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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힘 2050] "한가위 보름달 뜨면 가족 소원 빌어봐요"

결혼하던 해, 친정 막둥이동생이 대입수능시험을 치렀다. 그때 어머니는 달을 보며 동생의 합격을 기원했고, 입대할 때도 '무사히 잘 다녀오게 해 달라' 빌었다. 어머니도 그전에는 그다지 달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고단한 일과를 마치고 귀가하던 중, 밤하늘에 휘영청 밝은 달을 보니 마음이 그렇게 편할 수가 없었단다. 그길로 어머니는 둥실 뜬 달을 따라 마냥 걷고 싶은 충동을 느꼈고, 당신도 모르게 저절로 그 달을 보고 소원을 빌었다.

 

어머니에게 달은 안식처였던 것이다. 달한테만큼은 고단한 생의 짐을 다 내려놓을 수가 있었다. 삶의 순간순간 당신 힘을 다하고도 모자랄 때는 달에게 요청했다. 그것은 바로 마음을 고요히 가라앉히는 흡월(吸月)이었다. 이규보의 한시 '영정중월(詠井中月)'에 나오는 스님처럼 달빛을 탐하는 게 아니라, 어머니는 캄캄한 세상을 환히 밝히는 달의 정기를 가슴에 품었다. 바닷물을 끌어당기는 달의 힘을 들이마신 어머니는, 달보다 훨씬 더 강력한 힘으로 자식들을 끌어 안아주었다.

 

어머니처럼 그렇게 내 아이들을 키우고 싶었다. 큰 아이가 예닐곱 살 먹었을 때쯤 아이들과 처음으로 마당에서 달맞이를 했다. 그때, 큰 아이가 손가락으로 옥상을 가리키며 "엄마, 달님이 안테나에 앉았어."라고 신기한 듯 말했다. 환한 달님이 오래 전에 주파수 끊긴 녹슨 안테나에 턱하니 걸터앉아 우리 가족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마치 우리가 부르는 소리를 듣고 달님이 찾아온 것만 같았다.

 

한 번은 '달을 먼저 본 사람이 더 길하다'는 말에, 나는 달이 뜨기도 전에 하늘을 본 적도 있다. 또한 정월대보름이나 한가위에는 항상 옥상에 올라가 기린봉에서 떠오르는 달을 보며 소원(所願)했다. 이처럼 달에게 기도해서 소원이 다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러한 행위는 아마도 '자신이 원하는 일에 지성을 다 할 테니 잘 지켜봐 달라.'는 뜻일 게다.

 

그간 소원을 빌 때 나는 늘 내가 우선순위였다. 그런데 서너 해전부터 나는 뒤로 살짝 물러섰고 가족을 먼저 챙겨서 빌었다. '내 남편' '내 부모' '내 가족들' '내 이웃'이 행복하면, 그와 함께 하는 내 삶도 더불어 따뜻해질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이유로 나는 올해도 한가위 보름달을 기다리며 간절한 소원들을 챙기고 있다.

 

/박예분(여성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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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예분 desk@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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