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6-04-21 22:58 (화)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권혁남 칼럼

[권혁남의 一口一言]진흙탕에 빠진 도지사 선거, 그래도 꽃은 핀다

권혁남(전북대 명예교수)

전북의 정치가 진흙탕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13일간의 목숨 건 단식을 통해 지방자치를 부활시킨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자서전 서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정치란 심산유곡에 핀 순결한 백합화가 아니라, 흙탕물 속에 피어나는 연꽃 같은 것이다.” 이름 석 자가 한국 민주주의의 역사인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말이 백번 맞다. 애초에 깨끗한 정치란 없다. 그러나 더러운 흙탕물 속에서도 아름다운 연꽃을 피워내는 게 또한 정치다. 

6·3 지방선거 민주당 경선을 막 끝낸 전북의 모습은 매우 참담하다. 도민들의 삶을 바꿀 미래 비전과 정책은 온데간데없고, ‘현금 살포’ ‘식사비 대납’ ‘경선 불복’ ‘무기한 단식’ ‘압수수색’이라는 부끄러운 말들만 넘쳐난다. 1960-70년대 선거 때마다 “막걸리로 홍수를 이루고 국수로 다리를 놓았던” 금권 선거 망령이 21세기에 되살아날 줄이야. ‘막걸리’와 ‘국수’가 ‘대리 운전비 현금 살포’와 ‘제삼자 식비 대납’으로 이름을 바꿔 다시 돌아왔다. 전국적인 조롱거리가 되어 전북인의 자존심이 심하게 생채기 났다.

지금 전북은 인구 감소, 청년 유출, 산업기반 약화 등 지역소멸이라는 절벽의 끝에 서 있다. 도민의 더 나은 삶을 위한 정책 마련에 단 1분 1초가 급한 황금 시간이다. 전북호 선장 선거에 발목이 잡혀 이 엄중한 시간을 맥없이 허비하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깝다. 갈등과 분열이 계속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도민에게 돌아간다. 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서는 이원택 후보의 당선을 최종적으로 확정하였다. 그러나 안호영 의원은 경선 무효를 주장하고, 이원택 후보의 식비 대납 의혹에 대한 재감찰을 요구, 단식으로 맞서고 있다. 김관영, 안호영, 이원택 세 사람은 도민들이 애써 키워온 전북의 소중한 자산이다. 도민은 누구 하나도 잃고 싶지 않으려 한다. 세 사람이 함께하면 서로가 빛나고 전북도 비상한다, 그러나 분열하면 세 사람도 죽고, 전북도 소멸한다. 

경선 승리한 이원택 후보, 실패한 안호영 의원, 아예 컷오프된 김관영 지사에게 똑같은 말을 들려주고 싶다. 인간 만사 새옹득실(塞翁得失). 지금의 승리가 영원한 승리가 아니며, 오늘의 좌절이 결코 끝이 아니다. 한국 정치사에서 김대중만큼 부침을 많이 겪은 인물이 또 있을까. 김대중은 좌절할 때마다 개인의 상처보다 국민의 이익을 먼저 헤아렸다. 김대중은 자서전에서 “정치는 최선이 아니면 차선을, 때로는 최악을 피하기 위해 차악을 택해야 하는 현실의 예술이다. 정치인이란 현실을 살펴 미래를 향한 진리를 구하는 것이지 진리만 붙들고 현실을 도외시하면 안 된다”고 하였다. 장자는 ‘대붕의 비상’을 노래했다. 작은 새는 시도 때도 없이 이곳저곳으로 쉽게 날갯짓하지만, 대붕은 큰바람이 올 때까지 묵묵히 기다린다. 그래야 구만리를 날아오를 수 있다. 

도민은 결코 투미하지 않다. 누가, 무엇이 옳은지는 물론이고 정치인의 셈법, 속내까지 훤히 알고 있다. 도백 자리가 어디 세 사람만의 전유물이던가. 사태가 오래가면 주인인 도민들이 세 사람 모두를 내치고 새로운 인물을 찾을 수도 있다. 역사는 언제나 냉혹했다. 갈등과 불신으로 분열한 공동체는 모두가 쇠락했다. 전북을 대표하는 정치인들이 진흙탕 싸움을 멈추고 손을 맞잡는다면 더 단단하고 화려한 연꽃을 피워낼 수 있다. 그래야 세 사람도 살고, 전북이 산다. 그 연꽃은 도민의 희망이고, 전북의 미래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