웃 나라 일본에서 한 번씩 수상자가 나올 때마다 부러움의 눈초리로 바라만 봐야 했다. 김대중 대통령의 평화상 수상이 있었지만 매번 기대와 실망을 반복했던 문학상에 대한 미련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한강의 기적” 식민지 시대의 단절과 6.25 전쟁의 참상을 극복하고 산업화와 경제성장을 이루었을 때 세계는 대한민국을 그렇게 불렀다. 그런데 노벨상 수상 이후 요즘 그 “한강의 기적”이라는 단어가 다른 의미에서 다시 소환되고 있다. 미국과 일본, 프랑스를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책이 없어서 못파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고 하니, 이제 그동안 세계를 휩쓸어 오던 K-컬쳐의 반열에 문학이라는 장르를 하나 더 얹게 되었다. 무엇보다 감동적인 것은 노벨 문학상 작품을 번역본이 아닌 원문으로 읽을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때로는 수상작을 읽으면서도 원문과 번역본이 갖는 괴리감 때문에 그 깊이를 온전히 느낄 수 없었던 아쉬움을 이번에는 말끔히 털어버릴 수 있게 되었다. 더구나 여성이다. 아시아 여성 최초다. 그동안 고은, 황석영 같은 남성 작가들에 가려 후보로 언급조차 되지 않았기에 이번 수상이 더욱 놀랍고 반갑다. 요즘처럼 ‘백래시(backlash)’를 비롯하여 여성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는 분위기 속에서 한강 작가의 작품들은 잊지 말아야 할 가치들을 담고 있다. 스웨덴 한림원은 수상 발표에서, 그녀의 작품이 “폭력, 슬픔, 가부장제 등 다양한 장르를 탐구하며 경계를 넘나든다”고 했다. 또한 아사히 신문은 “전쟁과 분단, 인간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보편성을 지닐 것”이라고 평했다. 문학계에서는 한국 문단에서 비주류에 머물러 있던 여성 작가들의 작품에 대한 성차별적 해석의 패러다임을 바꿔놨다고 보고 있다. <아무도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주 4.3과 그 역사적 상흔을 세 여성의 시각으로 그려낸 것이다. <채식주의자>는 ‘고기를 어떻게든 먹이겠다는 아버지’를 통해서 한국의 폭력적인 가부장적 세계를 투영했다. 또한 작가는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폭력과 악, 그것을 처절하게 거부하는 연약한 인간의 모습을 그려내면서 약자들의 상처와 비극을 직시하고 있다. 그러나 5.18과 제주 4.3을 모티브로 쓴 <소년이 온다>와 <작별하지 않는다>를 두고는 이념의 공격까지 난무하고 있다. 게다가 경기도에서는 유해 도서로 분류해 폐기한 곳도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이러한 비판들이 노벨상의 권위를 뛰어넘을 수는 없다. 최근 들어 여성 작가들의 해외에서의 활약이 눈부시다. 2016년 <채식주의자>로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하면서 일반 국민들에게 ‘한강’이라는 이름이 알려진 이후, 여성 작가들이 세계 유수의 국제문학상에 대거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이들이 국내에서는 상대적으로 저평가되는 간극에 대해서도 대답이 필요할 것 같다. 한강은 전체 노벨 문학상 수상자 120명 가운데 아시아 최초의 여성 작가다. 그녀의 수상을 계기로 아직 빛을 발하지 못한 많은 여성 작가들이 우리 문학계에서 중심에 우뚝 서게 되기를 기대한다./전정희 전북여성가족재단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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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0.20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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