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11-12 07:34 (Wed)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전체기사

2025 전주국제춤페스티벌, ‘GAZE: 서로를 바라보다’⋯춤으로 세계와 하나 된다

예술가들의 땀과 열정이 빚어낸 춤으로, 전주가 다시 한번 ‘춤의 도시’로 숨을 고른다. ㈔금파춤보존회는 오는 28일부터 30일까지 매일 오후 2시, 치명자산성지 평화의전당 유항겸홀에서 ‘2025 전주국제춤페스티벌(JIDF)’을 열고, 춤으로 세계를 잇는 무대를 선보인다. 올해 주제는 ‘GAZE: 서로를 바라보다’다. 단순히 무대 위에서 시선을 교환하는 행위를 넘어,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며 전통과 현대, 지역과 세계, 세대가 어우러지는 예술적 선언을 담았다. 이번 페스티벌은 ‘사색무: 인생을 그리다’(28일), ‘풍남춤樂페스티벌–국제안무가전·국제무용대전’(29일), ‘전주국제춤페스티벌’(30일)로 이어진다. 특히 첫날 무대인 ‘사색무(四色舞): 인생을 그리다’는 이번 축제의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사색무’는 인생을 다섯 가지 색으로 풀어낸다. △흑(黑)-삶의 시작과 진혼, 인간의 근원 △적(赤)-불꽃처럼 타오르는 생명과 열정 △청(靑)-젊음과 꿈, 이상을 향한 도전 △황(黃)-풍요와 평화, 공동체의 울림 △백(白)-귀소와 회귀, 그리고 희망을 춤으로 표현한다. 무용가와 일반인, 청년, 학생, 어린이 무용수가 한 무대에 올라 세대 간 소통과 화합의 의미를 더한다. 둘째 날 열리는 ‘풍남춤樂페스티벌–국제안무가전’에서는 해외 안무가들의 창작 작품을 통해 새로운 춤의 세계를 탐험할 수 있다. 마지막 날의 국제무용대전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무대로, 전주가 ‘무용 허브 도시’로 도약하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애미킴 ㈔금파춤보존회 이사장은 “춤은 언어 이전의 언어이며, 세대를 넘어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가장 원초적인 예술”이라며 “이번 페스티벌은 전통과 현대, 지역과 세대가 함께 어우러져 서로를 바라보고 존중하는 무대가 될 것. 세대를 잇는 교류, 전통과 현대의 융합, 그리고 지역과 세계의 연결이 이번 축제의 핵심이며 지역과 국내 예술계가 세계와 호흡하기 위한 문화적 선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전북은 한국전통예술의 본산으로 우리 민족의 정신과 미학을 품고 있는 땅이다”며 “전통을 기반으로 세계와 연결되는 미래지향적 축제인 이 무대에서 지역의 ‘문화자부심’, ‘예술의 고향’을 넘어 ‘세계와 소통하는 글로벌 문화도시’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주국제춤페스티벌을 주최·주관하는 ㈔금파춤보존회는 전북춤의 원류 고(故) 금파 김조균 선생 전북무형문화재 제17호 한량무 및 수백편의 춤유산을 계승하고 재해석하며, 한국 춤의 미래를 개척하는 문화적 전위대로 활약하고 있다.

  • 전시·공연
  • 전현아
  • 2025.08.28 07:16

포옛의 전북 vs 이정효의 광주…코리아컵 결승 격돌

'프로축구 절대1강' 전북 현대와 '돌풍의 시민구단' 광주FC가 2025 하나은행 코리아컵 챔피언 타이틀을 놓고 맞붙는다. 거스 포옛 감독이 지휘하는 전북은 27일 강릉하이원아레나에서 열린 2025 하나은행 코리아컵 준결승 원정 2차전에서 후반 추가시간에 터진 티아고의 페널티킥 동점골과 츄마시의 역전골로 강원FC에 2-1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20일 홈에서 치른 1차전에서 1-1로 비긴 전북은 이로써 합계 3-2로 앞서며 결승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같은 시각 부천종합운동장에서 킥오프한 준결승 2차전에선 이정효 감독이 이끄는 광주가 부천FC를 2-1로 제압해 1, 2차전 합계 4-1로 앞서며 결승행을 확정했다. 이로써 K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인기를 자랑하는 두 감독 간의 지략대결이 코리아컵 결승 무대에서 펼쳐지게 됐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선수와 감독으로 활약한 '빅네임' 포옛 감독은 지난 시즌 강등 위기에까지 몰렸던 전북의 사령탑으로 부임하자마자 팀을 압도적인 강팀으로 탈바꿈시켰다. 이 감독은 시민구단인 광주를 K리그1으로 승격시키고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무대에도 올려놓는 등 빼어난 성과를 내 한국 축구의 '젊은 명장'으로 인정받는다. 두 감독은 얄궂은 인연도 있다. 전북이 올 시즌을 앞두고 포옛 감독을 선임하기 전 신임 사령탑 후보로 이 감독이 유력하게 거론됐고 실제 접촉도 있었다. 전북은 K리그1에서 2위 김천 상무에 승점 14점 앞선 1위(승점 60)를 달리고 있다. 전북이 K리그1을 우승으로 매조지고, 12월 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치러지는 코리아컵 결승에서 광주에 승리하면 2020시즌 이후 5년 만에 더블을 달성한다. 또 통산 6번째 코리아컵 우승에도 도전한다. 시민구단 광주가 코리아컵 결승에 오른 것은 창단 후 처음이다. 광주는 지난해에도 준결승에 올랐으나 울산 HD에 무릎 꿇었다. 전북은 부진에 빠진 K리그1 득점 랭킹 1위 전진우를 벤치에 앉혀놓고 경기에 나섰다. 주로 교체로 뛰며 최근 좋은 활약을 펼친 이승우가 전진우 대신 전북의 오른쪽 측면 공격을 맡았다. 강원에서는 종아리 근육이 완전치 않은 김건희 대신 최병찬이 1차전에 이어 다시 한번 최전방에 섰다. 강원 골문은 35세 베테랑 골키퍼 박청효가 지켰다. 박청효는 1차전 선발로 나선 이광연(25)과 올 시즌 치열한 주전 경쟁을 펼쳐왔다. 보다 적극적으로 공격을 펼치던 강원은 전반 23분 김대원의 골이 취소돼 아쉬움을 삼켰다. 김대원에게 공이 연결되는 과정에서 강원 수비수 박호영이 전북 김진규에게 파울을 한 것으로 드러나 득점이 취소됐다. 계속 두드리던 강원은 후반 10분 김대원의 페널티킥 골로 앞서나갔다. 앞서 강원 코너킥 상황에서 페널티지역의 전북 김태환이 강원 모재현을 넘어뜨려 파울과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주심은 비디오판독(VAR) 온 필드 리뷰를 거쳐 페널티킥 판정을 재확인했고, 이 과정에서 거세게 항의하던 포옛 전북 감독이 퇴장당했다. 전북은 후반 13분 이승우의 슈팅이 골대를 갈랐으나 앞서 그가 공을 받으려고 문전으로 쇄도하는 과정에서 강원 수비수 송준석에게 파울을 범했다는 판정이 나와 골은 인정되지 못했다. 전북은 후반 23분 공격수 티아고, 전세진, 츄마시, 그리고 미드필더 감보아 등 4명의 선수를 한 번에 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이게 제대로 통했다. 티아고는 후반 54분 감보아가 얻어낸 페널티킥 키커로 나서 동점골을 뽑아냈다. 이어 5분 뒤에는 츄마시가 전진우가 오른쪽에서 넘겨준 컷백을 오른발 슈팅으로 결승포를 작렬해 강원 홈 팬들을 침묵하게 했다. 부천종합운동장에선 광주가 부천에 2-1 역전승을 거두고 1, 2차전 합계 4-1을 만들며 결승행 티켓을 품었다. 1차전 패배를 뒤집으려면 다득점이 필요했던 부천은 전반 내내 광주를 몰아붙였다. 하지만 전반 17분 이상혁이 페널티아크 정면에서 오른발로 슈팅한 공은 골키퍼 선방에 막히고, 전반 32분 갈레고가 페널티지역 왼쪽 모서리에서 날린 왼발 슛은 골키퍼 정면으로 향하는 등 좀처럼 결실을 보지 못했다. 그러다 추가시간에 드디어 광주 골문을 열었다. 전반 46분 갈레고가 상대 미드필드 오른쪽에서 왼발 중거리 숫을 시도했고, 광주 골키퍼 김경민이 공을 잡가 놓치자 골문 앞에 있던 이의형이 오른발로 밀어 넣어 선제골을 뽑았다. 올여름 영입한 아이슬란드 국가대표 출신의 196㎝ 장신 스트라이커 프리드욘슨을 선발로 내세웠던 광주는 후반 시작하면서 프리드욘슨을 빼고 헤이스를 투입해 분위기 반전을 노렸다. 광주는 후반 11분 만에 균형을 되찾았다. 정지훈이 상대 페널티지역 안 오른쪽으로 파고들어 올린 크로스를 골문 앞에서 조성권이 솟구쳐 올라 머리로 받아 넣었다. 광주는 이후 교체 투입된 멤버들이 후반 40분 역전 골을 합작해 승부를 뒤집었다. 최경록이 오른쪽 측면에서 낮게 크로스를 올렸고, 페널티지역 안 왼쪽에서 신창무가 왼발로 슈팅한 골이 상대 수비 맞고 살짝 굴절돼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가 승부를 갈랐다.

  • 전북현대
  • 연합
  • 2025.08.27 22:53

[세계기록유산이 된 '동학농민혁명기록물'] (59) 전령(傳令)과 완문(完文)

이번에 소개할 세계기록유산 등재 동학농민혁명기록물은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이 소장하고 있는 전령(傳令) 3건과 완문(完文) 2건이다. 전령(傳令)은 국왕 및 상급기관이 하급기관의 관리에게 또는 지방관이 백성에게 명령을 하달하는 문서이다. 하달하는 내용은 상부의 명령, 군직과 관직의 임명, 행정적인 고시 등이 포함되어 있다. 전령이 향촌에서 사용될 경우, 지방관이 실무적인 명령이나 처분 그리고 백성들에게 알려야 할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백성들을 대상으로 경계해야 할 등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 한글로 번역하여 전달하기도 한다. 수신자는 군문의 하부관원과 지방의 향촌 실무담당자인 풍헌(風憲), 존동(尊洞), 두민(頭民), 약정(約定), 면임(面任), 동임(洞任), 양반, 천인까지 다양한 계층을 포괄한다. 완문(完文)은 조선시대 관립기관이 향교, 서원, 결사(結社), 촌민(村民), 개인 등에게 어떠한 사실을 확인하거나 특전을 인정해 주기 위해 발급한 공문서이다. 완문의 발급자는 대부분 수령이지만 중앙의 상급관청에서부터 지방의 말단하급 관청 및 궁방, 서원, 문중과 같은 결사체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존재하였다. 1894년 4월 4일 전령.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제공 △1894년 4월 4일 전령(傳令) 이 전령은 상주목사가 풍헌(風憲)과 각 리의 존동(尊洞), 두민(頭民)에게 1894년 4월 4일 보낸 것이다. 이 시기는 전봉준이 이끄는 동학농민군이 무장에서 기포하고 백산에서 대회를 개최하여 대규모 봉기를 한 직후이다. 이에 조선정부는 홍계훈을 양호초토사로 임명하고 전라도로 보내 중앙 정부 차원에서 진압을 진행하고, 의정부에서는 동비(東匪)의 철저한 토벌을 삼남의 수령들에게 지시하였다. 전령의 내용에 따르면 “이 전령이 도착하는 즉시 각 면과 리에 신칙(申飭)해서 엄히 단속하고 각별히 탐문하여 만약 적발된 자가 있으면 군교(軍校)와 포졸(捕卒)을 많이 보내어 뒤쫓아 체포하고, 만약 저쪽의 머릿수가 많아 대적할 수 없으면 이웃 읍진(邑鎭)에 알려 관아의 포졸과 마을의 장정과 힘을 합쳐 남김없이 잡아들이기를 기약하되, 우두머리는 즉시 죽여 없애고 따르는 자는 낱낱이 엄하게 가두어야 한다.”라고 하여 동학농민군을 체포하고 우두머리는 즉시 죽여 없애라고 하는 등 동학농민군 토벌의 기준과 방향을 모든 백성들에게 전달하였다. 이에 수령들은 산하 행정구역 책임자들에게 동비(東匪)를 찾아내 잡아 올리고 오가작통(五家作統)을 실시하라고 지시하였다. 이 전령 말미에 “본면의 각 리는 다섯 집을 통(統)으로 만들고 통수(統首) 1명씩을 두되, 만약 동학의 무리들이 소란을 피우는 일이 있으면 모두 나가 힘을 합하여 결박하고 압송하여 올려보낼 것”이라고 하여 오가작통의 구체적인 방안까지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 전령에는, 마을의 책임자인 존동(尊洞)과 두민(頭民)에게 지시를 내리면서 고을이름과 산하 행정지역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화북(化北)이라는 두 글자만 표시해 놓았다. 또 여기 전령에 ‘지시를 거행함에 있어서 조금도 느슨해서는 안 되지만 양호(兩湖)에서 체포를 엄하게 시행하면 저 무리들이 영남으로 도망쳐 흩어지는 상황이 반드시 올 것이다. 더구나 본 고을의 경내에 이러한 무리들이 많이 숨어 있음은 일찍이 들은 것이기에 서로 호응하여 폐단을 일으킬 우려가 또한 없지 않다.’라고 기술하였다. 여기 표시된 ‘화북’은 경상도 상주의 행정단위 이름이고 또 ‘영남으로 도망쳐 온다’는 표현은 상주가 충청도와 접경지역이므로 실제 일어나고 있었던 현상이다. 따라서 이 전령은 겸관인 상주목사가 풍헌(風憲), 존동(尊洞), 두민(頭民)에게 보낸 전령임을 알 수 있다. 1894년 11월 14일 전령.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제공 △1894년 11월 4일 전령(傳令) 이 전령은 초토영에서 농민군 체포의 책임을 맡은 순포중군(巡捕中軍)이 하급 군졸인 집사(執事)에게 1894년 11월 14일 보낸 지시문이다. 이 시기는 동학농민군이 우금치에서 패전한 이후의 시기로 한층더 동학농민군에 대한 토벌이 세차게 몰아칠 때이다. 이 전령에 따르면 “어떤 동이건 막론하고 그 동에 사는 접주(接主)를 즉시 압송하되, 우선 그 동의 존동(尊洞)에게 염탐하게 하여 만약 혹여 동장(洞長)과 동의 사람들이 명을 거행하는 데 힘쓰지 않고 사적인 친분을 따라 일부러 놓아 준다면, 이는 바로 동도(東徒)의 남은 무리들이니 결박해 잡아 올리며 그 가산(家産)과 집물(什物)을 적몰(籍沒)하고 존동에게 압송하게 할 것”이라고 하여 접주는 무조건 잡아들이도록 하고 있으며, 동학농민군에 동조하는 사람들도 ‘동도(東徒)’라고 규정하여 체포하도록 하고 있을뿐더러 그들에게까지도 가산과 집물을 적몰하도록 하여 동학농민군들의 재산을 몰수하였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당시 조선정부에서 접주를 동학농민군의 지도자로 인식하였기 때문에 접주는 무조건 체포하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다. 1894년 전령.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제공 △1894년 전령(傳令) 이 전령은 한글로 작성되어 있다. 전령의 최종 수신자가 일반 백성들이었기 때문에 이들에게 알리기 위해서 한글로도 작성하여 배포하였다. 작성 시기는 1894년 말 또는 1895년 초로 추정된다. 작성자는 알 수 없으나 수신자는 ‘영솔관 개탁’이라 하여 영솔관으로 되어 있다. 주요 내용은 접주를 반드시 잡아들이고 평민은 일절 작폐하지 말라는 것이다. 만일 접주를 숨겨준다면 마을 전체를 도륙할 것이라는 것을 마을 사람들에게 전달하라고 되어 있다. 이와 함께 접주의 가산집물을 몰수하도록 하였다. △1894년 11월 완문(完文) 1894년 11월에 나주목에서 해남 백포의 윤씨에게 발급해 준 완문이다. 이 문서는 완문의 형태로 발급한 일종의 물침표(勿侵票)라고 할 수 있다. 이 완문으로 벼슬아치들이나 토벌군들이 재산을 약탈하지 않고 보호해 주었다. 이 완문에 따르면 “해남(海南) 백포(白浦)는 윤씨의 세거지로, 선비다운 기품과 훌륭한 법도가 있어 동학도에 물들지 않았으니 매우 가상하다. 비록 난리로 어지러운 때이지만 특별히 안전하게 보호해야 마땅할 것이다”라고 하여 해남 백포에 거주하는 해남윤씨들에 대해 동학에 물들지 않았으므로 특별히 보호해야 된다고 하면서, 이를 보증해주는 증명서를 나주목사 이름으로 발급해주었다. △1894년 12월 완문(完文) 충청도 단양군 어상천면 면장과 연곡리 집강 등이 마을 사람들에게 1894년 12월에 발급한 완문이다. 시기적으로 동학농민군에 대한 토벌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질 때이다. 충청도 단양군 역시 동학농민군들의 활동이 있었고, 이에 대한 토벌이 진행되었음을 알 수 있다. 완문의 내용은 충청도 단양군 어상천면 연곡리 중곡에 사는 이건재가 동학의 접주였으나 우금치 패전 이후 집을 버리고 도망하자, 그의 재산 중 전답(田畓) 여덟 마지기를 마을 사람들이 토의하여 동학으로 피해를 입은 정선비에게 주기로 하였다. 특히 정 선비에게 준 것은 평소 이건재가 정선비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이 완문을 작성한 이유는 훗날 이렇게 이건재의 재산을 정선비에게 준 것이 마을 사람들의 논의를 거쳐 이루어졌고 정당하다는 것을 증명할 목적이었다. 이 완문을 통해 동학농민혁명이 끝난 뒤에 동학농민군의 재산에 대한 몰수가 빈번하게 이루어졌고, 이를 처리하는 주체가 군현 단위뿐만 아니라 면 단위에서 시행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병규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연구조사부장

  • 기획
  • 기고
  • 2025.08.27 19:07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장은영 작가, '사춘기, 우리들은 변신 중'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자, 아들은 방문을 잠갔다. 꼬박꼬박 인사하던 아이가 ‘잘 다녀와’라는 말에 ‘네’라는 대답조차 인색했다. 함께 외출하자고 하면 고개를 젓기 일쑤였고 속 얘기는커녕 일상 속 대화조차 멀어졌다. 꽁꽁 잠긴 방에서 뭘 하는지, 달라진 이유를 몰라서 속이 터졌다. 심각하게 고민하는 내게 친구가 던지듯이 말했다. “드디어 시작이다. 사춘기.” 나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전주에서 동화를 쓰고 있는 다섯 명의 작가가 『사춘기, 우리들은 변신 중』이라는 책을 펴냈다. 책을 읽으며 그때 아들이 왜 방문을 잠갔는지, 닫힌 방 안에서 어떤 생각 했을지 짐작할 수 있었다. 작품 속 아이들은 다양한 문제와 고민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가슴이 나오고 생리가 시작된 데다가 또래 여자애들과 못 어울리면 자꾸 불안한 이나, 여드름과 털, 이상한 냄새가 나 스스로 낯설고 못난 아이로 변해가는 것 같아 걱정인 주홍이는 성적인 변화가, 요동치는 감정이 혼란스럽다. 귀엽기만 하던 볼살이 부푼 찐빵처럼 느껴지고 튼튼한 허벅지가 통나무처럼 거대해 보여 고민하는 윤서, 반면에 거식증에 걸린 자신과 다르게 잘 먹고 건강한 윤서가 부러운 소희, 전학 온 친구를 질투하다 나중엔 열등감에 빠진 영서는 친구와 자신을 비교하며 힘겨워한다. 여자친구 윤지가 아끼는 강아지를 질투할 정도로 사랑에 빠진 종범이, 아토피로 고통받는 덕준이, 필리핀 사람인 엄마를 무시하는 말을 참지 못하는 재현이 역시 어쩔 수 없이 일렁이는 감정, 상황 속에서 무기력하다. 사춘기는, 그 길을 걸어가는 아이들, 그 모든 걸 지켜보며 감내해야 하는 가족, 주변 사람들까지 허우적거리게 만든다. 아이들은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감정, 행동이 버겁고, 가족들은 하루아침에 낯선 외계인처럼 변해버린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당황한다. 나 역시 변해가는 아이를 보면서, 수시로 솟구치는 화와 울컥 쏟아지는 눈물에 어쩔 줄을 몰랐다. 그러다 문득 오래전 내가 겪었던 사춘기가 떠올랐다. 시시각각 변하는 감정을 이기지 못해 방문 걸어 잠그고 많이 울었던 그때, 친구가 너무 좋아서, 친구 집까지 데려다주고, 깜깜해져서야 집에 들어와 야단맞곤 했었다. 매사에 서툴러 실수가 잦았고 지금 생각해도 얼굴이 빨개지는 부끄러운 행동도 떠오른다. 그때 내가 깨달은 것은 ‘이 모든 게 결국엔 다 지나간다’라는 사실이었다. 아들 역시 묵묵히 지켜보면서 기다려주면 분명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었다. 이제 성인이 된 아들은 전자기기에 낯선 엄마를 가르치고 돌봐야 할 존재로 생각하는 듯하다. 나는 그저 순한 아이처럼 고개를 끄덕이며 엄지를 들어 올리고 있다. 장은영 동화작가는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통일 동화 공모전, 남도의병 콘텐츠 공모전 스토리 부분 대상, 전북아동문학상과 불꽃문학상을 수상했고 아르코문학창작기금(발표지원)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는『광대특공대』, 『역사와 문화로 보는 도시 이야기 전주』, 『책 깎는 소년』, 『으랏차차 조선 실록 수호대』, 『열 살 사기열전을 만나다』 등이 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5.08.27 18:52

[건축신문고]낡은 주택 옥상 비가림 시설, 합리적 해결책을 위한 제도 개선 필요성

평지붕 형태의 양옥집은 한국의 근대화와 도시화 속에서 주거 공간의 새로운 활용을 가능하게 했다. 마당 대신 옥상에 빨래를 널고, 장독을 보관하거나, 작물을 키우는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었다. 하지만 세대가 변하고 생활 가전의 보급, 아파트의 발달로 인한 프라이버시 문제 등으로 옥상 활용은 점점 줄어들었다. 무엇보다 옥상을 사용하던 거주자들의 연령이 높아지면서 계단을 이용한 옥상 사용 빈도가 줄어든 탓도 있을 것이다. 사용 빈도가 줄어든 만큼 옥상 관리는 소홀해지기 마련이다. 누수에 취약한 평지붕의 특성상 방수층이 깨지고 노후화된 구조체의 균열로 인해 누수가 쉽게 발생한다. 주기적으로 옥상에 방수액을 도포하는 방법도 있지만, 번거롭고 손이 많이 갈 뿐만 아니라, 충분한 건조 없이 시공될 경우 하자 우려가 크다. 가장 쉽고 확실한 방법은 경사지붕을 덧씌우는 비가림시설을 설치하는 것이다. 하지만 평지붕 위에 다시 지붕이 생기는 것은 현행 건축법상 증축에 해당한다. 증축으로 인허가를 받으려면 구조계산서를 비롯한 여러 기반 서류가 제출되어야 하며, 오래된 주택의 경우 기둥 증설과 같은 보강 작업까지 요구되어 사실상 감당하기 어려운 비용을 투자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단순히 물이 새는 것을 막기 위한 보수 공사일 뿐인데 말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전주시에서는 조례로 옥상에 설치하는 비가림시설을 가설건축물로 인정해주고 있다. 10년 이상 된 건축물에 1.8m 이하로 경사지붕을 설치할 경우에 해당한다. 다만, 이때 구조안전을 확인하도록 되어 있으나, '누구에게 어떻게' 구조 안전을 확인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없다. 청주시의 경우 건축사나 구조기술사의 확인을 받도록 명확히 규정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현재 전북특별자치도에서 전주와 순창은 일정조건을 만족하는 비가림시설을 가설건축물로 인정해주고 있고, 임실, 장수, 진안은 비가림시설에 대한 불법건축물 이행강제금을 감경해주고 있다. 그 외 지자체는 이러한 조례조차 없어 옥상에 설치한 비가림 시설이 모두 불법 건축물로 간주되는 경우가 더 많다. 증축에 해당하는 비가림시설을 조례에서 가설건축물로 인정해줄 경우, 사후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나 또 다른 불법건축물을 양성하는 것에 대한 우려 등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는 지역민의 주거 환경과 삶의 질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 중요한 사안으로 기존 법령의 틀에 갇히기보다는, 현실적인 대안과 안전 장치를 마련하여 제도를 개선한다면 많은 사람의 삶의 질이 향상될 수 있다. 이제는 시대의 변화와 도민들의 필요를 반영하여, 합리적인 비가림시설 설치 기준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생각된다.

  • 경제일반
  • 기고
  • 2025.08.27 18:39

전북교육행정발전포럼, 공직사회 책임 강화 및 교육행정 투명성 제고 나선다

전북교육행정발전포럼(상임대표 김형기)은 27일 전북교육청 브리핑룸에서 간담회를 열고 전북 교육행정의 건강한 민주주의 실현과 공직자 권익 보호를 위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설 것을 선언했다. 전북교육행정발전포럼 집행부는 퇴직공무원들로 구성됐으며, 전 행정국장, 전 총무과장, 전 행정과장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오랜 공직 경험에서 쌓아온 경험과 연륜을 바탕으로 전북 교육정책이 나아갈 실질적 대안을 찾는 동시에 공직사회 내 침묵하는 약자들을 대변하겠다는 각오다. 전북교육행정발전포럼은 민간기구로 출범한 지 한 달을 맞았다. 전북교육행정포럼은 운영위원회와 4개의 각 분과(센터)를 중심으로 '커뮤니티 포럼' 형태로 운영된다. 조직적인 체계와 자유로운 토론이 결합된 ‘커뮤니티 포럼(community forum)’ 방식을 통해 교육행정 발전을 위한 실질적인 대안을 함께 모색하겠다는 취지다. 이들은 주요 활동 방향을 △공직사회 권력 성찰 유도 △내부 약자 보호 △제도 개선 및 정책 제안: 현장 중심의 문제 분석을 바탕으로 실질적인 제도 개선안 도출 및 입법·행정 제안 △공익 제보 활성화 △시민 참여 확대 등을 꼽았다. 김형기 상임대표는 “우리 포럼의 활동은 비판을 위한 비판이 아니라, 진정으로 교육행정을 발전시키기 위한 건설적 제언이 될 것”이라며 “감정적 대응을 지양하고, 공공의 이익을 위한 합리적이고 품격 있는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 교육일반
  • 이강모
  • 2025.08.27 18:38

따뜻한 시선으로 보고 섬세한 언어로 풀다⋯전재복 시인, 한영 시선집 '푸른 비를 맞고'

“푸른 비를 맞고/ 아이 하나 낳았으면/ 땡볕에 입술 까맣게 타다가/ 쩍쩍 갈라지는 가슴패기/ 거칠게 밟고/ 우레로 오시는 靑雨(청우)/ 부끄러움도 잊은 양/ 온몸 던져 뒹굴며/ 푸른 아이 하나 배고 싶다/ 헛구역질 입덧도 요란하게/ 시들지 않는/ 아이 하나 낳고 싶다”(시 ‘푸른 비를 맞고’ 전문) 전재복 시인이 한영시선집 <푸른 비를 맞고>(리토피아)를 펴냈다. 전 시인이 1992년 한국시신인문학상 수상 이후 오랜 시간 써온 작품을 모은 첫 영어 번역 시집인 이번 책은 ‘제1부 봄: 푸른 비를 맞고’, ‘제2부 여름: 푸른 비를 맞고’, ‘제3부 가을: 풍경소리’, ‘제4부 겨울: 위로’, ‘제5부 13월: 허재비의 춤’ 등 총 5부로 구성돼 58편의 시가 수록돼 있다. 시집 속에는 봄비와 사랑, 인생의 애환 등 다양한 감정이 담겨 있으며, 전 시인의 섬세한 언어와 따뜻한 시선이 돋보인다. 특히 이번 시집은 한글과 더불어 영어로도 번역돼, 신인의 꿈과 사유를 국내외 독자와 나누고자 한 점이 특징으로 꼽힌다. “펑퍼짐한 몸매/ 검붉게 그을린 민낯/ 손으로 살살 쓸어보니/ 소름 돋은 맨살이다/ 품에 안기도 버거워/ 방 안에 들일 수 없으니/ 햇볕 잘 드는 뒤란에/ 장을 담가 밀쳐 둔다/ 비바람 말없이 견디고/ 햇살도 달빛도 품어/ 깊어진 속내/ 한 세월/ 묵언수행 끄트머리/ 웅숭깊은 맛 길어 올린다”(시 ‘장 독’ 전문) 이처럼 일상 속 소중한 순간과 사랑의 감정을 포착해 진솔하게 표현하고 있는 전 시인의 이번 시집 속 작품은 감성적이고 꾸밈없는 언어로 독자에게 깊은 여운을 남기기도 한다. 시인은 ‘시인의 말’을 통해 “봄 햇살, 여름비, 가을바람, 겨울의 침묵을 견디면서 나무는 꿈을 꾸고 그 꿈은 자꾸 자랐다”며 “깜깜한 땅 밑으로 멀리멀리 뻗어 나간 뿌리, 푸른 하늘을 향해 내민 수많은 가지 끝에는 어김없이 찾아드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비밀의 화원 같은 다섯 번째 계절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리고 내 생애 일흔다섯 번째 봄을 지나며 조심스레 숨겨둔 꿈 하나 펼쳐 든다”며 “가지 끝에 머무는 햇살처럼, 초록 잎새 쓰다듬는 바람처럼, 그대의 고운 숨결이 머물다 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전 시인은 제31회 전북문학상, 제1회 바다와펜 문학상, 제8회 샘터문학상, 제8회 교원문학상, 제13회 신무군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그의 저서로는 <그대에게 드리는 들꽃 한 다발>, <풍경소리>, <연잎에 비가 내리면>, <잃어버린 열쇠> 등이 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5.08.27 18:38

간결한 언어와 따뜻한 서정으로 삶을 노래하다…김계식 '별바라기'

“휴화산(休火山)이라면 몰라도//사화산(死火山) 취급은/하지 마시게//내 마음은/펄펄 끓고 있는 용암을 속 품은/화산이고도 한참 남는/활화산(活火山)이라네”(‘활화산’ 전문) 간결한 언어와 따뜻한 서정으로 삶의 의미를 노래하는 김계식 시인이 시집 <별바라기>(신아출판사)를 펴냈다. 자기성찰의 여백 속에서 큰 울림을 선사하는 시인은 그동안 단시, 산문시 등 다양한 형식을 감행하며 독특한 시 세계를 선보여왔다. “얼마만큼 갖고 싶으냐는/물음에/양손을 가슴너비만큼 폈다//겨우 그것 만큼이냐니까/이만큼만 빼고/나머지를 갖고 싶다고//이런 역발상 하나면/해결 못할 일이 무엇이랴”(‘역발상’ 전문) 이번 시집에서도 삶과 자연의 풍경에서 채집한 순간을 75편의 시로 써내려갔다. 김 시인은 찰나의 순간에서 유한한 삶의 속살과 현실을 꿰뚫는 놀라운 직관력을 짧은 서정으로 온전히 표현해냈다. 더할 것도 뺄 것도 없이 절제된 시행의 행간과 여백에 스며든 언어들은 정밀하다. 해설 대신 실린 심현옥의 신간 시집 <설익은 추억>에 관한 글도 찬찬히 읽어볼만하다. 김계식 시인의 아내로 살다가 진짜 시인이 된 심현옥의 생애 첫 시집에 대한 설명과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다. 유려하면서 따뜻한 문장과 삶과 문학, 시에 대한 진솔한 성찰은 큰 울림을 선사한다. 1939년 정읍에서 태어난 시인은 2002년 전주교육장 정년퇴임 후 등단했다. 한국문인협회, 전북문인협회, 전북시인협회, 전주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동안 시집 <사랑이 강물되어> 단시집 <꿈의 씨눈> 시선집 <서른, 그 푸르른 별밭> 등을 펴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5.08.27 18:38

[줌]"전주, 글로벌 관광도시로 만들 것" 용선중 (재)전주관광재단 초대 대표이사

“전주는 글로벌 관광도시로 성장할 충분한 잠재력을 지닌 도시입니다.” 전주관광재단 초대 대표로 취임한 용선중(61·수원) 대표는 전주를 세계 속에 알리고 지속 가능한 관광산업의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용 대표는 십수 년 전 처음 전주를 찾았던 기억을 아직도 생생히 떠올린다. 그는 “한옥이 잘 보존돼 있고, 그 안에서 사람들이 생활하는 모습이 놀라웠다”며 “서울 북촌에도 한옥마을이 있지만, 한지와 소리, 음식, 공예 등 전통문화 체험이 한곳에 모여 있는 도시는 전주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주 관광이 여전히 한옥마을 중심의 단편적 체험에 머물러 있는 점은 아쉬움으로 꼽았다. 용 대표는 “외국인 관광객 유입 비율이 여전히 낮다”며 “전주가 글로벌 도시로 도약하려면 다채로운 체험과 편리한 인프라, 공격적인 해외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가장 먼저 추진할 과제는 관광 환경 정비다. 교통·숙박·음식·안내·쇼핑 등 5대 관광 접점을 고도화해 관광객이 불편 없이 머물 수 있는 도시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관광택시 활성화, 자전거 투어 정비, 외국어 메뉴판 보급, 중저가 숙박시설 인증제 ‘전주스테이’ 도입 등이 대표적인 계획이다. 외국인 관광객이 편리하게 전주를 여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글로벌 관광도시로의 첫걸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전통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콘텐츠 개발도 주요 과제다. 용 대표는 “한옥마을은 단순히 건축을 감상하는 공간이 아니라 전통음식, 공예, 소리 등 다양한 체험을 연결한 종합 플랫폼이 돼야 한다”며 “완산 벙커 더 스페이스와 서학동 예술마을 같은 신흥 관광 거점은 지역 예술가와 협업해 공연과 이벤트를 유치하는 방식으로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관광공사와 해외 지사에서 쌓은 풍부한 경험을 강점으로 꼽았다.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해외 여행업계와의 협력을 확대하고, 전주를 국제 여행 코스에 반드시 포함시키겠다는 각오도 밝혔다. 그는 “국제 여행사들이 전주를 한국 여행 일정에 넣도록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해외 시장에서 ‘한국에 가면 꼭 가야 할 도시’로 전주를 자리매김하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용 대표는 관광산업의 본질을 ‘가치 창출’로 정의했다. 그는 “방문객이 늘어날수록 지역경제는 살아난다”며 “숙박·음식·공예·공연 등 지역 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상생 구조를 만들고 싶다. 이를 위해 지역 업계와의 협력은 물론, 시민 자문위원회 운영 등 소통 채널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전주 시민들에게 ‘환대 정신’을 당부했다. “전주를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도약시키겠다는 계획이 거창해 보일 수 있지만,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글로벌 무대에 선보이고, 시민과 함께 성장하는 관광도시’로 만들고 싶다는 목표는 분명하다”며 “관광도시는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민간 외교관이라고 생각한다. 방문객을 따뜻하게 맞이하는 친절이야말로 도시의 경쟁력이다. 앞으로의 임기 동안 글로벌 관광도시로 도약하는 전주를 위해 시민 여러분의 동참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용 대표는 수성고등학교와 경기대 관광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한양대학교 대학원에서 관광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지난 35년간 한국관광공사에 몸담으며 뉴욕지사장, 싱가포르지사장, LA지사 차장, MICE 유치팀장, 경영지원실장, 관광인프라실장 등을 역임했다.

  • 사람들
  • 전현아
  • 2025.08.27 18:37

욕망에 대한 치열한 탐색, 장욱 시집 '흔들림을 놓는다'

30년간 시의 지층을 묵묵히 다져온 장욱 시인이 신작 <흔들림을 놓는다>(황금알)를 출간했다. 생의 근원적 문제와 내면에 잠복한 욕망을 향한 치열한 탐색으로 단단한 시 세계를 보여주고 있는 그는 이번 시집에서도 밀도 높은 시어를 구사해 깊은 사유와 감각을 펼쳐보인다. 장 시인은 ‘나는 누구인가? 삶이란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와 같은 본질적이고 궁극적인 문제에 유독 관심이 깊다. 시인에게 존재론적 성찰은 인간이 삶을 이루는데 필수적인 화두이며 숙명과도 같은 것이라 보고 있어서다. “나이가 들수록 등이 휘는 것은/잡다한 생각들 깨트려진 모서리를 가슴으로 끌어안기 때문이리라/(…중략…)/붉음 맑음 단단함, 나의 무게를 끌어안고 세상을 걷는다/너 유홍초꽃 작은 키 다치지 않게 껴안고 가리라”(‘밤송이는 등으로 걷는다’ 부분 ) 시인의 순정한 ‘나’ 찾기와 절대의 ‘신성’ 탐구는 시집 <흔들림을 놓는다>의 주요한 테마이다. 그는 신성을 포착하기 위해 예민한 감각의 촉수를 연마하고 주의 깊게 관찰해 독자들을 몰입의 경지로 안내한다. 총 59편이 수록된 시를 4부로 나눠 엮어낸 이번 시집은 유사한 어구를 반복하고 변주함으로써 유려한 리듬감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시집 전편에 걸쳐 나타난 시인의 작시 방식은 매우 독특하다. 시인은 행과 행 사이를 결행 처리하여 여백의 공간에서 사유할 시간을 제공한다. 이 같은 방법은 독자가 시를 읽을 때 시상을 따라 쉽게 흘러가지 않도록 배려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독자가 시행의 의미와 의도를 사색할 시간을 확보하여 깨달음을 얻게 하겠다는 의도다. 양병호 시인은 시집 해설에서 "장욱 시인의 시 작업은 지상의 욕망을 탈색하는 정신적 고행과 닮아 있다"라며 "그는 욕망과 번뇌의 흔들림을 놓고 싶어 한다. 지상의 어둠과 갈등과 오욕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한다"라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순수하고 자유로운 세계에서 유유자적하기를 바란다. 궁극적으로는 그는 자아가 더욱 맑아져 순정한 존재가 되기를 꿈꾼다"고 덧붙였다. 장욱 시인은 정읍에서 태어났다. 1988년 <월간문학>에서 시조로 등단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그동안 시집 <사랑살이> <사랑엔 피해자뿐 가해자는 없다> <겨울 십자가> <조선상사화> <두방리에는 꽃꼬리새가 산다> 등을 출간했다. 전주기전중학교 교장을 역임했고 풍남문학상과 한국예총회장상 등을 수상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5.08.27 18:37

KTX익산역 대규모 증축 총력…‘편의·문화·비즈니스 기능 결합’

익산시가 KTX익산역의 대규모 증축 및 시설 개선을 위해 총력전에 나선다. 광주송정역 수준의 증축을 통해 단순한 역사 개선을 넘어 편의와 문화, 비즈니스 기능이 결합된 복합 역사로 변신을 꾀한다는 구상이다. 27일 시 건설국 브리핑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와 국가철도공단이 올해부터 2028년까지 총 480억 원을 투입해 익산역 시설개선사업을 추진 중이다. 현재는 사업의 규모와 방향을 결정할 타당성 조사 용역 단계로, 시는 이번 용역 결과가 광주송정역 수준의 대규모 증축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익산역은 KTX 호남선과 전라선, 장항선이 연결되는 결점점이자 하루 1만 8500여 명이 이용하는 호남 철도 관문인 만큼 단순한 선상역사 보강만으로는 수요에 부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 익산역 이용객은 고속철도 개통 이후 지속적 증가 추세이며, 향후 국토부 중장기 철도운영 전략에 따른 일반열차 환승체계 구축과 서해선(일산 대곡~익산) 개통, 새만금항 인입 철도 건설(2030)에 따라 2035년 연간 1448만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이용객 대비 역사 내부 공간 협소로 피크타임 혼잡 등 예상되는 불편 해소를 위해서는 시설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시는 국토부와의 지속 협의는 물론, 정치권과의 연대를 통해 대규모 확장을 적극 요구하고 있다. 현재 논의 중인 증축 계획안에 따르면, 익산역 선상역사 3~4층 면적은 기존 2424㎡에서 최대 1만 424㎡로 약 4배까지 확장될 수 있다. 해당 공간에는 편의시설, 컨벤션센터, 업무시설, 복합문화공간 등이 들어서게 되며, 이를 통해 익산역은 단순한 철도역을 넘어 시민 삶의 질을 높이고 비즈니스와 관광을 연결하는 문화거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1단계 사업이라고 할 수 있는 역사 증축이 완료되면, 다음 단계인 복합환승센터 건립도 본격 추진될 수 있어 전북 교통 허브이자 미래 도시 성장의 기점으로 더 확실히 기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양경진 건설국장은 “이번 사업은 단순한 역사 보수공사가 아니라, 익산의 도시 위상을 높이고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미래 인프라 투자”라며 “타당성 용역 결과가 대규모 확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전 행정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 익산
  • 송승욱
  • 2025.08.27 18:37

[사설] 의료 정상화, ‘지역 필수의료’ 강화부터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반발해 의료현장을 집단 이탈했던 전공의들의 복귀가 예정되면서 의료 정상화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 의료체계 정상화를 위해서는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공공의료, 지역 필수의료 강화가 급하다. 당장 전공의들이 복귀하고 있는 가운데 필수의료 분야와 지역병원 복귀율은 여전히 저조해 지역 필수의료 공백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전북지역 수련병원들의 전공의 모집에서도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의료 분야의 충원율은 여전히 바닥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미 오래전부터 여러 대책이 논의됐지만 제대로 실현된 정책은 없고, 문제는 더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보건의료 분야에서 지역 의료격차 해소와 필수의료 확충, 공공의료 강화를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이에 맞춰 보건복지부에서도 최근 지역 거점병원 육성과 지역의사제·지역 필수의료기금 신설, 공공의대 설립 등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 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 같은 정책이 제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지역에서는 지역 의료격차와 필수의료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지역에 필수의료 인력을 머물게 할 수 있는 방안이 요구된다. 정부가 해결책으로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 설립 방안을 내놓았지만 정책 추진 과정에서 다시 의료계와 충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현을 장담할 수 없는 실정이다. 게다가 ‘필수의료 강화 및 지역 의료격차 해소를 위한 특별법’ 등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로 추진되는 지역·필수·공공의료 인력 양성 관련 법안들은 국회에 계류된 채 진전되지 않고 있다. 국회 해당 상임위에서는 의료계와 환자단체·정부 의견을 종합해 정부 대안을 마련한 뒤 재논의한다는 방침이어서 법안이 장기 계류·방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공의 복귀로 1년 6개월 동안이나 지속된 의정 갈등이 봉합 수순에 들어갔지만 보건의료체계의 위기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이대로 방치할 경우 필수의료와 지역 의료시스템 붕괴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과감한 제도 혁신이 요구된다. 이재명 정부가 국정과제로 제시한 지역 의료격차 해소와 필수의료 확충, 공공의료 강화 정책을 강단 있게 추진하기를 바란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8.27 18:31

[사설] 공공기관 수도권회귀 방지 실질방안 절실

최근 농촌진흥청이 핵심 연구조직을 과거 소재지였던 수원으로 이전하려던 계획이 전북지역의 거센 반대에 의해 무산되었다. 농촌진흥청의 수원 이전 논란은 과거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등 산하 조직의 잔류 문제나 농수산대학 멀티캠퍼스 사태, 지방자치 인재개발원 교육생 이탈 이슈 등 혁신도시로 이전한 기관들의 수도권 복귀 시도를 지역의 관련 부처가 인지하지 못하고 오히려 언론의 취재로 이슈화되었다는 점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특히, 타 지자체 혁신도시 이전기관이 업무 효율성 등을 명분으로 지자체와 협의없이 이전을 진행한 사례도 있어 정상적 부처협의 창구의 부재가 심각한 문제임을 보여준다. 따라서 이 같은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해 ‘수도권 이전 공공기관’들의 정착을 이끌 상설 협의 기구의 제도화가 시급하다. 그리고 이 기구는 국토교통부와 행정안전부 등 중앙부처와 광역자치단체와 혁신도시 공공기관장의 참석을 의무화하는 내용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한편 정부 차원의 대응으로는 구체적으로 ‘혁신도시 조성 및 발전에 관한 특별법’과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 사후관리 방안’ 국토부의 지침 개정 등 제도 보완이 동시 진행되어야 한다. 그런데 지역 혁신도시 활성화를 위한 근본적 대책은 조정을 위한 협의가 아니라 정부와 지자체가 혁신도시 공공기관들의 요구를 정책에 담는 게 상설협의체 제도의 핵심이 돼야하며 이를 통해 제2공공기관 지방이전도 탄력을 받게 해야 한다. 또한 전북혁신도시가 정착해 살기 좋고 기관이 확대 발전할 수 있는 지역이라면 이 같은 시도가 근본적으로 발생치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지자체의 적극적인 노력이 절실하다. '2024년 혁신도시 정주 여건 만족도 조사 결과'를 보면 혁신도시 공공기관 직원의 정주여건 만족도는 69.4로 2020년대 내내 큰 변화가 없다. 특히, 전북혁신도시는 교통환경 만족도가 가장 낮으며 보육·교육환경 만족도 역시 선택지가 좁다는 이유로 최하점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전북혁신도시 정주여건 개선을 위한 다각도의 방안 모색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또한 이전된 공공기관이 지역과 호흡하며 새로운 역할과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게 혁신도시의 본 취지라는 점에서 함께 힘을 합치는 노력도 요청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8.27 18:31

[의정단상]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 전북 도약을 위한 밑그림

지난 8월 13일,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가 국민보고대회를 열고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공개했다. 이재명 정부는 인수위도 없는 악조건 속에서 출범했는데, 지난 60일간 국정위가 수백여 회의 현장 방문 및 분과별 회의와 1만 3천여 건의 국민제안을 토대로 향후 5년간 국정운영의 밑그림을 탄탄하게 마련해 냈다. 무엇보다 새 정부 국정과제에는 전북의 역점 사업이 폭넓게 반영됐다. 123대 국정과제 중에서 무려 22개가 전북 연관 과제고, △전주권 광역교통망 구축 △2차 공공기관 이전과 특별자치도 자율화 강화 △새만금국제공항 개발 규모 확대 등 73개의 도정 사업도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시·도별 ‘7대 공약-15대 추진 과제’에서는 지역 공약을 더 구체화했다. 지난 대선 기간 중 이재명 대통령이 공약한 △2036 하계 올림픽 유치 지원 △RE100산단 조성 △새만금 SOC 조기 완성 △전주 제3금융중심지 추진 △공공의대 신설 등 주요 현안이 빠짐없이 포함됐다. 무엇보다 새만금 공약이 눈에 띈다. 이재명 정부는 새만금을 풍력·태양광·조력 에너지 기반 RE100 국가산업단지로 조성하고, 국제공항과 신항 등 주요 SOC 사업을 조기에 완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아울러 새만금 첨단산업 특화단지에 이차전지 기업 유치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미래산업 중심지로 도약시키기 위한 성장동력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도 담아냈다. 이재명 정부는 전북을 K-컬처 메카로 육성하고, 인공지능(AI) 연계 융복합산업 등 첨단전략산업을 육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푸드테크와 스마트농업을 기반으로 한 국가식품클러스터 고도화로 농생명산업 수도로 키워내겠다는 구상도 내보였다. 이번에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해묵은 과제, 제3금융중심지 지정과 공공의대 설립도 포함됐다. 이와 함께 경제와 산업 발전을 뒷받침할 서해선 철도 고속화, 전주-대구 고속도로 건설, 부안-고창 노을대교 착공 등 사통팔달 철도·도로 인프라 구축도 계획도 함께 제시됐다. 이처럼 전북 주요 현안이 국정과제에 충실히 포함된 데에는 지역 정치권의 긴밀한 공조가 한몫했다. 도청은 국정과제 수립 초기부터 ‘국정과제 대응TF’를 가동했고, 지역 출신 국회의원들은 국정위에 전북에 참여해 힘을 실었다. 도내 국회의원들도 전방위적인 정부 설득으로 전북의 목소리를 키웠다. 이제 중요한 것은 신속한 이행이다. 세부 과제를 구체화해서 연차별 이행계획을 촘촘히 세우고, 사업 추진 동력이 될 예산 확보에 힘써야 한다. 전 정권과는 달리 새 정부 출범 이후 국회와 내각, 대통령실 주요 요직에 곳곳에 전북 인사들이 포진해 있는 만큼 실효성 있는 실행 전략 수립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오는 9월 1일부터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향후 100일간 대정부질문과 국정감사, 2026년도 예산안 심의가 숨 가쁘게 이어질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에 공약 실천 의지를 거듭 확인하고, 국정과제를 차질 없이 실현할 실탄을 든든하게 마련해 내야 한다.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원팀 정신’이다. 전북 국회의원과 도지사, 14개 시·군 그리고 도민이 똘똘 뭉쳐서 신속한 국정과제 실현에 나서야 한다. 필자 또한 도내 국회의원으로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전북 도약의 새로운 전기를 열어낼 수 있도록 힘껏 노력하겠다. 한병도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익산을

  • 오피니언
  • 기고
  • 2025.08.27 18:31

[타향에서] 에너지 패권을 넘어서, 전북의 기후 공존 전략

미국의 경제·사회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The Third Industrial Revolution>(2011), <The Green New Deal>(2019) 등 저서에서“재생에너지 기반의 분산형 시스템”이 미래 경제질서의 핵심이 될 것이라 주장해 왔다. 그는 유럽연합(EU)과 중국의 탄소중립 전략에 자문하며,‘세 번째 산업혁명’이라는 비전을 정책으로 연결해온 대표적 실천 지성이다. 최근 리프킨은 캐나다 에너지 산업이 여전히 화석연료 의존에 머문다고 지적하며 이를 “대륙주의적 사고(Continentalism)”라 불렀다. 단기적 이익에 매몰되면 세계적 재생에너지 전환 흐름에서 뒤처진다는 경고다. 그는 기후위기 대응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조건이며, 재생에너지와 기후기술이야말로 미래 패권 자산이라고 강조한다. 반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기후와 에너지 문제를 경제·안보 패권의 관점에서 접근한다. 최근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처럼 다룰 수 있다”고 비하하며 고율 관세와 에너지 무기화를 시사한 것은 국제 공조보다 힘의 논리를 앞세운 행보였다. 이에 비해 리프킨은 협력과 공존을 해법으로 제시하며, <The Green New Deal>에서 “화석연료 문명은 2028년까지 붕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U는 그의 전략을 정책에 반영했고, 중국은 장기 탄소중립 로드맵 수립에 그의 조언을 참고했다. 이는 오늘의 한국, 그리고 전북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전북은 새만금이라는 세계적 재생에너지 잠재지와 전국 최대 농업 기반, 풍부한 해양·바람 자원을 갖추고 있으나, 재생에너지 인프라와 기후기술 산업화 속도는 여전히 더디다. 산업구조 전환과 국제 협력 전략도 뚜렷하게 자리 잡았다고 보기 어렵다. 지금 전북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명확하다. 첫째, 국내적 전략으로는 재생에너지·수소·바이오에너지 등 특화 자원을 기반으로 한‘기후기술 산업 클러스터’구축이 필요하다. 새만금 태양광·풍력 프로젝트를 단순 발전사업에 머무르지 않고, 배터리·수소 저장·스마트그리드 등 연계 산업으로 확장해야 한다. 또한, 농업과 기후기술을 접목한 ‘탄소 저감형 농업’ 모델 개발은 기후정책과 식량안보 전략의 핵심 축이 될 수 있다. 둘째, 국제 전략으로는 아시아·아프리카 신흥국과의 재생에너지 협력 거점이 되어야 한다. 새만금의 재생에너지 기술·운영 경험을 해외에 수출하고, 국제 기후포럼이나 P4G 같은 다자협력 플랫폼에 전북 이름으로 참여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외교 활동을 넘어, 전북형 기후외교·경제외교의 새 모델이 될 수 있다. 셋째, 기후위기를 대응하는 과정에서 ‘지역민 참여’를 정책 중심에 둬야 한다. 리프킨이 강조했듯, 에너지 전환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시스템과 시민의식의 변화에서 완성된다. 지역 주민이 생산자이자 소비자로 참여하는 ‘에너지 자립 마을’과 같은 분산형 모델을 확대하면, 경제적 이익과 환경적 이익을 동시에 거둘 수 있다. 트럼프식 패권 에너지 전략은 단기적으로 힘을 줄 수 있지만, 리프킨식 기후 공존 전략은 장기적 번영을 보장한다. 전북이 지금 선택해야 할 길은 분명하다. 에너지를 힘의 도구로만 보는 과거의 사고를 넘어, 협력과 혁신, 지속가능성을 축으로 한 미래 전략을 실행하는 것이다. 오늘의 결정이 전북의 50년 뒤, 그리고 대한민국의 100년 뒤를 좌우할 것이다. 장대식 넷제로 2050 기후재단 이사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5.08.27 18:30

[오목대] 무진장과 BYC

전북을 연고로 한 BYC는 쌍방울과 더불어 오랫동안 내의류 제조 부문에서 경쟁사였다. 원래 백양(白羊)이었으나 BYC 브랜드를 출시한게 대박을 내면서 1996년 BYC로 회사 이름도 변경했다. 광복 직후인 1946년 정읍에서 한영대(1923~2022) 창업주가 백부의 양말공장을 인수해서 '한흥메리야스공장'을 세운 게 기원이다. 그런데 영남 지방에서 ‘BYC’라고 하면 속옷을 만드는 기업체가 아니라 특정지역을 먼저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경북 북동부에 있는 봉화군(Bonghwa), 영양군(Yeongyang), 청송군(Cheongsong)의 앞글자를 따 BYC라고 부르는 것이다. 전북 무진장과 더불어 낙후지역의 대명사라고나 할까. 아닌게 아니라, 봉화, 영양, 청송군은 인구, 경제력, 인프라 등 여러 수치를 감안할때 가장 낙후된 곳임에 틀림이 없다. 물론 낙후됐다는 것과 주민의 삶의 질은 전혀 별개의 문제이기는 하다. 그런데 낙후의 대명사였던 무진장은 과거 접근성이 크게 떨어졌으나 경북의 BYC와는 크게 다르다. BYC는 철도, 고속도로 접근성이 무주에 비해서도 많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무주는 통영대전고속도로가 남북으로 관통하고, 진안은 새만금포항고속도로가 군을 동서로 관통하며, 장수는 앞의 두 고속도로가 지나고 있다. 큰 틀에서 보면 무진장이든 BYC든 대표적인 인구소멸지역의 한계를 뚜렷하게 안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지만, 교통 인프라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된다. 그런점에서 전북의 고속도로나 철도망, 국도‧국지도 건설은 향후 지역발전에 결정적 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 특히 고속도로나 항공망이 얼마나 갖춰졌느냐가 지역사회의 발전을 좌우하게 됨은 물론이다. ˝성을 쌓는자는 망하고, 도로를 내는자는 흥한다˚는 칭기즈칸의 명언은 괜히 나온게 아니다. 성을 굳건히 쌓아놓고 적을 방비하는 것은 가장 안전한것 같아도 사실은 몰락을 향한 첫걸음이며, 반대로 길을 내 끊임없이 다른 문화나 세력과 교류하면 흥한다는 말은 너무나 명철하다. 길을 만든다는 것은 단지 물리적 연결이나 네트워크의 연결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전혀 다른 문화와 문명, 가치관과 이념의 차이를 넘어선다는 얘기다. 요즘 고속철도를 이용하면 전국 어디에서든 한두시간내에 수도권에 도달할 수 있다. 하지만 사고의 차이, 생활문화의 차이는 수년, 아니 십수년의 차이를 보이는 경우도 있다. 전북은 지금 그대로 살 것인가, 아니면 변화를 꾀할 것인가의 기로에 서 있다. 무진장과 BYC의 사례에서 알 수있듯 성을 쌓지않고 도로를 내면 탈 낙후가 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물리적인 도로뿐만 아니라 사고의 벽을 과감히 무너뜨려야 한다는 거다. 관행적 사고의 틀에 갇혀 외부 세계를 배타적으로만 보는 분위기가 계속되는 한 지역에 밝은 미래가 없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5.08.27 1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