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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 시인의 ‘풍경’]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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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 作

지난 계절은 폭망입니다. 오자에 탈자, 띄어쓰기, 맞춤법 어느 것 하나 제대로인 게 없습니다. 하얗게 지워버리고 싶건만 눈이 내리지 않습니다. 하긴 겨울이라고 눈이 당연한 건 아니지요. 그래요, 세상 모든 것 당연하지 않다는 은유겠네요. 기다리던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아닙니다. 어제도 지니와 라라는 서로 꼬리를 잡겠다고, 잡히지 않겠다고 맴돌았건만 하늘의 구름은 그냥 흘러가 버렸습니다. 눈이 없으니 한해 끝머리에 내 발자국도 볼 수 없네요. 종종대며 얼마나 졸았는지, 또 얼마나 갈지자였는지 알 수 없습니다. 금세 누군가 덧밟고 지나가겠지만, 금세 지워져 버리겠지만 발자국조차 찍어 볼 수 없으니 나는 내가 아닌 걸까요? 손톱 끝 봉숭아꽃물이 첫사랑이라면 첫눈은 약속이지요. 어쩔 수 없이 모든 첫사랑의 또 한 페이지를 넘길 수밖에 없겠습니다. 세상의 모든 기차역도 썰렁할 거고요.    

산타클로스가 벽을 타고 오릅니다. 아하, 눈이 내리지 않았으니 썰매를 탈 수 없었겠지요. 그러니 크리스마스이브에 세상 다 돌지 못했겠지요. 새벽밥 짓느라 뜨거울 굴뚝 말고 벽을 타는 거겠고요. 화이트 크리스마스 아니라고 블랙 크리스마스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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