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에덴 프로젝트’는 가장 깊은 상처에서도 희망이 피어날 수 있음을 증명한 공간이다.
인간이 훼손한 자연을 되살리고, 그 과정을 통해 치유와 공존의 가치를 만들어 낸 이곳은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하나의 철학이자 미래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익산에도 오랫동안 누구도 쉽게 꺼내지 못했던 가장 아픈 손가락, 왕궁정착농원이 있다. 1948년 한센인 강제 격리 정책에 따라 형성된 이곳은 세상의 혐오를 피해 모여든 이들이 생존을 이어가던 삶의 터전이었다.
이후 이주 한센인들은 생계를 위해 돼지를 기르기 시작했고, 왕궁은 수십 년간 극심한 수질오염과 악취의 진원지라는 오명을 안게 되었다.
상처는 덮는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익산시는 1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끈질긴 설득과 노력을 이어온 끝에, 2023년 왕궁지역의 현업 축사를 전면 매입하며 오염의 근원을 제거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진정한 치유는 그 위에 다시 생명이 자라고 숨 쉬는 공간으로 거듭날 때 비로소 완성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상처를 어떻게 ‘회복’을 넘어 ‘가치’로 바꿔낼 것인가. 나는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지난 3월 말 영국 콘월의 에덴 프로젝트를 찾았다.
그곳은 160년 넘게 고령토 채굴로 훼손된 폐광산이 세계 최대 규모의 친환경 생태 정원으로 거듭나 전 세계인의 발걸음을 끌어들이고 있었고, 그 진정한 가치는 상처를 치유의 자산으로 전환했다는 데 있었다.
특히, 에덴 프로젝트는 단순한 복원 사례를 넘어 국가적 상징 자산으로 자리매김했다. 실제로 2021년 콘월 지역에서 G7 정상회의가 개최된 바 있으며, 내가 방문하기 바로 전 주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에덴 프로젝트 25주년 행사에 직접 참석하기도 했다. 한때 버려졌던 폐광산이 이제는 국가적 위상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현재 이러한 생명 회복의 철학은 전 세계의 공감을 얻으며 두바이와 중국 칭다오, 코스타리카 등 세계 곳곳으로 뻗어나가는 한편, 지속가능한 생태 복원의 세계적 표준이자 관광자원으로 확고히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이 모습은 이제 막 복원의 출발선에 선 왕궁이 지향해야 할 미래와 정확히 맞닿아 있다. 상처를 지우는 데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그 위에 새로운 가치를 더해 세계가 찾는 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것, 그것이 우리가 가야 할 길이다.
현장의 평가 또한 분명했다. 왕궁이 지닌 아픈 역사와 환경 문제는 오히려 세계가 공감하는 치유의 서사가 될 수 있으며, 충분히 국제적인 생태 복원 모델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였다.
이제 왕궁은 과거를 설명하는 공간이 아니라, 미래를 증명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콘월의 버려진 폐광산이 세계적인 생태의 보고로 거듭났듯, 익산 왕궁 역시 가장 깊은 상처 위에 새로운 생명을 피워내야 한다.
앞으로 왕궁정착농원 일대는 치유와 휴식이 공존하는 거대한 녹지 공간으로 조성되고, 과거 악취로 숨 막히던 땅은 사계절 꽃과 나무가 숨 쉬는 생명의 정원으로 변화하게 될 것이다.
에덴(Eden)은 기쁨과 생명의 공간을 의미한다. 왕궁 역시 더 이상 아픈 과거에만 머무르지 않고, 기쁨과 생명력 넘치는 자랑스러운 생태 복원의 성지이자 세계적인 치유의 공간으로 활짝 피어나게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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