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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도는 공공기관 지방이전

고 노무현 대통령의 최대 치적은 지방 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이라 할 수 있다. 수도권 집중화로 인해 지방은 소멸 위기에 처하자 수도권과 지방이 함께 발전하고 성장할 수 있는 국가균형발전을 국정의 최대 지표로 삼았다. 국가균형발전의 핵심 프로젝트로 수도권에 집중된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을 추진했다.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을 제정해서 공공기관 지방이전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전북과 부산 대구 광주·전남 울산 강원 충북 경북 경남 제주 등 10곳에 혁신도시를 세우고 세종 행정중심복합도시를 건설했다. 노 대통령의 국가 재편 프로젝트로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공공기관 등 153개 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했다. 전북혁신도시에는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국립식량과학원 국립축산과학원 한국농수산대학 지방자치인재개발원 한국전기안전공사 한국국토정보공사 국민연금공단 한국식품연구원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등 12개 기관이 들어섰다. 애당초 한국토지공사가 전북으로 이전할 계획이었지만 이명박 정부가 규모가 작은 주택공사와 합병을 통해 경남 진주로 넘겨줬다. 토지주택공사를 가져간 진주는 엄청난 지방세수 증가로 대박을 맞았지만 이를 빼앗긴 전북은 천추의 한이 되고 말았다. 노무현 대통령이 추진한 공공기관 지방이전 효과로 서울 인구가 처음으로 감소세로 반전되고 지방 인구가 소폭 늘어났다. 그러나 이명박 박근혜 보수 정권을 거치면서 수도권 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각종 규제가 완화되자 또다시 수도권 집중 현상이 심화했다. 지난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재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핵심 국정과제로 내걸고 혁신도시 시즌2 전략을 세웠다. 공공기관 2차 지방이전 로드맵을 세웠고 지난해 민주당도 정기국회에서 처리 방침을 정했다. 그러나 대통령 임기 말을 맞아 추진동력을 잃으면서 공공기관 2차 이전은 유야무야되고 말았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인 알리오에 따르면 현재 공공기관 370개 중 서울 경기 등 수도권에 164개가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이 125개로 33.8%를 차지했고 경기가 31개 인천 8개다.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추진했지만 여전히 공공기관의 44.3%가 수도권에 몰려있다. 윤석열 정부도 지난달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에서 지역균형발전 비전 및 국정 과제를 발표하면서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을 15개 국정 과제 중 하나로 제시했다.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은 수도권 일극 체제에서 벗어나 지역균형발전으로 가는 마중물과 같다. 더 강력한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통해 소멸 위기에 처한 지방을 살리고 지역에 희망을 불어넣는 메시지가 되길 소망한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22.05.25 16:43

윤석열 정부와, 계영배(戒盈杯)

“장관, 최인호 작가의 소설 ‘상도’를 읽어본 적 있습니까?” 지난 5월 22일 필자가 2차 추경예산안 심의를 위해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물었다. 한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최근 많은 논란과 반대에도 불구하고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됐다. 최인호의 소설 상도에는 ‘계영배(戒盈杯)’라는 술잔이 나온다. ‘넘침을 경계하는 잔’의 뜻을 가진 계영배는 7할 이상 잔을 채우면 내용물이 모두 흘러내린다. 극 중 주인공인 조선시대 거상 임상옥은 계영배를 늘 옆에 두고 과유불급을 떠올리며 과욕을 다스려 큰 재산을 모았다. 인간의 끝없는 욕심을 경계하고 과욕을 자제하라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했다. 국민과 국익을 위해서 대한민국의 모든 정권은 성공해야 한다. 역시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기원한다. 그래서 윤석열 정부는 최고 권력의 자리에서 내 사람만을 쓰고 싶다는 과욕을 버리고 비로소 국민통합을 이뤄내야만 성공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 그렇다면 윤석열 정부는 성공한 정부가 될 것인가? 인사가 만사고, 더군다나 정치권에서의 인사는 국정방향에 대해 국민에게 전하는 메시지다. 그러나 윤 정부의 초대내각 인선에는 실패와 참사라는 표현이 뒤따른다. 관피아, 이해충돌, 각종 특혜와 비리 의혹으로 점철된 인사들이 차례로 임명됐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공직 경험을 발판으로 전관 특혜를 받아 로펌과 기업을 돌며 고액의 보수를 받은 뒤 다시 공직으로 돌아온 전형적 회전문 인사다. 제왕적 장관이 될 것이라는 큰 우려에도 윤석열 대통령은 최측근 한동훈 전 검사장을 결국 강행 임명했고, 충암고·서울대라인 이상민 행안부 장관을 전북 인사로 포장해 임명했다. 대구의 술친구 정호영 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아빠 찬스 등 각종 자격 논란에 휩싸여 45일을 버티다 결국 낙마했다. 윤 대통령의 표어인 ‘공정과 상식’은 취임 한달도 안 돼 뒤덮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국민이 우려했던 검찰공화국이 현실화 되고 있다. 성비위가 있는 윤재순 전 검찰 수사관이 총무비서관이 되어 대통령실의 살림을 맡았다. 대한민국 전 부처와 공기업 인사를 기획하는 인사기획비서관엔 복두규 전 대검찰청 사무국장이 자리하고, 그 산하의 인사비서관은 이원모 전 검사가 발탁됐다. 민정수석실이 폐지되며 한동훈의 법무부가 공직자 인사검증까지 영역을 넓혔고, 공무원의 공직기강을 맡는 공직기강비서관에는 공소권 남용으로 징계를 받은 이시원 전 검사가 임명됐다. 좌로 봐도 검찰, 우로 봐도 검찰, 모든게 검찰 시스템으로 돌아가고 있다. 최근 검찰인사는 윤석열 사단의 부활을 알렸다. 서울중앙지검장에 송경호 수원지검 검사, 검찰 인사와 예산을 담당하는 법무부 검찰국장에 신자용 서울고검 송무부장, 공석인 검찰총장을 대리할 대검찰청 차장검사에는 이원석 제주지검장이 임명됐다. 더욱이 과거 수사정보 전산망에서 성추문 사건의 피해자의 사진을 무단으로 조회해 징계를 받는 등 성인지 감수성의 바닥을 드러낸 고형곤 검사는 중앙지검 특수수사를 지휘하는 4차장에 임명됐다. “남의 눈에 티끌은 보면서 제 눈에 대들보는 못본다”는 옛말이 생각이 난다. 정권 출범 한 달도 안 돼 브레이크 없는 폭주를 하는 현 정권을 보며 대한민국과 민주주의의 위기를 느낀다. 지금부터라도 윤 정부가 넘치면 모든 걸 잃는 계영배를 떠올리며 정권의 폭주를 멈춰야 한다. 애주가로 잘 알려진 윤석열 대통령이 계영배 잔을 항상 옆에 두고 자기절제의 국정 운영을 하길 당부한다. /신영대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군산)

  • 오피니언
  • 기고
  • 2022.05.25 15:25

언제까지 정책경쟁없이 비방잔치만 열겠는가

선거판이 진흙탕이다. 거짓말과 허위경력 의혹, 선거 브로커, 건설사 짬짜미, 5000만 원 현금다발 압수 등 경악할 일이 터지고 있다. 지역발전을 위한 공약경쟁은 찾기 힘들다. 완주군수 선거전도 만만찮다. 갑질의혹, 도박의혹이 제기되더니 이제 흑색 가짜뉴스가 선거판을 흐리고 있다. 무소속 국영석 후보는 지난 23일 군청 브리핑룸 기자간담회 도중 “저를 향한 9가지 가짜뉴스가 나돌고 있다”며 “(유포하는 측은)그 근거를 확실하게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네거티브를 하지 않고 정책선거에 열중했지만, 해도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은행간부 출신이라며 깨끗한 경제군수를 얘기하는 그 후보는 과거 사채 고리대금업과 관련됐다는 얘기가 있는데, 25일 밤 방송 후보토론회에서 입장을 묻겠다”고 했다. ‘깨끗한 경제군수’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더불어민주당 유희태는 얼마나 흠결이 없느냐며 직격한 것이다. 국 후보가 이런 태도를 취한 것은 국 캠프 측이 이날 완주경찰서에 고발한 유 후보 지지자 A씨의 문자메시지가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 A씨는 국 후보를 겨냥해 “음주 폭행으로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은 사람을 군수로 뽑으면 안된다”는 취지의 내용을 다른 주민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전송했다. 좋아하는 후보를 추천하는 것이야 유권자의 자연스러운 권리지만, 허위 사실을 퍼뜨리는 꼴이 되면 안된다. 국 후보는 “장례식장에서 노름을 했지만, 사실과 전혀 다르게 호도해 상습도박이라고 계속 악의적으로 퍼뜨리고, 농협 조합장 하면서 돈을 불법적으로 가져다 썼다고도 퍼뜨린다. 전혀 근거도 없이 여론조사 1위를 한 나를 몇%p 앞섰다고도 한다”며 “허무맹랑한 가짜뉴스를 계속 퍼뜨리는 것을 도저히 참을 수 없다”고 밝혔다. 국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후보 경선에서 1위를 했다. 하지만 ‘누군가’가 5년 전 봉동읍의 한 장례식장에서 있었던 카드놀음 현장을 몰래 촬영, 경선 여론조사 도중에 기획 폭로했고, 최종 탈락했다. 선거운동이 종반전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이제는 ‘아홉가지 가짜뉴스’가 나돌고 있다고 한다. 완주군수 선거전에서 나타나는 이같은 비방, 의혹, 폭로 분위기 조성은 유권자들을 혼란에 빠뜨릴 뿐이다. 정책공약은 유권자 눈에 보이지 않게 됐다. 공정 선거에 도움 될 지 의문이다. 국 후보를 겨냥한 지속적인 네거티브의 출발점은 이미 노출됐다. 국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유희태 선거캠프 쪽 주민 A씨를 고발조치하고, 방송토론회에서 유희태 후보에게 묻겠다고까지 한 상황이다. 유 후보는 선을 긋는다. 23일 기자간담회에서 “나는 언론에 나온 그 사실 부분만 얘기할 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국 후보의 장례식장 도박은 인터넷 언론에 보도된 사실 아니냐는 얘기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유희태 후보에 대한 의혹도 제기됐다. 완주군 13개 여성단체 고문이라고 밝힌 7명이 25일 완주군청브리핑룸을 찾아 “네거티브가 너무 심하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왔다”며 “유희태 후보가 2012년 민주통합당 후보 전략공천을 받았지만 부인 B씨가 ㈜웰컴론 주식 수십만 주를 소유한 사실이 드러나 전략공천이 취소됐다”며 “유 후보는 28억 원에 이르는 재산형성 과정과 고리사채 논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하라”고 촉구했다. 6.1지방선거가 1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 선거기간 내내 완주 발전에 대한 정책공약을 검증하는 공방은 찾기 힘들다. 상대방 흠집내기만 돋보이는 선거전이다. 이제라도 지역 백년대계 정책선거에 매진하는 지방선거에 임하기 바란다. /김재호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22.05.25 14:14

공공 배달앱과 착한 지방정부

대한민국은 배달 강국이다. 배달앱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음식을 주문할 수 있다. 1인 가구의 증가, 모바일 간편 결제 발달 등으로 온라인쇼핑을 통한 음식 서비스 이용자 및 거래액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음식 서비스 부문의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2021년 기준 25조 6,783억원으로, 전년 대비 48.1% 증가하였다. 농림축산식품부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외식업 매출 중 배달앱 매출은 15조 5,657억원으로 전년 대비 104.5%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배달앱 시장은 3개 사가 시장의 98%를 점유하고 있는 독과점 시장으로 특정 배달앱으로의 쏠림현상이 발생하면서, 높은 수수료 및 광고료 부담 등의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자치단체에서는 민간 배달 플랫폼의 높은 수수료에 대한 소상공인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공공 배달앱을 개발, 2020년 3월 출시한 전북 군산의 '배달의 명수'를 시작으로 전국으로 확대되어 지금 약 25개의 공공 배달앱이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지금 공공 배달앱은 낮은 점유율과 인지도에 고전하고 있다. 공공 배달앱 상위 3개 사의 일일 이용자 수 합계는 평일 7~8만명, 주말 9~10만명으로 집계된 반면, 민간 배달앱 상위 3개 사의 일일 이용자 수는 평일 400~500만명, 주말 600만명에 달해 60배 이상 격차가 나는 상황이다. 또한, 전국의 공공 배달앱 중 일일 활성 이용자 수가 1만 명이 넘는 곳은 4곳에 불과하다. 공공 배달앱은 소상공인에게는 낮은 수수료를, 소비자에게는 지역화폐 사용으로 인한 할인 혜택을 제공하여, 지역경제·골목상권의 활성화에 기여하는 상생 전략을 내세웠지만, 민간 배달앱에서 수시로 제공하는 할인쿠폰 등의 혜택을 감안하면 실제 음식 가격이나 배달료에 큰 차이가 없기때문에, 소상공인을 돕는다는 취지만으로 소비자를 움직이는 데는 한계가 있는 실정이다. 공공 배달앱의 운영과 관련해서는 민간 시장에서의 대안으로 필요하다는 의견과 세금만 잡아먹는 유령앱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많은 지역 주민들은 공공 배달앱의 취지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공공 배달앱은 시장 변화나 소비자 대응 등에서 민간 배달앱에 비해 경쟁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으며, 지역화폐, 지역경제 활성화 등 지역성만으로는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기 어렵다. 직접 지원이나 지역화폐 연계 등 지속적인 세금 투입이 이뤄지지 않으면 자생할 수 없는 구조이다. 공공 배달앱이 민간 배달앱의 수수료 문제로 출발했던 점에 주목하고, 민간 배달앱의 수수료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등 민간 시장의 독과점 체제를 공정한 경쟁 환경으로 전환하는 한편, 이후의 출구전략에 대한 모색도 병행해야 한다. 세상이 힘들고 경제가 어려울수록 무너져 가는 공동체를 회복시키기 위해서 정부와 지자체는 착하고 따뜻한 정책을 많이 추진한다. 착한 임대인 운동, 착한 가격 업소 정책 등등. 소비자들도 고통 분담 차원에서 ‘착한 소비’를 미덕으로 생각한다. 공공 배달앱 정책도 그런 착한 의도에서 기획되었다. 코로나19가 완화되면서 우리의 일상도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정책 환경이 바뀌면 정책도 그에 맞춰 변동되어야 한다. 착한 지방정부에 대한 역할 재정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병관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정책관

  • 오피니언
  • 기고
  • 2022.05.25 14:03

단체장 후보자 공약이행 의지 이 정도라니

6·1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전북지역 단체장 후보자 가운데 선거관리위원회에 선거공약서를 제출한 후보가 국영석 완주군수 후보, 황의탁 무주군수 후보, 유기상 고창군수 후보 등 3명 뿐이라고 한다. 도지사 후보와 시장·군수 후보 48명의 6.25%에 불과한 수준이다. 향후 4년간 지역발전을 이끌겠다고 외치면서도 정작 선관위에 공약서는 제출하지 않고 있어 공약 이행에 대한 의지를 의심받고 있다. 선거공약서는 후보자들이 공약 우선순위와 이행 절차, 이행 기간, 재원 조달 방안 등 자신들의 공약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담은 문서다. 두루뭉술한 공약을 담은 선거공보와 달리 공약 이행에 대해 후보자가 책임감과 의무감을 밝힌 공약서라고 할 수 있다. 선거공약서는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의 공약 평가 자료로 활용되기도 한다. 그만큼 후보자들 입장에서는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는 공약서다. 선거공보와 달리 선거공약서는 유권자 개개인에게 발송되지 않고 선관위의 누리집에만 게시돼 반드시 제출해야할 의무는 없다. 그러나 단체장 후보자들의 선거공약서 미제출은 자신의 공약 이행에 대한 자신감이 없거나 사후 검증을 회피하려 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 유권자와의 약속인 공약(公約)이 빌 공(空)자 공약(空約)으로 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단체장 후보자와 달리 선거공보만 제출하면 되는 전북도의원 후보자 53명 가운데 11명은 선관위에 선거공보조차 제출하지 않았다고 한다. 선거법에 따라 선거운동을 할 수 없고 선거공보도 발송되지 않는 무투표 당선 도의원 후보자가 22명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모두 33명의 도의원 후보자가 자신들의 공약을 유권자들에게 제시하지 않은 셈이다. 선거공약서와 선거공보를 제출하지 않은 단체장과 도의원 후보자들은 자신들이 준비되지 않은 후보자임을 스스로 밝히는 것과 다름없다. 공약 제시 없이도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는 선거는 지방정치를 후퇴시킬 수밖에 없다. 유권자들이 더욱 철저하고 세밀하게 후보자들이 제시한 공약의 실현 가능성과 가짜 약속 여부를 살피고 따져봐야 한다. 6·1 지방선거에서 옥석을 제대로 가려내야 향후 4년 전북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2.05.25 11:19

전주가정법원 설치, 법안 개정에 역량 모아야

지역사회의 해묵은 현안인 전주가정법원 설치를 위해 지역 정치권의 역할이 요구되고 있다. 사회 및 가족관계의 급격한 변화로 가사·소년보호사건만을 전담하여 다루는 가정법원 설치가 시급한 상황이다. 하지만 전북에는 가사소송법과 소년법이 각각 규정한 가정·소년에 관한 사건을 관장하는 가정법원이 없다. 당연히 가사 및 소년보호사건에 대한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법률서비스를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다. 지난 2011년 이후 전국 각 도시에 가정법원이 확대 설치됐지만 광역시 등 대도시 위주로 진행되면서 전북은 번번이 제외됐다. 지역사회에서는 수년 전부터 전주가정법원 설치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지난해 7월에는 안호영 국회의원이 전주가정법원 설치의 법적 근거를 담은 ‘각급 법원의 설치와 관할구역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전북지방변호사회와 전북도의회에서도 전주가정법원 설치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지역사회가 이처럼 한목소리를 냈지만 메아리는 없었다. 발의된 법안은 지난해 9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됐지만 산적한 법안 속에서 관심조차 끌지 못했다. 이후 법안은 상임위 문턱조차 넘지 못한 채 여태껏 감감무소식이다. 이처럼 법률안이 국회에 계류돼 낮잠을 자면서 지역사회와 정치권의 관심도 식어가고 있다. 법안 발의와 함께 출범한 전북가정법원설치추진위원회는 동력이 떨어져 이렇다할 활동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또 지역정치권에서도 대선과 지방선거에 함몰돼 관심을 쏟지 못하고 있다. 전주가정법원 설치를 열망하며 모처럼 결집된 지역사회의 동력이 용두사미로 끝날까 우려된다. 다행히 6·1지방선거에 출마한 전북도지사 후보들이 지역정치권과 연대해 전주가정법원 설치 과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방선거 이후 전북도와 지역 국회의원들이 원팀으로 뭉쳐 전주가정법원 설치 법안 통과에 역량을 쏟아야 한다. 필요하다면 도민 서명운동과 토론회 등을 통해 동력을 끌어올려야 할 것이다. 헌법에 규정된 ‘재판을 받을 권리’는 국민 모두가 거주지역에 상관 없이 온전하게 보장받아야 한다. ‘진정한 지방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한 새 정부는 지역 차별 없는 법률서비스 실현 차원에서 전주가정법원 설치를 염원하는 전북도민의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2.05.25 11:15

자원봉사자 거액 돈뭉치 철저히 수사하라

더불어민주당 장수군수 후보 경선 과정에서 드러난 대리투표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자원봉사자의 차량에서 거액의 돈뭉치를 발견해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깨끗하고 공정해야 할 선거전이 금권선거로 혼탁해지고 있기에 보다 철저한 수사가 요구된다. 민주당 후보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노인 휴대전화 대리투표 의혹은 장수지역뿐만 아니라 순창 임실 등 주로 고령층이 많은 농촌지역에서 제기됐다. 후보 적합도 조사에 대비해 일부 후보 측에서 농촌지역 노인들의 휴대전화를 미리 수거해서 여론조사 응답용으로 이용했다는 문제 제기가 잇따랐다. 이 과정에서 휴대전화 한 대당 5만 원씩을 지급했다는 폭로도 나왔다. 이에 전북경찰이 장수지역 한 후보자의 자원봉사자 차량을 압수수색한 결과, 5000여만 원에 달하는 현금 뭉치를 발견했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 특정 후보를 돕고 있는 자원봉사자의 차량에서 거액의 돈다발이 발견된 점은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경찰은 자원봉사자가 소지하고 있던 현금의 출처나 사용처 등을 캐묻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전주시장 후보 경선 과정에서도 선거 브로커 개입 폭로로 논란이 증폭됐다. 이들 선거 브로커도 후보 경선을 돕는 대가로 특정 건설업체와의 커넥션을 통한 선거자금 지원 및 시청 사업부서 인사권을 요구하는 내용이 드러났었다. 지방선거가 부활한 지 30년이 넘었고 그동안 깨끗하고 공명한 선거 분위기 조성에 힘써왔지만 여전히 금권 선거와 매표행위가 판치고 있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돈 선거는 유권자의 표심을 왜곡할 뿐만 아니라 지방자치와 지역 발전에도 암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거액을 들여 돈 선거를 치르면 당선 이후에 제대로 민선 자치 행정을 구현할 수 있겠는가. 더구나 민선 단체장은 인사와 예산 사업 인허가권 등 막강한 권한과 이권이 있는 자리이기에 돈 선거의 폐해는 클 수밖에 없다. 전북경찰은 이번 장수 군수 후보와 관련된 자원봉사자의 돈뭉치 의혹을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 돈의 출처와 사용 목적, 그리고 돈 선거 배후 등을 철저히 규명해서 다시는 금권 선거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뿌리 뽑아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2.05.24 18:38

네거티브 교육감 선거

다음달 1일 치러지는 전북 교육감 선거가 진흙탕 싸움으로 얼룩지고 있다. 교육의 백년대계를 책임지는 이번 선거는 김승환 교육감의 12년을 평가하는 의미도 담겨 있다. 하지만 최근 전개되는 선거 양상을 보면 정치인 선거 못지않은 비방전과 흑색선전이 도를 넘어서는 형국이다. 정당 공천제가 없는 교육감 선거야말로 정치색을 배제하고 미래 꿈나무를 위한 토론의 장을 기대했지만 완전히 빗나갔다. 오히려 정치인보다 더 정치적이라는 비아냥거림을 감수하며 상대방 공격에 화력을 집중하는 양상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주 불거진 천호성 후보의 허위경력 기재 논란과 관련해 중앙선관위가 ‘허위사실’이라는 판단을 내리면서 과열 양상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서거석 후보와 천 후보는 이를 두고 여론전을 벌이며 서로 진실 게임에 대한 난타전을 이어 갔다, 그러면서 그간 지루하게 전개된 서 후보의 폭행을 둘러싼 사실 관계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당시 자리에 동석했던 교수 증언이 잇따르는 가운데 피해 당사자로 지목된 교수의 연관성 녹취록이 공개되고, 이 교수가 써준 ‘사실무근’ 확인서가 공개되면서 이 사건을 빌미로 서 후보를 몰아세웠던 천 후보가 되레 난처한 입장에 빠졌다. 불을 뿜는 네거티브 공방이 계속되면서 후보간 맞고소와 폭로전이 선거판을 오염시키고 있다. 물불 안 가리고 오직 선거에만 이기겠다는 일념으로 죽기살기식 공세에 몰두하는 모습이다. 사정이 이럴진대 전북 교육의 현안 논의는커녕 후보의 교육 철학과 공약 점검도 뒷전으로 밀려난 모양새다. 김승환 교육 행정의 오점으로 꼽히는‘학력 저하’에 대한 발전적 토론 자체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코로나에 따른 수업 결손 대책이 시급한 상황에서 이를 소홀히 한 후보들에 옐로카드를 꺼낸 셈이다. 선거 막판 여론조사 선두인 서거석 후보에 맞서기 위한 단일화 논의도 멈추지 않는다. 선거 유불리와는 무관하다고 당사자들은 주장하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주변 압박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김윤태 후보가 돌연 천 후보에 단일화를 제안했다. 27일 사전 투표일을 감안하면 물리적으로 무리한 측면이 있다. 선거공학적 득표 전략 말고는 그 어떤 명분도 궁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들은 최근 지지율이 오른 가운데 단일화 유혹을 뿌리치기가 결코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문제는 선거 본질이 평가로 시작해서 마무리 한다는 점이다. 교육감 선거도 마찬가지로 김승환 교육행정의 12년을 평가한다는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다. 이를 전제로 유권자마다 축적된 평가 자료가 있겠지만 맨 먼저 떠오른 김 교육감 이미지는 ‘청렴’ 과 ‘불통’ 이다. 어느 키워드가 임팩트를 강하게 전달하느냐 싸움이다. 또한 후보 자질론도 진실 공방이 난무한 상황에서 유권자에게 어떤 평가를 받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김영곤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2.05.24 17:35

불어오는 동풍, 전북발전의 계기로 삼아야

6·1 제8회 지방선거를 눈앞에 두고 있다. 도지사를 비롯해 14개 시·군 자치단체장들과 광역·기초의원 등 앞으로 4년 동안 전북발전과 도민의 복지를 책임지고 이끌어갈 일꾼 253명을 선출하는데, 386명의 후보가 지역발전을 위한 일꾼임을 자처하며 출사표를 던졌다. 이처럼 많은 후보가 전북발전과 도민 복지향상을 걱정하며, 자신들이 해결하겠다고 출마를 해주니 참으로 기쁜 일이다. 한편으로는 이러한 선거가 자주 있었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 선거 때 각 후보들이 주장한대로만 된다면 머지않아 지상낙원에서 아무 걱정 없이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착각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기가 무섭게 각 정당과 후보자들에게 배신당했다는 허탈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전북발전은 고사하고 언제나 전북의 재정자립도는 전국 꼴찌수준이고, 전북의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타지로 떠나 전북의 인구가 겨우 180여만 명에 머무르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큰 원인이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전북의 정치가 수십 년 동안 국회의원에서 시의원에 이르기까지 모두 민주당 일색의 정치로 이어져 오면서 너무도 많은 폐해를 낳았기 때문이다. 전북에는 그저 ‘민주당 공천은 곧 당선’이라는 공식 아래 각종 선거는 있었으나 선택은 없었다. 전북발전을 이끌 인물 위주의 선거가 아닌 민주당 후보 당선만을 위한 선거가 이루어지다 보니 전북발전과 도민 복지향상을 위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고, 오히려 각종 부정부패와 비리로 얼룩져 전북도민의 명예만 땅에 떨어뜨리는 결과만을 초래했던 것이다. 이제 우리는 전북발전 방향을 새롭게 정립하고, 이를 이끌 능력 있는 사람들이 선거에서 당선되도록 과거의 정치문화에서 탈피해야 한다. 역대 지방선거에서 주요 이슈를 점령했던 자치단체 내부의 발전론도 중요하지만 보다 큰 시각으로 전북지역 내 자치단체를 하나로 묶어 발전시키는 새만금 메가시티 같은 통 큰 정책들로 방향을 잡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앙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지난 20대 대선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새만금은 속도전이다”면서 새만금 국제공항 조기 건설을 공약했고, 군산조선소 재가동, 전북에 제3금융중심지 조성, 완주수소특화국가산업단지조성을 적극 지원하여 “이제 다시는 전북도민의 입에서 전북 소외, 전북 홀대라는 말이 영원히 사라지도록 하겠다”고 공약했다. 그 후, 윤석열 후보는 역대 보수 정당 대선 후보 가운데 호남지역 최다 득표율을 기록하면서 대통령에 당선됐고, 호남지역에서도 전북의 지지율이 14.42%로 광주, 전남의 지지율보다 높았다. 이제 전북에도 정치변화가 일고 있다. 불과 4년 전만 해도 지방선거에서 후보를 내세우기가 힘들었던 국민의힘도 도지사를 비롯해 21명의 후보들을 내세웠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벽은 문을 만들기 위해 존재한다. ‘전북지역에서 선거는 오직 민주당만의 승리다’는 벽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선택의 문을 열어야 한다. 진정으로 전북발전을 위해서 전북발전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윤석열 정부시대에 그동안 이루지 못했던 전북의 숙원사업들과 꿈을 이루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6·1 지방선거에서는 과거와 같은 민주당 일색의 선택이 되풀이 되어서는 안되고, 윤석열 정부와 가교적인 역할을 하면서 전북발전을 앞당길 능력 있는 후보들이 당선될 수 있도록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전북에 그동안 염원했던 따뜻한 동풍이 불고 있다. 이 동풍을 잘 활용해서 전북 발전을 앞당겨야 할 것이다. 적어도 우리는 후배들에게 지금보다는 잘살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할 막중한 책임과 의무가 있지 아니한가? “혼자서는 우리는 거의 아무것도 못 한다. 함께 하면 우리는 그렇게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는 헬렌켈러의 말을 되새겨 보자. /나경균 원광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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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5.24 14:03

정당 공천과 풀뿌리 민주주의의 위기

6·1 지방선거에서 선거운동을 할 필요도 없이 무투표 당선된 후보가 전북에서만 51명에 달한다. 도의원 22명과 시·군의원 29명에 이른다. 후보들은 행운을 얻었지만 유권자들은 선거권을 박탈당했다. 유권자들이 판단하고 선택할 기회도 없이 더불어민주당이 이들 도의원과 시·군의원을 임명한 결과가 됐다. 무투표 당선은 특정 정당의 지역 독점 정치구조가 빚어낸 결과다. 6·1 지방선거의 전국 무투표 당선자는 494명으로 이 가운데 절반을 넘는 256명(51.8%)이 영남과 호남지역 당선자다. 전북 51명을 비롯해 광주·전남 68명, 대구·경북 75명, 부산·울산·경남 62명 등이다. 이들 모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소속이다. 숫자로 보면 영남이 137명으로 호남의 119명보다 많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정이 다르다. 호남의 무투표 당선은 민주당이 싹쓸이 했지만, 영남에서는 12명의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대구·경북·부산·울산·경남에서 골고루 민주당 소속 무투표 당선자가 나왔다. 영남과 호남의 무투표 당선자 256명 가운데 민주당이 131명, 국민의힘이 125명이다. 영남에 비해 호남의 특정 정당 독점 현상이 훨씬 견고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무투표 당선의 문제점을 정당에만 책임지울 수는 없다. 그러나 정당이 가장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하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특히 국민들의 세금을 보조금으로 지원받는 정당이 후보를 내지 않아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고 있는 국민들의 선거권 박탈을 야기한 것은 큰 문제다.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은 237억원, 국민의힘은 210억원의 지방선거 보조금을 선관위로 부터 지원받았다. 무투표 당선은 차치하고 6월 1일 개표 결과에 따라 호남과 영남에서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몇 명의 당선자를 낼 수 있을 지 궁금하다. 지방선거가 이처럼 극단의 양상으로 흐르니 정당정치가 지방자치 발전에 역행한다는 비판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특정 정당의 독점적 정치구조 개선을 위한 정당공천 폐지 요구는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지난 2014년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실시된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정당공천 폐지 찬성 여론이 국민 과반을 넘었고, 당시 국회 정치개혁특위는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의 정당공천 폐지를 논의했지만 결론내지 못했다. 이후에도 지방선거 때마다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당공천 폐지는 과반이 넘는 국민들이 찬성해 왔지만 제도 개선은 제자리다. 지방선거 정당공천 폐지 요구는 지방자치를 국회의원들이 쥐락펴락 하지 말고 주민들에게 돌려달라는 요구다. 국회의원들의 보이지 않는 공천권 행사와 이로 인한 지방정치의 중앙정치 예속, 공천이 당선으로 이어지는 독점적 정당구조 고착, 정책과 인물중심 선거 실종 등 지방선거 때마다 제기되는 논란을 종식시켜 달라는 것이다. 무투표 당선과 함께 무소속 단체장 후보의 대거 출마는 정당공천의 문제점을 잘 보여준다. 여론조사에서 1,2위를 달리던 유력 후보들이 경선에 참여할 기회도 얻지 못한채 컷오프되면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민주당 후보들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2년 뒤 치러질 총선을 생각한 일부 국회의원들의 입김이 공천에 영향을 미쳤다는 소문은 지역 정가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지방선거 정당공천 폐지는 국회도 필요성을 인정하고 개선을 논의해온 사안이지만 10년 가까이 제자리다. 지역에 기반한 정당과 국회의원들이 국민보다 자신들의 안위와 영달 만을 생각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선거 때마다 빨간색과 파란색으로 색칠되는 대한민국 지도 앞에서 망국적 지역주의를 한탄하면서도 정작 국민들을 편가르지 않는 정치개혁을 위해 기득권을 내려놓으려 하지 않는다. 지방자치가 부활된 지 30년이 넘었지만 풀뿌리 민주주의는 4년 주기의 지방선거 때마다 진통을 겪고 있다. 이제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할 시점이다. /강인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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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인석
  • 2022.05.24 14:00

광주 학동 철거건물 붕괴참사 벌써 잊었나

철거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전주시 팔복동 옛 BYC 건물 인근 주민들이 생활 불편과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고 한다. 건물 철거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분진 피해는 물론 현장 주변에 떨어지는 폐건축물 파편들로 통행이 통제되는 일까지 발생했다고 한다. 지난해 6월 발생한 광주 학동 철거건물 붕괴사고가 떠올라 불안하기 짝이 없다. 지난 1994년 지어진 7층 짜리 옛 BYC 건물은 철거후 그 자리에 지식산업센터가 새로 지어질 예정이다. 이달 2일부터 오는 7월 9일까지 철거작업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한다. 문제는 철저한 안전대책없이 철거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인근 상인과 주민들은 건물해체 과정에서 일부 벽돌 파편들이 주변에 떨어지고 소음과 비산 먼지가 발생하면서 영업 및 생활에 큰 불편을 겪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건물 철거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분진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주변 피해 최소화를 위해 작업 시간과 철거 공법, 안전대책 등 세심한 준비와 노력이 수반돼야 하는 이유다. 옛 BYC 건물 철거과정에서 인근 주민들이 안전시설 및 분진을 차단하는 가림막도 제대로 설치하지 않고 건물 철거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하며 불안을 호소하고 있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난해 6월 광주 학동 재개발지역에서 5층 짜리 철거건물이 무너지면서 시내버스를 덮쳐 9명이 목숨을 잃은 붕괴 참사 사건은 전국의 모든 건물 철거 현장에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사고다. 옛 BYC 건물 철거과정에서 고통을 견디다 못한 주민들은 전주시와 덕진구청 등에 철거업체의 작업 안전성 확보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민원을 제기했다고 한다. 행정의 관리 감독이 미흡했던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할 일이다. 철거 작업이 관련 법이 정하고 있는 해체계획서에 따라 규정과 절차에 맞게 진행된다 하더라도 현장에서는 언제든 예상치 못했던 돌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전주시는 지난 23일 철거업체에 작업을 중지하고 주민 불편과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이 발생하지 않도록 보완을 지시했다고 한다. 철거업체는 다시 한 번 꼼꼼한 진단과 점검을 통해 사고없는 안전한 철거작업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2.05.24 13:50

인간은 욕망의 화신일까

문학인들로부터 계절의 여왕이라 칭송을 받는 짙푸른 오월에 들어 유행성 질병으로 인해 무너져가던 생활패턴이 제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지구촌 사람들은 수억만 년을 유전(流轉)할 이 땅위에서 우연이나마 한 시대를 함께 호흡하는 대단한 인연을 맺고 있다. 현대를 가리켜 어떤 사람은 탈진실의 시대라 한다. 사실여부를 확인하려는 수고도 없이 일부 극성분자들이 주장하는 이야기가 뉴스가 되는 세상, 그럴듯한 가짜뉴스가 세상을 혼란으로 몰아가고 진실은 힘의 논리에 묻혀버리는 혼돈의 시대다. 아무리 숭고하고 아름다운 가치라 할지라도 행동의 실천을 통해 구현되지 않으면 그 가치는 생명력이 떨어진다. 성선설이나 성악설 같은 인류의 오랜 논쟁으로 인간의 양극을 달리는 이중성 앞에서 종종 길을 잃고 마는 소모적인 갈등으로 인생관을 허비하지는 말고 살아가자. 1970년대 캄보디아 인구의 20%에 해당하는 200만여 명을 학살한 폴 포트는 이웃들에게는 매우 친절한 프랑스역사담당 교사였다. 이처럼 인간의 모순적 본성은 과연 어디서 나왔을까? 정신을 가다듬기 어려운 혼탁한 시대다. 원로가수 나훈아가 콘서트에서 ‘테스(소크라테스) 형 세상이 왜 이래’라며 자조하는 노래를 하자, 열성팬 일부는 세상이 종말을 맞은 것처럼 우울해 했다고 한다. 인간은 분별력이 있는 현명한 피조물이다. 자신이 지금 어디에 서서 무엇을 하고 있는 지를 의식한다면 태양이 새벽을 몰고 오듯 지금처럼 어두운 삶의 시간을 분명히 밀어낼 것이다. 다원화된 사회에서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들은 눈만 뜨면 다퉈야하는 사회적 갈등해소를 위한 방정식은 갈수록 난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높고 많고 넓은 것만을 우성(優性)으로 보는 일반인들의 관념은 돈이 권력이고 행복의 전부가 되어버린 사회구조다. 먹잇감만 보면 사투를 벌이는 동물들의 세계와 다를 바 없는 비겁(卑怯)한 세상이다. 행복이나 권력은 경쟁에서의 승리를 통해 얻어진다. 그러나 그 뒤끝은 비극을 불러온다. 그러기에 과욕을 판단할 수 있는 분별력과 억제하고 조절하는 절제력으로 자기를 지켜내야만 제대로 된 인생을 살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극한상황에서도 이성으로 인내하면서 질서를 지키는 사람은 그가 바보여서가 아니라, 법제화된 사회규범과 자신의 인격을 지키려는 절제된 행위일 것이다. 네 잎 클로버를 행운의 상징으로 여기는 것은 세계인들의 공통감정인 것처럼, 행운이나 행복의 문을 두드리며 무지개빛 인생을 그리는 인간의 심리적 본능은 누구나의 공통분모다. 한 번의 서운함에 오해하고 실망하여 토라지는 못난 감정을 지닌 사람보다는 함께한 좋은 기억을 살려내는 따뜻하고 슬기로운 사람이 많아지는 사회로 변모하는 모습이 그립다. 누구의 인생이든 일회성의 삶이다. 행복과 권력과 명예를 얻으려 애쓰다가 뜻대로 되지 않았을 때는 깊은 구릉이 기다리고 있다. 생각처럼 단순하지는 않겠지만 조급증, 집착, 과욕, 스트레스, 의심, 갈등 같은 불행을 부르는 수많은 요소를 미련 없이 버리는 내공도 길러내야 한다. 이런 잡다한 것들이 우리들의 정신을 밤낮으로 짓누르고 있기에 불행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허덕이며 살아가는 것이다. 인간들 모두가 꿈꾸는 행복은 집착하지 않는 데서 찾아든다고 했다. 이런 상황들을 시나브로 감지하면서 인생은 환상과 때로는 착각 속에서 스스로를 달래가면서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김형중 군산대 자문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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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22.05.24 13:38

새만금 국제공항 조속히 착공 개항 앞당겨야

새만금 국제공항 기본 계획안이 지난 19일 공고됨에 따라 사업 추진이 현실화했다. 공고된 내용을 보면 총사업비는 9359억 원으로 당초 보다 약 1000억 원이 증액됐다. 터미널 시설 확장과 자재·물가 상승분 등이 반영된 결과다. 새만금 국제공항 주요 시설로는 길이 2500m 활주로와 계류장 5개소 여객터미널 화물터미널 주차장 항행안전시설 진입도로 등이 개설된다. 활주로는 중형항공기(C급)가 취항하는 최장거리 노선 운항이 가능한 2500m를 적용했는데 추후 항공 수요를 고려해 대형항공기(E급) 취항이 가능한 3200m까지 확장할 수 있도록 부지를 확보할 방침이다. 하지만 전라북도가 요구해온 조기 착공과 조기 개항은 이번 공고에 반영되지 않았다. 국토교통부는 새만금 국제공항을 오는 2024년 착공해 2028년 완공할 예정이며 2029년 개항을 목표로 추진한다. 새만금의 성공과 활성화를 위해선 국제공항의 조기 개항이 필수적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시절 새만금 개발의 임기 내 마무리와 국제공항의 조기 개항을 약속했었다. 그만큼 새만금 개발의 속도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전북도는 오는 2027년 새만금 신항만 인입철도 개통과 맞춰 새만금 국제공항의 조기 개항을 촉구해왔다. 새만금의 육로와 하늘길을 연계해야 새만금 개발의 성과를 낼 수 있기에 정부에 줄기차게 요구했다. 이에 정부는 새만금 국제공항의 공사기간 단축 방안을 적극 검토한다는 내용을 제6차 공항개발 종합계획에 담았지만 이번 국토교통부 공고에는 빠지고 말았다. 다음달 2일까지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는 만큼 새만금 국제공항의 조속한 착공과 조기 개항 방안을 공항개발 계획에 포함해야 한다. 공항 설계와 시행을 병행하는 턴키(turn-key) 방식을 적용하면 1년 정도 공사기간을 앞당길 수 있다는 게 전북도의 입장이다. 새만금 국제공항의 조속한 개항은 새만금 개발 촉진에 핵심인프라다. 새만금 투자 유치와 새만금 여객 및 물동량을 확보하려면 한시라도 빨리 공항 개항이 필요하다. 정부는 공항과 철도 항만 등 새만금 트라이포트의 조속한 완성에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전북 정치권과 전북도도 새만금 국제공항 조기 개항에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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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2.05.23 19:06

핫 플레이스(hot place)

전주를 대표하는 핫 플레이스(hot place) 가운데 하나인 남부시장 청년몰이 개설 10주년을 맞았다. 지난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의 ‘문전성시 프로젝트(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프로젝트)’에 전주시와 사회적 기업 이음의 ‘청년 장사꾼 프로젝트’가 선정되면서 2012년 5월 문을 연 청년몰은 남부시장 2층 빈 공간에 12개 점포로 출발했다. 개설 첫 해부터 남부시장 야시장과 함께 전주의 핫 플레이스로 떠오르며 시장 전체 매출을 끌어올렸고 점포수가 34개까지 늘었다. 청년몰이 전통시장을 활성화시키는 성과를 지켜본 중소벤처기업부는 청년몰 지원사업을 신설했고 청년몰은 전국 전통시장으로 확산됐다. 전주에서는 남부시장 청년몰의 뒤를 이어 2016년 8월 신중앙시장에 ‘청춘밀당’과 2017년 12월 서부시장에 ‘청춘시전’이 조성됐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이 몰고온 불황으로 남부시장 야시장 운영이 3년 가까이 중단되면서 청년몰의 활기도 위축됐다. 남부시장 청년몰과 서부시장 청춘시전은 고전을 면치 못했고, 신중앙시장 청춘밀당은 문을 닫았다. 지난달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한옥마을, 객리단길, 웨리단길 등 전주의 핫 플레이스를 찾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서서히 늘고 있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한옥마을에서 이어지는 남부시장 청년몰을 비롯해 한옥마을과 객리단길, 웨리단길 곳곳의 특색있는 카페와 식당 등이 핫 플레이스 안의 또 다른 핫 플레이스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예전의 활기있는 모습을 되찾기에는 아직 부족하다. 전주시는 남부시장 활성화를 위해 국비와 지방비 등 총 24억 원을 투입해 옛 원예공판장 2층에 개인 미디어 콘텐츠 제작 공유 스튜디오, 디지털·기획 전시장, 야외행사 공간, 열린 쉼터 등을 갖춘 복합문화공간 조성을 추진중이다. 기존 남부시장 청년몰·야시장과 연계 가능한 새롭고 다양한 문화 향유 공간을 조성해 나갈 계획이다. 전통시장은 선거때마다 언론에 등장하는 핫 플레이스다. 지난 19일부터 6·1 지방선거의 공식 선거운동이 본격화되면서 전통시장을 찾는 후보자들의 발걸음도 분주하다. 기초단체장과 기초·광역의원 후보들 뿐만 아니라 도지사와 교육감 후보들까지 방문하면서 전통시장은 6·1 지방선거의 핫 플레이스가 되고 있다. 지난 주말과 휴일 5일장이 선 임실시장과 남원 운봉시장, 군산 대야시장, 익산 함열시장, 정읍·김제 전통시장도 후보자들과 선거운동원들로 붐볐다. 그러나 한바탕 유세전이 끝나고 나면 전통시장은 다시 썰렁해지고 선거 때만 반짝하는 정치인들의 핫 플레이스로 남는다. 장이 설 때마다 핫 플레이스가 되는 전통시장, 전통과 새로운 핫 플레이스가 공존하며 활력있고 생기 넘치는 도시. 도시 곳곳을 핫 플레이스로 만들어 침체된 지역을 살릴 정치인이 필요하다. 강인석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강인석
  • 2022.05.23 16:52

후보자 법정 토론회, 자질·정책 검증의 장으로

6·1 지방선거 후보자 법정 토론회가 23일 시작됐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전북도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하는 이번 TV토론회는 방송매체를 통해 도지사와 교육감, 그리고 각 시장·군수 후보자의 정책과 공약 등을 검증할 수 있는 기회를 유권자들에게 부여하자는 취지다. 어떤 후보에게 지역의 미래를 맡길 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토론회이니 만큼 후보들은 당연히 참여해 자신의 정책을 내놓고 상대 후보와 대결을 펼쳐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평가는 개별 유권자에게 맡기면 될 일이다.  사실 그동안 언론사 주관으로 몇차례 마련된 후보자 토론회는 주로 상대방을 비방하는 네거티브 공방 위주로 진행돼 실망을 안겼다. 이러다보니 유권자들도 지역발전 비전과 정책보다는 후보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관심을 쏟고 있는 실정이다. 시간이 갈수록 정책은 실종되고 네거티브 공방만 가열되는 볼썽사나운 선거판이다. 후보들간의 한치 양보없는 네거티브 공방은 급기야 고소·고발로까지 번졌다. 선거 후 법정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남겨놓았다.  법률 규정에 따라 열리는 이번 TV 토론회는 유권자들이 각 후보의 자질과 정책을 입체적으로 평가하고 비교해 마음의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기회다. 선거방송토론위원회는 그 취지에 맞게 토론이 진행될 수 있도록 질의 내용과 토론 방식 등을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또 각 후보들은 상대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를 자제하고, 지역의 미래를 위한 정책대결에 집중해야 한다. 지역의 일꾼을 자처하고 나선 후보라면 최소한 지역발전 비전과 이를 실현할 정책을 유권자들에게 상세히 제시하고, 검증 받아야 한다. 그것이 유권자들에 대한 도덕적 의무이자 최소한의 예의다. 당선에만 눈이 멀어 소중한 시간을 상대를 깎아내리는 독설로 채워서는 안 될 것이다. 무엇보다 유권자들의 관심과 현명한 판단이 요구된다. 지역소멸 위기의 시대, 지역의 미래를 책임질 일꾼을 뽑는 중요한 선거다. 근거도 없는 네거티브 공세에 휘둘리지 말고, 각 후보의 자질과 정책을 신중하게 검증해 후회없는 선택을 해야 한다. 어쩌면 이번 법정 토론회가 유권자들에게 주어지는 마지막 검증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각 후보의 정책 공약에 귀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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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5.23 14:39

가문의 영광: 새로운 창업모델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을 시작으로 어버이날, 부부의 날이 있다. 가정을 만드는 가족구성원은 인류역사에서 변치 않는 시간적 구조를 가진다. 바로 어버이에서 자녀로 전수된다는 것이다. 오늘은 한 가정을 기반으로 대대로 다듬어진 기술력이 지역사회의 문화와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말하려 한다. 2000년대 중반 이탈리아 피렌체의 한 상점은 가죽 메모지함과 가죽커버 노트 등을 팔았다. 필자의 눈길을 끈 첫 번째는 상점 현판과 진열장이 주는 웅장함이었다. 피렌체의 대표적인 메디치 가문은 아니지만 출입문 위쪽에는 금속의 문장이 솟아 있었다. 두 번째는 주인의 위풍당당이다. 깔끔한 셔츠를 차려입고 상품이 아닌 그 자리가 5대 째 내려오는 자신의 가문을 자랑한다. 오랜 시간이 지났어도 온 지구에서 하나뿐인 창살모양의 문장이 전체에 박힌 메모지함과 주인의 자신감은 잊히지 않는다. 그 시절이나 지금이나 물건을 사고 기억하게 만드는 힘은 물건을 둘러싼 이야기이다. 학자 롤프 옌센은 그 이야기의 변치 않는 키워드는 가족, 우정, 사랑이라고 말한다. 피렌체에서는 손님에게 직접 가문에 대한 존경과 사랑을 태도와 분위기로 직접 전달했고, 지금은 스마트폰 화면의 글과 그림으로 전달하는 차이일 뿐이다. 최근 한국에서는 온라인을 통해 다양하게 기호식품을 구매하고 배송 받게 되면서 신선식품이 아닌 가공식품은 3대에 이르러 브랜드화가 활발해지고 있다. 충남 딸기농장의 할머니는 설탕이 딸기보다 비쌌던 시절, 할머니가 저장을 위해 설탕을 거의 넣지 않고 딸기잼을 만드셨다. 설탕첨가율과 무가당으로 건강에 신경 쓰는 요즘, 손녀는 시대가 원하게 된 할머니의 기술력에 비대면 판매와 유통을 위한 예쁜 포장과 가족들의 이야기, 브랜드 이름을 더한다. 그 결과는 한 개의 인터넷 판매 사이트에서만 1억 넘는 매출이다. 제주 해녀집안의 무용을 했던 손녀는 상경했다가 귀향하여 해녀를 주제로 한 공연을 보면서 뿔 소라 등 해녀의 식재료로 만든 식사를 즐기는 해녀의 부엌으로 브랜드화 한다. 제주 해녀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공연, 특산품 판매, 맞춤형 식사 등이 복합된 참신한 아이디어는 듣기만 해도 설레지만 실제로도 로컬 크리에이터 지원사업의 우수사례가 된다. 로컬크리에이터를 비롯해 지역혁신 청년가 등 전북 내 각 관할지자체에서도 유사 주제의 창업들을 지원한다. 전국적으로 각 지역의 로컬 크리에이터 지원확대에 비해 그 개념에 대한 정립은 현재진행중이다. 그만큼 로컬, 즉 물리적으로 구분된 공간적 영역에서 문화와 경제효과가 나도록 무언가를 창조한다는 것이 어렵고 추상적이기 때문이다. 본고에서 소개된 사례 외에도 우수사례들을 살펴보면 공통점은 발견된다. 단순한 로컬 메이드가 아니라는 것이다. 창조의 기반을 만들어준 나의 부모, 조부모 그리고 선대들이 일군 가업과 기술력에 대한 이해와 자부심을 토대로 한다. 여기에 트렌드를 읽는 감각과 제품 개선, 디지털 기술 등이 하나씩 더해져 매출로 연결된다고 하겠다. 결국 창조는 순식간에 이루어진 결과가 아니라 과정인 것이다. /윤진영 원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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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5.23 10:24

전주국제영화제, VR영화의 가능성 확인하다

지난 7일 막을 내린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는 상업성으로부터, 대규모 자본으로부터 또 사회적 통념으로부터 예술의 독립을 지키는 영화제로 자리매김하면서 독립영화, 대안영화들에 대한 가능성을 발견하고 제작자들의 창작정신을 일깨우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평가다. 양적으로도 성공적이었다. 열흘간 57개국에서 출품한 217편(해외123편, 국내 94편)을 상영하였고, 입장관객도 지난해 보다 3배가량 늘어 5만 여명이 영화제를 찾았다. 여러 행사 중 산업 프로그램으로 기획된 ‘제14회 전주프로젝트’가 특히 주목을 받았다. 전주프로젝트는 영화를 매개로 한 네트워킹 플랫폼으로써 총25편의 초기작품을 선정하여 멘토링과 기획개발비를 제공한다. 독립, 예술영화에 직접 투자하고 제작을 지원하며, 디지털 시대 XR기술을 적용한 작품 등 창작자들이 원하는 실험이나 도전적 시도를 어떠한 간섭도 없이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한다. 특히 <‘콘텐츠 시대: 영화 XR을 만나다’>라는 제목으로 개최된 전주컨퍼런스는 기존의 영화산업에 VR/XR 기술의 접목 시도와 그 가능성 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김진아 감독의 VR 영화인 <소요산> <동두천>은 큰 인기를 끌며, 전회 매진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VR(Virtual Reality) 영화는 특정한 환경과 상황을 컴퓨터로 만들고 사용자가 마치 실제 상황과 상호 작용을 하는 것처럼 느끼게 해 준다. 관객이 가상공간 안에 구현된 영화 속으로 들어가 영화가 표현하는 연출이나 줄거리를 따라가며 감상하게 되며, 관객이 때로는 배우가 되기도 한다는 점에서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또 기존의 영화가 스크린이라는 2차원 공간에 한정되지만, VR영화는 전방위로 구현된 가상공간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관객은 시선의 움직임을 통해 이동하며 관객이 원하는 스토리텔링이 가능하다. VR은 실제 현실과 차단되어 있어서 몰입을 강화 시키고 스크린 범위가 제한이 없다는 점이 VR영화가 갖는 차별점이다. VR영화가 영화의 미래가 될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기술적인 한계가 있다. HMD(Head Mounted Display)나 손에 쥐는 콘트롤러와 같은 장치가 없다면 작품 감상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보니, 현재 VR로 제작되는 작품은 많지 않다. 미래 영화의 가능성을 보면서 관련 기술 개발 및 제작환경 제공 등이 필요해 보인다. 새로운 영상기법을 대하는 관객의 적응속도 등에 대한 지속적인 실험도 지속되어야 한다. VR영화만의 스토리텔링을 개발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고 VR만의 고유한 특성과 기존 영화의 흥행요소를 접목하는 과정을 통해 더 큰 발전을 할 수 있을 것이다. VR과 같은 뉴미디어의 발전은 결국 유익하고 흥미로운 콘텐츠를 관객이 얼마나 쉽고 편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 주는가에 달려 있다. 전주국제영화제는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이야기하고 논의하는 과정에서 전주만의 차별성과 흥행을 이어나가야 한다. 아울러 미래 영화의 새로운 발견을 위한 이번 전주프로젝트는 XR 기반의 영화의 미래를 논의하는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며, 지속적인 기술개발, 인력양성 및 제작 지원이 예정되어 있다. 2023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는 다양하고, 보다 완성도 있는 VR 영화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영로 전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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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5.23 10:24

무질서한 선거운동 언제까지 방관할건가

6·1 지방선거의 공식 선거운동이 지난 19일 시작되면서 시민들의 불쾌감도 높아지고 있다. 선거운동에 나선 후보자들의 출퇴근길 인사 자리 경쟁으로 보행 불편이 빚어지고 시설물 훼손과 소음 민원 등도 끊이지 않고 있다. 후보자들이 선거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야기하는 불편과 민원은 이미 오래전부터 지적돼온 것이지만 개선은 요원하다. 출퇴근길 차량 이동이 많은 도심 주요 사거리는 공식 선거운동 기간 내내 자리 선점 경쟁이 치열하다. 유세 차량을 세워놓고 오가는 시민들에게 얼굴을 알리기 위한 치열한 자리 경쟁이 도시 곳곳에서 매일 펼쳐진다. 문제는 자리 경쟁 속에 시설물 훼손이나 시민들의 보행 불편이 다반사로 빚어진다는 점이다. 주민들을 위해 일하겠다고 나선 후보들의 배려심 없는 행동은 득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실제로 도심 주요 사거리 교통섬은 불법주차와 유세차량의 자리 점령 과정에서 화단 훼손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일반 시민들이 오가는 길은 물론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점자블럭 위까지 차지하면서 보행 불편으로 인한 짜증과 사고위험까지 안기고 있다. 통행에 지장을 주면서까지 펼쳐지는 선거운동에 대한 불만과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확성기가 설치된 유세차량이 오가면서 틀어대는 선거유세 음악과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연설을 소음공해로 느끼는 시민들이 적지 않다. 특히 주말과 휴일 유세차량이 공동주택 주변을 오가면서 주민들의 휴식을 방해하는데 따른 민원도 상당하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 19일 하루에만 전북경찰 112신고에 소음공해 12건, 교통방해 4건, 재물손괴 1건, 기타 3건 등의 신고가 접수됐다고 한다.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는 축제의 장이 되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소음과 불법 주정차 등 무질서한 선거문화가 되풀이되고 있다. 사회 변화에 발맞춰 선거운동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유세차량의 소음과 운행시간·장소를 규제하고 역과 터미널, 버스정류장 등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곳에 선거 홍보부스를 운영하자는 주장도 있다. 선관위와 각 정당은 짜증 주는 선거를 축제의 장으로 되돌리기 위한 방안 찾기에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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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2.05.22 19:00

전북도, 교통안전 관리 체계 개선 시급하다

전북도의 교통안전 관리 체계가 허술한 것으로 나타나 개선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한국교통연구원이 2019년 통계를 기준으로 전국 17개 시·도의 교통안전 관련 제도·정책과 교통사고 발생 현황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서 최근 발표한 ‘2019년 지자체 교통안전성과 지표’에서 전북은 최저점(75.7점)을 받았다. 전북은 이번 평가에서 교통안전 관련 제도·정책과 최종 성과 부문에서 모두 평균 이하의 점수를 받았다. 특히 다른 지자체에 비해 도로환경 개선 사업 예산이 적고, 노후차량 비율과 교통사고 사망자 중 고령자 및 화물차 운전자의 비율이 높았다. 또 교통안전 전담 부서와 총괄 조정기구도 운영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평가 결과는 전국 각 지자체별 교통안전 관리 체계의 현 수준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다시 한 번 부문별 지표를 다각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사실 전북도는 한국교통연구원이 실시하는 교통안전 평가에서 매번 전국 최하위 점수를 받았다. 해마다 ‘교통안전 관련 제도와 정책적 기반이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전혀 개선되지 않은 셈이다. 이러다보니 전북지역의 교통문화지수도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전국 각 기초자치단체를 대상으로 국민의 교통안전의식 및 문화수준을 조사해 해마다 교통문화지수를 발표하고 있다. 도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교통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지자체와 관련 기관에서는 운전자와 보행자 등 도로 이용자가 행여 불상사를 당하는 일이 없도록 도로환경을 개선하고, 관련 제도와 정책을 정비해야 한다. 또 시민들도 일상생활에서 교통법규 준수를 생활화해야 교통안전 선진도시로 도약할 수 있다. 무엇보다 전북도가 교통안전 분야 평가 결과를 예년처럼 또다시 흘려버리지 말고, 교통안전 관리 체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우선 지역주민의 보행 안전과 통행 편의를 위해 교통안전 시설 개선 분야 예산을 늘려야 한다. 교통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안전한 도로환경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또 지역사회 노인인구 비율이 급격하게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고령자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대책도 다각도로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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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2.05.22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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