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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칼럼] 늑구 탈출이 남긴 질문과 전주동물원

전주 생태동물원 조성에도 자연성과 안전의 균형 과제
시설, 사육사 역량 강화 필요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대전 늑구의 탈출극이 열흘 만에 막을 내렸다. 다행이 마취총을 써서 안전하게 구조했고, 건강에도 이상이 없다고 한다. 늑구는 드론과 대규모 수색 인력에도 불구하고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야생에 적응하기 어렵다는 판단과 달리 4m 옹벽을 뛰어넘고 60여 명이 에워싼 포위망도 뚫었다. 안전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좀 더 자유를 만끽하기 바라는 시민도 많았다. 자발적으로 ‘늑구맵’을 만들어 실시간으로 위치를 공유했고, 관련 기념품까지 등장했다. 늑대를 향한 응원의 정서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영화 ‘쇼생크 탈출’처럼 갇힌 공간을 벗어나 스스로 자유를 찾은 존재에 대한 감정이입일 것이다. 

2010년 과천 서울대공원에서는 말레이곰이 사육사가 방사장을 청소하는 사이 앞발로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가 9일 만에 돌아온 적이 있다. 반면, 늑구는 관리 실수를 틈탄 것이 아니었다. 울타리 아래를 스스로 파고 나갔다. 굴을 파고 은신처를 만드는 늑대 본래의 행동이 살아 있었다는 뜻이다. 반면 동물의 본능과 능력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시설 설계의 문제도 드러났다. 

전주동물원 늑대사도 800평 남짓한 나무와 언덕, 굴이 있는 방사형이다. 탈출 방지 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2016년까지만 해도 콘크리트 바닥에 철망 우리에서 살았다. 늑구의 사촌쯤 되는 천잠, 황방, 건지 세 마리가 살고 있다. 이 셋의 아빠는 대전 오월드 출신이다. 전주동물원은 1978년 개원 이후  철창과 콘크리트 중심의 전시형 시설로 운영돼왔다. 전북환경연합은 2014년 지방선거에서 노후화와 동물학대, 스트레스성 이상 행동을 제기했고 이후 생태동물원 전환이 추진됐다. 총 179억 원 규모의 사업을 통해 늑대사·곰사·코끼리사·호랑이사·원숭이사 등 12개 동물사가 방사형 구조로 탈바꿈했다. 먹이를 숨기거나 다양한 놀이 도구를 활용해 탐색과 사냥 본능을 유지시키는 동물행동풍부화도 도입했다. 

그러나 자연 행동을 허용하는 것이 곧 안전을 뜻하지는 않는다. 전주동물원에서도 굴을 파고 숨어있던 늑대가 생매장 위험에 처한 일이 있었다. 결국 굴 입구 돌 더미에 상처가 나 병사했다. 동물 폐사 기록을 살펴보니, 생태동물원 조성에도 불구하고 2020년 13건이던 폐사가 2024년에는 30건으로 늘었다. 노화가 많지만 급성 감염과 사고가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자연성과 안전 사이의 균형은 동물원이 풀어가야 할 과제다.

환경연합·시·전문가가 함께 만든 전주동물원 민관협치 모델은 전국적으로도 드문 사례다. 그러나 아직 완성된 것은 아니다. 파충류사는 시설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채 1978년 개원 당시 그대로다. 악어 한 마리만이 쓸쓸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하마사 등 일부 동물사도 과거에 머물러 있다. 운영 예산도 2021년 약 69억 원에서 2025년 약 17억 8000만 원으로 크게 줄었다. 수의사는 단 2명이다. 600여 마리를 넘는 동물을 관리하면서 휴일 근무까지 감당하고 있다. 사육사 역량 강화 워크숍은 중단된 상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전주 생태동물원 시즌 2’다. 남은 시설 개선의 완결, 수의사와 사육사의 역량 강화 교육, 교육과 기획 사업을 추진하는 방문자 센터를 건립해야 한다. 늑구를 응원하는 마음은 우리 곁의 동물들이 지금 어떤 환경에서 살고 있는지를 묻는 관심이다. 그 질문에 답하는 것이 전주동물원 앞에 놓인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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