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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공기관 개인정보 관리 무한 책임져라

SK텔레콤 해킹 사태는 오늘날 개인정보의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절감하게 되는 중대한 계기가 됐다. 최태원 SK회장이 머리숙여 사과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는 한편, 이미 유심을 교체하는 등 조치가 취해져도 사람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해킹 사태이후 이용자 26만명 이상이 다른 통신사로 이동한 것만 봐도 우려를 짐작케 한다. 8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T 서버 해킹 사태가 확인된 지난달 22일부터 전날까지 SKT에서 다른 통신사로 옮긴 사용자는 모두 26만2890명으로 집계됐다. 통신사별로 보면 SKT에서 KT로 넘어간 사용자가 14만8010명, LG유플러스로 이동한 사용자가 11만4880명이다. 그런데 문제는 전북 지역 공공기관에서도 심각한 양상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발생하면서 지역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가장 큰 물의를 빚었던 것은 바로 전북대학교 사례다. 지난해 7월 28일 오전 3시경 전북대학교 통합정보시스템 오아시스가 3차례 해킹당해 전북대학교 소속 재학생, 졸업생, 평생교육원 회원 등 약 32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전북대학교 측에서는 8월 1일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 사과한 뒤 후속 조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혔으나 잃어버린 신뢰를 찾으려면 갈 길이 멀기만 하다. 유출된 개인정보는 이름,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 이메일, 학사 정보 등을 포함해 무려 74개 항목에 달하고 있어 최근 수년간 전북대학교가 쌓아놓은 긍정적 이미지를 일거에 상실하는 뼈아픈 일이었다. 최근에는 농촌진흥청 산하 국립축산과학원의 '축사로' 사이트에서 3132명의 개인정보가 외부로 유출됐다. 추가 조사 결과 해킹당한 용역업체를 통해 47만 9000여 건의 정보가 더 유출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도대체 개인정보 관리를 하는 것인지 아닌지 의문이 일고있다. 한국국토정보공사는 올 1월 지역본부와 지사 대상 자체 감사를 통해 고객정보 관리 소홀로 문서·정보보안 관련 7건의 위반사항이 적발된 바 있다. 한국탄소산업진흥원,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전주시설관리공단 등 개인정보 관리에 허점이 드러난 사례는 차고 넘친다. 요즘 사람들은 지갑 잃어버린 것보다도 휴대전화를 분실했을때 더 걱정한다. 개인도 이럴진대 공공기관에서 개인정보 관리를 잘못해서 민폐를 끼쳐서야 되겠는가. 확실한 매뉴얼 관리는 물론, 일단유사시 정보관리 책임자는 반드시 문책해서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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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5.08 14:39

[사설] 완주 ‘문화선도산단’, 전국적 성공 모델 기대

완주군이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 문화체육관광부가 공동 주관한 ‘문화선도 산업단지’ 공모사업 선정에 이어 322억원 규모의 '랜드마크 조성 사업'에 추가 선정됐다. 이에 따라 완주군은 완주일반산업단지 일원에 2028년까지 문화선도산단을 조성하고, 여기에 추가로 문화·교육·산업이 융합된 복합문화 거점공간을 조성할 계획이다. 오는 2028년까지 4년간 국비 450억원을 포함해 총 885억원의 예산이 산업단지에 투입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문화선도산단 사업은 ‘회색빛 낡은 이미지로 변모한 산업단지에 문화를 담아 청년이 찾는 매력적인 공간으로 탈바꿈시켜 우리 제조업의 심장을 다시 뛰게 만들겠다’는 취지에서 정부가 역점 추진하는 사업이다. 산업단지를 청년들이 찾는 활력 공간으로 새롭게 바꾸기 위한 시도다. 범부처 합동으로 공모를 통해 올해 3곳을 우선 선정했고, 호남지역에서는 유일하게 완주군이 포함됐다. 오는 2027년까지 모두 10곳을 선정해 집중 지원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여기에 완주군은 최근 랜드마크 조성사업에 추가로 선정되면서 산업과 문화, 그리고 청년이 공존하는 혁신형 산업단지 조성에 한층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지방소멸 위기의 시대, 지역사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성과다. 완주군은 ‘올해부터 4년간 진행될 9개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지역의 민·관·산 주체들이 참여하는 문화융합협의체를 가동하면서 랜드마크 세부 설계 및 착공, 기업 맞춤형 콘텐츠 운영, 지역 청년 참여 연계사업 등을 중심으로 연차별 로드맵을 수립해 단계적으로 사업을 실행하겠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지역사회뿐 아니라 전국적 관심이 쏠린 정부의 산업단지 혁신 프로젝트다. 완주군에서도 사업 추진에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단발성 재정사업에 그치지 않고, 기업과 지역사회, 청년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산업문화 생태계를 만들어내야 한다. 탄탄한 사업 실행체계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연계 전략 수립이 요구된다. 완주군이 청년과 산업·문화가 어우러진 혁신형 산업단지를 차질 없이 조성해 문화선도산단 사업의 전국적 성공 모델을 만들어내길 기대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5.05.08 12:20

[타향에서]길고양이를 자연에 맡기라고?

길고양이가 눈에 띄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남녀가 많다. 혹한과 폭염에 무방비 상태로 내던져진 굶주리는 생명체를 불쌍히 여기는 이들이다. ‘사람이 먼저다’라는 어쭙잖은 말장난 뒤에 숨지 않는다. ‘그대로 두라’며 생태계 운운하지도 않는다. 측은지심으로 족하다고 나는 본다. 안쓰러워하는 데서 나아가, 행동하는 양심이 된 경우가 ‘캣맘’이다. 골목골목 길고양이들에게 밥과 물을 주는 그들에게 자연의 순리를 들먹이며 시비를 걸어서는 안 된다. 도시에는 흙길이 없다. 포장도로에서는 물 한 모금 구할 수 없다. 사방이 콘크리트 빌딩숲이다. 들어갈 처마 밑도 없다. 그렇게 좋으면 당신네 집으로 데려가라는 댓글 한 줄 달면서 이성적인 척해도 안 된다. 그들은 이미 여러 마리를 구해다가 보살피고 있다. 자기 돈으로 사료를 사고, 자기 발품을 들여 공존공생을 실천한다. 어느날 갑자기 출현하지도 않았다. 조선시대에도 ‘묘마마(猫媽媽)’라고 불린 선량한 백성들이 길고양이를 챙겼다. 길고양이를 노리는 흉악한 자들이 공분을 사는 사건이 반복되는 세상이다. 나중에 연쇄살인범이 될 수도 있는 아이에게서 나타나는 정신병리학적 요소 중에는 동물학대로 대표되는 사디즘이 있다. 보통사람도 유년기에는 경미한 수준의 가학성이 있다. 교육으로 교정 가능한 정도다. 연쇄살인범의 싹에게 만큼은 예외다. 장차 사람을 공격하기 위한 연습과정일 따름이다. 다만, 길고양이 개체수는 조절해야 한다. 용어부터 섬뜩한 살처분을 하자는 게 아니다. 무한번식을 방지하는 중성화(TNR)가 현시점 거의 유일한 해결책이다. 포획(Trap)-중성화수술(Neuter)-방사(Return)로 이어지는 과정이다. 길고양이의 왼쪽 귀에 ‘V’자형 표시가 있다면 중성화수술을 받은 것이다. 나는 전 서울시장에게 길고양이 무상 중성화수술을 제안한 바 있다. 한 두 마리가 아니었다. 더 할 수도 있으나 길고양이 수술에만 전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하루에 5마리만 거세(수컷)하거나 난소자궁 제거(암컷) 시술을 하겠다고 했다. 1년이면 1800마리다. 그러나 그 시장은 묵묵부답이었다. 본인이 아닌 엉뚱한 수의사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을 원치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선의의 재능기부 실천 의지는 어쨌든 그렇게 꺾이고 말았다. 우리집에는 반려묘가 있다. 이른바 ‘품종묘’는 아니다. 어느 대학생이 빈사 상태의 새끼고양이를 주워 내 병원으로 안고 왔다. 결국 살려냈고, 자연스럽게 집고양이가 됐다. 이름은 ‘갸릉이’, 이제는 늙어 만사 심드렁한 녀석이다. 그래도 저 위하는 건 잘 안다. 경계를 풀고 다가와 몸을 비비고, 박치기를 하고, 알아듣지 못할 대화를 시도한다. 주인의 품에서는 날카로운 발톱을 드러내지 않는다. 믿음에 근거한 방심으로 배를 내놓은 채 곯아떨어지기도 한다. 감동이라는 감정, 거창한 게 아니다. 길고양이의 미래가 장밋빛 해피엔딩이기를 바란다. 상당부분 희망적이기도 하다. ‘도둑고양이’라는 단어가 죽은말이 됐다는 사실에서 성선설을 감지한다. ‘표준국어대사전’에 ‘길고양이’가 등재된 것이 불과 4년 전이다. 반려동물 가운데 30%를 차지한 고양이가 언어생활에도 영향력을 행사하기에 이른 셈이다. 고양이를 기르는 인구가 늘수록 길고양이의 안전은 강화될 것이다. 그리고 하나 더,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행위는 불법이 아니다. 윤신근 서울 윤신근박사동물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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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5.07 17:55

[사설] '전북 제1의 도시' 전주의 인구증대 방안

전북 제1의 도시인 전주의 인구가 63만명 붕괴를 코앞에 두고 있다. 2013년부터 10년간 유지했던 65만명 선이 2023년 2월 64만명 선으로 떨어지고 2024년 5월에는 64만 선마저 무너졌다. 이 같은 인구 감소세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5월 6일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전주의 인구는 63만 1587명을 기록했다. 전달 대비 인구 감소 폭은 1월 1103명, 2월 880명, 3월 1202명, 4월 879명으로 올해에만 벌써 4064명이 전주를 빠져나갔다. 이 같은 추세라면 하반기엔 63만 선도 붕괴될 가능성이 크다. 전주 인구가 그나마 10년간 65만명 선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전북혁신도시 조성을 통한 인구 유입, 에코시티와 혁신도시 등 대규모 택지 개발에 따른 인구 유입 등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전주 인구는 10년간 유지했던 65만명 선이 무너진 뒤 인구 감소세가 걷잡을 수 없이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가장 큰 원인은 청년 세대의 유출이다. 전주 청년(19~34세) 인구는 2021년 말 13만 8233명에서 2024년 말 11만 2262명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전체 인구 대비 청년 인구 비중 또한 2021년 21.03%에서 2024년 17.66%로 급감했다. 청년 세대가 고향을 떠나는 주된 이유는 좋은 일자리가 없어서다. 전주시가 대기업 유치 등 일자리 정책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것도 이러한 연유에 기인한다. 한편, 최근 논의되고 있는 전주, 완주 통합문제도 적극적 관점에서 서둘러야 한다. 각 지역마다 광역화를 통한 지역역량 확대와 지역중심 거점 강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광역도시가 없는 전북은 이같은 절실한 상황 타개를 위해 구심력 강화를 위한 방안으로 전주완주 통합이 현실적 최선 방안이다. 이를 통한 인구 증대는 결국 양 지역의 경제력과 새로운 일자리 창출의 토대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적극 추진되어야 한다. 또한 중앙정부의 지방경제 활성화를 위한 대규모 국가정책 마련도 적극적으로 요구되어야 한다. 직전의 윤 정부에서 범한 서울 그린벨트 대규모 해제와 수도권 공장 신·증설을 위한 규제 완화 등과 같은 수도권 강화 정책은 결코 반복되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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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5.07 17:55

[기고]5월의 아버지

어머니는 아버지가 들어오시기 전에 저녁을 차리지 않으셨다. 어쩌다가 아버지가 늦게 들오시는 날은 아버지를 기다리다가 잠이 들어 밥을 굶은 적도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어머니에게‘왜 깨우지 않았느냐?’고 항의라도 하면‘아버지가 오시기도 전에 자는 녀석은 밥 먹을 자격이 없다!’라고 한마디로 내 입을 봉했다. 이는 아버지의 존재를 강하게 부각 시키는 어머니의 힘이었다. 맛있는 반찬이나, 이웃이 준 귀한 음식은 항상 아버지 앞에 차려져 있었다. 아버지께서 수저를 드시기 전에 밥에 손이 가면 혼을 내시기도 했다. 나도 어른이 되면‘저런 대접을 받겠구나!’생각했다. 결혼을 해서 막상 아버지가 되었는데도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아내는 내가 집에 들어오기도 전에 아이들 밥을 먹이고 공부를 시켰다. 아버지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아버지는 어쩌면 돈키호테인지도 모른다. 나름의 정의감을 가지고 저돌적으로 행동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들은 아침이 되면 갑옷을 입고, 투구를 쓰고 비루먹은 로시난테(Rosinante)를 타고 삶의 전쟁터로 나간다. 가족을 위해서 벌렁거리는 심장을 달래고 겁먹은 표정을 감춘 채 의기양양하기 출근을 한다. 저녁때가 되어 집에 돌아온 아버지는 풀죽은 옷처럼 맥을 못 추었다. 리모컨을 잡는다는 것은 언감생심이고 자식들은 저희들 방에서 꼼짝하지 않았다. 아버지들은 언제나 나이 많은 소년이었다. 어렸을 때는 장난감 자동차를 탐내고, 어른이 되어서는 자동차를 장난감처럼 다룬다. 삶에 깨지고 부대끼며 세상에게 길들여지는 늙은 소년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세월의 주름과 책임의 무게에 짓눌려 어깨가 처졌다. 아버지의 어깨에는 세 개의 짐이 있다. 하나는 가족을 지켜야 하는 가장이라는 짐이다. 또 하나는 출세와 성공의 짐이다. 나머지 하나는 절대 눈물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짐이다. 하지만 사회에서는 무엇보다도 권력의 법칙을 따라야 하고 다윈의 진화법칙에 적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아버지들은 도덕과 현실의 괴리 때문에 발생하는 모순된 상황 속에서 작아지는 슬픔을 경험한다. 오늘날의 아버지들은 아버지상을 잃어버림으로써 거대한 공황 상태에 빠졌다. 아버지의 역할이 축소되면서 가장 큰 사회적 문제는 방황하는 자식들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또한, 아버지의 존재감이 줄어들수록 자식들의 아버지에 대한 효심은 찾아볼 수가 없다. 아버지들 역시 자신의 역할에 대한 자부심을 상실한 채 가족의 품을 벗어나 거리를 방황하고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면 한숨을 쉰다. 이는 결국 아버지들을 무력하게 만들고, 아버지들은 불량 아버지가 되기도 한다. 우리 시대의 아버지는 과거처럼 저절로 권위가 생기는 것이 아니다. 과거에는 사회적 관습이 아버지의 권위를 기본적으로 인정하여 주었다. 그러나 요즈음은 가장으로서의 아버지의 권위는 하염없이 추락하고 있다. 아버지들의 수난 시대이자 아버지 부재 시대이다. 아버지는 집과 같다. 집은 언제나 한 곳에 우뚝 서 비바람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 주는 것처럼 아버지는 항상 사랑과 근심으로 자식들을 돌보고 자식들의 앞날을 걱정한다. 아버지는 고독하다. 가족들 앞에서 태연하거나 자신만만한 척하지만,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 가는 존재이다. 5월의 하늘 아래서 힘들어하는 이 시대의 마지막 로맨티시스트인 아버지! 아버지들이 쓸쓸한 등을 보이며 어버이날을 건너간다. 외로움은 아버지들의 운명인가 보다. 정성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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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5.07 17:54

[의정단상]정치의 각본에 맞춘 재판, 대법원은 공범이었나

안호영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완주진안무주 5월 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재명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사건이다. 그런데 이 판결은 상식의 선을 넘어섰다. 전합에 회부된 지 단 9일 만에 선고가 이뤄졌고, 6만 쪽이 넘는 기록은 단 두 번의 회의로 끝났다. 속도, 절차, 논리. 어느 하나 납득할 수 없었다. 더 문제는 재판의 흐름이다. 대법원은 통상 ‘소부’라는 소규모 재판부에서 먼저 심리한 뒤, 판례 변경 등 특별한 사안에만 전원합의체로 넘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그 과정을 통째로 건너뛰고 곧장 전합으로 직행했다. 사건 배당 일주일도 안 되어 벌어진 일이다. 누가 봐도 결론을 정해놓고 달린 재판이었다. 정말 이 판결이 법리에 따른 것이었을까. 아니면 정해진 정치적 시나리오에 법을 끼워 맞춘 것일까. 판결의 타이밍은 그 의심을 더 짙게 만든다. 선고 직후, 한덕수 국무총리가 사임했고, 하루 만에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유력 야당 후보가 법정에서 타격을 입는 순간, 내란 책임자가 여권의 대선 주자로 나서는 그림. 대법원의 결정은 그 흐름에 정확히 맞춰 떨어졌다. 사법부가 정치의 조연이 아니라, 연출자로 보이는 이유다. 법리적으로도 무리수 투성이다. 대법원은 사실 판단이 아니라 법률 해석을 맡는 법률심이다. 그런데 이번 사건에서는 대법원이 직접 나서 발언을 ‘허위’라고 단정지었다. 기존 판례가 바뀐 것도 아니고, 새로운 법리가 만들어진 것도 아니다. 전원합의체 구성의 당위성도, 사실 판단에 개입한 이유도 설명은 없다. 법의 원칙과 절차는 무너졌고, 사법은 정치의 그림자 아래로 들어갔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법치주의, 삼권분립, 그리고 국민주권 위에 세워진 나라다. 사법부는 그 균형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여야 한다. 하지만 지금 대법원은 그 위치를 스스로 무너뜨렸다. 선거를 불과 한 달 앞두고, 특정 후보의 피선거권을 흔들고 판세를 재단하는 판결을 내렸다면, 그것은 단순한 사법 행위가 아니다. 국민의 권리를 가로챈, 헌정질서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다. 대통령은 재판으로 뽑는 자리가 아니다. 사법부가 헌법 위에 설 수 없다. 법의 이름을 빌려 정치를 재단하는 순간, 재판은 정의의 수단이 아니라 권력의 도구가 된다. 이번 대선은 단순한 정권교체가 아니다. 사법 권력의 오만을 심판하고, 국민 주권을 되찾는 싸움이다. 투표는 가장 평화로운 저항이자, 가장 단호한 선언이다. 사법부의 정치 개입에 대한 응답은 이제 국민의 몫이다. 그 답은 투표로 쓰는 정의이고, 국민이 헌법 위에 있다는 가장 강력한 증명이 될 것이다. 안호영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완주진안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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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5.07 16:37

[사설] 새만금항, 환황해권 거점항만 육성에 총력을

해양수산부가 2026년 개항 예정인 새만금신항 운영 방식을 결정했다. 군산시와 김제시가 운영 방식을 놓고 갈등을 빚어온 새만금신항과 군산항을 국가관리 무역항인 ‘새만금항’으로 통합 운영하기로 한 것이다. 새로운 항만 분류 체계에 따라 군산항의 공식 명칭은 현재와 같이 ‘군산항’으로 새만금신항은 ‘새만금항 신항’으로 하면서, 두 항만을 통칭하는 광역항만의 명칭은 ‘새만금항’으로 한다는 내용이다. 이번 해수부 중앙항만정책심의회 의결에 따라 항만법 시행령 개정 등의 후속 행정절차가 이뤄질 예정이다. 앞서 군산시는 기존 군산항과 새만금신항을 통합 관리하는 원포트(One-Port)를, 김제시는 새만금신항을 신규 항만으로 지정하는 투포트(Two-Port)를 요구하며 대립각을 세워왔다. 해수부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지자체간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 새만금신항의 관할권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군산시와 김제시는 해수부의 결정을 각자 유리하게 해석하면서 관할권 다툼에 사활을 걸 기세다. 군산시는 ‘해수부가 새만금신항을 원포트로 지정해야 한다는 군산시의 의견에 손을 들어줬다’며 반겼고, 김제시도 ‘새만금신항의 독립성과 본연의 기능을 정부가 인정한 것은 괄목할 성과’라면 환영했다. 두 지자체는 이제 군산항과 새만금신항을 통합한 새만금항이라는 거대 항만을 갖기 위해 더 큰 싸움을 벌일 태세다. 지금 이렇게 관할권 다툼에 열을 올릴 때가 아니다. 새만금신항은 대형 부두(5만t급) 10선석 규모의 해양관광·레저 기능 등을 갖춘 종합 항만으로, 2026년 잡화부두 2선석을 시작으로 2035년까지 6선석, 2045년까지 10선석을 개발할 계획이다. 계획한 10선석 완공까지는 갈 길이 멀다. 현재 전북지역에서 수출되거나 수입되는 화물의 상당수가 타지역 거점항만에서 처리되는 실정이다. 우선 새만금 배후권역의 기업 유치 및 산업생태계 구축을 위해 내년 잡화부두 2선석 개항 계획이 차질 없이 추진돼야 한다. 군산시와 김제시·부안군 등 새만금권역 지자체들의 대승적 결단과 협력이 요구된다. 나아가 전북의 미래를 위해 새만금신항과 군산항을 연계한 새만금항을 환황해권 거점항만으로 육성하는 데 지역사회 역량을 한데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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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5.07 14:55

[오목대] SK 최태원 회장과 새만금

KRI 한국기록원에 의해 ‘국내 최장수 TV 프로그램’으로 인증 받은 것은 무려 46년간 진행된 장학퀴즈다. 전국노래자랑보다도 역사가 더 길다고 한다. 광고주를 찾지 못해 폐지 위기에 처하자 선경그룹 고 최종현 회장이 나섰다. 2만명이 넘는 장학퀴즈 출신들은 학계, 재계, 법조계, 의료계, 언론계 등 사회 각 분야에 진출해 오피니언 리더로서 활발히 활동중이다. 그저그런 상태이던 선경을 일약 국내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최고 재벌로 키운 이가 바로 최종현 회장인데 그는 사람의 잠재적 가치를 꿰뚫어보는 능력이 탁월했다고 한다. 최종현 회장은 노태우 대통령과 사돈관계를 맺게 되는데 이는 머지않아 SK가 어마어마한 대기업으로 우뚝 서는 일대 전기가 됐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사진 한컷이 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청와대에서 사위 최태원 SK회장과 대국을 벌이는것을 딸 노소영씨가 지켜보는 장면이 바로 그것이다. 노 대통령은 사돈 기업에게 이동통신사 설립 이라고 하는 큰 선물을 했다. 1994년 한국이동통신 인수비용이 치솟자 반대하는 임원들에게 최종현 회장은 “지금 2000억원을 더 주고 사지만 나중 일을 생각하면 더 싸게 사는 것이다. 우리는 충분히 준비했으니 10년 이내에 1조~2조원의 이익을 낼 수 있다”며 설득했다고 한다. 미래를 내다보는 눈이 있던 최종현 회장은 1980년에 이미 정보통신 중심의 시대가 올 것임을 간파했다고 한다. 1990년 노태우 정부때 공기업인 한국이동통신과 경쟁할 수 있는 민간사업자(제2이동통신 사업권) 선정을 발표하자 그동안의 준비를 바탕으로 입찰해 압도적인 점수 차로 1위에 선정된 것은 널리 알려진 일이다. 물론 사돈특혜 지적이 일었고 우여곡절을 겪긴 했지만 결국 SK텔레콤은 탄생하게 된다. '세기의 결혼'으로 주목받던 최태원-노소영 결혼은 한참 시간이 지난뒤 '세기의 이혼'으로 마무리됐다. 작년 이맘때 항소심에선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재산 분할로 1조 원이 넘는 돈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최태원 회장은 노소영 관장과 결혼식을 올리고 몇 년 뒤인 1990년대 초 장인이 있는 청와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무선통신 시연을 했고, 노 전 대통령이 이를 본 뒤 이동통신사업을 민간에 맡기기로 하며 관련 법 개정에 나섰다고 한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 판단을 뒤집은 뒤 "노태우 전 대통령이 최종현 전 회장의 보호막이나 방패막이 역할을 하며 결과적으로 (SK그룹의) 성공적 경영 활동에 무형적 도움을 줬다고 판단한다"고 했다.요즘 가장 큰 관심사가 바로 SK텔레콤 해킹 사태다. 급기야 최태원 회장은 7일 고개 숙여 사과했다. 그런데 SK는 전북과도 해묵은 과제 하나가 계속 진행형이다. 지난 2020년 11월 SK그룹 계열사로 구성된 SK컨소시엄은 새만금에 창업클러스터와 데이터센터 등 2조원 규모의 투자에 나선다고 밝힌 바 있으나 지금까지 감감무소식이다. SK E&S 등 SK컨소시엄은 새만금청의 산업투자형 발전사업을 통해 새만금에 2조1000억원을 들여 데이터센터와 창업클러스터를 구축하기로 했다. 당시 투자협약식에는 정세균 국무총리와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 SK그룹 최태원 회장, 송하진 전라북도지사, 강임준 군산시장 등도 참석했다. 새만금에 SK데이터센터를 유치하고도 4년 넘게 진척이 없는 현실에 대해 전북도민들은 의아해 하고 있다. SK그룹으로부터 2조 원 규모의 데이터센터와 창업클러스터 투자를 유치하면서 금방 뭐가 되는줄 믿었던 도민들에게 SK 최태원 회장은 답변할 때가됐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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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5.05.07 14:10

[백성일 칼럼] 대법의 사필귀정을 기대한다

전북 도민들은 2036 하계올림픽 국내 후보지로 전북 전주가 선정된 것을 무척 반겼다. 그간 뭣 하나 제대로 돌아간 것이 없는 황무지 같은 척박한 상황이었는데 올림픽 개최지 후보 도시라는 기적 같은 일이 만들어지면서 전북에도 오색영롱한 무지개가 떠올랐다. 전북은 과거에는 인재들이 많이 배출돼 그 어느 지역보다도 교육 경쟁력이 강하다고 자부해왔었다. 하지만 산업화 부진에 따른 경제력 낙후로 교육분야까지도 낙후를 거듭, 어느 때부턴가 회복 불능의 지경까지 다달았다. 전북교육은 진보교육감이 들어선 이후 사사건건 교육부와 대립각을 세운 바람에 그 피해가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갔다. 학생 인권만 귀하게 여긴 나머지 교사들의 인권은 실종되다시피 했고 학력신장에 소홀히 하면서 하향평준화를 가져와 전국에서 가장 낙후지역으로 돌변했다. 이런 상황에서 2022년 서거석 교육감이 취임하면서 학력신장을 최우선시 하겠다고 다짐, 교육혁신을 꾀한 결과 전북교육청이 교육부 평가에서 전국 최우수 교육청으로 2년 연속 선정되는 쾌거를 이룩했다. 사실 전북교육은 지난 2022년 교육감 선거 때 서 교육감이 당시 상대 후보가 제기한 동료 교수 폭행의혹에 대해 SNS 및 방송 토론회에서 어떤 폭력도 없었다라며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되면서 평지풍파를 가져왔다. 상대후보측이 끈덕지게 서 교육감을 흔들어댔지만 1심 판결은 무죄로 끝났다. 1심 재판부는 피해 교수로 지목된 이 교수의 발언이 오락가락한 바람에 신빙할 수 없다고 봤던 것이었다. 이 교수가 1∼2회 경찰 조사에서 서 교유감으로부터 뺨을 맞았다고 진술했지만 이후 진행된 경찰 검찰 조사 법정에서 여러번 진술을 바꿔 일관성이 결여됐다는 게 1심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한 1심을 뒤집고 벌금 300만원을 구형한 검찰 구형보다 더 많은 500만원을 선고한 것이었다. 허위 사실 공표의 경우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당선이 무효로 된다. 2심 재판부는 2020년 대법원 선고 전원합의체가 제시한 토론회에서 주제나 맥락과 관련 없이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허위사실공표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기준에 따라 무죄를 선고했던 것. 하지만 서 교육감이 SNS에 게시한 글에서 '저는 동료 교수에게 폭력을 행사한 일이 전혀 없습니다'라고 적은 문구 등에 대해 허위 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판단, 유죄를 인정했던 것이다. 이는 1심과 다른 판결일뿐 아니라 SNS 게시물에 다른 잣대를 적용한 2심 판결은 이례적이어서 대법 판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무튼 대다수 도민들은 서 교육감이 전북대 총장을 연임하면서 혁신을 추구, 전북대 위상을 크게 끌어올린 점을 높이 평가하고 교육자로서 청빈하고 올곧은 길을 걸어왔기 때문에 그에게 계속 전북교육을 맡겨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특히 서 교육감이 줄곧 전북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학력신장에 가일층 노력한 점은 높이 평가해야 한다면서 그의 재산을 들춰봐도 청백리로서 손색이 없을 정도의 이 시대의 사표라고 칭송한다. 지금 전북은 국내 올림픽 유치 도시로서 예전과 다르게 도민들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전북교육도 함께 발전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서 교육감이 교육자적인 양심상 폭력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1심 판결에서 나왔기 때문에 더 이상 갑론을박하거나 소모적 논쟁을 벌이는 것은 무의미할 뿐더러 전북사회 발전에도 전혀 도움이 되질 않을 것이다. 마치 내년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서 교육감을 여론을 빌미삼아 짓밟아 보려는 것은 공정한 게임이라고 볼 수 없고 비겁한 행동일 뿐이다. 새아침에 희망을 걸듯, 오는 15일 대법의 명쾌한 판결로 전북교육의 희망을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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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25.05.06 18:18

[사설] 전주올림픽 새 대통령이 책임지고 유치를

6월 3일로 예정된 장미대선의 구도가 하루가 다르게 급변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의외의 변수가 속출하면서 대선 국면은 예측불허의 양상으로 치닫고 있으나 선진 대한민국의 명운이 걸린 것이기에 결과 못지않게 그 과정 또한 민주적이면서도 공정하게 진행돼야 한다. 새 정부가 짊어진 과제는 시급하면서도 중요한 것이 수두룩하겠으나, 전북에 국한할때 2036올림픽 유치와 새만금사업에 초점이 모아진다. 새만금사업은 그동안 한 세대가 넘게 계속돼 온 것이기에 지금부터는 속도를 붙이는 것이 관건이다. 무엇보다도 올림픽 유치는 비단 전북을 떠나 대한민국이 다시 한번 국제무대에 우뚝 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점에서 차기 정부에서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해야 할 핵심 과제라고 할 수 있다. 88올림픽을 통해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일거에 도약했던 성공의 경험을 우리는 이 시점에서 다시 한번 살려야 할 필요가 있다. 경제적으로 대한민국은 명실공히 전 지구촌을 통틀업 상위 10위권에 랭크돼 있으나 지금 이 상황에서 멈추는 것은 곧 탈락과 퇴보를 의미한다. 따라서 다시한번 머리끈을 졸라매고 새로운 도약에 나서야 할 중차대한 시점이다. 차기 대통령이 올림픽 유치에 올인해야만 할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대통령은 항상 큰 곳을 쫒아야 하지만 급한곳은 더 먼저 가야한다. 올림픽 유치는 크기도 하지만 급한 문제다. 이제 많은 시간이 남지 않았다. 대한체육회나 문체부에 맡겨서는 올림픽 유치는 물건너 간다. 신임 대통령이 상황판을 갖다놓고 매일 챙기고 내로라하는 굴지의 상공인들을 대동해 뛰고 또 뛰어도 될까말까한 초대형 프로젝트다. 올림픽 유치의 성패가 신임 대통령의 첫 성적표가 될 수 있다. 며칠전 영호남 8개 시도지사들은 전주 하계올림픽 유치가 특정 지역의 의제를 넘어, 지방 연대의 상징 과제라는 점에 공감했다. 이들은 특히 ‘전주 하계올림픽’ 유치에 국가가 적극 나설것을 강력 촉구하고 나섰다. 전북은 물론, 부산·대구·광주·울산·전남·경북·경남 등 8개 시도지사들이 이같은 목소리를 낸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면서도 의미있는 일이다. 앞으로 서울 등 수도권 역시 상당수 종목을 개최해야 하지만 2036전주올림픽은 반세기 넘게 진행된 수도권 중심 초대형 국제행사 유치 관행을 넘어서는 시도다. 지방도시가 중심이 되는 올림픽을 통해 전북과 영호남이 함께 성장하고, 나아가 국가발전의 새 틀을 만드는 것은 정치정략적 차원을 떠나 신임 대통령이 확실히 해야 할 과제임을 거듭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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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5.06 16:44

[사설] 유권자의 올바른 판단이 민주주의 지킨다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27일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일정을 보면 11일 대선후보 등록이 마감되며 12일부터 22일간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하게 된다. 일정이 빠듯한 가운데 이번 대선은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얽혀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단일화를 둘러싸고 파열음이 커지고 있고 더불어민주당은 대법원의 파기환송심에 전면전 태세다. 여기에 이례적으로 대법원이 끼어들어 대선판을 흔들어 놓았다. 국민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치러지는 이번 선거가 후퇴한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고 경제를 다시 살리는 시발점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대선후보로 선출된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과 무소속 에비후보로 등록한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단일화가 최대 관건이다. 하지만 벌써부터 삐걱 소리가 나고 있다. 당내 후보를 선출한 첫날부터 국민의힘 지도부는 김 후보를 압박하고 있으나 김 후보는 마이웨이 행보에 나섰다. 단일화 방식과 범위, 시기 등은 한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의 시각에는 김 후보나 한 후보 모두 계엄과 탄핵에 협조한 내란 동조세력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윤석열 정부 3년 동안 나라를 엉망으로 만든데 대한 사죄나 반성도 없이 무슨 염치로 선거에 나섰는지 의문을 가진 국민들이 많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대법원에서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면서 위기 국면을 맞았다. 사실상의 사법쿠데타이자 선거 개입으로 보고 법관 탄핵 등 국회 차원의 강력한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민주당은 현재 법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5개의 재판이 윤 정부와 검찰이 이재명 죽이기를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을 존중했던 전례에 비추어 잘못은 없는지 되돌아 봤으면 한다. 그리고 이번 대선에서 무엇보다 이례적인 것은 비선출 권력인 사법부가 과도한 속도로 선거에 뛰어든 점이다. 서울중앙지법 지귀연 재판부의 윤석열 구속취소를 비롯한 잇달은 특혜, 이번 조희대 대법원장의 석연찮은 속전속결 재판 진행은 사법불신을 자초했다. 갈등을 조정하고 국민을 통합해야 할 대법원이 오히려 국론을 분열시키고 국민을 분안하게 한 결과를 낳았다. 이처럼 정치권과 사법부가 혼란한 상황에서 중심을 잡아야 할 주체는 국민일 수밖에 없다. 결국 불투명하고 불안한 이번 대선과정에서 유권자의 올바른 판단이 중요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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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5.06 16:44

[새벽메아리] 예술업에 대한 경계와 위계 논쟁, 그리고 질문들

“장르나 학력이 예술의 본질을 규정하는가?”, “미대를 나오지 않아도 미술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이슈가 다시금 공론화되고 있다. 과거와 달리 이러한 주제의 콘텐츠를 영향력있는 유투브 채널이나 인스타그램 등에서 심심치않게 볼 수 있다. 그들은 흔히 미술씬, 아트씬이라 말하는 예술분야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나 예술업 종사자들의 전공여부, 학위, 유학파나 비유학파 등에 대한 논쟁을 다양한 관점에서 다룬다. 예술 분야에서 기획을 하는 기획자 역시도 자연스레 이런 논쟁의 곁에 가까이 있게 된다. 예술계 위계와 경계에 대한 사회적 문제제기는 기획 프로젝트의 과정,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복잡하고 오래된 질문들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전 기고문에서 언급했다시피 지역에서 아티스트 레지던시와 기획 전시, 아트페스타 등을 운영하며 다양한 예술가들과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시각예술분야, 공연예술분야의 현업 예술가들과 소통하다보면, 사회 곳곳에서 경험하는 선긋기과 넘을 수 없는 장벽에 대한 이야기를 왕왕 듣게된다. 미술 작가가 대학에서 미술 전공을 하지 않았어도 인정받으며 작품도 팔리고 명성을 얻을 수 있는 세상이라지만, 최근까지도 작가의 ‘출신 논란’이 곳곳에서 나오는 것을 보면 소위 예술업을 하는 사람의 조건을 규정하는 데에는 지금도 어려움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화재를 바꾸어, 미술 작가들과 함께 하는 미술 프로젝트 구성과정을 잠깐 언급해보고자 한다. 기획자가 하나의 미술 전시나 프로젝트를 만들 때 기획 방향에 적합한 작가 구성은 프로젝트의 중요한 요소가 된다. 작가 선정 시 작가의 활동 경력, 장르, 작품성 등을 두루 살피게 된다. 이때 여러 고려 사항이 있지만, 단연 우선이 되는 것은 ‘작가로서 행위, 흔적들이 얼마나 작품활동에 집중되어 있는가’이다. 여기서 ‘집중’은 작품을 하는 데 쏟은 시간과 노력, 실험정신 등 작가가 자신의 일(미술)을 대하는 몰입적 태도이다. ‘성실함’으로도 표현되는 이것은 작가로서 행하는 삶 자체를 존중할 수 있도록 해주며 작가가 아닌 사람과 구분지을 수 있는 척도가 된다. 마찬가지로 작가를 서포트하고 성장시키는 업계 관계자들 역시 늘 예술의 경계에 잘 있는지를 평가받고 선택 받는다. 예술을 하기 전은 ‘예술계 외부인’이었을지 몰라도, 예술을 업으로 삼고 작가로 활동하거나 기획자, 사업가가 된 사람들은 그 분야에 오롯히 집중하는 예술노동자들이다. 즉 업의 본질은 예술이라는 것에 얼마나 강력하게 집중하고 있는가, 그리고 여러 사회적 불편함을 감내하고라도 각자의 언어로 꾸준히 질문을 던지고 있는가에 있다. 요즘 예술계에서는 국내외 혁신을 말하며 경계의 확장, 예술과 타 분야간의 융합을 시도하느라 분주하다. 확장과 융합은 필연적으로 과거의 규정된 선을 넘어서거나 층위을 넘나들게 된다. 새롭고 이질적인 것을 일정 속성 안으로 받아들이지 않고서는 확장과 융합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예술계가 시대적 전환을 원한다면 현존하는 시스템의 일부나 전부를 변화시키고 실험하고 기록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술을 경계와 위계에 가두려는 행위가 현장으로 이어진다면 다시금 질문을 던질 수 밖에 없다. “지금 이 시대의 ‘예술가’란 어떤 사람인가?, ‘예술 노동’의 역할을 어떻게 말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들이다. 예술계에서 바라 마지않는 다양성 존중과 공존으로의 의식 전환은 이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본질적인 탐구가 뒷받침될 때 가능하다. 김현정 디자인에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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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5.06 16:43

[오목대] 시나리오 작가 송길한

<만다라> <우상의 눈물> <짝코> <안개마을> <길소뜸> <티켓> <씨받이>. 1970~80년대를 대표하는 한국 영화들이다. 〈짝코〉는 반공영화의 상징적 이름이 됐고, <만다라>와 <씨받이>는 베를린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해 주목받았다. 이 영화들을 세상에 내놓은 사람, 시나리오 작가 고 송길한 선생(1940년~2024년)이다. 사실 한 편의 영화가 이룬 성취가 감독의 전유물로 인식되었던 지난날, 시나리오 작가의 존재는 부각되지 않았다. 70여편 영화를 남긴 그 역시 예외가 아니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가 그에게 특별상을 수여했다. 덕분에 ‘전주국제영화제의 시작’을 기억하게 하는 그의 존재는 더 특별(?)해졌다. 송길한은 전주가 고향이다. 북중과 전고를 거쳐 대학 입학을 위해 서울로 갔지만 여러 이유로 학업을 중단했다. 대한석탄공사 입사 시험에 합격해 직장생활을 했지만, 내놓을만한 직장은 딱 거기까지다. 막노동부터 시장 공판장 잡일까지 가리지 않고 일을 했던 그는 197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흑조>가 당선되면서 데뷔했다. 첫 영화이기도 한 <흑조> 이후 그는 가장 바쁜 시나리오 작가가 됐다. 10여 년 동안 밀어닥치는 시나리오 주문(?)에 무엇을 쓰는지도 모를 정도로 기계처럼 주문을 받고 생산하는 글쟁이로 살았던 그를 자성의 시간으로 불러들인 것을 80년 광주항쟁이었다. 그즈음 임권택 감독을 만났다. 몸담았던 영화제작사를 그만두고 임 감독과 10년 동안 10개 영화를 연이어 써냈다. <짝코>를 시작으로 한국영화사에 굵은 궤적을 남긴 영화들이 이때 쓰였다. 그를 고향에 다시 부른 것은 전주국제영화제다. 영화제 초기 그는 부집행위원장을 맡아 영화제 틀을 다졌다. 변영주 감독의 <지역 영화사-전주> 시나리오를 맡아 오랫동안 기억되지 못했던 전북의 영화 역사를 기록하는데도 열정을 쏟았다. 그를 인터뷰로 만난 것은 7년 전이다. 그는 영화의 역할을 ‘같은 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겪고 있는 삶의 고통을 드러내고 함께 고민하며 치유하고 북돋는 것’이라고 말했다. 2010년, 임권택 감독의 <달빛 길어 올리기>를 끝으로 작업을 중단했지만 좋은 시나리오 한편 남기는 일을 소망으로 삼은 이유도 거기 있었다. 그러나 ‘시대 정신을 담은 깊고 탄탄한 시나리오로 독립영화 정신을 가진 감독을 만나 좋은 영화 한 편 만들어보고 싶다’던 그는 결국 소망을 이루지 못하고 떠났다. 전주영화제가 올해로 스물여섯 해를 맞았다. 들여다보면 영화제의 노정 위에 수많은 사람의 열정과 시간이 놓여있다. ‘독립과 대안’을 내세워온 전주국제영화제의 정신과 가치가 지켜진 것도 그들 덕분 일터. 기억은 힘이 된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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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5.05.06 16:42

[기고] 새 대통령의 농촌 대선 공약 실천을 위한 제언

농협 조합장으로서 그리고 농촌지역의 한 농부로서 대선이 다가올 때마다 항상 마음이 무거워지곤 한다. 선거때만 되면 농업과 농촌을 위한 공약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당락이 결정되고 나면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농업은 지금 존폐의 갈림길에 직면해 있다. FTA 확대, 기후 위기 등 글로벌 환경이 갈수록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뿐만 아니라 고령화 저출산의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농촌 현실이 개선되기는커녕 피폐화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러 비상 대책이 절실히 요구되는 요즘이다. 그러나 이런 현실과는 다르게 농업을 위한 정치적 관심은 다른 분야에 비해 줄어든 게 사실이다. 단기적이고 포퓰리즘적인 정책이 아닌 지속 가능한 농정 철학과 비전을 가진 국가 지도자가 긴요한 시점이다. 나는 농협 조합장으로서 현장의 목소리를 매일같이 듣고 몸소 체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농사를 지어도 남는 게 없다”“자식들에겐 절대 농사만 큼은 물려주고 싶지 않다”는 말들이 각박한 농촌 세태를 간접적으로 대변하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깝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6월 3일 대선을 앞두고 차기 대통령은 반드시 농업의 가치를 국가의 중심으로 끌어올리는 결단력있는 인물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해본다. 농업은 단순한 산업이 아니라 식량 주권의 근간이며 환경과 생태를 지키는 공익적 기능을 가진 분야다.농업의 공익적 가치에 대한 국가적 인식 전환과 실질적 보상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농업은 깨끗한 물과 공기, 아름다운 경관, 생태계 유지 등 다양한 공익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가치를 정책으로 인정하고 그에 상응하는 지원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공익형 직불제의 확대와 현실화가 그 출발점이 될 수 있음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농업인은 국가의 뿌리를 지키는 사람들이다. 선거철마다 들리는 “농업인을 위한 공약”이 이제는 실질적인 정책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특히 차기 정부는 농업의 공익적 기능을 보장하고 청년농,귀농인의 정착을 위한 제반 여건 조성에 힘써야 할 것이다. 농지 확보와 초기 정착 지원은 물론 기술 교육 등 실질적 지원과 함께 안정적인 판로 확보와 가격 지지 정책.디지털 농업 인프라확대 등에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할 것이다. 농협은 조합원과 농업인의 삶을 지키기위해 전국 곳곳에서 묵묵히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그러나 농협만의 힘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국가 차원의 강력한 의지와 정책적 뒷받침없이는 미래 농업의 희망을 입에 올리는 것조차 쉽지 않은 일이다. 이번 대통령 선거가 농촌에 “한표”를 구하러 오는 자리가 아니라 농촌과 함께 미래를 만들어가는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 나는 농민이 진정한 애국자라고 생각한다. 다른 재화나 용역은 지난 수십년동안 적게는 몇 배, 많게는 몇십 배로 인상되었으나 쌀값 만은 오히려 수십 년전 가격보다 떨어져 있는 상황이다.이같은 불합리한 수익 구조를 번연히 알면서도 어디에서 부터 손을 써야 할지 막막한 상황이다 보니 가슴이 답답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은 국민의 대표이기에 진정한 애국자라 해도 손색없는 농민에게 희망과 용기를 북돋워줘야 한다.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고통을 분담하려는 진정한 지도자를 꿈꾸고 있다. 정파나 이념을 떠나 누구보다 농업의 가치를 이해하고 진정성있게 실천할 지도자가 선택되기를 200만 농업인은 간절히 소망한다. 임인규 전주농협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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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5.01 18:24

[사설] 국가 유공자 예우 더 과감하게 해야한다

오랫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친일을 하면 3대가 흥하고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는 말이 유행했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몸과 마음을 다 바쳐 헌신한 이들에 대해 대한민국은 부끄럽게도 제대로 예우하지 못했다. 우리 주위에서도 이같은 사례를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김구, 안중근, 윤봉길 의사처럼 대표적인 이들 일부를 제외하고는 이름없는 숱한 호국영령들은 그동안 저 세상에서도 마음편히 쉬지 못했다. 친자식이나 손자손녀들이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사회적으로 응분의 보상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역사의 변곡점마다 헌신했던 수많은 호국영령에 대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한민국 사람들은 모두 부채의식을 가지고 그들의 숭고한 뜻을 높이 받들고 이런저런 이유에 의해 어려움에 처한 가족들이 더 이상 눈물을 흘리지 않도록 해야한다. 조국을 위해 헌신한 이들에 대해 대한민국이 제대로 보답하지 못한다면 더 이상 국가로서의 존재 의미가 없다. 미국의 경우 다양한 인종과 민족, 다른 종교와 출신 성분을 가진 이들로 구성돼 있어도 일단유사시 서로 앞장서서 국가를 위해 나서는 것은 집단을 위해 헌신한 이들에 대해 무한한 존경과 보답을 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재직시절 독립유공자를 3대까지 예우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보훈 정책은 안보를 튼튼히 하고 국민을 통합하는 지름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너무나 당연한 언급이었다. 하지만 지금도 우리 사회는 갈 길이 멀다. 신임 대통령도 앞으로는 독입운동하면 3대가 망하고 친일하면 3대가 흥한다는 말이 영원히 사라지게 만들어야 한다. 일례로 유공자의 장례와 유해 해외 봉송 때 의전을 격상하는 것 등은 사소한 듯 해도 상징적 의미가 있다. 며칠전 조국을 위해 헌신했음에도 단순히 가족이 없다는 이유로 관련 사실이 제대로 파악되지 않아 국립묘지에 모셔지지 못했던 무연고 국가유공자 유해 3위가 임실호국원에 안장됐다. 국가보훈부는 무연고실에 안치되어 있던 국가유공자 유해 93위를 찾아 전국 6개 국립묘지에서 합동 안장식을 거행했는데 이의 일환이다. 국립임실호국원에는 전남 순천·목포 출신의 6·25, 월남전 참전 유공자 유해 2위와 전주 출신의 월남전 파병 유공자 유해 1위 등 총 3위의 무연고자 국가유공자 유해가 모셔졌다. 늦었지만 의미있는 일이다. 우리 정부와 국민은 수 많은 영웅들의 희생과 공헌을 잊지 않고 영원히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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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5.01 18:23

[사설] 땅꺼짐·수해 예방, 노후 하수관 정비 급하다

최근 전국 곳곳에서 땅꺼짐(싱크홀)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안전하다고 믿었던 일상 공간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사고가 발생하고, 인명피해로까지 이어졌으니 시민들은 심리적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다. 땅꺼짐은 단순한 일회성 사고가 아니다. 도시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한 문제다. 이런 땅꺼짐 사고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것이 ‘노후 하수관’이다. 낡은 하수관에서 새어 나온 물에 지하의 흙이 쓸려 나가면서 땅밑에 빈 공간이 생기게 되고, 결국 지표면이 무너져 내린다는 것이다. 전북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지난 7년(2019년~올 4월)간 도내에서 발생한 땅꺼짐 사고는 모두 75건에 이르고, 이 가운데 53건(70.7%)이 하수관 손상으로 인해 발생했다. 30년 이상 된 낡은 하수관이 전국 각 도시의 땅밑에 얽혀 있으니 그야말로 살얼음판이다. 게다가 노후 하수관은 여름철 집중호우 시 침수 피해를 키우기도 한다. 관이 막히거나 깨져 배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노후 하수관으로 인해 물이 빠지지 않고 역류해 도시 한복판에 물난리가 나는 침수 피해가 반복되고 있다. 땅꺼짐 사고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자 전국 각 지자체가 노후 하수관 정비사업 추진 계획을 속속 밝히고 있다. 전북특별자치도에서도 땅꺼짐 사고 예방을 위한 정밀 지반탐사와 노후 하수관 정비사업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20년 이상 경과된 하수관로 3959㎞에 대해 정밀조사를 차질없이 완료하고, 이미 구조적 문제가 확인된 307㎞ 구간을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정비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막대한 예산이다. 가뜩이나 빠듯한 지자체 예산으로는 감당하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노후 하수관 문제는 단순한 시설물 유지 관리 차원을 넘어, 시민 안전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재정지원에 나서야 하고, 지자체에서도 우선 순위에 두고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 예고 없이 발생하는 땅꺼짐 사고는 시민 안전을 위협하는 도시의 불안 요소다. 기후위기 시대, 올여름에도 극한 폭우가 쏟아질 가능성이 높다. 철저한 사고 예방 대책이 필요하다. 하수관 정비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한다. 우선 첨단 장비를 동원한 하수관로 정밀 조사부터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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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5.05.01 18:23

[금요칼럼] 따뜻한 5월에 기억되는 일들

'가정의 달'인 5월이 될 때면 머릿속에 기억나는 일들이 있다. 부모님의 은혜와 희생을 생각하며 어버이에 대한 감사한 마음, 제자의 성공을 보면서 기뻐하는 스승의 마음을 회고해보면 봄날씨처럼 마음이 따뜻해진다. 요즘 넷플릭스에서 방영중인 '폭싹 속았수다'라는 드라마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고 있다. 제주 태생의 반항아 애순이와 팔불출 무쇠같은 관식이의 삶에서 우리 부모님 세대 삶의 모습과 자식을 위한 부모님의 희생과 헌신 등의 모습이 비춰지며 매회 드라마를 볼 때마다 마치 우리 부모님들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 눈시울 붉어지며 콧등이 시큰거린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부모님의 모습과 함께했던 일화가 떠오른다. 중학교 시절, 어머니가 정성껏 준비한 점심 도시락을 잊고 등교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저 멀리서 내 이름을 외치며 도시락을 들고 뛰어오시는 어머니가 보였다. 아들이 굶을까 싶어 체면 가리지 않던 어머니 모습이 지금도 선연히 남아있는 것은 당시 어머니의 애정을 모르고 부끄러운 마음에 짜증만 냈기 때문이다.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종종 그때 그 상황으로 되돌아가는 걸 보면 못난 나의 행동에 대한 자책이자 반성이지 않을까 싶다. 아버지와도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필자의 아버지는 당시의 다른 아버지들처럼 희로애락을 겉으로 표현하지 않는 분이셨고 고생스러운 삶을 그저 담담하게 살던 분이었다. 중학교 입학시험을 치르던 날이 떠오른다. 고사장에서 시험을 보고 있는 동안 아버지는 12월 한겨울 날씨에 교문 앞에서 기도하며 종일 서 계셨다. 시험이 끝나고 나가니 아버지는 '고생했다. 밥 먹으러 가자.'라며 중국집으로 필자를 데리고 가셨고 별말 없이 짜장면을 나누어 먹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이상하게 그 당시가 뇌리에 남아있다. 얼마 전 미국에서 사는 여동생과 통화를 하며 처음 듣게 된 이야기인데 필자가 박사학위 시험에 통과했다는 국제전화를 받으시곤 너무 기쁘신 나머지 그 자리에서 일어나 덩실덩실 춤을 추셨다고 한다. 감정표현을 잘 안 하시던 아버지에게 그런 모습이 있었다니! 또, 그렇게 기뻐하셨다니! 돌아가신 후 새롭게 알게 되었다. 부모님은 필자를 포함한 네 자녀를 공부시키고 독립할 수 있도록 고생과 희생을 했지만 조용하고 덤덤하고 꾸준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불평 없이 불만 없이 필요한 순간에 꼭 필요한 것을 내어주셨다. 그때는 그것이 당연한 줄 알았다. 독일에서 박사학위를 지도해주셨던 헨켈교수님도 부모님과 같은 분이다. 재직 중이던 대학을 휴직하고 유학을 떠났기에 정해진 기간 내에 학위 논문을 마무리해야 했던 사정을 고려하여 필자보다도 훨씬 더 신경을 쓰셨다. 좋은 논문을 쓰기 위한 필자의 노력을 존중하면서도 '박사논문은 그 분야에 학문을 시작하는 단계이다.'라고 말씀하시며 좀 더 하고 싶은 내용은 박사 후에 심층적으로 연구를 펼쳐나가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씀에 책임지듯이 헨켈교수님은 한-독 국제 공동연구를 제안해서 연구과제 제안서를 손수 준비하고 본인의 뛰어난 연구실적을 바탕으로 본 연구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몇 번이고 정부에 설명하였다. 막 박사학위를 취득한 초년병인 필자는 교수님 도움으로 수준 높은 국제연구의 공동기여자가 될 수 있었다. 2년간 열심히 했던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 당신의 일처럼 기뻐하시던 기억이 난다. 무심하게 살아왔지만 돌아보면 온통 감사할 일로 가득하고 특별히 내 인생에 불을 밝혀 앞길을 편히 갈 수 있도록 말 없는 다정으로 나를 응원해주신 분들이 있다. 언제나 묵묵히 곁을 지켜주신 부모님, 새로운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등대가 되어주신 스승님. 5월의 푸르고 따뜻한 계절은 누군가를 사랑하고, 존경하고, 또 그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용기를 준다. 부모님, 스승님을 떠올릴때면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는 동화가 생각난다. 울창해진 나무가 숲을 보호하며 자연을 살리다가 나중에 장작이 되어 태워지는 것처럼 자녀, 제자를 위한 희생을 기뻐하는 삶을 살아가셨음을 새삼 느낀다. 올해 가정의 달에는 이미 세상을 떠나신 부모님과 스승에 대해 회고하면서 감사를 기억하고 그분들에게 말로 다 전하지 못했던 감사의 마음을 모아서 자녀와 제자들에게 내리사랑의 마음으로 전해주고 싶다. 오덕성 우송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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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5.01 18:22

[청춘예찬] 펜 한자루에 청춘을 담고-5

코로나19 팬데믹의 시작은 세상 모두에게 비극을 가져왔다. 겨울이 지나면 나아지겠지, 봄은 버텨봐야지, 여름이 가기 전엔 모든 것이 제 자리를 찾겠지... ...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팬데믹 상황은 지난하기만 했다. 사람들의 이동, 모임, 아주 작은 공간의 공유조차도 제한되는 비극에 우리 모두가 지치고 자포하게 되었다. 경제 활동의 위축은 그림 작업에의 몰입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매일 뉴스와 발병 수치, 통계를 들여다보며 미래에 대한 불확실한 걱정이 쌓여갔다. 한해, 두 해 전전긍긍하며 버텨내었던 청년몰은 삽시간에 무너지기 시작했다. 가장 오래되고 사랑받았던 가게부터 차례로 폐업을 선언했던것이다. 나 또한 수많은 갈등과 고민에 휩싸였다. 이곳을 떠나야 할 것인가? 그렇다면 이곳을 나간들 나는 어디로 가야 할 것인가? 혼자 인적 드문 전주의 곳곳을 거닐게 되는 시간이 길어졌다. 하지만 정겹고 따스한 나의 동네는 어릴적 추억과 함께 복잡하고 끝이 보이지 않는 현실을 잊게 해주었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걸었던 거리는 고달픈 현실을 뒤로한 채 과거의 향수와 감성을 자극했다. 곧 사라질, 언제 허물어질지 모를 옛 건물들의 조악한 슬레이트 지붕마저도 그냥 지나치기 아쉬워 몇 번이고 찾아가서 눈에 담았다. 그리고 그 찰나의 시간과 공간, 하늘을 담기 위해, 나는 펜을 들고 그리기 시작했다. 무념무상에 푸욱 빠진 채 드로잉을 하고 있자면 현실과 분리된 채 그린다는 행위의 즐거움만이 나를 지배하곤 했다. 그리곤, 이 소소한 즐거움을 한 장 두 장 인스타그램과 블로그를 통해 사람들과 공유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시간이 지나며 코로나19 상황은 조금씩 개선 되어 갔다. 백신을 몇 차례 맞고 마스크를 쓴 채 활동과 모임이 자유로워졌고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썰렁해졌던 공간에 기웃하며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부터 나의 위로 드로잉들이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어렸을 적 골목길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며 사람들에게 하트를 하나 둘 받더니, SNS를 통해 외주 작업 의뢰도 한 건 두건 들어오기 시작했다. 꽉 막혀있던 경제 활동에 한 줄기 빛이 새어 들어온 것이다. 전주시 연하장 드로잉 일러스트, 전주시 도정 소식지 삽화,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 일러스트, 경기도 광주시 일러스트, 연화정도서관 개관 기념 엽서, 국립현대미술관 소식지 삽화, 태권도원 드로잉 캘린더 제작, 부산항만공사 홍보 일러스트 시리즈 등이 바로 가뭄에 단비같았던 작업들이다. 게다가 <드로잉으로 전주를 담는 작가-박성민>을 타이틀로 KBS전주 방송에도 얼굴을 비추는 행운도 얻었다. 위기가 기회이듯 나는 보다 열정적으로 내 그림의 콘셉트와 콘텐츠를 기획하고 연구했다. 사람들의 마음을 따스하게 해줄, 위로해줄 그림이 무엇일지 그리고 내가 어떻게 해석해서 풀어낼지를 매 순간 고민하게 되었다. 그리고 작은 도시의 이름 없는 그림 작가가 마음껏 진정성과 노력을 담아낼 수 있었던 유일한 수단인 SNS에 ‘좋아요’와 팔로워가 늘어갔다. 떠오르는 기억으로 가장 벅찼던 순간은 국립무형유산원 개최 홍보 영상에 주인공으로 출연 제안을 받았던 순간이다. 우리나라 무형 문화 유산을 드로잉으로 펼쳐내는 나의 모습이 영상으로 담기게 될 거라는 담당자의 설명에, 가슴이 뻐근할 만큼 벅차올랐다. 박성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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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5.01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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