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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공항 참사 희생자에게 깊은 애도를

제주항공 여객기 추락 참사로 인해 소중한 생명을 잃은 희생자분들께 깊은 애도를 표시한다. 동트는 을사년 새해를 설계하면서 특별한 크리스마스 휴가를 떠났던 이들의 꿈과 희망은 일거에 수포가 됐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의 아픔을 어찌 필설로 형언할 수 있으랴. 저마다 사연이 없는 이가 없겠으나 속속 전해지는 저간의 사정은 듣는 이의 가슴을 아리게 한다. 과연 희생자들과 그 유족들에게 전할 위로의 말이 있기나 하겠는가. 그저 지금은 따뜻하게 손을 잡아주고 묵묵히 지켜보면서 하나하나 제자리를 잡을 때까지 하염없이 시간이 지나기를 기다릴 뿐이다. 대참사를 접한 전북도민의 심정은 남다르다. 바로 이웃동네에서 참사가 났기 때문이다. 더욱이 희생자들중에는 전북인들이 6명이나 된다고 하니 안타깝고 또 안타까울 뿐이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어루만지는 가운데서 희생자 수습과 확인이 조속이 마무리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행여 유가족들의 마음에 생채기가 날 수도 있는 언행을 하지 않도록 모두가 유념하자. 문제는 지금부터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단 한 점의 의혹도 남아선 안된다. 지금은 어떤 결론도 미리 예단해선 안된다. 철저하게 실체적 진실과 현상 그 자체에 근거를 둬야 한다. 살아남은 이들이 해야 할 일은 이뿐만이 아니다. 다시는 대한민국에서 이러한 참사와 비극이 반복돼선 안된다. 철저한 반성과 실체적 진실 규명및 응분의 책임을 묻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희생자와 유가족에 대한 충분한 지원이 이뤄져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중요한 것은 재발책 마련이다. 전북특별자치도는 30일 오후 2시 도청 공연장동 1층에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들의 합동분향소를 설치, 정부가 국가 애도 기간으로 정한 내년 1월 4일까지 운영한다. 많은 전북도민들이 이번 참사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추모하는 시간을 갖기를 바란다. 새만금국제공항을 건립중인 전북에서는 이번 참사가 ‘버드 스트라이크’의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지적되면서 철새 이동경로와 관련해 비상한 관심을 끈다. 새만금국제공항 노선은 철새들의 이동경로와 겹쳐 항공기에 대한 조류충돌 위험이 상존한다는 지적에도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특히 새만금국제공항은 활주로 길이가 국내 공항 가운데 최단 거리인 2500m 여서 전남 무안공항 2800m, 청주공항 2744m보다 짧다는 점은 매우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금 그냥 어물쩍 넘어가면 훗날 또다시 재앙을 마주할지도 모른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12.30 14:57

새만금특별지자체, 용역만 하면 뭐하나

전북자치도가 올해 6월부터 진행한 ‘새만금권역 공동발전 전략연구’ 용역을 마무리했다. 새만금특별지자체 설치를 위한 구체적인 전략과 실행 방안을 발표한 것이다. 하지만 정작 새만금특별지자체 대상인 군산시와 김제시, 부안군은 관할권 다톰 등으로 한걸음도 나가지 못해 용역이 과연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전북자치도는 용역 같은 페이퍼 작업 보다 3개 시군이 서로 손을 잡도록 실질적인 물밑 협력부터 이끄는 게 먼저다. ​특별지자체는 2개 이상의 지자체가 공동으로 특정한 목적을 위해 설치하는 단체다. 공동 지방의회를 꾸려 조례를 만들고, 공동 단체장이 공무원도 임용한다. 새만금지역의 경우 인접한 군산과 김제, 부안이 대상이다. 전북도가 조례 등을 만들어 주도하고 있으나 첨예한 관할권 다툼으로 첫걸음도 내딛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김관영 지사는 지난 7월 민선 8기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올해 안에 군산·김제·부안 3개 시군을 포함하는 특별지방자치단체를 출범시키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진전이 전혀 없는 상태다. 3개 시군이 해묵은 관할권 문제로 합의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새만금 방조제 귀속 문제를 비롯해 동서도로와 신항만 방파제 관할권을 둘러싼 갈등의 골은 오히려 더 깊어졌다. 지역 국회의원과 단체장, 지방의회 등이 나서 서로 다투고 있다. 그러나 이들 3개 시군이 극단으로 대치하고 있는 사이에 대전·세종·충북·충남 등 충청권 4개 시도로 구성된 ‘충청광역연합’이 지난 18일 출범했다. 조직은 2개 사무처 60명으로 구성됐다. 충청권 특별지자체는 초광역 도로·철도망 구축과 초광역 발전 선도사업 육성, 관광체계 구축 등 20개 자치단체 이관사무와 국가 위임사무인 광역간선급행버스체계 구축·운영 등 단일 시도만으로 대응이 어려운 광역사무를 수행한다. 대구와 경북, 부산과 경남 행정통합도 윤석열 탄핵으로 주춤하긴 하지만 진척을 보이고 있다. 이들 광역지자체가 통 크게 움직이고 있는데 비해 그렇지 않아도 왜소한 전북은 갈등과 분열로 날을 지새고 있다. 새만금특별지자체뿐 아니라 전주·완주 통합도 마찬가지다. 새만금특별지자체는 새만금 개발의 속도감 있는 추진과 지역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수적이다. 전북자치도는 타협을 이끌어 내고 3개 시군은 한발씩 양보하는 자세를 가져주길 바란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12.30 12:43

소방활동 중 발생한 도민의 손실보상 제도 운영

소방활동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필수적인 공공서비스이다. 하지만 분초를 다투는 소방활동의 특성상,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 때론 도민의 재산에 피해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이에 따라 도민의 피해를 보상해 주기 위해 “소방활동 손실보상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우선 제도의 필요성에 대해 논한다면 소방공무원들은 화재, 구조, 구급 등 다양한 위기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임무를 수행한다. 이를 위해 긴급하고 불가피한 상황에서는 도민의 건물 또는 물건 등을 파손하는 등 강제처분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소방차 진입을 위해 주·정차된 차량을 파손시키는 경우, 화재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주변 공작물 등을 훼손하는 경우, 신속한 구조활동을 위해 출입문을 강제로 개방하는 경우 등이다. 이러한 조치는 신속한 대응을 통해 더 큰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며, 이에 따른 손실에 대한 보상은 공정성과 형평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만, 적법한 소방활동으로 인해 발생한 손실을 보상받기 위해서는 피해 도민에게 강제처분이나 소방활동의 책임이 없어야 한다. 만약, 소방대가 신속한 출동을 위해 주정차 차량을 파손한 경우로서 적법하게 주·정차된 차량이었다면 손실보상이 되지만 불법 주·정차인 경우에는 피해를 보상하지 않는다. 또한, 환자를 구조하기 위해 소방대가 이웃집 등이 아닌 구조대상자 주택의 출입문을 강제 개방한 경우에도 보상하지 않는다. 최근 5년간 도내에서 발생한 손실보상 건을 살펴보면 화재진압 활동 중 5건, 구조‧구급 활동 중 6건으로 총 11건이 발생했다. 이러한 손실은 긴급 상황에서 공익을 목적으로 이루어진 행위이므로 공평 부담 원칙에 따라 국가 또는 지자체에서 적절히 보상함으로써 피해자의 부담을 줄이고, 소방활동에 대한 도민의 신뢰와 협조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소방활동에 대한 도민의 신뢰는 위기 대응의 신속성과 효과를 높이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손실보상 제도는 다음과 같은 절차로 진행된다. 첫째, 피해를 입은 도민이 소방관서에 피해내용과 복구비용을 청구해야 한다. 둘째, 소방관서에서는 피해내용의 사실관계를 조사한다. 셋째, 피해 사실이 확인되면, 손실보상심의위원회를 개최하여 심의를 통해 보상 여부와 보상금액을 결정한다. 손실보상심의위원회는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와 내부 관계자들로 구성된다. 넷째, 심의 결과를 청구인에게 통보하고, 청구가 인용된 경우 보상금을 지급한다. 손실보상 제도는 소방활동의 공공성 강화 등에 기여하고 있지만 한계도 존재하고 있다. 이를테면 보상 결정을 위한 심의 과정이 오래 걸릴 경우 피해자에게 추가적인 부담이 될 수 있다. 다행히 이를 개선하기 위해 올해부터는 청구 금액이 100만원 이하는 소방공무원만으로 위원회를 구성하여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제도 개선은 피해자의 불편을 줄이고, 신속한 보상을 통해 소방활동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소방활동 손실보상 제도는 도민 신뢰도 향상, 소방활동 지원 강화, 사회적 안정성 제고 등 도민과 소방관 모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제도이다. 이를 통해 소방활동의 공익적 가치를 보호하고, 도민들의 신뢰와 지지를 확보할 수 있다. 앞으로도 제도의 지속적인 개선과 효율적인 운영을 통해 소방활동이 더욱 안전하고 도민에게 신뢰받는 공공 서비스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 임정욱 전북특별자치도소방본부 소방감찰과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4.12.29 19:19

새만금특별지자체, 지역통합과 혁신에 활로가 되기를

2024년 한 해가 숱한 과제를 남긴 채 저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7일 전북도가 새만금 특별지방자치단체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해, 지역소멸과 통합이 여전히 새해 전북의 핵심 과제임을 재차 확인시켜 주었다. 이번에 발표한 특별지방자치단체는 비록 ‘특별’이라는 용어를 담고 있지만, 예외적인 자치권을 부여받는 특별자치도나 특례시와는 거리가 멀다. 행정학적으로 설명하자면, 두 개 이상의 자치단체가 특정한 행정사무를 공동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지방자치법상 허용된 구역에서 제한된 기능을 가진 자치기관 성격의 법인체이다. 그동안 새만금을 하나의 행정구역으로 통합하려는 시도가 소지역주의에 가로막혀 지자체 간 내 땅 확보 싸움이 돼버린 상황에서 선택된 과도기적 연합체로, 기능주의적 통합 방식을 근저에 두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기능주의란 비정치적인 부분에서의 통합이 시발점이 되어 추가적인 협력의 필요성을 자극해 결국은 정치·사회적인 통합을 이끈다는 ‘부분 통합의 확장 논리(the expansive logic of sector integration)’를 뜻한다. 간단히 말해 국가나 지역 간에 기술과 경제적 차원의 협력이 강화될수록 사회적 부문의 통합에 대한 필요성도 같이 커지게 되고,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정치적, 행정적 공동체의 결성 요구가 나오게 된다는 이론이다. 유럽연합(EU)이 기능주의적 통합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하지만 EU 출범 이후 세계 각 지역에서 이러한 기능주의적 통합모델이 활발히 적용되었지만, 동서독 통일을 제외하곤 뚜렷한 성과를 찾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통합의 최종 목적에 대한 명확한 공감대, 통합의 긍정적 효과에 대한 실질적 경험의 축적과 확산, 이익의 공평한 분배, 그리고 초지역적인 정치적 이해관계 등이 강력하게 구축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성공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은 그간의 국내 지역통합 시도에서도 쉽게 확인된다. 부울경 실패가 그 대표적인 사례이며, 완주·전주 통합의 경우에는 경제공동체 구축의 효과가 오히려 일부 지역 주민들의 통합 욕구를 저하하는 문제점까지 드러내고 있다. 특별지방자치단체는 지자체 간의 협력 이상의 의미를 지닌 법인체이지만 일반지방자치단체와 달리 특정 사무에 대한 부가적이고 보조적인 의미를 지닌 서비스기관으로서의 성격이 강하다. 그러므로 궁극적인 통합으로 가려면 특별자치단체의 추진 과정에서 지자체들이 다음 단계로 어떠한 통합체를 목표로 하고 있는지 명확히 인식돼 있어야 하고, 이 내용이 모든 협력사업에 대한 평가 기준으로 적용되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분명한 목표 제시가 통합의 성공 요인이었던 유럽통합이 남겨준 소중한 교훈이기도 하다. 아울러 모든 주체가 통합에 함께 참여하며 발전을 공유해 나가는 다층적 거버넌스가 형성되어야만 길고 지난한 통합의 과정을 자율적으로 헤쳐 나갈 수 있다. 그리고 협력사업은 유럽석탄철강공동체의 경우처럼 세 지자체가 공통으로 가장 중요시하는 부문의 통합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새만금 인근의 Re 100 에너지 통합이 이에 대한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그 밖에도 협력의 확대로 얻어지는 성과는 체계적으로 축적되어 공유되어야 하며, 모든 성과는 지역과 주민에게 투명하고 공정하게 배분되어야 한다. 아무쪼록 새만금특별지자체가 새해에는 그간 답보해 온 전북 지역의 통합과 혁신에 새로운 활로가 되어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임성진 전주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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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2.29 19:18

세밑단상

연말이지만 왠지 허전하고 씁쓸하다. 12.3 비상계엄령 발동에 따른 충격파가 아직도 가시질 않고 있기 때문이다. 날마다 계엄관련 소식이 잇달아 나오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총 쏘고 문 부수고 의원 끌어내라고 지시한 것은 생각만해도 아찔하다. 4.10 총선으로 여소야대정국이 만들어졌으면 그에 걸맞는 정치를 했어야 옳았다. 무작정 국정혼란을 민주당 탓으로 돌리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 국민이 만들어 놓은 정치구도를 인위적으로 깨려고 비상계엄을 발동했지만 실패한 쿠데타라서 대통령부터 관련자 전원을 즉각 체포해서 법의 심판대위에 세워야 한다. 국민들은 그날밤 비상계엄이 선포되자 모두가 심장이 멎어서는 것 같이 놀랬고 155분만에 해제가 됐어도 놀란 가슴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그 이유는 45년전 전두환이 광주민주화항쟁을 무력으로 진압하려고 계엄령을 발동, 국민들이 유혈사태의 참극을 두눈으로 똑똑하게 목도했기 때문이다. 지금이 어느 세상인데 총칼로 국민을 짓밟아 보려고 계엄령을 발동한 것은 독재자적 생각으로 국민들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칠 수 밖에 없다. 어둠이 결코 빛을 이길 수 없는 것이나 다름 없다. 우리 국민들은 민주주의를 피와 땀으로 지켜냈고 발전시켰다. 출동한 장갑차를 가로막고 총부리를 겨누지 못하도록 한 것도 성숙한 시민의식의 승리였다. 지금 국회나 국민들이 유혈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초동 대처를 순발력 있게 잘한 것은 칭찬받을만 하다. 그 만큼 국민들의 의식수준이 향상돼 있음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국민들의 자부심이 한층 고양되었다. 전 세계인으로부터 K컬쳐에 대한 찬사가 쏟아져 나오는 것도 그냥 있는 일이 아니다. 그간 피땀 흘리며 가꿔 놓은 높은 교육수준과 문화적 토양이 그렇게 만들었다. 전북인도 예외는 아니었다. 도민들도 쿠데타를 일으킨 윤석열을 즉각 체포해서 구속시켜야 한다고 땅이 꺼져라고 외쳐댔다. 어린아이들까지도 부모와 함께 손에 손잡고 객사로 모여들어 순식간에 인산인해를 이뤘다. 추위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정의의 큰 울림이 금세 사방팔방으로 퍼져 나갔다. 우리 전북인들은 나라가 어려움에 처할때마다 분연히 일어나 의기와 충절로 나라를 지켜냈다. 동학정신이 우리 핏속에 도도하게 흐르고 있다는 사실이 다시금 확인되었다. 지금은 그 누구도 역사의 시곗바늘을 거꾸로 되돌려 놓을 수 없다. 문제는 경제다. 계엄 여파로 환율과 주가 유가가 너무 심하게 출렁거린다. 항상 서민들은 먹고 살기가 어려웠지만 지금은 장난이 아니다. 코로나때보다 더 힘든 시기를 보낸다. 엄동설한에 말라 비틀어진 풀 한포기마냥 생명력을 잃어 간다. 지금은 모두가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어 각자 맡은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보수와 진보가 편 갈라 싸우질 말고 나라의 안녕을 되찾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한덕수대통령권한대행을 찬성 192표로 탄핵시키고 최상목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대행의 대행을 맡지만 운신의 폭이 좁아 국정혼란은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4.12.29 19:18

“위대한 시민의 힘으로, 위기를 기회로!”

2024년 겨울,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대통령이 위헌·위법적인 비상계엄령으로 국회를 통제하고 시민에게 총부리를 겨누던 그날 밤,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심장은 그대로 멈추었다. 4·19혁명부터 5·18 민주화 운동, 촛불혁명까지 숱한 희생과 열망으로 민주주의를 지켜낸 대한민국 국민에게는 믿기지 않는 현실이고 공포였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민은 강하고 용감했다. 한달음에 국회로 달려가 맨몸으로 장갑차를 막았고 총을 든 군인들을 끌어안았다. 엄동설한에도 어린아이부터 청소년, 주부, 어르신들까지 촛불과 응원봉을 들고 차가운 아스팔트로 나섰다. 국회 앞은 물론 전주의 거리에도 빛의 물결이 일렁였다. 하나(一)의 빛이 백(白)이 되고 만(萬)이 되어 마침내 혼란정국의 핵심인 대통령 탄핵을 가결시켰다. 이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승리이자 위대한 전주시민과 국민의 승리임이 분명하다. 여전히 진행 중인 이번 ‘빛의 혁명’은 세대와 성별의 구분 없이 많은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특별하다. 흥겨운 노래 속에서 정의를 외치고, 전국에서 선결제 후원이 쏟아지는 등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가 과거와 현재를 넘어 미래세대로 힘차게 나아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전 세계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대한민국의 주권자가 국민임을, 그 주권자의 명령은 자유와 정의임을 세상에 선포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 뜨거운 열망이 대한민국의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갈 것이라 확신한다. 우리 앞에는 큰 산들이 남아있다. 탄핵 헌재 심리와 여야 갈등, 조기 대선 여부 등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불안정한 정국에서, 국가적 리더십의 위기가 안정되는 데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듯하다. 무엇보다 가뜩이나 어렵던 민생경제는 극악한 위기로 내몰려 있다. 주가 폭락과 환율 상승 등 위태로운 금융시장 속에, 연말연시 특수에도 텅텅 비어버린 골목 상권의 어려움이 이루 말할 수 없다. 전주시 또한 지방교부세 및 세수 감소, 도시공원 일몰제 시행에 따른 재정 부담 등 지역경제 전망이 낙관적이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위기(危機)라는 단어가 위험(危險)과 기회(機會)를 동시에 내포하고 있듯이, 오히려 이 위기를 전주 대변혁의 기회로 만들어 가야 한다. 우리의 역사가 이미 그 저력을 증명해 왔고, 위대한 전주시민의 힘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모두가 흔들림 없이 각자의 자리를 지키며 국정안정과 경제회복에 뜻을 모아주시기를 희망한다. 민선 8기 전주시 또한 민생안정 대책반을 꾸려 골목상권 회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철저한 공직기강 확립부터 누수 없는 시정 업무 추진 및 재난안전관리 등 시민의 평범한 일상을 돌려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앞으로도 정국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면서, 대한민국 민주주의 수호와 전주시민 보호의 최일선에 설 것을 약속드린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는 “세계는 폭력적이고 고통스럽지만, 동시에 눈부시게 아름답다”고 했다. 이는 시민 여러분의 마음에 누구도 앗아가지 못하는 용기와 도전, 진실과 정의의 ‘빛’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비록 어려운 시기이지만, 그 위대한 시민의 힘으로 지금의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만들며 더욱 진일보한 사회를 향해 나아갈 것을 믿는다. /우범기 전주시장

  • 오피니언
  • 강정원
  • 2024.12.29 19:15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숙제가 내려졌다. 남들은 몸과 마음을 내려놓고 가족과 함께 따스한 시간을 보내는 연말연시에 숙제를 끌어안고 머리 싸매게 생겼다. 발단은 좋은 님이 지나가듯 한 말이었다. “이 불황에도 이만큼 손님이 많은 것이 참 감사한 일이지요. 그런데 이 동네에서 여기만 장사가 잘되는 것 같아서 쓸쓸하네요. 동네가 다 살아나야 왱이집도 오랫동안 북적북적할 터인데.” 동문 오거리에도 한파가 불어닥치다 보니 그나마도 우리 가게가 나아 보이는 모양이다. 하지만 한창일 때에 비하면 우리 가게 매출도 말이 아니다. 좋은 님 말마따나 이 동네가 잘될 때는 우리 가게뿐 아니라 집집마다 손님이 줄을 선 곳이 많았다. 콩나물국밥집만 해도 대여섯 곳이 50미터 이내에 몰려있었고 조금 더 범위를 넓히면 두 손에 꼽고도 남았다. 어디는 밥을 처음부터 말아 펄펄 끓여내기도 하고 콩나물의 두께나 익힘 정도도 다르고 밑반찬도 조금씩 다르다 보니 일행의 취향 따라 손님들의 발걸음이 향하는 곳이 달라졌다. 그 많던 콩나물국밥집은 다 어디로 갔을까? 좋은 님의 말씀을 숙제로 여기는 것은 내 맘에 이미 비슷한 고민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손님이 주무시는 동안에도 육수는 끓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 우리 가게의 캐치프레이즈가 되어준 문구이다. 개업 후 내내 365일 연중무휴로 하루 24시간 영업해 온 내력이 끊긴 것은 코로나19 사태 때문이었다. 감염병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에서 음식점 영업시간을 제한한 것이다. 이후 감염병 사태는 일단락되었지만 침체된 경기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치솟는 인건비와 운영비를 감당하기 여전히 벅차다. 손님마다 ‘언제 다시 24시간 영업하냐’고 묻지 않아도 이것은 내 가슴에 큰 고민으로 웅크리고 있다. 고작 국밥 한 그릇이지만 그 온기가 필요한 이들이 발길을 돌리지 않게 하기 위해 24시간 영업을 해온 것인데, 어느 손님이 의외로 전해온 말씀에 이런 영향도 있겠구나! 고개가 끄덕여졌다. “고깃집에서 식사하고 소주나 맥주로 2차 3차 한 다음, 여기 와서 콩나물국밥 한 그릇 딱 하고 가야 제대로 된 코스지요.” 그러고 보니 우리 가게가 24시간 영업하던 시절에는 인근에 밤늦게까지 장사하는 다른 가게들이 많았다. 저마다 서로의 손님에 기대고 서로를 응원하며 장사하고 있던 셈이다. 최근에 찬물을 맞은 일이 있다. 인근에 큰 숙박업소가 들어선다고 하여 완공되면 이 거리에 손님이 늘어나는 데에도 도움이 되겠거니 싶어 공사 중 이런저런 편의를 돌보아주었다. 구두로 한 약속이라 가벼웠던지 이후 안면을 바꿔버린 모습에 적잖이 상처받았다. 이런저런 꼴을 다 볼 줄 알아야 진정한 장사꾼이 된다는데 나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한숨을 내쉬며 눈앞의 책더미를 뒤적이는데 고 전우익 선생의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가 손끝에 잡힌다. 그래, 비슷비슷한 콩나물국밥집들이 어깨를 겨루고 아웅다웅하면서 지내던 시절이 훨씬 재미있었다. 누구네는 어떤 콩나물로 바꿨다더라, 누구네는 어떤 손님이 다녀갔다더라 속닥거리다가도 김장김치를 나눠 먹으며 ‘성님네 올 김장 참 잘됐네!’ 함께 기뻐하던 그 시절이 그립다. 올겨울도 춥단다. 여느 겨울보다 추울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지만 살아온 우리가 이미 알고 있듯이 춥지 않은 겨울은 없었다. 이 책에 담긴 노신의 시구절을 읊어본다. 한응대지발춘화(寒凝大地發春華). 꽁꽁 얼어붙은 추위가 봄꽃을 한결 아름답게 피우리라! 유대성 전주 왱이집 대표

  • 오피니언
  • 기고
  • 2024.12.26 18:41

웹툰 콘텐츠가 지역에서 살아남으려면

웹툰시장은 대형 플랫폼, 네이버나 과거 다음 포털사이트에서 적극적으로 콘텐츠사업을 확장시키면서 점점 커져갔다. 그러면서 이말년이나 기안84같은 작가들이 공중파 방송에 나오면서 일반인들에게도 웹툰과 웹툰작가란 인식이 확장되고 유행하면서 웹툰시장은 더 인기를 얻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코로나시대가 열리고 외부활동이 어려워진 사람들은 웹툰이나 OTT같은 집에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들이 더욱 사랑을 받게 됐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웹툰시장은 확장됐고, 개인작가들보다는 빠른 시간안에 안정적으로 작품을 뽑아 낼 수 있는 스튜디오들이 생기기 시작하더니 어느순간부터는 연재되는 작품들의 대다수가 스튜디오 작품들이 다수가 되어버렸다. 이 상황은 분명 장·단점이 있다. 과거에는 개인작가로 웹툰작가가 되려면 모든 공정을 이해하고 완성도 있는 원고를 만드는 수준이 되어야 가능성이 생길 정도로 문턱이 높았던 반면, 현재는 한부분만 어느정도의 수준만 된다면 스튜디오로 취직해서 웹툰 관련일을 하며 직장생활을 할 수 있는게 장점이다. 하지만 단점으로는 결국 직원의 형태이기 때문에 자신의 이름을 작품에 제대로 올리기 쉽지 않고 작품을 만드는데에 어느 한 부분의 역할일 뿐 권리를 갖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또, 웹툰 스튜디오들이 지원과 여러 정보교류가 용이한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어서 작가지망생들은 지방을 떠나 어쩔 수 없이 낯선 수도권에 올라가서 생활하며 일을 해야하는 상황이다. 웹툰작가의 큰 매력이라면 일하는 환경과 시간 등을 작가가 알아서 취향껏 자유롭게 사용한다는 것인데 이 매력이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또, 지방에서도 충분한 인재가 나오고 활동할 수 있고, 지방경쟁력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사업체(스튜디오)를 꾸릴 수 있는게 이 웹툰 일의 매력이라고 생각하지만, 내가 생활하고 있는 현재의 전라북도는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아 있다. 나의 첫 번째 목표는 육성 및 취업형 스튜디오를 차리는 것이다. 웹툰작가로 진로에 관심있는 학생들이나 등단에 진지한 작가 지망생들을 교육하고 그 안에서 충분한 인재를 골라 작품활동에 참여시키는 것이다. 굳이 수도권까지 가서 타향살이를 하며 빠져나가는 생활비와 정신력을 보호하고 지역,고향에서도 작가로써 활동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고 싶다. 물론, 나도 작품활동을 하는데에 양질의 작가분들을 모시고 쓸 수 있어서 충분히 시너지 효과를 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건 나 혼자 스튜디오를 차리고 움직인다고 될 일은 아니라고 본다. 나도 스튜디오화를 시켜 많은 작품들을 계약하고 연재할 수 있는 역량을 만들어내야 한다. 또, 스튜디오에 들어와 육성할 수 있는 인재들의 인프라가 필요하다. 다행히도 전주대학교에 24년부터 웹툰학과가 신설되고 현재 1학년이 다니고 있다. 그리고 전라북도 관련 기관에서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이 제안은 나와 작가지망생들의 문제와 성과일뿐 아니라 지역자체의 문제와 성과로 이어질 수 있고 젊은 인재들이 지역을 벗어나지 않는 좋은 제안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광주와 순천 등 각 지역에서는 스튜디오들이 자리잡고 교육과 취업의 선순환으로 아주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는 걸 조금만 찾아보면 알 수 있다. 모든 것은 타이밍이라고 생각한다. 더 늦기전에 나도 노력할 것이며 다른 관계자 분들이나 관련 기관에서도 많은 관심과 적극적인 움직임이 있기를 바래본다. 홍인근 웹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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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2.26 18:38

지인의 죽음을 애도하며

한 주일 전에 만나 서로의 건재함을 확인한 지인이 죽었다는 날벼락 같은 소식이 날아들었다. 평소 지병이 없던 분이기에 그 부음은 큰 슬픔과 당혹감은 안겨주었다. 사망 원인은 심근경색이었다. 죽은 당사자는 잃을 것도 얻을 것도 없겠지만 여전히 살아 있는 나는 황망한 마음에 한동안 일손을 놓고 망연히 앉아 있었다. 다시는 웃으며 말하는 그이를 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니, 죽고 사는 일의 덧없음이 밀려든다. 무생물계 저편으로 사라졌으나 그이의 부재는 실감이 나지는 않는다. 언젠가 점심식사 자리에서 그이는 시인이 된 계기를 유쾌하게 들려주었다. 그이는 과도와 잘 익은 사과 한 알을 보자기에 싸서 한국시의 전설인 원로를 찾아가 당돌하게 가르침을 청한다. 그걸 계기로 사제 간의 연을 맺고 배움을 잇다가 시인의 꿈을 이뤘다. 그이는 동료들의 신간 시집을 받아 읽은 뒤 반드시 재생 용지에 쓴 편지를 보내는 걸로 잘 알려져 있다. 나도 반듯한 글씨로 쓴 그 편지를 받은 적이 있다. 동료들의 창작을 격려하는 선의가 작동했을 테다. 그이는 착한 사람이지만 막상 그이에 대해 모르는 게 훨씬 더 많다는 걸 뒤늦게 깨닫는다. 인간은 한 생명체로 태어나서 죽음이라는 한계 안에서 느끼고 생각하며 말하는 생물학적 실존을 잇는다. 인간은 누구나 죽음이란 놀라운 실존 사건을 단 한 번씩 겪는다. 죽음이란 호모 사피엔스라는 종이 마주한 영구불변의 조건이다. 지구의 생명체 중에 자기 죽음을 투명하게 인식하는 건 호모 사피엔스가 유일하다고 한다. 그래서인가?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는 경구는 널리 회자되고 있다. 인간이 죽음을 향하여 있는 존재라는 걸 기억하라는 뜻이다. 질병은 생물학적 존재로 엄연한 인간의 생태적 균형을 흔드는 일이다. 질병을 겪으면서 우리는 죽음에 대한 불안과 저항을 조금씩 누그러뜨린다. 인간은 대뇌변연계를 갖게 되면서 장기 기억 처리가 가능해진다. 이것은 과거라고 뭉뚱그려 말하는 ‘긴 시간’을 뇌의 해마와 편도체에 저장하고 산다는 뜻이다. 긴 시간 동안 쌓은 경험과 지식을 활용하니 인간은 이전보다 훨씬 더 똑똑해진다. 긴 시간은 기억의 양태로 과거에서 현재를 거쳐 미래로 이어지는데, 그 안쪽에는 사랑과 이별, 명예와 비루함, 고통과 쾌락들이 마치 올실과 날실로 짠 카펫처럼 펼쳐진다. 우리 삶은 긴 시간이라는 카펫 위에 세워진다고 할 수 있다. 그 카펫은 죽음과 함께 거둬져서 사라진다. 죽음이 사라짐이라면 그것은 우주적이고 영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순환의 일부가 아닐까? 그것은 몸이라는 유기체의 구조를 버리고 또 다른 차원으로 넘어가는 일이 아닐까? 불면으로 깨어 있는 동안 나는 자주 죽음을 생각한다. 죽음은 우리 안에 작은 씨앗 같은 있다가 싹을 틔우고 자라난다. 죽음은 계속 자란다. 그리고 예기치 않은 때에 우리를 포획한다. 죽음은 나의 화두, 불가사의한 수수께끼였다. 나는 지금까지 죽음으로 인한 혼돈과 불안에서 멀리 달아나려고 했다. 죽음에서 도피하려는 욕구는 두려움에 사로잡힌 내 무의식의 본성이 낳은 것일 테다. 누구도 살아 있는 동안 제 죽음을 겪을 수 없다. 내 대뇌피질에 오롯하게 있는 죽음에 대한 관념은 대체로 타인의 경험에서 유추된 결과물이다. 나는 아직 인간이 왜 죽어야만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풀지 못했다. 지인의 죽음을 애도하는 가운데 ‘너는 흙에서 나왔으니 흙으로 돌아가리라’라는 젊었을 때 읽은 성경 한 구절이 떠오른다. 이 명쾌한 전언에 따르면 무릇 죽음은 태어남 이전으로 회귀하는 것이다. 무에서 나와 유로 존재하다가 무로 돌아가는 것, 그것이 죽음이다. 잠시 돌아가신 지 오래인 어머니도 떠오른다. 나는 형제들과 요양병원에서 어머니의 임종을 지켰는데, 어머니가 마지막 숨을 거둔 뒤 이불 아래로 드러난 어머니의 하얀 발을 잊을 수가 없다. 여동생들이 오열을 할 때 나는 어머니가 발이 시릴까 가만히 쓰다듬었다. 나는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장례가 끝나고 보름이 지났을 무렵 갑자기 통곡이 터져 나왔다. 나는 한밤중 주방에서 혼자 오래 울었다. 내 어머니는 흙으로 돌아가서 편안히 안식하고 있으리라. 장석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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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2.26 18:33

몸값 올라가는 부지사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중 최근 들어 고시 출신과 중앙 부처 경력자가 점차 늘고 있다. 이런 추세는 불과 몇 년 새 두드러지며, 갈수록 선거 판도에 결정적 변수로 작용한다. 무엇보다 단체장의 역량 가운데 국가예산 확보에 따른 사업 추진력을 첫 손에 꼽아왔기 때문이다. 자신이 공약한 지역 발전의 청사진도 결국은 예산 뒷받침 여부가 관건이다. 이 때문에 주민들도 과거 지연과 학연, 혈연 등에 얽매였던 고정관념에서 탈피해 후보의 경쟁력과 중앙무대 인맥 등에 주목하고 있다. 소멸 위기에 직면한 지역의 안타까운 현실을 감안하면 이같은 경향은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전북에서도 이런 흐름에 힘입어 전문 관료 출신 다수가 지방 선거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가장 움직임이 활발한 곳이 도청의 행정, 정무 부지사 출신이다. 그중에서 이달말 퇴직 예정인 최정호 전북개발공사 사장도 정무부지사 출신으로 익산시장 출마를 노리고 있다. 김종훈 경제부지사도 지난 총선 때 출마 제의를 뿌리치다 최근 전주시장 도전에 뜻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와 함께 김관영 도정의 쌍두마차로 주목 받았던 임상규 전 행정부지사도 완주군수 출마 의사를 내비쳤다. 이 외에도 한두 명이 정국 추이를 지켜보며 출마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현역 단체장인 우범기 전주시장과 정헌율 익산시장, 심덕섭 고창군수도 같은 부지사 출신이라 이들의 존재감은 더욱 빛을 발한다. 사실 세상의 변화 속도에 비하면 정치권의 체질 개선은 낙제점 수준이다. 사회 각 분야는 물론 우리 일상도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는데 유독 아날로그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게 정치 분야다. 과거 기득권에만 집착하며 새로운 변화 물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현실과 괴리된 그들만의 리그는 세대 교체를 가로막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변화를 압박하는 여론에 떠밀려 마지못해 개혁 시늉을 내지만 결국은 유권자 심판이 두려운 것이다. 그들의 눈높이에 맞추려면 후보의 전문성과 도덕성, 위기 관리 능력 등을 가점 요인으로 채택할 수밖에 없다. 대개 고시 합격 후 중앙 부처에서 20년 이상 근무하다 보면 나름대로 정무 감각이 쌓이게 된다. 자치단체 입장에선 정부 기관과의 인적 네크워크가 아쉬운 상황에서 그들의 인맥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그럼에도 이들의 선거 출마와 관련해 속사정을 들여다 보면 여건이 생각보다 녹록지가 않다. 고향을 떠난 지 오래돼 지역 인맥을 쌓지 못한 데다 정당 활동 기간도 짧아 어려움을 겪어 왔다. 다행히 시대 요구에 따라 정치권의 인식 변화가 힘을 받는 상황에서 전문가 그룹을 선호하는 추세는 갈수록 더해가고 있다. 민심을 거스리면 역풍을 맞는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정당이 뼈저리게 인식하고 있는 터라 기득권의 선거 시스템으론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다. 김영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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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곤
  • 2024.12.26 15:36

전북 ‘동부권 특화 발전사업’ 재정비해야

전북특별자치도가 도내 시·군간 균형발전을 위해 남원과 진안·무주·장수·임실·순창 등 상대적으로 낙후된 동부권 6개 시·군을 대상으로 추진해 온 ‘동부권 특화 발전사업’이 다시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전북특별자치도는 지난 2006년 제정된 ‘전북특별자치도 동부권 발전 지원에 관한 조례’에 따라 동부권 발전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재정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동부권특별회계’를 설치·운영하고 있다. 동부권 6개 지역의 풍부한 자원과 전통문화를 활용해 경제적 성장과 지역 활성화를 도모하자는 취지에서 제도정비 등 행정절차를 거쳐 지난 2011년부터 본격 추진된 대규모 프로젝트다. 지난 2011년부터 2020년까지 1·2단계에 걸쳐 국·도비 2878억원을 투입해 48개 사업을 추진했으며 현재는 제3단계(2021~2025년)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상태다. 그런데 10년 넘게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이 사업의 실효성을 놓고 도의회를 비롯해 곳곳에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상당수의 사업이 목적을 상실한 채 연속성 없이 산발적으로 진행되면서 당초 기대했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북지역에서도 인구가 몰린 서부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동부산악권은 지역 내에서조차 오랫동안 소외를 당했다. 산업단지 조성을 비롯해 새만금 개발사업 등 대규모 투자사업이 대부분 입지 여건이 좋은 서부권에 집중되면서 동부권은 낙후를 거듭했다. 그러다 2000년대 들어서야 전북 동부권 개발사업이 거론되기 시작했고, 10여년 전부터 전북특별자치도와 각 시·군이 특화 발전사업 발굴에 나서 대규모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하지만 몇몇 사업을 빼고는 대부분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게다가 일부 사업에서 나타난 성과도 그 효과가 특정 지역에 국한돼 동부권 전체로 확산되지 못했다. 여건이 비슷한데도 인접 지역 간 연계 없이 각 시·군이 단발성 사업에 매달리면서 예산만 낭비했다는 지적도 있다. 지역소멸 위기의 시대, 중앙정부 차원의 균형발전 정책도 중요하지만 전북지역 내에서의 균형발전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전북특별자치도는 그간 추진해 온 동부권 특화 발전사업의 성과와 문제점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동부권 통합 발전 모델을 구축해 장기 발전전략을 다시 수립해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12.26 15:19

무주 중부내륙 관광벨트 메카로 육성을

전북과 충북, 경북 등 3개도 경계에 ‘삼도봉’이 있다. 흔히 민주지산(岷周之山) 삼도봉(1176m) 이라고 하는데 지난 10월 10일 전북 무주군과 충북 영동군, 경북 김천시는 삼도봉에 올라 ‘만남의 날’ 행사를 가졌다. 1989년 무주군의 제안으로 시작된 이 행사는 올해로 36회를 맞았다. 삼도봉은 충북·전북·경북 접경지역에 있다. 김천시 부항면 해인리와 영동군 상촌면 물한리, 무주군 설천면 미천리의 경계에 있는 산이다. 삼도봉이라는 이름의 유래는 매우 멀리 거슬러 올라간다. 조선 태종 때인 1414년 조선을 팔도로 나눌 당시 이 봉우리를 기준으로 삼도를 나눴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삼도봉 아래 세 지역 주민들은 행정구역은 다르지만, 경계를 넘나들며 생활권을 공유한다. 극단적인 지역 이기주의가 판을 치는 요즘 삼도봉 행사는 실효성 보다는 상징성이 크기는 하지만 어쨋든 바람직스런 일이다. 그런데 며칠전 전북 무주, 충북 영동, 충남 금산군 등 3도 3군 단체장 및 관광 분야 관련 공무원들 한자리에 모였다. 각 지역 관광자원을 연계해 관광수요를 최대로 창출하기 위해 손을 맞잡은 것이다. 내년도 3군 관광협의회 공동사업추진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다. 3도 3군 관광협의회는 앞으로도 각 지역 관광자원을 연계해 수요를 창출시킬 계획이다. △공동홍보물 제작 △연계 협력사업 개발 △관광박람회 공동참가 △해외홍보 마케팅 및 외국인 관광객 유치, △해외 교민 교류 등이 예정돼 있다. 핵심은 과연 무주가 중부내륙권 대표 관광벨트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있다. 중부내륙지역은 댐 건설과 국립공원 지정 등 공익적 역할을 해왔으나 백두대간으로 교통 접근성이 떨어지고 국가 발전전략에서 늘 소외돼 온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때 무주, 영동, 금산지역 단체장과 관계 공무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관광활성화 필요성에 공감하고 구체적인 사업을 벌이기로 한 것은 퍽 다행스런 일이다. 무주가 중부내륙 관광벨트의 메카로 육성돼야 할 필요성은 차고 넘친다. 차제에 무주가 새로운 성장축이자 거점이 될 수 있도록 황인홍 무주군수와 관계자들은 치밀하게 준비해서 확실한 로드맵을 추진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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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12.26 14:18

전주, 디지털 출판산업의 허브(hub)가 되자

전북특별자치도가 발표한 RISE 사업의 전환산업 분야에 첨단소재, 친환경 모빌리티, 국제문화·관광산업과 함께 ‘디지털산업’이 추가된 것은 시대의 변화를 반영한 매우 적절한 대응이다. 디지털이라는 기술과 전북이 가진 지역 가치를 연결했을 때 가장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가 대전환 시대에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는 <출판산업>이다. 출판산업은 정보와 기술, 그리고 문화적 가치가 결합된 창의산업이며, 지식의 의미와 교육의 역할을 혁신적으로 재정립할 수 있는 미래산업이다. 출판산업의 수준은 곧 그 나라의 문화적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 전주는 조선시대 가장 발전한 출판문화의 중심지였다. 당시 전주는 한지 제작과 목판 인쇄라는 기술을 활용하여 출판의 생산과 유통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는 지역에만 국한된 활동이 아니라, 지식과 문화의 거점 도시로서 전주의 위상을 확립하는 기반이 되었고 한양에서 출판된 ‘경판본(京板本)’을 능가하는‘완판본(完板本)’이라는 브랜드 파워를 만들어 내었다. 출판산업은 언제나 당대의 최첨단 기술과 결합하며 발전해왔다. 금속활자에서 인쇄기, 그리고 하이퍼텍스트에 이르기까지 기술의 변화는 출판의 내용과 형식을 끊임없이 변화시켜왔다. 특히 생성형 AI의 등장은 출판산업의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AI 기술은 텍스트 생성, 데이터 분석, 독자 맞춤형 콘텐츠 제공 등에서 혁신적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출판산업의 생산성과 창의성을 동시에 확장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종이 매체에서 디지털 매체로 전환하는 것을 넘어, 출판의 본질과 가치를 재구성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 출판산업의 성장은 기술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 인문학적 통찰, 예술적 감각, 경영 마인드와 마케팅 전략이 함께 결합해야만 새로운 비전이 창출될 수 있는 복합산업이다. 미래의 고등교육 모델로 대학에서 실시하고 있는 무학과, 자유전공, 소단위 전공(Micro Degree)에서 배출할 인문사회융합인재에게 가장 최적화된 산업인 것이다. 전주는 디지털 출판산업에 특별한 강점을 가진 도시다. 국책기관인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과 실감미디어와 인공지능 등 출판과 관련된 디지털 기술에 특화된 지역대학이 있다. 무엇보다 과거의 출판 전통은 디지털 시대의 지식 기반 산업으로 확장될 수 있는 역사적 자산이다. 여기에 지역사회의 공감과 지역 인재의 창의적 역량이 더해진다면, 전주는 과거를 보존하는 문화관광 도시라는 지역 정체성의 한계를 극복하고 미래를 선도하는 디지털 출판의 중심지로 비상할 충분한 역량을 갖고 있다. 디지털 대전환은 기존 산업 구조를 해체하는 동시에 새로운 기회를 열어준다. 전주는 풍부한 문화유산을 기반으로 산업 생태계의 가치사슬을 고도화하고, 디지털 출판산업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이룰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지금은 전통과 혁신, 지역성과 글로벌 비전을 아우를 수 있는 전략적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다. 유구한 출판문화와 첨단 기술이 결합한다면, 전주는 한국을 넘어 세계가 주목하는 지식과 문화의 허브 도시로 거듭날 것이며, 디지털 출판산업은 가능성을 현실로 구체화하는 핵심 성장동력이 될 것이다. 이용욱 전주대 인문사회 융합인재양성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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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2.25 17:54

삼각산 인수봉 기슭 국립 4·19 민주묘지가 있다

대학생 때 수유리 4·19 묘지를 갔다. 하지만 해마다 들어가지 못했다. 서슬 퍼런 전두환 정부 시절 4·19 묘지를 간다는 건 그리 쉽지 않았다. 검문검색이 당연한 때 수유역에서 전경들에 둘러싸여 꼼짝도 못 했다. 그렇게 대학 생활을 마칠 무렵 4·19 묘지에 간신히 들어가 이곳저곳 돌며 정중히 절하였다. 가슴이 벅차고, 마음이 떨렸던 그때 저 멀리 삼각산 인수봉이 보였다. 기이하고 아름다운 풍경에 넋을 잃을뻔했다. 수많은 사람이 오가고, 외국 등반가까지 암벽 등정하던 인수봉이 내 마음을 달래주었다. 그런데 왜 삼각산 인수봉(仁壽峰) 기슭에 묘역을 만들었을까? 1960년 4월 19일 초·중·고·대학생들이 교복을 입은 채 경무대로 향했다. 이승만 정부하에 3·15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4·19 혁명의 도화선은 막 입학한 어린 김주열 학생이었다. 마산상업고등학교 입학생이었지만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고향인 남원에서 다녔다. 넉넉한 집안에 3남 2녀 중 차남인 그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기대속에 경남 마산으로 유학을 떠났다. 그곳에서 공부에 전념하려던 15살 김주열 학생이 마산 중앙부두 앞 바다에서 최루탄이 오른쪽 눈에 박힌 채 떠올랐다. 끔찍한 사진 한 장 속 그의 죽음은 대한민국 역사를 송두리째 바꾸어 버렸다. 지금 생각해도 끔찍한 일이다. 차가운 주검이 된 김주열은 장례식도 없이 몰래 묻혀졌다. 원통한 어머니의 울부짖음이 전국 학생들과 부모들을 울렸다. 슬픈 역사의 한 페이지가 해방 후 15년 만에 일어났다. 이후 김주열 열사 무덤은 남원시 금지면에 조성된다. 남원역에서 10분 거리 17번 국도변에 묘역과 추모각 및 기념관도 있다. 해마다 김주열 열사 묘를 찾는 사람이 많다. 김주열 열사 묘는 이제 성역화되어 추모식을 성대하게 거행하고 있다. 하지만 삼각산 인수봉 기슭 국립 4·19 민주묘지 내 김주열 열사 허묘는 찾는 이가 별로 없다. 1960년 4·19 혁명의 도화선이었던 김주열 열사 허묘와 비석에 쓰여진 몇 글자는 쓸쓸함마저 감돈다. 김주열 열사의 어린 시절 사진을 기억하는 사람도 이제 거의 없다. 하지만 2024년 12월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다시 요동치고 있다. 64년 전 어린 김주열 학생의 희생과 어머니 권찬주 여사의 열정이 재평가 받는 시점이 되었다. 대한민국 헌법을 모든 국민이 다시 한번 되새겨 보면 좋겠다. 대한민국 헌법 전문 중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가 분명히 새겨져 있다. 서울에서 가장 자연과 하나된 동네, 삼각산 인수봉 기슭에 어린 김주열 학생 등 186명이 영원히 잠들어 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가 강북구다. 이제 서울시 강북구와 전북자치도 남원시가 자매결연 맺어 그들을 위한 포럼과 추모행사도 함께 하면 좋겠다. 또한 김주열 열사 나신 날과 가신 날 만큼은 함께 기념하면 어떨까? 김주열 열사 묘비에 새겨진 ‘살아서는 호남의 사랑스런 아들이었고, 죽어서는 영남의 자랑스런 아들이 되었다’라는 문구를 모든 사람의 가슴에 담아주면 좋겠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김주열 열사 만나러 삼각산 인수봉 기슭으로 간다. 태양은 국립 4·19 민주묘지 위에 붉게 타오르고, 또다시 희망찬 내일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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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2.25 17:52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 12월 3일 23시 경 국회 담장 윤석열은 TV에 나와, 뜬금없이, 황당한, 비상계엄을 선포합니다. 나는 산책 중 보도를 봤습니다. 비상상황을 알리듯 연락도 끊임없이 왔습니다. 부랴부랴 챙겨입고, 빠르게 국회에 간다는 생각으로 달렸습니다. 국회에는 이미 수많은 시민이 오셨고, 도로는 이내 막혔습니다. 국회 출입을 막은 경찰에게“150석을 채워야 하니 들어가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합니다. 경찰이 막는다고 마냥 기다릴 순 없습니다. 담장을 넘어서라도 가야지요. 경찰은 담 넘는 것조차 막습니다. 처벌을 경고해도 막무가내입니다. 일부 시민은 경찰을 막아서고, 다른 시민은 나를 밀어 올려 간신히 국회에 진입했습니다. 곧 계엄군이 헬리콥터 굉음과 함께 몰려옵니다. 본회의장을 향해 쏜살같이 갔습니다. 내 일생 그렇게 빠르게 달린 기억이 없을 정도입니다. 본회의장 밖에선 보좌진이 바리케이드를 쳐 계엄군을 저지하고, 안에서는 국회직원이 연신 출석의원 수를 헤아리고 있습니다. 한쪽에선“잡혀가기 전 거수해서라도 해제 의결하라”고 합니다. 또, 계엄군이 개머리판으로 의원들을 내려칠 것이라는 소문에 웅성거립니다. 시민과 보좌진, 언론인들이 목숨 걸고 맞서는 사이, 그렇게 비상계엄 해제요구안이 통과됐습니다. # 12월 14일 17시 국회 앞 광장 전쟁 때나 가능한 비상계엄을 평시에 선포했으니, 당연히 위헌ㆍ불법계엄입니다. 헌법과 계엄법 어디에도 국회나 선관위에 특별조치를 할 수 없기 때문이죠. 불법계엄은 내란죄입니다. 수괴는 사형, 무기징역입니다. 곧바로 탄핵소추가 시작되었죠. 12월 7일 민의를 외면한 국힘당의 불참으로 첫 탄핵안은 무위로 끝납니다. 분노한 시민들은 응원봉을 흔들며 탄핵을 외칩니다. 혹시 모를‘제2의 계엄’을 경계하며, 추운 날씨도 아랑곳없이 국회를 지켜 주셨습니다. 청년들은‘다시 만난 세계’를 부르며 국힘 당사로 행진합니다. 이를 본 외신은“나라가 어두우면 가장 밝은 것을 들고 나온다”고 했어요. 박근혜 때는 촛불을, 윤석열 내란에는 빛나는 응원봉을 든 거죠. 이렇게 시민의 힘으로 탄핵은 가결됩니다. # 전주 풍패지관 앞 광장 130년 전 부패한 조정에 항거한 백성들이 개혁을 요구해, 民이 主人되는 나라가 시작되었습니다. 전북․전주의 동학혁명입니다. 44년 전 전북대 2학년 이세종 열사는 학생회관에서 학우 40명과 함께“비상계엄, 전두환 결사반대”를 외쳤습니다. 계엄군이 곧 토끼몰이하듯 이 열사를 진압했고, 1980년 5월 18일 새벽 차디찬 주검으로 발견됐습니다. 영원히 기억해야 할 이름, 이세종은 오월의 첫 공식 희생자입니다. 오늘날로 와 볼까요. 윤 정권 2년, 전북은 새만금 홀대, 예산보복으로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지요. 게다가 내란을 목도한 시민들은 더욱 분노했습니다. 누가 묻지 않아도 촛불과 응원봉을 들고 삼삼오오 전주 풍패지관 앞 광장으로 모였습니다. 군산 한길문고 사거리로, 부안 터미널로 나서기도 합니다. 풍패지관에서 신흥고까지, 수만 명이 윤석열 파면, 구속을 외쳤습니다.‘선결제’와 핫팩의 의로운 응원도 정말 뜨거웠습니다. 며칠 전‘세상을 바꾸는 전봉준 투쟁단’이 남태령에서 막혔을 때 시민들은 투쟁단이 가야 할 길을 함께 터주기도 했습니다. # 주문 : 피소추자 윤석열을 파면한다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 수상 연설에서 한 질문입니다. 130년 전 동학혁명이, 44년 전 오월이 오늘의 내란을 막았습니다. 정의 DNA를 지닌 국민이, 의로운 역사가 이 나라를 이끌고 있습니다. 이제 점점‘탄핵 캘린더’도 마침표를 찍을 시간이 다가옵니다. 윤석열 없는‘다시 만난 세계’를 위해, 내년 설 이전이라도 탄핵 주문을 고대합니다. 그리고, 이 말씀 꼭 드리고 싶습니다. 내란을 막아내 주신 국민께, 전주․전북 시민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이성윤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전주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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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2.25 17:46

올림픽 유치와 전북의 기상

며칠전 충북 11개 시군 중 유일하게 철도가 지나지 않는 보은군에서 보은지선 유치를 위한 '범군민 10만명 서명운동'을 전개한다고 밝혔다. 말이 10만명이지 보은군 전체인구(3만584명)의 3배가 넘는 어마어마한 숫자다. 지역 출향 인사 등의 서명과 온·오프라인 서명운동을 진행해 목표치를 채운다는 거다. 그동안 보은에는 철도 노선이 없어 지역 주민들은 기차를 탈 기회조차 없었기에 주민들의 열망은 엄청 높다고 한다. 내년 정부의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에 '청주공항∼보은∼김천' 노선과 '청주공항∼보은∼상주∼포항' 노선을 반영해달라는 거다. 이 상황을 보면 묘한 데자뷔가 있지 않은가. 그렇다. 약 20년 전 무주군이 태권도원과 기업도시 유치를 할때 거의 전 군민이 동원되다시피해 평가단에게 지역민의 강한 열정을 전했다. 당시 군민의 숫자보다도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동원됐다는 말도 있었다. 지금은 정계를 은퇴하고 고향에서 유유자적 하고 있으나 불도저같은 김세웅 당시 무주군수의 결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또 하나의 사례를 보자. 때는 2003년 장마와 무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무더운 여름이었다. "2014동계오륜 무주개최 도보행진단"과 전북 무주군민 등 600여명은 7월 22일 강원도청앞 광장에서 김진선 강원지사와의 공개토론을 요구하며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쉽게 말해 앞서 김진선 강원지사가 서명했던 동의서 내용에 따라 강원도의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계획 포기를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말로 안되니까 강원도청이 있는 춘천까지 걸어가면서 간곡히 여론에 호소했다. 가로 1m, 세로 1.5m로 확대복사한 합의서와 KOC문서를 닫힌 철문너머로 강원도에 전달하는 장면은 지금도 너무나 생생하다. 면담이 무산된 후 당시 김세웅 무주군수는 강원도청 출입기자들과 기자회견을 가졌다. 결과적으로 동계올림픽 무주 유치는 무산됐으나 당시 무주군 도보행진단은 대전~조치원~천안~수원~서울~가평을 거치는 동안 하루 20~30km씩 무려 350km를 걸어 강원도에 도착했다. 그로부터 많은 시간이 흘렀다. '2036 하계올림픽' 유치전에 뛰어든 전북특별자치도는 내년 1월 6일과 7일 대한체육회가 선발한 11명의 평가위원들로부터 현장실사를 받는다. 전주월드컵경기장, 육상경기장, 무주 태권도원, 2032년까지 확장 예정인 완주종합스포츠 타운 등이 그 대상이다. 대한체육회는 내년 2월 28일 대의원총회를 열고 국내 개최 후보지를 확정한다. 김관영 도지사는 직접 최종 프레젠테이션에 나서 전북의 올림픽 유치 열의를 피력할 방침이다. 전북이 하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내부의 의심부터 버려야한다. 제갈량은 일찌감치 모사재인 성사재천(謀事在人 成事在天) 이라고 했다. 성패는 추후에 하늘이 결정하지만, 일단 사람이 할 일은 제대로 해야한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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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4.12.25 15:44

전북 로컬푸드, 이제 ‘질적 성장’이 과제다

전북은 ‘로컬푸드 1번지’로 꼽힌다. 지역에서 생산되는 먹거리를 그 지역에서 소비함으로써 먹거리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생산자와 소비자간 신뢰 형성과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자는 취지의 로컬푸드운동은 완주군에서 첫 성공 사례를 만들어낸 후 10년 사이 전국으로 빠르게 확산했다. 전북에서는 지난 2012년 4월 전국 첫 완주 용진로컬푸드 직매장 개장을 시작으로 총 77개의 로컬푸드 직매장이 운영되고 있을 정도로 로컬푸드에 관심이 높다. 그런데 농산물 유통의 혁신모델로 전국적으로 주목받았던 전북 로컬푸드의 명성에 흠집이 생기고 있다. 질적 성장이 양적 성장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서다. 대규모 농가 중심의 판매구조에 따른 영세농가 입지 축소와 미흡한 품질관리 등이 문제점으로 꼽힌다. 소비자단체의 모니터링에서는 유통기간 경과 품목 수가 늘고, 잔류농약 검사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농약이 잇따라 검출돼 논란이다. 또 타 지역 생산 상품의 부적절한 진열, 상품 내 이물질 검출, 출하자 정보 누락, 원산지 표시 위반 사례 등이 적발되기도 했다. 로컬푸드 직매장이 장기간 운영되면서 일부 매장에서 로컬푸드 본연의 가치를 훼손하는 경영 행태도 발생하고 있다. 당연히 소비자들의 신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전북 로컬푸드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제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 성장을 꾀해야 한다. 매장에 출하되는 농산물의 품질관리를 강화하고, 영세·고령농가에 대한 판로를 지원해 농가 소득격차를 줄여야 한다. 또 로컬푸드 직매장이 단순한 수익 창출을 넘어 본연의 가치를 추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 10여년 전 우리 사회 로컬푸드 운동이 시작될 당시 농산물 직거래를 통한 유통비용 절감과 생산자와 소비자의 신뢰형성, 먹거리 안전성 확보, 영세농가 소득증대, 지역경제 활성화 등 그 효과에 대한 기대가 컸다. 그리고 그 기대는 지금도 달라진 게 없다.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은 더 늘었고, 농가 소득증대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대한 요구도 더 높아졌다. 전북 로컬푸드가 지금 제기되는 여러 문제점을 해결하고, 지속적인 성장가도를 달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각 지자체와 농민, 농협의 긴밀한 소통과 협력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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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12.25 14:33

고병원성 AI 확산 방지에 총력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잇따라 발생해 비상이다.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전북지역 축산농가에서 가장 많이 확진돼 철저한 방역이 요구된다. 더구나 미국에서 인체 감염 사례까지 있어 불안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고병원성 AI는 언제, 어디서 발병하는지 예측할 수 없어 농장주나 주민들도 경각심을 갖고 당국의 벙역에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다. 지난 10월 강원도 동해의 산란계 농장에서 처음 발생한 고병원성 AI는 계속해서 전국으로 번져가고 있다. 충북 음성, 인천 강화, 전남 영암, 충남 서산 등에서 확진 판정이 나왔고 이후 전북과 경기, 경북, 세종시 등 전국적인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12월 들어 확산되기 시작한 전북은 김제와 부안을 중심으로 4곳에서 고병원성 AI 확진이 판명됐다. 전국에서 가장 많이 발병된 불명예를 안게 된 것이다. 대부분 육용오리나 산란계 등 가금류를 키우는 농장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철새 등의 분변을 통해 전파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고병원성 AI는 기온이 낮아지는 겨울철에 AI 바이러스 매개체인 겨울 철새가 국내로 들어오면서 기승을 부리게 된다. 국내에서는 2019년을 제외하고 2014년 이후 해마다 발생하고 있다. 더욱이 지난 21일 미국 루이지애나주에서 첫 중증 AI 감염자가 발생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AI 바이러스의 변이 가능성과 인체 감염 위험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다행히 국내에서는 아직 인체 감염 사례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긴장을 늦출 수 없다. 또 최근에는 고병원성 AI 뿐만 아니라 소 럼피스킨병과 아프리카돼지열병(ASF)까지 발생해 가축전염병이 일상화된 감이 없지 않다. 이들 전염병은 한번 걸리면 천문학적인 손실을 초래한다. 발생농가의 가축은 물론 인근 지역 농가의 가축까지 살처분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동원되는 인력과 매립장, 보상금, 추가 소독 등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문제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백신이 개발되었지만 전적으로 믿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결국 밀집된 축사환경 개선과 함께 초동대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초동 대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피해 정도가 달라진다. 가용 가능한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해 방역대책을 빈틈없이 실행하는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축산농가들의 피해가 최소화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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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12.25 14:33

지역의 미래를 위한 통합 : 기업인이 보는 완주・전주 통합에 대한 단상

필자가 경영하는 비나텍(주)은 지난 2011년, 경기 군포에서 전북 전주시로 이전해 왔다. 그 10여 년 동안 비나텍은 코스닥에 상장했고, 슈퍼커패시터 분야 전세계 1위까지 성장했다. 물론 여기까지 오면서 어려움도 고민도 많았다. 전북이라는 지역에 위치한 ‘탓’에 혹은 ‘덕’에 겪은 일들도 있었다. 그래서 기업을 경영하며 항상 우리 지역에 대해 고민할 수 밖에 없었다. 지금보다 훨씬 더 기업하고, 살기 좋은 지역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한 전북이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전북을 성장시킬 방안을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바로 완주군과 전주시의 통합이다. 이런 결론을 내린 이유가 있다. 지금껏 지켜본 결과, 두 지역은 상호보완할 수 있는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먼저 전주시는 역사와 전통, 그리고 인프라를 가진 유구한 도시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개발 여건의 한계를 드러내며 새로운 성장 동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반면, 완주군은 풍부한 자연 자원과 개발 가능성이 높은 넓은 부지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도시 인프라와 인력 자원은 다소 부족한 실정이다. 즉, 전주의 도시 인프라와 완주의 개발 잠재력이 결합하면, 기업 유치와 산업단지 조성, 신도시 개발 등 다양한 경제 활동이 촉진되고 강력한 경제적 시너지가 터져 나올 수 있는 여건이 완성되는 것이다. 잠재성과 역량만으로 장밋빛 미래를 장담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다른 지역의 사례를 통해 배울 수 있다. 충북 청주시와 청원군은 초기 우려에도 불구하고, 통합 이후 기업 유치와 민간 투자 증가로 재정 안정과 세수 확대를 실현하고 있다. 인구는 꾸준히 늘고, 낙후 지역에까지 소규모 산단이 자리 잡으면서 지역 전반으로 활기가 번져나가고 있다. 또 다른 사례인 광주광역시는 어떤가. 광주광역시는 송정시와 광산군을 통합하면서 도시 규모를 확장하고, 산단과 KTX 역사를 유치해 지역 경제를 발전시켰다. 이렇듯 통합은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지역을 성장시키는 전환점이 되어왔다. 완주와 전주 역시 각각의 역량을 결합하면, 지역 특화 산업을 고도화하고, 바이오, 방위산업 등 신산업을 활성화하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창출된 결과물은, 우리 지역 주민들이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경제적 실익으로 돌아갈 것이 분명하다. 다시 기업 경영자의 눈으로 전북을 바라본다. 전북 경제는 점점 더 활력을 잃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외 경제, 정치 상황까지 혼란을 더하고 있다. 맞다. 상황이 어려울수록 내 손 안에 있는 것을 놓기 어려워진다. 하지만 주먹을 쥔 상태로는 손 안에 쥔 것 이상을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내자. 가진 것을 잠시 내려두고 옆 사람의 손을 잡아야만 주변과 힘을 합해야 지금 가진 것보다 더 많은, 더 나은 결실을 얻을 수 있다. 완주-전주 통합은 우리 지역은 물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이러한 전략적 선택은 타이밍이 중요하다. 특히 지금처럼 혼란이 커질 때일수록 우리 안에 안정적인 상황을 구축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다. 기업인, 경영인의 눈에는 완주·전주 통합이라는 주머니 안에서 꿈틀거리는 지속가능한 성장 환경과 다양한 기회의 가능성이 또렷하게 보인다. 완주와 전주가 함께 전북자치도의 역사를 새롭게 쓰면서, 대한민국의 경제지도를 다시 그려내길 희망한다. 성도경 비나텍주식회사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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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2.23 18:14

[기고]신동진 벼, 미흡한 대응정책으로 깊어가는 농민의 한숨

신동진 벼는 2024년에도 전북자치도의 전체 벼 재배 면적의 47%를 차지할만큼 전북 지역에서 가장 널리 재배되고 사랑받는 벼 품종이다. 밥맛이 뛰어나고 시장 수요가 꾸준한 신동진 벼는 오랫동안 농가의 주요 소득원이 되어왔다. 그러나 지난 해 정부가 신동진 벼를 공공비축미 매입 품종에서 제외되고,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농민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신동진 벼가 다수확 품종이며, 도열병 등의 병해에 취약하다는 이유로 공급중단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제시하는 다수확 기준인 ‘10a당 생산량 570Kg’은 뚜렷한 근거도 없을뿐만 아니라 농촌진흥청 실험 결과 현행 표준재배법을 적용한 생산량은 10a당 536Kg으로 정부 퇴출 기준에 한참 미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신동진 벼가 병해에 약하다는 우려가 과대포장 되었다는 비판과 함께, 대체품종 부재로 인한 농민들의 한숨은 해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정부의 신동진 벼 보급중단 결정이 마치 품질 저하로 인식되는 경우가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신동진 벼는 여전히 소비자들 사이에서 선호도가 높고 시장에서도 일반 쌀보다 2000원 이상 높은 가격을 형성하며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정책의 변화는 23년간 신동진 벼를 재배해온 농민들에게 새로운 변화에 아무 준비도 없이 적응할 것을 강제로 부여하는 형국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대체품종 보급계획이 여전히 불안정하다는 것이다. 신동진 벼가 제외된 후 그 자리를 대체할 품종으로 알려진 신품종들이 있지만, 농민들 사이에서는 대체품종의 생산성과 시장성을 확신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농민들은 대체품종으로의 전환이 단기적으로 수익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점에서 불안을 느끼고 있다. 이미 유예 기간이 절반 이상 지났음에도 대체품종 준비가 미흡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으며, 농민들은 "어떤 품종을 선택해야 하고, 그 품종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수익을 보장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대체품종으로의 전환을 위한 기술적 지원과 재배 과정에서의 교육, 초기 손실 보전 대책 등이 병행되어야 하지만, 현재까지 이에 대한 명확한 정책적 대안은 부족한 상황이다. 전북특별자치도는 농업 중심 지역으로서 이러한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신동진 벼의 보급중단이 단순한 품종 변경의 문제가 아니라, 농업 경제와 농민의 생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엄중하게 인식해야 한다. 정책이 농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대체품종의 시장 경쟁력에 대한 객관적 검증과 함께 안정적인 유통망 구축이 필요하다. 또한 농민들이 새로운 품종을 도입하는 과정에서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종자지원, 재배기술 교육, 초기 재배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금융지원 등 실질적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농민과의 적극적인 소통과 투명한 정보 제공을 통해 정책의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신동진 벼 관련 논란은 품종 다변화와 품질 개선이라는 긍정적 목표 아래에서 추진돼야 한다. 그러나 대체품종 보급이 미흡한 상황에서 농민들에게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방식은 정책의 실패를 초래할 수 있다. 농민들의 목소리를 귀 기울이고, 그들의 현실을 반영한 대안을 마련한다면 이번 논란은 단순한 위기를 넘어 농업 정책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농업은 대한민국의 경제적 근간이며, 특히 전북자치도와 같은 농업 중심 지역에서는 그 중요성이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신동진 벼 논란이 농업 정책이 나아갈 방향성을 점검하고, 농민과 소비자가 상생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전북특별자치도의회 김동구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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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2.23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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