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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익산 입점리 고분 출토품 - 백제의 지방 간접 지배 방법 상징

삼국시대의 익산이라고 하면 서동요의 무왕과 선화공주를 떠올릴 분들이 많을 것이다. 무왕과 선화공주의 로맨스를 다룬 이 이야기는 백제 무왕 때 제2의 수도로 부상했던 익산의 중요성을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그 시절 익산이 차지했던 높은 위상은 그보다 100년 이상 앞섰던 5C 무렵의 유물들을 통해서도 입증할 수 있다.익산시 웅포면 입점리에 위치한 사적 347호 입점리 고분군은 5세기 무렵 백제와 익산의 관계를 잘 보여주는 유적이다. 입점리 칠목고개로부터 동남쪽으로 길게 뻗은 구릉의 중턱에 분포하고 있는 이 곳에서는 모두 8기의 무덤이 조사됐다. 그 중 보존상태가 가장 좋은 1호분의 출토품들이 이번에 소개할 것들이다. 입점리 고분군의 무덤들 중 유일하게 돌로 방을 짠 무덤(橫穴式石室墳)인 1호분에서는 관장식, 중국제 청자사이호, 장신구, 토기, 말갖춤, 철기류 등이 출토됐다. 그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유물은 금동관모(金銅冠帽)와 금동신발(金銅飾履)이다. 이러한 유물들은 아무나 가질 수 없는 물건들이었다. 금은 잘 변하지 않는 성질과 특유의 색상을 지니고 있지만 원료를 구하기 힘들다. 또한 고급 금공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오랜 기간의 훈련과 기술을 갖춘 전문 공인이 있어야 했는데, 이 때문에 금공제품은 부의 원천이자 권위의 상징이었다. 청자사이호도 마찬가지였다. 우리 스스로 유약을 바른 자기를 만들어내지 못했던 삼국시대에는 중국에서 들여온 청자가 높은 가치를 가졌다. 백제는 일찍부터 중국과 교류를 시작했던 만큼, 자기가 출토되는 유적들은 대부분 백제의 옛 땅에 있다.고고학자들은 익산을 비롯하여 금동관모나 금동신발이 출토됐던 유적들을 중요하게 여긴다. 백제의 지방에 대한 간접적인 지배 방법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금동제품과 청자사이호는 백제와 입점리 집단의 위계질서나 협력관계를 상징하는 유물이다. 입점리 1호분에 묻혔던 사람은 아마도 익산에 근거지를 두었던 토착 세력의 우두머리였을 것이다. 어느 정도의 독자성이 보장된 관계 속에서 관모의 수여를 통해 위계질서를 재확인했던 것이다. 백제가 익산을 직접적으로 지배했던 때는 무왕이 활약했던 시기인 6~7세기 때의 일이었고, 그 때가 되면 더 이상 백제지역에서는 금동관모가 사용되지 않았다.지금까지 금동관모나 금동신발 등의 가치를 알아보았다. 그런데 여기에서 궁금한 한 가지가 있다. 그것들이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물건들이었을까. 아니면 고이 모셔두었던 것들일까. 아마도 금동관모는 모자처럼 정수리에 올리고 끈을 둘러 충분히 사용할 수 있었을 것이다. 금동신발은 평소에 신을 수 있는 것이라기보다는 주로 장송용으로 제작되었을 것이다. 다음 세상에서도 부귀와 영화를 누리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담긴 것은 아닐까./최경환 국립전주박물관 학예연구사

  • 문화일반
  • 기고
  • 2012.07.06 23:02

소음에 지친 당신, 즐거운 음악으로 休~

아직 휴가 계획을 짜기 전이라면, '음악 휴가'는 어떨까. 세상 소음에 지친 현대인들이 도심 속 시원한 공간에서 귀가 즐거운 음악으로 쉼표를 찍는 방식. 한국소리문화의전당(대표 이인권)이 10년 째 열고 있는 '2012 토요놀이마당'이 다시 여름 휴가객들의 발걸음을 유혹한다. 2003년부터 무대 뒤 조명음향 전문가들의 노고로 다양한 장르의 단체들이 제대로 된 음악 성찬을 내놓으면서 약 10만 명 이상이 이곳을 찾았다. 무료 공연이지만, 완성도 높은 무대를 준비하면서 500여 명의 마니아들이 함께하는 카페(cafe.daum.net/toyonorimadang)까지 생겼다. 예매도 필요없고, 연령 제한도 없다. 돗자리를 펴고 밤 공기를 즐기는 감성 충만 공연. 7일부터 시작되는 7월 무대는 펑크와 디스코를 버무린 밴드'그루브 올스타즈'와 한국훌라협회 예술단이 함께하는 'Hula!Hula', 월드뮤직의 창작의 변주가 유쾌하게 다가오는 어쿠스틱 밴드'신나는 섬'이 장식한다. 경기팝스앙상블의 단장인 전자바이올리니스트 김권식과 펑키밴드'새터스콤보', 국악과 클래식의 경계를 허문 퓨전국악그룹'마실', 기타와 엉뚱발랄한 소녀들의 묘한 조합이 의외로 매력있는 밴드'휴먼스'까지 색다른 맛을 낸다. 8월엔 R&B힙합 등을 힘있게 보여주는 '몬스터 - V', 창단 10주년을 맞아 신선한 무대를 선보일 펑키 코어 밴드'스타피쉬'에 이어 청소년들이 만드는 뮤지컬'그리스'와 통기타와 청량감 있는 보컬이 어우러지는 '포크싱어 주권기', 따라서 흥얼거리고 싶게 만드는 아카펠라 그룹'D.I.A',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거침없는 록 정신을 보여주는 스카 펑크 밴드'넘버원 코리아'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발견하는 재미를 쏠쏠하게 느낄 수 있다.△ 2012 토요놀이마당 = 7일~8월18일 매주 토요일 오후 8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야외공연장.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07.06 23:02

엄한 스승 귀한 소리를 기리다

엄한 스승. 백일공부가 시작되면 스승은 더 엄해졌다. 호통도 치고 때론 매도 들었다. 회초리를 들 때 제자를 향한 스승의 표정은 제자에 대한 애정과 소릿길에 대한 질책이 묘하게 섞여 있었다. "종아리를 치지요. 그렇지 않으면 편하고 쉬운 것만 하려는 아이들에게 이 힘든 소리를 전해줄 도리가 없어요."2008년, 소리 무대를 하늘로 옮겨 간 오정숙 명창. 제자들이 스승을 기리는 두번째 추모 음악회'님을 그리며'를 7일 전주소리문화관에서 연다. 극적인 너름새와 단단한 목소리, 빼어난 감정 표현으로 늘 관중들을 휘어잡던 존재. 여성 명창으론 처음으로 판소리 다섯 바탕을 완창해 세상을 놀라게 하더니, 1975년 부활된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에서 장원까지 차지해 '오정숙 명창'을 각인시켰다. 동초 김연수 선생의 유일한 제자로 스승의 소리를 올곧게 이어 '김연수 바디'를 명실공히 우리나라 대표 판소리로 키워낸 주인공이다. 30여 년 전 자신의 전 재산을 털어 완주군 운주면 동초각에 전수관을 만들었다. 한 겨울만 빼고 봄 여름 가을을 모두 여기에서 지냈다. 잠시라도 쉬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소리의 특성 때문. 스승으로부터 물려받은 동초제 판소리 다섯 바탕은 힘들었던 산 공부 과정 끝에 얻어진 결실이었다. 스승은 소리를 가르칠 때 제자들이 욕심까지 배우길 희망했다. "제자들 잘 가르쳐서 내놓는 것이 의무"라던 오 명창은 "나를 이겨먹는 소리꾼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그 결과 전북도립국악원까지 치자면 셀 수 없이 많은 제자들이 한국 국악계를 걸머지고 있다. 조소녀 명창부터 전방위 국악인 이자람까지 이날 한데 모여 스승을 추억하는 '마음 씀씀이'가 돋보이는 무대. 제자들은 눈물을 훔치며 '반야심경','비나리','사모곡'('춘향가' 중 '이별가'),'살풀이' 등을 부르기로 했다. 스승의 소리를 기억하는 제자들은 또 어떻게 우리를 감동시키고 신명나게 할까.△ 故 오정숙 국창 추모 음악회'님을 그리며' = 7일 오전 11시 전주 소리문화관 놀이마당.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07.06 23:02

'탁류로 흘러가는 호남평야의 아리랑'

일제강점기 일본인 농장 밀집 지역이었던 군산과 옥구지역은 농토와 쌀 수탈의 대표적인 지역이었다. 당연히 일제에 대한 저항의식이 강할 수밖에 없었으며, 농민들의 소작료 거부투쟁으로 이어졌다. 1927년 일어난 '옥구농민항일항쟁'으로 농민 34명이 치안유지법을 적용받아 유죄판결을 받았다. 당시 사건은 소작쟁의를 넘어 농민들의 조직적 항쟁으로 1990년대 새롭게 조명을 받았다. 새만금상설공연 7월의'아리울 이야기 콘서트'는 쌀 수탈 기지였던 항구도시 군산과 옥구농민항쟁을 배경으로, 일제의 가혹한 수탈에 분노해 일어나는 농민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탁류로 흘러가는 호남평야의 아리랑'이라는 타이틀이 붙었다.무대에는 '이창선 대금스타일'이 오른다. '이창선 대금스타일'은 대금연주음악의 확장을 추구하는 열정적인 밴드로, 이미 타 지역에까지 마니아층이 형성될 만큼 대중성과 높은 수준의 연주 실력을 자랑하고 있다. 이번 무대에서도 국악을 기반으로, 보컬·드럼·기타 연주가 함께 하는 퓨전밴드로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매주 5차례(월화 제외, 오후 2시30분) 아리울예술창고에서 공연이 열린다.이와 별도로 새만금 야외공연 '바람이 머무는 작은 콘서트'는 여름 휴가철을 맞아 자연쉼터와 아리울예술창고를 벗어나 부안과 군산 등 새만금 일대로 찾아가는 공연으로 진행된다. 7월 둘째 주와 넷째 주 금요일에는 군산공항로비에서 공연을 펼치고, 7월 매주 토요일에는 부안 일대의 해수욕장에서 여름휴가를 즐기는 피서객들에게 새만금의 아름다움과 전북문화예술의 향기를 나눈다. 지난 4월말 시작된 새만금 상설공연은 '승풍파랑'을 시작으로, 5월'최치원의 고향 새만금, 고고한 선비의 마음을 홀리다', 6월'율도국이라 불리는 이상과 낭만의 섬, 위도'를 주제로 펼쳐졌으며, 지금까지 2만9000여명 정도가 관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 문화일반
  • 김원용
  • 2012.07.05 23:02

"문화예술 지원 조례 기부 활성화 첫걸음"

얼마 전 '전라북도 문화예술분야 기부활성화 지원조례'가 제정됐다. 그간 지역 문화예술계는 다양한 이슈를 다뤄왔지만 문화예술 분야의 기부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소홀했다. 이것이 기부를 일방적인 시혜 정도로 생각하는 편견 때문이었는지 현실성이 없다고 치부해버린 탓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번 조례 제정을 통해 제도적 차원의 관심을 촉구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조례는 도 시책사항으로서, 연도별 기본계획 수립과 민간 예술단체·전문예술법인과의 기부 네트워크 구축, 기부 프로그램 개발·연구 지원, 홍보, 기부활성화에 필요한 공간 확보·실비 지원 등을 명시해놓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기부에 대한 정책적 이해의 폭을 넓히는 일이다. 이것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조례의 실효성 담보는커녕 있으나마나 한 조례로 전락해버릴 공산이 크다. 전북도와 함께 기부 활성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주체는 한국소리문화전당이다. 40억 원에 육박하는 도 보조금에만 의존하는 전당 운영 재원을 다각화하는 의미도 있지만, 다양한 형태의 기부(기부, 협찬, 자원봉사, 재능기부 등)를 통해 기부자로 하여금 전당에 대한 애정과 충성도를 높일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할 수가 있다.'기부금품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에 의해 (법적 의미의)기부에 직접 나설 수는 없지만, 기업의 협찬이나 재능기부, 자원봉사, 예술단체의 교육 프로그램 제공 등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 단, 기업의 협찬이 기부행위에 포함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사회통념상 누가 보더라도 금품 만큼의 광고효과가 있는 경우이어야 하므로 이에 부합해야 한다. 재능 기부나 자원봉사는 선진 사례처럼 참여 형태와 방식을 다각화하는 기술 개발이 반드시 뒤따라야 할 것이다. 기부 활성화를 통해 전문예술법인의 숨통을 조금이나마 터주는 일도 기대할 수 있다. 법인 간 네트워크 구축과 공연 레퍼토리 확보를 통해 기업의 접근성을 높이고 다양한 기부 프로그램을 개발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조례에 명시된 것처럼 전라북도가 민간의 전문적 역량(기부 전문가, 현장 문화예술인)을 활용할 수 있도록 적극 나서야 함은 물론이다. 참고로 전문예술법인은 문화예술진흥법상 특례를 적용받아 기부금품 모집이 허용된다. 기부는 사회문화적 토대가 뒷받침되어야 활성화될 수 있다. 이번 조례가 문화예술 분야 기부에 대한 사회적 필요성을 알리고 나아가 문화예술분야 기부 활성화를 위한 첫 걸음으로 자리하기를 기대해본다. 문동환 전북도의회 문화관광건설위원회 정책연구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 문화일반
  • 김원용
  • 2012.07.05 23:02

3. 기업의 역할 - 줄어드는 후원…'메세나 특별법' 서둘러야

20년 넘게 지역에서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해온 (재)우진문화재단(회장 김경곤이사장 양상희)은 이달 그간 발굴해온 33명 신진미술가들에게 중국 예술특구 기행을 선물한다. 20년 넘게 '빈 독에 물 붓기'식으로 각종 지원사업을 해왔으나, 아직 스타 예술가 발굴로 이어지지 못한 게 현실. 더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우진문화재단은 해외로 눈을 돌려 적극적인 지원으로 보폭을 넓혔다. 올해 전북도가 문화 복지에 눈을 돌려 일반인의 문화 향수권 확대에 정책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기업이 문화예술에 지원하는 기부는 예나 지금이나 커다란 변화가 없다. 아직까지는 개인보다 기업의 기부가 많고, 지역보다는 중앙에 몰려 있다는 게 특징. 기업의 사회 환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업의 메세나 활동이 더 적극적이고 폭넓게 이뤄지고 있으나, 지역에선 아직도 본격적인 문화 마케팅 접근이 부족한 데다 단발성 지원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 우진문화재단목정문화재단, 다각도 예술인 지원 중심 전북엔 (재)우진문화재단과 (재)목정문화재단(이사장 김광수)이라는 두 거목이 존재한다. 생활체육 활동을 지원해온 우진건설은 1991년 우진문화공간을 열고, '신예작가 초대전','우진문화공간 기획춤판' 등을 해오다 2001년 재단법인화하고 2004년 전주 진북동에 우진문화공간을 신축하면서 체계적인 지원이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2010년 20주년을 맞은 우진문화재단은 30억을 들여 소극장 무대가 갖는 장점을 최대한 살린 우진예술극장까지 열어 지역 예술인들의 오랜 갈증을 해갈시켜줬다. '청년 작가 초대전'과 '신예작가 초대전'을 비롯해 '판소리 다섯 바탕의 멋','우리 소리 우리 가락','우리 춤 작가전 - 젊은 춤판' 등은 척박한 지역 문화에 활기를 불어넣는 이정표로 꼽힐 만한 사업. 반면 목정문화재단은 2001년부터 전북 문화계의 발전에 선구적인 역할을 해왔던 문학미술음악 등 공로자들에게 창작지원금 1000만원 씩 수여하는'목정문화상'으로 대신했다. 수십여 년 간 지역 문화계 텃밭을 일구고 가꾼 이들에 대한 합당한 예우를 갖춘 상이 없었다는 점에서 '목정문화상' 제정은 가문 땅에 단비 같은 존재였다. 목정문화재단은 2010년부터 세계적인 음악가를 키워보자며 영재 육성의 씨를 뿌렸다. 3년 째 '목정 음악 콩쿨대회'의 대상 수상자가 나오고 있진 않으나, 상금 300만원(교육감 표창장) 외에 캐나다에서 어학 연수(1년)전공 분야 레슨비까지 주는 '통 큰' 지원이라는 점에서 안팎의 관심이 뜨겁다. '목정 전북 고교생 백일장대회'도 후원자에서 주최주관자로 바뀌면서 본격적인 지원에 나섰고, '목정 미술 실기대회' 역시 미술 영재들의 창작 의욕을 북돋고 있다. △ 기업 문화 마케팅 활성화 차원 접근 바람직이처럼 묵묵히 메세나 활동을 이어오는 사례도 있지만 아직 기업들의 메세나 활동은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지 못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2010년 매일경제신문이 주최한 메세나 대상에 선정된 극단 명태(대표 최경성)와 삼양감속기를 비롯해 호남오페라단(단장 조장남)과 베스트로(주)의 지원, (사)한국예총 전북지회(회장 선기현)와 (주)하림동해금속(주)이 상금 혹은 장학금 전달 외에 문학상 지원에 치중 돼 있다. 메세나가 전문가의 의견을 구하기보다는 대표의 학연지연 혹은 개인적 취향으로 연결되면서,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문화예술 지원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대기업 메세나가 사회 공헌에 집중한다면, 중소기업은 문화 마케팅으로 접근하는 게 오히려 현실적이다. 여기서 문화 마케팅이란 메세나뿐만 아니라 문화 콘텐츠를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와 연결시켜 브랜드에 대한 우호적인 이미지를 형성하는 마케팅을 말한다. 도내에선 전북은행삼성생명 등이 임직원 혹은 고객을 상대로 열어온 다양한 공연이 대표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 위기를 맞으면서 기업의 메세나는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불황에는 상당수 기업이 사회 환원 명목으로 불우이웃 돕기에 치중하는 반면 메세나를 통한 문화 마케팅에 눈을 돌리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의 예술기부금에 대한 세액 공제(소득액 10% 내 비용 인정)가 적은 데다, 중소기업이 상당수인 전북에선 이 같은 혜택을 받을 개연성은 더욱 적다. 국회가 몇 년 째 문화예술 관련 비영리법인에 대한 지방세 감면, 기업의 문화예술을 활용한 교육 훈련비 세액 공제, 기업 문화 접대비 세제 혜택 등을 골자로 한 '메세나 특별법'(가칭)을 추진해왔으나, 이것마저도 몇 년 째 터덕이고 있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07.05 23:02

전주한지 조형작가협회 10번째 전시회 '서울 나들이'

한지는 전주시민이 갖는 문화적 자부심이다. 그에 걸맞게 전주를 중심으로 한지 공예가들의 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한지를 활용한 창작활동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한지 미학의 지평을 넓히는 데 한 축을 담당해온 모임이 전주한지 조형작가협회다. 지난 2003년 창립전을 가진 후 매년 회원전을 통해 한지 예술을 확장시켰다.특히 올해 창립 10년을 맞아 10번째 회원전으로 서울 나들이에 나선다(4일부터 10일까지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 전주에서의 한지 예술이 전통 한지공예에 머무르지 않고 어느 단계까지 진화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자리다.협회 김완순 회장(전주교동아트 관장)은 "협회 창립 이후 작가들이 지난 10년간 전통의 맥을 이으면서 현대화하는 데 집중했다"며, "앞으로도 치열한 작가정신으로 한지의 물성을 매체로 미술적 가능성을 확장할 것이다"고 말했다.전시회 참여 작가는 40여명. 종이의 재질을 살리는 이미지 작업에서부터 한지 콜라주로 다양한 화면을 구성하는 작업, 한지사를 활용한 태피리스트리와 색면조형, 혼합 재료를 통한 입체작업,전통적인 한지공예에 이르기까지 각기 다른 색깔을 추구해온 작가들의 작품들이 출품된다. 김선태 예원예술대 교수(미술평론가)는 "전주한지조형작가들의 작품들은 가장 한국적 정서를 세계적으로 통용시키면서 동시에 독특한 조형언어로 작동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모범적 사례다"고 평가했다. 김원용기자 kimwy@△제10회 전주한지 조형작가협회 전=4일부터 9일까지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인사아트센터 내).

  • 문화일반
  • 김원용
  • 2012.07.04 23:02

30. 위봉사 보광명전 신중탱 - 그림으로 그려낸 악기와 음악의 동행

신중탱은 부처님의 정법을 수호하고 도량을 청정하게 하는 신들을 도상화한 그림을 말한다. 신중탱은 대부분 주불전의 신중단에 봉안되어 있으며, 조선후기에 제작된 불화 가운데 전해지는 수가 많은 편이다. 신중에 관한 기록은『삼국유사』에서 볼 수 있다. 통일신라시대에 화장사에서 밤마다 화엄신중을 외웠다는 기록과, 문수갑사에서 복전 7원이 밤낮으로 늘 화엄신중 예참을 행했다는 기록이 전한다. 늦어도 8세기 초에는 화엄신중에 대한 신앙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후 조선시대에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등 전란을 겪으면서 일반 서민들의 삶이 더욱 피폐해짐에 따라 현실적인 불안 심리에서 탈피하기 위하여 내세적인 신앙보다는 병마나 재액의 퇴치와 현세의 복락을 기원하는 현세구복적인 신앙이 확대되었다. 완주 위봉사 보광명전의 신중탱은 제석과 범천, 천룡팔부중을 함께 묘사한 제석·범천·천룡탱화에 속한다. 이 형식은 신중탱의 형식 가운데 가장 오랫동안 애용되었던 것으로, 현존하는 작품 중 가장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신중탱은 범천, 제석천, 위태천 같은 주요 존상 외에도 팔부신중과 토속신이 그려진다. 오늘날 사찰에 가보면 신중단이 빠짐없이 설치되어 있다. 이를 보더라도 19세기에 신중신앙이 얼마나 성행했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신중은 불법이나 가람의 수호자라는 외적인 성격과 벽사, 소재라는 내호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밖으로는 외적의 침입으로부터 나라를 지켜주는 신으로, 안으로는 질병을 없애주고 복을 내려주는 신으로 오늘날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꾸준히 신앙되고 있다.특히 이 신중탱에는 당대 국악문화도 살필 수 있는 악기가 등장한다. 마치 선녀처럼 생긴 여인들이 비파, 횡적, 바라, 생황을 극사실주의적으로 표현했다. 마치 오늘날 연주하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이처럼 국악은 당대 진솔한 마음을 담았던 그릇과 같이 현실적인 모습을 반추시킨다. 고요한 절에서 소망을 담으며 악기로 마음을 풀어낸 선조들의 슬기가 화공의 빼어난 솜씨로 탄생된 것이다.더욱이 옆으로 긴 화면 상단의 중앙에는 보살형태의 제석과 범천이 나란히 배치되어 있는데 모두 녹색두광에 금색신광을 지고 있고 연꽃가지를 들고 있다. 이들 사이에는 각종 악기를 연주하는 천인상이 채워져 있어 국악사는 물론 회화사적으로도 가치가 높다고 할 수 있다.1896년 제작된 이 작품은 가로 223.6센티미터, 세로 141.5센티미터 등 규모면에서도 장중함을 보여준다, 견본채색으로 그림을 그린 원해당 용준, 편수출초 정련 등 6명의 화공은 그림에서 하나가 됐다. 그림으로 빚어낸 악기가 음악과 아름답게 동행하고 있다./전북도문화재전문위원·한별고 교사

  • 문화일반
  • 김원용
  • 2012.07.04 23:02

"판소리, 세계서 가장 위대한 예술양식 중 하나"

영국의 저명한 음악잡지 '송라인즈'에 한국의 판소리가 깊이있게 다뤄졌다. 전주세계소리축제측에 따르면 지난해 전주세계소리축제를 방문해 한국 음악에 깊은 관심을 보였던 이 잡지 편집장 사이먼 브로튼(Simon Broughton)이 최근 발행된 85호에 '폭포수처럼 노래하다(SING A LIKE A WATERFALL)'는 제목으로 판소리의 매력을 소개했다.2012 전주세계소리축제의 메인 포스터와 함께 게재된 이 기사의 첫 페이지는 작년 소리축제의 '판소리 다섯바탕'에서 선보인 소리꾼 장문희씨의 공연 장면. 판소리 개념에서부터 전승의 흐름까지 개괄적으로 소개하고, 소리꾼 장문희씨가 선보인 '심청가'의 줄거리와 공연을 본 소감, 이를 통해 필자가 발견한 판소리의 매력과 한국의 문화적인 정서 등을 담았다. 필자는 특히 판소리가 '오페라 보다는 전통 플라멩코 중 가장 깊은 소리를 내는 창법에 가깝다'고 표현했으며, 심청가 중 비극적인 장면이 가장 감동적인 부분이었다고 적었다. 또 판소리를 설명하기 위해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영화와 안숙선 명창을 언급하기도 했으며, 옛 선조들의 공동체적 생활양식과 자연을 기반으로 소리와 연결되어 있는 한국인들의 토속적인 믿음, 이와 관련된 판소리 등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그는 또 판소리의 멋과 그 특유한 분위기를 잘 느끼기 위해서는 자막과 함께 전라도에서 꼭 공연을 봐야한다고 추천했다. 그래야만 한국적 문화와 정서가 반영되고 예술적 양식이 담긴 오롯한 판소리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예술양식 중 하나라고 느낄 수 있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 문화일반
  • 김원용
  • 2012.07.04 23:02

우크라이나 필하모닉, 고창 무대 달군다

우크라이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농촌지역인 고창 무대에 선다(5일 저녁 7시30분 고창문화의전당).한국-우크라이나 수교 20주년으로 펼쳐지는 이번 공연은 '그들이 전하는 춤추는 클래식'이란 주제로 차이콥스키의 호두까기인형 중 발레모음곡을 비롯, 영화음악·민요 등 다양한 레퍼토리로 구성됐다.1932년 창단한 '우크라이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세계적인 지휘자와 연주자들이 함께하며 동서유럽과 미주까지 찬사를 받아온 악단으로, 고전에서 현대음악까지 유려한 선율과 다이내믹한 리듬, 정교한 곡 해석으로 세계 각국의 콜을 받고 있다.이번 음악회 지휘봉은 동유럽에서 실력파 지휘자로 인정받고 있는 강민석씨가 잡는다. 강 씨는 2001년 1월 루마니아 시비우 필하모닉에 초대돼 유럽에 데뷔했고, 2002년에는 한국인 최초로 루마니아 국영라디오 방송교향악단과 합창단을 생중계로 지휘해 호평을 받은바 있다.고창문화의전당 관계자는 "이번 공연은 한국과 우크라이나의 수교 20주년이 되는 시점에서 문화예술 교류를 통해 우호를 돈독히 하는 의미를 가지며, 동유럽의 정통클래식과 대중성 있는 음악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창문화의전당 063)560-8041 고창=김성규기자 skk407@ △우크라이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5일 저녁 7시30분 고창문화의전당.

  • 문화일반
  • 김성규
  • 2012.07.04 23:02

혼을 담은 몸짓의 향연

(사)한국무용협회 전북도지회(회장 김숙·이하 전북무용협회)가 5~6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제21회 전북무용제'를 연다. 오는 10월 여수에서 열리는 전국 무용제 전북 대표 참가 티켓을 두고 경합을 벌이는 올해 전북 무용제는 현대무용 3팀, 전통무용 1팀, 발레 1팀이 출사표를 던졌다. 현대무용 부문은 박미애 컨템포러리·우석대 실용 무용지도학과·오문자 & 알타비아 댄스 컴퍼니, 전통 무용 부문은 배강원 무용단, 발레 부문은 한유선 미리암스 발레단이 나선다. 김숙 회장은 "전국무용제가 젊어졌고 전북무용제 역시 젊은 안무가들의 약진으로 두드러지고 있다"면서 "올해도 참가팀들이 전북 무용의 좌표를 점검하고 더욱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밝혔다.올해 '젊은 안무가 창작춤판'에서 우수상·연기상을 수상한 박미애 컨템포러리는 차가움과 따뜻함을 지닌 '달'을 통해 현대인들의 고독과 혼란을 풀어낸 '달의 눈'을 선물한다. 오문자 & 알타비아 댄스 컴퍼니는 스승의 딸 클라라와 결혼을 위해 법정 공방까지 불사하면서 맺은 사랑의 결실을 담은 슈만의 가곡 '미르테의 꽃'을 몸짓으로 풀어낸다. 무용의 대중화에 나서는 '우석대 실용 무용지도학과'는 반복되는 일상의 굴레를 표현한 '왼손잡이'(안무 김숙희)를 이야기한다. 한유선 미리암스 발레단의 '그곳의 민들레'는 6·25 전쟁 중 방황했던 청춘들의 사랑에 눈을 돌려 분단 현실의 상흔을 새롭게 보여준 작품. 기계 문명의 노예로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인간의 존엄에 대해 묻는 '배강원 무용단'은 유일한 전통무용 팀으로 '눈먼 자의 도시'(안무 배강원)를 통해 '은하철도 999'와 비슷한 주제를 새로운 형식으로 담아낸다. 본격적인 경연에 앞서 김원 Group Collaboration OR의 '빛과 소리로부터', 애미아트의 '무녀춤', 이경호 무용단의 '우리 춤, 가락'이 축하 공연을 마련하고, 지난해 전북 무용제 대상·전국 무용제 금상을 차지한 Dance Troupe'발레통'의 '햇살'이 개막 공연으로 선보인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07.04 23:02

민병록 전주영화제 집행위원장 사의

▶ 관련기사 14면전주국제영화제 민병록 집행위원장(62·동국대 교수)이 새로운 임기 개시 하루만에 2일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달 28일 영화제 조직위원회 이사회에서 연임에 성공했던 민 위원장은 최근 불거진 프로그래머 해임조치 논란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하겠다는 입장을 이날 영화제 공식 사이트를 통해 밝혔다.민 위원장은'전주국제영화제를 떠나며'라는 글을 통해 영화제 유운성 프로그래머의 해임과 관련해 화제에 더이상 부담이 되지 않기 위해 사의를 결심했다는 요지의 입장을 밝혔다.민 위원장은 "유 프로그래머의 해임을 두고 벌어진 논란은 본인과 구성원들에게 매우 힘든 시간이었으며, 영화제의 명예가 실추되는 것을 참담한 심정으로 바라보았다"고 전제한 뒤, "유 프로그래머의 해임 확정까지 결자해지 차원에서 지금까지 기다렸다"고 말했다. 영화제 이사회에서 3년 임기의 연임이 결정된 것으로 자신에 대한 정당성을 평가받았고, 유 프로그래머의 해임에 대한 이의제기 기한이 지나 관련 문제가 매듭지졌다고 본 것이다.10년간 영화제를 끌어온 민 위원장의 사퇴에 따라 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위원장 송하진)는 공모를 거쳐 후임 위원장을 선임할 것으로 알려졌다.

  • 문화일반
  • 김원용
  • 2012.07.03 23:02

나무가 써준 시

내 나이 스물일곱 살 무렵, 때는 봄날이었다. 마을 뒷산으로 올라가 500년 쯤 되는 당산나무 밑으로 갔다. 오래 전부터 당산제를 지내지 않고 있기 때문에 당산나무 밑에는 사람이 쉽게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이런 저런 나무들이 자라 있었다. 내 아름으로 서너 아름은 족히 될 나무를 올려다보다가 나무 밑을 보았다. 넓적한 바위 위에 예쁘게 생긴 어린 나무 하나가 눈에 띄었다. 다가가 자세히 보았더니, 2년 쯤 되는 어린 느티나무였다. 나는 무심코 살며시 잡아당겨 보았다. 어? 그런데 나무가 쑥 뽑혀버렸다. 나는 당황했다. 이걸 어떻게 하지? 나무를 그 자리에 놓아두고 집으로 돌아왔다. 잊고 지내다가 해가 질 무렵 갑자기 나무가 생각났다. 나는 산으로 뛰어 올라가 나무를 집으로 가져와 내 방문 앞 마당가에 심었다. 나무가 잎을 피우기는 했지만 시들거렸다. 나는 물도 주고 나무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작은 막대기로 지주도 세워주었다. 걱정을 하며 나무를 돌봐 주었더니, 나무는 자리를 잡았는지 잘 자라주었다. 정말 잘도 자랐다. 방문을 열면 나무는 늘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새봄을 알아차린 어린 나무가 새잎을 피워내는 모습은 내게 늘 경이였다. 가늘디가는 실가지로 어떻게 추운 겨울을 지내는지 봄이 되면 틀림없이 새잎이 돋아나 아침 햇살을 받았다. 나무가 내 키위로 자랐다. 어느 해 연두색에서 초록으로 건너 간 나무를 바라보고 있는데. 아니? 세상에 나뭇잎에 바람이 불자 나뭇잎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나뭇잎 부딪치는 그 부드럽고도 감미로운 박수소리를 나는 잊을 수 없다. 어느 때는 딱새가 빈 나무 가지에 날아와 앉아 울기도 했다. 나무가 지붕 가까이 자라자 달빛 받은 나무 그림자가 내 창호지 문에 어른거리기도 했다. 바람 없이 눈이 내린 아침이면 그 나무 가지에 눈이 소복소복 쌓여 있다가 내가 문을 열면 눈들이 허물어지기도 했다. 서리꽃이 피기도 하고 소낙비가 내리면 세상에! 나뭇잎에 소낙비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나무가 내 팔뚝 만하게 자랐다. 우리 집 지붕 높이만큼 자란 것이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걱정을 했다. 집안에 저렇게 큰 나무가 있으면 집이 치인다고 했다. 그랬다. 정말 큰 느티나무에 집이 치인 것을 나는 보았다. 이웃마을에 커다란 느티나무가 있었는데, 비바람이 몹시 불던 어느 해 느티나무 가지가 찢어져 느티나무 아래 있는 집이 폭삭 무너지는 것을 보았던 것이다. 어느 해 봄 퇴근 해 보니, 강가 언덕 조금 넓은 빈 터에 나무가 누워있었다. 태환이 형과 함께 나무를 그 곳에 심었다. 자리를 옮긴 나무는 잘 자랐다. 내가 나무를 귀하게 생각하며 보살피자 동네 사람들도 나무를 귀하게 대해 주었다. 우리 집 나무가 동네 나무가 되었다. 내 방문을 열면 바로 보이는 곳이었기 때문에 나는 우리 집 마당에서처럼 그 나무를 늘 보고 살았다. 그 나무에서 일어나는 봄여름 가을 겨울의 풍경이 아름다웠다. 아침저녁 밤 낮, 해 뜨고 달 지고, 새잎 피고, 단풍들고 잎 날리고, 눈 오고, 비오고, 바람 불고, 소쩍새가 날아 와 울며 그렇게 세월이 갔다. 나무에 동네 아이들이 올라가 놀고 어느 날부터 동네 사람들이 나무 아래로 들어와 쉬게 되었다. 여름이면 나도 나무 밑에 앉아 흘러가고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보았고, 달이 뜨면 내 그림자를 나무아래 숨기고 나무 밑을 서성이며 생각을 골랐다. 집을 떠나 어디 가서 잘 때도 그 나무는 늘 내 머리맡에 강물을 배경으로 서 있다. 나는 지금도 그 나무 아래에서 잠들고 잠을 깬다. 내 아름으로 한 아름으로 넘게 자라면서 나무가 말해주는 것을 받아 적은 글들이 많다. 내가 죽을 때까지 그 나무는 내게 시와 삶이 하나임을 가르쳐 줄 것이다. 바람 부는 날 그 나무아래 지날 때 마다 수많은 나뭇잎들이 치는 그 찬란하고도 아름다운 박수 소리. 내 인생. 나의 시. /본보 편집위원

  • 문화일반
  • 김원용
  • 2012.07.03 23:02

이런 '영화 성찬' 언제 또 차려질까

전북여성단체연합(공동 대표 박영숙 이윤애 조선희·이하 전북여연)이 여성 주간(7월1~7일)을 기념해 영화제'喜Her樂樂'을 연다.전북여연은 '여성'을 중심에 둔 '청소년','성형·외모','노동·성','88만원 세대, 노동'을 주제로 다양한 삶을 녹여낸 영화들이 선보인다. 6일 개막작'헤어드레서'(감독 도리스 되리)를 시작으로 7일 '간지들의 하루'(감독 이숙경), '100개의 다른 코'(감독 안드레아 도르프만),'낮과 밤'(감독 유은정),'고백'(감독 유지영), '레드 마리아'(감독 경순)와 폐막작'開청춘'(감독 여성영상집단 '반이다')으로 막을 내린다. 올해 상영작 성찬은 화려하다. 개막작'헤어드레서'는 '2010 베를린영화제'의 국제경쟁 부문, '2011 서울여성영화제' 개막작에 초청됐을 정도로 화제를 모은 작품. 별난 외모 덕분에 잘 나가는 미용실에 취직할 수 없는 싱글맘 카티를 내세워 유머러스한 서술법 속에 빈민·금융자본·이민정책까지 담아냈다.'제14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옥랑문화상'을 수상한 '간지들의 하루'는 집을 나와 쉼터'윙'(W-ing)에 사는 '청소녀' 승희 송하 은정이 입소와 퇴소를 반복하면서 벌어진 일상을 재치있게 담아낸 작품. '2010 뉴욕시단편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고 '2010 팜스프링국제단편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탄 '100개의 다른 코'는 성형외과 의사와 예술가가 신체적 결함을 특별함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보여준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주목을 모은다. 폐막작 '開청춘'역시 스물일곱의 경화가 20대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만난 방송국 막내작가 승희, 대기업 직장인 민희, 술집 직원 인식을 통해 88만원 세대의 출구 없는 삶을 보여준다. 역시 '2009 DMZ 다큐멘터리 영화제','제14회 광주인권영화제' 초청작. 영화 상영 뒤 여성영상집단'반이다'와 세대 공감 수다도 준비 돼 있다. 영화 소감문을 보내주면, 추첨을 통해 선물도 준다. 문의 063)287-3459.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07.03 23:02

'조직 공백' 내년 전주국제영화제 차질 우려

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유운성 프로그래머 해임 파문에 이어 민병록 집행위원장이 2일 돌연 사의를 표명하면서다. 지난달 28일 이사회에서 3년 임기의 집행위원장에 연임된 민 위원장이 임기 개시(1일) 하루만에 왜 전격 사퇴를 선언했을까. 민 위원장은 이날 전주국제영화제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유 프로그래머 해임과 관련해 논란을 빚은 것에 대한 책임이라고 스스로 밝혔다. 유 프로그래머에 대한 해임 조치는 정당했지만, 그로 인한 논란과 영화제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주기 위해 용퇴한다는 취지다.그는 여기서 '지난달 28일 조직위 이사회가 연임을 결정하면서 유 프로그래머의 해임 사유에 대한 정당성과 해임 절차의 적법성을 충분히 검증 받았다'며, '유운성 프로그래머의 복직은 다시 논의되지 않을 것이며, 자신의 연임이 전주영화제의 발전에 부담이 된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기에 떠나려 한다'고 적었다. 실제 민 위원장은 유 프로그래머의 해임에 따른 논란과 일부 부정적 여론을 의식, 이사회 이전에 사퇴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제 관계자는 연임 여부를 결정하는 이사회가 열리기 전 민 위원장의 사퇴 가능성이 70% 정도 된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민 위원장의 사임이 유 프로그래머 해임에 대한 깔끔한 정리와 함께 자신의 정당성을 인정받으면서 전주영화제의 명예 실추를 막기 위한 결단으로 이해하더라도, 이사회 승인까지 거친 뒤 사의를 표명한 것은 시기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영화제를 이끌어가는 중심에 있는 집행위원장이 자신의 정당성을 인정받기 위해 영화제를 볼모로 삼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그것이다.영화제를 중심에서 이끌어온 집행위원장 공석에 따라 당장 내부 공백도 우려된다. 새로운 공모절차를 거쳐 새 집행위원장 선임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수 밖에 없으며, 집행위원장 사퇴에 따른 집행부 전반도 흔들릴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실제 김 건 부집행위원장도 "영화제를 위해 어떤 방식이 제일 좋을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며 자신의 거취 문제로 고민 중임을 내비쳤다. 지난 10년간 수장으로서 전주국제영화제를 반석 위에 올려놓은 민 집행위원장, 핵심 프로그래머까지 빠진 상태에서 내년 영화제 준비도 차질이 예상된다. 올해 영화제가 치러진 뒤 2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지난 영화제에 대한 평가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데다, 핵심 인사들이 빠져 내년 영화제 준비가 차질없이 진행될 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특히 갈가리 찢긴 조직 내부를 추슬러야 하는 난제와 국내·외 영화계로부터 실추된 영화제의 이미지를 회복시켜야 하는 과제가 겹겹이 쌓여 있다.

  • 문화일반
  • 이화정
  • 2012.07.03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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