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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김근혜 동화작가- 윤일호‘거의 다 왔어!

“아직 멀었어?” “거의 다 왔어!” 산에 오르면 으레 묻는 말과 이 물음에 답하는 말이다. 다 왔다고? 그러나 말과 다르게 정상은 요원하고 숨은 더 거칠어진다. 몸이 부서지기 일보 직전. 화가 치밀고 당장 포기하고 싶지만, “거의 다 왔어”라는 반복에 천근만근 발을 들어 올린다. 그렇게 기대와 실망을 반복하면 그토록 갈망했던 정상. 산꼭대기에 오르는 기적을 경험한다. 윤일호 작가의 동화 『거의 다 왔어』에도 하얀 거짓말에 속으며 지리산을 종주하는 용감무쌍한 아이들이 나온다. 행복초등학교 학생들이다. 주인공 지호는 엄마의 막무가내 결정으로 수원에서 진안 행복초로 전학을 온다. 이 학교는 매년 고학년을 지리산 종주에 참여시키는 곳. 산악 학교도 아니고, 힘들게 지리산에 왜 오르나 싶어 지호는 불만이 가득하다. 게다가 “편하게 자라서 등산을 시킨다.”라는 말에 뾰족한 마음이 솟는다. 왜 편하게 자라면 안 되고 고생을 해 봐야 하느냐, 하면서 말이다. 정말 고생해 봐야 성장하는 걸까? 고생을 모르고 자라야 나중에도 고생스럽게 살지 않는다는 말도 있는데, 그렇다면 굳이 고생할 필요가 있을까? 고생을 모르고 자랐다고 해서 인내심과 도전정신이 부족할까? 이런 질문에 다양한 의견이 나오겠지만, 행복초 ‘킹콩샘’이라면 이렇게 대답했을 것이다. 고생은 자기 내면을 정면으로 바라볼 기회다. 자기 한계를 알고 그것에 부딪혔을 때 나오는 태도와 생각을 바라보며, 나란 사람을 더 잘 아는 계기가 된다. 더불어 고생은 남과 다른 경험의 누적으로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고, 타인과 어울리는 법, 조율하고 타협하는 방법을 알아 가는 과정이라고. 그러니 고생은 단순히 힘듦이 아니라 자기를 이해하는 성장 포인트라고 말이다. 결국, 지호는 지리산 등반을 위한 준비 운동에 돌입했다. 체력을 키우기 위해 틈날 때마다 엄마와 걷기 연습을 하고, 킹콩샘에게 밥 짓는 법을 배운다. 연습 등반으로 운장산에 오르다가 큰 위기에 처하기도 한다. 드디어 지리산에 가는 날. 지호의 걱정과 떨림이 고스란히 전해질 정도로 작품의 시작부터 긴장이 느껴졌다. 동시에 지호가 무사히 산에 오를 수 있을까? 어떤 사건이 지호를 가로막을까? 산에서 사고가 나면 어쩌지? 밥은 제대로 먹을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꼬리를 물었다.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빨라졌다. 지호를 쫓았고, 지호와 함께 산에 올랐다. 힘에 벅찬 지호가 걸음을 멈출 때면 호흡도 함께 멈췄다. 친구들과 초콜릿바를 먹으며 쉴 때는 같이 배가 고프고 입에 침이 고였다. 너무 힘들어서 자기도 모르게 욕하며 눈물 흘리는 장면에서는 토닥이고 싶어졌다. 등산을 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지호를 격려하고 위로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 동화는 진안 장승초의 사례를 바탕으로 한다. 작품 속 킹콩샘은 윤일호 작가 본인이다. 작가는 살아있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아이들에게 노동의 가치와 고생의 참 의미를 경험케 하는 다양한 활동을 한다. 진짜 교육은 인생의 희로애락이라는 여러 경험으로 자신을 알아가고 타인을 이해하며 나를 둘러싼 사회를 더욱 아름다운 곳으로 만드는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 가능한 일이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6.02.25 19:50

“기술의 주인은 모두여야 한다"…네이선 슈나이더 신간 ‘모두에게 모든,’

우리가 매일 접하고 있는 AI(인공지능)와 플랫폼 서비스는 과연 누구의 것일까? 거대 기업들이 쌓아올린 디지털 성벽 안에서 개인의 데이터와 권리가 소외되는 오늘날, 인류학적 해법을 통해 기술의 소유 구조를 근본적으로 뒤집는 제안이 나왔다. 플랫폼 협동주의의 가능성을 집요하게 추적해온 네이선 슈나이더의 신간 <모두에게 모든,>(도서출판 기역)은 소수의 전유물이 된 기술을 다시 공동체의 자산으로 되돌리고 기술 종속에서 벗어나 인간다운 삶을 회복하는 여정을 담고 있다. 저자는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기술적 화려함 뒤에 가려진 데이터 독점과 알고리즘 지배라는 구조적 결함을 날카롭게 짚어낸다. 그는 “우리는 왜 매일 사용하는 기술의 운영에서 배제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현재의 플랫폼 경제가 심각한 불평등을 양산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기술 민주주의’와 ‘공유자산’을 제안한다. 저자는 과거 수도원의 공동체 생활부터 현대의 협동조합, 최신 블록체인 기술까지 훑으며 함께 관리하고 나누는 문화가 AI 시대의 독점을 깨뜨릴 열쇠라고 강조한다. 특히 멕시코 사파티스타 운동의 정신인 “모두에게 모든 것을, 우리에게는 아무것도”라는 정신을 빌려와 디지털 독점을 깨뜨릴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한다. 대기업이 수익을 독점하는 대신 노동자와 이용자가 주인이 되어 운영권을 갖는 새로운 플랫폼 모델이 하나의 사례다. 또한 기술 소외로 사라져가는 지역사회를 살리기 위해 공동체가 직접 기술 인프라를 관리하고 자생력을 키우는 방안도 구체적으로 담아냈다. 김아영 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 소장은 추천글에서 “진짜 공유경제로 가는 통로”라며 “그 어느 때보다 협동조합의 국면 전환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기에 이 책은 넓고, 더 깊게 협동하는 방법에 대한 상상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저자 네이선 슈나이더는 미국 콜로라도대학교 미디어학부 교수이자 저널리스트다. 그동안 <거버너블 스페이스> <고맙습니다,이나키> 등을 펴냈다. 한국어판 번역에는 사회학과 행동경제학, 사회연대경제 등 각 분야에서 공동체와 불평등 문제를 연구해온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김재우 전북대 교수와 이재민·한동숭 전주대 교수, 허문경 우석대 교수 등은 그동안 현장에서 쌓아온 사회연대와 지역재생의 경험을 바탕으로 슈나이더의 통찰을 한국사회의 맥락에 맞게 풀어냈다. 박은 기자

  • 문학·출판
  • 박은
  • 2026.02.25 17:58

스승의 시심과 철학 담은 유고 시집 ‘언제나 어제는 내일’

고 김형진 작가의 시 세계를 모은 유고 시집이 출간됐다. 평생 교육자로 살아온 그의 삶과 문학 정신을 기리는 시집<언제나 어제는 내일>(북매니저)에는 생전 남긴 시 약 50편이 담겼다. 김 작가는 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며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언어와 글을 통해 인간과 삶을 이해하도록 제자들을 이끈 인물로 기억된다. 교직을 떠난 뒤에도 수필 동인인 순수필동인 회원들을 지도하며 문학적 사유의 깊이를 강조했다. 그가 자주 강조했던 말은 “인간을 향한 집요한 사유와 문학성, 철학성, 예술성이 어우러질 때 작품의 깊이가 완성된다”였다. 동인들은 그의 가르침 아래 문학이 왜 아름다워야 하는지, 왜 진실을 향해야 하는지를 배웠다고 회고한다. 그의 작품 세계는 단어 하나, 문장 한 줄에도 본질을 묻는 태도가 담겨 있으며, 끊임없는 성찰을 요구하는 특징을 보인다. “걸어도, 걸어도 제자리입니다./ 어제도 걷고, 오늘도 걸었는데 제자립니다./ 달려도, 달려도 제자리입니다./ 재작년에도 달리고, 올해도 달렸는데 제자립니다./ 구덩이에 빠져 헛바퀴만 돌리는/ 흙탕물 흩뿌리며 헛바퀴만 돌리는/ 자동차를 본적이 있습니다./ 이제 그만, 이제 그만/ 앞을 막는 헛것들 제치고/ 나아가야 하는데 말입니다”(시 ‘공회전(空回轉)’ 전문) “자고 일어나보니 꽃이 졌다./ 어제까지 향기 뿜던 자태 간곳없다./ 하양, ᄈᆞᆯ강, 노랑/ 바닥에서 시들어 간다./ 내려다보는 태양/ 숨을 고른다./ 꽃이 진 자리/ 이슬로 맺힌 방울방울/ 진주 되어 쏟아진다./ 천년을 불어온 바람이 봄을 앗아가도/ 천년을 피어 온 꽃은 피고 또 피는데/ 이슬 한 방울 맺지 못한/ 나의 봄날은 간다.”(시‘봄날은 간다’ 전문) 이처럼 이번 시집에 수록된 작품들은 삶의 무게와 사유가 응축된 언어로 독자에게 다가온다. 시 ‘공회전’과 ‘봄날은 간다’ 등에는 지나간 시간과 다가올 시간 사이에서 성찰하는 인간의 고독과 희망, 삶의 아름다움과 슬픔이 고스란히 담겼다. 신영규 순수필동인 회장은 발간사를 통해 “선생님께서 우리 곁을 떠나신 지도 벌써 1년이 돼 간다”며 “함께 글을 읽고 문학을 이야기하던 시간이 멈춘 듯한 허전함이 아직도 남아 있다”고 밝혔다. 이어 “비록 육신은 떠났지만 정신과 문학은 여전히 살아 있다”며 “시집을 펼치는 순간 우리는 선생님과 다시 만나게 된다. 이번 시집이 오늘의 독자와 다음 세대까지 이어져 사라지지 않는 숨결로 오래 살아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전현아 기자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6.02.25 17:57

“새만금에 문화예술의 날개를”…새만금문화예술협회 공식 출범

새만금문화예술협회는 21일 군산 리츠플라자호텔에서 김철규 이사장 취임식과 종합문예지 ‘새만금문학’ 창간호 출판 기념식을 갖고 공식 출범을 알렸다. 이날 행사에는 송하진 전 전북도지사, 김의겸 새만금개발청장, 윤석정 전북일보 사장, 문효치 전 한국문인협회 이사장, 문승우 전북도의회 의장, 김남곤 시인, 류희옥 시인, 소재호 전 전북예총 회장, 조미애 새만금문학 편집주간, 김사은 새만금문학 편집장, 백학기 영화감독, 이형구·양병호·김인남·김옥녀·유인실 시인 등 10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김철규 새만금문화예술협회 이사장은 취임사에서 1978년 전북일보 기자 시절 서해안 대단위 간척사업의 필요성을 최초로 보도하며 시작된 새만금과의 깊은 인연을 회고했다. 김 이사장은 “그동안의 새만금은 국가주도의 경제산업이라는 한쪽 날개로 추진되어 왔다면 이제는 문화예술이라는 또 다른 날개를 달아 세계 만방에 새만금을 제대로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창간호인 ‘새만금문학’에 대해 “지난해 9월부터 군산과 익산 문인들이 의기투합해 전국 230여명 작가의 옥고를 650페이지에 담아낸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김 이사장은 향후 협회를 사단법인화하여 전국의 예술인이 참여하는 열린 광장으로 만들고, 오는 7월 발행할 새만금문학 2호를 영문판으로 제작‧배포해 새만금을 K-문화의 전진기지로 알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날 축사에서는 ‘새만금문학’의 역할에 주목하며 아낌없는 격려와 조언이 이어졌다. 김의겸 새만금개발청장은 “새만금이 불도저 소리만 들리는 개발현장이 아니라 자연과 인간이 친구가 되어 살아가는 이야기가 담긴 보석상자가 되길 바란다”며 “새만금과 문학을 사랑하는 이들의 소통창구로서 문예지가 오래도록 지속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문효치 전 한국문인협회 이사장은 “군산에 메이저급 종합문예지가 탄생한 것은 한국 문단의 경사”라며 “김 이사장이 문학으로 귀환해 이토록 번듯한 잡지를 창간한 것은 매우 지혜로운 결정”이라고 격려했다. 그러면서 “새만금개발청에서도 문학의 자존심을 살려줄 수 있는 상징적인 지원을 통해 문화예술의 토양을 닦아주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송하진 전 전북도지사는 새만금의 가치를 상상력의 관점으로 역설했다. 송 전 지사는 “새만금은 한민족 최고의 상상력이 실현되는 보고이자 거대 프로젝트”라고 정의하며 “앞으로 (새만금) 특별회계 설치 같은 본질적인 과제가 해결되어 새만금 문학이 대한민국 전체에서 화려하게 꽃피우길 바란다”고 힘을 실었다. 윤석정 전북일보 사장은 김 이사장의 헌신적인 행보에 깊은 지지를 보냈다. 윤석정 사장은 “김철규 이사장은 1991년 정부 TF 구성 전부터 새만금에 헌신해 온 인물”이라고 강조하며 “새만금에 대한 깊은 애정과 진정성이 담겼기에 ‘새만금문학’이라는 이름이 더욱 각별하고 의미가 깊다”고 축하 인사를 전했다. 소재호 전 전북예총 회장은 이번 창간호를 “시대의 정신을 엮어낸 중요한 기록”이라고 평가했다. 협회는 전국적인 문학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지역 문화자산 발굴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박은 기자

  • 문학·출판
  • 박은
  • 2026.02.22 16:16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최기우 극작가-‘완주, 중년 희곡’

좋은 예술 작품은 가까이에서 뜬금없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완주군에 사는 중장년 열세 명이 쓴 열세 편의 희곡이 실린 『완주, 중년 희곡』(2025). 이 희곡집은 작년 9월과 10월 (재)완주문화재단 복합문화지구 누에가 진행한 중장년 인문프로그램 ‘2막학교: 인생은 아름다워’의 결과물이지만, 여느 창작집 못지않은 패기와 진정성을 갖추고 있다. 창작에 나선 중장년들에게 희곡은 낯선 장르였고, 컴퓨터는 어려운 도구였다. 하지만 참가자들은 23회의 정규 강의에서 희곡을 읽고 쓰며 지난 삶을 돌아보고 새 희망을 품었다.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은 참가자는 구술과 수기로 이야기를 짜냈다. 멘토로 함께한 네 명의 작가와 전화와 메일, 모바일 메신저로 소통하며 작품 속 사건을 수정했고, 대사를 주고받았다. 동화·수필·시나리오로 먼저 쓴 뒤 각색하거나 다큐멘터리·라디오드라마 등을 떠올리며 작품을 썼다. 퇴고까지 마치고 최종 제출한 희곡은 열세 편. 대부분 20분∼30분 분량으로 짧지만, 일상에서 찾은 지혜와 성찰이 글쓴이만의 감각으로 표현돼 있다. 인생의 활력이 될 그리움과 무한한 상상도 담겼다. 이연옥의 「빨강 구두」에는 설렘을 찾아 추억을 더듬는 중년 여성들의 푸진 상념이 생생하고, 이용현의 「마라톤은 팀플레이」에는 대회에 참가한 마라토너들의 우정과 집념이 치열하다. 각각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정은아의 「나는 문제없어」와 안채령의 「담치기」는 감나무와 도마뱀을 매개로 아름답고 신비한 세계를 펼쳐놓았다. 완주군의 역사·문화 자원도 풍성하다. 완주 출신 명창 권삼득(1771∼1841)과 완주에서 말년을 보낸 서예가 이삼만(1770∼1847)의 삶을 교차시킨 오영란의 「완주의 두 예인」과 이서면 앵곡마을을 배경으로 한 고전을 지금의 정서에 맞게 각색한 유향덕의 「팥쥐 콩쥐」가 대표적인 예다. 김정연의 「완주 음식 유람」과 김송화의 「생강생강해」는 13개 읍면의 특산물로 걸판진 이야기 한 상을 차려놓았다. 중장년들이 제일 많이 쓴 글감은 가족이다. 박미희의 「창밖의 빛」은 중학생 아들과의 벽을 허물기 위해 청소년상담센터 상담사와 대화하다 오히려 자신을 치유하는 인물이 등장하고, 주용식의 「핑계가 되지 않게」는 고등학생 아들과 갈등하다 자기 청소년 시절을 떠올리며 서툴렀던 부자(父子) 관계들을 깨닫는 서사가 중심을 이룬다. 이덕례의 「맞선」은 결혼에 관심 없는 딸을 두고 벌이는 부부의 티격태격과 화해를 맛깔난 대사로 들려주고, 이남례의 「울 엄마의 꽃날」은 60대 딸이 소개하는 정 많은 94세 엄마의 소소한 인생 여정을 흥미진진하게 그렸다. 선태백의 「10년 후에 우리는」은 크고 작은 역경을 이겨낸 후 중년에 찾아온 ‘두 번째 사랑’과의 소박하고 행복한 상상을 풀어냈다. 간질간질한 하루하루를 만끽하고 싶은 마음이 진솔한 고백에 녹아 있다. 세상에 나온 희곡들은 ‘누구나 서툴다’라는 한계를 인정하고, ‘그래도 도전한다’라는 명제를 실천한 패기의 결과물이다. 이 작품들이 더 많은 사람에게 읽히고, 여러 무대에 오르기를 바란다. 아쉬운 것은 판매용으로 제작되지 않았기에 완주·전주 지역 일부 도서관과 관공서에서만 찾아 읽을 수 있다는 것. 그래도 독특한 재미와 특별한 의미를 갖췄으니, 독자와 관객의 만족도는 최상일 것이다. 최기우 극작가는 2000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소설)로 등단했다. 희곡집 『상봉』, 『춘향꽃이 피었습니다』, 『은행나무꽃』, 『달릉개』, 『이름을 부르는 시간』, 어린이희곡 『뽕뽕뽕 방귀쟁이 뽕 함마니』, 『노잣돈 갚기 프로젝트』, 『쿵푸 아니고 똥푸』 등을 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6.02.18 18:29

고비와 절규를 넘어 발화한 시학⋯김종빈 시조집 ‘꽃으로 온 절규’

고비와 절규의 시간을 지나 길어 올린 언어가 한 권의 시조집으로 묶였다. 김종빈 시인의 시조집 <꽃으로 온 절규>(신아출판사)가 출간됐다. 이번 시집은 노동 현장과 삶의 굴곡 속에서 체득한 감각을 시조 형식으로 형상화하며, 개인의 경험을 넘어 시대와 사회를 비추는 서정을 담아낸 것이 특징이다. 시인은 기능직 노동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인문학의 길로 방향을 바꾼 이력의 소유자다. 산업화 시대의 현장을 몸으로 통과한 경험은 그의 작품 세계 전반을 관통하는 중요한 자산이 됐다. 시집에는 공사 현장, 노동의 감각, 세대의 기억 등이 녹아 있으며, 기술적 언어와 일상의 서정이 교차하는 독특한 질감을 형성한다. 이는 단순한 노동 체험의 기록을 넘어 삶을 바라보는 시인의 시선을 드러내는 장치로 작동한다. 해설을 맡은 정용국 한국시조시인협히 이사장은 김 시인의 작품에 대해 “담담한 목소리로 자신의 시 세계를 구축해 왔다”고 평하며, 화려한 수사보다 삶의 현장에서 길어 올린 체험적 언어가 지닌 힘을 강조한다. 실제로 작품 ‘잡부’, ‘수평을 꿈꾸며’ 등에는 직업과 노동을 둘러싼 사회적 편견, 균형과 평등에 대한 사유가 자연스럽게 스며 있다. 건축 현장에서의 ‘수평’ 개념을 사회적 가치로 확장해 해석하는 시선은 그의 시조가 지닌 현실 감각을 잘 보여준다. 시집 전반에는 절규와 서정, 역사적 기억과 개인의 체험이 뒤섞이며 다양한 삶의 풍경이 펼쳐진다. 특히 표제작 ‘꽃으로 온 절규’와 ‘꽃들의 말’ 등에서는 고통의 시간을 지나 피어나는 생명의 이미지가 따뜻하게 형상화되며, 절규마저 아름다운 꽃으로 승화되는 순간을 보여준다. 충남 안면도 출생인 그는 전북기계공고와 원광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그는 이호우시조문학상 신인상·전북시조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현재 한국시조시인협회 부이사장, 가람기념사업회 상임부회장, 전북시조시인협회 이사, 율격 동인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전현아 기자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6.02.18 17:11

세계를 보는 관록의 눈⋯박영삼 시인, ‘징검다리 건너’

세월이 쌓이며 만들어지는 시선의 깊이는 예술가의 언어를 더욱 단단하게 만든다. 박영삼 시인이 펴낸 두 번째 시집 <징검다리 건너>(문예연구)는 오랜 시간 축적된 삶의 경험과 사유가 만들어낸 ‘관록의 풍경’을 담아낸 작품집이다. 자연과 사물, 문명과 공간을 가로지르며 인간과 세계의 관계를 성찰하는 시편들은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을 남긴다. 시인은 오랜 기간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쳐 왔으며, 사진작가로도 활발히 활동해왔다. 개인전 11회와 국제단체전 참여, 사진집 출간 등 시각예술 분야에서의 이력은 그의 시 세계를 이해하는 중요한 배경이 된다. 실제 풍경을 기반으로 한 시적 장면이 많은 이유 역시 사진가로서 체득한 관찰의 태도와 무관하지 않다. 현실의 장면은 시 속에서 다시 관계의 언어로 전환되며, 존재와 시간의 의미를 사유하는 장으로 확장된다. 시집은 4부로 구성됐다. 1부 ‘시간의 형상’에는 바람의 재주, 뿌리의 유전, 청보리 소식, 모내기 날, 장마, 여름밤, 이상한 시간, 연의 겨울, 하지, 된장찌개 등 자연의 순환과 계절의 흐름 속에서 생명의 질서를 탐색하는 작품들이 실렸다. 시인은 자연을 단순히 바라보는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 인식하며 인간과 자연의 경계를 허문다. 사계절의 순환 속에서 드러나는 질서는 삶을 받아들이는 태도로 이어진다. 2부 ‘것들 1’에서는 사물과 생명체가 시적 주체로 등장한다. 소나무, 양말, 꼬막 이야기, 옥수수밭에서, 고구마, 나팔꽃 등 일상적 대상들이 인간의 삶과 관계 맺으며 존재의 의미를 드러낸다. 특히 표제작 ‘징검다리 건너’는 삶의 경계를 건너는 행위를 상징하며 절망과 희망을 잇는 매개로 읽힌다. 사소한 사물 속에서도 윤리와 생명의 온기를 발견하는 시인의 태도가 두드러진다. 3부 ‘것들 2’에서는 시선이 현대 사회와 문명으로 확장된다. 저울, 일회용 컵, 휴대전화와 새 운명, 비누의 세상, 청바지 유행 등은 소비와 기술, 욕망의 시대를 반영하면서도 사물 속에 깃든 생명성과 윤리적 태도를 탐색한다. 시인은 문명을 비판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인간과 사물이 공존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질문한다. 4부 ‘자리’는 공간과 기억의 풍경을 통해 시인의 내면 여정을 보여준다. 고산 휴양림, 마곡사, 한벽당, 오목대, 전주향교의 봄, 모악의 소리 등 실제 장소를 배경으로 자연과 역사, 개인의 기억이 교차한다. 공간은 단순한 배경을 넘어 시간과 정신이 축적된 장소로 제시되며, 시인은 그 속에서 존재의 근원을 탐색한다. 시인의 말에서도 이러한 세계 인식이 드러난다. 그는 청소년 시절부터 써 온 안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며, 동시에 ‘마음 안경’으로 내면과 세계를 함께 들여다보았다고 고백한다. 지나온 일과 다가올 일, 아직 알 수 없는 시간들을 두 개의 시선으로 바라본 경험을 시로 옮기는 과정이 스스로에게 위로가 됐다는 것이다. 또한 “세월의 징검다리를 건너면 새로운 무엇이 기다리고 있으리라는 희망”이 삶의 의미를 더한다고 밝히며 이번 시집을 세상에 내놓았다. 군산 출생의 박영삼 시인은 충남대학교 대학원 화학과에서 이학박사 학위를 받고 호원대학교 공업화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2022년 ‘시선’으로 시 등단, ‘문예연구’로 수필 활동을 시작했으며 2023년 문예연구회 신인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전북시인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전현아 기자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6.02.18 17:11

삶의 성찰과 따뜻한 위로 담은 양해완 시집 ‘여기쯤에서’

양해완 시인이 맑고 청아한 언어로 삶의 의미를 노래한 시집 <여기쯤에서>(제이비출판사)를 상재했다. 이번 시집은 내면의 생을 관조하는 깊은 성찰을 통해 인간주의의 존엄성을 표방하며 소시민의 평범한 일상 속에 담긴 가치를 단정한 언어로 그려내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시집은 총 5부로 구성됐다. 1부 ‘너와 함께한 모든 순간이 눈부셨다’, 2부 ‘눈물 나도 괜찮다’, 3부 ‘어머니의 이름보다 더 따뜻한 말은 어디에도 없다’, 4부 ‘어디든 떠날 수 있으면 좋겠다’, 5부 ‘아직도 사랑이 남아있다’ 등 각 장은 이별과 만남, 가족애와 그리움이라는 보편적 서사를 섬세한 서정 속에 담아냈다. "아련하고 행복했던/ 기억들을 남기고/ 울긋불긋 단풍길 따라/ 가을은 떠났다/ 보내야 또 온다는 것을/ 당신과 나는 안다/ 돌이켜 보면/ 우린, 언제나/ 늘 누구와 이별을 하면서 살아왔다/ 오래전, 아주 오래전/ 추억들이/ 하늘에 수없이 떠 있다”(‘추억’ 전문) 양해완 시인은 수록작 ‘추억’을 통해 이별로 화법을 마감하지 않는다. 다시 오고 다시 만나는 ‘회자정리 거자필반’의 순환 이법을 제시한다. “보내야 또 온다는 것을 당신과 나는 안다”는 시구처럼 시인은 삶의 이별을 새로운 만남으로 가는 과정이라고 해석했다. 소재호 문학평론가는 서평에서 “실존적 자아 확립을 위한 골똘한 사유가 시 편편의 내면에 자리 잡고 있다”며 “인생의 전반을 성찰하거나 평범한 일상에 가치를 얹어 맑고 청정한 정서를 곱게 가꾸는 전형적 서정시”라고 평가했다. 시인은 2005년 <문예사조>로 등단한 이후 전북문인협회, 전주문인협회, 김제문인협회 이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세계가나안운동본부 전라북도지부장을 맡고 있으며 저서로는 <오늘 어머니를 만나면> <그대는 내 영원한 그리움> <어머니의 눈물> 등이 있다. 박은 기자

  • 문학·출판
  • 박은
  • 2026.02.18 17:10

다정함의 마법, 동화 ‘코코의 선물’이 전하는 따뜻한 위로

초등학교 1학년 선우에게는 누구에게도 말 못할 커다란 비밀이 있다. 학교에서 배우는 글자를 읽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글자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던 소년이 아기고양이 ‘코코’를 만나 겪는 따뜻한 변화를 담은 동화 <코코의 선물>(책고래)이 세상에 나왔다. 송경자 작가는 아이가 반려동물과 교감하며 스스로 세상 밖으로 걸어 나오는 과정을 다정한 시선으로 그려낸다. 엄마의 부재로 적막함이 감돌던 선우의 집은 이제 아기 고양이 코코를 새 식구로 맞이하며 비로소 생기를 되찾기 시작한다. 선우는 코코와 함께 놀며 누군가를 돌보는 행복을 배운다. 코코의 이름을 불러주는 일은 자연스레 글자에 대한 호기심으로 이어지고, 아빠가 집안 곳곳에 붙여둔 낱말들은 선우에게 즐거운 ‘보물찾기’ 놀이가 된다. 글자는 이제 두려운 대상이 아니라, 코코에게 마음을 전하는 소중한 연결고리가 된 것이다. 평화로운 일상도 잠시, 코코가 갑자기 사라지며 위기가 찾아온다. 선우는 코코를 찾기 위해 온 가족과 동네를 누비며 생애 첫 전단지를 직접 만든다. 이 과정에서 서먹했던 아빠, 형과 마음의 거리를 좁히게 되고 마침내 다시 만난 코코는 선우에게 글자 실력보다 값진 ‘나도 할 수 있다’는 단단한 자신감을 선물한다. 동화는 성장의 해답을 단순한 교육이나 훈련이 아닌 따뜻한 ‘관계’에서 찾는다. 아이를 변화시키는 진짜 힘은 일방적인 가르침 이전에 가만히 곁을 지켜주는 다정함과, 작은 성취를 함께 기뻐해주는 어른들의 믿음에 있다는 것을 섬세한 문장으로 전달하고 있다. 이러한 서사는 작가의 실제 고민과도 맞닿아 있다. 송경자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밤낮없이 교대 근무를 하는 아빠와는 자연스럽게 대화가 줄었고, 엄마의 부재 속에서 집은 늘 조용했다”며 “서로를 사랑하지만 마음이 닿지 않는 오늘날 많은 가정의 모습을 이야기 안에 담고 싶었다”고 밝혔다. 현재 아동복지교사로 활동하며 현장에서 아이들과 깊이 소통하고 있는 송 작가는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을 문학적 자양분 삼아 집필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저서로는 그림책 <마술떡> 동시집 <바람 타는 우산> 공저 동시집 <똥방귀도 좋대> 등이 있다. 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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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은
  • 2026.02.18 17:09

바람이 건네는 기별에 귀를 기울이다…김흥부 시집 ‘귀띔’

김흥부 시인이 네 번째 시집 <귀띔-바람 벗이 속삭이듯>(이랑과 이삭)을 펴냈다. 자연의 흐름을 인간의 삶과 연결해 나직한 목소리로 풀어낸 이번 시집은 시인의 문학적 성찰이 집약된 결과물이다. 총 8부로 구성된 시집 전반을 관통하는 정서는 타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경청’과 그 과정에서 얻는 따뜻한 ‘위로’다. 시인은 스쳐 지나가는 바람을 다정한 벗으로 불러내고 그가 나직하게 건네는 작은 기별을 ‘귀띔’이라는 섬세한 시어 속에 정성껏 담아냈다. “새벽 골목 전깃줄에/ 작은 날갯짓들이/ 조회를 하고 있다// 무슨 일이니, 반갑다// 올해는 날씬한 날갯짓도/ 잠깐잠깐 포즈 남기고/ 너희들도 그림자도 없어/ 벼 익은 논에 외로운/ 허수아비였지//혹시, 들녘에 곳간이 가득한가/ 골목에 소독차량이 자주 운행해/ 나비나 잠자리가 없어/ 너희들이 멀리 이사를 간 줄 알았다// 자주 만나서 소통하기 바란다”(‘날갯짓 만남 힘들어’ 전문) 시인은 소란스러운 현대사회에서 잊히기 쉬운 작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이를 통해 내면의 평온을 찾으려는 의지를 작품 곳곳에 투영했다. 시집에는 사계절의 변화와 그 속에서 발견하는 생명의 경이로움, 그리고 삶에 대한 철학이 담백한 문체로 녹아 있다. 이재숙 시인은 평설에서 “시인이 머물면서 같이 공유하고 이웃하는 사람들과 새들, 그리고 벼 이삭과 꽃과 구름이 이미 시인의 가족이고 친구가 되었다”며 “그의 시선이 머무는 장소와 사물은 은유와 환유의 시적 지위를 획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끝없는 배움과 베풂 그리고 새 한 마리도 놓치지 않고 살펴보는 따뜻한 사랑의 마음이 담겨 있다”고 덧붙였다. 장수 출생인 저자는 문예지 ‘수필과비평’을 통해 등단했고, 수필집 <무지개를 경작하는 촌로> <노을의 끼 보듬기>와 시집 <바람이고 싶다> <양지에 서다> 등을 출간했다. 열린시문학상과 장수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현재 한국문인협회 장수지부지회장과 행촌수필문학회 등에서 활동하며 지역 문학 발전에 힘쓰고 있다. 박은 기자

  • 문학·출판
  • 박은
  • 2026.02.18 17:09

정읍 칠보 유무형 문화유산 백과사전⋯㈔정읍문화유산연구회, ‘하늘과 땅과 사람과’ 출간

㈔정읍문화유산연구회가 정읍시 칠보면의 문화유산을 조사한 책자 <하늘과 땅과 사람과>(소담기획)을 펴냈다. 2023년 정읍시 보조금을 지원받아 실행한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완한 이번 책은 정읍시 칠보면의 연혁으로 문을 연다. 칠보는 통일신라 말 태수로 부임에 선정을 베푼 고운(孤雲) 최치원의 생사당에서 시작된 유네스코 등재 세계유산 ‘무성서원’이 있는 곳으로 옛 지명은 고현(古縣)이다. 책은 문화유산의 의미부터 천 년 전에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칠보에 산재한 유무형 문화유산을 망라하고 있다. 천년 흔적 ‘무성서원’, 불우헌(不憂軒) 정극인(丁克仁)의 ‘고현동향약’, 소고당 고단의 ‘고현 팔경’,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행한 박잉걸까지 세계유산부터 이름 없는 산중 암자까지 소개한다. 또 책에는 많은 자료사진과 함께 수필처럼 풀어 쓴 글이 수록돼, 독자들의 이해도를 한층 높였다. 사진은 이흥재 정읍시립미술관장이 글은 안성덕 시인이 맡았다. 안성덕 정읍문화유산연구회 이사장은 “이번 책자는 칠보가 왜 ‘태신선비문화’의 중심지인지 보여주는 자료”라며 “현재 거주 주민은 물론 출향민들에게도 자긍심과 애향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문화유산의 보존과 관리도 중요하지만, 그 고유한 가치를 후대에 온전히 전하는 일 또한 우리의 역할”이라며 “앞으로 문화유산을 활용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상·추진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전현아 기자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6.02.12 13:24

권일송 시인 30주기 추모 및 순창문학 출판기념회 성료

(사)한국문인협회 순창지부(지부장 장교철)는 지난 10일 순창군도시재생지원센터 소회의실에서 ‘권일송 시인 추모 30주년 기념 및 순창문학 제30호 출판기념회’를 성황리에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순창 출신인 권일송(1933~1995) 시인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고 지역 문학의 저변확대를 위해 마련됐다. 특강에 나선 배종덕 지역주의타파 범국민위원회 위원장은 “권 시인은 목포문학을 꽃피운 인물이지만 문학적 뿌리는 고향인 순창”이라며 “순창에서 그의 삶과 문학을 재조명하는 사업이 더욱 활발히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유족 대표인 장남 권훈씨는 “아버지의 고향에서 뜻깊은 자리를 마련해준 것에 감사하다”며 “생가 복원과 문학관 건립 등 기념사업에 유족으로서 적극 협력하겠다”고 화답했다. 이날 함께 공개된 <순창문학> 제30호는 ‘권일송 추모 특집’으로 기획돼 제자 최창일 시인의 평론과 유족의 회고록 등을 담았다. 이어진 시상식에서는 김형오 시인과 신인수 순창군 문화관광과장이 각각 공로패와 감사패를 수상했다. 행사에 앞서 이완소 시인이 권일송 시인 대표시 ‘이 땅은 나를 술 마시게 한다’를 임순이 시인이 ‘그리운 가잠’을 낭송하며 추모의 의미를 더했다. 한편, 순창문협은 이날 정기총회를 통해 오는 4월부터 순창군민을 대상으로 하는 ‘문학창작교실’을 개설해 운영하기로 했다. 이날 행사에는 신정이·이성용·김정숙 군의원과 김철수 순창예총 회장 등 지역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박은 기자

  • 문학·출판
  • 박은
  • 2026.02.12 11:23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박복영 시인-장선희 ‘조금조금 초록 벽지’

시는 왜 살아가면서 현실을 잊고 살 수는 없는가. 그것은 삶이 시적이길 기대하는 사람들의 염원이 깃들어 있기도 하고 어쩌면 한 켠으로 대체되지 못하는 철학적 관념을 시가 대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극히 일상적인 삶과 생활을 불러들여 벌이는 시인의 사소하면서도 디테일한 소묘는 우리를 점점 시인의 삶속으로 끌어들인다. “우린 초면 입니까?”(여긴 초면입니다)처럼 당신과 나와 우리를 접목시키는 간결하고도 자연스러운 능청은 읽는 내내 지루함을 지워주기에 충분하다. 여기 현실과 꿈의 경계를 벽 하나, 벽지 한 장으로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찾고 있는 시집이 있다.(조금조금 초록벽지. 달을 쏘다. 정선희) 어딘가 있을 벽의 구조물을 통과하면 아이들의 안쪽에 있을 꽃밭을 향해 간다. 벽은 벽과 벽지로 가로 막혀 있다. 가시적 전개로는 벽을 통과해 세상으로의 탈출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벽이라는 가로 막힌 상태를 오랫동안 지지 않는 들꽃으로 이미지를 변환시키며 피어있는 벽지를 사이에 두고 틈을 소환, 벌어지는 환상통을 노래한다. 벽지로 막아놓은 세상입니다 벽을 통과하면 하얀 꽃잎이 휘날립니다 웅성거림을 찾아 아이가 벽 속으로 들어가고 사람으로 매만진 저녁이 반질거립니다 아무도 아이를 찾지 못하네요 아이는 벽 밖으로 나오려다 넘어집니다 초록벽지는 또 한번 답장일까요 초록과 같이 자란 벽이 안을 밖으로 바꿉니다 반쯤 빠져나온, 벽지에서 바라본 옆모습이 들꽃 같습니다 이름을 불러 보지만 입술 밖으로 떨어지는 건 빨간 꽃잎이네요 초록벽지 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요 숨바꼭질이 너무 재밌던 나이, 다른 세상으로 건너가느라 배가 고픈 줄도 몰랐습니다 벽지가 바래도록 자란 아이는 어디로 갔을까요 사방연속무늬로 뻗어나간 들꽃입니다 천장과 벽 사이 어딘가 있는 세상 찢어진 벽지를 꽃잎인 양 날려 봅니다 벽을 넘을 땐, 숟가락 한두 개쯤 없어져도 아무렇지 않습니다 -「조금조금 초록벽지 전문」 벽이라는 경계에서 걸려 넘어지고 바깥세상으로 빠져나오지 못할 때 벽은 꽃잎을 끌어들여 이미지 전환을 시도한다. 통과할 수 없는 구조물의 탈출을 감수한다. 초록 벽지의 기억을 꽃잎인 양 날리며 아무렇지 않다는 말로 시적 주체를 이미지로 변환하여 우리에게 삶을 설득하고 불가능한 벽의 탈출을 통해 사라진 아이를 뜯어진 벽지에서 발견할 때 비로소 오래된 벽지가 아닌 우리 생이 소환되는 이유다. 벽은 더 이상 벽이 될 수 없음을 제시하며 우리의 선입견을 회복하기 위한 행위로 기억을 꺼낸다. “사방연속무늬로 뻗어나간 들꽃”에서 우리는 풍성했던 시절의 기억을 더듬는다. 그렇게 벽지를 통해 기억을 연결하여 미래를 찾아간다. 벽이라는 일방적 가로막힘의 현실을 타파해가는 시적 이미지의 전개가 매우 흥미롭다. 살아가면서 “벽을 넘을 때”처럼 “숟가락 한두 개쯤 없어져도 아무렇지도 않다”는 말이 미래를 향한 삶을 부축해 주는 이유다. 무의식적 의지가 내보이는 시어의 복귀. 아름다운 시어보다 이미지의 긍정성으로 의미로 틈입해 써 내려간 이미지는 빛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페룰라 꽃”을 불씨로 이미지를 전환시키듯 오래볼수록 꽃은 불이 붙는다는 표현은 지중해에 있는 “에게 식당”에 있고 그 꺼지지 않는 불씨로 미래를 이야기 한다. 불씨가 내는 불빛은 “신전이 아니라 폐허”를 찾는 빛이다. 그럼에도 “아직 꺼지지 않는” 불빛으로 다가와 우리를 덥혀준다. 이처럼 시인이 현실 속 가득한 삶의 여정을 재밌고 유쾌하게 이미지를 환기시키는 것은 아직 미래가 기다리고 있음을 제시하는 시인의 따듯한 마음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박복영 시인은 1997년 월간문학 등단해, 2014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조·2015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부문에 당선됐다. 그는 작가의 눈 시 작품상과 여순10.19평화문학상 등 서울문화재단 창작 지원금 수혜를 받기도 했다. 저서로는 시집 <아무도 없는 바깥> 외 5권과 시조집<그늘의 혼잣말을 들었다>외1권이 있다. 현재 그는 전북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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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26.02.11 18:29

응축된 사유를 담다, 황진숙 수필집 ‘곰보 돌 궤적을 긋다’

황진숙 수필가가 10년의 응축된 사유를 녹여낸 첫 수필집 <곰보 돌 궤적을 긋다>(수필과비평사)를 펴냈다. 이번 수필집은 작가가 일상의 사물들을 집요하게 마주하며 완성한 44편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책 제목에 영감을 준 대표작 <곰보 돌>은 바닷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구멍 숭숭 뚫린 작은 돌 하나에 주목한 글이다. 작가는 파도와 바람에 깎여 상처투성이가 된 이 돌을 보며 단순히 ‘낡고 못생긴 것’이 아니라 돌이 견뎌온 치열한 시간들의 흔적을 읽어낸다. 시련과 상처로 얼룩진 우리네 인생 역시 나만의 소중한 궤적을 그려가는 과정임을 따뜻한 시선으로 일깨워준다. 작품집 곳곳에는 풀무, 댓돌, 소금, 숯, 종이컵처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박한 사물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황 작가는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평범한 소재들의 이면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그 안에 담긴 삶의 철학을 끌어낸다. 흔한 종이컵에서 현대인의 고독을 읽어내고, 짠 소금에서 생을 지탱하는 단단한 힘을 발견하는 식의 통찰은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강돈묵 문학평론가는 “황진숙 작가의 시선은 예리하고 날카롭다. 사물이나 개념의 본질을 찾아내는 데 남다른 치밀성이 있다”며 “작가는 찾아낸 본질을 형상화하기 위해 블록을 형성하고 하나로 조립하는 공법을 취한다. 충실한 소재로부터 출발한 블록은 빈틈없이 맞물리며 수필의 형상을 구축한다. 어떤 타격에도 흔들리지 않을 만큼 견고하다”고 밝혔다. 충북 옥천 출생인 작가는 2016년 <수필과비평>에 ‘발’을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백교문학상, 중봉조헌문학상, 천강문학상 대상, 등대문학상, 수필과 비평 올해의 작품상12 등을 수상했다. 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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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은
  • 2026.02.11 18:29

글벼리디카시 동인 시집 제2호 ‘감정 계약서’ 출간

한국디카시학회 전북지부 산하 ‘글벼리디카시문학회’가 동인지 <감정 계약서>(도서출판 실천)를 펴냈다. 글벼리디카시문학회의 두 번째 결실인 이번 시집에는 초대시인 3인(김왕노·복효근·이정록)의 작품 3편과 동인 7인(김애경·김이숙·김혜숙·나병훈·이동욱·조삼현·최장선)의 작품 56편이 수록돼 각기 다른 개성과 미학을 펼쳐 보인다. 시집을 채운 10인의 시선은 자연과 일상, 가족, 관계 등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마주하는 대상에 닿아 있다. 그러나 꾸준한 습작과 여러 차례 전시회를 통해 다져온 이들의 시적 사유는 익숙한 풍경을 낯설게 전환하며 기발하고 의외적인 장면을 빚어낸다. 이어산 한국디카시학회 회장은 이번 시집에 대해 “인류 역사상 창조적인 성과는 대부분 기존의 틀을 벗어난 사유에서 비롯됐다”며 “디카시 역시 시적 대상에서 떠오른 생각을 전경화한 시문학”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예술디카시는 창작자의 기준과 시각이 철저히 반영될 때 비로소 완성되는 디지털 시문학”이라며 “기존 시각과 다른 의외성이 없다면 좋은 작품이 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어 회장은 “글벼리디카시 동인들의 치열한 창작열이 이러한 단계를 충분히 통과해, 국내 시단을 떠받치는 단단한 모퉁이의 돌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크다”고 덧붙였다. 전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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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현아
  • 2026.02.11 18:29

가장 맑은 문장으로 건져 올린 가장 아픈 기억⋯한지선 ‘오월의 숲’

소설을 사랑하는 독자에게, 잊고 지내던 기억과 감정을 다시 불러내는 깊은 울림과 같은 책이 출판됐다. 한지선 소설가의 신작 중편소설집<오월의 숲>(문예원)이 바로 그것. 작가는 인간의 내면을 통과하는 상실과 그리움, 사랑과 고독, 붕괴와 회복 등을 4편의 중편소설로 정교하게 직조한다. 책에 수록된 네 편의 작품은 서로 다른 인물과 서사를 다루지만, 공통으로 ‘상처 입은 인간이 어떻게 다시 삶 쪽으로 돌아오는가’라는 하나의 중심 질문을 공유하고 있다. 표제작 ‘오월의 숲’은 고립된 스무 살 여성이 숲과 자연, 그리고 상처 입은 타인과의 만남을 통해 서서히 삶을 회복해 가는 서정적 성장 서사다. 도심과 학교 그리고 숲이라는 공간의 대비 속 주인공은 고독과 두려움, 그리고 미세한 희망의 결을 따라 자기 내면으로 자취를 감춘다. 작품에서 숲은 배경이 아닌 치유의 주체이며, 침묵의 연대는 인간을 다시 살아 있게 하는 힘으로 기능한다. ‘로얄다방을 아세요?’는 대학 시절 한 남자의 한마디가 수십 년 후까지 한 여성의 삶을 지배하는 과정을 따라가는 심리 소설이다. 이 작품은 사랑의 실패보다 ‘사랑을 기억하는 방식’이 인간의 삶을 어떻게 형성하는지 집요히 탐색한다. 또 다른 수록 작품 ‘겨울로 가는 길’은 파탄 직전의 결혼 생활 속, 한 남자가 언어와 음악, 상상을 통해 자기 존재를 지탱해 가는 기록으로, 이별 직전의 인간이 겪는 내면의 균열과 공포를 치밀하게 그려낸다. 마지막 ‘일곱 날의 새벽’은 상처 입은 여성이 일곱 날 동안 고요와 수행, 그리고 새로운 사랑을 통과하며 다시 삶의 중심으로 돌아오는 치유 서사다. 작품은 인간이 고통을 외면하지 않을 때 비로소 다시 살아갈 힘을 얻게 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김익두 문학평론가는 추천사를 통해 이번 책을 “작가의 소설들은 늘 그리움과 이루지 못한 사랑, 끝끝내 기억에 남아 오히려 고통스런 삶을 맑게 깨어 살아 있게 하는 사랑의 아픈 기억과, 그런 아픔을 되새기며 지새우는 수많은 불면의 밤들로 가득 차 있다”며 “그러면서도 때로는 경쾌하고 부드럽게 추억의 아픔과 지나온 삶의 굴곡이 아무렇지 않다는 듯 재빠르게 잔잔하고 맑게 굽이쳐 흘러간다”고 평했다. 작가는 “예측할 수 없는 삶 속 회색빛 스무 살에 한 줄기 햇살처럼 스몄던 날들의 이름은 사라졌거나, 어디에 있는지 만날 수 없는 시공간 너머로 가버렸지만, 모두의 가슴 속에 그대로 남아있다”며 “네 편의 소설 중 두 편이 오월의 바람에 흩날리는 나뭇잎 같은 그리움에 관한 이야기가 됐다. 오래전 만들어진 이야기를 이제야 풀어놓는다”고 말했다. 이어 “빠른 위로 대신 오래 남는 문장으로 채운 이번 책이 독자의 삶 속에서 각자의 ‘오월’을 다시 피워 올리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정읍 출생인 그는 전주교육대학을 졸업해 대학도서관 사서로 일했다. 장편소설<그녀는 강을 따라갔다>를 시작으로 <여름비 지나간 후>, 소설집 <그때 깊은 밤에>, <여섯 달의, 붉은> 등을 발표했으며, 공동집필 테마소설집 <두 번 결혼할 법>, <마지막 식사>에 참여했다. 제1회 전북소설문학상, 제2회 작가의눈 작품상을 받은 바 있다. 전현아 기자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6.02.11 18:28

밀도 높은 위로를 전하다…밥장의 그래픽에세이 ‘외롭꼴’

특유의 위트 있는 선과 날카로운 통찰로 독보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해온 일러스트레이터 밥장이 그래픽 에세이 <외롭꼴>(도서출판 기역)을 출간했다. 작가는 경쟁 사회 속에서 길을 잃은 청년들에게는 생존의 지혜를, 새로운 삶을 설계하려는 중장년에게는 열정을 안내하는 밀도 높은 말과 이미지를 책에 담아냈다. 책의 제목인 ‘외롭꼴’은 외로움을 뜻하는 Lonely와 마음이 움직여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을 뜻하는 ‘꼴리다(Horny)’의 합성어다. 부모와 사회가 정해준 착한 어른의 틀 안에서 억눌려온 욕망과 감각을 불순한 씨앗이라 명명하며 이를 직시할 때 비로소 고유한 삶의 꼴이 완성된다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20대까지는 지루할 만큼 정상이었으나, 내 안의 불순한 씨앗이 싹을 틔워 나만의 그림자를 만들었다는 고백, 규격화된 삶을 강요받는 이 시대 모든 세대에게 던지는 파격적이고도 다정한 질문인 셈이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우리 삶의 모든 고통과 결핍을 ‘놀이’로 치환한다. 사랑과 돈, 장애물, 죽음까지도 열두 가지 놀이의 문법으로 풀어냈다. 각박한 현실에 매몰된 현대인에게 가장 감각적인 처방으로 ‘놀이’를 택한 저자의 새로운 시각은 따뜻하고 신선한 재미를 선물한다. 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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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은
  • 2026.02.11 18:28

부안 지식인, 초은 신관열의 생애와 학문 집대성 ‘초은문집’ 국역본

구한말 격동기를 살다간 유학자 초은 신관열(1827~1904)의 생애와 학문세계를 집대성한 <초은문집>(한국문화사)이 국역 발간됐다. 이번 문집은 한문학 전공자로 향토사와 고전문학 연구에 몰두해온 홍순석 강남대 교수가 번역을 맡아 난해한 한문원전을 독자들이 읽기 쉽게 풀어냈다. 이를 통해 그동안 가려져 있던 지식인들의 내면과 사회적 역할을 조명한다. 특히 국역본은 서지학 측면에서 지방의 출판 정황을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서 의미가 매우 크다. <초은문집>의 저자 신관열은 부안의 유서 깊은 가문인 영월 신씨 집안에서 태어난 학자다. 위정척사 정신을 지키며 평생 은거와 학문에 매진한 인물로 그의 호인 초은은 나무를 베어 숨어 산다는 의미로 관직의 길 대신 향촌에서 후학을 양성하며 선비의 절개를 지켰다. 실제 부안의 유림과 시계를 맺고 부안의 경승지를 탐방하며 시문을 화답하는 것이 그의 일상이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번 국역본에는 신관열의 문집 <초은유고> 4~6권에 수록된 작품들을 체계적으로 분류해 담아냈다. 책은 크게 시와 산문으로 나뉜다. 시 부문에서는 부안의 명승을 탐방하며 지은 기행시부터 지방 문인들의 한시, 저자의 신변잡기를 다룬 글들이 담겨 있다. 산문 부문에는 저자 자신과 집안 관련 글과 국가의 운명을 걱정하는 우국충정의 마음까지 폭넓은 감성을 볼 수 있다. 번역자 홍 교수의 꼼꼼한 주석은 한자어의 이면에 숨겨진 역사적 배경과 인물관계를 명확하게 짚어낸다. 또한 지역사회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던 지식인의 생활사와 학문을 입체적으로 복원해 신관열이라는 인물을 다각도로 분석해냈다. 영월신씨 일옹공파종회 신이영 회장은 간행사를 통해 “이번 문집에는 후손들이 궁금해 하던 선조의 뿌리와 이력이 남김없이 기록되어 있다”며 “초은공은 영월신씨 일옹공파 후손들의 귀감이시며 특히 선영의 보존과 종인들의 화목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신 분이다”라고 밝혔다. 홍순석 교수는 용인 출신으로 강남대 국문과 교수로 재직하며 인문과학연구소장, 인문대학장, 포은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그동안 <성현문학연구>, <양사언 문학연구>, <우리 전통문화와의 만남>, <용인학> 등 80여권의 책을 펴냈으며, 번역서로는 <봉래시집>, <허백당집> 등이 있다. 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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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은
  • 2026.02.11 17:24

어린 마음을 다독이는 동화, 백명숙 첫 동화집 ‘대단한 소심이’

어린 독자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며 용기를 북돋아 주는 단편동화 여섯 편을 엮은 동화집 <대단한 소심이>(청개구리)가 출간됐다. 백명숙 아동문학가의 첫 동화집인 이번 책은 소재와 배경은 서로 다르지만, 따뜻한 감성으로 마음을 다독이고 자신감을 심어 주며 가족과 주변의 다양한 존재들에 대한 이해와 사랑을 일깨우는 이야기들로 채워졌다. 동화집은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작고 소박한 순간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냈다. 각 작품마다 아이들이 살아가며 지녀야 할 마음가짐과 가치, 태도를 정감 있는 목소리로 풀어내며 자연스럽게 전한다. 백 작가는 이번 동화집에서 아이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가장 많이 부딪히고 힘들어하는 ‘관계’에 특히 주목했다. 가정과 학교, 동네에서 만나는 어른과 친구들과의 관계 속에서 비롯되는 마찰과 갈등, 우정과 선의, 가족애 등 다양한 사건과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내는 데 집중했다. 가족을 중심으로 한 일상 이야기는 생활 체험에서 우러나는 재미와 함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며 깊은 공감을 이끌어낸다. 표제작 ‘대단한 소심이’를 비롯해 ‘초록이의 생존기’ 등은 따뜻한 감성으로 마음을 어루만지며 자신감을 키워 주고, 가족과 주변 존재들에 대한 이해와 사랑을 일깨운다. 이를 통해 어린이들에게 어떤 일이든 스스로 나서서 해결할 수 있는 용기와 자신감을 전한다. 작가는 “우리는 살아가며 수많은 마음을 만난다. 설레는 마음, 외로운 마음, 때로는 아주 작게 흔들리는 마음까지 그 모든 마음속에는 늘 ‘이야기’가 숨어 있다”며 “이 책에 실린 여섯 편의 동화는 그 작고 고요한 마음의 소리를 하나하나 따라가며 써 내려간 나의 첫 동화집”이라고 밝혔다. 이어 “동화는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 이야기는 언제나 마음이 열려 있는 사람에게 먼저 말을 걸어오기 때문”이라며 “이 책을 읽는 어린이들에게는 친구를 만들고 자신을 믿으며 세상을 사랑할 수 있는 용기가 전해지길 바란다. 어른들에게는 잠시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의 마음과 웃음, 두려움, 투명한 눈빛을 다시 떠올리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부안 출신인 백명숙 작가는 2023년 ‘동화마중’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저서로는 <게으른 뇌를 깨워줄 책 읽기>, <책 쓰기를 위한 글쓰기> 등이 있다. 전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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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현아
  • 2026.02.04 18:52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