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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예찬] 만물은 이면을 봐야 한다

요즘 카카오톡 프로필을 비롯한, 각종 소셜미디어(SNS)의 게시물들은 스튜디오 지브리에서 그린 듯한 사진들로 가득하다. 챗지피티(ChatGPT)에서 자신이 원하는 사진을 삽입하고, ‘지브리풍으로 바꿔줘’와 같은 명령어를 입력하면 순식간에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챗지피티는 스튜디오 지브리에 소속된 수많은 작가의 그림체를 완벽하게 흡수했다. 하루도 안 되는 시간, 심지어 빠르면 단 몇 분 만에 뚝딱 나온다. 몇 초의 장면을 위해 오랜 시간을 쏟아내는 작가들의 노력이 무색했다. 이는 분명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다. 미야자키 하야오 씨가 나를 주인공으로 채택하지 않는 한, 살면서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상 만물이 그렇듯, 모든 것에는 좋은 면만 있을 수는 없다. 지금 유행하고 있는 ‘지브리풍 그림’은 기술적인 부분에서 입방아에 자주 오르내린다. 하지만 이 기술은 사람들 사이에서 분열을 야기하기도 했다. 하루는 인터넷을 하던 중, 여러 게시물과 댓글 사이에서 지브리풍 사진 변환에 대한 논박을 목격했다. 지브리풍으로 사진을 변환한 것이 무슨 잘못이냐며 논박을 주고받는 모습이었다. 한쪽 진영은 저작권 문제와 윤리의식을 꼬집으며 이야기했고, 또 다른 쪽은 어차피 다른 사람들 다 사용하는 데 무슨 문제가 있느냐는 입장이었다. 본인은 분명 문제가 있는 사안이라고 생각하므로 전자 주장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 문제와 연관된 게시물들을 더 찾다 보니, 주변인을 향한 외모 평가도 심심찮게 있었다. 평상시에는 자신 있게 본인 얼굴을 올리지도 못할 거면서 지브리풍 그림으로 바꿀 수 있으니 올린다는 주장이었다. 솔직히 후자의 주장은 이야기를 나눌만한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다. 남에 대해 참 관심도 많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러한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우리나라는 근 몇 년간 지속적으로 분열이 발생하는 거 같다. 위와 같은 사소한 부분부터 시작해 당장 생각나는 것만 읊어도 젠더 갈등, 정치적 문제, 장애인 이동권, 수저론 등이 있다. 그리고 대체로 먼 옛날부터 이어온 문제라기 보다, 비교적 최근이라 볼 수 있는 2010년대부터 들끓고 있다. 물론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고 배워나가는 것은 아주 좋은 자세다. 하지만 주제를 막론하고 집중해야 할 부분은 모든 것들이 토론이라고 정의하기보다 억지스러운 부분, 그리고 비방성이 강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다양한 원인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원인에는 인터넷, 그리고 이곳에서 활용할 수 있는 익명성에 있는 거 같다. 생각해 보면 인터넷은 파급력이 크지만, 발언에 대한 책임은 비교적 약하다. 예를 들어 상대를 비방하는 발언을 대면으로 할 수 있을까?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절대 면전에서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인터넷은 이야기가 다르다. 비방글이 매일같이 쏟아진다. 하루에 수십, 어쩌면 수백 건 이상이 있을 수도 있다. 같은 말인데 입 밖으로 내뱉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고, 글로 쓰는 건 참 쉽다. 인터넷이란 인간에게 정말 황금 같은 존재나 무책임의 수렁이기도 한 이중적인 존재다. 인터넷 없이 살아가기란 너무 크게 돌아왔고 그렇다고 이런 사태를 손 놓고 보는 것은 무책임한 거 같다. 겉에 보이는 측면만 바라보는 게 아니라 그 이면에 집중해야 할 때다. 이예령 전북대신문 편집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5.04.10 18:47

낡은 전북 소방헬기 교체 시급하다

전북특별자치도가 임차, 운영중인 산불진화용 헬기 3대가 모두 오래된 것이어서 하루빨리 새것으로 교체하거나 신형헬기로 임차하는 등 안전관리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정된 예산상의 이유로 어쩔수 없이 낡은 헬기를 사용하고 있으나 추락 위험 우려가 커지는 등 안전전반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만큼 철저한 대비가 요구된다. 전북도가 운용중인 산불진화용 헬기는 3대인데 모두 민간 항공사에서 임차해 쓰고 있다. 그런데 최근들어 전국적으로 크고작은 산불이 자주 발생하면서 산불진화 헬기의 안전성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임차한 헬기들이 제작된 지 최소 20년∼40년이나 된 낡은 기종이기 때문이다. 지난 6일 대구 북구 산불 현장에서 생산된 지 44년 된 진화 헬기 1대가 또다시 추락하면서 낡은 헬기의 안전성 문제는 더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달 26일 경북 의성군 신평면에서도 진화 헬기 1대가 추락해 기장이 사망했다. 이 헬기는 강원도 인제군 소속으로 담수 용량 1천200ℓ의 S-76 기종 임차 헬기로 30년 가깝게 운항한 것으로 나타났다. 낡은 진화 헬기가 산불 현장 등에 투입됐다가 추락하는 사고가 자주 발생하면서 낡은 진화 헬기를 순차적으로 교체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헬기는 산불이 발생했을때 초동 진화에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는데 낡은 헬기의 교체는 가장 시급한 과제다. 산림청에서 보유 중인 진화 헬기는 모두 50대인데 이중 기령이 30년 이상 된 헬기는 12대나 된다. 전북도의 경우 현재 운용하고 있는 산불진화용 헬기 중 가장 오래된 헬기는 담수 용량 1500리터의 S-76B 기종으로 올해로 제작된 지 37년째다. 또 다른 산불진화용 헬기는 담수 용량 1500리터의 S-76B 기종 헬기로 올해가 제작 된 지 34년째, 담수 용량이 1200리터로 다른 운용 헬기들 보다 비교적 작은 S-76C 기종 헬기는 올해로 제작된 지 21년이 됐다. 결론은 낡은 진화 헬기를 순차적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거다. 안전문제는 이제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다.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진화에 나선 헬기가 낡아서 추락하는 일이 또다시 발생한다면 앞으로 더이상 대한민국을 선진국이라고 말할 수가 없다. 당장 새것으로 교체가 어렵다면, 하다못해 노후화 정도가 적은 헬기로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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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4.10 13:53

[오목대] 헌재 판결이 남긴 것

‘주문 :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2025년 4월 4일 오전 11시 22분,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이같이 주문을 낭독하고 재판을 마쳤다.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로부터 123일, 국회 탄핵소추로부터 111일만의 일이다. 이 기간동안 많은 국민들은 가슴 졸이며 불안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연일 엄청난 시위와 함께 가짜뉴스가 난무했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문 대행 등 8명의 헌법재판관은 수십차례 머리를 맞대며 고통스런 평의를 거쳐 전원일치 결론을 냈다. 8 : 0이라는 만장일치를 통해 국가적 혼란을 막고 사회통합의 단초를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이번 역사적 결정문(판결문)은 광인(狂人)과도 같은 윤석열 시대의 막을 내리고 새로운 정부 수립을 위한 첫걸음을 내딛도록 했다. 헌법을 위반한 대통령을 파면한다는 본질적 의미 외에도 많은 함의를 던졌다. 그 중 두 가지를 꼽아 보겠다. 첫째, 114쪽에 이르는 방대한 결정문은 헌법교과서요, 명문장이다. 이번 결정문은 계엄선포 요건 등 쟁점마다 객관적 증거와 법 조항을 대며 법리적 해석을 내놓았고 군더더기 없이 간단명료했다. 부사 형용사 등을 자제하고 어려운 한자나 법률용어를 최소화하는 등 생활언어를 사용하려 노력한 점이 눈에 띤다. 국민의 눈높이에서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결정문의 백미(白眉)는 5쪽 분량의 ‘결론’부분에 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헌법 제1조 제1항)로 시작하는 이 대목은 ‘헌법수호의 책무를 저버리고 민주공화국의 주권자인 대한국민의 신임을 중대하게 배반하였다’고 끝맺고 있다. 여기서 대한국민은 헌법 전문에 나오는 용어다. 둘째, 헌법재판관의 노블레스 오블리제가 계엄사태로 감정이 메마른 국민들의 마음을 위로해줬다. 대표적인 게 문 대행의 일화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이었던 문 대행은 경남 진주에서 한약방을 하던 김장하 선생(본보 2024년 4월 2일자)으로부터 장학금을 받아 공부할 수 있었다. 그가 6년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밝힌 두 일화는 감동 그 자체다. 하나는 “제가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인사하러 간 자리에서 선생은 ‘내게 고마워할 필요는 없다. 나는 이 사회의 것을 너에게 주었으니 갚으려거든 내가 아닌 이 사회에 갚아라’ 하였고, 그 말씀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고 했다. 또 하나는 “제가 결혼할 때 다짐한 게 있다. 평균인의 삶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최근 통계에서 가구당 평균 재산이 한 3억원 남짓 되는 거로 아는데 제 재산은 (아버지 재산을 제외하면) 4억원이 조금 못 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평균 재산을 좀 넘긴 거 같아 반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읍출신 김형두 재판관은 지난해 12월 25일 부친상을 당하고도 정상출근해 변론기일을 준비했다. 또 자폐성 장애를 가진 둘째 아들을 헌신적으로 보살피고 그로부터 세상을 폭넓게 이해하는 법관으로서의 자세를 배운다고 밝히고 있다. 이들의 가슴 따뜻한 일화는 선한 영향력으로 어려운 시대에 등불이 되었으면 한다.(조상진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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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상진
  • 2025.04.10 13:49

BRT 추진 전주, 시내버스 서비스 혁신부터

전주시가 ‘대중교통 혁신을 통해 시민들에게 더욱 안전하고 편리한 교통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수년 전부터 추진해온 ‘BRT(Bus Rapid Transit·간선급행버스 체계)’ 구축사업도 우여곡절 끝에 오는 8월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간다. BRT는 도심과 외곽을 잇는 주요 간선도로 중앙에 정류장과 버스 전용차로를 설치해 급행버스를 운행하는 대중교통 시스템이다. 전주 기린대로 BRT 사업이 완료되면 시내버스가 전용차로를 통해 빠르고 정확하게 운행되고, 상습 정체구간이 개선돼 교통 혼잡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주시는 ‘BRT가 구축되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하루가 조금 더 편하고 안전하게 바뀔 것’이라고 했다. 또 ‘BRT 도입을 계기로 대중교통 서비스의 질을 한 차원 높이겠다’고도 했다. 시내버스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기대가 한층 높아졌다. 시민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서비스 개선이 급하다. 시민들의 시내버스 이용률을 높이지 못한다면 BRT 시스템은 불편만 안기는 도시의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 있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새로운 버스 운행체계를 구축해 놓고도 정작 시민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시내버스를 외면한다면 그 효과는 기대할 수 없게 된다. 그런데 전주 시내버스 서비스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올해도 전주시청 홈페이지에는 시내버스 기사의 난폭운전과 폭언, 승차거부 등 서비스 문제를 지적하는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지적된 고질적 병폐인데도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전체 시내버스 기사들을 대상으로 한 친절교육, 안전교육을 대폭 강화하는 동시에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선정된 ‘친절‧안전기사’에 대한 인센티브를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 시내버스는 ‘시민의 발’이자 ‘도시의 얼굴’이다. 여행객들에게는 도시의 첫인상이 되는 만큼 관광 활성화를 위해서도 서비스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 시내버스 운영에 매년 막대한 혈세를 지원하고 있는 전주시가 시민을 위해 확고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업계와 종사자들의 자정노력이 보이지 않는다면 과감하게 칼을 빼들어야 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다수의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시내버스 서비스 혁신이 BRT 구축보다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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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4.10 12:09

내란의 겨울을 넘어 국민통합의 봄으로

2025년 4월 4일 오전 11시 22분.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윤석열 파면은 우리 국민이 헌법과 민주주의 가치를 끝까지 지켜냈음을 보여준 역사적 선언이었다. 지난 몇 달간 대한민국은 혼란과 공포 속에서 깊은 상처를 입었다. 법적 절차를 무시한 불법 계엄령 선포, 군대를 동원한 국회 봉쇄, 국회의원 체포 시도 등 대한민국 역사에서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될 일들이 벌어졌다. 이는 명백한 내란 행위였다. 그러나 국민은 결코 물러서지 않았다. 혹독한 추위 속에서도 거리로 나와 윤석열 파면을 외치며 민주주의를 지키고자 했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파면 결정은 이 나라의 진정한 주인이 국민이라는 헌법 정신을 다시 확인시켜 준 중요한 이정표였다. 하지만 윤석열 파면이 모든 문제의 끝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너진 헌정 질서를 바로 세우는 것이다. 헌법을 위협했던 내란 세력들에 대한 분명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책임을 묻지 않으면 같은 위기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특히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으로 지명한 이완규 법제처장은 12.3 계엄 사태에 연루돼 경찰 수사를 받는 피의자 신분이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책무는 헌정 질서를 수호하고 혼란을 수습하는 데 있지만, 한덕수 권한대행은 오히려 헌법 질서를 위협한 혐의자를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하는 중대한 월권 행위를 저질렀다. 내란세력 척결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사실을, 한덕수 권한대행 스스로가 증명한 셈이다. 동시에 우리 사회는 갈등을 치유하고 국민 통합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탄핵 정국을 겪으면서 우리 사회는 깊게 분열됐고 서로에 대한 불신이 증폭됐다. 이제 서로를 탓하고 비난하는 과거의 방식을 끝내고, 상처를 치유하는 화합의 길로 가야한다. 이를 위해 우리 사회 전반에서 폭넓은 대화와 타협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열어갈 수 있다. 국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경제 회복 노력 역시 절실하다. 윤석열이 야기한 혼란으로 대한민국 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고물가와 고금리로 가계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서민과 자영업자들은 삶의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지역경제의 침체는 청년들을 도시 밖으로 밀어내고 있으며, 수도권과 지역 간 불균형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구호나 선언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 정부와 각 분야 전문가들이 힘을 모아, 명확하고 현실적인 대책을 수립하고 적극적으로 실행해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는 거리에서 헌법과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추위와 공포를 견뎌낸 국민의 헌신을 기억해야 한다. 12.3 내란 사태 그날부터 광화문 광장을 비롯한 전국 곳곳의 거리에서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목소리를 높였던 국민들의 용기가 없었다면, 오늘의 이 변화는 없었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위기의 순간마다 결국 국민의 힘으로 다시 일어섰다. 이제 다시 한번 국민과 함께 새로운 희망의 시대를 만들어가자. 국민은 항상 옳았고, 앞으로도 옳을 것이다. 안호영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완주진안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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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25.04.09 18:28

원동산공원 의견상, 오수개와 다르네

지난 2월12일 이 코너 ‘타향에서’를 통해 오수개 이야기를 했다(‘오수개 있음에 임실이 있네’) 술에 취한 주인이 들판에서 잠이 든 사이 불이 나자 개울을 오가며 제 몸에 물을 적셔 주인을 살리고 죽은 개다. 오늘 한 번 더 오수개, 정확히는 오수개 동상을 이야기한다. 남원에서 태어났지만 어린 시절 우리집은 남원 시내보다 임실군 오수면과 더 가까웠다. 오수개의 사연을 일찌감치 접할 수 밖에 없었다. 오수개 복원의 첫 걸음으로 1996년 오수견연구위원회 위원장을 맡게 된 것도, 성장기에 오수개의 강렬한 스토리가 뇌리에 각인됐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후 각고의 노력 끝에 오수개를 부활시켰다. 과학은 기본이고 미(美)까지 탐구했다. ‘목적에 적합하도록 완성된 것이 아름답다’는 명제에 충실했다. 처음부터 막연하나마 글로벌 스탠더드를 지향했다. 국제축견연맹(FCI)의 원산지 기준을 과정과 단계마다 엄격히 적용했다. 중후하고 믿음직한 오수개는 그렇게 부활했다. 역사에서 현실로 실체를 드러낸 오수개, 복원된 오수개는 그러나 시빗거리도 들고 왔다. 바로 임실군 오수면 오수리 322번지 원동산 공원의 의견상이다. 고증과 유전학으로 육종해 낸 오수개와 의견상의 오수개 모습이 딴판이기 때문이다. 오수JC 심재석 전 회장이 특히 문제 삼고 있는 부분이다. 이 의견상은 1997년 세워졌다. 오수개를 되살려 내기 전이다. 동상 오수개가 실물 오수개를 닮지 않은 이유다. 상상으로 만든 것이니 어쩔 수 없다. 귀와 갈기털 등 오수개와 다른 구석이 많다. 게다가 너무 높은 곳에 동상을 설치한 바람에 기특하다고 머리를 쓰다듬기는커녕 기념촬영을 하기에도 불편하다. 동상을 실제 오수개 형태로 다시 빚고, 명칭도 ‘의로운 오수개’식으로 새로 붙임직하다. 동상은 ‘그까짓’ 게 아니다. 동상은 일방적, 무조건적 긍정이다. 본받아야 마땅할 대상만 동상으로 제작해 기린다. 추상적 개념을 구체적 형상으로 제시하는 것이 동상이다. 따라서 동상은 사실과 진실에 기반해야 한다. 기존의 의견상은 오수개의 상징성을 웅변하기에 부족하다. 동상을 보고 받은 감동과 교훈을 살아있는 오수개에게서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오수개의 감동적인 충의는 이론의 여지가 없는 미덕이다. 조각가 피그말리온은 자신이 조각한 여인상과 사랑에 빠졌다. 극진한 사랑에 감동한 여신 아프로디테는 피그말리온의 여성 조각상에 생명을 불어넣어 줬다. 간절하면 하늘도 돕는 법이다. 그리스 신화의 ‘피그말리온 효과’를 오수개 동상에 원용하기를 바란다. 아울러 새로운 오수의견상에는 ‘불끄는 개’의 이미지가 추가됐으면 좋겠다. 119구조견, 그 가운데서도 소방견으로 오수개 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화재예방협회(NFPA)의 달마시안종 소방견 ‘스파키’처럼 오수개도 글로벌 인지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오수의견문화제 시즌이 다가오고 있다. 심민 임실군 군수의 적극행정 덕분에 해를 거듭할수록 알이 꽉꽉 차는 행사다. 올해는 더욱 성황을 이룰 것이다. 윤신근 서울 윤신근박사동물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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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25.04.09 18:28

서해안철도의 필요성과 국가 균형 발전

​지난 3월 18일, 국회에서 많은 전문가들과 정치권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서해안철도의 필요성과 타당성을 제시하고 정부 및 관계기관의 정책적 결정을 촉구하는 정책포럼이 개최되었다. 이번 포럼에서는 서해안 지역의 철도 인프라 확충이 지역 경제 활성화와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해 필수적이라는 점이 강조되었다. 최근 개통한 동해선 철도와 더불어 서해안철도는 중요한 서쪽의 횡단축을 담당할 것이며 국가 균형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철도공급이 부족한 서해안 지역에 서해안철도의 구축이 필수적이다. 서해안 지역은 수도권과 가까운 지리적 이점을 가지고 있으며, 평택·당진항, 군산항, 목포항 등 주요 항만이 위치해 있다. 또한, 충남 당진·서산, 전북자치도 군산·익산·고창, 전남 광양·목포 등지에는 대규모 산업단지가 조성되어 있다. 이번 정책포럼에서도 이러한 산업단지와 항만을 연결하는 철도망 구축이 기업들의 물류 비용 절감과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수적이라는 점이 강조되었다. 도로 교통은 지속적인 정체 문제와 물류비 상승을 초래하며, 해운은 기상 조건에 따른 제약이 크다. 이러한 서해안 지역에 철도가 건설된다면, 기존 도로 및 해운 수송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안정적인 물류망이 공급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최근 우리나라의 경제 및 인구 구조는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이 심화되고 인구감소에 따른 지방소멸을 막기 위한 지역재생은 필수적인 키워드이다. 아무런 투자없이 지역재생을 통한 지역상생을 기대할 수 없기에 철도사업과 같은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구심점이 되어야 할 것이며 철도역사 중심의 거점개발과 도시재생은 일본이나 유럽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례이다. 이번 정책포럼에서 전문가들은 서해안철도가 건설될 경우 수도권과 서해안 지역 간의 이동 시간이 대폭 단축되고, 접근성이 향상되어 인구 및 산업이 균형 있게 분포할 수 있을 것이며 전북·전남 등 상대적으로 개발이 더딘 지역의 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서해안 지역은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역사·문화 유적이 풍부한 지역이다. 군산 선유도해수욕장, 변산반도의 채석강, 고인돌 유적지와 고창읍성, 10킬로미터가 넘는 고창동호해수욕장을 포함한 명사십리해안, 목포 근대역사문화거리 등은 관광 자원으로서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 철도를 활용한 관광산업은 교통약자나 걷고 싶어하는 도보 여행자에게 충분한 만족도를 제공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서 관광수요 증대에 따라 따라 지역의 특산물 소비와 전통시장 활성화 등 지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서해안 지역에 철도가 구축된다면 도로 운송의 비중을 줄이고 탄소 배출 저감에 기여할 수 있다. 실제 지난 2021년 동해선 광역전철개통이후 울산~부산 버스수송객이 8만8,876명에서 2년만에 1만 9,912명으로 감소하면서 빠르게 도로수요를 흡수한 사례가 있고 최근 개통한 동해선도 지역간 버스 수요를 많게는 50%이상 흡수하고 있다. 서해안철도의 건설은 단순히 한 지역의 교통 인프라 확충을 넘어 철도 역사를 새롭게 쓰는 완성작이자 국가 경제의 균형 발전을 위한 필수 과제이다. 물류, 산업, 관광, 환경 등 다양한 측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정부와 지자체는 적극적이고 지속적으로 서해안철도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이번 정책포럼을 계기로 서해안철도 사업이 더욱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서해안철도가 완공된다면 대한민국의 교통 인프라는 더욱 촘촘하고 균형 잡힌 형태로 발전할 것이며, 이를 통해 지역 경제 발전과 지역 균형 발전이 현실화 될 것이며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 이준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실장·한국철도학회 수석부회장

  • 오피니언
  • 박현표
  • 2025.04.09 18:27

파손된 '보행로 점자블록' 제기능 찾아야

전주시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해 인도에 설치한 점자블럭이 파손되고 마모되어 기능을 못하고 있어 문제이다. 점자블록은 시각장애인이 보행할 때 발바닥이나 지팡이의 촉감으로 위치와 방향을 알 수 있도록 표면에 돌기를 만든 블록을 뜻한다. 시각장애인들에게는 인도에 설치된 점자블럭을 통해 보행의 안정성이 확보되는 데 파손되거나 마모된 점자블록으로 인해 시각장애인들의 보행 안ㅈ전이 위협받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 현재 전주시 덕진구지역에 설치된 점자블록 가운데 점자블록들의 돌기 부분이 마모되거나 부서져 제대로 기능하지 못해 제 역할을 하기 어려운 상태가 상당수 존재하고 있다. 완산구 역시 비슷한 상황으로 점자블록은 절반 가까이 손상된 상태로 방치되거나, 먼지와 흙, 모래로 덮여 점자블록과 보도블록이 구분이 힘든 곳도 있는 상황이다. 시각장애인들은 이렇듯 마모되거나 파손된 점자블록이 방치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고 있으며 도시미관 측면에서도 관리와 유지에 문제가 있음을 느끼게 한다. 한편, 관련 전문가는 선제적인 점자블록 관리와 함께 주변 보도블록 관리도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연구원은 발로 감지해야 하는 점자블록의 특성상, 마모되거나 파손된 점자블록은 시각장애인의 보행에 큰 혼란을 줄 수 있다며 점자블록이 잘 포장되어 있더라도 주변 보도블록이 들뜨거나 파손돼 시각장애인들에게 혼란을 발생시키기도 한다고 설명해 결국 점자블럭과 보도블럭 전체에 대한 세심한 관리와 유지 보수가 필요함을 보여준다. 이와 관련하여 전북시각장애인연합회장은 “점자블록은 사람이 다니는 곳은 기본적인 연결라인을 유지하며 설치되어야 하는 데 서로 연결되지 않은 채 점자블록을 붙여놓은 곳도 많다”고 토로해 형식적인 설치도 문제임을 보여준다. 결국 보도에 설치된 점자블럭은 보행로 전체에 대한 관리 체계속에서 점자블록의 상태와 설치 공간에 대한 보다 심도있는 유지 보수방안 마련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이번 기회에 점자블럭 설치 인도에 대한 전수 조사와 연결 상태에 대한 확인 및 관리를 위해 시민봉사단체나 각급 학교별 학생 봉사 활동 등과도 연결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이를 통해 장애-비장애가 함께하는 전주시 인도관리 방안이 마련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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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4.09 14:28

4.13 호헌조치 그후

4월 13일은 일년 365일중 하나일 뿐이지만 대한민국 역사에 있어 매우 획기적인 전환점이 된 날이다. 조선이 건국된지 꼭 200년이 되던 1592년 4월 13일 한반도에 사는 이들에게 꿈에서도 상상할 수 없는 대참사가 다가왔다. 왜군의 조총소리와 함께 시작된 임진왜란이 바로 그것이다. 무려 7년간 국토는 유린됐고, 살아있는 민초들의 코와 귀가 베어졌다. 침략자인 왜군의 무자비한 살육과 약탈은 말할것도 없고 조선을 돕겠다며 한반도에 건너온 명나라 군사들의 횡포 또한 상상을 초월했다. 오죽하면 그 당시에 백성들 사이에 “명군은 참빗, 왜군은 얼레빗” 이라는 말이 나돌았을까. 명군이 지나고 나면 참빗으로 훑어내듯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는 기가막힌 현실을 개탄하는 말이었다. 어정쩡한 종전이 이뤄졌으나 국제정세를 제대로 읽지 못한 조선은 불과 한 세대만에 또다시 정묘호란(1627년)과 병자호란(1636년)의 치욕을 겪게된다.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근대화 이후 양력을 사용했는데 어김없이 4월 13일 또다른 격변이 찾아왔다. 5공화국이 말기로 치닫던 1987년 소위 4.13 호헌조치가 바로 그것이다. 전두환 당시 대통령은 분출하는 국민적 요구에 정면으로 거스르는 4.13 호헌조치를 발표했다. 헌법을 수호하겠다는 호헌(護憲)은 원래 나쁜 의미가 아니었으나, 4. 13 호헌조치는 직선제 개헌(改憲)을 바라는 국민의 뜻과는 달리 체육관식 간접선거로 정권을 좀 더 연장하겠다는 의미였다. 분노한 국민들은 ‘호헌 철폐’를 외치며 거리에 나섰고 결국 6월항쟁과 직선제 개헌으로 귀결됐다. 그게 벌써 38년전 일이다. 87년 개헌에서는 상당 부분 국민의 기본권 강화가 이뤄졌으나 가장 핵심적인 것은 유신(1972년) 이후 없어졌던 대통령 직선제였다. 당시엔 단임 대통령 직선제가 지고지선의 가치로 여겨졌으나 점차 세월이 흐르면서 대통령 한사람에게 제왕적 권력을 부여하는게 과연 맞는가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탄핵을 당한 이는 말할것도 없고 어느 누구도 예외없이 임기를 마칠때쯤엔 욕만 먹고 퇴장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하지만 유력한 대권 후보들은 시대적 흐름과 달리 개헌 문제를 외면했다. “나까지는 대통령을 한번 하고 나서 다음번에나∼” 라고 하는 정치공학적 계산이 깔려있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리고 또다시 윤석열 탄핵으로 인한 6월 3일 장미대선을 앞두고 권력구조 개편과 대통령 임기를 조정하는 개헌 요구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대다수 대권 후보들이 개헌 필요성을 피력하고 있으나 가장 유력한 후보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금은 내란 종식이 먼저”라며 개헌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제1당인 민주당이 반대한다면 현실적으로 개헌은 어렵고 호헌조치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 현행 헌법 호헌조치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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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5.04.09 14:03

전북 현안, 차기 정부 국정과제 반영 총력을

탄핵정국이 지나고 이제 대선의 시간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조기 대선 레이스에 막이 올랐다. 제21대 대통령 선거일이 6월 3일로 확정되면서 정치권이 바빠졌다. 각 정당의 대권 주자들이 잇따라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제 치열한 공약 경쟁과 후보 검증 절차가 이어질 것이다.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각 정당과 후보 진영의 양보 없는 경쟁이 예고됐다. 예상했던 조기 대선이 현실화하면서 지방자치단체도 급해졌다. 차기 정부 국정과제 선점을 위한 로드맵을 이제 본격 가동해야 한다. 전국 각 지자체가 지역의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발굴한 대선 공약과제를 속속 내놓고 있다. 전북특별자치도에서도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준비해온 ‘전북 메가비전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지역의 주요 현안을 집약해 각 정당과 대선후보 캠프에 전달할 예정인 이 프로젝트에는 9개 분야 74개 전략사업이 담겼다. △2036 하계올림픽 기반 조성 △K-문화올림픽 산업 거점 조성 △금융도시 구현과 산업인재 육성 △첨단 농생명산업 수도 육성 △새만금 국가성장 전초기지화 △전북 광역 SOC 확충 등이 전북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혔다. 사실 국정과제에 포함되더라도 정부의 의지가 없다면 지역현안은 뒷전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실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기간, 대선 공약을 통해 반영된 전북 관련 국정과제의 현주소를 살펴보면 ‘새만금 국제투자진흥지구 지정’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진척이 없다. 그래도 지역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사업이 차기 정부에서 실현되기 위해서는 대선 공약을 통한 국정과제 반영이 우선이다. 이를 계획대로 추진해 현실화하는 것은 그 다음 단계다. 우선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 그래서 전북 메가비전 프로젝트가 유력 후보의 공약에 얼마나 반영될 지 관심이다. 전북특별자치도와 지역 정치권의 역량이 대선 정국에서 다시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지자체에서 심혈을 기울여 마련한 전북의 미래 비전이 유력 후보의 대선 공약에 그대로 반영돼 차기 정부의 국정과제가 되도록 지자체와 지역정치권이 역량을 총결집해야 한다. 아울러 도민들도 전북의 미래 비전에 관심을 갖고 한마음으로 성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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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4.09 12:21

로컬을 살리는 취향인을 잡아라!

문화예술 기획자들 사이에서 이야기되는 키워드 중심에는 늘 ‘로컬’이 빠지지 않는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로컬 활성화’에 대한 논의이다. 굵직한 프로젝트나 강연, 커뮤니티 등으로 지속되는 로컬에 대한 열기는 식을 줄 모른다. 그간 너도나도 언급해 온 마당에 식상할 때가 되지 않았나, 또는 때 지난 키워드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무색할 정도다. 필자 역시 이 단어가 재발견되기 시작한 이후 근 10여 년간 이 핵심어를 토대로 기획 프로젝트들을 지속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저기에서 늘어난 관련 프로젝트들을 살피다 보면 성장세 만큼이나 정리되지 않은 사업도 늘어가는 것이 보인다. 슬금히 파편화되고 불분명한 로컬리티에 대한 반성과 재정비가 필요한 시점으로 느껴진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로컬이란 정의는 서울을 포함한 어느 지역, 동네, 구역을 통칭할 수 있다는 합의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지방만이 로컬이라는 인식은 오래전 이야기다. 이런 맥락에서 일정 기준으로 묶을 수 있는 구역에 사는 사람을 우린 ‘로컬인(Local+人)’이라 부르고 있다. 서울 성수동 주민도 로컬인, 전주 사는 사람도 로컬인, 이런 식이다. 근래의 로컬인들은 해야 할 역할이 늘고 있다. 특히 떠나간 로컬인들이 남긴 자리가 ‘문제’가 되면 남은 로컬인들이 합심해 이를 해결해 나간다. 이때 로컬인의 역량과 기여는 더 중요해진다. 주거환경이나 상권이 텅 비어 점점 열악해지는 곳일 경우 고민이 더해지며, 머지않아 그곳의 로컬인들은 이런 질문에 도달한다. ‘떠나간 그 자리에 누구를, 무엇으로 채울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해결책, 즉 흔히 말하는 ‘로컬 상권 활성화’의 열쇠는 ‘머물 결정을 하는 사람들’이 쥐고 있다. 로컬은 그러한 사람들에 의해 다시 채워지며 유기적으로 변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머물 결정을 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찾아야 할까? 이 질문에 앞서 처음 질문을 살짝 바꾸어보자. ‘무엇이 있어야 로컬에 관심을 갖고 머물기를 작정할까?’로. 이렇게 바꾸면 어떤 기획된 콘텐츠가 필요한가에 대한 대상과 목적이 분명해진다. 또 먼저 존재해온 것들을 찾아내고 연결하는 것을 체계적으로 시작할 수 있다. 로컬인들의 머뭄꺼리가 되는 동네 커뮤니티, 상권 활성화 기획단 활동, 주민 재교육, 새로운 로컬인 양성 등 일련의 행위들은 새로운 사람과 이야기를 찾아 연결한다. 이러한 행위들을 연결하는 핵심에는, 누군가의 ‘취향’이 존재한다. 취향은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이다. 로컬에 머물기를 방해하는 요인들이나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도 어딘가에 머물고 싶은 마음에 결정타를 날려줄 수 있는 것. 그게 바로 필자가 말하는 취향이다. 로컬을 채울 수 있는 사람을 탐색하고 가꾸어야 한다면, 이미 강력한 콘텐츠를 지닌 사람, ‘확고한 취향인’이어야 할 것이다. 취향이 확고한 사람은 또 다른 취향인을 불러들이는 매력을 지닌 사람들이기도 하다. 자, 이제 그다음 질문을 해보자. 우리 지역, 동네에 이식하고 싶은, 또는 자연스럽게 싹을 틔울 수 있는 취향을 가진 사람은 누가 있을까?. 남녀노소가 가진 일정 취향이 산업을 만드는 세상이다.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서는 로컬에 어떤 취향인으로 채워야 할지를 발굴하고 기획하는 집중력이 가장 먼저 요구된다. 떠나버린 사람을 아쉬워 하기보다는 취향인을 찾아 제대로 머물게하는 전략이 대세가 될 때, 강력한 취향의 힘을 입은 로컬로 거듭날 수 있다. 김현정 디자인에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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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4.08 18:36

함께 전주, 나눔으로 채우는 도시

‘정(情)’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따뜻한 마음, 서로를 챙기는 모습, 그리고 낯선 이에게도 베푸는 배려가 연상된다. 명확히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이는 오랜 시간 우리 민족이 만들어 온 특별한 문화적 유산이라 할 수 있다. 예로부터 우리는 공동체 속에서 함께 살아왔다. 가족, 마을, 이웃과 유대를 맺으며 서로 돕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논밭을 일구고, 집을 짓고, 생계를 꾸리는 과정에서도 힘든 일은 함께 나누어 해결했다. 이러한 문화 속에서 ‘품앗이’라는 말이 생겨났고, 우리는 자연스럽게 ‘함께’라는 가치를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 왔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23년 발표한 ‘더 나은 삶 지수’(Better Life Index)에서 한국의 공동체 지수는 38개 회원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급속한 경제 성장과 산업화 속에서 개인주의가 심화되고 이웃과 교류하는 일이 점점 줄어든 결과다. 예전에는 골목에서 아이들이 뛰어놀며 자연스럽게 이웃과 어울렸지만, 지금은 외부와 단절되는 생활이 익숙해졌다. 어르신들이 “요즘은 정이 없다”고 말씀하시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2025년 지금 우리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보이지 않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어린 시절 친구들과 함께했던 동네가 점점 삭막해지고, ‘이웃사촌’이라는 말도 낯설어진 지 오래다. ‘나보다는 우리’를 먼저 생각했던 정서가 ‘내가 우선’이라는 문화로 바뀌면서 사회적 단절이 깊어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이 계속된다면 미래는 더욱 삭막해질 것이다. 전주시는 이런 흐름을 바꾸기 위해 시민 간 소통을 활성화하고, 공동체적 연대를 회복하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전주함께라면’ 사업이다. 따뜻한 라면 한 그릇을 먹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혼자 사는 1인 가구와 위기 청소년들이 언제든 찾아와 한 끼를 나눌 수 있도록 돕는다. 여기에 ‘함께라떼’ 사업을 연계해 커피 한 잔과 책을 함께 나눌 수 있도록 확대했다. 덕진구도 이러한 시정 방향에 발맞춰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15개 동에 ‘함께라면’ 사업을 홍보해 동별 자생단체와 주민들이 참여할 기회를 확대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덕진구에서는 ‘함께’와 ‘나눔’이라는 가치를 실천하는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15개 동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사랑의 울타리 봉사단’은 저소득 소외계층을 위한 음식 나눔, 건강지원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한, 장애인의 경제적 자립을 돕기 위해 청사 내에 중증장애인 참여형 일자리카페를 운영하고, 어르신들의 활기찬 삶을 위한 실버사랑 가요교실도 연중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덕진구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위기·고립 가구를 발굴하고, 긴급 지원이 필요한 가구를 돕는 데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15개 동에서 지속적인 관심과 돌봄을 통해 지역사회가 더욱 촘촘한 안전망을 구축할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함께’ 그리고 ‘나눔’, 이 두 단어 속에는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가 담겨 있다. 덕진구는 앞으로도 모든 주민이 소외되지 않는 따뜻한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행정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나와 내 가족, 그리고 이웃을 생각하며 실천하는 작은 변화다. 우리 모두가 함께 만들어 가는 나눔의 문화 속에서, 더 따뜻한 덕진구가 완성될 것이다. /심규문 전주시 덕진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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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4.08 18:36

해외입양의 불편한 진실

“국가가 입양인들의 인권을 침해했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지난 3월 26일, ‘해외 입양과정 인권침해 사건의 진실규명 결정’을 발표하면서 과거 해외입양 과정에서 국가의 인권침해를 인정했다. 2022년 8월, 해외입양인들이 입양과정에서 '인권침해'를 당했다며 진상 조사를 신청한 지 2년 7개월 만이다. 진상조사를 신청한 사람은 1960년~1990년대에 스웨덴 노르웨이 등 11개국에 입양됐던 한국인 367명. 진실화해위는 이들 중 56명에 대한 인권침해를 확인하고 국가의 공식적인 사과를 권고했다. 국가기관이 과거 해외 입양의 인권침해와 국가의 책임을 인정한 것은 처음이다. 해외입양 과정에서 자행된 인권침해 실상은 충격적이다. ‘내 입양의 배경은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는 입양인의 절규는 진실이었다. 출산한 산모에게 아기가 사망했다고 속이고 입양을 보내거나 집을 잃어버린 아이에게 부모를 찾아주지 않고 고아라고 속여 입양을 보냈다. 입양과정에 있는 아이가 사망하면 바꿔치기하고, 양부모에게 강제 기부금을 받기도 했다. 국가가 관리를 방기하는 동안 해외 입양기관들이 자의적으로 만들어낸 피해자는 속절없이 늘었다. 친생부모의 적법한 동의 없이 해외입양이 진행되거나 호적이 없는 상태의 아동을 보내기 위해 가짜 서류가 작성되는 등 입양아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는 불법과 탈법의 결과는 참혹했다. 우리나라의 해외입양은 6.25 전쟁이 가져온 비극이다. 공식적으로는 1953년 해외입양이 시작됐으니 그 역사도 70년을 넘는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23년까지 해외 입양된 아동은 16만9천859명이지만 비공식 통계까지 더하면 20만 명을 넘는다. 2차 대전 이후 해외에 입양된 아동이 50만 명, 그중 40%가 우리나라 아동인 셈이다. 다행히 국내에서도 입양은 꾸준히 늘고 있다. 2007년에는 국내입양이 해외입양아 수를 넘어섰다는 통계가 있다. 한국의 전통적인 패러다임은 여전히 혈연 중심이지만 더 이상 혈연에 얽매이지 않고 가족의 의미를 새롭게 만들어가는 인식 변화의 산물이 반갑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세계에서 가장 많은 아동을 해외에 입양 보낸 나라’라는 불명예를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해외 언론들이 이번 진실화해위의 발표를 주목한 배경이기도 하다. 진실화해위의 해외입양 진상규명 결정으로 안겨진 과제가 많다. 정부의 공식 사과는 물론 입양인들의 피해에 대한 적극적인 진상 조사가 먼저다. 입양인 실태조사와 후속 대책 마련, 피해 구제와 입양정보 시스템 개선 등 실질적인 지원도 절실하다. ‘한국 근현대사의 가장 부끄러운 과거’를 지울 수는 없지만, 그래야만 진실과 화해라도 할 수 있지 않겠는가./ 김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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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5.04.08 17:16

서울에서 만난 전북- 권율 장군

약무호남시무국가(若無湖南是無國家). ‘호남이 없으면 곧 나라가 없는 것이다’라는 뜻입니다. 임진왜란 당시 삼도수군통제사이던 이순신 장군께서 사헌부 지평 현덕승에게 보낸 편지에 쓰신 글입니다. 임진왜란에서 조선이 무사할 수 있었던 건 곡창지대인 호남을 지켜낸 덕분입니다. 군량미를 지켜냄으로써 왜군이 식량을 조달할 수 없게 만들어 궁지에 몰아넣었던 것이지요. 당시 호남을 지켜낸 싸움이 이치전투와 웅치전투입니다. 충무공 3부작 중 2부에 해당하는 영화 ‘한산’에 웅치전투가 등장하는 이유이지요. 웅치·이치 전투는 1592년 음력 7월 완주와 금산의 경계인 배고개(梨峙)와 전주와 진안의 경계인 곰치(熊峙)에서 벌어졌습니다. 이치는 김제 군수 정담, 나주 판관 이복남, 의병장 황박 등이, 웅치는 임시 전라도절제사 권율과 동복현감 황진 등이 지켰습니다. 조선군은 수적인 열세에도 불구하고 목숨을 걸고 싸워 결국 호남을 지켜냈습니다. 왜군을 몰아낼 토대를 마련한 것이지요. 이후 권율 장군은 수원을 거쳐 한양을 탈환하기 위해 행주산성으로 군대를 움직입니다. ‘평양성에서 패한 왜군이 전열을 정비해 대규모로 쳐들어왔다. 조선군은 수적으로는 열세에 놓여 있었지만 지휘관인 권율 장군을 필두로 똘똘 뭉쳐 사기만은 하늘을 찌를 듯했다. 한참을 싸우던 중 화살이 떨어지자 부녀자들이 치마에 돌을 날랐다. 왜군에게 돌팔매질이라도 하는데 사용하도록 한 것이다. 결국 왜군을 물리쳤다. 그때부터 행주치마라는 말이 생겼다.’ 제 기억으로는 초등학교 교과서에 이런 내용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서울로 유학을 온 후 행주산성이 어디인지 무척이나 궁금했습니다. 판문점 가는 길 쪽에 있다던데 도무지 어디인지 알 수 없었지요. 그쪽으로는 산성을 쌓을 만큼 높은 산이 전혀 없었기 때문입니다. 남원검찰청을 떠나 고양검찰청에 근무하게 되면서 행주산성의 위치를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좀 실망스러웠습니다. 명성에 비해 성의 규모가 너무 작은 것처럼 보였거든요. 서울에서 자유로를 따라 고양쪽으로 가다 보면 한강변에 외롭게 떠있는 조그마한 야산이 있습니다. 바로 덕양산이지요. 그 얕고도 조그마한 산에 행주산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행주산성을 올라가 보고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높이는 125미터에 불과하지만 천혜의 요새라는 걸 알 수 있었지요. 우선 3면이 강과 늪, 절벽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그러니 군사가 진입할 수 있는 곳이라고는 서북쪽 능선뿐인 데다가 이곳도 좁디좁아 한꺼번에 대규모 병력이 진입하기 어렵습니다. 저 같은 문외한의 눈으로 보아도 적은 인원으로 많은 적을 격퇴할 수 있는 곳이라는 걸 금방 알 수 있었습니다. 서울에서 권율 장군을 만날 수 있는 장소가 또 한군데 있습니다. 사직공원과 독립문을 연결하는 사직터널 위쪽 산기슭에 있는 장군의 집터입니다. 지금은 집 대신 500여년 된 커다란 은행나무 한 그루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지요. 덕분에 동네 이름도 은행나무 동네, 즉 행촌동(杏村洞)입니다. 공자가 제자들을 가르친 곳이 은행나무 아래라고 합니다. 때문에 예로부터 학문이나 학교의 상징으로 여겨져 향교나 문묘에 심었다고 합니다. 또 선비가 살던 집이나 별서 혹은 마을의 입구에도 은행나무를 심었다고 하는데요. 햇살이 좋은 날 행촌동 골목길을 걷다 보면 선비의 향기가 코끝을 스치는 걸 느낄 수도 있을 겁니다. 양중진 법무법인 솔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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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4.08 15:43

윤석열과 전북, 그리고 새로운 기대

시거든 떫지나 말고 얽거든 검지나 말 것이지. 경험도 없고 준비도 안 된 윤석열이 독선과 객기를 부리다 게도 구럭도 다 잃어버렸다. 윤석열은 취임 2년 11개월 동안 실체도 없는 반국가세력을 척결하고, 진실이 아닌 부정선거 의혹과 싸우느라 나라 전체를 엉망으로 만들어놨다. 자기 말대로 호수에 비친 달그림자를 잡으려 호수에 직접 뛰어들었다가 결국 빠져나오지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K 문화와 K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세계 일류 문명국가로 욱일승천하던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보여준 그의 사고와 언행은 참으로 한심하고 부끄러웠다. 맹자는 혁명론에서 “군주가 책임을 다하지 않고 폭정과 무능으로 백성에게 고통만 준다면 그 군주는 천명(天命)을 잃었기에 마땅히 폐위되거나 교체되는 것이 정당하다”라고 하였다. 윤석열은 여민동락하지 않고서 정치, 경제, 외교, 남북관계, 의료, 사법 등 모든 분야를 파탄 냈으니 처벌받는 게 마땅하지 않은가. 역대 정부 중 윤석열과 전북의 관계는 최악이었다.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윤석열은 전북에서 역대 보수정당 후보로는 최고 득표율인 14.42%를 얻었는데도 말이다. 무주군에서는 19.84%를 얻었고 무풍면에서는 무려 24.66%의 득표율을 기록하기도 하였다. 윤석열은 선거운동 기간 전주를 찾아 “전북 홀대론이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특별히 챙기겠다”라고 큰소리쳤다. 당선인 시절인 2022년 4월 전주를 다시 찾아와 “새만금 개발과 함께 전북을 기업들이 누구나 와서 마음껏 돈 벌 수 있는 지역으로 만들겠다”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런 약속들은 완전한 뻥카였다. 윤석열은 예산과 인사에서 전북을 철저히 버렸다. 윤석열과 전북의 관계는 2023년 8월 새만금에서 열린 세계잼버리대회 참패를 계기로 완전히 파국을 맞게 된다. 대회가 끝난 후 모든 책임을 전북에 떠넘긴 윤석열 정부는 새만금 SOC 예산의 78%를 삭감하고, 새만금 공항 공사마저 지연시켰다. 여기서 끝난 게 아니었다. 다음 해 예산까지 깎는 치졸한 뒤끝을 작렬시켰다. 결국 지난 3년 동안 윤석열이 대선공약으로 내세운 전북지역 7대 공약 46개 실천 과제 중 완료된 것은 새만금 투자진흥지구 지정 단 한 건뿐이다. 사업비로 보면 총 25조 7,472억 원 중 1조 2,994억 원인 5%만이 이행하는 데 그쳤다. 이 정도면 공약이 아니라 사기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제 윤석열은 가고 장미 대선이 치러진다. 두 달 후면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것이다. 윤석열 정부 내내 예산과 인사에서 철저히 차별받았던 전북으로서는 또 한 번 깨달았다. 역시 예산과 인사가 만사라는걸. 지금 분위기로는 민주당 정부가 출범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러기에 새 정부에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먼저 참신하고 획기적인 전북지역 대선공약을 발굴하여 이를 후보의 공약집에 집어넣는 게 중요하다. 일은 사람이 하는 것. 일을 성사하기 위해서는 전북 출신들을 새 정부 요직에 다수 포진해야 한다. 전북은 민주당 10명의 의원 중 5명이 3선 이상인 중진들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중진 의원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전북의 큰 정치자산이자 민주당의 거목인 정동영 의원은 새 정부에서 국무총리나 당 대표를 노려야 한다. 새 정부에서는 만년 변두리, 들러리, 홀대 전북이라는 딱지를 떼야 하고, 패싱해도 군소리 없는 온순한 지역이라는 이미지를 벗어야 한다. 새 정부에서는 특별자치도 이름에 걸맞게 특별하게 도약할 계기를 만들어보자. 권혁남 전북대 명예교수

  • 오피니언
  • 기고
  • 2025.04.08 15:42

사찰 목조문화재, 화재관리 제대로 하라

전북지역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사찰 화재가 잇따르고 있다. 전통사찰은 대부분 목조 건축물로 이루어져 화재에 취약하다. 더구나 상당수가 산간지역에 위치해 접근성도 떨어진다. 이로 인해 화재가 발생하면 전소하는 경우가 많다. 봄철에 어이없는 사고로 소중한 문화유산을 잃는 일이 없도록 철저한 대비가 뒤따랐으면 한다. 화재 피해는 지난달 21일부터 경북과 경남 일대에서 대규모로 일어난 산불이 여실히 보여준다. 이번 산불은 피해 면적이 서울의 약 80%에 해당하는 4만8000ha에 달하고 인명 피해도 사망 31명, 부상 45명에 이르는 사상 최악의 기록을 남겼다. 피해 인원도 4만 명에 육박하며 2조원이 넘는 경제적 손실을 가져왔다. 특히 천년고찰인 경북 의성의 고운사와 운람사를 전소시켰다. 1300년된 고운사는 돌풍으로 인해 삽시간에 불길이 덮쳐 보물로 지정된 연수전과 가운루, 그리고 드라마 ‘미스터 션사인’ 촬영지로 유명한 만휴정 원림이 모두 불에 탔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이번 산불로 국가지정 국가유산 11건, 시도지정 국가유산 12건 등 23건이 피해를 입었다. 산불이 수백년을 지켜온 문화재를 한줌의 재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전북지역의 경우 지난 5일 남원시 사매면 호성사에서 불이 나 대웅전이 전소됐다. 앞서 지난해 5월 20일에는 완주군 구이면 용광사에서 불이 나 대웅전이 소실됐다. 또 같은 해 4월 13일에는 김제시 망해사에서 불이 나 대웅전이 전소되고 약서전 일부가 불에 타기도 했다. 전북자치도 소방본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20~2024년) 도내 사찰 및 목조 문화유산에서 발생한 화재는 총 9건이다.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소방서 추산 23억8000만 원 상당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화재 원인으로는 부주의가 5건(56%), 전기적 요인 2건(22%), 방화 1건(11%), 원인 미상 1건(11%)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사찰 화재는 단순한 재산 피해를 넘어 되돌릴 수 없는 역사와 문화의 손실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 전통 목조건축물은 한번 불에 타면 원형 복원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를 미연에 막기 위해서는 문화재 주변 방화선 구축과 소방시설 강화,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 도입, 정기적인 교육 등이 필수적이다. 철저한 대비로 소중한 목조문화재를 지켰으면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4.08 13:32

선거용 공수표로는 전북민심 못얻는다

제21대 대통령 선거일이 마침내 6월 3일로 확정됐다. 정부는 8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의 21대 대통령 선거일 지정 안건을 심의·의결했다. 이번 선거를 계기로 국민들의 상처와 후유증을 하루빨리 치유해야 한다. 지난 7일 민주당 소속 전북 국회의원들이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주의를 제대로 꽃피우고 전북경제 활성화에 나설 것을 다짐했다. 선량들이 뭔가 해보겠다고 나선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말의 성찬이 아니다. 탄핵 과정에서 누가 무슨 역할을 했다는 식의 정치인 생색내기는 국민적 피로감만 부를 뿐이다. 식민의 아픔을 딛고 신생국 대한민국이 오늘날 이만큼이라도 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민초들의 희생과 헌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민주주의와 경제라고 하는 두마리 토끼를 잡아온 주역은 바로 민초들이었을뿐 정치 지도자들은 그 과실을 따먹는데 급급했던게 사실이다. 이번 회견은 전북 국회의원들이 대선을 앞두고 이재명 대표에게 전북 민심 다지기에 나서고 있다는 점을 넌지시 알리는 효과도 있을법 하다. 중요한 것은 가시적인 결과로 보이라는 것이다. 더 거론하고 싶지도 않은 아픈 상처이지만 지난 3년간 윤석열 정권때 전북도민들은 엄청난 상처를 입었다. 세계잼버리 파행이 결정타였다. 이후 새만금 개발사업은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이젠 지역 차별과 소외를 바로잡고 전북의 정당한 권리를 회복해야 한다. 전북몫 찾기가 바로 그것이다. 그간 새만금특별법이나 대도시권 광역교통 관리에 관한 특별법을 통과시킨 사례는 전북 의원들이 하나가 돼 노력하면 뭐든 성과를 낼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 현안인 전주완주 통합이나 새만금특별시 문제의 경우 도내 의원들이 사적 이해관계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곧바로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전북을 비롯한 호남의 맹주인 민주당은 이번에도 몰표를 달라고 호소할 것이 뻔하다. 하지만 진정성이 없는 선거용 공수표로는 더 이상 지역민심을 얻을 수가 없다. 벌써부터 충청권에선 행정수도 이전설이 나돌고 있고, 유력한 대선 후보들은 이 문제에 대해 긍정적 시그널을 흘리고 있다. 과연 전북은 이번 대선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을것인가. 지역 정치인들의 깊은 고민과 실행력이 궁금하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4.08 12:09

1m의 세상

바야흐로 텃밭을 일구는 계절이 왔다. 손바닥만 한 밭이니 괭이로 파고 호미로 골라서 파종하거나 모종을 심는다. 그리고 농약과 비료를 쓰지 않고 퇴비만 뿌려 밭을 일구다 보니 지렁이를 자주 보게 된다. 괭이를 쓰다 보면 나도 모르게 땅속에 있는 지렁이를 놀라게 하거나 상처를 입히게 되는 경우가 있다. 지렁이 편에서 보면 날벼락을 맞은 셈인데 어느 때는 땀도 좀 식힐 겸 지렁이가 다시 땅속으로 들어가 스스로 몸을 감출 때까지 앉아 쉬며 그냥 이런저런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지렁이나 나나 별반 다를 바 없는 한 목숨이라는 생각에 이르기도 한다. 지렁이가 하루 종일 꿈틀거리며 생명 활동을 하는 땅속 반경이 1m라고 해도 내가 하루 종일 이곳에서 밭을 일구며 보내는 삶의 반경과 무슨 차이가 있을 것인가. 저는 부지런히 저의 세계를 살았다 해도 겨우 1m의 땅속 반경을 기어다닌 것이고, 나 또한 열심히 나의 세상을 살았다 하지만 우주의 한 점인 지구별의 어느 귀퉁이에서 평생을 맴돌고 있을 뿐이다. 이렇듯 저는 저대로 나는 나대로 스스로의 하루를 살다가는 객(客)일 뿐이다. 참으로 이런 허접하고 싱거운 생각을 하다 보면 그래도 마음은 충분히 여려져서 조금은 자유로워지기도 한다. 우리는 그야말로 아등바등 죽네 사네 하며 한 생을 살고 있지만 조금만 물러서서 보면 우주의 지구별에 잠깐 손님처럼 왔다가 하룻밤 머물고 가는 것이다. 지렁이처럼 평생 1m의 어두운 땅속 세상을 꿈틀거리다 가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어쨌거나 생각이 여기에 이르면 마음도 어느 정도 편해지고 정말 복잡하고 힘든 세상살이가 조금 가벼워지면서 주변의 풍광 또한 아름답고 신비스럽게 느껴지기까지 하는 것이다. 이쯤 되면 나는 아무런 뜻도 없고 잡아도 잡히지 않는 물이나 공기와도 같은 처지가 되어, 그 뜬구름 같은 생각만으로도 존재 자체가 벅차올라 눈앞에 펼쳐진 이 구체적으로 눈부신 봄날이 그렇게 경이로울 수 없다. 마른 가지를 비집고 올라오는 초록빛 새잎의 현실에 눈물이 나고, 온 세상을 초록 바다로 만들어 출렁이는 봄 산을 보면 이 비루한 몸뚱어리가 숨 쉬고 있는 세상이 그렇게 아름답고 고마울 수 없는 것이다. 감정이 이 정도 차오르면 푸르릉 날아오르는 감나무의 새 한 마리만 봐도 괜히 서럽고 아무에게나 무엇에게나 손과 발이 다 닳도록 수없이 절을 하고 싶은 심정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고마움도 어쩌다 제 감정에 겨워 세상이 만만해지니 그러는 것이리라. 일상 속 또 다른 일상을 보는 일이 항상 그런 것이다. 그래도 사실 나는 늘 그 일상으로 건너가고 싶다. 텃밭의 지렁이가 되어 아무런 뜻 없이 종일토록 1m의 세상을 기어가고 싶은 것이다. 살아야 이승이고 죽으면 저승일 뿐이라는 말이나, 개똥밭에 뒹굴어도 이승이 좋다는 말은 이런 심정에서 나오지 않았나 싶다. 찰나의 한 生인데 권력과 부와 명예를 좇으며 불안하고 분노하며 고통스럽게 보내는 것보다 눈앞의 눈부신 봄날, 존재의 경이로움을 느끼며 설레는 마음으로 살기에도 부족한 세월이 아니겠나. 글을 보내는 오늘, 그렇게 기다리던 윤가의 파면 소식이 왔다. 별의별 추측과 가짜 뉴스들이 난무하는 불신의 사회, 억지와 비상식의 나라가 되어 대혼란에 빠진 대한민국이 비로소 제자리를 찾아갈 수 있게 되었다. 모두가 지혜롭고 용기 있는 국민 덕분이다. 박두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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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4.07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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