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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영웅들을 찾는 여정에서 함께하는 병무청

올해 초까지 방영된 ‘히든 히어로즈’라는 TV 프로그램에서 대한민국의 미래 경제성장 동력을 만들고 있는 기업이나 전문가들이 소개되었다. 대중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지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독일의 경영학자 헤르만 지몬(Hermann Sinon)의 ‘히든 챔피언(Hidden Champion)’과 개념적으로 많이 비슷해 보였다. 우리 사회의 현재와 미래에 자부심과 희망을 안겨주고 있는 숨은 영웅들의 진취적이고 역동적인 도전에 존경의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할 것이다. 이러한 존경의 마음에서 과거로 뒤돌아 보면, 현재의 우리를 있게 한 과거의 숨은 영웅들, ‘히든 히어로즈’는 누구였을까를 생각해 본다. 필자는 나라가 어려울 때 자신을 희생하여 지금의 발전된 대한민국의 기반을 굳건히 지켜낸 대한민국의 숨은 영웅들로 수많은 6·25 참전용사를 떠올려 본다. 경제발전 과정에서 조금씩 잊혀져 가던 우리의 숨은 영웅들, 6·25 참전용사에 대한 예우는, 2000년부터 참전유공자 관련 법률을 시행하면서 본격화되었다. 그들의 명예를 선양하고 복리를 증진하는 한편, 애국정신 함양에 있어 매우 중요한 사업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참전용사를 찾는 선양사업은 법률 시행 20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지속되고 있다. 전사자로 직계후손이 없거나, 경제발전 과정에서 참전의 기억들이 희미해진 까닭에 후대로 제대로 이어지지 못했던 등의 사유로 자칫 역사 속으로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병무청은 참전유공자 선양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는 물론 관련 단체와 유가족들과 함께 숨은 영웅을 찾아 명예를 드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참전유공자의 참전사실을 공적으로 확인하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6.25 참전은 오랜 세월이 지난 일이라서 당시 기록을 정확하게 확인할 수 없는 애로사항이 종종 있다. 당시에는 주민등록제도가 없었고 단기(檀紀) 사용과 양력․음력의 혼용으로 생년월일이 다르게 기록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지금의 병적기록표인 거주표에 이름이 한자로 기록되었는데 수기(手記)로 작성되어 신상확인이 어려운 점이 있다. 또한 참전용사의 주소와 성명에는 그 당시에도 널리 쓰이지 않던 지명과 인명이 많았고, 이 때문에 오기(誤記)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유가족들이 제출한 제적등본을 근거로 거주표의 한자를 하나하나 해석해가며 병적을 확인해 나가는 과정들은 어려운 작업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과거 기록에 따라 병적 확인 작업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도 한다. 필요할 때는 각 군 본부로 병적 확인을 추가로 요청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을 통해 병적증명서를 유가족에게 발급할 때에는 그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병무청이 보유만 했던 과거의 기록들이 현재의 유가족들에게 명예를 되찾는 살아있는 역사의 기록으로 재탄생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국가가 어려운 시기에 명예롭게 병역이행을 이행하신 참전용사들의 명예가 지켜질 수 있도록, 또 그분들과 그 후손들이 누려야 할 각종 지원과 혜택이 제대로 보장될 수 있도록 병무청은 앞으로도 꾸준히 노력해 날 것이다. 아직도 커튼 뒤에 잠든 많은 숨은 영웅들이 한 분도 빠짐없이 그 빛나는 명예를 찾을 수 있기를 두 손 모아 기대해 본다. 김성준 전북지방병무청장

  • 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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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2.15 18:46

인구소멸 위기 극복을 위한 끊임 없는 도전

동지는 24절기 중 스물 두 번째 절기로,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이다. 이날에는 붉은 팥을 삶아 거른 팥물에 쌀을 넣고 쑨 팥죽을 먹곤 했다. 동짓날 팥죽을 쑤어 먹기에 앞서 대문이나 장독대에 뿌리면 귀신을 쫓고 재앙을 면할 수 있다고 여겼다. 또, 추운 겨울 따뜻한 팥죽을 가족이 함께 모여 먹던 기억은 지금도 머릿속에, 아니 가슴속에 남아 겨울이 오면 가슴 한 곳을 따뜻하게 만드는 추억으로 남아있다. 이처럼 고향에서 느낄 수 있는 어릴적 추억의 감성은 인생을 살아가는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 그 시절을 회상하며 삶을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이에 인구소멸 위기를 맞고 있는 소규모의 자치단체들은, 과거를 기억하고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며 고향을 방문 할 수 있도록 힘쓰고 있으며, 생활 인구를 넘어 인구 유입을 위한 다양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다양하고 분주한 움직임 속에 김제시는 지역의 색과 맛, 멋을 드러나게 하기 위한 끊임없는 도전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김제는 달빛어린이 병원을 신규 운영하며 시민들의 의료 접근성을 강화했으며 전북권 최초로 천사무료 급식소를 유치해 취약계층 어르신들의 복지 증진에 기여했다. 여기에 저출생, 고령화라는 지방소멸의 위기 속에서 합계출산율이 전국 평균치(0.72)의 두배인 1.37명을 기록해 도내 1위, 전국 4위라는 결실도 맺었다. 아울러 김제지평선축제와 김제 꽃빛드리 축제, 모악산 뮤직페스티벌, 새로보미 축제, 김제문화유산 야행, 국제 종자박람회 등 크고 작은 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며, 관광객뿐만 아니라 지역 상권과 함께 공생(共生), 상생(相生)하는 기회를 만들어 냈다. 특히, 김제지평선축제에서는 ‘맛보자고 컴페티션’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어떻게 하면 자치단체가 지역 상권을 함께 살릴 수 있는지?’에 대한 모범 답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맛보자고 컴페티션은 지역의 색깔을 잘 나타내는 프로젝트로 1,000여개가 넘는 지역 음식점 중 9개의 업체를 자체 선발해 축제 현장에 동참시키며 지역의 맛과 멋을 잘 살려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지역의 맛과 멋을 살리기 위해 유명쉐프가 아닌 자체 프로그램을 기획해 암행평가, 전문가 컨설팅, 지속적인 피드백 등을 실시하면서 지역상권 활성화를 이끌어내고 관광객 및 시민들의 호응을 얻는데도 성공했다. 이러한 성과를 이뤄내기까지는 지역만의 색깔을 보여주기 위해 특정 유명쉐프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자체 기획과정을 통해 김제만이 가지고 있는 맛과 멋을 살리고, 이를 잘 버무려 지역의 향기가 베어 나올 수 있도록 분주하게 움직인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방의 인구소멸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어느 일부분의 의견을 전체화하기보다는 다양한 지역의 색깔을 입혀 조화롭게 변화와 개혁의 성과로 만들어 내야 한다. 온 마음을 다해 노력하면 하늘을 감동시켜 뜻을 이룬다는 자세로 힘찬 비상을 위한 일념통천(一念通天)의 마음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철은 산소를 만나면 부식되지만 철판 위에 아연을 덧대어 놓으면 철이 아닌 아연이 부식되면서 철이 녹지않는 희생양극법처럼, 지방의 인구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역만의 색깔을 조화롭게 덧입혀 변화와 개혁을 이뤄 내야하며, 이러한 도전을 끊임없이 지속해야 하늘마저도 감동 시킬 수 있을 것이다.

  • 오피니언
  • 강현규
  • 2024.12.15 18:44

일본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

지난 2015년 일본은 군함도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한 바 있다. 문화유산이라는 뜻이 무엇인가를 사전에 알 필요가 있다. 사전적으로 보면, ‘앞 세대의 사람들이 물려준, 후대에 계승되고 상속될 만한 가치를 지닌 문화적 전통’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즉, 세계문화유산이라면 앞에서 일어난 모범되는 역사를 세계인들에게 알리고자 유네스코는 그 사실을 등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강압과 강탈로 사람을 징집하여 세계평화를 말살하고 군국주의의 역사적 오명을 가치로 앞세워 인간 존엄성을 무참하게 짓밟아 버리는 반인륜적 행위를 수십 년 동안 자행했던 나라 불행하게 그 직접적인 대상이 되었던 대한민국 국민은 숫자를 가름할 수도 없을 만큼 징용당하여 현해탄을 건너야 했다. 그 중에는 어디로 가는 줄도 모르고 함께 끌려갔다 하니 어찌 이 비통함을 잊고 살겠는가. 천추의 한이 서려 차마 두 눈을 감을 수 없는 사실 앞에서 우리는 지금도 이렇다 할 목소리 한 번 내지 못하고 두 눈만 멀뚱거리고 있다. 일본 나가사키현 소속 군함도를 기억하는가. 그곳이 무엇을 하였던 곳인지 말이다. 영화로 방영되어 그 진실을 대강은 알고 있겠지만 7천800만명의 존귀한 생명이 처참하게 죽어간 전쟁 세계제2차대전의 주범인 일본을 위하여 희생양으로 끌려가 죽을 때까지 노역을 한 지옥섬. 1940년대 조선의 백성 5만7천900명이 강제로 징용당하여 끌려가 석탄을 채굴한 곳 중의 하나이다. 이곳을 일본은 세계문화유산이라고 하여 2015년 7월 5일 등재를 하였다. 2024년 7월 27일 사도광산이 또다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현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로 등재되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이 사도광산이 군함도와 무엇이 다른가. 한 치의 차이도 없이 똑같다. 대한민국 백성이 노예처럼 끌려가서 짐짝처럼 쓰였다가 헌신짝처럼 불귀의 혼이 된 탄광터이다. 거짓으로 날조하여 반인륜적이고 치욕적인 역사를 일본은 후대에 계승되고 상속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하여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였다. 현 정부는 일본이 '전체 역사'를 반영하지 않으면 등재에 찬성하기 어렵다는 입장으로 맞섰고 일본으로부터 '한국인 노동자들이 처했던 가혹한 노동 환경과 고난을 기리기 위한 전시물 설치'와 '일본 정부 관계자가 참석하는 사도섬에서의 노동자 추도식'을 약속을 받고 등재에 동의하였다고 한다. 2024년 11월 23일 우리 정부는 일본이 약속한 사도광산 노동자 추도식에 불참한다고 하였다. 왜일까? 뻔한 결과 아닌가. 그들이 약속한대로 한국에서 끌려간 징용자들의 추도식을 하리라고 믿었던 자체가 부끄러운 것이다. 일본이라는 나라가 지금까지 국가적 이슈에서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대한민국을 존중하였던 사실이 있었는지 묻고 싶다. 혹여 그들은 35년간의 식민지배를 끝이라고 여기지 않는지도 모른다. 그 후속타로 뉴라이트 세대를 대한민국 처처에 심어 놓아 친일을 노래 부르게 하고 있지 않는가. 내년이면 대한민국이 일제 치하에서 벗어 난지 80년이 되는 해이다. 대동단결하여 이 나라를 바로 세워야 한다. 이형구 전북지방법무사회장·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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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2.15 18:43

탄핵 에너지와 도전경성

14일 대통령 윤석열 탄핵안이 204명 찬성으로 가결되었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후 국회가 155분만에 해제시켰지만 국민들은 11일간이나 불안한 밤낮을 보냈다. 국민들은 누가 뭐라 할 것 없이 비상계엄이 선포되자 여의도 국회의사당으로 집결해 계엄군에 대항하면서 불법 계엄선포와 내란음모 수괴인 윤석열을 즉각 체포해 퇴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국민들이 애국심과 정의감으로 분연히 일어나 민주주의를 지켜냈다. 영하의 차가운 날씨에도 아랑곳 않고 지난 7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는 전국 각지에서 백만이 넘는 애국시민이 모여 탄핵가결을 외쳤지만 국힘 국회의원 105명이 표결에 참여하지 않아 탄핵안이 무산되었다. 이후 14일 두번째로 상정한 윤 대통령 탄핵안이 반드시 가결되어야 한다면서 국민들은 국힘의원들을 전방위로 압박해서 탄핵안을 가결시켰다. 국민들은 한밤중에 느닷없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이 계엄군을 진두지휘해 국회와 선관위를 무력화시키자 즉각 항거에 돌입했다. 전주에서도 비상계엄이 선포되자 4일 아침부터 시민들이 객사주변으로 모이면서 내란 수괴범 윤석열을 즉각 체포해서 구속해야 한다고 외쳤다. 차가운 날씨에도 지난 7일 오후 남녀노소 2만여명이 객사로 집결,윤석열 탄핵안이 가결되어야 한다는 분노의 함성이 메아리 쳤다. 그날 탄핵안이 가결되지 않았지만 즉각 임시국회를 소집해 2차로 14일에 탄핵안을 상정시킨다는 소식에 인내심을 갖고 윤석열 탄핵안 국회통과를 강력하게 외쳐댔다. 결국 도민들의 분노의 함성이 탄핵안을 가결시키는데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동학의 후예들인 도민들은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자신들의 안위는 생각치 않고 함께 손잡고 일어나 역사의 물줄기를 바꿔 놓았다. 이번에는 더 성숙한 모습으로 일치단결해 즉각적으로 윤석열을 탄핵시켜 직무정지시키는데 앞장섰다. 이토록 도민들이 누란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한 것은 그간 피땀흘려 이룩한 나라가 사상누각처럼 무너져 내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특히 헌정질서를 무너뜨려 국가를 혼란에 빠뜨리는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내란수괴 윤석열부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관련자 전원을 체포해서 즉각 의법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껏 유혈사태 없이 민주주의 지켜낸 성숙한 시민의식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도민들의 의기의 성냄을 무작정 지난 일로 치부하지 말고 전북발전을 위한 원동력으로 삼았으면 좋겠다. 그간 도민들은 좌절감과 열패감에 휩싸여 실패가 두려워 도전해 보지 않고 무작정 포기했던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승리로 이끈 주역들이기에 차가운 겨울 광장에서 모여진 에너지를 전북발전을 시키는데 활용했으면 한다. 전북정치권도 일사분란하게 탄핵안을 가결한 것처럼 자신감을 갖고 더 지역발전에 매진해야 한다. 지금은 2년째 제자리 걸음한 전북국가예산 증액을 위해 김관영지사와 함께 머리를 맞대서 지혜를 모아야 한다. 도민들이 탄핵을 성공하는데 일조한 것처럼 모두가 주인의식을 갖고 도전경성 정신으로 부딪쳐 나가야 할 때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4.12.15 18:43

겨울 감나무

감나무는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다. 마을 어디서 나 쉽게 볼 수 있는 나무지만 조금만 자세히 보면 격 있는 나무가 감나무다. 감나무 모습 중에서 가장 문기가 넘치는 모습은 뭐니 뭐니 해도 붉은 감이 몇 개 달린 눈 쌓인 감나무 가지에 까치가 앉아 우는 새 아침의 모습일 것이다. 다른 나무에 비해 실 가지가 굵은 감나무는 눈을 많이 받는다. 검고 굵고 짧고 뭉툭한 가지에 가만가만 내려 눈은 소복하게 얹힌다. 가지에 얹힌 눈이 녹을수록 감나무는 눈 녹은 물로 젖어 더 검어지고 눈은 희게 빛난다. 내가 오랫동안 근무했던 초등학교 주위에 감나무들이 많았다. 그 감나무들은 내가 초등학교 입학할 때부터 거기 있었다. 나는 계절을 따라 아이들과 감나무를 바라보는 것을 좋아하였다. 감잎이 진 가을이면 점심시간에 아이들과 함께 학교 뒤에 있는 감나무를 향해 돌멩이를 던져 감을 따 먹다가, 감나무 주인인 강 건너 우리 고모가 운동장에 들어서며 누가 우리 감 따 먹었느냐고 고함을 치기도 해서 달려가 내가 그랬다고 늦가을 소동을 무마 한 적도 여러 번 있었다. 내가 유리창을 열어 놓고 감나무를 보고 있으면 아이들이 하나둘 감 같은 얼굴로 내 곁에 모였었다. 겨울이 와서 감나무 가지 사이로 쏟아지는 눈을 바라보거나, 가지마다 가만가만 쌓인 눈이 여기저기서 천천히 허물어져 떨어지는 모습은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가 아득해지는 고적함을 가져다주었다. 감나무는 나이가 들수록 몸이 검어진다. 다른 나무에 비해 몸이 검고, 투박하고 까만 가지들은 세월이 갈수록 단아해져 가고 품위를 갖추어 간다. 감나무는 찢어지지 않고 부러진다. 찢어지지 않고 뚝! 부러진 내면은 얼마나 고운, 흰색인가. 뻗어나가며 적당한 길이로 구부러진 멋스러운 마디의 검은 가지에 얹힌 흰 눈의 대비는 수묵의 경지다. 감나무도 나이가 들고 고목이 되어 이 가지 저 가지가 죽어가는 그 꾸밈새 없는 모습은, 자기가 태어난 곳에서 자라 평생을 살면서 마을을 이해하여 그에 알맞은 마음을 곱게 쓰며 살아 온 선량한 동네 어른처럼 믿음이 간다. 나이가 들어가며 자기 생각을 버리고 가다듬어 살아 온 세월의 자세로 다문다문 열린 감 같은 시를 쓰고 싶을 때가 있다. 새잎 피는 봄날, 내 책을 들고 온 사람들에게 사인을 이렇게 해 준다. ‘감나무에 새잎 피어 좋은 날, 임 만나러 가고 싶은 날’. 잎이 피면 잎이 피고, 감꽃이 피면 감꽃 핀대로, 땡감이 열려 있으면 그런대로, 감잎이 다 지고 붉은 감만 달고 서 있으면 또 그런대로, 빈 나무로 서 있으면 그런대로 검고 단단한 골격을 갖춘 자세를 견지한다. 지금은 사람들로부터 버림받아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은 재래종 붉은 감들이 가시덤불 속에서 눈을 하얗게 쓰고 꽁꽁 얼어 있는 모습을 보면 우리나라 농부들의 일평생 같아 눈 맞는 감처럼 마음은 춥다. 감나무는 농촌 사람들에게 그리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얻을 수 있는 소득원이었고, 농촌의 풍경을 사시사철 소박하고도 조촐하게 그려주던 나무였다. 옛날에는 집집이 마당 가나 뒤 안에 감나무들이 있었다. 큰 집 뒤 안 장독대에 감나무가 있었다. 뒷짐 지고 서서 서리맞은 붉은 감을 바라보던 큰아버지의 등은 얼마나 다정하고 말라가는 곶감이 걸린 처마 밑들은 얼마나 정다웠던가. 감나무는 순박한 삶을 가꾸어 온 우리네 저 유구한 농부들과 그 운명을 같이 해 온 셈이다. 마을 사람들은 이제 김장까지 끝내고 회관 아랫목에 여기저기 누워 ‘비상 계엄’ 텔레비전을 보다 잠이 들기도 한다. 가누기도 힘든 몸으로 자다 일어나 묻고, 뒤척이다 잠결에 눈을 비비며 나라의 안부를 묻는다“어치게 되어가? 날씨도 추운디, 많이 모였네” 오늘 밤도 마을 회관에 모여 텔레비전 보다가 어둑어둑 집으로 돌아 들 간다. 희끗희끗 눈 발이 날린다. 어둠 속이다. 강물 소리가 휘몰아친다. 감나무를 올려다보았다. 감나무가 어둡게 서 있다. 김용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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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2.13 13:15

비상계엄이 유독 부끄러운 순간

지난 6일 오후 1시 (현지시각) 스웨던 스톡홀롬에서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첫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했던 그 감동과 환희가 생생한 가운데 전 세계가 주목하는 행사였다. 그런 만큼 그 자리에는 지구촌 85개국 기자들이 참석해 뜨거운 열기를 내뿜었다. K-컬처의 명성을 뛰어 넘어 대한민국의 위상과 국격을 한껏 드높이는 자리이기도 했다. 그런데 유독 시선이 쏠리는 것은 행사장 출입구 옆에서 한국의 비상계엄을 규탄하는 1인 피켓 시위였다. 벅차 오르는 기쁨과 함께 축하 현장에서 그 날의 주인공인 한강 작가의 고국에서 발생한 비상계엄이 오버랩된 데 대해 만감이 교차했다. 작가 자신도 회견에서 2024년에 다시 계엄 상황이 전개되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안타깝기는 고국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현지에서 지난 10일 시상식을 전후로 일주일 간 열리는 '노벨문학상 위크' 행사가 한국에서도 축제 분위기로 들떠야 하는데 탄핵 정국과 맞물려 제한적 행사에 그치고 말았다. 그러나 작가 자신은 ‘소년이 온다’ 를 쓰기 위해 1979년부터 진행된 계엄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갖고 공부를 했다며 담담하게 이 상황을 받아들였다. 그러면서 계엄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밝히면서 “2024년 상황이 과거와 다른 점은 모든 상황이 생중계됨으로써 모든 사람이 지켜볼 수 있었던 점” 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무력이나 강압에 의해 통제하는 방식의 과거 상황으로 돌아가지 않기를 바란다는 희망도 덧붙였다. 노벨문학상을 받기 위해 이역만리에 온 그녀에게 비상게엄은 남다른 면이 있다. 혼돈으로 치닫는 고국의 정치 상황에 대한 그녀의 답변에는 불의에 맞서는 문학의 힘을 강조하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작가의 문학적 성과에 대한 현지 호평이 쏟아지는 가운데 그녀가 겪은 계엄 상황에 현지 언론이 주목하는 것도 작품 세계와 무관치 않다. 5.18 민주화 운동과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낸 '소년이 온다' 와 제주 4.3 사건을 배경으로 희생된 주민의 아픔을 담은 '작별하지 않는다' 가 대표적이다. 특히 그녀 고향이 광주인 것도, 과거 블랙리스트에 오른 것도 계엄 상황과 배치되지 않아 더욱 그렇다. 전북일보를 비롯한 전국 일간지의 신춘문예 공모가 한창이다. 문단의 등용문으로 이 관문을 통과해야 하는 MZ세대 예비 작가들에게 비상계엄은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 그들이 태어나기도 전에, 그것도 교과서에서 배운 비상계엄을 현실에서 맞닥뜨렸을 때의 충격은 어땠을까. 한강 작가가 느꼈던 억압적이고 폭력적 형태의 비상계엄이 AI 로봇시대 젊은 세대에게 똑같은 모습으로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줬다는 점에서 분노가 치민다. 노벨문학상을 배출한 국가로서의 자존감과 명예를 실추시킨 점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김영곤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4.12.13 13:14

홍시가 익어가는 자리

오랜만에 엄마 밥을 먹었다. 배가 고프다는 말에 “별 건 없는데.”라며 배추와 시래기를 넣고 할머니가 준 된장으로 끓인 된장국을 식탁에 차려줬다. 곁들여 나온 김치는 군산 친구네서 받아 온 김치란다. 외식이 잦은 나를 0.5인분으로 계산한다면, 해봐야 1.5인분의 식탁을 차리는 엄마는 올해 김장을 고사한 대신 이모와 친구의 집에서 받아 온 김치들로 한 해를 날 예정이다. 3개의 집에서 각각 온 김치들은 청주, 부안, 군산의 지역 특색만큼 맛이 다르고 빛깔이 다르다. 이번 김치는 어떤 맛일까, 생각하며 먹었다. 아직은 풋내를 풍기는 매콤한 김치와 함께 겨울의 재료로 만들어진 된장을 느끼고 있으면, 계절이라는 게 촉각뿐만 아니라 미각에서도 느껴지는구나 확신하게 된다. ‘엄마’는 어쩌면 이렇게 계절마다 상차림을 바꿔서 먹지. 혼자 살 땐 느끼기 힘들지만, 엄마 집에서는 집안 곳곳의 물건과 식탁에서 계절을 실감한다. 볕이 잘 드는 창가에는 이미 땡감이 홍시로 익어가고 있는지 오래다. “네가 좋아하잖아.” 나란히 놓여있는 땡감 3개를 보며 아는 체를 하자 엄마가 대수롭지 않게 말한다. 단단하던 감이 볕에서 말랑하게 무르익는 것처럼 마음이 물러진다. 계절의 흐름 속에서 계절의 간식과 풍경을 맞이한다. 당연하게 느껴졌던 것들이 요즘엔 당연한 풍경이 아니었구나 싶다. “봄이라서 냉이로 된장을 끓여봤다.”, “겨울 무는 달아서 무채 해 먹으면 맛있다.”, “5월에 나는 양파로 김치 담그면 시원하고 맛있단다.”, ‘무슨 계절엔 무엇이 몸에 좋단다.’ 등등. 옛날처럼 아궁이를 떼고 굴뚝에서 연기가 나는 집이 아닌 네모난 시멘트 상자 속에서 살지만, 삶에 담긴 풍습은 여전히 세대에서 세대로 전해진다. 삶 속속히 담긴 풍습과 얕은 믿음이 삶을 풍요롭게 지탱함을 느낀다. 생일을 이야기할 때 12월 22일이라고 이야기하는 것보다 ‘팥죽을 먹는’ 혹은 ‘밤이 가장 긴 동짓날’에 태어난 탓일까. 아니면 내가 24절기를 구구절절 외우고 다니는 사람이라 그럴까. 여름엔 열무와 같은 여름의 채소로 배를 채우고, 여름의 물건으로 더위를 나누고, ‘염소 뿔도 녹는 대서’라는 말로 여름을 나듯 겨울엔 냉이와 같은 겨울의 채소로 식탁을 차리고, 겨울의 물건으로 추위를 견디고, ‘얼음이 얼기 시작하는 소설’이라는 말로 겨울을 대비한다. 할머니가 만들어준 된장으로 밥을 먹으면서, 시장에 나가 메주를 사와 옥상에서 잘 씻어 볕에 말린 장독대에 된장을 담갔을 할머니의 모습을 떠올리고 ‘맛의 비법을 배우러 가야 하는데.’라며 조바심도 내고. 친구 A의 집 베란다 캣타워에 매달려 있는 풍경 소리가 들려올 때마다 ‘풍경소리는 액운을 풀어주지.’라는 말을 떠올리며 평온을 바란다. 풍습이 내게 스며드는 게 지겹거나 고리타분하다고 느껴지지 않고 삶을 충만하게 영위하는 하나의 방식이라고 느낀다. 이렇게 어른이 되는 걸까. 사회에서 말하는 ‘어른’의 나이에 접어들면서 과거 크게 느껴졌던 어른이란 게 별거가 아니구나 싶어진다. 하지만, ‘별일 없이 산다’는 말이 대단한 말이 듯이 ‘별거가 아니다’는 건 어떤 의미에선 큰 의미이다. ‘자기 몫을 하고 살며 남에게 피해 주지 않고 자신의 삶을 자신만의 가치와 방식대로 스스로 영위하는 사람’이 내가 생각하는 어른의 한 모습이다. 어느 계절엔 시래기를 베란다에 잘 말려뒀다가 친구들이 놀러 오면 무 조림이나 국을 끓여 먹으며 서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다. 계절에 맞는 식탁을 차려 음식을 나눠 먹고, 생활 방식을 계절에 따라 바꾸는 것이 익숙하고 능숙해지면서‘어른’이 될 수도 있겠다. 식탁 위에 차곡차곡 쌓인 계절들을 음미하면서 말이다. 김나은 여성주의문화기획사 우만컴퍼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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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2.13 13:13

영주권자 입영신청 제도에 대해 알려주세요

영주권자 등 입영희망 제도는 영주권을 취득하거나 국외이주사유로 국외여행 허가를 받은 사람이 병역의무이행을 희망하는 경우 병역판정검사 일자, 장소 및 입영일자를 본인이 직접 선택하여 원하는 시기에 병역이행이 가능하도록 하며, 영주권 유지를 위해 군 복무기간 중 정기휴가를 이용, 이주국가를 방문할 수 있도록 보장하여 조국애를 도취시키고 병역의무의 자진이행 풍토를 조성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영주권자 등 입영희망 신청 대상자는 첫째, 3년 이상 국외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외국의 영주권(임시·조건부 영주권 포함)을 취득한 사람과 영주권 제도가 없는 국가에서 무기한 체류자격(5년 이상 장기체류자격 포함)을 취득한 사람. 둘째, ‘국외이주’ 사유로 37세까지 국외여행허가를 받은 사람(허가를 받은 것으로 보는 사람 포함). 셋째, 재외국민으로 등록된 부모와 같이 국외에서 거주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본인이 복수국적인 사람과 부 또는 모가 외국의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취득한 경우, 국외파견 공무원 및 주재원이 아닌 부모와 같이 국외에서 5년 이상 거주한 경우. 넷째, 본인이 복수국적자로서 국외에서 10년 이상 계속 거주하고 있는 사람이 해당됩니다. 신청 절차는 병무청 누리집(병무민원-국외여행/체재-영주권자 등 입영희망 신청) 온라인 접수 또는 지방병무청이나 인천공항 병무민원센터에 방문하여 접수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영주권자 등 입영희망 신청자의 군 입영 후 혜택으로는 영주권 유지를 위한 국외여행이 보장되고 휴가 여비가 지급됩니다. 현역병의 경우 정기휴가 기간 중 국외여행이 가능하며, 거주국 방문에 소요되는 왕복 항공료와 국내 여비를 예산의 범위 내에서 국가에서 지급합니다.(전역 시 편도 항공료와 국내 여비 지급)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 중인 자는 영주권 유지를 위한 국외여행 시 왕복항공료 지원이 가능합니다. 전북지방병무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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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2.13 13:13

[금요수필] 우리어머니 이태순 권사

어머니가 돌아가신지 한 달이 지났다. 골반뼈가 부러져 요양병원에서 6개월 가량 치료받으시던 모친이 임종하시기 전날, 배가 아프시다길래 저녁식사 대신 소화제랑 요거트와 과일을 드렸다. 다음날 새벽 당직의사로부터 고열과 저혈압에 염증수치가 너무 높아 위급하다는 전화를 받고 대학병원으로 옮기기 위해 서둘러 요양병원에 도착했다. 내 울부짖음에 어머니는 간신히 눈을 뜨고 입술을 달싹이시더니 그걸로 끝이었다. 향년 96세를 일기로 영면에 드신 것이다. 6·25동란과 혹독한 가난 속에서도 7남매를 하나도 안 죽이고 길러내신 어머니는 필자가 대학과 정부출연연구원으로 이어지는 바깥일을 마감하고 돌아왔을 때만 해도 고향에서 아버지가 세우신 교회를 지키며 독거하고 계셨다. 어머니의 건강은 두말할 나위 없이 효성이 지극한 자식들의 보살핌 덕분이다. 그런 점에서 필자는 학업과 직장을 핑계로 타국과 외지를 떠돌았으므로 가장 불성실한 자식인 셈이다. 퇴임하자마자 아내의 허락을 구한 후 남매들에게 뒤늦게나마 못다한 내 몫을 다하겠노라고 선언하고 귀향했다. 먼저 해야 할 일은 30년 전에 지어드린 고향집을 수리하는 일이었다. 내고향 순창 쌍치는 고도 300~400 m의 고지여서 겨울이면 유독 눈(雪)이 많고 춥다. 코와 발이 시릴 정도여서 단열을 위해 이십개가 넘는 크고작은 창문을 이중창으로 바꾸고 이제는 불필요한 작은 공간들을 합치는 공사였다. 고치다보니 욕심이 생겨 범위가 자꾸 커지고 그에 따라 비용은 계획의 배가 되고 말았다. 공사가 한창일 때 어머니는 서울에 사는 작은누나가 모셨다. 우여곡절 끝에 작년 말 공사를 마무리하고 딱 4개월 남짓 지날 무렵, 침대에서 주무시다가 화장실 가다 넘어져서 그만 골절상을 입고 말았다. 6개월간의 투약으로 치료할 수 있겠다는 대학병원의 진단에 따라 요양병원으로 옮겨 매일 주사약 처치를 받고 있던 참이었다. 치료경과도 좋아서 일주일 후면 완치를 확인하고 다시 걸을 수 있도록 도수치료를 예약해둔 상태였고, 어머니로부터 용기를 내시겠다는 다짐을 재삼재사 받아 뒀는데... 나는 허망할 뿐만 아니라 남매들에게 너무 미안했다. 호언장담했던 백수(百壽)는커녕 불과 일년반 만에 돌아가시게 한 것 아닌가. 나는 그날부터 원인을 알 수 없는 무기력증에 빠졌다. 식욕이 없어서 먹는 것도 시원찮은데 고질인 역류성식도염은 더욱 심해졌다. 어머니랑 살던 고향집 가기도 싫었다. 그러나 사망 한 달 이내에 주민등록지에 사망을 신고해야 했으므로 며칠 전에야 쌍치면사무소에 가서 신고를 마친 후 어머니 안부를 묻곤하시던 앞집 이웃을 찾아뵈었다. 나를 보자마자 대성통곡하시는 그 권사님 따라 함께 하염없이 울면서 문득 백수(百壽)가 내 욕심이 아니었던가 하는 반성이 일었다. 우리부모는 60년 이상 해로하시면서 금슬이 참으로 좋으셨다. 두 분이 다투시는 걸 단 한 번도 본 기억이 없다. 어머니가 아버지 얘기를 하실 적에는 늘 얼굴이 생기로 반짝이며 ‘네 아버지처럼 훌륭한 양반이 없다.’는 말을 빼놓지 않으시는 걸 즐거운 맘으로 지켜보곤 했었다. 그래그래 15년 동안 못 만난 아버지가 얼마나 보고 싶으셨을까. 이날 이후 내 식도염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신형식 시인은 전북대 화학공학부 교수와 부총장,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한국작가회의 회원·한국공학한림원 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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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2.13 09:40

완주 화학물질 보관시설, 철저한 안전장치를

완주군에 호남·충청권을 아우르는 대규모 화학물질 보관시설이 건립됐다. 동원그룹의 종합물류계열사 동원로엑스가 250억 원을 들여 완주 테크노밸리산단에 화학물질 전용 물류센터를 건립한 것이다. 시설은 축구장 5개 크기에 해당하는 3만3000㎡ 규모로, 국내 내륙지역 화학물질 물류사업장 가운데 가장 크다. 2차전지와 반도체·석유화학 산업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화학물질의 보관과 운송을 총괄하는 이 시설은 기존 항만터미널 인근에서만 가능했던 부분을 내륙에서도 가능케 해 호남·충청권 관련 업체의 물류 부담을 절감하고 편리성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역사회에서는 이 같은 기대와 함께 떨쳐 낼 수 없는 게 역시 ‘안전’문제에 대한 불안감이다. 유해성과 위험성을 내포한 화학물질 보관시설, 그것도 대규모 시설이라는 점에서 마냥 반길 수만은 없다. 특히 전북지역에서 최근 몇 년 사이 유해 화학물질 누출사고가 잇따랐고, 지난 6월에는 군산의 한 화학약품 제조공장에서 폭발사고까지 발생하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화학물질을 보관하는 대규모 물류시설이 건립돼 주변 도로와 산업단지에 화학물질을 운반하는 대형 차량이 수시로 드나들게 됐으니 지역사회의 불안감은 클 수밖에 없다. 물론 회사 측에서도 안전에 최우선을 두고 위험 상황을 24시간 모니터링하는 AI CCTV 솔루션 등 위험물 첨단 안전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환경청과 소방서를 통해 유해물·위험물 인허가를 취득했고, 근무자 전원이 유해물·위험물 취급 교육을 수료했다고도 했다. 그렇다고 방심해서는 안 된다.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특히 화학물질 사고는 예측하기 어렵고 인명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데다 주변 환경에도 심각한 영향을 끼치는 만큼 철저한 예방시스템과 초기 대응이 요구된다. 화학물질 사고를 막을 수 있는 안전시설과 함께 근로자 교육을 통한 작업현장의 안전문화 확립, 그리고 사고 발생 시의 신속한 대응체계가 요구된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지역 소방기관과 긴밀한 연계·협력 시스템을 구축하고, 안전 컨설팅과 함께 사고 대비 방제훈련도 정기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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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12.12 13:10

국민의힘 유권자 뜻 받들어 탄핵 표결 나서라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일수록 상황을 단순화시켜 가장 핵심적인 부분만 보고 결정하면 된다. 지금 대한민국의 상황이 그렇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정당과 정파를 떠나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 모여 탄핵 문제에 대해 소신있게 투표해서 결론을 내야 한다. 보수와 진보, 또 보수내에서도 정파에 따라 탄핵에 대해 찬반이 공존하고 있는게 작금의 상황이다. 탄핵반대 당론으로 표결 자체를 보이콧했던 국민의힘이 이제 표결의 장으로 들어가기로 함에 따라 만시지탄의 감이 있으나 그나마 다행이다. 지금 전세계가 대한민국의 정국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회는 헌법·법률적 절차에 따라 내란죄 우두머리의 탄핵 소추를 신속히 의결하라는게 압도적인 여론이다. 물론 국회에서 탄핵이 의결된다고 하더라도 나중에 헌법재판소에서 치열하게 다툴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사법적 판단인 만큼 거기에 맡겨두고 일단 국회로서는 마땅히 할 일을 해야한다. 광장의 소리에, 모든 시민의 외침에, 그리고 민초들의 간절함에 응답해야 한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윤 대통령 2차 탄핵소추안 표결을 이틀 앞둔 12일 탄핵 찬성 입장을 공식화하면서 탄핵 의결은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한 대표는 "지금은 탄핵으로 대통령의 직무 집행 정지를 시키는 것이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방법"이라며 "당론으로 탄핵에 찬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친한(친한동훈)계는 물론, 중립 성향 의원들을 중심으로 찬성표가 상당히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힘 내에서도 국민의 뜻을 거스르지 않겠다는 의원들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윤 대통령이 12일 대국민 담화에서 '12·3 비상계엄' 결정을 정당화하며 "탄핵하든 수사하든 당당히 맞설 것"이라고 밝힌만큼 집권여당인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탄핵 찬성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권내 잠룡 중 한명인 오세훈 서울시장조차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 만으로도 탄핵소추를 통해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며 "그 결정은 당론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았던가. 1차 탄핵안이 국민의힘 의원들의 집단 불참에 따른 의결 정족수 부족으로 폐기됐던 상황은 유권자들의 뜻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위였다. 국가가 난파 위기에 처한 마당에 표결 자체를 거부하면서 “그것 또한 하나의 의사표시”라고 주장하는 것은 옹색한 자기변명에 불과하다. 국민의힘 모든 의원은 탄핵 표결에 참여해 육참골단의 심정으로 탄핵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게 바로 거역할 수 없는 민심이자, 천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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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12.12 12:30

우리 헌법이 상상도 못한 일, 윤석열은 저질렀다

윤석열이 내란사건으로 구속되면 어떻게 될까? 헌법 제71조에 따라 국무총리가 권한대행하는 걸까? 많은 분이 궁금해합니다. 우리 헌법 제71조는 “대통령이 궐위(闕位, 자리가 빔)되거나 사고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국무총리 등이 권한을 대행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는 딱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사망, 탄핵 또는 하야(下野) 등 대통령이 궐위된 경우입니다. 둘째는 ‘사고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입니다. 이 ‘사고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가 요즘 문제가 되고 있지요. 헌법학자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 사례처럼 국회에서 탄핵 소추가 의결되었거나, 의식불명 등 건강상 문제를 예로 듭니다. 우리 헌법은 대통령은 원칙적으로 형사처벌을 받지 않지만, 12ㆍ3 윤석열 내란사건처럼 내란죄를 저질렀을 때는 처벌하도록 합니다. 하지만, ‘12·3 윤석열 내란사건’처럼 대통령이 내란죄를 저질렀을 때, 우리 헌법은 직무수행을 어떻게 하는지 공백이 있습니다. 헌법을 수호해야 할 대통령이 내란을 일으키는 헌법파괴자가 될 것을 상상조차 못 한 거지요. 다시 생각해 봅니다. 윤석열이 구속될 경우 헌법 제71조에 따라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할까요? 당장 윤석열이 구속되더라도, 직무를 계속 수행하겠다고 버티면 방법이 없습니다. 윤석열이 헌법과 무죄 추정의 원칙을 들어, 직무수행이 가능하다고 계속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 한덕수와 한동훈은 자신들이 대통령 권한을 위임받아 행사하겠다 합니다. 이건 하나의 헌법 아래 2명의 대통령을 허용하는 셈이라서 헌법상 근거가 없는 위헌입니다. 윤석열이 국군통수권, 특검법 거부권과 같은 중대한 헌법 권한을 구속 중에도 행사하지 말라는 법도 없습니다. 설마 대통령이 그렇게까지 할까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릅니다만, 윤석열은 이미 우리 모두의 상상을 벗어나 해서는 안 되는 짓, 불법 비상계엄을 저질렀던 사람입니다. 어떤 분이 적절히도 지적했듯이, 윤석열은 마치 ‘5살짜리가 총을 들고 있는 것’같은 상황이라고 비판받고 있습니다. 도대체 언제 어디로 튈지도 모르는 사람이라는 뜻이지요. 이런 윤석열이 국군통수권자로 계속 자리에 있게 하면, 국민들도 그에 따라 불안에 떨고 있을 수밖에 없겠지요. 내란을 저지른 윤석열이 대통령으로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한, 내란은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한덕수와 한동훈이 ‘질서 있는 퇴진’이라며 제시한 ‘한-한 공동 국정운영 체제’는 헌법적 근거도 없을 뿐만 아니라 내란 상태의 연속으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 헌법은 앞서 말한 대로 대통령이 내란죄로 구속되는 경우를 대비하지 않았고, 당장 개헌도 할 수 없기 때문에 현행 헌법에 따라야 합니다. 결국, 윤석열의 국군통수권을 포함한 권한을 정지시키는 방법은 현행 헌법 체제에서는 ‘탄핵’과 ‘즉각적인 하야’ 밖에 없습니다. 이번 불법계엄시도는 시민들이 막아냈습니다. 위대한 K-민주주의의 승리입니다. 윤석열 탄핵과 하야는 전국의 광장에서 밤을 새우며 외치는 시민들의 요구입니다. 지난 주말 의결하지 못했던 윤석열 탄핵 소추가 이번에는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헌법적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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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2.11 18:31

내란의 밤, 탄핵의 밤

‘내란수괴의 망동’이 벌어진 지 일주일이 지나고 있다. 사실 지금은 굉장히 위험한 시간이다. 왜냐하면 내란죄의 수괴가 대통령 자리에, 군 통수권자 자리에 앉아 있기 때문이다. ‘내란 상황(situation)’은 종료됐는데, 법적으로 ‘내란 상태(state)‘는 지속중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다. 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들고도 겨우 120초짜리 담화에 언론 질문답변도 없었다. 민의의 전당 심장부인 국회와 선관위에 공수부대를 보내 짓밟고도, 계엄 선포하던 날의 말투와 얼굴빛 그대로였다. 이미 행정수반으로서도, 국가원수이자 국군통수권자로서도 이성적 판단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 위험천만한 시간을 빨리 종식시키는 것만이 국가가 안정되는 지름길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환율은 치솟고 코스피는 급락하고 있다. 특히 국제적 신용평가기관 S&P·무디스·피치가 한국 경제에 대해서 경고를 보냈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정치적 불안정을 굉장히 심각한 우려의 눈으로 쳐다보고 있다는 뜻이다. 결국 이 모든 핵심은 ‘윤석열 씨’로 귀결된다. 리스크의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경제안정의 첩경이다. 지난 토요일, 만일 탄핵이 가결됐더라면 빠른 속도로 대한민국은 정상을 되찾았을 것이다. 우리는 대통령의 무능보다 시민의 조직된 힘으로 위기를 빠른 시일 내에 타개했을 것이다. 장갑차를 몸으로 막은 시민들이, 로텐더홀을 지킨 보좌진과 언론인들이, 지휘관의 지시에도 머뭇거리던 일선 병사들이, 형형색색의 응원봉으로 교과서에서 배운 대로 새로운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청년들이 그랬듯 말이다. 그러나 여당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음으로써 다시 한 번 국민에게 절망과 좌절을 주었다. 당시 나는 표결을 30분여 앞두고 마지막으로 굳게 닫힌 국민의힘 의총장 문 앞에서 의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서서 기다렸다. 이전에 설득을 하려 했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게 조롱을 건넸던 국민의힘은 이번에는 문전박대로 응수했다. 국회에 총칼을 들이댄 내란수괴가 여당과 협의해 임기를 결정한다고 하는 것이 맞는가. 여당 대표는 무슨 자격인가. 이에 동조하거나 함께하는 것은 내란의 공범이자 부역이다. 결국 국민의힘은 답이 명확한 헌법 위반의 상황 앞에서 계산기를 두드리다 더 깊은 늪에 빠질 것이다. 이들도 역시 국민이 뽑아줬던 국민의 대표였다. 국민적 압력, 시민의 분출하는 요구 앞에 굴복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 취임까지 40여일 남아 있다. 경제는 물론 외교안보 비상상황에서 탄핵이 가결되는 즉시 준비해 국회 차원의 사절단을 파견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인수위·미 상하원·싱크탱크·언론과 소통해야 한다. 세계가 집중하는 것은 우리의 ‘민주주의 회복력’이다. 무엇보다 희망적인 건 민주적 절차에 따라서 위법한 헌정중단 시도가 다시 회복의 길로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주말에는 부디, 최소한의 내란 상태가 종식돼 우리 국민께서 두 발 뻗고 주무시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다가오는 토요일, 14일에는 반드시 탄핵을 가결시킬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금도를 넘은 대통령에 대한 최소한의 주권자의 의사표시다. 법적 처벌은 별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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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12.11 18:31

법의 현장에서 보이는 모습들

제가 법률 분야 직업을 가지고 사회생활을 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났고, 그 시간 동안 셀 수 없는 사람들과 많은 사건들을 접하면서 결정하고, 도와주는 활동을 해왔습니다. 처음에는 수사와 공판 활동을 수십 년 하다가 이제는 몇 년 전부터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법률활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여러 해 동안 피해를 입었거나 피해를 당한 사람들을 위하여 증거를 모으고 관련되어 있는 사람들의 협조를 받아 조사하여 법원에 기소하거나 불기소 결정을 하는 활동을 하였다가, 몇 해 전부터는 그러한 처지에 놓여 있는 사람들을 위하여 도와주며 심리적 안정감을 유지해 주는 일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수십 년 동안 법률분야 활동을 하면서 그 현장에서 목격하고 깨닫게 되는 진실 하나는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피해를 준 사람이나 피해를 당한 사람도 피해자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사람의 신체나 사람이 가지고 있는 물질에 피해를 주는 사례의 경우에는 그러한 현상이 일반화되어 있는 경우가 많았고, 그로 인하여 사람의 생명에게까지 해악을 미치는 사안도 있었습니다. 심지어, 그러한 다툼이 법적 분쟁으로 진행되었을 때 탐욕에 젖어 유리한 결론을 이끌어 내려고 법률적 지원을 해주는 사람마저도 객관적 견해를 유지하지 못한 채 그에 동조하는 사례도 이따끔 사회적 이슈로 등장하기도 하였습니다. 그 원인은 사람들이 각자 생각하는 대로 자신이 이기는 게 아니면 최소한 유리하게 되는 게 정의라고 고집하는 데 있었고, 그러면서도 각자의 내면에는 참된 정의에 관하여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 그 심연에는 신의 공의가 자리를 잡고 있다는 사실도 공감하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근ㆍ현대 시대에 접하고 있는 법률쳬계와 그 기저에 있는 철학적 조류에는 서양에서 비롯된 자연법론과 법실증주의, 그리고 제3의 이론이 밑바탕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 철학적 조류에서 가장 핵심적으로 추구하는 가치는 정의라는 사실을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이고, 정의의 여신상으로 만들어진 조각상은 그리스와 로마 시대 신화에서 유래한 디케, 유스티티아의 상으로 알려져 있고 눈을 가리고 검과 저울을 들고 있습니다. 눈은 가려져 있으나 내면에 담겨있는 바른 관념을 바탕으로 공평하고 공정하게 현명한 결단을 하는 상징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왜 가장 사람과 사물을 인식하는 가장 중요한 눈을 가리고 있을까요. 사유해 보건대, 그 눈으로 볼 수 있는 범위보다 내면으로 꿰뚫어 보는 범주가 더 넓고 깊이 있게 통찰하여 지혜로운 결론을 끌어내지 않을까 라고 판단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나아가, 인간은 그 판단에 머무르지 않고 신의 공의를 추구하고 따르려고 한 것이 아닌지 묵상해 봅니다. 그래서, 동ㆍ서양의 학문적, 문화적 배경과 표현은 다르더라도 진리와 정의를 추구하는 수많은 글귀에는 무거운 울림과 깊은 깨달음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 글귀들이 찾아가는 곳에는 늘 낮음과 겸손, 사랑과 관용이 피어 있고, 물 같이 마르지 않는 강같이 흐르고 있습니다. 그 흐름은 어느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낮은 곳으로 나아가며 정의와 공의라 불리는 드넓은 바다에 이르게 됩니다. 김석우 LKB&PARTNERS 대표 변호사

  • 오피니언
  • 기고
  • 2024.12.11 18:31

퍼스트레이디의 12∙ 12

10∙26 사태로 인해 최고 권력자인 박정희가 갑자기 사라진 공백상태에서 전두환, 노태우를 중심으로 한 신군부가 일거에 실세로 등장한 사건이 바로 1979년의 12∙12다. 역사의 물줄기는 이후 상당한 시간동안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후퇴를 거듭했고, 대한민국의 민초들이 겪어야만 했던 질곡의 현대사는 참담 그 자체였다. 많은 시간이 흘렀고 어김없이 12∙12의 여명이 비친다. 무려 45년만에 맞는 12∙12는 또다른 의문을 던진다. “역사는 더디지만 전진한다는 말이 과연 맞는 것인가” 12∙12로 인해 단번에 권력의 정점에 서게 되면서 전두환 장군은 대통령이 됐고, 그의 부인은 영부인 이순자로 호칭이 바뀌었다. 집권여당인 민정당의 주요 세력이 육사와 서울법대 였기에 흔히 육법당이라고 했던 1980년대 초부터 사람들은 묘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서울대 학사위에 석사, 석사위에 박사, 박사위에 육사, 육사 위에 보안사, 보안사 위에 여사(전두환 대통령 부인 이순자)가 있다"고 했다. 어느 누가 만들어낸 것인지는 몰라도 그 당시 권부의 속성을 꿰뚫어보는 명징한 비유임에 틀림이 없다. 이순자 여사의 비위를 거슬렸을때 어떻게 되는가 하는 것을 잘 보여주는게 바로 5공의 설계자였던 허화평 보안사 비서실장의 낙마가 아니던가. 이철희∙장영자 어음사기 사건이 터지면서 개혁을 표방했던 허화평, 허삼수 등 권부실세들은 전두환 당시 대통령의 처삼촌인 이규광 전 장군을 구속시키는데 성공했으나 이는 결국 이순자 여사의 격분을 사게됐고, 쓸쓸히 퇴장당하는 운명을 맞게된다. 그로부터 무려 40여 년이 흘렀다. 아무리 역사가 반복된다고는 하지만 이순자 여사를 능가하는 이가 등장했으니 바로 김건희 여사다. 윤석열 대통령의 집권 초반부터 김건희 여사는 이런저런 문제로 국민들의 입방아에 오르더니, 급기야 남편인 대통령이 탄핵의 위기에 직면하게 되는 결정적 빌미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탄핵의 직접적 사유는 ‘12∙3 비상계엄 사태’ 이지만 그 이면에는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논란이 똬리를 틀고 있는게 분명하다. 12∙12사태가 발생한지 45년째를 맞은 날 때마침 특이한 다큐멘터리 하나가 개봉돼 눈길을 끈다. ‘퍼스트레이디’라는 영화가 바로 그것이다. 명품백 수수,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민간인 국정 개입 의혹 등 김 여사와 관련된 각종 논란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인데 이명수 ‘서울의소리’ 기자와 김 여사에게 디올백을 전달한 최재영 목사, 21년 동안 김 여사 일가와 싸워온 정대택씨, ‘쥴리 의혹 실명 증언’ 안해욱 전 한국초등학교태권도연맹 회장, 최강욱·김종대 전 의원, 무속인 등이 출연한다. 이순자와 김건희, 전∙현직 퍼스트레이디가 만일 이 영화를 본다면 어떤 느낌일까. 또한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2024년의 12∙12는 과연 어떤 의미일까.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4.12.11 15:28

정국에 휘말린 지역예산, 추경 확보에 총력을

전북특별자치도는 2025년도 국가예산 확보 목표를 ‘10조원 돌파’로 정했다. 새만금잼버리 파행의 여파로 2024년 사상 첫 국가예산 감소사태를 겪은 터여서 전북특별자치도와 지역 정치권이 2025년 ‘국가예산 10조원 시대’ 진입에 특별히 공을 들였다. 지자체장들이 일찍부터 정부 부처를 찾아다니며 현안사업의 당위성을 피력했고, 예산안이 국회로 넘어간 후에는 지자체 예산 담당자들이 국회에 상주하면서까지 예산확보에 매달렸다. 그야말로 예산전쟁이었다. 그런데 2025년 정부예산안에 반영된 전북 국가예산은 9조663억원에 그쳤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국제태권도사관학교 설립을 비롯해 상당수 현안사업이 예산안에 반영되지 않거나 요구액에 미치지 못했다. 전북자치도는 국회 단계에서의 증액에 기대를 걸었고, 실제 국회 상임위 단계에서 4600억 원 가량을 증액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계엄·탄핵 정국에 모두 물거품이 됐다. 민주당이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감액예산안을 강행 처리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사용처가 불분명한 권력형 예산을 감액했고, 민생예산 등 필요한 부분은 향후 추경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국회 상임위 단계에서 어렵게 증액해 놓은 전북 현안 예산은 모두 헛일이 됐다. 결국 2025년 전북 국가예산은 정부 예산안 발표 이후 반영된 부처 가내시 금액과 몇몇 공모사업 예산을 합쳐 9조 2244억원 규모로 확정됐다. 전북특별자치도가 당초 요구한 10조1155억원에 1조원 가량 부족한 규모로, 전북 스타트업 파크 조성, 고령 친화 산업 복합도시 조성, 전북권역 재활병원 건립 사업 등 다수의 현안사업이 반영되지 않았다. 전북예산 10조원 시대를 자신했던 전북 국회의원들은 “국가 비상사태에 어쩔 수 없었다. 당의 방침대로 추경에서 증액하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그렇다면 향후 추가경정예산 편성 과정에서 전북 현안사업 예산을 반영시킬 수 있을까? 장담할 수 없다. 쉽지도 않을 것이다. 재정자립도가 매우 낮은 전북은 국가예산 의존도가 다른 시·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애써 추진해온 지역 현안사업이 예산문제로 좌초되지 않도록 자치단체와 지역 정치권에서는 당장 ‘추경 확보’전략을 마련해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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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12.11 14:19

‘공무원은 시의원의 부하’라는 군산시의원

지방의회 의원들의 행태가 가관이다. 1991년 지방의회제도가 실시된지 30년이 넘었지만 지방의원들의 막말과 고성, 갑질, 행패 등이 끝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군산시의회 의원들의 도덕적 해이는 심각하다. 일부긴 하지만 마치 불한당들이 모인 것 같은 느낌을 갖게 한다.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비리와 도덕적 해이에 지방의원 자질론과 지방의회 무용론이 계속 고개를 드는 것도 무리가 아닌성 싶다. 공천권을 쥐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신영대 국회의원의 각성과 함께 지방의회 윤리특위의 외부인 참여 등 지방자치법 개정도 필요해 보인다. 군산시의회 일부 시의원들의 권한 남용과 행패 등은 도를 넘어선지 오래다. 최근에만 최창호, 한경봉, 이연화, 서동완, 우종삼, 김영일 의원 등이 경쟁하듯 각종 구설수에 올랐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지난달 22일 최창호 의원은 행정사무감사 자리에서 “시민이 뽑아준 시의원이 사장이고 공무원들은 부하인데 왜 말을 안 듣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의식을 가진 최 의원이 이달 8일 군산시의회 윤리특위 위원장으로 뽑혔다. 공직사회에 대한 막말·고성으로 뭇매를 맞은 한경봉 의원은 지난 6일 공개사과 후 나흘 만에 또 말실수를 하는 등 의회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있다. 서동완 의원도 막말에는 뒤지지 않는다. 또 우종삼 의원은 배우자 차량 파손 사건으로 공개 경고와 출석정지 10일이 결정되었다. 김영일 의원은 상임위 회의에서 자신의 발언시간을 제한한데 불만을 품고 위원장의 뺨을 때렸다. 무슨 봉숭아 학당도 아니고 난장판도 이런 난장판이 없을 지경이다. 국민권익위가 지난 1월 발표한 ‘2023년 지방의회 종합청렴도 평가’에서 군산시의회는 종합청렴도 5등급 가운데 하위권인 4등급, 체감도 5등급과 함께 부패 경험률이 37.2%로 전국 평균 15.51%보다 배 이상 높았다. 지난 5월에는 동료 여성의원과의 불륜으로 제명된 시의원이 또 다른 여성을 폭행하고 스토킹해 두 번째 제명된 일이 김제시의회에서 일어나 도민들의 얼굴을 화끈거리게 했다. 이들의 행태는 그 지역뿐 아니라 전북자치도민들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것과 다름 없다. 군산시의회는 23명중 22명이 민주당이다. 이들을 공천한 지구당위원장의 책임을 묻는 동시에 제도 개선책도 마련했으면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12.11 13:03

윤석열탄핵이 정답이다

답은 나와 있다. 윤석열대통령이 비상계엄사태를 책임짓고 자진 사퇴하는 길이 있다. 다음으로 국민들이 요구한 윤 대통령을 국회가 탄핵해서 직무를 정지시켜야 한다. 지금 돌아가는 형국으로는 자진사퇴는 물건너 갔고 국회 탄핵 밖에 없다. 지난 8일 한덕수 총리와 한동훈 대표가 질서 있는 퇴진을 말했던 공동담화도 법적으로 근거가 없어 결국 시간 끌기용 미봉책에 불과하다. 심지어 미국은 한- 한체제가 법적으로 맞느냐면서 강한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국민들의 민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 엄중한 시기에 국민의힘이 바른 길을 걷지 않고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탄핵을 회피하려고 한다면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지난 7일 밤 윤 대통령 탄핵에 불참함으로써 국힘 국회의원들은 공범자가 되었기 때문에 국민적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그날 밤 탄핵가결을 외쳤던 여의도 백만애국 시민들의 함성을 탄핵불성립으로 외면한 국힘은 노골적으로 대의정치를 포기했던 것이다. 지금 국힘도 좌고우면 하지말고 국가와 민족을 위해 탄핵을 가결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탄핵에 불참한 국힘이 위헌적인 비상계엄과 내란혐의를 받는 윤석열 피의자를 살려 주려고 시간을 지연하면 할수록 강력한 국민적 저항에 부딪칠 것이다. 국민들은 검찰 경찰 공수처가 각기 수사본부를 만들어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과 관련자들을 상대로 수사를 펼치지만 별로 신뢰를 안하고 있다. 그 이유는 법무부장관 경찰청장이 수사선상에 올라 특검을 통한 수사를 해야만이 가능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특히 윤 대통령은 내란혐의로 인한 현행범인 만큼 즉각 체포해서 수사하는 게 최상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탄핵과 특검을 외면한채 한대표와 한 총리가 공동담화를 통해 질서있는 퇴진을 운운한 것은 국민법감정과 너무 동떨어져 철회되어야 마땅하다. 그 이유는 법적근거 없이 너무 한 대표가 자의적으로 판단,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끌고 가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즉각적으로 헌정파괴 2차내란이다고 반대했고 우원식 국회의장도 헌법상 궐위 없이 권한 위임이 어렵기 때문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간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김용현 전경호실장이 국방부장관 취임 당시 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은 충암고 출신이 중심이 되서 계엄령을 선포할 것이란 말이 시중에 널리 퍼져 있다고 제기한 것이 결국 사실로 드러나게 되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지난달 계엄을 준비했다는 문건을 입수해 폭로, 계엄을 사전 준비했다는 증거가 차고 넘친다. 심지어 계엄선포 닷새전인 지난달 28일 오후 북에서 32번째 오물풍선 남하소식을 들은 김 전장관이 합참 전투통제실로 내려와 경고 사격후 원점을 타격하라고 지시했고 김명수 합참의장이 이를 거부하자 김 전장관의 폭언이 이어졌다는 것. 만약 김 의장이 남북국지전유도를 거절하지 않았더라면 더 큰 위험한 사태로 발전할 수 있었다. 그 만큼 친위쿠데타로 불리는 이번 계엄령을 윤 대통령이 발령하면서 국정원 홍장원 1차장에게 전화를 걸어 여야정치인들을 싹 다 쓸어버리라고 지시했다는 것. 그의 독단적인 성정 때문에 안하무인격으로 도량발호(跳梁跋扈) 한 게 탄핵을 자초했다. 또 검찰이 김건희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사건을 무혐의로 발표하자 국민들은 반기를 들었다. 지금 윤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국민들의 성난 외침이 들불처럼 번져 탄핵 이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어 보인다. 즉각적인 자진사퇴가 있긴 하지만 전혀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아 국민들은 탄핵만이 국민과 나라를 살릴 길이라고 믿고 있다. 미국 국무부가 염려하듯 국정혼란이 장기화되면 국가신인도 저하로 경제상황이 악화될 수 밖에 없다. 제발 한강 노벨상 수상자 말처럼 역사의 수레바퀴를 다시 거꾸로 되돌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어떻게 만든 나라인데 범법자들에게 나라를 맡길 수는 없다. 특검을 통해 불법계엄과 내란혐의에 가담한 자들을 지위고하를 막론, 신속하게 의법조치해야 나라가 산다.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4.12.10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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