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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희문학관의 어린이손글씨마당] 28. 첫 만남

△글제목: 첫 만남 △글쓴이: 박윤 (전주 북일초등학교 4학년) 몇 달 전, 우리 반 선생님이 나에게 한 쌍의 사슴벌레를 가져가라고 하셨다. 나는 사슴벌레를 잘 안다. 왜냐하면, 사슴벌레를 집에서 많이 키워보고 공부도 했기 때문이다. 그걸 아셔서 그런 건지 아니면 그냥 가져가라는 건지 모르겠지만 주신다고 하셔서 집으로 가져왔다. 사육통 자체를 들어서 가져오니 무거웠다. 하지만 한 쌍의 사슴벌레를 보자 무겁다는 마음이 싹 없어진 느낌이었다. 집에 들어오자 먼저 사슴벌레부터 꺼내보았다. 처음 본 사슴벌레는 수컷이었는데 멋진 턱, 단단한 몸, 귀여운 다리까지 정말 마음에 쏙 들었다. 다음에 본 사슴벌레는 암컷이었다. 작은 크기, 작은 턱, 작은 다리까지 너무 귀여웠다. 이 사슴벌레 종류는 넓적사슴벌레다. 수컷 턱을 보고 알았다. 턱이 약간 직선으로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슴벌레가 사는 사육통이 많이 더러웠다. 그래서 사육통을 청소해줬다. 새 톱밥으로 갈아주고 먹이목, 놀이목도 새로 넣어줬다. 먹이목에 곤충젤리도 넣어주고 사슴벌레 한 쌍을 다시 사육통에 넣어 놨다. 이름은 수컷 행턱이, 암컷 행냥이로 지어주었다. 첫 만남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현재 행냥이는 수컷과 짝짓기를 해서 알을 낳고 잘 살고 있다. 우리 집에 있는 모든 사슴벌레는 우리 가족이다. 모두 소중하고 사랑스럽기 때문이다. 첫 만남, 아주 소중한 이 기억은 어른이 될 때까지 꼭 기억해야겠다. 행턱이, 행냥이 사랑해! ※ 이 글은 2022년 전북일보사·최명희문학관·혼불기념사업회가 주최·주관한 <제16회 대한민국 초등학생 손글씨 공모전> 수상작품입니다. 제17회 공모전은 4월 25일(화)부터 9월 17일(일)까지 작품을 모집합니다. 문의: 063-284-0570(최명희문학관)

  • 문화일반
  • 기고
  • 2023.05.13 13:30

"5월 드라이브 코스로 딱"⋯전북 메타세쿼이아 길, 초록 절정

입하(立夏) 지난 햇볕은 벌써 따갑고, 잔바람 끝은 살짝 달아올랐다. 이제 곧 치열한 여름. 미루고 놓치면 1년을 다시 기다려야 하는 일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5월, 메타세쿼이아 길 드라이브'. 메타세쿼이아(Metasequoia, 수삼·水杉)는 침엽수지만 겨울에 잎을 떨구는 낙엽침엽교목으로 중국이 원산지다. 30m 이상까지 하늘을 향해 곧게 뻗는 기운이 맑고 힘차다. 원근감이 살아있는 메타세쿼이아 풍경은 사계절 다른 멋을 뽐낸다. 연둣빛 봄날의 싱그러움, 한여름 짙은 초록빛의 생명력, 주황빛 가을의 고독과 낭만, 겨울에는 하얀 눈꽃 터널⋯. 그 중 제일은 초록이 절정을 향해 익어갈 때다. '계절의 여울목' 5월, 휑하니 들러보기 좋은 명품 메타세쿼이아 길을 소개한다. 이탈리아의 작곡가 비발디가 1725년 작곡한 바이올린 협주곡 '사계' 중 '여름'을 듣기 좋은 길들이다. 진안·김제·순창으로 가보자. △진안 부귀면 모래재 메타세쿼이아 길 전주에서 국도 26호선을 타고 진안으로 출발, 순두부로 이름난 완주 소양면 화심을 지나면 오른쪽으로 구불구불 모래재길이 시작된다. 부귀면 모래재길, 큰터골마을∼이랑학교 입구 890여 m 구간에는 1987년께 심은 메타세쿼이아 150여 주가 길 양편으로 어깨동무하며 어울려 산다. 수령 45년 즈음 되는 키 큰 나무들이 도로 경사·곡선과 조화를 이룬 이 길은 영화·드라마·CF 촬영지로 인기를 끌만큼 매혹적이다. 비 오는 풍경의 여운이 깊고 길어, 사진 작가들도 즐겨찾는 출사코스. 길 시작 지점에 주차장이 있고, 원두막정자 서넛이 있어 도시락 까먹기 좋다. 잘 가꾼 잔디밭이 있는 원로 시조시인 구름재 박병순 선생 생가도 코앞 길옆에 있다. 메타세쿼이아 구간이 짧다는 지적이 일자, 2014년부터 모래재휴게소 방향과 부귀면 우정교 방향까지 메타세쿼이아 200여 주를 추가로 심었다. 이 나무들은 이제야 스무 살 청춘이다. 모래재 메타세쿼이아 길은 산림청 '5월에 꼭 가봐야 할 명품 가로수길'에 꼽혔고, 한국관광공사 '비대면 관광지 100선'에도 이름을 올렸다. ※ 네비게이션 검색은 '모래재 메타세쿼이아' 또는 '진안군 부귀면 세동리 69-3'. △김제 죽산면 지평선 메타세쿼이아 길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수평선, 오른쪽으로는 지평선이 보이는 김제 평야. 일제강점기 전국 최대 곡창지대로 수탈의 아픈 역사를 머금은 이곳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메타세쿼이아 길이 있다. 죽산면 수교삼거리에서 나누어지는 해학로와 복죽로 가로수 길이 그곳이다. 이 길은 일렬로 늘어선 메타세쿼이아가 지평선 뒤로 기우는 일몰과 어우러져 멋스러운 풍광을 연출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가을에는 길 따라 흐드러진 코스모스와 출렁이는 황금들녘이 매력을 더한다. 죽산면사무소~수교삼거리, 해학로 3.2km 구간에는 1996년께 심은 메타세쿼이아 400여 주가 줄지어 키재기를 하고 있다. 수령은 30년 즈음. 작은 키, 메타세쿼이아를 보거든 굳이 위로할 필요는 없다. 수교삼거리~종남마을 입구, 복죽로 1.4km 구간은 2002년께 조성했다. 스물셋 갓넘은 메타세쿼이아 90여 주와 대왕참나무 110여 주가 각각 자리잡고 있다. 죽산면 메타세쿼이아 길 지척에는 조정래 소설 <아리랑>을 재현한 아리랑 마을이 있다. ※ 네비게이션 검색은 '김제시 죽산면 죽산리 948-20', '김제 메타세쿼이아길'. △순창 제9경, 팔덕면 강천로 메타세쿼이아 길 순창 메타세쿼이아 길은 '팔덕면 강천로'와 '금과면 담순로' 두 곳이 있다. 전통고추장민속마을 백산교차로∼팔덕면 용산교, 2.5km 구간 강천로 메타세쿼이아 길은 순창 10경 중 제9경이다. 1978년부터 1982년까지 당시 순창농고 학생들이 식재했다고 하니, 수령으로 따지면 50년 안팎으로 전북지역에서는 '최고령'이다. 이곳은 특히 360여 주의 메타세쿼이아 나뭇잎들이 하늘을 가리며 '나무터널'을 만든다. 또 8월 한여름 그늘에 꽃피는 연보랏빛 맥운동도 장관을 이룬다. 순창읍 백산리∼금과면 방축리, 2.7km 담순로 구간은 지난 2018년께 '순담(순창-담양) 메타서클 프로젝트' 일환으로 조성됐다. 순담 메타서클 프로젝트는 전라도 1000년을 맞아 전북도와 전남도 등 자치단체가 힘을 모아 시작한 야심찬 사업으로 '국내 최장 21km 메타세쿼이아 길 조성' 등이 포함됐었다. 담순로 구간 메타세쿼이아 370여 주는 아직 어리다. 전남 담양 쪽까지 드라이브를 다녀올 요량이면 즐겨볼 만하지만,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詩)처럼 '가지 않은 길'로 남겨 둬도 좋다. ※ 네비게이션 검색은 강천로 방면 '순창 메타세콰이어 길', '백산교차로', 담순로 방면 '금과동산'. 이밖에 동익산역 전라선 폐선부지를 활용한 인화공원에도 메타세쿼이아 산책로가 있다. 익산시는 지난 2017년부터 인화공원을 조성했으며, 4.2㎞ 구간에 8m 간격으로 메타세쿼이아 900여 주를 식재했다. 메타세쿼이아 산책로 명칭은 지난 2021년 공모를 통해 '솜리메타누리길'로 확정했다. 특히, 1.3km 구간에는 야간경관조명을 설치해 시민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 문화일반
  • 이용수
  • 2023.05.12 10:56

"생명과의 교감" 교동미술관 '무빙브릿지 아시아 펠로우' 특별전

전주교동미술관이 국경과 장르를 초월한 연대와 협업을 통해 지역 미술의 지평을 넓힌다. 교동미술관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이 주관하는 ‘함께 만드는 뮤지엄’ 사업의 일환으로 실험적인 방식이 접목된 온오프라인 전시프로젝트를 가동한다. 이 사업은 교동미술관이 전북에서 사립미술관 중 유일하게 선정됐다. 먼저 오는 6월 11일까지 전주교동미술관 본관 1, 2 전시실에서는 ‘무빙 브릿지 아시아 펠로우쉽(Moving Bridge Asia Fellowship)’이란 주제로 특별전시가 진행된다. 이번 전시는 교동미술관이 대만 타이난응용과기대학교와 국제적인 예술 협력을 통해 지구 생태계에 대한 관심과 지속가능한 담론을 전시로 제시한다. 전시에는 김철규, 박경식, 박재연, 심인섭, 오윤석, 탁영환, 종수란, 황문용, 뢰패유 등 한국과 대만의 작가 9명과 예술적인 사유를 담은 회화, 설치, 조각, 영상 및 사운드, AR(증강현실) 작품 20여점을 선보인다. 최근 예술계에서 예술가들은 최고 화두인 AI(인공지능) 등을 통해 자신의 창작물을 더욱 풍부하고 창의적으로 만들기 위해 새로운 대안적 매개체로 실험을 거듭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특히 이번 전시에서 AR 기술을 접목한 작품들을 보면 서로 다른 두 개의 이미지를 관람객이 스마트 폰을 활용해 감상할 수 있다. 스마트 폰에 전시장에서 안내하는 특정한 AR 애플리케이션을 내려 받은 뒤 보다 적극적인 감상에 참여하도록 한 것이다. 전시에 참여한 탁 작가는 “관객은 비로소 스마트 폰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새로운 미디어의 세계로 진입하는 예술적 행위를 완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이번 전시는 자신만의 작업세계에 깊이를 더하며 예술영역을 구축해오고 있는 한국과 대만 작가들이 창작열을 마주하는 시간으로 기대를 모은다. 김완순 교동미술관장은 “실재와 부재의 관계 속에 인간 존재와 연결되는 주제인 지속가능성, 자연생태를 향한 재생과 회복의 가능성을 공론화한 전시다”며 “인간과 자연을 향한 따뜻한 시선을 지속해나가고 서로를 보듬어 나가는 삶에 대한 가치를 나누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교동미술관은 이번 특별전에 이어 오는 7월 중에 2부 순서로 지역 전통공예 명장과 미디어아트 작가와의 협업으로 '연결된 세계(Connected world)'란 주제의 전시를 연다. 3부에서는 앞서 1, 2부에서 기획된 전시의 집합체를 온라인 형식으로 확장해 선보이고자 한다.

  • 전시·공연
  • 김영호
  • 2023.05.11 18:09

동학농민혁명 지도자 전봉준·김개남·손화중, 독립유공자 포상신청

동학농민혁명 지도자 전봉준·김개남·손화중의 독립유공자 포상신청이 통과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제129주년 동학농민혁명 국가기념일을 맞이해 이윤영 동학혁명기념관장은 지난 10일 국가보훈처 공훈발굴과에 “동학농민혁명 지도자 전봉준·김개남·손화중 독립유공자 포상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 관장은 “이번 독립유공자 포상신청은 윤준병 국회의원의 제안으로 신청하게 됐다”라며 “이번 신청과 관련해 김성주·김윤덕·강성희 의원과 주영채 동학농민혁명 유족회장·박용규 2차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서훈 국민연대 상임대표, 박상종 천도교 교령, 임형진 동학학회 회장, 성주현 청암대 교수 등 많은 동학 관련 단체 임원들과 협의해 독립유공자 포상신청을 하게 됐다”며 그동안의 과정을 설명했다. 이날 이 관장은 독립유공자 포상신청을 위한 구비서류 및 참고문헌을 첨부하며 동학농민혁명 지도자들의 독립유공자 포상신청이 이뤄지지 않은 이유를 국가보훈처의 소극적인 자세와 반대입장 고수로 꼽았다. 이 관장은 “1894년 2차 동학농민혁명은 일제에 의한 조선의 국권 침탈에 항거한 의병이다. 동학 의병이란 근거는 전봉준 공초록에 고스란히 담겨있다”며 “2차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즉 동학의병을 독립유공자로 포상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은 법률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등의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2004) 재정과 2019년 2월 법정기념일 즉 국가기념일 제정으로 완결됐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을미의병이 독립유공자 공적심사 내규에 국권침탈에 항거한 법적 근거가 된다면, 동학의병은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등의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에 법적 근거가 있다”며 “국가보훈부장관, 공훈발굴과장, 공적심사위원들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 문화일반
  • 전현아
  • 2023.05.11 18:09

[김용호 정읍시립국악단 단장 전통문화바라보기] 우우당의 기억

서울 노원구와 의정부 양 둘레를 아우르는 수락산. 그곳에는 유장한 벽운동 계곡이 있는데 계곡이 시작되는 입구를 조금 걷다 보면 우우당(友于堂)이라는 터가 나온다. 우우당은 사도세자의 비(妃)이며 정조대왕의 어머니였던 혜경궁 홍씨가 어릴 적 많은 시간을 보낸 곳으로 홍씨의 아버지이자 삼(三)정승을 역임한 홍봉한의 별장이기도 하다. 지금은 터라는 곳을 간신히 알아볼 수 있는 조그만 출입문과 담장 그리고 말을 묶던 주춧돌만이 남아 아련한 역사의 기억을 잇고 있다. 혜경궁 홍씨를 생각하면 필자는 두 가지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하나는 사도세자의 아들인 정조대왕이 어머니 마음을 위로하려 차린 회갑연이요. 또 하나는 홍씨가 쓴 한중록이다. 필자는 전통예술가의 삶을 산지라 널리 알려진 한중록보다는 회갑연의 기억이 더욱 선명하다. 과거 국립국악원은 전통문화 가치를 재발견하고 조명하기 위해 조선 왕실 음악과 춤 소재로 많은 작품을 만들었다. 특히 2001년 초연된 <태평 서곡>은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 내용이 담은 작품으로 ‘원행을묘정리의궤(園幸乙卯整理儀軌)’ 속 고증으로 만들어졌다. <수제천>, <여민락> 등의 궁중음악과 <무고>, <선유락> 등 화려한 궁중무용이 충실히 재연되었다. 사실 1795년 수원 화성에서 연행되었던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은 단순한 잔치나 연희의 수준을 넘는 궁중문화의 결정체였다. 그러한 이유로 국립국악원에서는 전통음악, 전통무용뿐만 아니라 궁중 복식과 의물 등 평소 접하기 어려웠던 궁중의 문화를 함께 담고자 노력했으며 작품 완성도에도 많은 세심함을 배려했다. 이러한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 재현 작품은 2001년 초연 이후 2005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 도서전과 2010년 파리 일드 프랑스 페스티벌 등에 초청되면서 세계의 많은 관객에게 뜨거운 찬사를 받았으며 2010년 7월엔 국내 부산에서도 국립부산국악원과 국립국악원 본원과 협업, 공동제작을 통해 재발표되었다. 그 당시 필자는 국립부산국악원 악장으로 집박(궁중음악과 무용을 지휘하는 직분)의 역할을 맡아 함께 참여하였는데 한국 정신문화의 정수인 효(孝)와 예(禮)를 알리는 보람된 작업으로 현재까지도 생생히 기억되고 있다. 혜경궁 홍씨의 한중록은 사도세자의 억울한 죽음을 알리고 친정인 풍산 홍씨의 몰락을 탄원하며 자신의 친정 집안을 신원(伸寃)하기 위한 목적으로 집필한 문집으로 현재 3대 궁중문학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평탄치 못한 삶을 살았던 혜경궁 홍씨. 지아비를 안타깝게 잃어야 했던 불운. 아들인 정조대왕의 정성 어린 효. 어려운 상황에서도 아들과 처가를 지키시고자 노력했던 강직함. 이젠 수락산 우우당의 자취는 사라졌지만 간직된 효와 예의 이야기는 후대에 소중히 전해져 간직될 것이다.

  • 문화일반
  • 기고
  • 2023.05.11 18:07

전북도 '색지장 김혜미자' 구술 채록집 발간

무형유산은 살아있는 예술로 통한다. 유형유산과 달리 전승이 이뤄지지 않으면 소멸한다. 전북은 무형문화재가 많다. 그런 점에서 무형유산을 알리고 기록하는 것은 후대의 몫이다. 전북도가 발간한 <색지장 김혜미자>는 색지공예 장인에 대한 의미있는 기록을 책자로 엮었다. 김혜미자(82) 장인은 전북 무형문화재 제60호 색지장으로 도가 무형문화재 원형 보전을 위한 연구 및 기록화사업의 일환으로 책자를 만들었다. 송미령 예원예술대 한지조형학과 교수 등 연구진은 전주한옥마을 작업장에서 장인과 면담하고 채록했다. 꽃꽂이를 하며 평범하게 살던 장인은 운명처럼 한지에 꽂혀 지금으로부터 40여년 전 1987년 색지공예에 입문했다. 비교적 늦은 나이에 입문한 만큼 끝까지 배워 공예를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던 장인의 일념 하나로 버텨온 세월이다. "전주한지가 유명하다는데 아무도 색지공예가 있다는 것을 몰랐어요." 의무와 사명감으로 1993년 전북예술회관에서 개인전을 열었던 장인은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지금도 작품 활동에 몰두한다. 전주에서 색지공예의 아름다움을 선보인 건 장인 정신의 승리였다. "색지공예는 가장 아름다운 공예인데요. 한지를 40여장 붙여서 합지를 만들고 여러 가지 색을 입혀 상서로운 문양을 새긴 섬세한 작업이에요." 책은 장인의 구술에 의존하지만 색지공예 제작 방법과 장인의 작품 및 연보를 수록했다. 장인은 전주에서 한지공예대전의 씨를 뿌리고 전수생들에게 전통공예의 멋을 전파하고 있다. "전수자는 수입 보다 '한지가 나다'란 생각을 가지고 완주해야 합니다." 현대사회는 물질 만능주의로 물들어 돈이 최고의 가치가 됐다. 그런 시대에 장인이 제자들에게 남기고 싶은 이야기가 책으로 남았다. "우리가 자식을 사랑하듯이 또 자기가 추구하는 아름다움을 사랑하듯이 한지를 사랑하길 바랍니다." 전주여고를 졸업한 장인은 대한민국전승공예대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상기호 작가에게 색지공예를, 충남무형문화재 지승장 최영준 장인에게 지승공예를 사사했다. 한지의 고장이지만 한지공예의 불모지였던 전주에서 한지공예 발전에 앞장선 그는 국내 및 일본 등 해외에서 다수의 개인전과 초대전을 열었다. 작품 활동으로 제1회 전국한지공예대전 대상 등을 수상했고 전주시민의 장 문화장, 전북도지사 감사패, 문화관광부장관상, 국새 제작 참여로 대통령 포상을 받았다. 현재 (사)한지문화진흥원 이사장 등을 맡고 있으며 후진 양성에 힘쓰고 있다.

  • 문학·출판
  • 김영호
  • 2023.05.10 18:14

“나의 시, 나의 삶”... '김지하 마지막 대담' 출간

“저항에서 생명으로 가없는 길을 열어간 김지하 선생의 문학과 사상의 참뜻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이 대담집을 완성하는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난 8일은 고(故) 김지하(1941~2022) 시인의 1주기가 되는 날이었다. 지난해 5월 싱그러운 봄날에 대문호는 갑작스럽게 기약 없는 이별을 전했다. 신간 <김지하 마지막 대담>(작가)은 김지하의 문학과 사상에 대한 공부와 연구에 매진해 온 홍용희 경희사이버대 미디어문예창작과 교수가 고인에게 들은 생전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았다. “나에게 선생은 위대한 대학이었다. 동양과 서양, 논리와 초논리, 직관과 영감, 과학과 종교, 경제학과 미학 등에 걸친 식견 속에서 굽이치는 선생의 목소리는 동굴 속에서 나오는 울림처럼 깊고 유현했다.”(‘김지하 마지막 대담’ 머리말 중에서) 이 대담집에는 저자가 김지하 시인과 나눈 8번에 걸친 대담과 함께 김지하 시와 사상을 해설한 2편의 평론도 수록됐다. 전반부는 문예지의 청탁을 받아 진행된 것이고 후반부는 대담집 간행을 목표로 기획된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 기획 대담이 완성형에 이르지 못했다고.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김지하 시인과의 만남이 차단됐고 코로나가 풀릴 시기 시인은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김지하는 1980년대 초반부터 인간성의 상실, 생명 파괴, 기후 위기, 팬데믹 창궐 등을 예언하며 생명 사상, 살림의 문화 운동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포스트 코로나 시대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시인의 이야기는 직접 들을 수 없게 됐다. “나는 한류에 대해 실질적으로 사회사적인 폭발로는 2002년 월드컵 때부터라고 봐요. 붉은 악마 돌풍이 불면서 그때 일본 사람들이 깜짝 놀랬어. (중략) 이것은 포스트 한류, 제2기 한류에서 중요하게 되는 콘텐츠 문제, 미학적인 어떤 방향성 문제, 이런 것과 관련이 될 수가 있지요.”(‘포스트 한류의 미학적 원형에 대하여’ 중에서) 시인의 육성을 더는 들을 수 없지만 이 책에는 잠든 세상의 나침반처럼 저항 시인이 들려주는 고언이 그대로 울려 퍼지고 있다. 저자는 “선생은 대담장에서는 물론이고 자동차 안에서나 기차 안에서나 찻집에서나 새 시대 새 길을 열어나가는 개벽 사상가였다”며 “선생으로부터 시는 물론 인간, 문명, 세계, 우주의 지평을 듣고 꿈꿀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한편 김지하 시인은 전남 목포 출신으로 서울대 미학과를 졸업하고 ‘비’, ‘황톳길’ 등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1970년 사상계에 ‘오적’을 발표한 후 투옥과 사형 구형 등 고난의 세월을 겪었으며 원광대 석좌교수를 역임한 바 있다.

  • 문학·출판
  • 김영호
  • 2023.05.10 18:14

최은우 수필가, '하늘과 바다가 사랑한 섬 제주 한 달 살기' 발간

회색빛 빌딩 숲 반복되는 일상에 지친 이들을 위로하고자 푸른 바다와 드넓은 하늘을 선물한 여행 수필집이 문단에 나왔다. 최은우 수필가가 <하늘과 바다가 사랑한 섬 제주 한 달 살기>(신아출판사)를 발간했다. 책은 ‘제1부 하늘과 바다가 사랑한 섬-제주 해안도로 드라이브’, ‘제2부 제주 한 달 살기(1)-제주 오름의 유혹에 빠지다’, ‘제3부 제주 한 달 살기(2)-추자도의 숨겨진 비경 나바론 하늘길’, ‘제4부 여름휴가로 떠나는 제주여행(1)-제주곶자왈도립공원’, ‘제5부 여름휴가로 떠나는 재주여행(2)-제 대한민국에서 제일 높은 한라산’, ‘제6부 가고 또 가고 싶은 제주’ 등 총 6부로 구성돼 있다. 저자는 “직장을 은퇴하고 자유시간이 많아지자 제일 먼저 하고 싶은 게 여행이었다”며 여행에 대한 열정을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여행의 즐거움과 감동을 다른 사람들과 같이 나누고 싶었고, ‘제주 한 달 살기’의 여행기가 독자들에게 많은 관심과 유익한 정보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문우들의 격려에 용기를 얻어 그동안 모아놓았던 여행기를 세상에 내놓았다”고 설명했다. 책에는 저자가 직접 경험한 내용과 여행지와 관련한 설화, 역사 등 흥미로운 이야기까지 담겨 제주 여행의 백과사전 역할을 하고 있다. 수필집 사이사이 실린 탁 트인 바다 사진과 높은 하늘 사진으로 독자가 얻어갈 마음속 치유와 휴식은 덤이다. 전일환 수필가는 “저자는 사물을 보는 시점이나 관점이 남다르고 초월적이며 전문가보다 더 섬세한 안목을 지니고 있는 작가다”며 “그의 수필에는 자연 속에서 우리의 삶을 분석하고 해석하는 솜씨가 남달라 독자들을 감동으로 이끌고도 남음이 있다”고 밝혔다. 책의 저자는 전주 출생으로 2014년 ‘대한문학’으로 등단해 수필집 <이제는 나를 위해 살기로 했다> 등을 냈고, 현재 전북문인협회, 전북수필문학회 등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3.05.10 18:13

장학웅 시인, 시집 '바람꽃 길 따라서' 펴내

장학웅 시인이 4번째 시집 <바람꽃 길 따라서>(광문사)를 펴냈다. “하늘 땅 바람 구름/ 자연의 진화/ 신비로움 가득한 세상/ 무한 우주 안에/ 무수한 태양계/ 지구는 한 행성/ 행성의 주인인/ 우리는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우리는 어디 론가를/ 가야하는 유한의 삶속에/ 길 따라서/ 살아가야 하는 숙명의 길/ 운명의 길을 거역 할 수 없다”(시 ‘바람꽃 길 따라서’ 전문) 시집에는 ‘1부 새 길로’, ‘2부 목표를 향하여’, ‘3부 물음표와 느낌표 사이’, ‘4부 삶의 등불’, ‘5부 아픔을 넘어’ 등 총 5부로 구성됐으며, 75편의 시가 담겨있다. 13년 전 공직에서 은퇴해 더 높고 넓은 세상 경험을 원한 장 시인은 자연을 찾았다. 그런 그가 이번 시집으로 자연인 생활에서 얻게 된 인생철학을 시문학 틀에 구애받지 않은 현대 자유시, 서정적 연시 창작품으로 독자에게 전한다. 작품에는 ‘씨앗이’, ‘꽃길을’, ‘태양’, ‘봄날에’ 등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는 장 시인의 자연 속 삶이 투영된 작품부터 ‘물음표와 느낌표 사이’, ‘행복알파’, ‘지혜의 빛’과 같은 시인의 가치관을 엿볼 수 있는 글까지 만나볼 수 있다. 한편 장 시인은 부안 출생으로 2001년 ‘한국시’로 등단해, 시집 <그리움을 아중햇살에 담아>, <연 새싹 풀잎의 미소> 등을 냈다. 현재 전북문협 행정원장, 전북시인협회 이사 등을 맡으며 문단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3.05.10 18:13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최아현 소설가 – 경향신문 젠더기획팀 '우리가 명함이 없지 일을 안했냐'

언젠가 ‘노동력의 재생산’이라는 말을 들었다. 일하는 사람이 집에 돌아와 다시 직장에 나가기 전에 힘을 다시 비축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말한다. 조금 더 익숙한 표현은 아무래도 돌봄, 가사 노동 같은 이름일 테다. 혼자 살기 시작하면서 퇴근 후 집에 들어섰을 때, 늘 쉰다고 느끼기 어려웠다. 일터에서 돌아오면 또 다시 집에서 해야 할 일거리가 쌓여있었다. 배를 채우기 위해 식사를 준비해야 했고, 다음날 출근을 위해 깔끔하게 정돈된 옷가지를 준비해야 했다. 깨끗한 집에서 잠들고 싶어 쓸고 닦는 일까지 하면 쓰러지듯 잠들 수 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나는 집에 돌아와도 쉬지 못했다. 오히려 하루가 영원히 끝나지 않는 것 같았다. 아무리 작은 집이라도 혼자서 그 모든 몫을 해내기에는 시간도 체력도 부족했다. 그동안 집 안 누군가의 암묵적인 몫으로 순순히 덕을 보고 살아오다 별안간 예고도 없이 혼자 그 몫을 다 하게 되었을 때야 무언가 이상했다고 느끼게 되었다. “우리가 만난 여성들은 명함이 없다고 했다. 일을 쉰 적은 없다. 그들의 노동을 사회에서 ‘일’로 인정하지 않았을 뿐이다. (『우리가 명함이 없지 일을 안했냐』, 中)” 이 책은 명함 없이 일한 여성들의 인터뷰와 명함을 담고 있다. 대부분의 인물이 가사 노동을 기본으로 해 온 터라 모두가 노동력 재생산 전문가다. 그렇다고 가사노동만 해 온 것도 아니다. “누구도 춘자씨의 노동에 제대로 된 대우를 해주지 않았지만 그는 여성 농민이자, 가사노동자, 그리고 아픈 남편까지 돌본 요양보호사다. (『우리가 명함이 없지 일을 안했냐』, 中)”현재는 국숫집을 운영하고 있지만, 양잠업 노동자, 한식당 요리사 겸 경영자, 여성복 디자이너를 모두 거치며 돌봄과 가사노동까지 쉰 적이 없는 손정애 씨, 85년부터 탄광에서 일하며 가사와 육아를 병행한 문계화 씨까지. 명함만 없었을 뿐, 아주 많은 일을 하면서 동시에 쉬어 본 적 없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돌이켜 보면 ‘살림’, ‘집안일’ 같은 단어는 참 두루뭉술한 말이다. 집을 돌보는 일은 단순히 공간을 닦고 정돈하는 일이 아니다. 각 공간을 유지보수하고, 기능을 원활하게 하고, 소모품을 채워 넣는 일, 그밖에 생활에 필요한 여타의 것을 생산하는 일까지 포함한다. 성과가 눈에 띄기 어렵고, 포상도 없고, 끝이 없으며, 급여도 없고, 일정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 일이다. 게다가 그 모든 일의 범위는 아주 넓고 다양하고 매끄러운 일의 수행을 위해서는 배경지식과 숙련도가 꼭 필요하다. 그동안 유독 여성들이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일자리에서 묵묵하게 이름 없이 자리를 지켜왔다. 그래서 더욱 직함을 만들어 붙이고 명함을 상상하는 일이 필요하다. 오랜 노고를 위로하고 포상하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최아현 소설가는 2018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소설 <아침대화>로 등단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3.05.10 18:12

[서유진 기자의 예술 관람기] 다시 보다

다시 보다: 한국 근현대미술전 한국에서 서양화단이 본격적으로 형성된 1920년대부터 문화적 대변환의 계기가 된 서울올림픽 1988년까지 한국 근현대미술사에 길이 남을 주요 작가별 작품과 특징, 변천사를 조명하는 전시가 서울 소마미술관에서 지난달부터 8월 27일까지 열리고 있다. 한국 근현대미술사를 장식한 25명의 작품 159점이 소개된다. 전시는 ‘우리땅, 민족의 노래’, ‘다아스포라, 민족사의 여백’, ‘여성, 또 하나의 미술사’, ‘추상, 세계화의 도전과 성취’, ‘조각, 시대를 빚고 깎고’로 나뉜다. 예술은 시대를 배경으로 태어난다. 일제 강점기와 해방, 6.25 전쟁 등 격동기를 통과한 대한민국 역사이자 빛과 그림자다. 시대의 리얼리티를 구사한 ‘박수근’, 가족과 소 그림으로 시대의 아픔을 그려낸 ‘이중섭’, 천재적 능력으로 인물과 산천을 그린 ‘이인성’의 그림이 소개된다. ‘박생광’, ‘장욱진’, ‘구본웅’의 풍경도 만날 수 있다. 6.25전쟁을 거치며 생긴 민족분단 70년의 아픔을 고스란히 담아낸 세대가 있다. 유럽화단의 중심에서 활약한 ‘배운성’의 대작 ‘가족도’가 소개되며, 한국 리얼리즘 회화의 거봉 ‘이쾌대’는 ‘해방고지’ ‘두루마기를 입은 자화상’으로 분단의 대서사를 보여준다. 봉건, 남성 중심 가부장제의 질곡을 넘어선 한국 여성 화가를 만나 보자. 소설가, 시인, 신 여성운동가로 불같은 생애를 산, 최초의 여성화가 ‘나혜석’은 파리, 스페인 풍경을 보여주고, 우주적 기호가 춤추는 환상의 세계를 구현한 재불화가 ‘이성자’와 ‘방혜자’가 대표적이다. ‘박래현’과 ‘천경자’의 화폭은 언제봐도 압권이다. ‘김기창’의 아내 박래현은 구상에서 추상의 길을 걷고, ‘꽃과 여인의 화가’로 대중적 인기를 구가해온 천경자, 분방한 필치와 강렬한 색채로 추상표현주의 양식으로 역동적인 조형 세계를 펼친 ‘최욱경’의 작품 또한 놓쳐서는 안 된다. 20세기 미술은 추상의 여정이다. 한국의 추상미술은 단색화의 원조 ’김환기‘, ’산의 화가‘로 불리는 ’유영국‘ 두 거장은 한국 추상의 쌍두마차다. 동양 지필묵의 조형을 문자 추상으로 구현한 ‘이응노’와 동양적 내면적 시각과 은밀하고 매혹적인 색상을 구사한 ‘남관’을 빼놓을 수 없다. 열악한 환경에서 한국 근대조각을 꽃피운 작가들을 만날 수 있다. 절제와 금욕의 조형을 구현한 ’불각(不刻)의 미‘로 유명한 김종영과 대칭의 균제미·정면성·수직성의 조형으로 생명의 근원을 탐구한 ‘문신’. 침묵과 구도의 세계를 펼친 ‘권진규’의 구상 조각도 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다. 최욱경과 천경자의 작품은 한동안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최욱경의 ‘환희’는 나도 모르게 환희에 빠져들게 하며 대형 화폭에 형형색색의 놀이가 한바탕 벌어지는 느낌이 강렬하다. 천경자의 초원은 70년대 아프리카 여행을 다녀온 후 시리즈로 작품을 남겼다. 작품 ‘초원 II’는 아프리카의 원초적 자연에 매료, 독특한 색감과 형태미로 이국적이며 환상적이다. 특히 코끼리 등에 누워있는 누드의 여인은 설화적이고 신비로운 인상을 지울 수 없다.

  • 전시·공연
  • 서유진
  • 2023.05.10 13:46

전주대사습놀이, 판소리 명창 본선 대회 고수 지정 논란

올해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에서 판소리 명창부의 본선 진출자들이 대회 주최측이 지정한 고수와 경연을 펼치게 돼 논란이 일고 있다. 그동안 판소리 명창부에서 본선 진출자는 직접 고수를 선택해 무대에 오를 수 있었다. (사)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이사장 송재영)는 6월 5일 국립무형유산원 대공연장에서 진행될 ‘제49회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에서 판소리 명창부의 본선 진출자는 주최측이 지정한 고수 가운데 제비뽑기로 뽑힌 고수와 함께 경연을 펼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고 9일 밝혔다.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는 1975년 제1회 대회를 시작으로 지난해 48회 대회까지 판소리 명창부에서 본선 진출자가 직접 선택한 고수와 무대에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 판소리 명창 본선 진출자 3명이 제비뽑기를 통해 주최측이 지정한 3명의 고수 중 1명과 본선 무대에 올라야 한다. 이와 관련해 한동안 공정성 시비에 휘말렸던 대회의 신뢰성을 높이려는 고육지책이란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일부 출전 예정자들과 국악인들 사이에서는 기존과는 다른 방식의 대회 운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고수를 지정함으로써 실력 있는 소리꾼이 고수와 호흡이 맞지 않아 자신의 기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할 경우 대회의 권위마저 손상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역의 한 국악인은 “대회 직전까지 소리꾼이 잘 맞는 고수와 연습해왔다면 본선에서 제비뽑기 운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것 아니냐”며 “굳이 고수를 지정해 운영해야 한다면 최고의 기량을 가진 명고수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명색이 판소리 명창을 뽑는 대회에 고수를 지정할 경우 심사의 공정성이 담보될 수도 있지만 소리꾼이 무대에서 실력 발휘를 하는데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양날의 검인 셈이다. 따라서 반세기 가까운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 역사에서 판소리 명창부의 고수 지정은 사상 초유의 일이라 신중론도 대두된다. 국악계에서는 소리꾼과 고수의 관계를 꽃과 나비로 비유하곤 한다. 야구로 치면 투수와 포수의 관계처럼 소리꾼과 고수의 호흡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 관계자는 “이번에 새롭게 운영하는 판소리 명창부의 지정 고수는 대회의 공정성을 높이고 명창의 격을 높이기 위한 결정이다”며 “지정 고수는 대통령상을 받은 수준급 실력자를 섭외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 전시·공연
  • 김영호외(1)
  • 2023.05.09 18:02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