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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촌 기본소득과 전북] 기본소득의 역설…“재정자립도 최하위 지자체가 떠안을 ‘사후 청구서’”

선거철 현금성 지원 공약 카드 본격화
433 매칭이 부른 ‘빈곤의 덫’ 재정 공백 확실 
치명적인 지방부담, 농촌 지자체 감당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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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농어촌 기본소득’ 등 현금성 지원 정책에 자치단체장들이 목을 매는 가운데, 이 같은 정책이 오히려 ‘가난한 지자체를 더 가난하게 만드는' 역설이 발생하고 있다.

한마디로 군민들이 내는 세금으로 생색은 정치인들이 내고,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대상 지자체는 그 예산을 감당하지 못해 결국 이것이 주민피해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가장 심각한 것은 다른 예산에서 빼서 기본소득 예산을 충당할 수밖에 없어 더 적은 돈을 받게 될 군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농어촌지역에 사는 부자들도 기본소득을 똑같이 나눠 가지는 게 이 딜레마의 핵심이다. 

1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행정안전부, 통계청 그리고 현재 국회에 발의된 법안 비용 추계를 기반으로 분석한 결과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대상지로 선정된 순창군과 장수군은 이 사업을 위해서 연간 자체 수입의 35%를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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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농어촌 기본소득 예산을 지자체도 중앙정부와 비슷하게 부담을 하는 구조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내년도부터 시행될 이 사업 예산은 각각 국비 40%, 도비 30%, 군비 30%씩을 부담하는 구조다. 전북으로 말하면 전북도와 순창·장수군이 60%의 부담을 껴안은 셈이다. 

고작 인구 2만명대의 지자체는 사실상 세금을 걷을 주민도 많지 않고 돈을 낼 법인도 없다. 그런데 부담비율은 국가와 맞먹는 수준이다. 이를 계산하지 않고 기본소득 사업에 뛰어든 자치단체장들은 사후 청구서에 골머리를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농식품부에 따르면 내년부터 2027년까지 진행될 이 사업에 들어갈 총예산은 10개 군지역 기준으로 5745억 원이다. 이중 국비는 2299억  원이 소요되고, 지방비는 3446억이 투입된다.

전북에선 순창·장수군 두 지자체 4만7481명(순창 2만7011명, 장수 2만0470명)을 대상으로 각각 486억 2000만 원과 368억 8600만 원 등 총 855억 600만 원이 배정됐다. 이중 전북도 부담은 256억 5200만 원이고, 순창이 145억8600만 원, 장수가 110억6600만 원을 내는 것으로 확정됐다.

액수로는 크지 않아 보이지만, 2024년 기준 두 지자체의 재정자립도(각 지자체 재정공시 기준)와 지방세수를 보면 이것이 해당 지역에 얼마나 큰 부담이고 이 부담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를 알 수 있다.

순창군의 재정자립도는 8.14%로 지난해 기준 연간 지방세 수입은 421억 원이다. 이 기준으로 하면 기본소득이 실질 세수를 잠식하는 비율은 34.6%나 된다. 

장수군의 경우 재정자립도가 7.97%, 지방세 수입이 313억 원으로 지방세수 잠식률이 35.4%다.  

두 군이 기본소득 재원을 충당하려면 한해 자체재원 35%를 무조건 빼내는 수밖에 없다.  

이 경우 가뜩이나 돈이 적은 이들 두 지자체가 재량껏 쓸 수 있는 가용예산은 전체 세수의 65%로 떨어져 실질적인 재정자립도는 극도로 악화할 수밖에 없다. 기본소득 지원이 가난한 자치단체를 더 가난하게 만드는 역설도 여기에서 발생한다.

여기에 군에서 홍수와 폭우 폭설 등 재난 대응과 각종 농사 지원, 취약계층 등에 쓰던 돈을 필연적으로 줄일 수밖에 없다.

주민들의 요구도 기본소득의 역설을 보여주고 있다. 군민들은 기존에 지원하던 예산을 삭감하지 않고, 기본소득을 또 주는 것을 희망하는데 만약 이럴 경우 해당 지자체는 군비를 매칭해야만 따낼 수 있는 각종 국가예산과 사업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까지 이를 수 있다.

한편 정부는 69개 지방소멸 군지역에 모두 농어촌 기본소득을 진행할 경우에 생길 리스크를 대비해 이 사업을 시범사업으로 설정했다. 해당 사업에 지방비 부담을 60%로 설정한 것도 차별 논란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국회 예산정책처 분석에 따르면 69개 군지역에 모두 기본소득을 시행하면 현 인구·고령화 구조를 적용할 때 연 4조 9010억 원이 들어간다.

서울=김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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