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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서노송동 선미촌 재생사업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수십억 원의 혈세를 투입해 문화‧예술‧인권의 공간으로 변화했지만, 운영의 안정성과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새로운 시도는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전주시는 지난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선미촌에 서노송예술촌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국비와 시비 약 83억 원을 투입해 성매매 업소로 이용하던 건물과 빈 건물 6채를 사들였다. 매입한 건물은 △새활용센터 △예술책방 △미술관 등 거점시설들로 바뀌었다. 선미촌의 이 같은 변화는 전국적으로 주목받았다. 민관 파트너십과 성매매 집결지의 점진적 변화는 도시재생 우수사례로 꼽히며 전국적인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그러나 도시재생 사업이 안고 있는 태생적‧구조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면서 균열이 생겨났다. 성공적인 도시재생 사업지라는 평가 뒤에는 기획부동산의 잠식과 젠트리피케이션(임대료 상승으로 임차인이 내몰리는 현상)이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전주시는 당시 폐업한 업소 5곳을 평당 500~600만 원을 주고 매입했었다. 그러나 이후 부동산 가격은 평당 2~3배 이상 오른 것으로 추정된다. 성매매 집결지였던 땅이 순식간에 로또가 된 셈이다. 시청 건너편에 자리한 선미촌은 전주 구도심 노른자 땅으로 입소문 나면서 재개발 대상지로 떠올랐고 선미촌 내 빈 점포는 외지인들에게 빠르게 팔려나갔다. 문제는 전주시가 시비를 들여 매입한 부지가 몇 군데 없다 보니 예술촌으로의 변화가 쉽사리 이뤄지지 못했다. 시에서는 당초 계획보다 용지 매입이 많이 이뤄졌다는 입장이지만, 실제 거점시설이 조성된 곳은 5~6곳이 전부다. 이후 민간에 예술촌 활성화를 맡겨버리면서 예술촌의 기능이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예술촌 활성화는 더디게 흘러갔고 인구 유입 및 도시 활력을 기대했던 원주민들은 이도 저도 아닌 예술촌 사업에 지쳐갔다. 선미촌 일대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시에서 예술촌을 만든다고 했을 때, 청년들이 많이 유입되면서 동네에도 큰 변화가 생길 줄 알았다. 하지만 예상보다 사업이 더디게 진행됐고, 현재는 예술촌에 지원되는 예산이 없다 보니 청년들도 모두 떠났다”며 “빈집이나 빈 건물이 방치되다 보니 저녁에 동네를 돌아다니는 게 무섭다. 재개발하는 게 낫다”고 토로했다. 현재 예술촌의 평균 임대료는 월 80~120만 원 수준을 웃도는 것으로 파악된다. 선미촌에서 주판알을 튕기는 건물‧토지주가 늘어나면서 예술촌의 청년‧예술인들은 높아진 월세의 늪에 허덕였고, 예술촌을 떠나는 이들이 늘어갔다. 더욱이 단체장이 교체된 2022년부터 예술촌에서 추진한 사업이 축소되고, 예산도 끊기면서 예술촌의 효능감도 완전히 사라진 상태다. 예술촌에서 활동 중인 한 청년은 “도시재생 사업이 탄력을 받으면서 한때 예술촌에서 창업을 시도하려는 청년들이 많았었다. 하지만 예술촌 땅값이 상승하면서 몇 년 새 리빙랩 사업과 같은 유인책이 없으면 들어올 수조차 없는 구조가 돼버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도시 재생 정책에 대한 검토와 성찰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한다. 도시재생 정책이 기존에 보존 위주에서 벗어나 필요에 따라 정비하고 개발하는 기조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정비와 재개발이라는 시대적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정인아 건축공간연구소 부연구위원은 “현재 예술촌에서 일어나는 문제는 비단 전주시만의 문제는 아니다”라면서 “민간에서 투자하고 개발하지 않는 이상 상업적‧문화적 기능을 확산시키는 과정은 더딜 수밖에 없고 행정에서는 개발을 통한 가시적 변화가 더 낫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개발하더라도 본래 예술촌이 조성된 취지가 퇴색되지 않도록 적절한 제한 등은 필요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실제로 전주시는 예술촌으로 기능전환이 이뤄졌던 2021년 일반상업지역인 선미촌 일대에 유흥주점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용도 제한 등의 내용이 담긴 지구단위계획을 준비했지만 끝내 불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예술촌을 지켜온 원주민과 여성인권 단체, 청년, 예술인 등 여러 주체와의 의견수렴 과정이 절실한 이유다. 정 위원은 “예술촌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을 고려할 때 재개발이나 재정비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그동안 공간을 지켜온 주체들이 혼란스럽지 않도록 행정에서 논의 테이블을 마련했어야 한다"고 밝혔다.
전북을 대표하는 국립박물관인 국립전주박물관의 소장품 보존 시스템이 지진피해에 취약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진피해로부터 국보와 보물 등 수많은 문화유산을 보호하기 위한 면진시스템 기능이 탑재된 진열장이 단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추후 발생할 지진피해로부터 문화유산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 마련과 관련해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관심이 요구된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대구 북구을)은 지난 18일 국립중앙박물관 등 21개 기관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국립중앙박물관과 13개 소속 박물관 면진시스템 진열장 구축률이 평균 29%에 그친다”며 안전시스템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면진시스템 진열장’이란 면진시스템 지반과 구조물을 분리함으로써 건물이 흔들리면 물건에 가해지는 충격을 최소화해 지진 위험으로부터 전시품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현재 전국의 국립박물관 면진시스템 구축률 평균이 30% 밑도는 등 낮은 수치를 기록하며, 그중 국립전주박물관이 위치한 전주와 더불어 부여와 제주 지역의 국립박물관에는 면진시스템이 구축된 진열장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최근 5년간 규모 2.0 이상 국내 지진 발생 현황을 살펴보면, 2020년 68회, 2021년 70회, 2022년 77회, 2023년 106회로 매년 증가하는 수치를 보였다. 이처럼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는 현재 국립전주박물관은 ‘백자청화초화문편병’을 비롯해 9만 6500여 점의 유물을 소장하고 있어, 지진피해에 대한 사전 대비가 시급해 보인다. 국립전주박물관은 “면진시스템 진열장 도입 등 전시환경개선에 대한 계획은 있지만, 부족한 예산으로 면진시스템 진열장 도입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입장이다. 앞서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 2017년 11월 경북 포항시에서 규모 5.4의 지진으로 1명의 사망자와 117명의 부상자, 846억 원의 재산 피해를 준 ‘포항지진’을 계기로, 지난해부터 ‘13개 지방박물관 전시환경개선 사업’을 진행했다. 사업 내용은 1년 동안 총 78억의 사업비를 활용해 2개의 국립박물관 환경을 순차적으로 개선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올해 초 문화체육관광부 예산이 삭감되며, 해당 사업의 사업비도 영향을 받아 1년에 2곳의 국립박물관을 대상으로 진행한 환경개선 사업이 국립박물관 1곳으로 대상을 축소했기 때문이다. 국립전주박물관 관계자는 “올해 초 사업이 지체될 것이라는 통보를 받고 국립중앙박물관과 많은 의논을 했지만, 축소된 예산으로 사업 지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사업 진행 속도는 늦어졌지만, 빨라도 2028년과 2029년 사이에는 전시환경개선이 완료해, 소장품들을 안전하게 보존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한때 전북 최대 성매매 집결지였던 ‘선미촌’은 문화와 예술이 흐르는 서노송예술촌으로 탈바꿈했다. 전주시는 도심속 어두운 공간으로 남아있던 선미촌을 바꿔보겠다며 2017년부터 83억 원을 들여 문화재생사업을 추진했다. 공권력이나 물리력을 동원하지 않고 오로지 주민들과 함께 문화와 예술의 힘으로 성매매 업소 종사자들을 이주시켰고, 그동안 성매매에 사용되던 건물들은 전주시에서 매입해 문화·예술 시설로 바뀌었다. 수십 년 동안 붙여졌던 ‘성매매의 온상’이라는 꼬리표는 2022년 끊어냈지만, 최근 서노송예술촌을 둘러싼 어두운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편집자 주> 전주 서노송예술촌이 흔들리고 있다. 60년간 전북 최대 성매매 집결지였던 선미촌 성매매 업소를 사들여 폐쇄하고, 공간을 임대해 문화재생사업을 추진해 온 전주시가 손을 떼겠다고 선언하면서다. 겉으로는 선미촌에 성매매 업소들이 모두 사라지며 사업이 완료됐다는 입장이지만, 2022년 단체장이 교체되면서 정책 방향이 달라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최근에는 서노송예술촌 일대에 아파트 개발 움직임까지 보이면서 사실상 재개발을 추진, '예술촌' 지우기에 나선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22일 전북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선미촌 일대에 1만㎡ 규모의 2개 단지 600세대의 아파트를 건립하겠다는 계획이 추진중이다. 일부 건물주와 토지주, 주민들은 재개발을 통한 아파트 건설을 위해 조합 설립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문 닫은 성매매 건물들이 수년째 방치됐고, 기존에 전주시가 기대했던 문화·예술 공간으로서의 기능도 효과가 크지 않아 자연스럽게 아파트 개발론이 대두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전주시는 “현재로서는 ‘아파트 개발을 해볼까?’ 정도의 움직임에 불과하다”며 관련 내용에 대해 선을 그었다. 다만, 일부 토지주와 건물주, 주민들을 필두로 가로주택 정비사업(재개발) 추진위원회가 구성됐고, 조합설립 동의를 위한 검인 신청이 진행중이다. 이 일대 주민 80% 이상이 아파트 개발에 동의를 하면 조합 설립 인가를 받게 된다. 통상적으로 재개발 사업이 정상 추진된다고 해도 오랜 기간이 소요되지만, 그 과정에서 그간 추진해왔던 예술촌의 기능이 소멸되지는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서노송예술촌의 이 같은 변화는 전주시의 정책 방향이 달라진 탓이 크다는 분석이다.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선미촌이라는 공간에 공원과 문화시설이 유입됐고, 2021년을 끝으로 60년 넘게 이어져왔던 성매매 업소도 완전히 퇴출됐다. 그러나 사업이 완료된 2022년 공교롭게 전주시장이 교체됐고, 이후 전주시는 성매매 업소의 완전한 퇴출이 이뤄진 만큼 더이상의 사업 추진이나 예산지원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슬럼화된 도시의 가시적인 변화들이 자본의 가치로 치환되면서 기존에 견지해온 보존과 재생이라는 논리에 미묘한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전주시는 그동안 행정에서 예술촌의 변화를 주도했다면, 이제는 민간이 주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전주시의 입장에 대해 예술촌에서 활동해 온 예술인과 청년들은 "안일하다"고 지적한다. 도시재생사업으로 공간의 성격이 변화했고, 바뀐 공간이 자리를 잡기까지 시행착오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주시가 변화를 위한 의지가 있다면, 성매매 업소 퇴출이라는 1차원적인 목표가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도시재생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서노송예술촌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한 예술인은 "공간을 지켜온 주민과 공간을 변화시킨 예술가, 청년들의 다양한 시간의 층위가 담긴 곳이 선미촌”이라며 “공간의 성격이 변하면서 선미촌이 과도기에 놓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선미촌은 전주라는 도시가 가진 정체성을 보여주는 곳인 만큼 함부로 무너뜨리면 안된다"고 부연했다. 지난 2018년부터 서노송예술촌에서 거점공간을 운영중인 한 작가도 현 상황에 대해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선미촌에 자리잡은 문화공간은 예술가들만의 것이 아닌 시민들과 약속해 이어온 것들인데 무형의 가치가 외면받는 것 같다고 했다. 이 작가는 "자본의 논리로만 돌아가는 게 능사는 아니다”며 “서노송예술촌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변화해 나가야 하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아파트 개발 사업이 추진된다면 여성단체, 전문가, 주민, 청년, 예술가 등 다양한 주체들이 모여 현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은 다음 달 1일까지 2025년 상반기 정기대관 신청을 받는다고 22일 밝혔다. 정기대관 대상 시설은 모악당, 연지홀, 명인홀, 야외공연장 등 공연장 4개소와 갤러리 SㆍOㆍRㆍI 등 전시장 4개소, 국제회의장이다. 공연장과 전시장, 국제회의장 대관 가능 기간은 2025년 1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이며, 대관 가능일에 한해 신청할 수 있다. 야외공연장의 경우, 동절기(1~3월)가 끝나는 4월 1일부터 협의 가능하다. 구체적인 대관 가능 일정은 전당 누리집 공고를 참조하면 된다. 신청 방법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누리집 ‘대관안내’에서 대관서식자료를 내려받은 후 담당자 이메일(kosac7842@naver.com) 혹은 누리집 ‘대관신청’을 통해 제출하면 된다. 대관 승인은 심의 결정을 거친 후 오는 11월 중 전당 누리집 공고와 개별 연락을 통해 발표할 예정이다. 이 밖의 자세한 내용은 전화(063-270-8000)로 문의할 수 있다.
남원학생교육문화관(관장 박수진)은 202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작품 특별전을 21일부터 문화관 1층 종합자료실에서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특별전은 한강 작가의 아시아 여성 최초이자 대한민국 최초로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하며 학생과 지역주민들에게 작가의 작품 세계를 널리 알리고 접할 수 있게 만든 자리다. 한강 작가의 도서 「소년이 온다」 등 10여 종을 한 자리에 모아 전시한다. 또한 작품에 대한 이해를 더하고자 1층 로비에서는 작가의 작품 이야기가 담긴 동영상을 상영하며, 종합자료실 내에서는 「한강 작품 필사하기」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박수진 관장은 “이번 기회를 통해 한국 문학이 부흥하고 문학 작품에 대한 독서 열기가 지속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빠르지도 멀지도 않은 길은 놓칠 염려 없었습니다. 어쩌다 좀 멀리 나갔을 땐 누군가에게 길을 물었지요. 갈수록 길은 빠르고 멀어집니다. 세상에는 사람이 넘치고요. 그러나 앞뒤로 빵 빵 자동차뿐, 길엔 사람이 없습니다. 누구 하나 붙들고 길을 물을 수 없습니다. “이 길을 곧장 가다 느티나무를 만나거든 오른편으로 꺾고, 담배 한 대 참…”, 제 길처럼 일러주던 이들 길 따라 세월 따라 흔적도 없습니다. 안경을 쓰고도 자주 길을 놓칩니다. 발에 꼭 맞는 신발을 신고도 자주 길을 헤맵니다. 바로 가면 강진 지나 임실 지나 진안 장수 대구로 이어지는 30번 국도랍니다. 오른쪽으로 빠지면 지금 활활 불이 붙었을 내장산이고요. 반대쪽은 산외를 지나, 전주로 가는 27번 국도와 만나는 49번 지방도랍니다. 행여 해찰하다가 길도 세월도 사람도 놓친 이들은 빙글 로터리 돌아 처음으로 다시 가면 될 것입니다. 누구는 저 길을 따라 도시로 나갔겠지요. 넓고 빠르고 먼 길만 쫓다 지쳐 이정표를 보았겠지요. 또 누구는 저 길을 따라 돌아와 가쁜 숨을 고르겠지요. “길을 잃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고 H. D. 소로우가 말했지만 아마도 길을 잃고 싶은 사람은 세상에 없을 겁니다. 놓치고 잘 못 든 길은 이정표로 찾아가겠지만, 되돌리고 싶은 인생길은 어떻게 찾아가야 할까요? 길이 있기에 인간은 방황할 수밖에 없다면, 인생의 이정표는 책이요, 학교요, 어른이겠습니다.
불편한 모험을 통해 지속 가능한 지구를 만드는 장(場), 불모지장이 가을 장터로 오는 19일 ‘문화공간 명천재’에서 열린다. 이번 장터 역시 음식, 소품, 디저트, 농산물, 체험 등 33여 팀과 공연, 워크숍 등 풍성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으며, 누구나 쉽게 일회용품과 쓰레기를 만들지 않고 장을 보고, 비건 문화를 체험해 볼 수 있는 시간으로 채워질 예정이다. 특히 이번 아홉 번째 장터는 전국 수선의 날(10월 19일)에 열리는 만큼, 지속 가능한 의생활 문화 구축을 위해 2022년 설립된 비영리 스타트업, (사)다시입다연구소와 협력해 진행된다. 때문에 이번 불모지장에서는 △옷 교환 파티 △<수선의 미학> 저자와의 북토크 △수선 워크숍, 깁;다 △오손도손 수선 체험 등 수선에 관련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체험 활동, 커뮤니티가 계획됐다. 이날 예정된 프로그램은 사전 접수와 당일 현장 접수를 통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일회용품 없이 장터를 즐길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있는 불모지장에서는 개인 수저를 비롯한 다회용기와 장바구니는 필수품이다. 실제 이날 불모지장에서 제공하는 모든 음식과 음료는 일회용품 없이 다회용기로만 제공될 예정이며, 판매하는 농산물과 소품 역시 비닐봉지 대신 장바구니나 다회용기에 담아갈 수 있도록 준비된다. 불모지장 관계자는 “장을 찾은 많은 사람이 손수 준비한 용기와 텀블러로 식사를 하고, 양파망이나 장바구니로 농산물을 담아가는 모습이 이제 불모지장의 상징이 됐다”며 “선선한 날씨 속 펼쳐질 불모지장을 통해 많은 분이 비건문화를 체험해 보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전통문화자원과 미래 신기술을 결합해 개최하는 축제의 성공 조건은 ‘조화로움’이다. 풍부한 문화자원에 뉴미디어·첨단기술을 융합해 축제를 찾는 방문객들에게 매력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전주시와 전주문화재단이 전통과 미래 문화를 결합하고, 체험할 수 있는 ‘미래문화축제 팔복’을 처음으로 시도했다. 전주시는 ‘가장 한국적인 미래 문화도시’를 비전으로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팔복예술공장 일원에서 ‘미래문화축제 팔복’을 개최했다. 대한민국 문화도시 본도시 지정을 추진하는 전주시가 예비 사업 성과를 공유하고, 문화적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다. 15일 전주문화재단에 따르면 3일간 진행된 축제에는 총 2만 여명의 관광객이 다녀간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방문객 중 약 33%(7000여명)가 외지인으로 분석돼 전국 단위 축제로의 발전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분석이다. 축제에서는 전통과 신기술이 접목된 새롭고 다양한 시도들이 눈길을 끌었다. 미디어 퍼포먼스와 몰입형 미디어 아트 전시, 탄소 상품 전시 등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기술과 예술의 만남은 미래 문화 축제의 새로운 방향성을 보여줬다. 지난 11일 열린 개막식에서는 예술에 미래 기술을 접목한 염동균 드로잉 아티스트가 무대에 올라 VR(가상현실) 기기를 활용한 라이브 드로잉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또 미래 예술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 ‘미래파장’이 축제 기간 동안 진행돼 현대 예술에서의 기술적 혁신이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를 다차원적으로 풀어냈다. 특히 관람객 모두가 함께하는 열린 축제를 지향하며 시민들이 다양한 행사에 자유롭게 참여하면서 3일간 문화의 바다를 이뤄냈다는 평가다. 대표적으로 ‘만사 OK’ 프로그램에서는 삼천·우아·인후·진북·효자 생활문화센터 등 5개 팀이 참여해 ICT 기술을 융합한 창작물을 선보였고, 최첨단 가상현실 기술을 시민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게 마련된 VR 체험버스는 축제 기간 내내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뿐만 아니라 팔복예술공장에 마련된 써니부엌에서는 9명의 작가가 참여한 탄소문화상품 전시장 ‘탄소정거장’을 통해 탄소 소재가 예술적 재료로서도 활용할 수 있음을 확인하고, 발전 방향도 모색했다. 전주문화재단 미래전략팀 김선정 팀장은 “미래문화축제 팔복은 전주의 전통적인 문화자원인 한옥, 단청, 한지 등에 미디어 아트 등 새로운 기술을 결합한 시도”라며 “역동적인 문화가 펼쳐질 미래문화도시 전주의 내일을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50년 동안 시민에게 치유와 휴식을 줬던 조경수들이 한순간에 잘려나가 너무 아깝고 안타깝네요.” 전주시 덕진구 덕진동에 위치한 전북문학관 내부에 심어졌던 40여 그루의 조경수 중 30여 그루가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이르면 오는 2025년 12월 개관될 전북문학예술인화관(구 전북문학관) 건립 공사가 이유다. 주민들은 시민들에게 휴식과 치유를 주던 나무들이 사라져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15일 전북자치도에 따르면 전북문학관 내 조경수는 건물이 건립된 1980년대부터 약 50년 동안 자리를 지켜왔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따라 조경수의 수령(樹齡)은 평균 50년은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40여 그루를 채운 나무의 종류 역시 소나무, 단풍나무, 목련, 살구나무, 감나무 등 다양했다. 이처럼 사계절 내내 다채로운 매력을 뽐내던 전북문학관 내 조경수는 수십 년의 세월 동안 문학관을 찾는 방문객과 주민에게 그늘과 쉼터를 제공하며 주민들이 즐겨 찾는 산책 코스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하지만 지난 2021년 전북문학관 건물을 철거하고 전북문학예술인회관을 건립하겠다는 전북자치도의 계획에 따라 조경수는 공사를 방해하는 장애물로 전락하며 벌목의 대상이 됐다. 이날 오전에 찾은 전북문학관 공사 현장 일대는 조경수를 자르기 위한 전기톱 작업이 한창이었다. 또 리모델링 공사를 위해 설치된 철제 울타리 속 상당수 나무의 밑동과 가지가 잘린 모습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었다. 인근에서 10년 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상점의 주인 A씨는 과거 이 공간을 ‘시민들이 즐겨 찾던 산책 공간’이라고 설명하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A씨는 “전북문학관 건물을 자주 찾진 않았지만, 수목이 우거져 방문객에게 다양한 볼거리와 치유를 전한 전북문학관 마당을 즐겨 찾아 산책을 했던 기억이 있다”며 “벌목이 아닌 다른 장소로 옮겨 심는 방법도 있었을 텐데, 잘려 나간 가지들을 보니 착잡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이에 전북자치도는 이번 벌목 사태에 대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인근 건물보다 높은 부지에 세워진 전북문학관과 주변 건물의 높이를 맞추기 위한 작업을 위해 나무 제거가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전북자치도 관계자는 “전북문학관은 당초 도지사 관사를 목적으로 설계된 건물로, 인근 다른 건축물보다 높은 부지에 나무와 건물이 세워졌다”며 “과거 이 단차는 ‘권위의 상징’으로 인식돼,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전북문학예술인회관의 설계 목적과 맞지 않아 층계를 제거하기로 결정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공사 과정 속 문학관 내부에 심어진 나무는 100% 제거될 예정이었지만, 최대한 보존할 방안을 꾀해 40그루 중 10그루는 기증과 옮겨심기를 통해 보존할 예정이다”며 “나머지 30그루는 크기와 모양 등의 이유로 다른 장소로 옮겨 심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해 안타까지만 벌목을 결정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한국전통문화전당과 JTV전주방송이 공동 주최하는 ‘2024 한복 모델 선발대회 인 코리아’가 지난 13일 전주 종합경기장 특설무대에서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한옥과 한복의 고장인 전주를 알리고자 마련된 한복 모델 선발대회는 고(故) 석주선 박사의 유일한 수제자인 이순화씨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심사 결과 영예의 대상은 이진(35·경기도 용인)씨에게 돌아갔다. 이진씨는 한복의 단아하고 절제된 미(美)를 잘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대회 수상자들에게는 전주시 한복홍보대사 위촉장이 수여되며 대상, 최우수상, 시니어상, 금상 수상자는 두바이 아부다비 화보촬영 및 세종학당을 방문해 K-한복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널리 알릴 예정이다.
지난 10일 소설가 한강(54)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과 동시에 노벨위원회 홈페이지에는 한 장의 그림이 등장했다. 중단발의 머리, 노란 황금빛이 감도는 얼굴, 알듯 말듯 은은한 미소를 띤 한강의 초상화였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과 함께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진 이 이미지는 스웨덴 화가 니클라스 엘메헤드가 그렸다. 엘메헤드는 2012년부터 노벨상 수상자 초상화를 도맡아 온 화가다. 노벨위원회는 매년 생리의학·물리·화학·문학·경제·평화 분야 수상자를 선정하고 있는데, 대외활동보다는 연구에 매진해 온 수상자들의 경우 고화질의 얼굴 사진이 공개된 경우가 많지 않았다. 2012년 노벨위원회의 미디어 분야 예술 감독으로 일하게 된 엘메헤드는 노벨상 공식 홈페이지에 수상자의 저화질 사진을 올리는 것이 마땅찮다고 봤고, 그림으로 사진을 대체하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초상화가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그는 2014년부터 노벨상 공식 초상화가로 일하게 된다. 그가 그린 초상화를 보면 수상자들의 얼굴이 황금빛으로 표현됐다는 점이 눈에 띈다. 수상자의 인종, 국적과 무관하게 모두 황금색만 사용하기 때문에 특정 피부색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엘메헤드는 처음에는 푸른색과 노란색을 섞어 초상화를 채색했지만, 2017년부터 노벨상 수상자 발표 공식 색상이 금색으로 정해지면서 채색 방식을 바꿨다. 엘메헤드는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처음에는 검은 윤곽선에 푸른색과 노란색 음영을 줘서 강조했다"며 "2017년에 주된 색상을 금색으로 하기로 했고, 여러 가지 종류의 금빛 물감을 쓰다가 금박을 입히는 것에 매료됐다"고 설명했다. 작업 방식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검은색 아크릴 물감으로 윤곽선을 그리고, 아주 얇은 금박을 특수 접착제로 붙인다. 공식 발표에 앞서 초상화를 그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엘메헤드는 노벨상 수상자를 미리 아는 몇 안 되는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히기도 한다. 그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안타깝게도 노벨위원회의 기밀 정책 때문에 정확한 시간은 밝힐 수 없다"면서도 "내가 꽤 빨리 그림을 그리는 편이고, 초상화는 몇 시간 안에 완성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한강 작가가 한 시상식에서 전년도 수상자로서 제게 상을 준 적이 있어요. 그때 제 '스토리보드와 더미북(견본책) 같은 습작이 경이롭다'는 짤막한 편지를 써서 읽어주셨죠. 또래이기도 해서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에 울컥하더라고요." 그림책 작가 백희나는 지난 10일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제 일처럼 기뻐했다. 그는 2020년 세계적인 권위의 아동문학상인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상을 한국인 최초로 받았다. 한강은 노벨위원회와의 인터뷰에서 어린 시절 영감을 준 작가 중 한명으로 스웨덴 아동문학 작가인 린드그렌을 꼽았다. 백희나는 "우리나라에서 노벨문학상이라니, 정말 기뻤다"며 "꼭 남녀를 나누는 건 아니지만, 우리나라 여성 교육이 일반화된 게 몇십년 안 됐는데 짧은 시간에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왔다는 게 대단한 일이고 고마웠다"고 말했다. 한강이 아시아 여성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으며 국내 출판계에서 신드롬급의 축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문학계는 최근 수년간 여성 작가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며 해외 유수 문학상에서 낭보를 전해 '포스트 한강'이 등장할지에 대한 관심도 받고 있다. 지난 12일 한국문학번역원 자료에 따르면 한강의 2016년 맨부커상 국제부문 수상을 시작으로 노벨문학상을 받기까지 8년여간 한국 작가들은 국제문학상(만화상 포함)에서 31차례 수상했다. 이중 여성 작가의 수상은 한강, 김혜순, 편혜영, 손원평, 윤고은, 김초엽, 황보름 등 22차례로 3분의 2를 차지한다. 세계문학의 중심이 서구, 남성, 백인의 서사에서 아시아 여성의 언어에 주목하는 흐름과도 맞물려 이들의 활약에 대한 전망을 밝게 한다. 한강 외에도 노벨문학상 잠재적 후보로 거론되는 작가는 미국과 유럽에서 독자를 확보한 김혜순 시인이다. 김혜순은 2019년 '죽음의 자서전'으로 캐나다의 그리핀 시문학상을 차지했고 2021년 스웨덴의 시카다상을, 올해 '날개 환상통'으로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한국인 최초로 받았다. 2022년에는 영국 왕립문학협회의 국제작가로도 선정됐다. 세계 시장에 각인된 30~50대 여성 작가군이 탄탄해진 점도 낙관적이다. 이들은 여성 서사에서 나아가 판타지, 추리, 과학소설(SF)까지 장르 다양성도 확보했다. 정보라는 굵직한 국제문학상 후보에 오르며 두각을 나타냈다. 소설집 '저주토끼'로 2022년 영국 부커상 국제부문과 2023년 전미도서상 번역문학 부문 최종후보에 올랐다. 그는 SF와 판타지, 호러를 경계 없이 넘나드는 작품으로 세계 시장에서 한국 장르 문학의 잠재력을 보여줬다. 윤고은은 2021년 '밤의 여행자들'로 영국 대거상 번역추리소설 부문을 아시아 작가 최초로 수상했다. 같은 해 이 작품으로 SSF 로제타상, 영국&아일랜드 코미디 우먼 인 프린트상, 2022년 국제 더블린 문학상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다. 편혜영은 한국적이면서도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소설인 '홀'로 2018년 미국의 셜리 잭슨상을 받았다. 2019년 일본번역대상과 2020년 프랑스 에밀 기메 아시아문학상과 독일 리베라투르상 후보에도 올랐다. SF 작가 김초엽은 비중화권 작가 최초로 중국의 양대 SF 문학상을 거머쥐었다. 그는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으로 2023년 중국 성운상 번역작품 부문 금상, 은하상 최고 인기 외국작가상을 받았다. 디아스포라(이산)의 역사를 다룬 한국계 미국인 작가들로 확장하면 여성 파워는 더욱 거세진다. 이민진은 재일조선인 4대의 파란만장한 연대기인 '파친코'로 2017년 전미도서상 후보에 올랐고, 2022년 이 소설이 애플TV+ 드라마 시리즈로 제작되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제2의 이민진'으로 불리는 김주혜는 한강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호명되던 날, 데뷔작인 '작은 땅의 야수들'로 러시아 톨스토이 문학상 해외문학상을 받았다. 세계 아동문학계에선 이미 백희나와 이수지가 그림책 작가들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두 상을 거머쥐었다. 백희나에 이어 이수지는 2022년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한국인 최초로 받았다. 이수지는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의 동네책방 에디션 표지를 그린 인연이 있다. 한강은 이수지가 그림책 작가들과 공동 창작하는 '바캉스 프로젝트'에서 선보인 '심청'의 바다 그림 중 쓰지 않은 장면을 표지로 담았다. '심청'은 정식 출간된 책이 아니란 점에서 독자들은 한강의 넓은 관심사에 놀라워하기도 했다.
올해로 124년을 맞은 노벨상은 어느 정도 예측은 됐지만 예상 범위를 훨씬 뛰어넘는 수상 사례를 잇따라 배출했다는 점에서 '예견된 파격'이라고 할만하다. 우선 매년 노벨상 수상 분야 가운데 가장 큰 관심이 집중되는 문학상 수상자로 한국 여성 작가 한강이 선정되며 한국을 넘어 전세계를 놀라게 했다. 한강은 아시아 여성 최초이자 한국인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품에 안으며 K-문학의 저력을 전세계에 떨쳤다. 올해 문학상이 여성 작가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예상은 일찌감치 나왔으나 주요 후보로 거론되지 않았던 50대 아시아 여성 작가의 수상은 그동안 노벨문학상의 관행을 깨는 신선한 파격으로 받아들여졌다. 과학 분야에서는 인공지능(AI)이 주인공이었다. AI는 유력한 수상 후보로 거론되면서도 동시에 실제 수상은 아직 이르다는 관측도 나왔는데, 물리학상에 이어 화학상까지 가져가며 AI 시대를 활짝 열었다. 평화상은 일본 원폭 생존자 단체에 돌아간 가운데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 등 2개 전쟁이 계속되는 와중에 '핵심'을 비켜 간 선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 '젊은 아시아 여성 작가' 한강 문학상에 전 세계 '깜짝'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 등의 소설로 전세계적 인지도를 쌓은 한강(53)은 한국인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며 한국 문학의 새 역사를 썼다. 아시아 여성의 노벨 문학상 수상은 한강이 처음이다. 여성 작가로서는 역대 18번째 수상자다. 올해 노벨 문학상은 아시아 여성 작가의 수상이 유력하게 점쳐졌다는 점에서 한강의 수상은 어느 정도로는 예측이 맞아떨어졌다고 볼 수 있다. 노벨 문학상은 최근 10여년간 남녀가 번갈아 받는 추세가 굳어졌는데 지난해에는 노르웨이 남성 작가 욘 포세가 받았기 때문이다. 또 아시아 작가의 수상은 2012년 중국 모옌 이후 12년간 없었다. 하지만 올해 노벨문학상 주요 후보로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한강의 수상은 이변으로도 받아들여졌다. 한강이 앞서 영국 맨부커, 프랑스 메디치상 등을 받으며 이미 국제적으로 상당한 명성을 쌓은 작가이지만 유력 후보군에서 빠졌던 것은 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덜 알려진 한국 작가라는 점이 컸다. 중국과 일본은 앞서 이미 노벨 문학상 작가를 배출했고 매년 유력 후보군에 자국 문인들이 거론되곤 했다. 작가로서는 상대적으로 젊은 한강의 나이도 영향을 미쳤다. 노벨 문학상은 한 작가의 작품 세계 전반을 평가해 수상자를 정하기 때문에 60∼70대 이상 연령대 수상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유력 후보로 거론된 작가들도 대부분 70대 이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젊은 여성 작가' 한강이 수상하자 주요 외신과 문학계는 예측 밖이었다며 놀라움을 표했다. NYT는 중국 작가 찬쉐 등이 올해 유력 후보였다는 점을 들어 한강의 수상은 "놀라운 일"(surprise)이라고 표현했고,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는 "예상을 뒤엎었다"고 전했다. 리베라시옹은 "올해 수상자 선정은 문화 엘리트들을 놀라게 할 것"이라고 짚었다.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으로 한국 문학은 물론 한국 문화 전반도 다시금 주목받았다. AP와 AFP통신 등은 드라마 시리즈와 영화, K팝 등 한류 전반의 흐름을 짚으며 한국 문화의 글로벌 영향력이 커지며 주류로 자리 잡았다고 평했다. ◇ 과학 분야 주인공은 AI…첫 등장에 물리학상·화학상 휩쓸어 올해 노벨상 무대에서는 AI 관련 연구가 물리학상에 이어 화학상까지 가져가며 과학 부문의 주인공이 됐다. 8일 발표된 물리학상은 AI 머신러닝(기계학습)의 기초를 확립한 존 홉필드(91) 미 프린스턴대 명예교수와 구글 부사장을 지낸 제프리 힌턴(76)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가 받았다. 이어 9일에는 구글의 AI기업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 최고경영자(CEO)와 존 점퍼 연구원(39)이 미국 생화학자 데이비드 베이커(62)와 함께 화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허사비스와 점퍼는 단백질 구조를 파악하는 AI 모델 '알파폴드' 개발 공로를, 베이커는 '단백질 설계 예측'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최근 급격히 발전하며 거대 혁신으로 주목받은 AI 기술은 올해 노벨상 수상이 유력하다고 일찌감치 거론됐다. 글로벌 정보분석 서비스 기업 클래리베이트(Clarivate)의 과학정보연구소의 연구분석 책임자인 데이비드 펜들베리는 구글의 AI 기업 딥마인드의 과학자들이 화학상 후보로 고려되고 있을 수도 있다고 예측한 바 있다. 하지만 AI가 그동안 주로 순수 학문 분야에 수여됐던 노벨상을 올해 처음 받으면서 2개 부문을 '접수'한 것은 이변으로 받아들여졌다. AI를 필두로 한 컴퓨터 과학은 순수 학문이라기보다는 프로그램이자 기술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학계가 아닌 업계 출신이 노벨상을 받은 것 역시 이례적이다. 허사비스 CEO와 점퍼, 힌턴 교수 세 사람 모두 빅테크 구글의 전·현직자다. 학계 안팎에서는 현대 과학의 전면에 AI가 등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NYT는 오렌 에치오니 워싱턴대 컴퓨터과학 명예교수를 인용해 올해는 노벨위원회가 인공지능을 주목한 해였다며 "인공지능이 과학계에서 얼마나 영향력을 키웠는지 인식한 것"이라고 전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도 "AI가 노벨상에 왔다"고 평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노벨상 측이 학문적 발견보다 컴퓨터를 이용한 방법론에 집중한 점을 비판하는 'AI 2관왕'이 과학 분야에 대한 논쟁도 불러일으켰다고 덧붙였다. AI 기술을 둘러싼 논란도 커질 전망이다. 당장 힌턴 교수와 허사비스 CEO 등 수상자들도 소감을 전하면서 AI가 통제 불능이 돼 인류를 위협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취지의 경고를 했다. 한편 생리의학상은 유전자 조절에 핵심적 역할을 하는 마이크로 RNA 발견에 기여한 미국 생물학자 빅터 앰브로스(70)와 게리 러브컨(72)에게 돌아갔다. ◇ 평화상은 일본 반핵 단체…'전쟁통 비켜 갔다' 비판도 인류의 평화에 이바지한 공로를 기리는 노벨 평화상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우크라이나, 수단 등 지구촌 곳곳에서 계속되는 포화로 암울한 분위기 속에 발표됐다. 전쟁통에 발표되는 평화상인 만큼 노벨위원회가 수상자 선정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지에 관심이 쏠린 가운데 반핵 운동을 펼쳐 온 원폭 생존자 단체 일본 원폭피해자단체협의회(日本被團協·니혼히단쿄)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노벨위원회는 니혼 히단쿄가 "핵무기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핵 금기'(the nuclear taboo)의 확립에 크게 기여했다"며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이를 두고 원폭 투하 80주년을 한해 앞두고 핵무기 위험성과 핵 군축·군비 통제 필요성을 환기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수상자 선정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우크라이나, 수단 등 현재 진행형인 전쟁들과 직접적 연관이 없다는 점을 비판하고 있다. 특히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UNRWA)나 국제사법재판소(ICJ) 등 유력하게 거론됐으나 이스라엘 측에서 반대하는 후보의 수상이 불발된 것을 두고 노벨위원회가 논쟁을 피해 가려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과 올해 노벨평화상을 보류했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 개인 수상자 8명 평균나이 64세…여성은 한강 유일 노벨상은 총 6개 부문 가운데 지난 7∼11일 5개 부문 수상자가 정해졌고 경제학상 발표만 앞두고 있다. 지금까지 발표된 수상자 가운데 개인은 8명으로, 이들의 평균 나이는 63.9세다. 최고령자는 물리학상을 받은 홉필드, 최연소자는 화학상을 받은 점퍼다. 여성은 한강 1명이고 나머지는 모두 남성이다. 또 한강을 제외한 나머지 수상자들은 모두 미국 또는 영국 출신이어서 올해 노벨상은 앵글로색슨(북미·영국)계 남성 편중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학상은 14일 중부유럽표준시로 오전 11시 45분(한국시간 오후 6시 45분) 이후에 발표된다. 노벨상 다른 분야는 알프레드 노벨(1833∼1896)의 유언에 따라 제정돼 1901년부터 수여됐는데 경제학상은 그보다 한참 늦게 시작됐다. 스웨덴 중앙은행이 창립 300주년을 맞아 상을 제정하기로 하고 노벨 재단에 기부한 출연 재산을 기반으로 1969년부터 시상하고 있다. 노벨 경제학상으로 통칭되지만 정식 명칭은 '알프레드 노벨 기념 스웨덴 중앙은행 경제학상'인 것도 이 때문이다. 다른 분야 노벨상은 전쟁 등으로 중간에 공백기가 있기도 했으나 경제학상은 1969년부터 매년 빠지지 않고 수여됐다. 지난해까지 수상자는 총 93명이다. 단독 수상이 26차례, 2명 공동수상이 20차례, 3명 공동수상은 9차례 나왔다. 여성 수상자는 3명이다. 노벨상 시상식은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에 열린다. 물리학·화학·생리의학·문학·경제학상은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평화상은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수여된다. 수상자에게는 메달과 상금 1천100만 스웨덴 크로나(약 14억3천만원)가 주어진다.
이 길일까? 저 길일까? 비몽사몽 헤맸습니다. 도대체 문은 어디일까요? 바늘귀만 한 구멍이라도 보여야 헤어날 텐데, 얽힌 꿈길 실마리를 찾을 수 없습니다. 뜨고도 감은 눈 더듬더듬 신발을 꿰신습니다. 새벽 다섯 시, 어찌어찌 꿈 밖으로 나와 일없이 걷던 천변길에 섭니다. 머리를 남으로 두르고 싶건만, 어디가 동쪽이고 어디가 서쪽인지 어림도 못 하겠습니다. 점치듯 발길에 맡깁니다. 안개 때문인지 백태 낀 눈 때문인지 이어졌다 끊기는 길, 그저 더듬이 쫑긋 세우고 달팽이 걸음입니다. 등대 같던 샛별이 깜깜 지워졌습니다. 건너편 그 높던 아파트 간곳없습니다. 몸 따로 마음 따로, 흔들리던 내 속엣말도 수신되지 않습니다. 지금 눈앞에 없는 하늘과 땅과 나, 세상은 헛것일까요? 앵앵 앰뷸런스가 적막을 깹니다. 어라, 발밑에 개똥이 밟힙니다. 돌아가 대문 앞, 나를 기다리는 게 개일지 늑대일지 더욱 혼란스럽습니다. 멀리 제자리 우뚝 선 모악산이 보면 나는 겨우 오 리 안개에 갇혀서 갈팡질팡하겠지요. 이마에 묻은 안개가 간밤 꿈속을 헤맨 식은땀만 같습니다. 새벽안개 짙은 가을날은 쨍하다던가요?
소설가 한강(53)이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 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스웨덴 한림원은 10일(현지시각) 소설가 한강을 2024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한국인이 노벨상을 수상한 것은 지난 2000년 평화상을 탄 고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다. 한림원 노벨위원회는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생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수상자에게는 상금 1100만 크로나(한화 약 13억4000만 원)와 메달, 증서가 수여된다. 1970년 광주에서 태어난 한 작가는 연세대 국문과를 졸업한 뒤 1993년 '문학과사회'에 시를 발표했다. 이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되어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주요 작품으로는 장편소설 <채식주의자> <바람이 분다, 가라> <희랍어 시간> <소년이 온다>, 소설집 <여수의 사랑> <내 여자의 열매> <노랑무늬영원> 등이 있다. 만해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동리문학상, 이상문학상, 오늘의 젊은예술가상, 한국소설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한 작가는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평단의 호평을 받아왔다. 지난 2016년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 인터내셔널을 수상했고, 2018년 <흰>으로 같은 상 최종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2023년 <작별하지 않는다>로 한국인 최초로 프랑스 4대 문학상 중 하나인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받았다.
공사비 문제와 문화재 발굴까지 갖가지 문제로 터덕거렸던 전주독립영화의집 건립 사업이 11월 착공과 함께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18년 사업 추진 계획 수립 이후 여러 차례 사업이 지연되면서 첫 삽도 뜨지 못하고 6년이 지났는데, 그 사이 사업비 예산은 두 배 가까이 늘었고, 사업 지연으로 인근 상권도 무너져 주변 상인들의 시름이 깊어지면서 지역에서는 신속한 사업 진행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0일 전주시에 따르면 완산구 고사동 340-1번지 일원(옛 옥토주차장)에 건설 중인 전주독립영화의집은 지하 1층~지상 4층 규모의 영상문화 복합공간이다. 침체된 전주 구도심의 상권을 회복하고, 영화 도시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독립‧예술 영화 위주의 전용 상영관과 후반제작 시설, 시네라키비움(도서‧기록‧박물관) 등을 갖춘 공간을 목표로 지난 2020년 사업이 본격화됐다. 시는 지역 영상산업의 선순환 생태계 구축 거점 기능을 수행해 ‘영화의 도시, 전주’ 위상을 확고히 할 영상문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다. 이에 따라 시는 267억 원을 들여 고사동 영화의 거리에 있는 옥토주차장 부지를 매입했다. 그러나 해당 부지에서 2022년부터 매장문화재 발굴 조사가 진행되면서 준공 날짜가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독립영화의집은 당초 2024년 10월이 준공 목표였지만 이후 2025년 12월, 2026년 9월로 계속 늦춰졌다. 그러는 사이 사업비는 천정부지로 뛰었다. 총건립 비용은 당초 590억 원에서 최근 720억 원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문화재 발굴로 주차장을 지상이 아닌 지하에 만들어야 할 상황에 놓이면서 2023년 3월부터 1년 동안은 사업비를 늘리기 위해 기재부와 협의하는데 시간을 모두 쏟았다. 다행히 현재 감리 발주 및 시공사 선정 등 필수 행정 절차 이행은 속도를 내고 있다. 시는 오는 11월부터 독립영화의집 착공에 나설 계획이며 오는 2026년 9월 개관한다는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문화재 발굴 등 설계 과정에서 1년 이상 시간이 소요되다 보니 착공‧준공 시기가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며 “시공사만 선정된다면 곧바로 착공할 수 있고, 계획대로 2026년 개관이 가능하다. 사업이 빨리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시의 설명과 달리 사업이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독립영화의집 건립에 필요한 예산 720억 원 중 국비 159억 원이 필요하지만, 올해까지 확보한 국비는 59억 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또, 시공사 선정 등 필수행정 절차에 대한 변수도 남아있다. 시 관계자는 “나머지 국비는 내년과 내후년에 확보해야 한다”며 “총사업비 관리대상 사업이기 때문에 사업비 확보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지의 과거와 현재를 되짚고, 미래를 살펴보는 '2024 전주국제한지산업대전'이 9일부터 13일까지 열린다. 한국전통문화전당(원장 김도영)은 한지의 우수성과 예술성, 산업의 지속가능성 등을 폭넓게 보여주기 위해 주행사장을 한국전통문화전당과 전주페스타가 열리는 종합경기장으로 장소를 이원화했다고 8일 밝혔다. 전당에서는 9일부터 한지의 역사부터 미래 산업까지 살펴볼 수 있는 전시 관람형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세부적으로 △자연에서 시작되어 장인의 손을 거친 한지를 조명하는 ‘한지역사 주제관’ △옛 한옥가옥의 전통적 아름다움에 현대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한지상품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한지산업 주제관’ △30주년을 맞이한‘전국한지공예대전 초대작가전’ △한지를 활용한 다양한 현대공예를 보여주는 ‘한지현대조형 기획전’ △세계의 종이문화를 엿볼 수 있는 ‘국제종이문화 기획전’ 등으로 구성되었다. 전시의 경우 오는 27일까지 이어져 전주페스타 기간 동안 시민들에게 한지문화를 알릴 예정이다. 종합경기장에서는 11일부터 13일까지 한지문화를 보고 듣고 만들어 보는 시민 참여형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세부적으로 △전국의 패션디자이너들이 참여한 한지의상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한지패션쇼’ △한지공예체험, 한지뜨기 체험, 목판인쇄체험, 한지연 만들기 등 ‘한지문화 체험부스’ △지역의 한지를 볼 수 있는 ‘지역한지브랜드관’ △한지공방, 기업, 학교 등이 참여하는 ‘상품판매관’ △한지장분들이 직접 선보이는 ‘전통 한지뜨기 공개시연’ 등이 진행된다. 올해로 3회째를 맞는 ‘한지의 날’ 리셉션은 10일 전주의 한 호텔에서 열린다. 한지의 날은 전통한지 계승을 위해 한지살리기재단(이사장 이배용)을 중심으로 안동, 문경, 전주 등 전국의 한지 관련 지자체가 함께 2022년 처음 제정한 날로 전당은 이번 기념식을 통해 전통한지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 등재 기원과 한지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등 한지인들의 소통과 화합의 장을 가질 예정이다. 이와 함께 독일 뮌헨에서는 10월 10일 '한지의 날'을 기념하며 ‘한지소통의 미학’을 주제로 국제한지문화 특별전을 마련했다. 김도영 원장은 “올해 전주국제한지산업대전은 행사 규모가 확대만큼 많은 사람들이 한지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행사, 전시, 체험 등 내실 있는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이다”며 “이번 행사가 한지의 위상을 높이고 세계화를 위한 시장개척에 박차를 가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북시인협회는 매년 우리 고장의 역사적 흔적을 찾아 시행해 오던 문화 역사탐방을 지난 5일 회원 및 도민들과 함께 ‘한국인의 서사 전라도 관찰사 순행길을 가다’ 라는 주제로 실시했다. 전라도의 지명유래와 연계해 정읍과 장성, 나주로 이어지는 조선시대의 전라도 관찰사 순행 길을 따라 역사를 더듬는 답사 형식으로 진행된 이번 행사에는 소재호 전 전북예총 회장, 심재기 전 전주문인협회장, 전북시인협회 정읍지역위원장 김철모, 진안지역위원장 추원호, 순창지역위원장 홍성주 등이 함께했다. 전주에서 출발한 일행들은 정읍에 있는 우암 송시열 유허비를 시작으로 장성 갈재에 있는 갈애바위의 유래와 안덕사 미륵불의 기원에 대해 탐구했다. 이어 나주에 들려 나주목사 내아를 비롯해 나주 향교, 나주목 객사 역할을 한 금성관, 백호 임제의 흔적을 조성해 놓은 영모정, 고려 태조 왕건이 2대 혜종을 낳은 장화왕후를 만나게 한 우물인 완사천 등을 답사한 후 보물로 지정된 나주석당간주를 둘러봤다. 특히 이날 문화역사 탐방의 해설자로는 전북특별자치도 문화재위원이자 사단법인 우리 땅 걷기 신정일 이사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신 이사장은 백호 임제의 흔적이 담긴 영모정 및 보물로 지정된 나주 석당간주 등을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탐방 코스로 인도해 참석자들로부터 갈채를 받기도 했다.
전주 다가공원 내 세워진 ‘가람 시비’가 훼손된 것으로 밝혀졌지만, 이에 따른 보수 공사가 이뤄질지는 안갯속이다. 해당 지자체는 시비의 존재도 모르는 등 “관리 대상이 아니다”라며 ‘나 몰라라’ 행정으로 일관하면서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다가공원에 있는 ‘가람 시비’는 지난 1969년 가람 이병기 시조 시인 서거 1주기를 맞이해, 가람의 제자들이 뜻을 모아 세운 비석이다. 비석에는 강암 송성용 선생의 글씨로 가람 선생의 시 ‘시름’이 쓰여 있다. 지난 5일 찾은 다가공원 정상. 정상 초입에는 철근 울타리로 둘러쌓여진 가람 시비와 함께 공원 운동기구를 사용하고 있는 시민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날 가람 시비 가운데 훼손된 부분은 글씨 쓴 이의 이름이 적힌 ‘강암 송성용’으로, 날카로운 도구를 이용해 일부러 긁어놓은 것처럼 보였다. 설립 이후 50여 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시비의 다른 글씨 역시 세월의 흔적이 곁들여져 보수 공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다가공원 초입과 가람 시비 주변 어디에도, ‘가람 시비’의 의미와 역사 등에 대해 설명하는 글귀를 찾아보기 어려워, 시비에 대한 무관심이 더욱 커진 것으로 보인다. 시민 김정애 씨(57·중화산동)는 “항상 이곳에 방문해 운동을 하고 있는데, 시비가 훼손된 것은 몰랐다”며 “입구도 없는 울타리로 둘러 쌓여 있는 곳의 시비가 훼손돼 있다니 의문이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시비 훼손으로 다가공원이 지닌 ‘장소성’도 퇴색돼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실제 다가공원은 일제강점기에 일본 신사가 있던 곳으로, 지역의 ‘아픈 역사의 흔적’으로 꼽히는 공간 중 한 곳이었다. 이러한 의미가 담긴 공간에 생전 조선어학회에서 활동하고, 일제강점기 시절 한글 수호에 앞장선 가람 선생의 시비가 세워져 국가와 민족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곳으로 탈바꿈하는 계기를 마련했었기 때문이다. 지역 원로 시인인 김남곤 시인은 “한국 시조 역사상 근대와 현대를 관통하는 개척자로 전해지는 이병기 선생님의 시비가 망가질 때까지 방치한 건 전주 시민의 큰 수치”라며 “다가공원을 관리하는 관할부서와 관련 협회가 신속히 보수정비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처음으로 이러한 문제를 알린 최기우 작가 역시 “해방 이후 전주 시민들에게 민족의 정체성을 심어준 다가산의 장소성을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훼손된 시비를 바르게 고쳐야 한다"면서 "시비의 의미를 알리는 일에 지자체와 관련 기념사업회, 전북 문학인 모두가 힘을 모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주시는 “‘가람 시비’는 관리 대상이 아니다”며 보수공사는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전주시 관계자는 “다가공원 시설관리 업무를 하고 있지만, 현재 시에서 보수하는 것은 공원 내 설치된 공공운동기구와 데크가 전부”라며 “당초 가람 시비는 가람 선생의 제자분들이 설치한 것이고 그 이후 별도로 위임을 받은 상황도 아니다. 시비와 관련한 유지보수 예산도 없어 보수 공사가 어렵다”고 말했다.
세종한글서예연구회(회장 김순갑)가 주최하고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이 후원하는 한글날 기념 제45회 학생붓글씨쓰기 한마당 대회에서 김서현(무주 적상초 6년) 학생이 대상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는 학생들의 소질개발과 바람직한 정서 순화로 인격 형성을 도모하고 한글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을 널리 보급 및 발전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개최됐다. 대상(전북특별자치도교육감상) 1명, 금상 4명, 은상 6명, 동상 15명, 장려상 30명, 특선 32명, 입선 62명 등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또 올해의 우수교육자상은 죽봉서예원의 임성곤 선생이 받았다. 김순갑 회장은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화선지에 한자 한자 정성 들여 쓴 흔적이 보인다"며 "한글의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 열심히 붓과 펜을 들고 쓰고 있는 학생들에게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특선 이상의 작품은 오는 18일부터 28일까지 전주 KBS 갤러리에서 세종한글서예연구회의 정기회원전 ‘묵향에 담은 우리글’ 작품과 함께 전시된다.
140년 만에 되살아난 ‘전라감영 접빈례’, 옛 외교의 품격을 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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