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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워 완성한 작품 첫 전시서 공개...최한주 작가 첫 개인전

최한주 작가가 도내 미술 발전에 큰 기여를 하고자 갤러리와 카페 형태로 꾸민 문화공간 갤러리 한주를 조성했다. 최 작가는 내년 1월 1일부터 3월 31일까지 갤러리 한주에서 첫 개인전 '임금 피크'전을 연다. 최 작가는 원광대 미대 졸업 후 한국농어촌공사에서 30여 년 동안 일하고 있다. 입사 후 그림에 대한 열정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해 한국화가로 우뚝 섰다. 전시에서는 최 작가가 일과 그림 그리는 일을 병행하며 밤새워 제작한 전통 수묵채색화를 기반으로 한 인물화, 서예 작품 등 다양한 분야의 작품 30점을 볼 수 있다. 한국화와 추상화를 넘나들며 오랜 시간 고뇌한 최 작가의 노력이 담긴 작품들이다. 최 작가는 "제 나름대로 열심히 인생을 살아오며 일과 화가로 불면의 밤을 새우며 제작한 작품을 관람객들에게 선보이는 첫 전시회라 설렘이 크다"며 "녹록지 않은 현실에서 아름다운 영혼이라는 무형의 실체를 뜨거운 가슴으로 안고 그리움이 가득한 날에 점과 선으로 여백을 그리며 인간의 존재를 찾아내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읍 출신으로 한국미술협회·원묵회 회원으로 활발한 미술창작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전라북도미술대전 특선·입선,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 한국농어촌공사 가족문예상 종합대상, 아세아 태평양 서예대전 입선 등 각종 공모전에 여러 차례 입상했다.

  • 전시·공연
  • 박현우
  • 2022.12.29 16:12

[김용호 정읍시립국악단 단장 전통문화바라보기] 방방곡곡 문화공감사업

전국 문예회관에서 공연되고 있는 방방곡곡 문화공감사업은 전국에 퍼져있는 문예회관을 활용하여 지역 주민에게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사업으로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에서 주관하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사업 중 큰 예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 공연되는 전통예술분야를 살펴보면 다양한 기획과 제작으로 실험성, 보편성, 희소성, 대중성 등 각각의 가치를 추구하는 작품들이 전국을 무대로 펼쳐지고 있으며 내년에도 새로운 시작을 모색하고 있다. 필자 또한 사업과 관련해 2023년도 최종 민간 작품선정 심사를 하는 기회가 주어져 많은 고민과 설렘, 그리고 작품을 만드신 분들에게 향한 감사의 마음을 전한 시간이었다. 방방곡곡 사업을 심의하면서 가장 먼저 판단했던 것은 어떤 작품을 선정하면 관객에게 많은 호응을 얻고 흥미로운 공연으로 기억될까 하는 지극히 평범하고 당연한 지향점이었다. 쉽게 다가설 수 있는 작품. 그것은 특별함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 전문예술가로서 풀어야 할 어려운 작업 중 하나이다. 우선 지역은 수도권과 문화향유의 접근이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에 선택된 작품은 지역 주민이 쉽고 편하게 그리고 친근감 있게 유도할 수 있는 대중성에 주안을 두고 다가서는 작품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전문 예술성을 생각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보편적 접근이란 가치에 더 가까이 생각해야 하며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작품선정에 대한 판단 기준은 그래서 상이하다. 예술성과 대중성. 물론 이 두 토끼를 잡는다면 성공한 수작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이 세상의 창작은 목표를 위해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목적을 위한 방편이 될 수도 있다. 현재 지역에도 많은 민간 예술 창작과 제작이 이루어지고 있다. 넉넉지 못한 예산이지만 열정과 성의를 다해 만드는 작품들이 상당히 많다. 특히 전통예술 작품은 더욱 그렇다. 서두에 거론한 방방곡곡 문화공감사업을 예로 들자면 매년 창작되어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공모에 참여하는 전국 민간 전통예술 작품만 해도 140여 건이 넘는다. 하지만 선출되는 작품은 30여 건에 불과하고 이 또한 문예회관의 선택을 받아야지만 그나마 예산을 지원받아 공연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 결코 쉽지않은 과정인 것이다. 국공립예술단체도 이제 관객이 없는 작품을 만들려 하지 않는다. 창작의 고뇌는 자신만의 싸움이 아니다. 우리를 바라보는 관객의 시각과 이해도 중요한 요건임을 다시금 깨닫자. 창작의 실험성에 놀라움과 특별함으로 다가올 수 있는 관객도 있겠지만, 창작의 대중성에 즐거움과 행복함으로 다가오는 관객도 많다는 것을 잊지 말자. 다가오는 2023년 우리 전통예술가들의 기쁨과 행복을 기원하며. 활기찬 검은 토끼를 잡는 계묘년 한 해가 되기를 소원합니다.

  • 문화일반
  • 기고
  • 2022.12.29 16:10

[2022 전북 문화계 결산] ② 문학·출판

올해 전북 문학·출판계에는 일이 많았다. '전북 문단의 큰 별'이라고 불린 중산 이운룡 시인 별세 소식부터 전북문인협회의 첫 명예시인 제도 도입, 동화창작연구소 제1호 동화 잡지 '동화마중' 발간, 전북 출신 문인들이 한국문인협회 임원 선거에 대거 참여하는 등 새로운 도전도 돋보인 한 해였다. 전주 동네책방 문학상 수상작 모음집 <맛있는 밥을 먹었습니다> 텀블벅(크라우드 펀딩) 후원이 135%를 달성하고 전북 문인들이 여러 문학상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는 등 좋은 성과를 내기도 했다. △"전북 문단의 큰 별을 기리다" 중산 이운룡 시인 전북 문인장 전북 문단을 기둥처럼 받쳐 주고 따듯하고 포근한 통솔력으로 후배 문인을 아껴 준 중산 이운룡 시인이 9월 24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4세. 전북문인협회는 9월 26일 전북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전북 문인장을 열고 고인을 기렸다. 이날 문인장에는 도내 문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이 시인을 애도했다. 이 시인은 진안 출신으로 전북대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조선대에서 문학박사를 취득했다. 그는 전북에서 최초로 열린시창작교실을 개설하고 전북문인협회장, 국제PEN클럽 한국본부 이사, 전북문학관장 등을 지냈다. △전북 문학·출판계에 부는 첫 바람 동화창작연구소가 동화 잡지 '동화 마중' 창간호를 발간했다. 연구소는 동화와 평생 친구가 되고 싶은 사람, 동화 쓰기에 참여한 동화 아카데미 회원 등의 뜻을 모아 동화 잡지를 만들었다. 지역 문화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힘을 모으고 동화와 관련된 지역사회 문화사업을 펼쳐 나가겠다는 목표다. 전북문인협회는 최근 명예시인 제도를 도입했다. 제1회 명예시인에 윤석정 전북일보 사장을 추대하고 내년 1월 12일 명예시인 증서를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전북예총진흥위원회위원장으로 활동하며 문학에 조예가 깊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오랜 시간 전북 문단의 크고 작은 단체에 아낌없는 후원으로 메세나 운동에 앞장섰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전북 출신으로 중앙 문단에서 활약하고 있는 전북 문인들이 한국문인협회 임원 선거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각각 수필·시·소설분과 회장 출마, 부이사장·이사장 출마 등 다양한 분야에 도전장을 내민 것으로 확인됐다. △동네책방의 조용한 선방 전주의 책방지기들이 모여 만든 전주동네책방문학상이 올해도 찾아왔다. 제2회 전주동네책방문학상의 주제는 '맛있는 밥을 먹었습니다'로 총 328편이 응모됐다. 매년 개최를 통해 지역의 작은 동네책방에서 문학을 사랑하는 이들의 글을 길어 올리는 작업을 멈추지 않겠다는 목표다. 제2회 전주동네책방문학상 수상작 8편, 수상자 인터뷰, 심사평 등을 모은 모음집 <맛있는 밥을 먹었습니다> 텀블벅 후원을 진행했다. 후원 목표 금액은 200만 원, 목표 제작 부수는 1000부로 설정했다. 그 결과 135%를 달성하며 기분 좋게 마감했다. 제1회 전주동네책방문학상 텀블벅 후원 때보다는 낮은 달성률로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또 동네 책방 잘익은언어들은 책방 내 다독왕으로 알려진 김동옥 씨가 2021년 1년 동안 읽은 책을 전시하기도 했다. 주제는 '책꾸 작업실, 동옥서재'. 읽은 책마다 기록한 독서노트도 함께 전시해 주목받았다. △전북 문인들이 이룬 성과 전북 문인들은 올해도 각종 문학상에서 수상했다는 소식을 알리며 좋은 성과를 냈다. 황해도 신천 출신의 석촌 김영일 선생이 어린이 사랑 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김영일 아동문학상에 장수 출신 박상재 작가(동화 부문), 익산 출신 정성수 시인(동시 부문)에 선정됐다. 자연주의, 생명주의 수필을 지향해 온 김규련 수필가를 추모하고 그의 문학정신을 계승하고자 제정된 김구련수필문학상에 전주 출신 김용옥 수필가가 이름을 올렸다. 또 시와편견문학상에 남원 출신의 복효근 시인이 당선자로 결정됐다. 전국 유명 시인 34명의 각 60편 이상의 원고 속에서 뽑혀 의미가 남다른 수상이다. 이밖에도 여러 문학상에서 수상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다음 연도의 수상 소식이 기다려진다는 다수의 목소리도 나왔다.

  • 문학·출판
  • 박현우
  • 2022.12.28 17:45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 운영 방식 '결정'...내년부터 인력 1명 파견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 운영 방식을 두고 새어 나오던 잡음이 하나둘 정리되는 모양새다. 현재 미술관은 서울관에 상주 직원 2명을 배치하고 있으나 내년부터는 1명만 배치할 예정이다. 최근 미술관은 보증금 7억 5000만 원, 연 임대료 2억 지불, 많지 않은 미술관 내 인력을 서울관에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이어 전북도의회, 미술관 운영자문위원회에서도 같은 문제로 지적받으며 서울관 운영 방식에 변화를 줄 계획이었다. 미술관은 본관 기획 전시에 2명의 인력이 배치되는 것을 감안해 도내 미술인에 여러 대안을 제시했다. 크게 작품 반·출입 시 출장 형태 인력 배치, 중앙 무대에서 활동하는 비평가 매칭, 희망 작가에 한해 출장 형태 인력 배치 등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술관은 도내·수도권 미술인 등과 간담회를 거쳐 미술관이 가장 힘을 실었던 비평가 매칭 제도 도입은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이애선 관장은 "도내·수도권 미술인 등 간담회를 거쳐 전체 의견을 모으고, 종합 설문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비평가 매칭에 대한 반대 의견이 대다수라 내년부터 상주 직원을 1명 배치하기로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장은 "간담회에서 나온 의견 중 비평가 매칭, 상주 직원도 두면 안 되느냐는 의견이 있었다. 이 의견처럼 두 가지 대안을 다 수용할 수 있도록 미술관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박현우
  • 2022.12.28 17:44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이준호 작가 - 최연숙 '경성 기억 극장'

이 작품은 일제강점기가 배경이지만 작가가 전달하려는 의미는 지금, 여기, 우리에게도 유용하다. 친일이나 위안부, 강제징용 같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에 더욱 그렇다. 고아인 덕구는 열두 살이다. 제공권과 제해권이 연합군에게 넘어가 배급제가 실시되는 조선에서 덕구는 살기가 버겁다. 덕구가 어렵사리 일자리를 얻은 경성 기억 극장엔 기억을 삭제해주는 기계가 있다. 주된 손님은 전쟁 범죄를 지우려는 군인들이다. 때론 학병 지원을 권유한 지식인, 독립군을 고문한 경찰이 찾기도 한다. 이 기계는 일본 군부가 경성제국대학 교수에게 의뢰하여 만들었다. 패전하여 전범 재판이 진행될 경우, 군인들의 기억을 지워 불리한 증거들을 없애겠다는 의도이다. 군인들은 PTSD로 고통 받지만 전쟁을 기획하고 명령한 자들은 그들의 고통은 안중에도 없다. 일본은 태평양전쟁을 대동아전쟁이라 부른다. 그리고 유럽 중심의 구체제에 맞서는 일본 중심의 ‘대동아 공영권’을 ‘신체제’라 명명한다. 일본은 이 슬로건들을 구현하기 위해 전쟁을 선택한다. 멸사봉공이니, 일억일심이니 하는 전체주의 아래에서 전쟁을 수행했으니, 그와 같은 방법으로 전쟁 범죄를 지우는 것 또한 이상하지 않다. 일본인들은 중앙정치보다 지방정치에 투표율이 높다. 일본은 세습 정치인이 많다. 집권당인 자민당만도 의원의 40프로가 대를 이은 정치인이다. 국민은 눈앞의 것에만 집중한다. 정치인은 선대의 잘못을 인정하면 자신들의 정체성마저 흔들리게 된다. 이런 상황이니 왜곡과 삭제가 일어나기 딱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일본이 아무리 많은 기억 삭제 기계를 작동해도 과거는 사라지지 않는다.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그들의 과거는 사유재가 아니라 공공재가 되었기 때문이다. 덕구 옆방에 사는 아저씨는 고문 후유증으로 괴로워한다. 덕구와 용남이는 독립운동 혐의가 있는 옆방 아저씨를 밀고했다. 두 아이는 죄책감을 잊으려고 기억을 지웠지만, 애쓴 보람도 없이 자신들의 과오를 알게 된다. 그 과정에서 덕구 엄마의 약값 때문이었다는 게 밝혀지지만 그건 면죄부가 되지 않는다. 여기에서도 작가의 주제의식이 드러난다. 인간은 기억할 때만이 인간이다. 이 작품은 ‘도망치고 싶은 현실’을 포기하고 ‘안주하고 싶은 가상’을 선택하는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경성 기억 극장의 기계는 현재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상기시킨다. 경성 기억 극장의 스크린엔 사람들이 지우고 싶은 기억이 투사된다. 극장은 공유하고 나누는 곳이지 삭제하는 곳이 아니기에 경성 기억 극장은 그 기능을 잃었다. 그러므로 독립군과 일본군의 충돌 과정에서 파괴되는 건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다 읽고 나니 이런 생각이 든다. 나쁜 기억도 기억이고 흑역사도 역사다. 그러니 지워서도 안 되고, 지울 수도 없다. 사족 한 가지, 이 작품 중간쯤에 기억을 지운 어느 사람의 직업을 ‘공군 비행사’라고 적고 있는데, 당시 일본은 육군과 해군 항공대만 운용했다. 이준호 작가는 소설과 동화를 쓰고 있다. 지은 책으로 <할아버지의 뒤주>, <그해 여름, 닷새>, <커렉터>, <탁류의 시간> 등이 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2.12.28 17:43

부안 출신 한국화가 겸재정선미술관 초대전

"저의 실경산수화 작업은 발품을 팔아가며 그리는 체험적 교감의 과정이며, 그 결과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자연을 그리되 되도록 시야가 경직되지 않고 유연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또한 경계 또한 넓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부안 출신 한국화가 오산 홍성모(61)는 새해 1월5일부터 3월1일까지 서울시 강서구 소재 겸재정선미술관 '겸재 맥 잇기 초청 기획전' 초대 작품 전시회와 관련, 그의 실경산수화 작업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2023년은 어린시절부터 앓았던 선천성 심장병을 수술하고 새 생명을 찾은 지 40년이 되는 뜻깊은 해"라고 회상한 후 "이번에 내놓는 작품은 범접할 수 없는 존재가 아닌 더불어 살아가는 좋은 이웃 같은 모습에 매료되어 시도한 작업의 결과물"이라고 소개했다. 전북 부안군 백산면이 고향인 오산 홍성모는 2016년부터 4년간 서울과 부안 곰소를 매주 오가며 변산반도 등 고향 부안의 사계를 담은 ‘십승지몽유부안도’ 등 대작을 통해 자연의 사계와 역사를 스토리텔링하며 지역과 소통해 왔다. 고향 부안에서의 작업을 마친 후 강원도 영월군에 작업공간을 마련, 영월10경 사계(四季) 풍경을 작업해 왔으며, "고향의 품속 같은 산수화는 자연이 주는 아름다운 형상을 내재한 나의 마음의 표현"이라고 했다.

  • 전시·공연
  • 김재호
  • 2022.12.28 14:41

[2023 전북일보 신춘문예 심사평 : 수필] 체험을 통한 발견과 의미 담긴 작품

수필은 삶의 경지이고 깨달음에 닿아있기에 인생의 모습을 보여주는 거울이다. 응모 작품에서 인생과 마음의 경지를 보면서 체험을 통한 발견과 의미를 살펴본다. 작품 5편을 가려내어 다시 읽어 보았다. 수필은 다른 장르와는 달리 자신의 삶을 피워내는 작업이고, 삶의 경지와 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응모 작품 중 두 편을 골랐다. ‘골죽’과 ‘옹이’이다. 제목 자체가 궁금하기도 했다, ‘골죽’은 골이 깊어진 대나무, 위로 자라는 대신 속을 채우는 대나무를 말한다. 골죽이 불기운과 물과 철심으로 다듬어져 대금으로 탄생한다. 오랜 고통과 기다림의 시간을 지나 취구에 입김이 닿으면 중모리, 자진모리, 진양조장단의 가락으로 심금을 울리는 악기로 재탄생한다. 인간의 자각은 삶의 발견에서 얻어지는 깨달음일 것이다. ‘골죽’을 당선작으로 선정한다. 나무의 옹이는 줄기가 견뎌 온 인고의 흔적이다. 바람에 가지가 부러지고 그루터기 상처를 입어 몸부림을 친다. 새 살이 돋은 것이 바로 옹이다. 인생도 상처가 깊으면 깊을수록 더 단단히 꿈을 안고 옹이가 박혔을 테다. 당선자에게 축하를 드리며 건승, 건필을 빈다. /심사위원 정목일 수필가

  • 문학·출판
  • 기고
  • 2022.12.28 14:30

[2023 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소감 : 수필] 지영미

매서운 바람에 눈발까지 흩날리는 날 낭보를 받았습니다. 전화 속 목소리에 몸속 깊숙한 곳이 온기로 그득 해졌습니다. 속절없이 흘러가 버린 세월의 보상이며, 보이지 않는 글을 잡아보려 했던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는 증명이었습니다. 일과 글쓰기 사이에서 글만 파고들 수 없는, 무의식 저 너머의 불안을 말끔하게 씻어주었습니다. 치유로 시작한 글이 바닥을 보이며 제자리에서 맴돌기만 했습니다. 또 다른 도약을 위한 목표물이 필요했습니다. 신춘문예를 생각하면 마음이 부듯해졌습니다. 해마다 수상작과 심사평을 읽어가며 혼자만의 방을 키웠습니다. 거대한 벽이 앞을 가로막으면 깃발이 펄럭이는 방을 꿈꾸었습니다. 집 맞은편 대나무 숲의 소리가 유난히 맑게 들립니다. 쓸모없는 병든 대나무가 자신의 결핍을 발판으로 인고의 세월을 감내하고 명기가 됩니다. 삼라만상의 아픈 것들을 보듬는 과정을 함께 아파하고 지켜보는 마음으로 글을 썼습니다. 저의 글이 누군가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상쇄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글쓰기는 자신을 이겨내야 하는 혼자만의 싸움입니다. 누구도 함께 해주지도 않지만, 한편의 글을 해산한 후에 찾아오는 희열이 언제나 저를 추동합니다. 저의 글을 낙점해주신 심사 위원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문우들이 있어 글살이의 고난과 보람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저의 발자국마다 이끌어 주신 모든 분의 숨결이 느껴집니다. 오래도록 같이하고 싶습니다. 전북일보에 감사드립니다. * 지영미 작가는 울산 출생으로, 지금은 청도로 귀촌했다. 현재 고등학교 영어 강사로 재직하고 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2.12.28 14:30

[2023 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 수필] 골죽 - 지영미

수직으로 곧게 뻗은 대나무 군락, 속을 비운 대들이 하늘을 찌를 듯하다. 흘러넘치는 푸르른 본능 사이사이로 햇살이 부서져 내린다. 댓잎에 튕긴 빛이 눈이 부시도록 반짝인다. 바람이 불자 일제히 우듬지를 출렁이며 허공에 부서진 소리를 쓸어 담는다. 대나무들은 하룻밤에도 훌쩍 키가 자란다. 늦게서야 자라는 대는 죽죽 뻗고 싶지만, 햇볕은 먼저 큰 친구들이 차지한다. 시간이 갈수록 초라한 모습이 도드라진다. 버스럭거리는 낙엽만이 골골이 파인 상처를 감싸줄 뿐이다. 속 깊은 자괴감에 비하면 겉면을 타고 내리는 고통쯤은 참을만하다. 제때 자라지 못한 몸뚱이는 결핍의 흔적을 고스란히 남긴다. 시간이 갈수록 마디를 파고드는 골이 깊어진다. 생장의 마디마다 사연을 간직한 채 낮은 자세로 사는 법을 터득해야만 한다. 골이 깊어진 대나무, 골죽은 위로 자라는 대신 속을 채운다. 햇볕이 잘 들지 않는 후미진 곳이지만 그것도 하나의 삶이기에 야무지게 제 속을 키운다. 속살은 두텁게 불리고 겉은 단단하게 여민다. 눈을 늦게 떠 늦자란 죄, 뭉툭하고 못생긴 자신의 모습을 운명처럼 받아들인다. 모두가 속을 비우는 대숲에서 내면을 옹골지게 키우며 자신을 지킨다. 잘 자란 대나무들은 진작 주인의 눈에 들었다. 살을 얇게 저민 고운 합죽선이 무용수의 손에서 나붓거리고, 매끈한 대는 실팍한 붓대가 되어 명필의 손에서 일필휘지 一筆揮之로 명문장을 휘갈긴다. 성글게 엮은 죽부인은 한여름 밤 어느 여염집 주인의 품에 든다. 숲을 떠나는 튼실한 대나무들을 보면서, 골죽은 소박한 국숫집 채반이라도 꿈꾸지만, 이마저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다들 잘려나간 자리에 서늘한 기운이 감돈다. 숨죽인 대들이 뿌리를 드러내고 주검처럼 누웠다. 남은 녀석들도 언제 잘릴지 모른다. 두려움보다는 살아남았다는 안도감이 골죽에게 찾아들었다. 이제야 햇볕을 흠뻑 받고 달빛을 마시지만, 몸을 바꾸기에는 이미 늦었다. 서러워 울고 싶어도 누가 건들어 주지 않는다. 바람이라도 부는 날이면 휘이잉 속울음을 운다. 대숲을 흔드는 발걸음 소리가 점점 가깝게 들려온다. 노인이 대숲을 이리저리 살핀다. 숲을 헤집는 낫이 달빛에 번득인다. 이놈은 너무 굵고, 저놈은 가늘어서 안 되고, 골 깊은 대나무를 응시한다. 저놈이 쓸 만하군. 온 힘을 다해 한 몸으로 엮어진 골죽을 뿌리째 뽑아낸다. 매서운 눈으로 골의 형상과 속살의 두께를 가늠한 노인이 흡족한 표정을 짓는다. 이윽고 불을 지피기 시작한다. 불길로 병골죽의 겉면을 이리저리 굽는다. 은근한 불에 시퍼런 거죽이 거뭇해지다가 누렇게 변한다. 지지고 펴고 뿌리는 물세례에 허연 연기가 허공에 솟구친다. 우두둑 철심이 속살을 휘젓는다. 푹 파인 속심 사이로 소금기가 흘러든다. 베이고 파이고 골 죽은 만신창이가 된다. 저릿한 아픔이 전신을 파고든다. 죄라고는 기형으로 자란 것밖에 없다. 그런데 몸을 참하는 형이라니, 이 고통을 받아야 한다면 필시 다른 이유가 있을 터이다. 툭, 한순간 골죽은 컴컴한 방 한쪽에 놓인다. 골방에서 세월을 곰 삭인다. 골죽의 머리가 명인의 어깨에 살포시 얹힌다. 곧게 편 왼팔과 약간 낮게 드리운 오른팔이 대금을 수평으로 받쳐 든다. 취구를 따라 당겼다 늘렸다 입술에 주름을 편다. 입김이 소리 구멍으로 들어간다. 손가락이 꿈틀거린다. 이윽고 골죽은 명기名器가 된다. 후루루 휘리리 후루후루 휘리리 명인의 날숨을 마신 대금이 첫울음을 토해낸다. 숱한 기다림과 번민의 시간이 진양조장단으로 흘러나온다. 속울음이 심금을 흔든다. 취구에 불어 넣은 입김이 끊어질 듯 말 듯 사그라들다가 중모리에 이르면 다시 굵고 길게 살아난다. 손가락 마디마디가 꽁지를 터는 새처럼 파르르 떤다. 혀를 굴리다가 튕기고 막았다가 떼고 들숨과 날숨의 어우러짐이 절창 絶唱에 이른다. 명인의 기교에 음정은 자진모리장단으로 거듭난다. 청의 떨림에 바람이 지나가고 달빛이 아른거린다. 시조를 읊조리듯 감은 눈이 움찔거린다. 장구 소리가 추임새를 넣자 입술과 어깨가 파도를 탄다. 토해내지 못한 설움이 입김을 타고 나오자 절로 손가락이 춤을 춘다. 골마다 묻어 두었던 통한과 비명이 파문을 일으킨다. 불의 다스림을 무수히 견딘 고통의 비틀림이 신비로운 가락으로 풀려난다. 떨고 흘리고 꺾고, 다시 혀를 치는 모든 기교에, 억눌렸던 고통이 대금의 골을 타고 승화한다. 소리 내어 우는 것은 가슴 깊숙한 곳에 정한 情恨을 품었기 때문이다. 가락도 외침도 하물며 비명까지, 맺힌 것이 있어야 밖으로 새어 나온다. 무른 나무에서는 좋은 소리가 나지 않는다. 고생에 고생을 거듭한 나무라야 딴딴한 소리가 난다. 숱한 역경을 이겨낸 사람의 울음이 영혼을 울리듯, 울 줄 아는 나무 한 그루가 대신 울어주는 악기가 된다. 깊은 한이 담긴 저릿한 소리는 문득 슬퍼지기도, 이내 비장해지기도 한다. 너울거리는 선율로 산을 넘고 물을 건너 밑바닥을 훑는다. 깊은 골짜기 눈 쌓인 언덕, 사람 발길이 뜸한 산자락까지 휘감아 돈다. 침묵이 필생의 업인 바위, 태풍에 가지가 부러진 나무, 아파도 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미물들을 쓰다듬는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고통과 시련을 이겨내며 가슴에 구멍이 뚫려, 공허에 빠져본 사람이라야 제대로 울줄 안다. 심연 深淵에서부터 터져 나오는 절절함으로 삼라만상의 아픈 것들을 보듬는다. 다시 맑고 청아한 음색이 울린다. 대숲을 지나는 바람 소리가 사뭇 비장하다. 교교한 달빛이 만상 萬象에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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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2.28 14:29

[2023 전북일보 신춘문예 심사평 : 동화] 아이들의 다양한 문제와 해결책 제시한 작품

본심에 오른 동화들은 모두 공들여 쓴 작품들로서 높은 수준을 보여주고 있었다. 현실 속의 아이들의 다양한 문제와 갈등에 대한 해결책을 찾고 제시하려는 진지한 노력이 돋보였다. 동화는 아이들의 삶의 길잡이가 되어주고 다양한 갈등을 해결하는 법을 제시해 준다. 따라서 응모자들은 아이들이 당면한 문제가 무엇인지를 찾아내어 동화적인 재미와 감동으로 보여주기를 바란다. '여우 꼬리'는 아이들의 비만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동화로서 옛이야기를 차용하여 흥미롭게 끌고 가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하지만 누이를 여우라고 확신한 삼형제의 행동과 사건이 너무 비현실적이어서 설득력이 떨어졌다. '할머니와 순구'는 유기견과 치매 걸린 할머니가 가족이 되어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가슴 훈훈한 동화다. 결말이 잔잔한 감동을 주지만 극적인 사건 전개가 없어서 전반적으로 밋밋하고 평범했다. '심쿵, 그 애의 비밀'은 피구 경기를 통해 그 애의 비밀을 알게 되고 오해가 풀린다는 이야기다. 선천성 백색증에 걸린 아이를 소재로 한 점이 눈길을 끌었으나 비밀이 밝혀지고 오해가 풀린다는 설정이 너무 상투적이고 낯이 익었다. '세모바퀴 달린다'는 본심에 올라온 작품 중에서 단연 뛰어났다. 자기가 잘하는 것을 선택하여 시련을 극복하고 꿈을 향해 달려가는 장애 아이의 모습을 깔끔한 문장과 탄탄한 구성을 통해 인상적으로 그려냈다. 갈등과 대립 구도가 뚜렷하고 사건이 흥미진진하게 진행되어 읽는 재미가 쏠쏠한 것도 미덕이었다. 끊임없이 주인공을 괴롭히는 아이를 힘이 없는 지렁이를 통해 통쾌하게 물리치는 결말은 아주 인상적이었다. 세모바퀴처럼 덜컥거려도 꿈을 갖고 힘차게 달려가겠다는 아이의 모습을 동화적인 재미와 감동으로 그려낸 작품이었다. 동화의 매력을 한껏 보여주는 좋은 작품을 뽑게 되어 기쁘다. /심사위원 이준관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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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2.28 14:29

[2023 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소감 : 동화] 양지

저희 집 거실에는 텔레비전이 없습니다. 책을 좋아하시는 부모님 영향으로 책장이 자리했고, 저도 자연스레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자랐습니다. 중학생 때부터는 제가 쓴 짧은 글들을 친구들과 돌려보며 본격적으로 글을 썼습니다. 글을 쓰는 것은 즐거울 때도 많았지만, 지칠 때도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언젠가는 멋들어진 글 옆에 적혀있을 제 이름을 상상하며 글을 썼습니다. 세상의 기쁨과 아픔과 슬픔과 애잔함에 대한 저의 시선으로 시, 소설, 수필, 동화, 각 장르의 글을 써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몇 번의 도전에 미끄러지면서, 저보다 더 글을 잘쓰는 수많은 사람들의 글에 기가 놀리기도 했습니다. ‘양 지’ 제 이름은 작가를 해야 할 이름이라고 했습니다. 볕이 드는 따뜻한 자리. 세상 속에 쏟아져나오는 다양한 작품들도 많지만, 저는 아직도 뻔하고 희망적인 이야기가 좋습니다. ‘세모바퀴 달린다’의 주인공처럼 굴하지 않는 용기와 희망을 가졌으면 합니다. 덕분에 드디어, 모나고 둥근 구석 없는 저의 세모바퀴가 굴러가기 시작했으니까요. 세상에 제 글을 내놓은 이 순간이 행복하지만 두렵기도 하나 언제까지고 저는 쓰고 싶습니다. 세모바퀴가 닳아 동그래질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한글자 한글자 걸음으로 나아가려 합니다. 저의 글을 뽑아주신 심사위원님께 감사를 전합니다. 덕분에 알았습니다.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들이 있었지만 역시 저는 글을 좋아한다는 것을요. 저를 이끌어주신 박서진 선생님과 친구들, 무엇보다도 저에게 무한한 지지를 보내준 부모님에게 이 영광을 바칩니다. * 양지 작가는 전주 출생으로, 현재 전주대 문헌정보학과에 재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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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2.28 14:29

[2023 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 동화] 세모바퀴 달린다 - 양지

그러니까, 모든 것은 4교시 미술 시간에 시작된 일이다. “세모바퀴가 어떻게 달리냐? 바보.” 그림의 주제는 내가 타고 싶은 자동차였다. 나는 새빨간 자동차에 세모난 바퀴를 그려 넣었다. 그 밑에는 세상에서 가장 빠른 자동차라고 써놓았다. 그런데, 똑똑한 척 대마왕인 이태현이 내 그림을 보더니 비웃은 것이었다. “세모 바퀴가 어떻게 구르냐?” 그러자 옆 분단 민정이가 말했다. “밀면 굴러가지 않을까?” “세모바퀴는 못 구르거든?” 뒷줄의 세호는 이태현의 말에 힘을 보탰다. “달릴 수 있어!” “아니거든?” 교실에 한참동안이나 퍼져있던 왁자한 소리는 조용히 하라는 선생님의 목소리에 쏙 들어가 버렸다. 합죽이가 된 채로 눈빛을 교환하던 중 누군가 입을 열었다. “선생님, 세모바퀴도 달려요?” 엉뚱한 질문에 선생님이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세모바퀴는 음…… 선생님도 본 적이 없는데, 아마 못 달리지 않을까? 그 대답에 못 달린다고 말하던 아이들이, 달릴 수 있다고 말하던 아이들을 향해 고개를 치켜들었다. “세모바퀴는 못 달린다잖아. 꼭 김민준 너네.” 이태현이 입꼬리를 비죽 올리며 내 오른쪽 다리를 가리켰다. 여섯 살 때 교통사고 때 다쳐 절뚝거리는 다리였다. 이태현은 미술 시간 내내 나를 세모바퀴라고 놀려댔다. 그날부터 내 별명은 세모바퀴가 되었다. 체육 시간이었다. 선생님을 따라 운동장에 나갔다. 쉬는 시간에 미리 나와 뛰어다니던 아이들도 선생님의 호루라기 소리에 하나둘 모여들었다. “오늘은 50미터 달리기 기록측정을 할거에요. 작년에도 해봤죠?” 선생님 손에는 야구공만 한 타이머가 들려 있었다. “네!” 아이들이 입을 모아 큰소리로 대답했다. “그럼 5분 뒤에 시작할게요.” 선생님의 말씀에 제자리 뛰기를 하며 몸을 푸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벌써부터 이리저리 뜀박질을 해대는 아이도 있었다. 나도 발끝에 힘을 주면서 무릎을 앞뒤로 구부렸다 폈다. 그런데 이태현이 입꼬리를 또 비죽 올렸다. “선생님, 세모바퀴도 달려요?” 옆에 있던 아이들 눈이 모두 내게 모였다. 나를 향한 선생님이 눈이 곤란하다는 듯 휘어졌다. “민준이는 저쪽 조회대에서 쉬고 있을래?” 그 말에 고개를 저었다. “저도 뛸래요.” 아이들이 번호순으로 두 명씩 줄을 섰고, 나도 중간쯤 줄을 섰다. 선생님이 저 앞쪽에서 깃발을 내리면 달리기 시작한다. 내 차례가 가까워져 오자 준비를 하는 내 심장이 먼저 뛰었다. 그런데 뒤에서 이태현이 키득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덜컥덜컥 세모바퀴!” 그 말과 동시에 선생님이 들고 있는 깃발이 내려갔다. 나는 달리기 시작했다. 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옆에서 달리고 있는 아이와 격차가 벌어졌다. 마음이 앞서자 몸이 좌우로 비틀거리며 시야가 흔들렸다. 그러다가 쿵, 하고 넘어져 버렸다. 무릎이 다 까지고 피가 났지만, 다시 일어섰다. 이태현이 큰 소리로 웃는 소리가 뒤에서 들렸기 때문이다. 절뚝거리는 걸음으로 도착점에 들어왔다. 나보다 앞서 달리던 민정이가 내 쪽으로 다시 뛰어왔다. “김민준, 괜찮아?” 민정이가 피가 밴 내 무릎에 묻은 흙을 털어줬다. “보건실 가자.” 나는 태현이 말처럼 덜컥거리며 보건실로 가야만 했다. 음악 시간 되었다. 아까 달리기하다 넘어지면서 다리를 살짝 다쳤는지, 음악실로 가는 걸음이 더 절뚝거렸다. 애들이 나를 보고 웃는 것만 같아 뒤통수가 뜨거웠다. 나는 리코더를 들고 길게 늘어선 의자 중 하나에 앉아 선생님이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이태현은 리코더를 들고 세호랑 칼싸움을 했다. 선생님이 들어오자 자리를 정돈하는 척하며 리코더로 나를 툭 쳤다. “너!” 민정이가 그런 이태현을 노려보았다. 나 역시 뱃속에서 화가 올라왔지만 내 다리를 보자 다시 고개가 푹 떨궈졌다. 조금 있으니 맨 앞줄에서부터 오늘 배울 노래의 악보가 넘어왔다. 이태현은 나에게 악보를 넘겨주면서 일부러 바닥에 떨어뜨렸다. “너는 쟤가 저러는데 화나지도 않아?” 민정이가 답답하다는 듯이 나를 쳐다봤다. 나는 민정이 눈을 슬쩍 피해버렸다. 이태현은 민정이가 나한테 잘해줄 때마다 더 심술을 부린다. 지금도 내 옆에 앉아서 나를 챙겨주는 걸 보고 더 그러는 거다. 이태현한테 그러지 말라고 소리치고 싶지만 아무리 그래 봤자 짝짝이인 내 다리로는 절대로 혼내 줄 수가 없다. 그러니까 차라리 가만히 있는 게 낫다. 악보를 보자 검은 동그라미들이 눈에 들어왔다. 몇 번 연습하니까 능숙하게 곡을 부를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음악 시간이 좋다. 연습만 하면 다른 아이들과 화음을 맞출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때는 다른 애들과 내가 다르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나는 내 짝다리처럼 울퉁불퉁하지 않으려고 열심히 화음을 맞춰 리코더를 불었다. 삐익- 앞쪽에서 자꾸만 박자를 놓치는 소리다. 가끔 음이 크게 삐져 나가기도 한다. “집중해서 더 잘해봐요.” 선생님이 다시 한번 시범을 보였다. 그래도 또 틀렸다. “누구니? 잘 맞춰봐!” 선생님이 손뼉을 짝짝 쳤다. “네가 틀리는 거 아니야?” 이태현이 리코더로 내 등을 찔렀다. 어이가 없어서 쳐다보자 또 한 번 빈정거렸다. “너 아니냐고, 세모바퀴.” “나 아니야…….” 소심하게 대들었다. 그러다 선생님께 딱 들키고 말았다. “떠드는 걸 보니 둘 다 자신 있나 보네. 한 사람씩 나와서 불어 봐.” 선생님 말씀에 나랑 이태현이 앞으로 나갔다. “네가 먼저 해.” 이태현이 리코더로 나를 쿡 찔렀다. 나는 크게 심호흡을 하고 리코더를 입으로 가져갔다. 바람을 불어 넣으며 부드럽게 손가락을 움직였다. 다리를 다치고 나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축구를 할 수 없게 되었다. 시간만 나면 아빠랑 같이 운동장에 나가 축구를 했는데……. 아빠는 창밖을 내다보고 있는 내게 악기들을 내밀었다. 바이올린, 기타, 플루트, 리코더도 그중 하나였다. 아빠는 기타를 배워 보고 싶다고 했다. “싫어! 이런 건 다 싫다고!” 나는 악을 쓰면서 아빠가 내민 악기들을 집어 던졌다. 그런데도 아빠는 내 옆에서 기타 연습을 했다. 처음에는 시끄럽던 소리가 점점 아름다운 멜로디로 바뀌었다. 아빠 손가락마다 굳은살이 박였지만, 포기하지 않는 걸 보고 나는 악기를 들었다. 잘은 못해도 연주를 하면서 마음이 편해졌다. 아빠랑 같이 연주할 때처럼 가만히 숨을 불어 넣었다. 내 호흡을 타고 리코더에서 부드러운 소리가 흘러나왔다. 조금도 덜컥거리지 않은 내 연주가 끝나자 아이들이 모두 박수를 쳐주었다. “이태현, 다음은 네 차례야.” 선생님 말씀에 이태현은 긴장이 되는지 손바닥을 바지에 쓱 문지르고는 리코더를 불기 시작했다. 그런데 중간중간 계속 삑삑거리는 바람 소리가 들렸다. “그만, 더 연습해야겠네.” 선생님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 순간 이태현은 세모바퀴가 된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 순간뿐이었다. 음악 시간이 끝나자 다람쥐처럼 달려나갔고 나는 절뚝거리면서 교실로 갔으니까. “세모바퀴, 집 가냐?” 좋아하는 만화 시간에 맞추기 위해 속도를 내서 집으로 가는 중이었다.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며칠간 하교를 할 때마다 그림자처럼 따라오는 목소리였다. 이태현은 리코더 사건 뒤로 나만 보면 따라다니면서까지 괴롭혔다. 나는 어제 비가 와서 웅덩이에 고인 물을 찰박찰박 튀기며 모른 척 걸어갔다. “야, 세모바퀴!” 나를 부르는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바닥만 내려다보며 걸었다. 보도블록 위에 지렁이 한 마리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지렁이는 보도블록에 붙어서 온몸에 흙을 묻힌 채 기어가려 애쓰고 있었다. 그 모습이 불쌍해 다리를 굽혀 가까이에서 살펴보았다. 죽었나? 건드려 보는데 이태현이 나를 툭 치며 짜증을 부렸다. “뭐하냐고? 돈이라도 떨어져 있….” 거기까지 말하던 놈의 목소리가 멈췄다. 나는 고개를 들어 이태현을 바라보았다. 미간이 찡그려진 얼굴, 잔뜩 겁먹은 눈이 보였다. 나는 놀려대느라 번들거리던 입술은 조금 벌어져 있었다. 설마, “……너, 지렁이 무서워하냐?” 나는 꿈틀거리는 지렁이를 집어 이태현의 눈앞에 내밀었다. “야! 너…….” 이태현이 뒷걸음질 쳤다. “왜? 이게 뭐 어때서?” 나는 이태현에게 더 다가갔다. “가, 가까이 오지 말라고!” 기겁하며 뒷걸음질을 치던 이태현이 물웅덩이에 철퍼덕 주저앉았다. 그 앞으로 절뚝거리는 발을 크게 내딛자 이태현은 뒤뚱거리며 일어나 소리를 지르며 줄행랑을 쳤다. 나는 그 뒷모습을 보며 한참을 낄낄거렸다. 뼈도 없는 지렁이를 무서워하다니! 이태현, 아무것도 아니네. 나는 내 짧은 다리에 힘을 주었다. 그리고 지렁이를 축축한 풀숲에 가만히 내려놓았다. 그래, 나는 세모바퀴다. 덜컥거리기도 하고 느리기도 하다. 하지만 그래서, 흙바닥의 지렁이도 보고 작은 꽃도 보고 풀 포기도 볼 수 있다. 세모바퀴가 닳아 동그랗게 될 때까지 나는 구르고, 달릴 것이다. 세모바퀴는,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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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2.28 14:29

[2023 전북일보 신춘문예 심사평 : 소설] 아픔과 슬픔을 통과하는 서사의 힘

올해 전북일보 신춘문예에는 예년보다 훨씬 다채로운 주제와 소재를 갖춘 작품들이 대거 응모했다. 응모된 작품들만 읽는 것만으로도 우리 시대의 통증과 고민의 깊이를 충분히 체감할 수 있는 작품들이 많았다. 삶이 밑바닥부터 통째로 흔들리는 절박함 속에서 문학이 꽃을 피운다는 건 사실 슬픈 일이다. 다만 이 아득한 슬픔에 빠져 있는 나를 내가 내 힘으로 건져 올리겠다는 의지가 우리로 하여금 펜을 들게 한다. 그것이 서사의 힘일 것이다. 예심과 본심을 거치는 동안 응모작들에 대한 다양한 검토가 교차해서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다음 번에 좀 더 새롭게 읽고 싶은 작품들이 많아 행복했다. '할 수 없는 말', '돌아가는 길', '소금이 오는 소리', '하얀 꼬리 줄다리기' 등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작품의 밀도를 조금 더 높이는 일이나 서사의 긴장도를 끝까지 밀고 가는 힘에 대해 숙고해주길 부탁드린다. 마지막까지 남은 작품은 '오월의 박제관'과 '알다가도 모르는 일'. 숙의 끝에 심사위원들은 '오월의 박제관'을 당선작으로 선정하는데 합의했다. '알다가도 모르는 일'은 추후 확장 가능성이 큰 작품이라고 격려하고 싶다. 작품에서 약간 거칠게 느껴지는 부분들이 있었던 게 옥의 티였다. 소설이 갖춰야 할 것들은 모두 갖췄고 또 그 조합도 훌륭했다. 세밀함에 대해 좀 더 고민하길 바란다. '오월의 박제관'에서 드러나고 있는 우리들의 문화 현장을 지키는 예술인들의 고민을 이 글을 읽는 독자라면 누구나 동의하고 공감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서사 진행의 완급 조절, 성격 창조의 자연스러움, 오랜 수련의 흔적과 통찰의 깊이가 함께 드러나는 문장 등... 완성도가 빼어난 작품을 당선작으로 뽑은 것에 대해 심사의 보람을 느꼈다는 말을 여기 꼭 적고 싶다. 내 삶의 자리를 찾기 위해 우리는 이처럼 아픔과 슬픔이 교차하는 곳을 통과한다. 정진하여 한국 서사 문학의 지평을 넓히는 큰 작가가 되길 기대한다. /심사위원 김병용·백시종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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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2.28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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