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news
정양 시인(1942~2025.5.31)이 생전 그토록 사랑했던 대지와 나무 아래, 그를 그리워하는 이들이 다시 모였다. 지난 30일 오전 김제시 공덕면 마현리 816-1 은행나무 앞에서 정양 시인 추모 시회 ‘보리누름에 산들바람’이 열렸다. 전북작가회의와 전북문인협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행사에는 유족과 신흥고‧우석대 제자들, 그리고 평소 시인과 문학적‧인간적 교류를 나눴던 문인 5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시회는 묵념과 눈물 대신 고인이 살아생전 소망했던 다정한 온기로 가득했다. 전북작가회의 정동철 회장은 “시회는 본래 한량들이 모여 시를 쓰고 낭송하며 노는 자리”라며 “오늘 이 자리에 앉아서 슬픈 표정만 짓기 보다는 선생님께서 생전에 좋아하셨던 대로 재밌게 어우러지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격식 없는 인사말을 건넸다. 그의 말처럼 단상에 오른 문인들은 저마다 가슴에 품어둔 정양 시인의 호방하고 인간적인 면모를 꺼내놓았다. 고인을 친형처럼 따랐다는 소재호 시인은 “정양 선생님은 이미 우리에게 전설이 되신 분”이라며 “생전에 ‘양이 형’ 하며 뒤를 따라다녔던 기억이 아직도 선한다”라고 회상했다. 뒤이어 이병천 소설가는 정양 시인의 시 세계와 삶을 주변에 그늘을 내어주는 ‘산그늘’에 비유하며 스승이자 선배였던 고인을 회고했다. 단순한 회상을 넘어 고인의 문학적 업적을 체계적으로 계승하고 보존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제안도 나왔다. 한국작가회의 강형철 이사장은 “현대문학사에서 정양 선생님을 빼놓고서는 인간 날 것 그대로의 삶에 기초한 시, 대지 자체와 맞닿아 있는 시를 쓰는 분을 찾아볼 수 없다”고 짚으며 “안타까운 마음에만 머물지 말고 고인의 문학세계를 기리는 ‘정양 기념사업회’ 구성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시간 가량 진행된 시회는 고인이 남긴 시편과 그를 향한 마음으로 채워졌다. 장현우 시인이 정양 시인의 시 ‘내 살던 뒤 안에’를 읊었고, 김유순 시인과 박태건 시인이 각각 정양 시인에게 바치는 헌시를 차례로 낭송했다. 시회는 유족 대표인 자녀 정범 씨의 감사 인사와 이병초 시인의 재회 인사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슬픔 대신 소박한 어우러짐을 소망했던 시인의 뜻에 따라 이날 마현리 은행나무 아래에는 눈물 대신 시구와 다정한 온기가 자리했다. 청보리가 익어가는 보리누름의 계절, 대지의 시인을 그리워하는 이들이 들판에 남긴 가장 ‘정양’다운 추모의 풍경이었다.
공원 가로등 아래 발목 잡혀 있네요. 땅거미 내린 지가 언젠데, 아내에게 잔소리 들을 일을 한 걸까요? 어둑어둑 골목을 불러들이던 먼 옛날 어머니 생각에 여태 주저앉아 있는 걸까요? 아니, 아니 땅거미 줄에 꽁꽁 발이 묶여 옴짝달싹 못 하는 걸까요? 바둑판을 인생의 축소판이라 하지요. 두 집을 지어야 살 수 있는 바둑, 흑 대마가 아직 미생이네요. 한 집 더 지어야 완생이지요. 글쎄요 대마불사라고 몸집을 불리다 축에 걸린 걸까요? 우리네 인생도 자칫 과욕으로 단수에 걸려 패가망신도 하지요. 담배 내기일까요? 짜장면 내기일까요? 자못 진지한 저 반상, 때로는 장고 끝에 악수를 두기도 했겠지요. 겨우 우하변 매화 한 점 따 담고 좌상귀 복사꽃 한 점 구경했을 뿐인데 봄날이 저뭅니다. 한 수 앞 제 수는 못 읽어 판판 나가떨어져도 어깨 너머 훈수는 두어 수도 보이는 거라지요. 훈수꾼인지 개평꾼인지도 돌아갈 줄 모르네요. 그래요 “사는 일이 종당에 집짓기라”(졸시, <봄날은 갔네>)는데, 햇볕 좋고 바람 좋은 곳에 집 짓는 거라는데, 아직 두 집을 못 지어서 전전긍긍입니다. 계절 끝 잊지 않고 달력은 넘길까요? 도낏자루 썩는 줄 모릅니다.
불현듯 그에게 기쁨이 다가왔다. 올해 3월 계간지 한국창작문학인협회 동시 부문 신인상을 수상한 이여산(83) 작가. 그에게 이 상은 평생을 꿈꿔온 아동문학가로 나아갈 수 있도록 자존감과 자신감의 샘을 파주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43년간 초등교사로 재직하면서 치열하게 삶을 일궈내야 했다. 퇴직 후 시인으로 등단했지만 어린이의 순수함을 간직하며 글을 썼던 작가는 아동문학가라는 꿈을 놓을 수 없었다. 그렇게 늦깎이 아동문학가로 첫발을 내딛은 이여산 작가는 감사의 마음을 담아 자신의 저서와 남편 이동우 시인의 유고 시조집을 한국창작문학인협회에 보냈다. 한국창작문학인협회 이사장은 이여산 작가와 이동우 시인의 작품을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동우 시인의 유고시집 <황혼의 연가>에 담긴 시들이 좋았기 때문이었다. 이여산 작가의 시집 <사슴이 시냇물을 그리워하듯> 역시 빼어난 작품들로 빼곡했다. 두 사람이 지닌 문학성에 감동한 협회 임원들은 이들 부부에게 ‘제43회 부부동행문학상 작가 대상’을 수여하기로 결정했다. 이 특별한 수상의 바탕에는 문학이라는 이름으로 평생을 함께하고 이별 후에도 이어지는 부부의 깊은 인연이 있었다. 지난 2023년 세상을 떠난 이동우 시인은 평생일기를 쓰며 삶을 기록해온 이였다. 세상을 떠나기 전, 남편이 남긴 수십 권의 일기장을 발견한 이여산 작가는 글들을 한데 엮어 2020년 시조집 <황혼의 연가>로 출간했다. 쉽고 간결해서 울림이 큰 남편의 글을 세상에 알리고 싶다는 마음에서였다. 그렇게 이동우 시인은 시조집을 출간한 그해 여름 신인상을 받았고, 시조시인으로 등단하며 기쁨을 누렸다. 비록 당선 이후 투병생활로 인해 문단 활동을 마음껏 펼치진 못했으나, 글을 사랑했던 그의 진심은 120여편의 작품에 고스란히 남아 아내의 글과 함께 마침내 빛을 보게 됐다. 28일 만난 이 작가는 “남편이 살아생전 시인이 된 것을 그토록 기뻐하고 자랑스러워했다”며 “남편의 글에 담긴 진심을 알아보고 다시금 조명해준 분들의 배려 덕분에 큰 상도 받게 됐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부부가 문학 안에서 하나의 이름으로 함께 인정받게 되어 감격스러울 따름이다“고 덧붙였다. 남편이 세상을 떠난 지 3년이 흘렀지만, 작가는 여전히 집안에 남겨진 남편의 물건을 하나도 정리하지 않았다. 그는 “핑계같이 들릴 수 있는데, 옛날에 쓰던 물건을 하나도 버리지 않고 간직하고 있다”며 “버려야 하는데 차마 버리지 못하겠다”라고 전해 먹먹함을 더했다. 멈췄던 남편의 시간은 아내의 문학 안에서 비로소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이 작가는 남아 있는 남편의 글을 다시 모아 작품집으로 엮어낼 계획도 구상하고 있다. 물리적인 이별을 넘어 세상에 남겨진 부부의 글은 서로의 문학 세계를 비추는 영원한 이정표로 자리 잡을 것이다.
도로 위 수북하게 떨어진 은행, 얽혀버린 연줄을 푸는 아들과 어머니, 전깃줄 위에 빼곡하게 앉아있는 까마귀떼까지…. 김유석 시인의 디카 시집 <내가 더 아플지 몰라>(도서출판 작가)에는 카메라 렌즈와 시어를 나란히 놓아 우리가 무심코 지나쳐온 풍경에 천천히 다가간다. 디카시는 디지털 카메라로 포착한 이미지에 짧은 시를 덧붙이는 장르다. 시각적 이미지에 간결하면서도 참신한 사유를 잇대어 난해한 현대시의 틈새에서 독자층을 형성해오고 있다. 시집 <내가 더 아플지 몰라>는 초창기부터 20여 년 동안 틈틈이 적어온 김 시인의 디카 시 묶음이다. 자연한 모습부터 부조리, 삶에 대한 연민과 성찰에 이르기까지 소소한 풍경과 일상의 흔적 속에 놓인 존재의 아픔을 60여 편의 시로 이야기한다. “쇠 한 근과 솜 한 근의 차이//같은 무게를 얹어도//삶이란 시소는 한쪽으로 기울 때가 있지//무거움을 얹어 눈금을 달기 때문, 얹힌 무게를//조금씩 덜어 수평을 이루는 저울도 있어”(‘천칭(天秤)’ 전문) “젊을 땐 몰랐지//얽기보다/ 푸는 일이 더 겨운//연(緣) 줄”(‘얼레’ 전문) 시인은 경쾌한 어조와 특유의 유머로 시 자체를 은유한다. 특히 대여섯 문장으로 이루어진 짧은 시들은 평범한 사람이나 퇴색한 사물들의 이면에 숨은 비밀을 발견해 시 읽기의 즐거움을 선물한다. 시인의 눈과 카메라를 통해 존재와 기억, 시간과 관계성까지 엿볼 수 있다. 시인은 김제 출생으로 1989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199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됐다. 2013년에는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시 부문으로 당선됐다. 그동안 시집 <상처에 대하여> <놀이의 방식> <붉음이 재 몸을 휜다>, 동시집 <왕만두> 등을 출간했다. 제9회 디카시 작품상을 받았다.
박서진 작가의 동화 『글자 먹는 고양이/보랏빛소어린이』 2탄이 ‘용기의 맛’이라는 부제를 달고 출간됐다. 1탄과 마찬가지로 주인공은 ‘둥이’라는 고양이다. 둥이는 실제로 작가가 키웠던 고양이다. 지금은 저 세상으로 떠났지만 동화 속 캐릭터로 되살아나 어린이에게 진정한 말맛을 전해주고 있다. 4년 전 출간된 『글자 먹는 고양이』 1탄은 많은 독자의 선택으로 지금도 승승장구 중이다. 그러니 2탄 출간은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독자들은 이 작품에서 어떤 맛을 보았을까? 그 맛에는 어떤 힘이 내재되어 있을까? 주인공 둥이는 글자를 읽을 줄 아는데다 뜻까지 이해하는 사고형 고양이다. 게다가 혀로 글자를 핥아서 단어의 힘이 필요한 대상에게 전달하는 놀라운 능력을 가졌다. 글자의 맛을 혀로 핥아서 전해준다는 참신한 발상도 인상적이자만 주인공 둥이의 사랑스러운 활약이 책을 단숨에 읽게 만든다. 어딘가에 ‘고양이가 글자 좀 읽는 게 뭐 대순가’하는 이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여기에 사랑스러운 삽화까지 더해져 책을 읽는 기쁨을 배가시킨다. 뚱뚱한 집고양이 둥이의 탄생을 알린 『글자 먹는 고양이』 1탄은 글자의 맛을 느끼는 둥이를 통해 어린이들에게 독서의 힘을 이야기 한다. 2탄은 우연히 집 밖으로 나간 둥이가 길고양이 상상고양이와 친구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은수를 만나는 내용이다. 둥이는 ‘용기’와 ‘함께’라는 언어의 온기를 전하며 흥미진진한 모험을 한다. “글자에는 글자가 가지고 있는 힘이 있다는 사실이에요. 숨을 깊이 들이 쉬듯 글자를 읽으면서 그 뜻을 깊이 새기면 저절로 글자의 힘이 내 가슴에 새겨지는 것 같았지요.” p.21 둥이와 달리 우리는 어떠한가? 사람들은 뒤처지지 않으려 비속어와 줄임말을 쉽게 따라 쓴다. 또 책보다 짧은 영상에 익숙해지다보니 사용하는 어휘가 적어지고 표현력도 현저히 부족해졌다. 어떤 단어는 제대로 된 뜻도 모른 채로 남이 쓰니까 따라 쓰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런 시대에 우리는 어떤 단어를 사용해야 할까? 가볍게 소비되는 말에 익숙해질수록 우리의 표현도 점점 얕아진다. 이럴 때일수록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단어 사용이 절실하다. 그런 단어는 말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듣는 사람까지 가치있게 만든다. 의심된다면 지금 ‘사랑’, ‘용기’, ‘행복’, ‘함께’라는 단어를 상대에게 전해보자. 오늘 박서진 작가의 『글자 먹는 고양이2 (용기의 맛)』의 둥이처럼 주변에 선한 영향력을 끼칠 좋은 단어를 수집해 보는 건 어떨까. 또한 마음에 드는 단어 하나쯤 마음에 품어 보는 것도 좋겠다. 재기발랄한 주인공 둥이가 펼치는 글자의 맛은 2탄에 이어 시리즈로 꾸준히 이어질 예정이라고 한다. 덕분에 우리 아이들은 따뜻한 말 한마디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배우고 또 배우게 될 것이다. 아이들이 정말 부럽다.
돈을 버는 법이나 늙지 않는 법에 대한 담론은 차고 넘치지만 정작 축적된 삶의 시간을 어떻게 누릴 것인가에 대한 답은 부재한 시대다. 이와 다르게‘취향대로 놀기 위해 기꺼이 배운다’는 자세로 삶의 무게추를 생산에서 향유로 옮겨온 이가 있다. 은퇴 후 비로소 찾아온 생의 여백을 색연필로 채워나가는 이운초 작가다. 그가 2022년 말부터 3년 동안 소소한 일상을 글과 그림으로 기록한 신간 <60에 다시 쓰는 색연필 그림일기>(신아출판사)를 펴냈다. 책 속에는 치열했던 일터를 떠나 마주한 여유와 낭만이 가득하다. 저자는 탁 트인 완주의 자연 속에서 보낸 호젓한 세월을 뒤로한 채 전주로 이사 오던 날의 풍경을 그려내거나, 아이슬란드 여행에 대한 추억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했다. 저자가 기교 없이 소박한 색연필로 그려낸 그림과 글은 가볍게 읽히면서도 묘한 여운을 전한다. 그는 요즘 안분지족의 여생을 즐겁게 설계 중이라고 고백한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크레파스를 쥐고 스케치북과 씨름하던 순수한 감정으로 돌아가, 하루를 정성껏 채색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일기를 완성할 때마다 느끼는 뿌듯함은 은퇴가 상실이 아닌 새로운 창조의 시간으로 뒤바꾼 노년의 건강한 삶의 방식을 보여준다. “부끄럽지만 3년 동안의 이야기를 보여드린다”는 작가의 말처럼 이 책은 독자들에게 매일의 일상을 어떻게 대면하고 기록할 것인가에 대한 다정한 질문을 던진다. 치열한 사회적 역할을 내려놓고 새로운 생의 길목에 선 이들에게 잔잔한 사색의 기회를 제공한다.
문장의 멋이 살아있는 유인봉 시인이 시집 <가벼움도 가끔은 슬플 때가 있다>(인간과문학사)를 펴냈다.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감정을 앞세우지 않고 삶을 진실한 언어로 그려낸다. 3년 만에 펴내는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세계의 아늑한 풍경을 담백한 필치로 담아낸다. 특히 삶의 고비마다 마주한 고독과 기쁨을 한 장면으로 붙들어 세우는 시편들은 시인이 얼마나 공들여 시를 빚어냈는지를 보여준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지나간 세월의 기억 속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시인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다 보면 삶에 대한 연민의 정서와 선명한 외로움을 마주하게 된다. 적막하게 늙어버린 마을의 모습을 담담하게 그려내거나, 추억이 된 유년 시절의 풍경을 떠올려낸다. "쓸쓸하게 적막하다// 늙어버린 마을/ 한때 꽉 찬 적 있었다// 보릿고개를 넘던 춘궁기에도/ 골목마다 아이들 함성이 넘쳐나고//들녘마다 고단한 허리를 펴주던 농요가/ 질펀하게 울려 나던 시절//(…중략…)//햇살조차 늙어버린 담벼락 아래// 노인과 빈집만이 서로의 기침소리를/ 빌려쓰고 있다”(‘노인과 빈집’ 부분) 시인은 생의 쓸쓸함만을 노래하지는 않는다. 우연의 순간에 문득 생겨나고 움직이고 사라지는 존재들의 근원을 파고들거나, 탄생과 소멸을 거듭하는 생의 내밀한 풍경을 다채롭게 그려내 독자들을 풍요로운 상상의 세계로 인도한다. 김동수 시인은 발문에서 “시인의 시는 말보다 깊은 자리에서 존재를 응시한다”라며 “덜어낼수록 선명해지는 삶의 진실을 드러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시집은 고뇌와 축복이 함께 빚어낸 조용하고도 빛나는 결실”이라고 덧붙였다. 원광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한 시인은 제2회 장수문학상에서 시 ‘벽에 꽃이 피다’가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저서로는 시집 <바람 부는 들판에서> <벼랑 끝에 사는 새는 울지 않는다> <바람은 혼자 울지 않는다> 등이 있다. 장수문인협회, 전북시인협회, 전북문인협회 회원이다.
전북특별자치도문학관이 주최하는 ‘문학광장’이 26일 오후 2시 정읍시립중앙도서관에서 열린다. 이번 문학강연은 ‘시적 전회(轉回), 시 무엇을 쓰나?’를 주제로 진행되며, 계간 <아라쇼츠> 주간인 안성덕 시인이 강연자로 나선다. 정읍 출생인 안 시인은 지난 2009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시집 <몸붓>, <달달한 쓴맛>, <깜깜>을 펴냈으며, 디카에세이 <손톱 끝 꽃달이 지기 전에>를 출간했다. 안 시인은 2025년 제15회 김구용 시문학상과 제5회 작가의 눈 작품상, 제8회 리토피아문학상, 제9회 아라작품상 등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이번 강연에서는 현대 시 창작의 흐름과 시적 사유의 변화, 시를 통해 포착하는 삶의 감각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전북자치도가 도비 157억원을 투입해 건립 중인 전북문학예술인회관(이하 전북문학관·권삼득로 450)이 오는 6월 준공을 앞두고 막바지 점검에 들어갔다. 개관을 목전에 둔 시점에서 전시콘텐츠의 객관성 검증과 장기적인 위탁운영 구조 개편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26일 전북도에 따르면 현재 전북문학관의 공정률은 95%로 내부 마감 공사가 진행 중이다. 도는 최근 자재 단가 상승에 대응해 설계변경을 최소화하는 등 예산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또한 시설 복합 기능에 맞춘 조례 개정과 운영방식 다각화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지역 문화계 안팎에서는 내부를 채울 전시 콘텐츠의 검증 절차와 기준 부재를 두고 우려를 제기해왔었다. 실제 지난 4월 열린 전문가 간담회 자리에서 친일 행적 문인들을 다룰 때 단순 미화나 무비판적인 나열을 지양하고, 과오를 명확히 기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이와 관련해 전북도 관계자는 “친일 논란이 있는 작가는 15일 열린 1차 회의에서 확실히 배제했다”며 일각에서 제기된 역사적 검증 가이드라인 부재 논란에 선을 그었다. 도는 전북문인협회와 전북작가회의 등 각 단체의 의견을 수렴해 전시 후보 작가를 신석정, 김창술 등 14명으로 압축한 상태다. 전시 방식에서도 변화를 줄 예정이다. 도 관계자는 “최종 회의를 통해 수록 작가를 확정할 예정”이라며 “작가의 생애나 약력 나열은 줄이고 작품 속에 담긴 문구와 텍스트 위주로 전시 콘텐츠를 구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작가 정리와 전시 방향성이 준공 직전에서야 구체화되면서 사업 초기부터 정교한 소프트웨어 로드맵이 마련됐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나온다. 도는 6월 초로 예정된 최종 운영위원회 전까지 전시 연출 등 세부 콘텐츠 구축에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수십년간 이어진 특정단체의 수탁 독점 구조를 깨뜨리는 것도 과제다. 전북문학관은 도 소유 자산임에도 특정 단체만 단독 응모하는 구조적 한계가 반복되면서 폐쇄성 지적이 이어졌다. 도는 3년마다 정기공모를 거쳐 법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으나 관행적인 행정을 유지해 왔다는 비판은 피해가기 어려운 대목이다. 이에 도는 현재 위탁운영 중인 전북문인협회와의 계약이 끝나는 올 12월 말 이후를 대비해 문학진흥 조례와 문학과 설치 및 운영 조례 전반을 개정하겠다는 방침이다. 공모의 한계를 극복하고 전문경영시스템 도입 등 운영 주체를 다각화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다지겠다는 구상이다. 지역 문화예술계 한 인사는 “대규모 세금이 투입된 공공문화시설의 성패는 외형 구축이 아니라 소프트웨어의 정당성과 운영의 투명성에 달렸다“라며 ”단순히 행정적 절차 수행에 그치지 말고 철저한 검증체계와 도민 중심의 개방적 지침을 확립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사)한국영화인협회 전북도지회가 창립총회를 열고 공식 출범했다. 지역 영화인들의 창작 환경 개선과 도내 영화 문화 발전 등을 목표로 내걸었으나, 예산 확보와 실질적인 정책 거버넌스 구축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전북도지회는 최근 전북영화인협회 사무실에서 각 지부장과 대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창립총회를 열었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전북도지회 설립은 도내 3개 시·군지부가 연대해 유기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도지회 출범에 앞서 군산지부(지부장 임복근)와 정읍지부(지부장 김근섭), 완주지부(지부장 장공선)가 먼저 창립해 기반을 다졌으며 이를 토대로 통합 전북도지회가 구성됐다. 최근 열린 총회 본회의에서는 전북 영화계 운영과 사업 전반을 규정할 핵심 안건을 처리했으며 조직을 이끌어갈 주요 임원진 구성이 완료됐다. 이에 따라 신임 전북도지회장에는 나아리 회장이 선출됐으며 고문에는 나경균·소병문씨가 선임됐다. 감사는 이희찬·이숙희, 수석부회장은 김근섭, 부회장 김미림, 이사 임복근·장공선, 사무국장 이도연, 기획국장 서아연·임지호를 각각 임명했다. 이번 도지회 출범은 그동안 전주시에 편중되어 있던 전북 영화 생태계를 시·군 단위 개별 지부의 연대를 통해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군산과 정읍, 완주 등 기초지자체 기반의 지부들이 선제적으로 구축되면서 지역별 특성에 맞춘 로컬 콘텐츠 발굴과 지역 영화인들의 외연 확장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정적 자립 기반을 갖추지 못한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지역 영화산업 구조상 지자체 보조금과 공모사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단순한 친목 도모나 일회성 행사 개최를 넘어 지역 영화인들의 창작 환경을 실질적으로 바꿀 수 있는 예산 확보 방안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단체의 연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나아리 지회장은 “전북예총에 (전북도지회) 예산을 요청드린 상태로 예총에서도 ‘노력하겠다’고 했다"며 “(중앙에서) 인준서가 열흘 이내로 나온다면 6월 중에는 전북예총에 편입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사회 의결 등 몇몇 과정이 남아 있어서 조금 더 지켜봐야 하는 입장”이라며 “행정적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각 지부와 긴밀히 소통하고 65명의 회원들이 뭉칠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활동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전주의 밤이 오래된 활자의 숨결로 다시 살아났다. 지난 23일 오후 7시 30분, 전주문화재단의 전주브랜드공연 마당창극 15번째 시즌 작품‘별향단젼이라’가 한벽문화관 야외공연장에서 첫 막을 올렸다. 올해 작품은 전주가 품고 있는 문화유산 ‘완판본’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름 없는 백성들의 삶과 감정을 목판 위에 새겨 넣던 각수(刻手)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기록의 가치와 민중의 목소리를 마당창극 특유의 해학과 소리로 풀어냈다. 무대는 시작부터 관객의 시선을 단숨에 붙잡았다. 객석의 등받이에 기대 있던 몸들이 자연스레 앞으로 기울 만큼 흡인력이 강했다. 풍남문과 남부시장, 전주 한지와 판소리 오바탕 등 전주를 상징하는 요소들이 무대 곳곳에 녹아들며 작품의 지역성을 또렷하게 드러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정령’의 존재였다. 완판본과 경판본의 세평을 전하고 극의 흐름을 이끄는 이들은 단순한 조연을 넘어 시대와 시대를 연결하는 매개처럼 기능했다. 과거 활자문화의 전성기를 설명하면서도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기록의 의미를 자연스럽게 환기했다. 작품 곳곳에 삽입된 판소리 대목도 반가움을 더했다. 춘향가의 사랑가와 심청가의 ‘심봉사 눈 뜨는 대목’은 익숙한 소리의 힘으로 관객의 귀를 사로잡았다. 지난해 14번째 시리즈 ‘오! 난 토끼 아니오’가 수궁가의 전통적 면모를 강조했다면, 올해는 100% 창작극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택했다. 자칫 낯설 수 있는 소재였지만 전주의 공간성과 익숙한 정서를 적극 활용하며 대중성과 메시지를 동시에 확보했다. 야외공연장이라는 공간이 주는 매력도 극의 분위기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달빛 아래 들려오는 전주천 물소리와 배우들의 소리가 한데 어우러졌고, 한벽문화관을 지나던 시민들마저 발걸음을 멈춘 채 난간 너머로 공연을 지켜봤다. 공연 중간중간 객석 곳곳에서 터져 나온 추임새와 웃음은 ‘함께 노는 판’이라는 마당창극 본연의 매력을 되살렸다. 관객들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고 장단에 맞춰 호응하는 풍경은 실내극장에서는 보기 어려운 생생한 현장이었다.
불기 2570년 부처님오신날인 24일, 도내 주요 사찰에서는 부처님의 탄생을 기리는 봉축법요식이 일제히 봉행됐다. 이 가운데 김제 금산사는 봉축의 의미를 되새기려는 시민들과 불자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였다. 맑은 날씨 속 낮 기온이 25도까지 오르며 초여름 더위가 이어졌지만, 사찰을 찾은 이들의 발걸음은 끊이지 않았다. 이날 오전 11시 봉축법요식을 앞두고 금산사 일대는 이른 시간부터 차량 행렬이 이어졌다. 금산사 본절 입구로 향하는 도로는 주차장 진입 차량들로 긴 정체를 빚었고, 방문객들은 30분 가까이 차량 안에서 대기해야 했다. 주차장 인근 셔틀버스 승강장 역시 사찰로 이동하려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길게 늘어선 줄에는 30여 명의 방문객들이 차례를 기다리며 뜨거운 햇볕 아래 서 있었다. 사찰 초입은 부처님오신날 분위기를 체감할 수 있는 다양한 체험들로 꾸며졌다. 연등 만들기 체험과 목판 인쇄 체험 부스에는 가족 단위 방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고, 어린아이들은 형형색색 재료를 만지며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경내로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것은 사찰 전반을 가득 메운 형형색색의 연등이었다. 초록과 분홍, 노랑, 흰색, 빨강빛 연등들이 하늘 아래 빼곡히 달리며 장관을 이뤘다. 바람이 불 때마다 연등이 흔들리자 시민들은 걸음을 멈추고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을 남기거나 두 손을 모은 채 한참 동안 등을 바라봤다. 사월초파일을 맞아 금산사를 찾은 시민들의 표정에는 저마다의 간절함이 묻어났다. 가족의 건강과 화목, 학업, 사업 번창 등 소원도 다양했다. 연등 접수처 주변에는 소원을 적은 등을 달기 위한 줄이 길게 이어졌고, 사다리 위에 오른 사찰 관계자들은 등을 달아주고 인증사진까지 찍어주느라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금산사 미륵전 일대는 절밥을 받기 위한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시민들은 행사 팜플렛과 모자, 양산 등으로 강한 햇빛을 가린 채 긴 줄 속에서도 차분히 순서를 기다렸다. 사찰 내부 기념품점에도 방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소원팔찌와 염주 등을 구매하려는 사람들로 좁은 공간은 발 디딜 틈 없이 붐볐고 계산을 기다리는 줄도 길게 늘어섰다. 이날 봉축법요식에서 금산사 주지 화평 스님은 봉축사를 통해 “부처님의 자비와 지혜가 온 세상에 가득 퍼져 모두가 평안하고 화합하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며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이야말로 오늘날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가치”라고 말했다. 이어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자신과 이웃을 돌아보며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하루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날 가족과 함께 금산사를 찾은 김윤수(69·전주) 씨는 “매년 사월초파일이면 금산사를 찾아 가족 건강과 화목을 빈다”며 “연등 가격이 중요한 게 아니라 작은 소원이라도 꼭 이뤄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방문객 최은경(53·전주) 씨는 “아이와 함께 처음 금산사를 찾았는데 생각보다 사람이 많아 놀랐다”며 “연등이 가득 달린 모습을 보니 마음이 편안해지고 가족 모두 평안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절을 둘러봤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오전 11시 대적광전 앞에서 열린 봉축법요식에는 화평 주지스님을 비롯해 노홍석 전북특별자치도지사 권한대행, 문승우 전북특별자치도의회 의장, 윤동욱 전주시 부시장 등 지역 정치권 인사들과 불자, 시민들이 대거 참석했다.
짜장면 먹으러 갑니다. “할아버지 오늘 점심 메뉴가 뭘까?” 아무 날도 아닌 일요일, 에둘러 특별식을 먹고 싶다는 아홉 살짜리 앞세우고 홍콩반점에 갑니다. 대낮에 헛제삿밥 먹으러 갑니다. 붉은 휘장을 밀치고 두리번, 빈자리를 찾습니다. 허허 이놈, 메뉴판도 볼 것 없이 “짜장 주세요” 주문합니다. 엽차를 마시며 주방을 기웃거립니다. 탕 탕 수타면은 안 뽑아도 춘장 볶는 불내 넘칩니다. 닥 닥 웍 긁는 소리, 기다리던 짜장면이 나오고, 녀석 먼저 맛있게 비벼줍니다. 중국집 의자에 앉아 먹어도 신문지 깔고 빙 둘러앉아 먹던 옛 이삿날 그 맛이 살아납니다. 짜장면, 생일이나 졸업식 날 또 일등 한 날에 먹던 특별식이었지요. 아무 날도 아닌 보통날, 특별히 기억되라고 탕수육 소짜 하나 더 시켜 줍니다. 옛적엔 중국집이 참 멀고도 멀었지요. 가만 생각해 보니 그땐 해외여행 자유화 전이라서 홍콩반점, 양자강, 북경루, 만리장성……, 중국에 데리고 가지 못했겠지요. 내 부모님은 평생 한자리에 눌러사셔 이사할 일 없으셨겠지요. 배갈 없어도 탕수육 몇 점 더 먹습니다. 남은 양파쪼가리 춘장 찍습니다. 손녀 입에 묻은 짜장 말끔히 닦아주고 일어섭니다. 홍콩반점 뒤돌아보며 안동 선비라도 되는 양 흠, 흠 헛기침을 합니다.
6‧3지방선거를 앞두고 전북특별자치도지사 후보들이 문화공약을 잇달아 내놓고 있지만 비전과 구체성 면에서는 여전히 빈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이원택, 국민의힘 양정무, 무소속 김관영 세 후보 모두 ‘문화자원의 산업화’를 내세우지만 이를 실현할 실행전략 없이 정책을 나열하는 데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문화예술을 보편적 복지와 산업생태계의 조화로 풀어내겠다는 전략이다. ‘동학역사문화권 조성(가칭)’을 통해 지역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기초예술종합지원센터 조성을 통한 예술인 통합지원으로 예술생태계를 보호하는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다. K-Story 콤플렉스 조성과 복합 돔구장을 통한 체류형 관광플랫폼 구축 역시 문화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동학역사문화권 조성을 위한 특별법 제정이나 기업중심의 프로구단 유치 등은 정부의 예산 협조와 민간 자본 수혈이 필수적인 구조라는 점이다. 정부의 입법 협조와 대외 정치 환경 변화에 의존해야 하는 구조여서 지자체 차원의 공약 실현 가능성에 한계가 따른다는 분석이다. 양 후보는 현장 밀착형 실무 지원을 전면에 내세웠다. 전북예술인 창작기본지원금 도입, 전북예술패스 운영, 청년예술인 월세·작업실 지원 등은 예술 현장의 갈증을 즉각 해소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특히 지자체 예산에만 의존하지 않고 주요 관광지 수익을 문화예술기금으로 환원하거나 산업단지 입주기업과 예술단체 매칭을 통한 기업 메세나 확대로 재원을 다변화하겠다는 구상은 다른 후보와 차별화된다. 다만, 전북의 관광 수요가 정체되거나 기업 참여가 저조할 경우 기금의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어 이를 보완할 정교한 재정적 안정 장치와 예산 운영의 투명성이 담보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 후보는 규모의 경제를 통한 인프라 거점화에 집중한다. 국립 모두예술콤플렉스 건립부터 국립현대미술관 전북관 설립, 국립판소리산업 복합단지 조성, K-컬처‧AI융합 영화영상 실증지원센터 조성까지 전북의 문화 외연을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도지사 임기 중 노출된 전주세계소리축제 파행과 전북도립국악원 내부 갈등 등 문화행정의 난맥상은 대규모 인프라 공약의 신뢰성을 흐리는 아킬레스건으로 꼽힌다. 특히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시설일수록 건립보다 사후 운영이 핵심인 만큼, 구체적인 운영 매뉴얼과 재원 확보 방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지자체의 재정적 부채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같은 후보들의 공약 경쟁에 대해 홍석빈 우석대 교수는 “단순히 큰 시설을 짓거나 단기적으로 지원금을 더 쥐어주는 방식으로는 지속가능한 문화생태계를 만들기가 어렵다”고 직언했다. 전북의 재정자립도가 전국 최하위에 머물고 있는데다, 현장 예술인들 사이에서는 오래전부터 정치적 목적의 대형사업과 일회성 지원이 반복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홍 교수는 “전북에 가장 필요한 것은 선거용 랜드마크나 현금지급이 아니라, 작더라도 내실 있게 작동하는 지속가능한 문화예술 시스템”이라며 “이번 선거의 성패는 예술인을 단순한 시혜대상이 아닌, 지역문화경제의 당당한 부가가치 생산자로 대우하는 구조를 어떻게 만드느냐에 달려 있다"고 제언했다.
짧은 인연 그리고 긴 이별. 이것이 내가 만난 박경원 시인과의 인연이다. 한 번도 만난 적 없이 차령문학에 원고 청탁을 받고 발표한 시간이 전부였다. 박경원 시인이 1996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고 2001년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하기까지 우리의 인연은 닿을 수 없는 거리가 있었다. 슬프다. 유고 시집을 받고 읽으면서 왜 시 편편마다 아픔이 서려 죽음을 예고하는지 가슴이 저렸다. 짧은 시간은 가까웠는데 그리움은 아직 멀었다 세상 모든 어둠들의 고향이 그 곳엔 있다 했습니다 등잔불 밑 깊은 졸음의 누이와 일찍 잠들면 눈썹이 희어질 탈고 안 될 전설이 그 곳엔 있다 했습니다 더 깊이 어두워져야 더 맑게 떠오를 태양과 누군가 고운 새 신처럼 닦아놓은 달력의 첫 이야기들이 그 곳엔 있다 했습니다 문은 잠그지 않아도 됩니다 발소리를 지우며 다녀갈 검은 복면의 꿈들도 새벽이 되면 푸른 길몽으로 바뀔 그곳, 오늘은 바로 그대가 그대의 낡은 이름으로 돌아와 청노새 하나 갈아타고 떠날 그리움의 맨 마지막 날이기 때문입니다 ㅡ (「그믐 전문」) 가고픈 꿈이 있다면 어디를 꿈꾸었을까요? 먼 추억의 집으로 시인은 발걸음을 옮깁니다. 일찍 잠들면 안되는 전설이 있는 곳, 꿈속에서 만나고 싶어 했던 이야기들은 이미 달력의 첫 이야기들이 되었네요. 더 깊이 잠들어야 만날 고향의 아이들과 소문들이 아직은 바람으 로 떠도는 곳이지요. 누군가 꿈속에서든 찾아오라는 귀엣말로 문은 잠그지 않습니다. 다 녀갈 사람들과 이야기들의 꿈. 깨어나면 허전함보다는 푸른 길몽이 환한 햇살을 비출 것만 같은 곳이지요. 그대가 비로소 돌아온 후에야 청노새 타고 떠날 그리움처럼. 그 마지막 날 에 우리는 만날 수 있을까요? 고향의 그리움이야 이루 말할 수 없는 아픔이니 하나쯤 안고 살아가는 게 현대인의 고통 이라면 고통이겠지요. 시인은 수원에서 소설가의 꿈을 키우다 준기(현 수원시협 회장)형의 조언으로 시인의 길을 걷게 되었지요. 유난히 담배를 좋아했던 시인은 담뱃불 같은 열정을 시 속에 햇살 환한 추억의 집을 풀어 놓고 연기처럼 사라졌지요. 어느 날 받은 부고는 또 하나의 시인을 잃었다는 것 뿐. 시인은 이미 죽음을 예고하고 있었지요. 단편적으로 시 속으로 들어가 보면 나비, 먼지, 흰빛, 햇빛 등 많은 시어들을 쓰고 있었음에도 우리는 알지 못했지요. 얼마나 아픈 생각들 이 시인을 고뇌 속 갈림길에 서게 했을지 짐작이 가지요. (「먼지사랑」)을 보면 추억은 시인 의 자폐적 감성마저 순수한 먼지에 의해 “사랑해”라는 말로 흐려지지요. 하고픈 말을 다 하 지 못하고 그리움과 함께 청노새를 타고 떠나간 시인이어서 아팠지요. 휴식에 든 산은 무겁다 잎새 몇 개로 구름의 행방을 짐작하던 골짜기도 긴 잠의 거름을 삭인다 서로의 관계를 내줘야 더 푸르게 다가온 계절들 곧고 단단한 힘으로 성장의 마지막 부피를 늘이던 것들이 뜨거운 숨을 몰아쉬고 오늘은 문득 마음의 한 끝이 이월, 혹은 베티쯤의 나무들을 헤아리게 됩니다 그 곳을 넘어올 거대한 봄을 생각하면 마음은 벌써 제비꽃이라도 환생하고 싶어집니다 그게 산이겠지요 오늘은 문득 ㅡ (「칩거 전문」) 산, 그리고 정처 없는 구름과 휴식, 환생하고 싶은 마음과 산이라는 말은 산에 들고 싶어하는 시인의 심리적 작용이 시어에 숨어 있다고 생각했지요. 세상을 살아간다는 건 어쩌면 자신을 비우는 일일 것이니 천천히 비워놓고 간 짧은 시인 의 생이 쓰네요. 외로이 홀로 걸었을 길에 동행이 되지 못한 아픔이 있어 이 시집으로 세상 의 끈을 놓고 청노새타고 타박타박 떠나가길 바라네요. 영원한 칩거에 들기를 기원하면서요. 박경원시인의 시어들이 아직 가슴을 찌르네요. 아마 오랫동안 우리 생의 추억을 깨우쳐 줄까요? 박복영 시인은 1997년 월간문학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2014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조 부문, 2015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기도 했다. 그는 ‘작가의 눈’ 시 작품상과 여순10·19평화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서울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작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저서로는 시집 <아무도 없는 바깥> 등 6권과 시조집 <그늘의 혼잣말을 들었다> 등 2권이 있으며, 현재 전북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제20회 바다문학상 대상(해양수산부장관상) 수상자로 강성재(65·여수) 시인이 선정됐다. 본상은 장금식(65·서울) 수필가가 차지했으며, 평생 문학에 헌신한 문인에게 수여하는 ‘찾아주는 바다문학상’은 소재호(81) 시인에게 돌아갔다. 20회를 맞이한 바다문학상은 전북일보사와 국제해운이 공동 주최하는 가운데, 올해부터 최고상이 해양수산부 장관상으로 격상되면서 문학상으로서의 위상이 한층 높아졌다. 바다문학상 심사위원단은 지난 19일 최종 심사를 열고 예심을 통과한 후보작들을 검토한 끝에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수상작을 낙점했다고 밝혔다. 지난 4월 한 달간 진행된 공모에는 총 569명이 1401편의 작품을 출품하여 뜨거운 문학적 긴장감을 보여줬다. 대상을 차지한 강성재 시인은 ‘용골’이라는 작품을 통해 바다라는 거대한 자연을 내밀한 기억과 역사적 상흔으로 연결하는 시적 명징성을 보여줘 심사위원들에게 큰 호평을 이끌어냈다. 심사위원들은 “바다의 이미지를 정교한 언어로 포착하여 인간 존재의 단면을 깊이 있게 담아낸 문학적 창의성이 돋보인다”고 평했다. 본상 수상작인 장금식 수필가의 ‘바다, 어두워짐과 밝아짐 사이’는 삶을 바라보는 담백한 시선과 유연한 문체가 돋보였다는 평가다. 심사위원들은 “바다라는 공간을 단순한 지리적 배경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삶의 섭리와 사유를 이끄는 은유로 확장하며 수필 본연의 미학적 완성도를 보여주었다”고 밝혔다. 찾아주는 바다문학상은 소재호 시인에게 돌아갔다. 소재호 시인은 1984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한 후 전북문인협회 회장과 전북예총 회장, 석정문학관장 등을 역임하며 전북 문단의 위상을 크게 높인 공로를 인정받았다. 올해 바다문학상 심사에는 신달자·양병호·김동수·강연호·장교철·송희(시 부문), 백봉기·김저운·김형중(수필 부문) 등 문단의 중견 문인들이 참여했다. 심사 기준은 문학적 창의성과 사유의 유연성, 바다와의 연관성 등이다. 지난 11일 진행된 예비심사에서 선별된 작품들이 최종 본선에서 경합을 벌였으며, 심사위원들은 장시간 논의 끝에 이견 없이 당선작을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시상식은 오는 7월 1일 오후 4시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국제회의장에서 열리며 수상자들에게는 상금과 상패가 수여된다.
전북 출신의 국제조세 전문가로 공직과 학계를 아우르며 활약해 온 김명준 전 서울지방국세청장(현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이 최근 ‘국제조세론’ 전면개정판(삼일인포마인)을 출간했다. 지난 2021년 초판 발행 이후 5년 만이다. 이번 개정판은 급변하는 국제조세 환경을 반영해 인공지능(AI)이 일상화된 디지털 경제 시대의 국제조세체계 개혁(BEPS 2.0)과 글로벌최저한세, 역외탈세 대응 등 최신 이슈를 폭넓게 조명했다. 한편으로는 촘촘해진 조세회피 방지망을 피해 안전한 절세 전략을 짜야 하는 납세자의 고민을, 다른 한편으로는 해외거래 정보의 한계를 넘어 정교한 과세 논리를 개발해야 하는 과세당국의 난관을 균형 있게 다루며 해법을 제시했다는 평이다. 이 책이 지닌 가장 큰 차별성은 저자의 독보적인 이력에서 비롯된다. 김 전 청장은 행시 37회로 공직에 입문한 뒤 주OECD대표부 세무주재관, 서울지방국세청 국제거래조사국장, 국세청 조사국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다국적기업 세무조사를 직접 기획하고 집행하며 “어떻게 과세하는가”를 가장 잘 아는 실무 권위자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한 실전 지침을 집대성한 셈이다. 김 전 청장은 2020년 퇴임 이후에도 학술 활동을 이어가며 학계와 실무를 넘나들고 있다.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최근에는 “국제적 B2B 용역거래의 부가가치세 납세의무”라는 논문으로 한국국제조세협회가 수여하는 2025년 국제조세 학술상을 받기도 했다. 저자는 이번 개정판에서 이전가격 과세 분야를 별도로 분권화했다. 조만간 한층 더 깊이 있는 내용을 담은 별도 전문서적으로 출간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마법 같은 동시집이 세상에 나왔다. 이준관 시인이 펴낸 <별나라 문구점>(고래책빵)은 평범한 일상을 상상의 세계로 탈바꿈시키는 따뜻한 시선을 읽을 수 있다. 동시집에는 표제작인 ‘별나라 문구점’을 비롯해 80여편의 동시가 수록되어 있다. 책 속에서 ‘별나라 문구점’은 단순히 학용품을 판매하는 공간이 아니다. 그곳의 물건들은 문구 본연의 기능을 넘어 상상의 힘을 만나 새로운 의미를 갖는다. 시인은 아이들에게 단순한 물건이 아닌 꿈과 희망이 담긴 별을 선물하며 아이들의 일상을 반짝이게 한다. 동시집의 가장 큰 특징은 주변의 흔하고 익숙한 대상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깊은 호흡이다. 시인은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하지 않고 호기심 가득한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사물을 바라본다. 이 때문에 편편마다 녹아 있는 해맑은 눈빛과 따뜻한 시선이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여기에 상상과 현실의 경계를 부드럽게 이어붙여 독자들이 마치 한 편의 재미있는 이야기를 읽듯이 자연스럽게 시에 몰입하도록 유도한다. 시집은 1부 별나라문구점, 2부 월요일이 좋아, 3부 단짝친구들, 4부 엄마 손잡고, 5부 개울물 등으로 구성됐으며 김천정 작가의 삽화로 시각적인 즐거움과 작품의 깊이가 한층 견고해졌다. 저자는 머리말을 통해 “어린이로 돌아가는 일이 가장 어렵다”고 고백하며 “그럼에도 어린이로 돌아가려고 골목길 아이들과 어울리기도 하고 아파트 아이들과 만나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어린이로 돌아가는 일은 언제나 즐겁고 행복하다. 어린이로 돌아가 어린이의 마음을 담아 쓴 시를 모아 동시집으로 펴냈다”고 덧붙였다. 시인은 1949년 정읍에서 태어나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서 동시로 당선됐다. 1974년에는 박목월이 창간한 문예지 ‘심상’에서 시 부문 신인상을 받으며 시와 동시를 동시에 쓰고 있다. 펴낸 책으로는 동시집 <씀바귀꽃> <내가 채송화꽃처럼 조그마했을 때> <쥐눈이콩은 기죽지 않아>, 시집 <가을 떡갈나무 숲> <부엌의 불빛> 등이 있다. 초등학교 국어교과서 2학년 1학기에 동시 ‘오늘’이, 중학교 국어교과서에 시 ‘딱지’가 실렸다. 방정환문학상, 소천아동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올해로 등단 58년이 된 오세영 시인이 신작 시집 <세상이 어두워지고 있다>(서정시학)를 출간했다.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를 역임하며 문예를 학문의 대상으로 탐구하며 오랜 시간 독자적인 시 세계를 다져온 시인의 사유가 한층 깊어졌다. 시학의 이론과 개념을 토대로 인문학적 성찰을 시 속에 녹여내는 시인은 삶과 죽음, 자연과 인간 사이를 가로지르는 세계관의 깊은 통찰과 사유를 진솔한 언어로 펼쳐 보인다. 60여 편의 시가 실린 이번 시집은 툭 터놓듯 담백한 문장으로 이어지며 편편이 담긴 사유의 무게는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인연과 인연이 실처럼 얽히고설켜/윤회하는 중생이라고들 하더라만/(…중략…)/그럳하. 언어란/사람과 사람 사이에 흐르는 일말의/전류// 내 노년 들어 청력이 약해지니/ 주위에서 자꾸/귀가 어둡다고 구박들을 하더라만/(…중략…)/ 난들 어찌할 수 있으랴”(‘어둡다는 것’ 부분) 시인은 시집에서 인간의 오만함을 꼬집고 “난들 어찌할 수 있으랴”라고 자조적인 진술을 하지만 덤덤하게 말한다. 그는 자신만의 속도로 살아가면서 매일 세상을 마주하게 되니 산다는 게 좋은 일이라고 감각한다. 일상 속 소박한 만족감이 돋보이는 시편들은 ‘산다는 것’ 자체로 이미 충만하다는 통찰을 담고 있다. 무감각한 사회에서 자신의 마음이 어떠한 모양을 하고 있는지조차 흐릿해지는 때에 시인의 정갈한 언어는 고요한 세계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시집에는 간혹 “인간은 평등한 것일까”('인간론 15')와 같은 관념적이고 철학적인 주제들도 담겨 있다. 인문학적인 시선을 통해 시인은 독자들에게 사회 부조리를 이야기한다. 추상적인 글감임에도 불구하고 시인은 난해한 은유 대신 직설적이고 일상적인 문장으로 독자들의 가슴을 파고든다. 그렇게 자아를 성찰하면서 있는 그대로의 세계를 겸허하게 그려내 큰 울림을 전한다. 오 시인은 시집 발문에서 “이 생은 과학적 진실이 아닌 바로 사랑과 같은 모순의 진실이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이라며 “우리는 그것을 시라고 부른다”고 밝혔다. 1942년 전남 영광에서 출생한 시인은 광주와 전주 등지에서 성장했다. 서울대학교 문리과학대학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다. 시집 <시간의 뗏목> <봄은 전쟁처럼> <등불 앞에서 내 마음 아득하여라> 등을 펴냈으며 목월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등을 받았다.
“대상 소식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건 함께 무대를 만든 22명의 무용수들이었습니다. 욕심일 수도 있지만, 이제는 10월 전국무용제까지 1등을 목표로 달려가 보려 합니다.” 제35회 전북무용제에서 작품 ‘바리여 바리여’로 대상을 차지한 뉴앙스아트컴퍼니의 김동훈 대표 겸 안무자는 수상의 공을 동료 무용수들에게 돌렸다. 지난 17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열린 이번 무용제에서 뉴앙스아트컴퍼니는 대상과 안무상, 연기상 등을 포함해 5관왕에 오르며 강렬한 존재감을 남겼다. 뉴앙스아트컴퍼니는 ‘New(새로운)’와 ‘Dance(춤)’를 결합한 의미를 담은 무용단체로, 기존 한국무용의 틀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움직임과 무대를 만들어가겠다는 뜻이다. 동시에 ‘뉘앙스(Nuance)’처럼 말로 설명되지 않는 감정과 분위기를 춤으로 표현하겠다는 철학도 담고 있다. 김 대표는 “이번 작품은 혼자 만든 작품이 아니라 22명의 무용수들과 함께 완성한 작품”이라며 “짧은 준비 기간에도 모두가 진심으로 작품에 임해줬고, 서로 믿고 의지하며 무대를 만들었기에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작품은 한국 전통 설화 ‘바리데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창작무용이다. 버려졌던 바리공주가 병든 부모를 살리기 위해 저승으로 약초를 구하러 떠나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인간의 상처와 희생, 치유의 과정을 담아냈다. 그는 “바리데기를 단순한 효(孝)의 이야기로 보기보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길을 끝까지 걸어가는 존재의 이야기로 바라보고 싶었다”며 “누군가는 묵묵히 희생하지만 세상은 그 희생을 알아주지 못한 채 지나가기도 한다. 그런 점이 굉장히 인간적으로 다가왔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예선 무대는 20분이라는 제한 시간 안에 작품을 압축해 선보여야 했다. 김 대표는 “원래는 1시간 규모로 준비했던 작품”이라며 “긴 서사를 모두 담기 어려워 요정과 망자, 그리고 바리의 슬픈 솔로 장면을 중심으로 핵심 감정과 분위기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뜨거운 열정으로 완성된 무대였지만 현실적인 어려움도 컸다. 전북무용제 지원 예산은 약 200만 원 수준에 불과했지만, 22명의 무용수와 대규모 군무를 꾸려야 했기 때문이다. 그는 “현실적으로 충분한 페이를 지급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조심스럽게 ‘함께 좋은 작품을 만들어갈 분들을 찾고 있다’고 이야기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많은 분들이 먼저 연락을 주셨다”고 회상했다. 이어 “이번 작업을 통해 결국 좋은 작품은 사람과 사람이 함께 만드는 것이라는 사실을 다시 느꼈다”고 덧붙였다. 뉴앙스아트컴퍼니는 오는 10월 서울에서 열리는 전국무용제에서 작품 규모를 한층 확장할 계획이다. 사물악기 연주자 15명을 추가해 무속적인 에너지와 현장감을 극대화하고, 바리데기의 후반 서사까지 보다 깊이 있게 풀어낼 예정이다. 김 대표는 “본선에서는 바리가 약초를 구하고 끝내 만신의 왕이 되어가는 과정까지 확장된 이야기로 보여드리고 싶다”며 “전북 대표로 올라가는 만큼 전북의 힘과 에너지를 제대로 보여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웃으며 “욕심이지만 충분히 우승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끝까지 함께해준 무용수들과 꼭 좋은 결과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예술은 결국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억지로 만드는 무대보다 서로를 믿고 즐기며 만드는 무대에서 훨씬 큰 에너지와 감정이 나온다. 앞으로도 좋은 사람들과 좋은 작품을 만드는 안무가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격식도 눈물도 없이…'인간 날것의 삶'을 노래한 정양 시인을 추억하다
[안성덕 시인의 ‘풍경’] 봄날 간다
아내가 꺼내놓은 남편의 일기장, 문학계 ‘대상’으로 화답하다
[한자교실] 가
[전북작가회의와 함께하는 전라북도 길 이야기] 함께 걷는 길 – 박서진
제20회 바다문학상 대상, 강성재 시인 선정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김근혜 아동문학가-박서진 ‘글자 먹는 고양이2’
일상의 풍경에 시를 얹다…김유석 시인, 디카 시집 ‘내가 더 아플지 몰라’ 출간
[영화세상] 신년 극장가 볼만한 영화
[전시] 이주리 개인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