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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작가회의(회장 유강희)가 삼천동 주민들과 함께하는 ‘4월 문학산책’을 개최한다. 제3회 고창신재효문학상 수상자인 이준호 소설가와 황숙 수필가를 초대하여 삼천동 주민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마련한다. “치밀한 문장과 감정이 절제된 문장으로 간결하고 심오한 정서가 매력적”이라는 평을 받는 이준호 소설가는 1993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와 <작가세계>신인상을 통해 등단했다. 황숙 수필가는 1996년 <시대문학>신인문학상을 받았으며 현재 문학동인 ‘글벗’ 회장과 전북여류문학회, 문학시대수필가회 회원으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전북작가회의에서 매달 주최하는 ‘문학산책’은 전주 곳곳에서 다양하게 펼쳐질 예정이다. 전북작가회의 유강희 회장은 “전북작가회의가 펼치는 문학산책을 통해 시민들이 다양한 작가와 작품을 만나 예술적 욕구를 채울 수 있는 자리가 되기를 소망한다”라고 밝혔다. ‘4월 문학산책’은 19일 전주 삼천생활문화센터 상상카페에서 오후 6시 30분에 열릴 예정이다. 삼천동 주민은 물론 문학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요즘 들어 시간이 갈수록 기술에 압도당하는 느낌이 든다. 과연 하루라도 핸드폰을 잊고 살아본 기억이 있는가? 최근 들어 인터넷 검색이나 유튜브를 하지 않고 살았던 기억이 별로 없다. 그건 해외에 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어찌 보면 나는 삶의 상당 부분을 이들 전자기기에 의존하며 살고 있다. 만약 이들이 내 삶에서 사라진다면 과연 그 공백을 감당할 수 있을지 두렵다. 이에 비해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에 등장하는 잔잔한 이야기들은 자연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그는 <월든>에서 자신이 손수 오두막을 지었던 그곳에서 만난 자연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놓는다. 그중 압권은 <겨울의 월든 호수>와 <봄이 오다>이다. 눈 덮인 월든 호수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은 우리를 자연의 경이로움을 엿보게 이끈다. 한겨울을 이기고 생동하는 봄이 오는 역동적인 장면을 읽고 있노라면 사람들이 왜 이 책에 그렇게 빠져들었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당연히 이 책에는 오늘날 우리가 접하는 문명이나 첨단기술은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흙냄새 가득한 식물이나 동물 이야기, 숲과 대지가 수시로 등장한다. 글은 때로는 애잔하고 때로 감각적이며 매력을 풀풀 풍긴다. 소로의 글이 한국에 소개된 이후 수많은 독자들이 그 낭만적이고 소박한 삶에 열광했던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내 주변에도 이런 삶을 사는 이가 있기는 하다. 올해 11년째 서울생활과 시골생활을 병행하는 그이가 올린 페이스북 내용을 보면 소로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밤중 풀벌레가 우는 소리, 우체통에 집을 짓는 딱새 이야기부터 시시각각으로 주변이 눈부시게 변하는 시골의 봄날 이야기가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물론 매번 낭만적인 이야기만 등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시골생활이라면 부러울 법한 내용이 자주 등장한다. 아내가 한때 내게 도시 인근에 작업실을 만들 생각이 있는가를 물었다. 나는 공간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며 거절했지만 내심 그런 공간이 탐나기도 했다. 그럼에도 거절한 데는 외지에 그런 공간을 만든다는 것이 좀처럼 부지런하지 않으면 쉽지 않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기도 했다. 내가 아는 이들 중에도 이런 삶을 실천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도심에서의 각박한 삶을 살다가 자신만의 텃밭에서 땀을 흘리거나 집필실에 들어서면 저절로 힐링이 된다고 했다. 어쩌면 우리는 그런 공간을 그리워하며 사는지 모른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수십억 원을 호가하는 아파트가 아니다. 어차피 저녁 잠자리에 누울 때는 불과 한평 남짓하면 족하지 않던가. 집이 아무리 넓어도 잠자리에 들 때는 불과 한두 평이면 충분하다. 죽을 때는 더 말할 나위 없다. 그런데도 우리 욕심은 끝이 없다. <월든>은 책 분량이 제법 된다. 마지막 장면을 만나기 위해서는 상당 부분 인내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 책에 빠지면 어느 순간 줄어드는 페이지가 아쉬워질 것이다. 우리 모두 소로처럼 살 수는 없다. 어차피 그런 삶이 허용되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소로의 책을 읽고 있노라면 매캐한 흙냄새 풍기는 거기로 한 번쯤 가보고 싶다. 가서 한 달 만이라도, 아니 며칠만이라도 살다 오고 싶어진다. 장창영 작가는 전주 출신으로 2003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됐다. 불교신문·서울신문 신춘문예에도 당선돼 창작활동을 하고 있으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지원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시집으로 <동백, 몸이 열릴 때> 와 문학이론서 <디지털문화와 문학교육> 등을 펴냈다.
전북민요의 문화적·학술적 가치를 다룬 전문 학술서가 발간됐다. 순창금과들소리보존회가 <순창 금과 들소리의 민요문화적 의미와 무형문화유산적 가치>를 펴낸 것. 저자로는 김익두 전 전북대 교수를 비롯해 나승만 전 목포대 교수, 송화섭 전 중앙대 교수, 허정주 전북대 농악·풍물굿연구소 책임연구원, 김월덕 전북대 강사, 강재욱 고려대 연구원 등이 참여했다. 책은 전북민요 중에서 현재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32호로 지정된 순창군 금과면의 ‘금과 들소리’를 다각도로 조명하고 있다. 책자의 내용을 보면 김익두 전 전북대 교수는 서론에서 그동안 이루어진 전북민요 관련 연구 업적들을 종합 정리해 독자의 눈길을 끈다. 본론에서는 나승만 전 목포대 교수가 ‘순창 금과 들소리의 민요문화적-민요학적 위상과 가치'에 대해 기술하고 있으며, 김익두 전 전북대 교수의 '전북민요 상에서 차지하는 순창 금과 들소리의 민요문화적 위상과 가치'와 김월덕 전북대 강사의 ‘순창 금과 들소리의 전승현장론'도 담겨 순창 금과 들소리의 과거와 현재를 톺아본다. 이어 강재욱 고려대 연구원의 ‘순창 금과 들소리의 음악적 특성과 가치'와 허정주 전북대 농악·풍물굿연구소 책임연구원의 ‘순창 금과 들소리의 무형문화유산적 가치와 전북지역 민요 무형문화재 지정의 문제점', 송화섭 전 중앙대 교수의 ‘순창 금과 들소리의 민속학적 위상' 등을 다루며 순창 금과 들소리를 더욱 면밀히 살핀다.
오봉옥 시인이 웹툰 시집 <달리지 마(馬)>(솔)를 발간했다. 그의 6번째 시집인 이번 웹툰 시집은 오 시인이 주도한 각색 작업과 ‘투닛’의 3D 기술이 만나 완성됐다. ‘투닛’은 3D 기술을 활용해 누구나 웹툰을 그릴 수 있는 새로운 틀을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시인은 “어릴 때부터 만화를 좋아해, 한때는 시사만화가가 돼볼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며 “한동안 만화를 잊고 살다 우연한 기회에 다시 접할 수 있게 돼 이번 웹툰 시집을 제작하게 됐다”고 말하며 웹툰 시집을 발간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시의 대중화에 기여하고 싶다”는 포부를 지닌 오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천진난만의 기운’이 한껏 서린 특유의 시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그의 ‘천진난만의 기운’은 웹툰 시집 안에서 ‘말놀이’ 형식을 통해 일어난다. “앞만 보고 달리다 보면/ 마음의 눈을 잃어버려/ 나도 모르게 죄를 지을 때가 있지/ 잠든 풀잎을 건드린다거나/ 개미 한 마리 밟아 죽인다거나/ 그건 술 진탕 먹고 필름이 끊긴 채/ 운전대를 잡는 것과 다를 바 없지/ 그럴 땐/ 말을 타고 달리던 인디언들이/ 가끔 말에서 내려/ 자기가 달려온 길을 한참 동안 바라보며/ 제 영혼이 따라올 때까지 기다려주듯/ 달리던 걸음 딱 멈추고 읊조려야 하지/ 달리지 마/ 달리지 마/ 마음의 눈을 다시 찾을 때까지/ 버릇처럼 혼자서 되뇌어야 하지”(시‘달리지마1’) 이처럼 시집은 촌철살인적 언어들로 구성돼 시 형식과 짧은 서사적 내용 등을 포함해 특유의 웹툰시의 형식을 창안하며, 마침내 웹툰의 종주국인 한국의 고유한 특색을 살린 ‘새로운 대중 시 형식’을 시도하고 있다. 오 시인은 “웹툰시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주도권이 바뀐 시대의 현실적 요청에 따라 시(poem)와 웹툰이 결합된 창작 형태의 새로운 문예형식이다”며 “이번 작품을 통해 시적 상상력이 만화에 영향을 줘 재미의 차원을 넘어서게 하고, 만화적 상상력이 시에 또 다른 영감을 줘 시의 세계가 더욱 넓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시인은 전주대학교를 졸업한 뒤 연세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수학했다. 또 그는 1985년 <창작과 비평>으로 등단해 시집 <지리산 갈대꽃>, <붉은산 검은피>, <나같은 것도 사랑을 한다> 등을 펴냈다. 그는 현재 서울디지털대학교 교수, 오장환문학상 운영위원장, 문예지<문학의 오늘> 편집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전주 출신 이병초 시인의 4번째 시집 <이별이 더 많이 적힌다>(걷는사람 시인선)가 출간됐다. 시인이 8년 만에 낸 시집은 ‘1부 어제를 앓은 꽃송이’, ‘2부 어둠살 펴 주듯 눈이 내린다’, ‘3부 농성일기’, ‘4부 물떼새 소리 들리던 날’ 등 총 4부로 이뤄져, 긴 세상살이에 따듯한 아랫목 하나 찾지 못한 고단한 삶의 이야기 속 소소한 정겨움을 가미한 59편의 시를 담고 있다. 이번 시집에서도 그의 언어는 고향인 전북의 토속 언어와 서정에 크게 기대어 포근한 어머니 품, 첫사랑의 따스함 같은 감정들을 시로 풀어내고 있지만, ‘농성일기’라는 부제를 단 3부에서는 대학 비리를 고발하는 주제로 천막 농성을 하며 느낀 감회를 뼈아픈 세상살이에 빗대어 써 내려간 기록이 이어지기도 한다. “옥이는 대문을 나섰을까 이마빡 쓸어 올리며 무릎을 폈다 접었다 하며 교련복 윗주머니에 성냥알들 쏠리는 소리가 지푸라기에 긁히고 눈발 사이로 팥죽 냄새가 묻어난 것 같았다 옥이 모르게 죽음이 다녀가는지도 몰랐다 그래도 귀를 바깥에 뽑아 놓고 짚벼눌 속에 새는 빛에 눌려 숨이 막혔다” (시‘옥이·2’ 부분) 전북의 방언은 부드러우며 된소리가 별로 없는 특징을 지닌다. 또 말을 할 때 마치 노래하듯 ‘겁~나게’, ‘포도~시(겨우)’ 등과 같이 늘어 빼는 가락을 넣는 특징이 시인의 시에서는 그리움을 증폭시키는 기저로 작용하고 있어, 독자의 감수성을 자극한다. 또 ‘간조롱히(가지런히)’, ‘짚시랑물(낙숫물)’, ‘눈깜땡깜(얼렁뚱땅)’, ‘깜밥(눌은밥)’, ‘당그래질(고무래질)’ 등과 같은 말들이 되살아나 우리의 귀를 트이게 하고, 입술을 쫑긋거리게 한다. 이뿐만 아니라 시인의 맑은 눈으로 발견한 ‘오디별’, ‘시냇물벼루’ 같은 표현들이 그림처럼 선연히 그려지며 우리 앞에 한 자락의 시냇물을 데려다 놓기도 한다. 정재훈 평론가는 해설을 통해 “이병초 시인의 시가 품고 있는 온기를 ‘사지(死地)에서 온 편지’ 같다”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무리 ‘내 몸과 마음이 처음부터 유배지’(시 ‘코스모스’ 중)였다고 해도 지금껏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쌀알’처럼 작은 빛 때문이었다”며 “연약한 것으로부터 나오는 일용한 양식들은 하나같이 둥근 모양을 하고 있었고, 이것들은 계속해서 살아 있으라는 신호가 돼 내 머리 위로 똑똑 떨어진다”고 짚었다. 한편 이병초 시인은 전주에서 태어나 1998년 <시안>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그는 시집 <밤비>, <살구꽃 피고>, <까치독사>, 시 비평집 <우연히 마주친 한 편의 시>와 역사소설 <노량의 바다>를 냈다.
이광소 시인이 분골쇄신으로 자신이란 신전을 부수고 새로운 신전을 지어 세상에 공개했다. 시인은 시집 <불타는 행성이 달려온다>(시인광장)를 통해서 죽음과 폭력을 마주하고, 어두운 이면에서 희망을 찾는다. 특히 시집에는 오래된 자신을 파괴하고 자기부정으로 써내려간 역린 같은 54편의 시(詩)가 담겨있다. 이로써 시인은 스스로 버려야 비로소 얻는다는 자연의 순리이자 인간의 순리를 터득했음을 보여준다. “스스럼없이 문이 열리고/나와 아무 상관없는 사람들이 들어온다/우리는 같은 시간에 삼풍백화점에 있었던 사람들이다/같은 시각 같은 장소에서 꿈을 꾸는 사람들/왕이 죽었을 때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순장되었다/관이 닫혔다 우리 함께 순장될지도 모른다/(중략)/죽음의 의식(儀式)을 위해 눈빛 하나로 아낌없이 사랑할 수 있을까/스르르 관이 열린다 오늘도 순장의 리허설을 마쳤다.(시 ‘엘리베이터’ 중에서)” 시인은 삼풍백화점을 시에 소환했다. 삼풍백화점 잔해에 묻혀 죽은 사람과 생존한 사람의 희비가 엇갈린 순간을 유려한 필력으로 그러냈다. 살아남은 자와 죽은 자란 극명한 이분법은 슬프고 아픈 기억이지만 시인은 순장의 리허설로 상황을 치환해 죽음을 환기 시킨다. 김왕노 문학평론가는 이광소 시집에 대해 “불타는 행성이 돌아온다는 신선하고 자유롭다”며 “그의 시학은 불타는 행성이 돌아오듯이 힘차고 거침없으므로 내구성이 떨어지기 쉬우나 그의 시는 치밀하고 아름다운 내밀한 영혼의 노래”라고 해석했다. 전주 출생인 이광소 시인은 1965년 문공부 신인예술상 시부문에 당선됐으며 2017년 ‘미당문학’ 문학평론에도 당선된 바 있다. 현재 미당문학 편집주간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동안 시집 <약속의 땅 서울> <모래시계> <개와 늑대의 시간> 등을 펴냈으며 평론집 <착란의 순간과 중첩된 시간의식>도 발간한 바 있다.
최근 동료 작가들과 삼국유사를 다시 돌아보자는 의미로 톺아보고 있다. 고대 국가는 신비롭기도 하지만 알려진 게 많지 않아서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도 있다. 특히 백제와 관련된 이야기는 아쉬운 부분이 많다. 700여 년의 역사를 지닌 백제지만 패망국이라는 오명 때문인지 백제의 강성함과 찬란한 왕조와는 무색한 기록들을 보면 씁쓸하다. 이런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서였을까? 《백제 최후의 날》이라는 동화가 출간되었다. 이 작품은 최근에 발견된 유물을 토대로 새롭게 밝혀지거나 재조명된 역사적 자료를 충실히 반영하여 백제 멸망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주인공 ‘석솔’은 백제의 마지막 순간 660년, 그 한복판에 서 있는 열두 살 소년이다. 전쟁으로 인해 백성들이 가지고 있던 보리쌀 한 알까지 모두 군량미로 바쳐야 하는 상황에 있다. ‘석솔’은 전쟁과 역병으로 부모님을 잃고 아파 누워있는 여동생을 생각하면 임금님과 조정에 대해 불만이 많다. “차라리 망해 버렸으면 좋겠다. 고것들이 성을 뺏고 빼앗기든 우리랑 뭔 상관이래? 이긴다고 우리한테 보리 한 됫박 나눠 줄 것도 아닌데.” 나당연합군이 사비성을 함락하고, 왕이 웅진성으로 피신한다는 소문에 석솔은 자신의 감정을 거침없이 쏟아낸다. 먹을 것이 없어서 일자리를 얻으려고 하지만 어느 곳도 열두 살, 석솔이 할만한 일감을 선뜻 내주는 곳은 없었다. 결국 아픈 동생을 돌보며 굶지 않기 위해 도둑질을 일삼게 된다. 그러다 웅진성으로 피신 온 왕과 연 왕자의 만남을 계기로 궁궐에 드나들게 된 석솔은 백제 최후의 결정적인 순간을 코앞에서 맞닥뜨리고, 그 현장에 함께 하게 된다. 잃어버린 왕국, 백제의 마지막 여름을 뜨겁게 살아 낸 소년의 눈으로 역사적 현장을 생생히 되살린 이야기 속에서 석솔의 원망 섞인 외침이 귀에 쟁쟁하다. “우리가 쫄쫄 굶어도 곡식을 갖다 바치는 게 나라 잘 보살피라고 그러는 거잖아요. 그런데 힘들다고 하면 어째요? 걱정이 많고 힘들다고 누가 알아준대요? 백성을 굶어 죽지 않게 하고 위협을 막아주는 임금이 최고지.” 왕자 ‘연’이 나당연합군의 협공으로 웅진성마저 위험에 처한 상황에 대해 걱정하자 석솔은 외친다. 어쩌면 석솔의 외침은 당시 백성들의 아우성이었을지 모른다. 백성들은 자기 위치에서 해야 할 일을 마땅히 해내고 있는데, 나라를 다스리는 위정자들은 무얼 하고 있었느냐는, 채찍을 휘두르는 소리였으리라. 그 외침이 백제에 국한되는 것만은 아니라 지금도 유효하기에 울림이 더 컸다. 그럼에도 석솔은 전쟁으로 인한 가까운 이들의 죽음과 나라의 멸망을 지켜보며 소중한 것은 자기 손으로 지키겠다는 의지를 다진다. 그 뒤 홀로 적진에 잠입하는 임무를 수행하지만 이미 기울어버린 국운을 되돌리지는 못한다. 이 작품은 역사의 왜곡과 망국의 오명이 덧씌워진 의자왕에 관해 다른 각도로 조명한다. 소년의 시선으로 백제 최후의 모습을 풀어낸 전쟁, 적진에 잠입하는 긴장감이 감도는 이야기와 더불어 역사적 오류를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하지만 역사를 바로잡는 것과는 달리 책을 덮으면서 백제 멸망의 순간에 함께 한 수많은 석솔들이 아우성치는 게 들리는 듯했다. 망국의 순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이경옥 아동문학가는 2018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두번 째 짝>으로 등단했다. 이후 2019년 우수출판제작지원사업과 지난해 한국예술위원회 ‘문학나눔’에 선정됐었다. 그의 저서로는 <달려라, 달구!>, <집고양이 꼭지의 우연한 외출> 등이 있다.
“무섭게 오르고 있는 도서 공급가 안정 얘기 없이, 정가제만 논하니 진짜 우리를 위한 정책인지 모르겠네요.”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역 서점들에 대해 도서정가제 적용을 완화하겠다고 밝히면서 지역 내 서점 점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치솟는 물가 속에서 경영난을 겪고 있는 동네 책방들이 할인 경쟁에까지 내몰리면 설 자리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도서정가제는 간행물 정가의 최대 15%까지만 할인해 판매하는 제도다. 책값의 과열 인하 경쟁에 따른 학술·문예 분야의 고급서적 출간이 위축되는 것을 막기 위해 출판계 보호를 명분으로 지난 2003년에 도입됐다. 하지만 문체부는 최근 지역 서점 활성화 이유로 지역 서점에 한해 정가의 15% 이상 할인 판매할 수 있도록 도서정가제 적용을 완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제는 정부가 올해 출판계 예산을 대폭 삭감하면서 동네 책방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예산이 사라짐과 더불어 도서정가제 완화로 중소 서점들의 출혈 경쟁이 심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 60억 원이 지원된 ‘국민독서문화증진’ 사업과 6억 5000만 원이 지원된 ‘지역서점 문화활동’ 사업이 폐지됐다. 대신 ‘디지털 도서물류 지원’ 12억 5000만 원 등 신규사업 조성과 ‘지역문화사회 기반 책읽기 수요 창출’ 10억 원 등 일부 예산이 지원되고 있지만, 독서·서점 관련 예산이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상황이다.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도서정가제마저 완화된다면 오히려 여력이 없는 동네 책방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주에서 개인 서점을 운영하는 A씨는 “올해 초 서점에서 오래도록 팔리지 않아 출판사에 반품이 불가한 책을 조금 싸게 팔 수 있도록 도서정가제를 완화한다고 들어본 적이 있다”며 “하지만 ‘오래 팔리지 않은 책’의 기준이 너무 애매하기도 하고, 서점 매출에 가장 중요한 도서 공급가를 제외한 도서정가제만 말하니 개인적으로는 크게 지방 서점을 위한 정책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 무섭게 치솟는 물가 속에서 책값도 너무 많이 오른 상태"라며 "도서 가격 할인이 아닌, 도서 물가 안정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잊혀져가고 왜곡된 후백제 역사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초석과 같은 책이 나왔다. 후백제학회와 전북일보의 공동 기획 취재의 산물, <후백제 역사 다시 일으키다>가 발간된 것. 후백제는 서기 892년에서 936년까지 45년간 한반도 남부에 존재했던 고대국가다. 비록 존속기간은 짧았으나 당시 폐쇄적인 신분제와 참혹한 실정, 부정부패로 얼룩진 구질서를 극복하고 민중의 지지를 받아 중세의 새로운 문을 연 국가였다. 하지만 패망한 왕조의 역사는 쉽게 잊혀지고 왜곡돼, 후백제의 이미지는 이미 대중이 알고 있는 말년에 아들과의 불화에 초점이 맞춰지고 승자의 역사 해석까지 겹치게 됐다. 하지만 <백제 역사 다시 일으키다>는 그러한 편견을 다시금 바로잡아보기 위해 발간됐다. 실제 이번 책은 ‘역사문화권 정비 등에 관한 특별법’ 개정을 위한 노력에서 시작돼, 후백제학회와 후백제시민연대, 후백제선양회 등 관계자 모임 등을 포함한 다수의 토론회와 기획취재를 통해 탄생됐다. 필진으로는 송화섭 후백제학회장, 조법종 우석대 교수 등 후백제학회 소속 교수와 연구원 19명, 조상진 전북일보 논설고문, 김영호·김태경 기자, 오세림·조현욱 사진기자 등 전북일보 취재·사진기자 5명 등 총 24명이 참여했다. 이번 책은 ‘1편 문헌사료로 본 후백제’, ‘2편 문화유산으로 본 후백제’, ‘3편 미래 지향으로 본 후백제’ 등 총 3편으로 구성돼 역사의 기록뿐만이 아닌 역사 현장, 미래적인 분석 등 다양한 시각으로 후백제를 조명하고 있다. 서창훈 전북일보 대표이사는 책 머리말을 통해 “후백제를 세운 견훤왕은 경북 문경에서 태어나 전북과 전남에서 국가를 경영했으며 충남 논산에 묻혔다”며 “견훤왕은 호남과 영남, 충청을 아우르는 아이콘이며, 고구려 땅을 회복하려 했던 영웅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책이 나오기까지 물심양면으로 협조해 주신 관계자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특히 이 책이 후백제의 역사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초석이 됐으면 한다”며 “나아가 많은 국민과 자라나는 세대들이 후백제 역사를 바로 아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동인 활동을 통해 디카시의 새로운 경지를 일궈가는 시인들의 모임에서 작품집이 나왔다. 글벼리문학회가 동인디카시집 <물낯에 햇살이 비치면>(도서출판 실천)을 펴냈다. 디카시집에는 김왕노·복효근·이정록 시인의 작품과 더불어, 함께 작업하고 상호 평가하며, 서로 건강한 자극을 주고받아 그 역량을 키워나가는 동인 7명 김애경·김이숙·김혜숙·나병훈·이동욱·조삼현·최장선 작가들의 50여 편의 작품이 실렸다. 복효근 시인은 추천사를 통해 “이들은 특별하고 거창한 소재가 아닌 일상의 사소한 풍경과 자연물 속에서도 빛나는 진실을 찾아내고 있다”며 “이번 사화집 발간이 디카시의 굳건한 정착과 함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군산구암초등학교 어린이 시인들이 시집 <나는 경암동 철길마을에 살아요>(청개구리)를 펴냈다. 올해 발표된 어린이시집 <나는 경암동 철길마을에 살아요>는 신솔원, 안수민 선생님과 17명의 어린시인들의 한해살이를 71편의 시로 엮었다. 군산 구암초에서는 매주 수요일 오후 시인학교가 열린다. 어른들이 쓴 동시를 읽기도 하고, 또래 어린이들이 쓴 어린이 시를 함께 낭독하기도 한다. 주말에는 시인학교 캠프를 연다. 시를 배운다기보다 시가 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구암초 황인서 어린이 시인은 엄마, 아빠가 화를 내서 밉지만 가족이기에 봐줘야 한다는 따뜻한 마음을 이야기하고, 할머니 흰 머리가 염색한 머리인 줄 알았다는 나주한 어린이의 순수한 마음은 독자들의 마음을 맑게 한다. “우리 동네/철길마을에 써있는/‘기적’이라는 팻말은/ 기차가 오기를 기다렸다// 그렇게 1년, 2년 기다렸으나/기차는 오지 않았다” 4학년 나주한 어린이가 쓴 ‘철길마을의 기다림’이라는 시다. 어린 시인의 눈에도 이제 더 이상 다니지 않는 기차에 대한 애상이 녹아 있는 듯하다. “얼음판 위에 있었더니/ 신발이 춥다고/ 화를 낸다// 주인이 계속/ 얼음판 위에 있다고/ 주인을 넘어뜨린다 (백준선 ‘얼음판’ 전문)” 또다른 어린이시 ‘얼음판’은 백준선 어린이의 관찰력과 상상력이 아기자기하게 묻어나 흥미를 유발한다. 군산 구암초 신솔원 교감은 “어린이 시라고 결코 얕지 않다”며 “사물을 관찰하는 눈은 예리하고 애정이 담겨 있으며 기발한 생각들로 넘쳐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집을 읽다보면 어린이들이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는지 하는 감탄이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예술문화풍수명인 1호 김상휘 박사가 <대한민국 힐링터 정감록 십승지>(한국생활풍수연구원)를 출간했다. 저자는 책을 통해 정감록 십승지 공간은 무엇을 뜻하고, 어떤 화두를 던졌는지 짚으며 조선 시대부터 전해진 정감록 십승지 마을을 조명한다. 특히 지난 20년 간 한국생활풍수연구원 우리마을이야기팀 연구원들이 십승지 답사를 통해 알아낸 성과를 바탕으로 정감록 십승지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저자는 그동안 정감록 십승지의 지역적 토대가 부안 변산으로 기재된 것을 고창 반암 호암으로 바로 잡기 위한 근거 자료도 담았다. 한글학회 한국지명총람과 육당 최남선 심춘순례 기행문집 등을 게재해 정감록 십승지 원문 부안호암하의 지역이 현재 고창 번암마을 반암 마을로 정의되었다고 밝힌다. 이외에도 책에는 강원도 영월 단종의 장릉 사연과 단종시신을 지켜냈던 영월 호장 엄흥도와 조선말 혼란기 명성황후와 관련된 무주 무풍 명례궁, 예천 금당실 행궁 역사 등이 수록됐다. 저자인 김상휘 박사는 전북예술인연합회자문위원장, 전북특별자치도종교문화유산회위원, 한국예술문화명인회전북특별자치도초대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풍수기행모악산, 도시개발풍수론, 우리마을 이야기, 국풍 김정호 등이 있다. 전북대학교학술문학상과 전주시예술상, 전북소설문학상, 대한민국나눔대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헌수 시인은 부지런도 하게 <계절의 틈>이란 제목의 포토포엠을 펴냈다. 사계절을 사진과 시에 담았다. 겉표지에는 푸른 담쟁이넝쿨이 선명하게 벽을 덮어주고 있다. 계절의 틈 사이에 담쟁이는 계절을 익히며 자라나고 뻗어간다. ‘겨울을 익힌 담쟁이는 마른 몸으로 느리게 자라요’ (본문 중) 잎이 다 떨어지고 삭막한 벽에 붙은 담쟁이, 겨울을 익힌 후 그 틈에서도 느리게 자라고 있는 담쟁이를 시인은 보았다. ‘틈’이란 좁은 간격에서도 모든 세상이 꿈틀거리는 생동력을 읽어낸다. 남편의 애정이 듬뿍 담긴 사진에 아내인 시인은 시를 썼다. 섬세하게 사진을 읽고, 살피어 포토포엠이 탄생되었다. 남편의 세계를 들여다본 귀한 시간이었을 터이다. 사진에 열심인 남편을 위해 환갑 즈음에 사진전을 열어주겠다는 시인의 마음이 훈훈하다. 김헌수 시인은 참 착하다. 오래 오래 봐도 착할 것이다. 웬만하면 자신이 참고 만다. 입버릇처럼 말하는 시인의 말이 매번 소홀히 지나가지 않는다. “따져서 뭣하겄어? 그러려니 하고 그냥 넘어가는겨.” 누구를 맹비난하다가도 숙연해져 더 이상 흥분할 수 없게 만든다. 남의 일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특히 채근한다. 시인의 시를 다 외우지는 못하지만 가끔 ‘잠금’, ‘봉합’, ‘밀봉’이라는 시어를 종종 발견한다. 시인에게 속으로 삭히는 의미는 무엇일까? 불현듯 시인이 보고 싶어진다. 늘 웃고 반기는 그녀의 마음속에는 애늙은이(?) 하나가 있는 것일까? "엄마를 병원에 모셔 놓고/ 빈 저녁을 돌아 수원지에 왔지/ 출렁이는 잔물결과/ 무성한 잎이 떨어지며 흘러나오면/ 숲에서 들리던/ 아버지의 낮은 가락/ 비포장도로를 돌아/ 처음으로 아버지와 나는/ 아주 떠나갈지도 모르는 엄마를 생각하면/ 굴참나무 아래 마른 입맥을 골똘히 바라보았지/ 등 뒤로 올라앉은/ 서너 번의 한숨을/ 어둠이 깔린 길에 가지런하게 부려 놓고 왔지/ 서성이는 죽음을 곁에 두고/ 천천히 돌아왔지" (시'수원지' 전문) 상실에 빠진 사람에게 위로될 말은 없다. 차라리 침묵이 나을 때가 많다. 시인은 떨어지지 않는 발을 억지로 떼어 걸어왔다고 안 하고 ‘천천히 돌아왔지’라는 긴 여운을 전해준다. 무슨 말도, 무슨 위로도 건넬 수 없는 부녀는 굴참나무 마른 입맥을 바라보았다고 말한다. 맺힌 눈물마저도 ‘도르르’ 흘러내리지 못하고 삼켰나 보다. 이번 포토포엠 『계절의 틈』은 어찌 보면 틈새의 공허함이 아닌 꽉 채우는 위로의 글이다. ‘자꾸만 스며드는 웃음 숨지 않고 토해 내는 눈물 슬픔의 부피를 줄이며 평행선으로 나가는 우리’ 결국 시인은 울지 않는다. 눈물 슬픔의 부피를 줄이는 평행선. 언젠가 김헌수 시인에게 할 선물은 눈물일지 모른다. 마음 놓고 토해낼 슬픔⋯ 김영주 작가는 2018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수필부문에 당선됐으며, 2018년 동양일보 동화부문 신인문학상을 받았다. 그의 저서로는 2020년 장편동화 <레오와 레오 신부>, 2021년 청소년 소설 <가족이 되다>, 2023년 수필 오디오북 <구멍 난 영주 씨의 알바 보고서>,<너의 여름이 되어줄게>5人앤솔러지 청소년소설,<쉬, 비밀이야>18人 앤솔로지 동시집 등이 있다.
영호남수필문학협회 전북지부(회장 김정길)는 지난달 29일 백송회관 3층 회의실에서 제4회 찾아주는 완산벌문학상과 제7회 완산벌문학상 시상식을 열었다. 영호남수필문학협회는 수필 문학 발전과 우수한 작품을 창작한 수필가를 발굴해 매년 3명씩 완산벌문학상을 시상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백봉기 전북문협회장, 김형중 전북예총 부회장, 이동희 전 전북문협회장, 안도 전 전북문협 회장, 김경희 전북문학관 수필창작 지도교수, 전길중 한국문협 감사, 신팔복 진안문협회장, 김종윤 장수문협회장, 이종희 전북수필회장, 양영아 전북여류문협회장, 정석곤 은빛수필회장, 윤재석 영호남수필 신임회장 등이 참석했다. 제4회 찾아주는 완산벌문학상은 김형중 수필가에게 돌아갔다. 또 제7회 완산벌문학상은 김종윤‧최정순 수필가가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이날 수상자들에 대한 시상이 이뤄졌으며, 이해숙 수필가는 정극인 가사 ‘상춘곡’을 낭송하며 수상자들을 축하했다. 완산벌문학상 심사를 맡은 이동희 심사위원장은 “올해 수상 작품들이 하나같이 수필 문학의 본령을 수려하게 담아냈다”며 “인간 존재의 근원적 문제를 소재로 한 참다운 삶에 대한 사유가 담겨있었다”고 평했다 영호남수필문학협회 김정길 회장은 “문화융성 시대를 선도하고 예향 전북을 수필문학의 요람으로 승화하는데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소애 시인이 감성 시 에세이 <몽돌이라 했다>(도서출판 마음)를 펴냈다. 시인은 “오랫동안 마음 깊이 울림있는 시들을 기억하고 싶어 책으로 엮었다”며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이후 5년 만에 시들을 한데 엮어 출간하게 됐다”고 말한다. 책에는 ‘꿈꾸는 돌’ ‘뒤척이네, 봄’‘사랑’‘마주 오던 사람’‘살아 있다는 사실만으로’까지 총 5부에 걸쳐 84편의 시가 수록됐다. 전북일보 지면을 통해 연재했던 ‘새 아침을 여는 시’에 수록된 작품들이다. 이소애 시인은 작품을 소개하고 시에 대한 감상과 해설을 덧붙였다. 인유적 비유와 마술적 상상력으로 가득한 시편을 독자들이 찬찬히 음미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그 중 3부에 실린 고영 시인의 시 ‘사랑’에 대해 시인은 짜릿한 전율이 감돈다고 말한다. 마치 “핸들을 조종하는 남자 뒤에서” “허리를 껴안고” “둘이 하나가 되는” 사랑의 몸짓이 감정의 폐부를 찌른다고 했다. 모가 나지 않은 몽돌처럼 시인은 잘게 더 잘게 부서져 빛을 낼 지역 작가들의 시들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며 훈훈한 마음을 선물한다. 이소애 시인은 정읍에서 태어나 1960년 ‘황토’ 동인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우석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대학원과 전북대학교 경영대학원 경영학과를 마쳤다. 저서로는 시집 <침묵으로 하는 말, <쪽빛 징검다리> , <시간에 물들다> , <색의 파장> , <수도원에 두고 온 가방> 과 수상집 <보랏빛 연가> 등이 있다. 한국미래문학상, 중산시문학상, 후백황금찬시문학상, 한국문학비평가협회 작가상, 전북예총하림예술상 등을 수상했다.
산을 좋아하고 사진 찍고 글을 쓰는 시인, 진안출신의 이병율 시인이 <세월, 나였다>(천지현황)을 펴냈다. 이 시인은 “하염없이 지껄인 상념의 에너지, 상상의 무한한 생명들과의 교감, 쓰레기처럼 여기저기 쌓인 감성 등 그 언어들이 떠나야 할 때, 버리려 내놓으니 아쉽다”며 “변화무상한 존재의 변화 그 은유적 이상의 창작을 기대하며 짐을 내려놓는 듯 홀가분하다”고 밝혔다. 책은 ‘1부 세월은 풍경을 그린다’, ‘2부 순백의 적멸로 환생하는 사랑이더라’, ‘3부 자연을 품은 마음에 몸도 안긴다’, ‘4부 봄날의 사랑을 담기 위해’, ‘5부 운장산 준령을 걸었다’ 등 총 5부로 구성, 70여 편의 한국적 고유 정서가 충만한 서정시가 담겼다. “어디쯤 뒤뚱거리며 휘날리는 낙엽/ 주머니에 남아있는 푸르름을 만지며/ 휘날리는 기억으로 천둥 번개 치던 밤/ 단풍 물드는 그리움이 출렁인다/ 헉헉거리며 올라온 산마루에/ 겹겹이 이어진 준령에 걸친 얼굴. 말 걸어오는 산길엔 고독이 뒹굴고/ 밟으며 걸어온 발걸음 무거워/ 아롱거리는 부끄러움 감싸주던 안개/ 어디선가 꺾이는 소리로 모아둔/ 고귀한 숨소리 나를 떠난 나를 본다(이하 생략)”(시 ‘세월, 나였다’ 부분) 소재호 시인은 이번 시집을 ‘자연과 시적 자아의 연기적인 조응’이라고 평했다. 실제 그는 시평을 통해 “이병율 시인의 시들은 만물 조응의 조화와 통일이 편편마다 구조되고 있어 '범아일여'요, '물아일체'의 경지를 들어낸다”며 “자연은 제2의 사원이라 했던 보들레르 등 상징주의 시인들의 담론이 이병율의 시편 등에서 구현됨을 보게 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시에서 형상화를 주요 핵심인바, 이 시인의 시들은 이처럼 품격 높은 기교도 넘쳐나며, 특히 기행시와 서사시는 그 목적성에서 상도(相到) 해 성과를 드높인다”고 덧붙였다. 이 시인은 2018년 표현문학으로 등단했다. 지난 2022년 진안 예술인상을 받았다. 그는 국사편찬위원, 진안향토문화연구소장, 진안 문인협회장을 역임했다. 특히 사진 촬영을 즐기는 이 시인의 사진 작품은 제10회 청주공예비엔날레 ‘금강비’와 우란문화재단 율동감각전시 ‘바람의 눈’ 등에서 선보이기도 했다.
장욱 시인의 시는 절단과 파괴, 단절과 해체의 움직임들로 부산하다. 부딪히고 부서지고 뚫어내는 시적 움직임은 작품과 독자들 사이의 벽을 허물고 경계를 무너뜨려 '장욱'이라는 세계를 더욱 공고히 다지는 신기한 힘을 보여준다. 장욱 시인의 신작 시집 <태양의 눈 기억함을 던져라>(도서출판 달을 쏘다)에 수록된 시편들도 해체와 만남의 과정을 반복하며 독자들에게 '영원' 이라는 미지의 세계를 선물한다. 총 4부로 구성된 시인의 시집에는 '빈 통 소리', '돌은 영원을 품고 있다' '간섭의 빛무리' 등 자기 해체의 고통스러운 과정이 녹아든 60여 편의 시가 담겨있다. “초밥 몇 덩이/얼린 육회 몇 젓가락/홍어 무침 붉음 몇 송이/중국산 배추김치 반 접시/시래기 국물 한 국자/맑고 깊은 겨울 식혜 한 컵//결혼예식 분주한 하객들 밀림을 뚫고 자리에 돌아왔으나 수젓가락이 없다//다시//(중략)//한 끼 식사 접시를 위해 몇 바퀴를 돌고 돌아온 인생들 또 몇 바퀴를 돌아 나머지 생을 다 살고 다 아프고 다 외롭고 다 슬프고 하늘 밥을 먹을 수 있을까//지상의 성찬 앞에서 떠도는 먼지 같은”(‘한 끼 식사’중에서) 유영하듯 흐르는 일상의 풍경에서 시인은 자신을 먼지 같은 존재로 비유한다. 현실의 강을 건너 내세로 현재를 넘어 미래로 던져지는 존재를 세상의 일상 속에서 발견한 셈이다. 오민석 문학평론가는 “장욱 시인의 시가 어떤 절대적인 것을 향한 자기 해체의 고통스러운 과정을 보여준다”며 “그의 시들은 영원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밖에 없는 존재”라고 평했다. 장욱 시인은 1992년 문학사상 신인발굴대상으로 문단에 데뷔했으며 한국예총회장상과 풍남 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문학사상문학회와 전주풍물시동인회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사랑살이’, ‘두방리에는 꽃꼬리새가 산다’, ‘분꽃 상처 한 잎’등의 시집을 펴냈다.
크리스천 청년들에게 주는 100가지 삶의 영감. 사회에 첫발을 내디디면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고민 많은 크리스천 청년을 위해 남경호 목사가 현시대에 맞는 ‘신앙 어록집’ <영감톡>(세움북스)를 발간했다. 책에는 수년간 크리스천 청년들의 고민을 헤아리고, 그들을 위로하며, 따뜻한 조언을 아끼지 않으며 나눴던 남 씨의 글들이 담겼다. 남경호 목사는 “안타깝게도 내가 청년 때 그랬던 것처럼, 아니, 그보다 더 심각하게 말씀을 자신의 삶과 신앙에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 응용력을 갖지 못한 채, 갈팡질팡 동분서주하며 힘들어하는 청년들을 보게된다”며 “그럴 때마다 갈 바를 알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그들의 모습 속에서 내 청년의 때를 발견하곤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책이 징검다리가 돼 크리스천 청년들과 교회라는 신앙 공동체 현장에서 만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저자는 아주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내용으로 책을 구성했다. 청년들의 가장 큰 고민인 학업과 취업준비, 교회생활과 신앙고민, 일상생활과 위로, 연애와 결혼, 인간관계와 인생조언 등을 다섯 장으로 분류했다. 실제 책에는 ‘크리스천이 성공을 대하는 법’, ‘보기 싫은 공동체 구성원을 대하는 방법’, ‘두려움과 의심을 이기고 싶다면’, ‘크리스천 커플은 이렇게 이별하세요’, ‘혼자라고 생각 말기’, ‘우리는 모두 각자의 인생이라는 영화의 주연이다’ 등과 같은 내용이 짤막하지만, 핵심을 담아낸 문장으로 채워졌다. 특히 신앙생활 중에 궁금할 만한 질문 또는 상황을 100가지로 분류해 맛깔스러운 어투로 풀어내 호기심을 끈다. 9만 팔로워를 지닌 SNS 코뮤니티 '글로리파이어'는 추천사를 통해 "크리스천 청년들이 신앙의 고민은 물론, 학업과 사회생활, 연애와 인간관계 등 복잡하고 어려운 질문들에 대한 깊이 있는 해답을 얻고 싶다면 반드시 읽어 봐야할 책"이라며 "이번 책을 통해 독자들이 신앙생활에서 겪는 다양한 고민과 일상적인 도전에 대한 구체적인 해법을 찾고, 신앙과 일상 사이의 균형을 이루길 소망한다"고 밝혔다.
이규진 시인이 두 번째 시집 <이층에서 본 나의 거리>(디자인상상)을 발간했다. 70여 편의 작품이 실린 시집은 남원 토박이 이 시인이 남원에서 보고 듣고 나눈 이야기들로 채워졌다. 시인은 “첫 번째 시집인 <시인이라는 날개를 달고>는 문인으로 다시 태어나기까지의 몸부림과 그간의 세계였던 알을 부수고 나온 과정을 그렸다면, 이번 시집은 ‘이층에서 본 거리’라는 맥줏집을 경영하며 사람들과 만나고 나눈 이야기들로 꾸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두 번째 작품을 세상에 소개할 수 있어 그저 감사한 마음뿐이다”라며 “남원 사람들과 나누는 소중한 시간의 한 자락 기쁨이 되는 시집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남원 출생인 이 시인은 남원여고와 전남대 철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2020년 문학시대 여름호 신인상을 받으며 문단에 등단했다. 현재 그는 남원문인협회와 전북시인협회, 전북문인협회 등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전북작가회의는 오는 29일 오후 6시 30분, 한국전통문화전당 교육실에서 꽃 봄과 함께하는 ‘3월 문학산책’을 개최한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문학산책은 김헌수 시인의 시와 사진이 어우러진 시집 <계절의 틈>과 나혜경 시인의 산문집 <우리는 서로의 나이테를 그려주고 있다>의 구절들로 새봄의 문턱을 두드릴 예정이다. 김 시인의 <계절의 틈>에서는 겨울 아침으로 시작하는 눈 덮인 겨울 풍경과 저녁 어스름을 지나가는 빈 하늘, 첫눈처럼 뛰노는 우리들의 시절이 시와 산문으로 담겨있다. 이어 나 시인의 산문집에서는 시인이 직접 그린 색연필 그림과 시인이 가진 사물과 마당이란 공간적 매개체가 어우러져 독자들로 하여금 일상 속 소소한 발견과 회상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유강희 전북작가회의 회장은 “시와 사진과 그림, 산문이 어우러져 3월 봄밤을 여는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앞으로 전주 곳곳에서 문학산책을 열 예정이며 시민들이 주인공이 되는 문학산책이 되도록 하겠다”며 참여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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