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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현장과 병원을 잇는 연결고리, 전북형 119구급스마트시스템

응급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속한 판단과 정확한 인계입니다. 환자의 상태를 빠르게 파악하고 알맞은 병원으로 적절히 이송하는 일은 생명을 살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현장에서 환자와 처음 만나는 이는 119구급대원입니다. 그 이후 환자를 진료하게 되는 병원 의료진과 정보 전달이 원활하지 않으면 진료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습니다. 전북형 119구급스마트시스템은 이러한 문제를 보완하고자 도입되었습니다. 구급대원이 현장에서 입력한 환자의 증상, 활력 징후, 응급처치 내용 등을 실시간으로 병원에 전송함으로써 병원에서는 환자 도착 전부터 진료 준비를 할 수 있습니다. 이 시스템을 통해 응급실의 혼란을 줄이고 빠른 대응이 가능해졌습니다. 이 시스템은 병원과 구급대가 “한 팀”처럼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줍니다. 서로의 상황을 더 잘 이해하고 협력하게 되면, 환자에게 더 나은 진료 환경을 제공할 수 있게 됩니다. 실제로 전북권 내 여러 병원에서 이 시스템을 활용한 결과, 환자 수용 결정이 빨라지고 응급처치 준비가 원활해졌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또한 올해 1월부터는 구급상황관리센터의 조정·통제 기능을 한층 강화하여, 119구급상황 전반을 조율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한 전담 인력을 증원하고, 전문 구급지휘관 제도를 신설하여 현장 혼선을 줄이고 환자 이송 과정에서의 문제를 개선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전북권 응급의료체계 전반의 대응력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특히 전북도는 중증 응급환자에 대한 보다 신속하고 전문적인 치료를 위해, 도내 치료가 어려운 중증 화상환자를 타 시도의 화상치료 전문병원으로 연계하는 협력체계도 구축했습니다. 전북권 내 22개 의료기관이 참여하는 “전북형 응급환자 이송체계”를 통해, 환자 특성에 따라 최적의 병원으로 신속히 이송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를 통해 구급대원은 현장 응급처치에 집중할 수 있고, 병원은 응급실 과부하를 방지하며 효율적인 자원 분배가 가능해졌습니다. 이 체계는 단순한 병원 이송을 넘어서 전북 전체의 응급의료 네트워크를 견고히 하는 기반이 되고 있으며, 환자의 예후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시스템을 통해 수집된 자료는 교육과 피드백 자료로도 활용됩니다. 구급대원은 병원의 의견을 통해 자신의 대응을 돌아보고, 병원도 현장 상황을 이해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됩니다. 저 역시 구급 의료지도의사로서 이러한 교육과 피드백 과정에 꾸준히 참여하고 있으며, 현장과 병원이 같은 목표를 바라보는 파트너가 되는 데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물론 이 시스템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사용자의 숙련도, 병원의 수용 능력, 구급대 상황 등 다양한 조건이 맞아야 비로소 제 기능을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시스템의 꾸준한 개선과 사용자의 의견 반영, 교육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합니다. 앞으로 이 시스템이 더 많은 지역으로 확대되고, 구급대원과 병원이 더욱 긴밀히 협력하여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응급의료체계가 튼튼히 자리 잡기를 바랍니다. 전북형 119구급스마트시스템은 단순한 장비가 아닌,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생명을 잇는 소중한 연결고리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조울림 119종합상황실 지도의사·대자인병원 응급의학과 의사

  • 오피니언
  • 기고
  • 2025.05.21 18:33

[사설] 중복된 대선 공약, 통합아닌 갈등 씨앗된다

빈약한 경제 인프라와 급감하는 인구, 기업하기 어려운 환경 등은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도시 전체의 문제이기는 하지만 그 중심에 전북이 있다. 전북도나 일선 시군에서는 발버둥치며 지역발전 전략을 구사하고 있으나 실질적인 효과는 별로없다. 타 시도와 비교한 각종 수치가 그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내재적 성장동력이 빈약한 전북의 발전은 대기업 투자나 중앙정부의 대폭적인 지원 말고는 뾰족한 해법을 찾기 어렵다. 오는 6월 3일 치러지는 장미대선에 큰 기대를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국민통합과 경제발전, 적폐청산과 개혁, 실질적인 삶의 질 향상이 최대 화두로 등장한 대선 과정에서 전북은 특히 지역발전 공약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특히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는 민주당의 약속에 대한 기대는 그 어느때보다 클 수밖에 없다. 그런데 아무리 충분히 검토할 시간이 부족하고 정밀한 마스터 플랜이 부족했다고 하더라도 이건 너무하다. 민주당이 전북에서 했던 대선 공약이 다른 시도에서도 똑같이 되풀이되고 있기 때문이다. 얼핏 생각하면 지역에서 요구하는 것을 모두 대선공약에 담되 지역간 선의의 경쟁을 통해 특정 사업이나 기관 유치를 하도록 하는게 뭐가 문제냐고 여길 수 있다. 하지만 이건 아니다. 철썩같이 전북에 무엇을 해주겠다고 한 공약을 믿었는데 선거가 끝난 뒤 보기좋게 거부당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도민들의 박탈감은 얼마나 크겠는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전북 공약 일부가 타 지역과 겹치는 소위 '중복 공약'으로 판명돼 거센 반발을 사고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제2중앙경찰학교 유치’인데 전북 남원시와 충남 아산시 모두 대선 공약에 담겼다. 도대체 어느 지역과 약속을 했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한국마사회 본사 유치와 관려된 ‘말산업 인프라 및 수행기관 유치’ 공약도 남원과 순창에 이어 이젠 전남 담양군까지 반영됐다. 저간의 사정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한 기관을 복수 지역에 동시에 유치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하는 저의는 과연 무엇인가. 일단 환심을 사고 보자는 것으로 오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마사회 본사 유치와 관련 추후 전북과 제주, 경북 간 치열한 유치 경쟁이 전개될 것이 뻔하다. 일국의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이 하나의 약속을 이곳, 저곳에 동시에 하는 것은 볼썽사나운 일이며 향후 지역간 큰 싸움을 부르는 불씨가 될 수 있음을 거듭 경고한다. 대선 전에 깔끔하게 정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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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5.20 18:35

[사설] 새만금국가정원 조성사업, 속도 내라

산림청과 전북자치도가 추진하고 있는 새만금국가정원 조성사업이 지지부진하다. 이번 대선을 계기로 실현 가능성을 구체화하면서 박차를 가했으면 한다. 다행히 새만금국가정원 조성사업은 20대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전북지역 공약으로 채택돼 동력을 얻었으며 이번 21대 대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지역 대선공약에 포함됐다. 그러나 예산 및 부지 확보, 교통 접근성 등 걸림돌이 산적해 이를 해결해야 할 부담도 만만치 않다. 전북자치도가 2022년 발표한 연구용역에 따르면 새만금 국가정원 조성에는 4500억 원의 사업비가 필요하며 면적은 200만㎡에 달한다. 이는 순천만 국가정원(112만㎡)의 두 배 규모다. 산림청은 새만금국가정원을 통해 부족한 녹지 인프라를 확충하고 생태·복지·산업이 조화를 이루는 녹색도시로 전환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실제로 새만금은 서울시 면적의 약 70%에 해당하는 409㎢의 광활한 지역이지만 녹지 면적은 전체의 0.56%에 불과하다. 이는 새만금종합개발계획에서 목표로 설정한 공원·녹지 비율 20%에 못 미친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2015년 국가정원 1호로 지정된 순천만국가정원이 2013년과 2023년 국제정원박람회를 통해 대박을 터트리면서 정원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부쩍 높아졌고 죽음의 강으로 불리던 울산 태화강국가정원이 2호로 지정되었다. 2023 순천국제정원박람회는 누적 관람객이 980만명에 이르며 333억원의 수익금과 4조원이 넘는 생산 및 취업유발효과를 거뒀다. 산림청은 새만금 국가정원이 국토의 균형발전을 도모하고 정원문화 수혜의 지역 간 불균형 해소 및 여가 활성화를 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한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권역별로 국가정원이 확충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새만금국가정원은 농생명용지 6-1공구에 150.6ha 규모로 추진하고 있는 국립새만금수목원과 연계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으나 자칫 두 사업 모두 예산문제로 터덕거릴 공산이 크다. 나아가 국가정원 일대가 산업단지 확대 대상지역으로 거론되고 있고 순천만이 KTX와 고속도로 등 우수한 교통망을 갖춘 반면 새만금은 접근성이 크게 떨어진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고 새만금국가정원이 남해안의 순천만, 동해안의 태화강국가정원과 함께 서해안의 대표 국가공원으로 조성을 서들렀으면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5.20 18:34

[오목대] 국민을 기만하지 않는 대통령

“깊은 슬픔과 함께 우리 동지 페페 무히카의 서거를 알린다.” 야만두 오르시 우루과이 대통령이 지난 13일, 소셜미디어 엑스를 통해 ‘너무나 그리울 것'이라는 '오랜 친구’와의 이별을 알렸다.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으로 불린 호세 알베르토 무히카 코르다노 전 대통령(1935~2025)의 별세 소식이었다. 무히카 대통령은 우루과이 국민뿐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로부터 존경과 신망을 받았던 정치인이다. 특히 두 번씩이나 대통령을 탄핵한 불운한(?)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 국민에게 청빈한 리더십의 표상이었던 무히카 대통령은 신망과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고등학교 졸업장도 없는 도시 게릴라 전사에서 대통령이 되기까지 그의 삶은 특별했다.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던 무히카는 1960~70년대, 도시 게릴라 단체 ‘투파마로스(국민해방운동)’ 대원으로 반정부 활동을 하며 군사독재에 맞섰다. 13년 동안 독방에 갇히는 등 숱한 고초를 당했던 그는 1985년 국제사면위원회(앰네스티)의 도움을 받아 석방된 이후 좌파 정치조직에 들어가면서 정치 활동을 시작했다. 1994년, 도시 게릴라로는 처음 하원의원이 된 그는 상원의원과 농축수산부 장관을 거치면서 진보적 정치인으로 성장했다. 대통령이 된 것은 2010년이다. 좌파 연합 후보로 우루과이 40대 대통령에 선출됐던 당시 그의 재산은 몬테비데오 변두리에 있던 오래된 농장과 20년이나 지난 낡은 자동차 한 대가 전부였다. 그는 늘 쉬운 말로 대중들을 설득했고, 그 과정에서 남긴 어록들은 세상을 일깨웠다. 2012년 6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유엔의 지속가능발전 정상회의에서는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통렬하게 비판한 연설로 세계 언론의 뜨거운 반향을 불렀다. 대통령이 된 후에도 그의 삶은 달라지지 않았다. 대통령궁을 노숙자들에게 개방하고 수행원도 없이 자신의 오래된 농장에서 출퇴근하며 일했다. 월급의 90%를 기부했던 그가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정책은 가난한 국민을 위한 부의 재분배였다. 그는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철학으로 진보적 정책을 주도하며 우루과이의 안정과 성장을 이끌면서도 동성결혼을 합법화하고 세계 최초로 마리화나 흡연을 합법화하는 등 진보적 가치를 지켰다. ‘나는 조금 더 떳떳한, 조금 더 부끄럽지 않은 나라를 갖고 싶다’던 무히카를 국민은 ‘페페(할아버지)’라고 부르며 존경과 사랑을 보냈다. 2015년, 그가 퇴임할 때 그들이 보낸 지지율도 당선 때(52%) 보다 더 높은 65%였다. 대통령 탄핵이 가져온 조기 대선이 13일 남았다. 국민을 기만하지 않는 대통령, 부끄럽지 않은 대통령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5.05.20 18:34

[권혁남의 일구일언] 유튜브의 사회적 책임

지난 4월 23일 유튜브가 창립 20주년을 맞이했다. 유튜브는 참으로 우연한 기회로 탄생했다. 2004년 세계적인 팝스타 자넷 잭슨이 생방송 공연 중 가슴이 0.5초 노출되는 사고가 유튜브 창립의 계기가 되었다. 이른바 니플게이트(Nipplegate)로 세상이 난리가 나고 인터넷에서 이를 검색하려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자베드 카림이 놓치지 않았다. 그는 다른 두 명의 동업자와 함께 2005년 동영상 검색 전용 플랫폼을 만들었다. 작명도 멋졌다. 유튜브(Youtube)는 ‘당신’의 ‘You’와 브라운관 TV의 ‘Tube’를 딴 것으로 곧 ‘당신의 TV’를 뜻한다. 유튜브가 창립된 지 1년 만인 2006년에 유튜브의 잠재력을 알아본 구글이 16억 5,000만 달러(약 2조 3,400억 원)에 인수했다. 구글이 인수한 뒤 처음부터 유튜브가 잘 나간 것은 아니었다. 2009년까지 연간 4억 달러 이상의 적자를 보는 골칫거리였다. 그러다 구글의 검색 및 광고 기능이 제대로 결합하면서 2010년에 이르러서야 흑자로 돌아섰다. 유튜브는 2024년 542억 달러(약 77조 3,6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기업가치가 4,750억~5,500억 달러(약 785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구글이 유튜브를 인수할 때보다 가치가 무려 333배 상승하였다. 유튜브는 돈만 많이 버는 게 아니다. 세계 최대 규모의 동영상 플랫폼으로 성장한 유튜브는 사회적 영향력도 단연 압도적이다. 우리나라에서 유튜브는 뉴스 시장뿐만 아니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음원, 쇼트폼 등 국내 플랫폼 시장에서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뿐이 아니다. 컨슈머리포트의 조사에 따르면 수입차를 구매하려는 소비자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것으로 '영업사원'을 제치고 '유튜브'(유튜브 시승 영상)가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한 전문가는 국산 차도 머지않아 같은 길을 갈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 뉴스 시장에서 유튜브가 차지하는 위상 역시 독보적이다. 작년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SNS는 카카오톡( 98.9%), 유튜브(84.9%)이었다. 뉴스·시사 정보를 많이 이용하는 소셜 미디어로는 유튜브가 60.1%로 단연 1위이다. 유튜브의 막강한 전달력과 영향력, 무한한 확장성을 인식한 레거시 미디어들도 자사 플랫폼과는 별도로 유튜브 내에 채널을 운영하는 등 유튜브 세계에 뛰어들었다. 이제는 <김어준의 뉴스공장> 등 유튜브 전용 시사 채널은 물론이고 지상파 방송, 종편, 보도채널, 여기에 종이 신문까지 모두가 유튜브 세계에서 소화되고 있다. 이처럼 유튜브가 메인 플랫폼이 되면서 미디어와 권력의 관계도 크게 변했다. 이제 인터넷과 유튜브를 폐쇄하지 않는 한 권력에 의한 미디어 통제가 불가능하게 되었다는 점은 매우 긍정적이라 하겠다. 문제는 추천 알고리즘으로 인해 이용자가 특정 성향의 콘텐츠에만 집중적으로 노출하여 특정 집단에 대한 편견과 혐오를 조장하는 등 집단 양극화의 주범으로 비판받고 있다. 또한 가짜 뉴스를 만들어도 처벌받는 게 아니라 오히려 후원금으로 보상받는 시스템은 문제가 있다. 유튜브 등 외국 사업자도 국내 사업자와 동일한 규제를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만 간다. 밖으로 전혀 알려지지 않은 알고리즘의 공개나 개선 등을 포함한 사회적 책임을 강화할 수 있는 정책을 신중히 마련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권혁남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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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5.20 18:33

[새벽메아리] 척추 분리증(협부 결손증), 추체 간 융합술(척추 고정술)이 수술적 치료의 전부는 아닙니다

척추 분리증(Spinal Isthmic Spondylolysis)은 주로 요추 부위에서 발생하는 구조적 결손으로, 특히 4번 또는 5번 허리뼈(요추 4 또는 5번)에서 흔히 발견됩니다. 외상성 요인보다는 거의 95%는 유전적 요인으로 발생하며 병변의 진행 정도에 따라 요통 및 둔부통, 하지 방사통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초기 또는 경증인 경우 보존적 치료를 시행하며 척추에 무리를 주지 않도록 휴식 및 활동 제한을 할 수 있으며 근육 강화 및 자세 교정을 통한 안정성 증진을 위해 물리치료를 시행할 수 있고 진통제, 소염제 등으로 통증 관리를 할 수 있으며 허리 보호대 또는 지지대를 사용하여 척추 안정성 유지를 꾀할 수도 있습니다. 환자의 연령, 활동 수준, 신경학적 상태에 따라 다양한 치료 방법이 고려되어야 하며 보존적 치료가 실패할 경우 수술적 치료가 고려되어야 합니다. 통증 완화와 척추의 안정성 확보, 신경 손상 방지 또는 치료, 재발 방지를 위해 수술적 치료를 시행합니다. 가장 표준적 방법으로는 척추 고정술과 유합술( spinal fusion)이 사용되고 있으며 안정성 확보를 위해 가장 권장되고 있는 수술 방법 중 하나입니다. 미세 침습 수술 기술이 늘어나면서 피부절개 최소화와 회복 기간 단축이 강조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맞춤형 임플란트와 정밀 수술 계획 수립을 위해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하려는 시도가 있고 내시경 유합술 또한 시도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요추5번에 발생하는 척추 분리증의 경우 추체간 융합술을 피하려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유는 요추(허리뼈) 5번과 천추(엉덩이뼈) 사이를 고정하게 되면 허리 굴곡 시 90도 중 25도가 감소 되는 허리 운동 범위의 상당한 제한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허리를 굽혀서 양말 신기도 불편하며 허리 굴신이 필요한 많은 작업에 불편과 제한이 따라오기도 합니다. 척추 분리증 뿐만아니라 다른 질병에서도 요추 5번과 천추 1번 사이의 추체간 융합술은 많은 척추 수술전문의에게 고민거리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척추 분리증에서도 추체간 융합술을 피하고 환자의 고통을 줄이기 위한 수술적 치료는 많은 연구자 및 수술자에 의해 시도 되어 왔습니다. 모든 과정을 다 소개할 수는 없지만 최근의 결론적 시도는 직접 협부 결손 재건술( Direct lysis repair)입니다. 결손된 협부만 융합하고 재건하며 허리뼈와 엉덩이뼈를 융합하지 않아 허리운동의 제한이 없다면 환자에게는 이 이상 효과적인 수술은 없을 것입니다. 필자는 우리들병원에서 환자를 수술하는 동안 이러한 수술을 30명 이상 수술하였으며 그 결과물을 SCI급 국제학술지(WORLD NEUROSURGERY)에 2024년에 발표하였습니다. 논문 제목은 “로드-나사못-케이블시스템을 이용한 직접 협부결손 재건술” ( Direct Repair of Symptomatic Lumbar Spondylosis Using Rod-Screw-Cable System)입니다. 모든 협부 결손증 환자에서 이 수술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디스크의 퇴행성 병변에 의한 요통이 아니고 척추 분리증에 의한 요통이어야 하며 전방 전위증에 의한 방사통이 수반되지 않아야 하며 방사통이 수반되지 않은 전방 전위증 환자의 경우 전방 전위증이 1단계 이내여야 합니다. 척추 분리증(협부 결손증)! - 추체간 융합술(척추 고정술)이 수술적 치료의 전부는 아닙니다! 김대용 전주 우리들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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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5.20 18:33

[기고] ‘멀티플레이어 의사’, 그 양성이 답이다

예전에 필자는 예수병원에서 수련의(인턴·레지던트)로, 전북대병원에서는 교육자(교수)로 일했다. 정년퇴직 후엔 지방의료원에서 10년째 일한다. 의사생활 50년째다. 현재 근무지는 수련의 당시 정부가 무의촌 대응책 차원에서 파견, 일했던 지역이다. 의료인으로 반세기를 살다보니 여러 가지 개선점이 눈에 띈다. 그중 수도권-지방 간 의료문제 불균형을 짚어보고자 한다. 우리나라 의료문제는 수도권 인구집중에서 비롯됐다. 인구집중은 의료시설의 수도권 편중뿐만 아니라 의사의 수급 불균형을 초래하는 주범이다. 우리나라는 일본과 더불어 OECD 국가 중 병상수가 가장 많은 편에 속한다. 그럼에도 의사 수급 불균형 때문에 늘 문제다. 개선 요구가 거세다. 수도권의 대학병원 추가 설립 요구, 지방에서의 공공의대 설립 요구가 그것이다. 일본은 일찍이 1972년 공공의대(자치의대)를 설립, 장학금을 주면서 2019년까지 4376명의 지역 의사를 양성했다. 현재, 그중 3203명은 의무복무 연한이 종료된 상태다. 이는 우리나라와 유사하다. 모범적 상황으로 볼 수 없고, 특별한 대책이 요구된다. 의사에게 면허를 주는 제도는 아주 짧은 역사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는 더욱 짧다. 그럼에도 26개 ‘과’로 구성된 전문의 제도가 정착했고, 세부 전문의 제도로까지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부작용은 날로 커지고 있다. 교육 기간은 점점 늘어나고, 대학병원 대형화로 젊은 의사는 마치 커다란 기계 부품처럼 취급된다. 또 수도권-지방 사이의 건강 불평등, 그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의료의 접근성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그렇다면 이 문제는 누가 풀어야 할까? 그 주체는 국가뿐이다. 어떻게? 현재의 의사 양성체계인 ‘수련의’ 제도를 개선하면 된다. 수도권에서 대학병원 중심으로 고도의 기술과 장비를 동원하는 의료를 고급 의료라 한다면, 보통의 지방의료원에서 행하는 실시간 의료는 적정 의료라고 말할 수 있다. 수도권-지방 사이의 의료 불균형이 해소되기 위해선 폭넓은 의술을 가진 멀티플레이어 의사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절대 부족 상태인 멀티플레이어 의사를 확보하는 문제가 관건이다. 이 문제는 대학병원 같은 교육병원이 수련 양태를 바꾸면 해결된다. 대형 병원이 자체적으로 필요한 세부 분과 전문의사를 육성하는 것과는 별개로 말이다. 필자의 경험을 보자. 필자는 예수병원 수련 기간 중 외과뿐 아니라 비뇨기과, 흉부외과 등 타 분야까지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덕분에 의과대 교수 시절, 후배들과 함께 장기이식 분야를 개척할 수 있었다. 또 하나 있다. 대학병원 명예교수 한 분은 필자가 근무 중인 의료원에 피부과 의사가 없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필자에게 수년간 피부과 전문 지식을 전수했다. 덕분에 지금 필자는 피부과 외래 진료까지 하는 멀티플레이어가 돼 있다. 이 같은 경험을 토대로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제안을 감히 하고자 한다. 첫째, 수련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이되 다빈도 치료 및 기술을 집중적으로 익히는 과정을 운영하라. 둘째, 일정기간 취약지역에 근무하는 조건으로 멀티플레이어, 즉 다과 전문의사를 양성하라. 여기엔 의료계의 합의를 전제로 한의사까지 포함시킬 수 있다. 독일, 일본, 중국이 오래전부터 서양의학에 전통 의학을 접목하고 있는 점을 본받아야 한다. 셋째, 이를 위해 의사의 병역 기간을 합리적 수준으로 최대한 단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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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5.20 18:32

[사설] 광주항쟁 첫 희생자 이세종 열사 뜻 기리자

해마다 이맘때면 누구나 마음이 숙연해진다. 오랜 시간이 흘렀으나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5·18 민주화운동이 던지는 울림이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국민이 세금을 걷어 국가와 국민을 지키라고 만든 국군이 자기나라 국민들을 향해 총칼을 휘둘렀기 때문이다. 왕이나 황제가 다스리던 프랑스나 러시아는 말할것도 없고, 현대사에서도 수많은 국가에서 기득권 세력들이 정권을 지키기 위해 자국민에게 총칼을 휘두를 경우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받았으나 아직 이 땅에서는 확실한 단죄는 진행형이다. 사람들은 5·18 민주화운동 이라고 하면 우선 광주를 떠올린다. 항쟁의 한 복판에 있었고 수많은 민초들이 피와 땀을 흘렸기에 너무 당연한 것인데 사실 전국 첫 희생자는 고 이세종 열사다. 이세종 열사는 1959년 전북 김제에서 태어나 79학번으로 전북대학교 농학과에 진학했다. 그는 1980년 5월17일 밤 동료 학우들과 함께 '계엄 철폐, 독재 타도' 등을 주장하며 농성 중이었다. 다음 날인 5월18일 이 열사는 학생회관 옆에서 핏자국이 가득한 채 주검으로 발견됐다. 최초 그의 사인은 단순 추락사로 발표됐으나 무려 44년이 흐른 지난해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는 이 열사가 계엄군의 구타로 추락 전 이미 심각한 수준의 상처를 입었다고 판단, 5·18민주화운동의 첫 희생자로 공식 인정했다. 지난 17일 전북대학교 이세종광장에서는 5·18 기념식 및 이 열사 추모식이 열렸다. 이날 김제시에서도 지역출신의 민주화 열사들에 대한 합동 추모식이 열렸다. 전라고와 전주해성고 김제동문회는 이날 김제시민문화체육공원 한 편에 마련된 추모공원에서 '이세종·조성만 열사 합동 추모식'을 거행했다. 앞서 16일 원광대 창의공과대학 광장에서는 5·18 유공자인 고 임균수 열사 추도식이 열렸다. 순창 출생인 열사는 원광대 한의과대학 본과 2학년에 재학 중이던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전남도청 앞 시위에 나섰다가 5월 21일 계엄군 발포로 사망했으며, 5·18 민주유공자로 지정돼 국립5·18민주묘지에 안장됐다. 지금 단순히 광주민주화운동을 추모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 시대를 사는 모든 이들이 민주주의를 더욱 발전, 승화시키는 것이 바로 5·18 정신을 제대로 계승하는 것임을 명심하자. 이 땅의 민주주의는 너무나 많은 피를 마시며 자랐기에 앞으로 확실하게 꽃피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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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5.19 19:07

[사설] 대선, ‘전북 3중 소외’ 벗는 기회로 삼아야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14일 앞으로 다가왔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등 대선주자들의 전북 방문도 잦아졌다. 이 후보는 전주, 군산, 익산, 정읍 등을 돌았고 김 후보는 전주 한옥마을을 방문했다. 이들은 지역에 맞는 공약들을 제시하며 표심을 자극하고 있다. 두 후보 모두 공통적으로 내세우는 지역공약은 2036 전주 하계올림픽 유치와 새만금 개발, 광역교통망 구축, 농생명·K-푸드 산업 육성, 지역대학 지원 확대 등이다. 이들 공약은 전북이 해결해야 할 현안이자 지역발전을 위해 반드시 실천해야 할 과제들이다. 이러한 공약 발표와 현장 유세 과정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 중 하나는 이 후보가 언급한 ‘전북 3중 소외론’이다. 이것이 중요한 것은 전북의 아픈 현실을 정확히 짚고 있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16일 전북 유세에서 "전라북도가 얼마나 소외감이 큰지 안다. 지방이라 소외되고 호남이라 소외되고 호남 중에서도 전북이라 소외된다"며 “똑같은 국민인데 특정 지역이 버림받았다고 생각하게 하는 것 자체가 국가 정책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므로 큰 방향을 바꿀 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3중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충분히 대우받는다는 생각이 들게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언급은 2022년 대선 당시에도 밝힌 내용으로 그의 전북에 대한 현실 인식이 확고함을 알 수 있다. 2021년 12월에 2박3일 간 전북에 머물렀을 때도 “제가 전남·광주를 갔다가 올라오는 길에 전북을 들렀더니 ‘우리가 흑싸리 껍데기냐’고 하더라”며 전북의 소외감이 얼마나 뼈저린지 알고 있음을 내비쳤다. 실제로 전북은 수도권과 지방, 영남과 호남, 호남 내 광주·전남으로부터 소외받고 있다고 느끼는 게 지역민들의 정서다. 문제는 이러한 소외감을 덜기 위해 진정한 국가균형발전과 사회간접자본 및 산업의 진흥이 절실하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2036 하계올림픽 유치, 34년째 터덕이고 있는 새만금 개발 등 소외된 지역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지원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전북자치도와 전북지역 10명의 국회의원 역시 중앙정부를 설득해 전폭적인 지원을 이끌어내야 함은 물론이다. 이번 대선이 전북의 3중 소외에서 벗어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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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5.19 19:07

[오목대] ‘큰 바위 얼굴’ 찾기

‘바위 언덕에 새겨진 큰 바위 얼굴을 닮은 아이가 태어나 훌륭한 인물이 될 것이다.’ 19세기 미국의 한 계곡마을, 어니스트라는 소년은 어머니에게 마을의 전설을 듣고, 언젠가 그런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속에 자신도 진실하고 겸손하게 살아간다. 세월이 흐르면서 그는 큰 바위 얼굴과 닮았다는 성공한 재력가와 장군, 정치인, 시인을 잇따라 만났다. 하지만 탐욕과 권력욕, 명예욕에 찌든 이들의 이면을 보고 실망만 안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노년이 된 어니스트의 설교를 듣던 한 시인이 ‘어니스트가 바로 큰 바위 얼굴’이라고 대중에게 소리친다. 하지만 어니스트는 그 말에 반응하지 않고 집으로 향했다. 언젠가 큰 바위 얼굴과 꼭 닮은 사람을 만나기를 소망하면서⋯. 중학교 국어교과서에 실렸던 단편소설 ‘큰 바위 얼굴’이다. ‘주홍글씨’로 유명한 미국의 작가 너새니얼 호손이 1850년대에 발표했다. 그리고 실제 미국에 그 ‘큰 바위 얼굴’이 생겼다. 1927년~1941년, 14년에 걸쳐 대륙 중서부 사우스다코타주 러시모어산 꼭대기 화강암에 4명의 대통령 얼굴이 새겨졌다. 조지 워싱턴과 토머스 제퍼슨, 시어도어 루스벨트, 에이브러햄 링컨이다. 미국인들에게 가장 존경받는 4명의 역대 대통령이 ‘큰 바위 얼굴’이 된 것이다. 이후 이 거대한 대통령 조각상이 국가의 랜드마크가 되면서 미국에서는 러시모어산에 추가로 새길 인물 선정을 놓고 논란이 계속됐다. 존 F 케네디, 프랭클린 루스벨트,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로널드 레이건, 버락 오바마 등이 거론됐다. 그리고 그 자격을 논하면서 이들의 공적과 과오가 낱낱이 들춰졌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집권 1기에 러시모어산에 자신의 얼굴이 새겨지기를 희망하면서 큰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나라는 어떨까? ‘큰 바위 얼굴’을 찾는 대선이 눈앞이다. 소설 속 어니스트처럼 잔뜩 기대를 걸고 그 얼굴을 기다려왔다. 그런데 실망이 앞선다. 소설에서 마을 사람들은 귀향한 명망가들의 번지르한 겉모습을 보고 매번 ‘큰 바위 얼굴과 꼭 닮았다’며 환호한다. 전설 속의 큰 인물을 애타게 기다리는 상황에서 화려하게 등장한 인물의 명성에 현혹돼 그렇게 보였을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그동안 우리 선거판은 기대하던 ‘큰 사람’ 대신, 거짓에 능하고 기본 인성조차 갖추지 못한 소인배들로 넘쳐났다. 나라가 둘로 쪼개졌다. 갈등과 대립의 시대를 종식하고 우리 사회를 하나로 통합할 ‘큰 사람’, 큰 바위 얼굴을 닮은 믿음직한 지도자가 지금 간절하다. 그런데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트럼프처럼 스스로 자격이 있다고 나서는 사람들뿐이다. 소설에서 마을 사람들이 매번 그런 것처럼 환호할 일만은 아니다. 선입견 없이 들여다보고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 그래서 다시 기다릴 수밖에 없다. 소설 속 주인공 어니스트가 그랬던 것처럼.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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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5.05.19 19:06

[문화마주보기] 죽음 먹으며 피어나는 창작자의 자리

1980년, 유네스코는 ‘예술인의 지위에 관한 권고’ 를 통해 예술가의 사회적 기여를 인정하고 생계와 지위 보호의 필요성, 직업훈련을 보장하는 등의 내용을 최초로 문서화하였다. 프랑스는 1936년부터 이미 비정규직 예술계 종사자들을 위한 앵테르미탕 제도(Intermittents du spectacle)를 도입해 일정 시간 이상 일하면 실업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였으며, 독일은 1983년부터 예술사회보장기금 KSK(Künstlersozialkasse)을 통해 프리랜서 예술가와 언론인들이 의료, 연금, 요양보호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보험금을 나눠서 부담한다. 캐나다는 1992년 예술가 지위법(Status of the Artist Act)을 제정해 고용된 예술인들에게 일반 근로자와 동일한 사회보장제도를 적용하며, 룩셈부르크는 1999년 예술인들을 위한 특별재정지원제도(special system of time based financial assistance)를 제정하고 문화예술사회보장기금을 통해 최저소득에 미달하는 예술인의 생계를 지원하고 있다. 그렇다면 같은 회원국인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과연 예술을 지속하고 싶은 곳일까? 초기 창작자나 어려움에 놓인 예술가들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과 환경은 어떠한가? <혁명은 단호한 것이다>등으로 알려진 조각가 故 구본주는 2003년 불의의 교통사고로 몫숨을 잃었음에도 배상금 소송에서 ‘정서적 불안정으로 자살한 무직자’ 취급을 받았다. 이는 예술인의 노동과 가치에 대한 법적 논쟁을 거치며 예술인 복지제도 개선을 위한 문제의식을 촉발했다. <절룩거리네>로 인디 차트 5주 연속 1위에 선정되는 등 청년들의 지지와 사랑을 받던 음악가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故이진원)은 ‘음원=공짜‘소비자인식, 불법다운로드, 저렴한 스트리밍 서비스 구조 속에서 생활고를 겪다 2010년 뇌출혈로 사망했다. 그의 죽음은 예술인의 생존권과 음원수익 배분의 구조적 불공정성에 대한 논의와 제도 개선의 시급성을 환기시켰다. <격정 소나타>의 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 故최고은은 2006년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에서 수상한 뒤 5편의 영화를 계약했지만 모두 제작 불발이 되었다. 시나리오를 작업하고 넘겨도 영화가 다 완성되어야만 완불 되는 구조적 문제, 그리고 생활고와 지병으로 2011년 숨졌다. 그의 죽음은 같은 해 예술인 복지법을 제정, 2012년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설립되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2015년 연달아 고시원과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된 연극배우 김운하(故 김창규), 배우 故 판영진의 죽음은 예술인 복지법이 비출 수 없는 사각지대가 있음을 여실히 드러내었다. 그후, 2020년 드디어 예술인 고용보험이 도입되었다. 이를 반기며 지난 5년간 계약 작가에 대한 고용보험 취득신고를 해왔다. 총 61건의 신고, 38명의 등록작가 중 15%에 해당되는 6명의 작가가 실업급여를 받았다. 왜 15%뿐일까, 2016년 기준 프랑스 앵테르미탕에 등록된 예술가 중 42%가 실업급여를 받았다는데 아쉬울 따름이다. 꾸준히 예술인고용보험에 가입되지 못하거나 실업급여자격 증명을 위해 고용보험센터에서 고갈되는 창작자의 한탄을 듣는다. 생활고에 시달리는 주변의 목소리를 듣는다. 죽음의 자리에 늦게 도착하는 제도의 모습은 더는 없길 바란다. 그 피가 우리의 것이 아니길 더더욱 바란다. 전정미 삐약삐약북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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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5.19 19:06

[기고] 민주당 전북 지역 공약에 ‘노른자’가 빠졌다

느닷없는 계엄이 몰고 왔던 안개가 서서히 걷히고 있다. 국민들은 이제 어둠의 터널을 넘어, 밝은 곳으로의 새 출발을 준비하며 운동화 끈을 단단히 묶고 있다. 그런데 이 시점에, 갑자기 우리 전북의 앞길에 빨간불이 켜졌다.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이 내놓은 제21대 대선 전북 공약에 ‘완주·전주 통합’이 빠졌기 때문이다. 단순한 누락이 아니다. 민주당 전북도당은 제21대 대선 전북 지역 공약을 발표하면서 “두 달간 ‘전북 골목골목 민심 경청투어’를 통해 도민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밝혔다. 모두가 잘 알듯, 완주와 전주와 통합은 우리 지역의 숙원이다. 지난해부터는 핫이슈로 떠올라 다양한 단위에서 논의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중앙정부 조직인 지방시대위원회에서 통합이 필요하다는 권고까지 했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완주와 전주 통합을 공약에 올리지 않은 것을, 지역 주민들은 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민주당이 정치적 책임을 방기했다는 오해를 받고 싶지 않다면, 경청한 민심을 존중해 줄 것을 당부한다. 완주와 전주 통합이 공약에서 빠져서는 안 되는 이유는 또 있다. 이것이 전북 지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국토균형발전을 이번 대선 ‘10대 핵심 공약’ 중 하나로 꼽으며, 여섯 번째 순위에 배치했다. 중앙선거대책위원회에 국토공간혁신위원회라는 이재명 대통령후보 직속 조직을 설치하고, 상임위원장으로 김경수 총괄선대위원장과 5선 김태년 국회의원 등 중량감 있는 인물을 내정했다.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민주당의 강한 의지가 또렷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하지만 전북에 와서는 그 강한 의지에 균열이 발생한 모양이다. 국토균형발전을 위해 각 지역마다 거점 도시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고, 광역시가 없는 전북에 거점 도시를 조성하는 방법은 완주·전주 통합이 유일하다. 그런데 민주당의 전북 공약에서는 ‘통합’이 자취를 감춰버렸다. 균열이 없다면 완주· 전주 통합이 공약에서 빠진 이유를 논리적으로 찾기 어려운 지경이다. 혹여 민주당이 구상하는 국토균형발전의 대상에서 전북이 소외된 것은 아닌지, 민주당 정부에서마저 전북이 차별당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하고 싶지 않다. 이렇게 신뢰가 흔들리는데, 민주당이 전북에서 93%라는 압도적 지지를 얻을 수 있을까? 다행히 민주당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쉬운 방법이 있다. 바로 완주·전주 통합을 전북 지역 대선 공약에 신속하게 추가하는 것이다. 다수 언론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전북 공약이 서로 유사하다는 분석을 앞 다퉈 내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역 주민의 목소리를 경청하여 미흡한 부분을 곧바로 바로잡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민주당이 내란 세력보다 우월하다는 사실을 더욱 선명히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며칠 전 광화문에서 진행된 대선 출정식에서 이재명 후보는 “분열을 넘어 통합으로 가자”고 강조했다. 완주와 전주의 통합은 이재명 후보가 역설한 실용과 상생의 정치를 구현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또, 완주와 전주의 통합은 2036 전주 하계올림픽 유치와 K-컬처 메카 육성 등과 같은 민주당의 또 다른 공약을 이행하고, 더 큰 성과를 내는 데 필수적인 조건이기도 하다. 민주당의 진정성을 믿는다. 허나, 전북도당이 끝내 통합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다면, 찬성단체들은 차기 총선에서 정치적 심판에 나설 수밖에 없음을 마지막으로 굳이 첨언한다. 성도경 완주전주상생발전 완주군민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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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5.19 19:06

[경제칼럼]바다의 인공섬 군산 금란도를 아시나요

금강 하구에는 “금란도(金卵島)”라는 바다 인공섬이 있다. 면적은 202만㎡(약 61만평)로 여의도의 70% 정도이며, 축구장 300개의 규모에 해당한다. 탄생 배경은 1980년부터 군산내항의 수심확보를 위해 준설을 시행하면서 준설토 투기장으로 건설되어 2008년에 제4공구까지 완공되면서 현재의 인공섬이 되었다. 금란도 이름은 2012년 군산시가 지명제안 시민공모를 통해 채택하였으며, ‘금강하구에 황금알을 낳는 풍요의 섬’이라는 뜻으로 시작하였지만 금강의 금(錦)을 새만금의 금(金)으로 바꾸어 ‘새만금의 번영과 미래 발전적 가치를 담자’라는 의미로 작명하여 2013년 10월에 국가지명위원회에서 공식적으로 지명이 결정되었다. 금란도 개발은 오랜기간 개발이 지연되어 오다 2020년 12월에 ‘군산·서천 지역 상생협력을 위한 기본협약’ 체결 후 제3차 항만재개발 기본계획에 금란도 항만재개발계획이 반영되면서 개발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그간 여러 차례에 걸쳐 상생협의체에서 개발방향과 방법에 대해 논의하였으나 군산·서천 지역 간의 의견 차이로 인해 현재까지도 구체적인 개발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다만, 해양수산부는 지역상생협의체에서 논의된 큰 틀의 재개발 형태(자연생태지구, 익스트림지구, 힐링체험지구, 관광휴양지구 등)를 마련하여, 지자체와 주민이 공감하는 토지이용계획을 수립한바 있다. 이제는 더 이상 금란도의 개발을 미뤄서는 안 될 것이다. ‘기회의 섬’이냐 그냥 ‘조용한 섬’이냐의 중요한 기로에 서있다. 천혜의 자연경관과 지정학적 입지를 가진 금란도는 분명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주목받을 만하다. 그러나 문제는 경제적 현실이다. 실제 투자와 지속 가능한 발전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냉철한 경제적 분석과 전략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시급한 문제는 기반 인프라의 절대적 부족이다. 금란도는 전기, 수도, 도로 등 기본적인 생활 및 산업기반이 전무한 상태다. 이는 초기 개발비용을 급격히 끌어올려 민간 투자자의 진입을 어렵게 만든다. 관광객이 섬을 찾기 전에, 먼저 ‘길’을 닦고 ‘불’을 밝혀야 한다는 말이다. 또한 수익 구조의 불안정성 역시 간과할 수 없다. 해양 관광 산업은 계절적 요인이 큰 영향을 미친다. 여름철에는 일시적 관광객이 몰리겠지만, 나머지 계절의 공백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없다면 사업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단기 흥행이 아닌 연중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콘텐츠 설계가 필요하다. 여기에 지역 경제와의 연계성 부족도 중요한 문제다. 금란도 개발이 섬 내부에만 집중된다면 본토와의 경제적 연결은 끊기게 된다. 지역 주민의 소득 증대와 고용 창출 없이 이뤄지는 개발은 오히려 갈등을 낳을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민관 협력 기반의 개발 모델이 절실해 보인다. 금란도 개발은 단순히 ‘섬 하나를 바꾸는 프로젝트’가 되어서는 안된다. 이는 군산이라는 도시 전체의 산업구조를 전환하고, 지역 경제를 다시 뛰게 만드는 기회이자 시험대다. 금란도가 군산의 ‘기회의 섬’ 즉, 이름처럼 황금알을 낳아 풍요를 주는 섬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감성보다 전략이, 기대보다 계획이 앞서야 하지 않을까. 류승규 군산지방해양수산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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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5.19 19:06

[법률상담] 술이 웬수!

내담자는 “원룸건물 사이 빈 땅을 텃밭으로 가꾸며 고구마 모종을 심느라 정신이 없는데, 아침만 되면 주취자들이 노상방뇨를 하고 가는지 지린내가 너무 심하게 나서 하루는 9시 뉴스를 보고 창문으로 밭을 내려다보고 있는데, 옆집 아저씨가 엉거주춤한 자세로 소변을 보고 있어 소리를 쳤더니 놀라서 헐레벌떡 거리며 도망치더라, 이렇게 노상방뇨하는 사람들을 법적으로 혼내줄 방법이 없느냐”라고 물으셨습니다. 술과 급한 용무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을 저도 잘 알고 있지만, 위생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즘, ‘밭에 거름을 준다’는 핑계가 통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목격자 입장에서는 기분 나쁘게 생각해 경찰에 신고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 자칫 잘못하면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즉, 경범죄처벌법 제3조 제1항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은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의 형으로 처벌한다.’고 규정하면서 다음 각 호 중 제12호는 ‘(노상방뇨 등) 길, 공원, 그 밖에 여러 사람이 모이거나 다니는 곳에서 함부로 침을 뱉거나 대소변을 보거나 또는 그렇게 하도록 시키거나 개 등 짐승을 끌고 와서 대변을 보게 하고 이를 치우지 아니한 사람’이라고 규정하고 있어, 노상방뇨로 적발되면 처벌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여기에 더해 공연음란죄로도 처벌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공연음란죄(형법 제245조)는 불특정 다수가 보고 들을 수 있는 공공장소에서 성적인 행동이나 신체 주요 부위를 노출하여 공연히 음란한 행위를 한 자를 1년 이하의 징역, 50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과료로 처벌하는 죄인데요, 실제로 노상방뇨를 하다 공연음란으로 신고돼 재판으로 이어진 사례가 상당히 많습니다. 다행히 ‘노상방뇨’를 할 의도였지, ‘신체 주요 부위를 보여주려는 의도가 아니어서 공연음란의 고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무죄가 된 사례도 있었지만, 처벌된 사례도 많으니, 항상 주의하셔야 합니다. 이제 술은 기분 좋을 때까지만, 1가지 술로, 1차에 한해, 저녁 9시까지만 드시면 어떨까요? 박형윤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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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5.19 19:05

[기고] 정치 지도자의 언어 품격

우리는 세계 최고의 문자를 가졌다. 그러나 이 소중한 한글로, 거칠고 천박한 말이 오가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지도자의 말은 시대를 이끌고, 민족의 품격을 드러낸다. 지금, 우리는 말의 품격을 다시 세워야 한다.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이고 아름다운 문자, 한글을 가진 민족이다. 한글은 단순한 문자체계를 넘어, 우리의 사고방식과 감정을 섬세하게 담아내는 문화의 꽃이다. 우리는 이 한글로 우리의 꿈을 기록하고, 역사를 써 내려왔으며, 사랑을 고백하고, 정의를 외쳐왔다. 그런데, 과연 오늘 우리의 지도자들은 이 소중한 한글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가?대통령 선거를 앞둔 이 시점, 우리는 정치ㆍ사회ㆍ종교 지도자들의 언어 사용을 다시 돌아봐야 한다. 공적인 자리에서 오가는 말들은 국민 모두에게 울림을 주고, 다음 세대의 가치관을 형성하는 중요한 토대가 된다. 그러나 최근의 언어 현실은 참담하다. 거칠고 경박한 말투, 상대를 깎아내리고 비하하는 표현, 심지어 국민을 편 가르는 발언들이 너무나 쉽게 오르내리고 있다.특히 젊은 세대들은 이러한 모습을 지켜보며 지도자들에 대한 실망과 회의를 배운다. 정치와 사회, 종교가 추구해야 할 본질이 무엇인지 모호해진다. 무엇보다 "말"이라는 것은 그 사람의 인격이며, 그 집단의 품격이다. 말의 품격이 무너질 때, 그 사회의 도덕적 기준도 무너진다.지도자들은 알아야 한다. 말 한마디가 사람을 살리고 죽일 수 있다. 말은 마음의 거울이며, 동시에 미래를 만드는 씨앗이다. 그 어떤 정책과 계획보다도 한마디 따뜻한 격려, 한 줄기 진정성 있는 언어가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고 나라를 바로 세운다.특히 정치 지도자들에게 당부하고 싶다.대통령 선거는 단순한 권력 다툼이 아니다. 국가의 미래를 설계하는 신성한 약속이다. 이 약속의 시작은, 올곧고 품격 있는 언어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비난보다 비전을, 조롱보다 존중을, 분열보다 통합을 이야기해야 한다. 단 한 표를 얻기 위해 언어의 품위를 내던진다면, 결국 그 한 표로 인해 우리 사회 전체가 멍들게 될 것이다.사회 지도자, 종교 지도자들에게도 요청한다. 강단과 연단에서 사용하는 말들은 세상에 큰 파문을 일으킨다. 갈라진 민심을 더 찢어놓을 것인가, 아니면 아픈 마음을 어루만질 것인가. 그것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언어 선택에 달려 있다.한글은, 거칠고 저속한 언어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존엄과 사랑, 배려와 희망을 전하기 위해 만들어진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우리는 이 언어로 새로운 미래를 노래해야 한다.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어른, 젊은이들에게 존경받을 수 있는 지도자가 되기 위해, 지금 이 순간부터 우리는 말의 품격을 지켜야 한다.나는 한국 사회의 한 시민으로서 간절히 외친다.맑고 깨끗한 사회는 고결한 언어로부터 시작된다. 지금 우리의 말이, 곧 우리의 미래다. 김용 전 우석대예체능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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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5.18 18:00

[사설] 6월 장미대선, 전북은 이번에도 변방인가

제21대 대통령선거가 10여일 앞으로 바짝 다가왔다. 다른 때에 비해 선거 분위기는 달아오르지 않고 있지만 여야 대권 주자들의 표심잡기 발걸음은 분주하다. 그런데 내란 청산과 사법리스크 공방 속에 지역정책이 묻히고 있다. 특히 전북은 더 변방이다. 인구나 정치적 영향력 측면에서 존재감이 미약한 데다 오랫동안 특정 정당의 텃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여야 각 정당 입장에서는 특별히 신경쓸 필요가 없는 지역이 됐다. 표심이 요동치는 전략적 요충지에 화력을 집중하고, 전북은 득표율 수치에만 신경을 쓰는 실정이다. 지역 민심을 잡기 위해 여야 후보들이 내놓은 균형발전 공약에서도 전북은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다. 각 후보 진영의 균형발전 공약이 5대 광역권 대도시에 집중되면서 전북과 같은 특별자치도는 들러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여기에 전북 공약은 대부분 재탕·삼탕이다. 차별화된 지역발전 청사진을 찾을 수 없고, 뜬구름뿐이다. 답보 상태에 있는 기존 공약들을 다시 꺼내놓은 데 불과하다. 그만큼 전북에 대한 중앙 정치권의 관심이 적다는 것을 방증한다. 해묵은 지역현안을 지금껏 해결하지 못하고, 굵직한 정책공약을 발굴하지 못한 전북 국회의원들과 지자체도 반성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지난 16일과 17일, 잇따라 전북을 찾아 지역발전 공약을 앞다퉈 제시했다. 새만금을 대한민국 미래 성장동력으로 만들겠다는 장밋빛 청사진도 어김없이 나왔다. 각 정당과 후보들이 대선 때마다 내놓았던 공약이다. 구체적인 실현 방안도 보이지 않는다. 2036년 하계 올림픽 전북 유치 지원 공약도 그렇다. 올림픽 유치 대한민국 후보 도시다. 서울올림픽, 평창올림픽 때처럼 당연히 국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일이다. 전북에 시혜성 공약으로 내놓을 사안이 아니다. 민주당의 한복판을 변함없이 지켜온 전북이 이번 장미대선에서도 변방에 밀려나 있다. 지방소멸 위기의 시대, 전북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굵직한 발전전략이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안타까운 일이다. 지금 도민들에게 다시 압도적 지지를 호소하고 있는 지역 정치인들이 더 분발해야 한다. 중앙에서 전북의 정치적 영향력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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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5.18 17:27

[전북칼럼] 7공화국 헌법을 위하여

헌법은 영원한가? 당연히 아니다. 아무리 위대한 사랑도 시간이 흐르면 위대함을 잃게 되고, 아무리 위대한 철학이나 사상도 시대정신에 어긋나면 가치를 상실하게 마련이다. 한때 세상을 뒤흔들었던 마르크스 사상은 기껏해야 100년을 넘기지 못했다. 수많은 사람이 그 사상에서 미래를 보고 혁명을 꿈꾸었다. 꿈만 꾼 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엄청난 숫자의 젊은이들이 붉은 깃발 아래 생을 바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냉전을 거치면서 혁명은 박제로만 남았고, 상처는 깊었다. 지난 12월 3일의 비상계엄과 내란을 저지한 주체는 국민이었지만 법률적으로 볼 때는 제6공화국 헌법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지난 십여 년 동안 가끔씩 헌법을 읽고 필사하면서, 헌법의 문장들이야말로 참으로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부사와 형용사가 없는 깔끔한 문장 속에서 빛나고 있는 민주주의 가치와 국민의 기본권인 ‘자유권’이 때로는 추상으로 때로는 구체로 잘 버무려져 있었다. 제6공화국 헌법은 1980년 오월항쟁과 1987년 유월항쟁의 결과물이다. 그러나 군부독재 세력과의 타협의 산물이었기에 한계도 뚜렷했다. 이 헌법을 쟁취하기 위해 수많은 학생과 노동자, 농민들이 ‘민주헌법 쟁취’라는 깃발을 들었다. 그 깃발 아래서 고문과 투옥과 살인을 당한 청춘들의 숫자는 또한 얼마나 많았던가.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고 했지만 제6공화국 헌법은 피로 쓴 헌법 그 자체였다. 그리고 무려 38년의 세월이 흘렀다. 어제 5월 18일 이재명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광주에서 페이스북에다 ‘진짜 대한민국의 새로운 헌법을 준비합시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재명 후보는 “이제 시대 흐름에 맞는 새로운 시스템과 더 촘촘한 민주주의 안전망으로서의 헌법을 구축할 때”라고 밝혔다. 그는 대통령 4년 연임제, 결선투표제 도입, 거부권 행사 제한과 국무총리의 국회 추천, 감사원 국회 이관, 검찰의 영장 청구권 독점 규정 폐지, 비상계엄선포 관련 국회의 통제 권한 강화, 지방자치권 보장을 위한 헌법기관 신설, 5.18 광주민주화운동 정신 헌법 전문 수록 등을 제안했다. 가장 반갑고 눈에 띄는 제안은 지방자치권 보장을 위한 헌법기관 신설이었다. 인구소멸과 지역소멸, 지역간 소득 격차와 발전의 불균형이 심각의 정도를 넘어 폭발 직전의 임계치에 다다른 게 사실이다. 다행히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헌법기관을 신설한다니 기대할 만하다. 그래도 무언가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제7공화국 헌법에는 무엇보다도 국민의 기본권으로서의 ‘자유권’의 확장은 물론이고 ‘사회권’까지 명문화해야만 한다. 사회권은 이미 1960년대에 유엔에서 정립된 용어로 ‘사회주의’와는 근본부터 다른 개념이다. 개정하는 헌법에 ‘사회권’을 강화하는 일반조항을 신설해야만 비로소 7공화국 헌법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사회권은 이미 헌법에 규정돼 있다. 근로권, 교육권, 환경권, 복지권 등이다. 다만, 현재는 각 권리 증진을 위해 ‘국가가 노력해야 한다’로 명시되어 얼마든지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길을 열어주었다. 이를 ‘국민이 각 권리를 가진다’로 명문화해야만 한다. 현행 헌법처럼 최저 한계 보장이 아니라 인간 존엄성이 보장되면서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는 권리를 국가가 적극 보장토록 하는 것이다. 물론 사회권을 명시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각계각층이 기득권을 내려놓고 토론하고 숙의하고 합의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겨우 가능할 것이다. 정도상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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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5.18 17:26

[오목대] 유권자는 다 안다

왜 장미대선이 치러지는지 유권자는 다 안다. 전북은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가 강해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표심이 결집될 것이다. 하지만 대선열기는 느끼기가 쉽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국민의힘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치러지는 대선이기 때문에 누구를 찍어야할 것인가를 너무도 잘 알고 있어 외견상 무관심하게 보인다. 확성기를 통해 아무리 여야 선거운동원들이 지지를 호소해도 유권자 표심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지금 우리 국민들의 정치 수준은 세계 정상급이다. 어떻게 하는 것이 바른 민주주의인가도 잘 안다. 결코 국민이 계몽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치인들이 국리민복 보다는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관계로 정쟁을 일삼기 때문에 나라가 어지럽혀지고 있다는 사실을 꽤뚫고 있다. 국민들이 위임해준 입법권을 조자룡 헌칼쓰듯 남용한 것도 잘 알고 민주주의 요체인 삼권분립 가운데 사법부를 마구 흔들어 대는 모습을 안타까워라 하면서 경계하는 눈치다. 윤석열 전대통령이 12.3 계엄령을 위헌 위법하게 발동해 역사의 죄인으로 낙인 찍히면서 탄핵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우리사회는 남북으로 갈린 게 불행의 단초이며 보수다 진보다로 갈기갈기 찢긴게 오늘의 현실이다. 마치 자기와 생각이 다르거나 정치적 견해가 다르면 아예 상종도 안할 사람처럼 대하는 게 사회불안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일제 식민지시대와 동족상잔의 비극을 거치면서 피와 땀방울로 일궈낸 이 나라가 왜 이 모양 이꼴이 되었는가를 다시금 반문해 봐야 할 것이다. 우리는 세계 선진국가 대열에 끼면서 그 자부심으로 살아왔다. 하지만 12.3 그날밤 계엄으로 사회 각분야가 깨지고 분열되면서 설산이 햇빛을 받아 무너진 것처럼 기운이 쫙 빠져 있다. 그렇게 힘써서 만든 대한민국이 이렇게 될 줄이야 꿈에서도 몰랐을 것이다. 지금 각당 후보들이 연일 표를 모으려고 공약을 발표하는 등 사자후를 토하지만 유권자들은 교언영색한 말에 일희일비 하지 않고 있다. 국민들은 윤 전대통령이 국회 탄핵과 헌재의 파면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일찍부터 동의했기 때문에 그 결과물로 치러지는 장미대선의 결과도 잘 알고 있다. 아무리 보수후보가 계엄발동에 따른 사과를 국민들 한테 해도 잘 먹혀들지 않은 이유는 진정성이 결여 돼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국민들의 정치 수준을 모른채 계몽대상으로 알고 캠페인을 벌이는 것은 밑바진 독에 물붓기나 다름 없다. 민심이 천심이라는 말을 굳이 원용할 필요가 없는 선거가 돼버렸다.계엄령 발령상황을 각종 매체들이 실시간을 통해 즉각적으로 국민들 한테 전달해 줘서 일찍 국민들은 시시비비에 따른 판단을 끝냈다. 6.3 장미대선이 끝난 후가 더 걱정스럽다. 갈기갈기 찢긴 사회통합을 어떻게 이뤄내느냐가 중요한 과제다. 지역주의 극복은 말할 것 없고 계층간 이념간 갈등극복이 제일 중요하다. 도내 출신 민주당 국회의원과 지방의원들은 전북에서 93% 득표율 달성을 위해 전력투구 하지만 이미 전북 유권자들의 표심은 결판 나 있다. 제발 숫자놀음에 급급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백성일 주필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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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25.05.18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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