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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이진숙 수필가 - 김근혜 '다짜고짜 맹탐정'

얼마 전에 「슈퍼맨이 돌아왔다」라는 프로를 시청했다. 박주호 선수의 딸 나은이가 동생인 건후, 진우와 함께 카페나들이 한다. 손소독제인 줄 알고 시럽을 바른 동생 건우를 향해 나은이는 “건후야, 잘못해도 돼. 손 씻으면 되지”라며 당황한 동생을 다독인다. 또 코코아를 마시려다 다 쏟는 동생 진우에게 “진우야, 괜찮아 누나가 있으니까. 내가 닦을 수 있어” 라며 닦아주고 먹여주는 장면이었다. 어린 누나인 나은이가 침착함과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그들 부모의 자녀 교육 성향을 짐작할 수 있었다. 자녀는 부모의 거울이니까. 김근혜 작가의 다섯 번째 동화, 《다짜고짜 맹탐정》의 주인공인 맹탐은 부모님의 이혼으로 아빠 없이 산다. 엄마마저 꿈을 실현하러 유학을 가고 외할머니와 생활하면서 더 큰 상처를 받는다. 만사를 귀찮아하고 남들 일에는 관심이 없다. 어느 날 교실에서 발생한 화재의 방화범을 찾으라는 선생님의 특명을 받고 비밀 수사를 시작하면서 변화가 일어난다. 담임 선생님이 탐이의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이었다. 자기의 상처가 제일 크다고 생각했던 탐이는 방화사건을 수사하면서 많은 친구들의 아픔들을 알게 된다.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동생을 돌보느라 친구들과 놀 수 없는 상철이, 알콜 중독자인 아빠로부터 매를 맞고 사는 소정이, 공부만 중요시하는 아빠에게 춤을 추고 싶다고 말하지 못하는 종혁이, 이들은 텅 빈 탐이 마음에 아픈 꽃들로 자리 잡는다. 특히 공부도 잘하고 글쓰기 상도 곧잘 받는 모범생 동우, 알고 보니 엄마의 강요에 의해 공부라는 감옥에 갇혀 스트레스를 받고 일탈행동을 하고 있다. 동우를 구하기 위하여 고군분투하는 탐이는 오해와 질타를 받으면서도 동우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릴 때까지 곁을 내준다. 유럽의 어머니들은 자녀들에게 남을 괴롭히거나 해를 끼치는 일을 해서는 안 되며 나보다 약한 자를 도와야한다고 가르친다. 그러나 동우 엄마는 학교와 학원이라는 철망 안에서 머리만 있고 가슴은 없는 아들로 키우고 있었다. 우리나라 교육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한때 호랑이처럼 자녀를 엄격히 관리하는 엄마를 뜻하는 ‘타이거 맘’이나 아이의 미래에 걸림돌이 되는 것들을 알아서 처리해주는 ‘잔디 깎기 맘’, 거센 치맛바람을 일으키며 자녀의 삶에 끊임없이 간섭하는 ‘헬리콥터 맘’이란 단어가 회자되었다. 그러나 요즘 자녀와의 정서적 유대를 중요시하며 숨겨진 재능을 스스로 발견해 낼 수 있도록 조력자의 역할을 하는 ‘스칸디 맘’이 크게 늘고 있다고 한다. 참으로 환대할 일이다. 이러한 시점에 이 책을 읽으면 부모님들은 자녀의 행복을 추구하는 방향을 알게 될 것이고, 상처 위에 서 있는 위태로운 학생들은 위안과 용기를 얻을 것이다. 또 교사들은 돌아온 슈퍼맨이 되어 공부는 물론이고 꿈과 낭만에 대하여 생각하는 자유를 찾아줄 수 있을 것이다. 상처를 자양분으로 삼을 수 있는 단단한 영혼들을 위하여 이 책을 권한다. 이진숙 수필가는 전직 고교 국어교사로, 2019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수필 부문에 당선됐다. 2010년부터 최명희문학관에서 혼불 완독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2.12.14 17:11

배꼽 잡는 웃음 '한바탕'...국민 연극 '라이어 1탄' 전주 찾는다

국내에서 20년째 관객들의 사랑을 받으며 국민 연극으로 자리매김한 <라이어 1탄>. 1998년 초연 이후 무려 25년째 쉬지 않고 공연 중이다. 현재까지 42000여 회 공연했으며 630만 명이 관람한 것으로 집계됐다. 웃음소리와 박수소리가 끊이지 않는 연극 <라이어 1탄>이 전주를 찾는다. 신나게 웃고 즐길 수 있는 연극 <라이어 1탄>이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말 기획 공연으로 크리스마스 시즌인 오는 21일부터 25일까지 전당 연지홀에서 펼쳐진다. 이 연극의 원제는 'Run for Your Wife'로, 영국의 인기 극작가 겸 연출가 레이 쿠니의 대표작이다. 숨 돌릴 틈 없는 빠른 전개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예측불허의 상황, 진실과 거짓이 숨 막히는 반전을 거듭하며 관객들을 몰입시킨다. 연극을 처음 보는 관객들에게도 '연극은 이렇게 재미있는 것이다'를 느끼게 하는 코미디 연극의 정석으로 불린다. 소심한 남성이 두 여인과의 은밀한 이중생활을 숨기려는 작은 거짓말이 또 다른 거짓말을 유발하는 이야기다. 빠른 스토리 전개로 유명한 연극인만큼 잠시라도 다른 생각을 하거나 방심하게 되면 연극 전체의 흐름을 놓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전당 관계자는 "재치 넘치는 대사와 끝도 없는 거짓말 열전이 매 공연마다 객석을 웃음과 폭소로 가득 채운다. 연극 막바지에는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던 큰 반전으로 예상하지 못했던 놀라움과 통쾌한 웃음도 선사한다"고 말했다. 예매는 인터파크 티켓에서 가능하다. 관람료는 R석 44000원, S석 33000원이다. 중학생 이상 관람가로 생년월일이 표기된 신분증을 필수로 지참해야 입장할 수 있다.

  • 영화·연극
  • 박현우
  • 2022.12.13 17:35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장인 공예옥션 수익금 전액 기부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장인들이 사랑나눔 공예옥션을 통해 모인 수익금 전액을 결식아동에 기부한다는 소식이 전해져 주변을 훈훈하게 하고 있다. 한국전통문화전당(원장 김도영) 전주공예품전시관은 지난 11월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장인들의 작품 8점을 경매하는 '사랑나눔 공예옥션'을 개최했다. 행사는 온·오프라인 동시에 진행됐으며, 시작 1시간여 만에 모든 작품이 낙찰돼 수익금 108만 원이 모였다. 기부에 참여한 장인은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45호 윤규상 우산장, 제50호 최대규 전주나전장, 제51호 이신입 전주낙죽장, 제43호 이종덕 방짜유기장, 제58호 김종연 민속목조각장, 제10호 엄재수 선자장, 제61호 김선애 지승장, 제53호 안시성 부거리옹기장 등 8명이다. 수익금은 전주시에 거주하는 결식아동 5인에게 따뜻하고 건강한 식사를 제공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김종연 장인은 "뜻깊은 행사에 함께 할 수 있어 기쁘다. 결식아동들이 끼니 걱정 없이 올 겨울을 따뜻하게 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도영 원장은 "이번 '사랑나눔 공예옥션'에 마음을 모아 주신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장인 분들과 기부를 위해 경매에 참여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 앞으로도 선한 영향력으로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기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 문화일반
  • 박현우
  • 2022.12.13 17:35

새로운 예술 소재가 된 탄소...탄소예술 기획전 '탄소와 예술; 유기적 집합'

탄소와 예술이 만났다. 참여 작가들의 손끝에서 탄생한 탄소예술 작품에는 '탄소섬유'의 무한한 가능성이 담겨 있다. 탄소섬유는 가벼우면서도 강하고, 때로는 유연하면서도 높은 열전도성을 가지고 있다. 작가들을 만나 창의적 표현을 위한 재료가 된 탄소섬유. '탄소도 예술이 될 수 있다'는 믿음 하나로 작업한 예술가 13명의 이야기가 팔복예술공장에서 펼쳐지고 있다. 전주문화재단(대표이사 백옥선)이 오는 21일까지 팔복예술공장 A동 2층 전시실에서 2022 탄소예술 기획전 '탄소와 예술; 유기적 집합'을 개최한다. 전시는 탄소예술 작가의 발굴과 육성을 통해 탄소예술의 가능성을 제시하기 위해 기획했다. 올해는 한국탄소산업진흥원과의 협력과 탄소기업인 (유)유니온시티의 후원으로 지난해보다 3명이 증원된 13명의 작품을 전시한다. 전시에는 곽정우, 문민, 서완호, 소찬섭, 이강원, 이상훈, 이호철, 이희춘, 장영애, 장우석, 최무용, 나잇노이즈, 레데츠키 아드리안 등 회화, 조형, 도예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지역 예술가들이 다수 참여했다. 이들은 탄소섬유를 저마다의 시각으로 재해석하고 창작했다. 탄소섬유로 새로운 작품을 만든 예술가도 있는가 하면 그동안 해 오던 작업에 탄소섬유를 얹히는 작업을 한 예술가도 있다. 같은 탄소섬유를 사용했지만 모두 다른 작품을 완성했다. 또 다른 것보다도 탄소섬유로 새로운 예술 소재로서의 확장 가능성을 제시하는 데 집중했다. 관람객들이 탄소섬유의 다양한 물성이 어떻게 작품과 어우러지는지, 탄소 소재가 어떻게 쓰였는지 등 재료의 특성과 작품 속 이야기를 연결 지어 관람할 수 있도록 작업했다. 백옥선 대표이사는 "탄소예술이라는 새로운 예술 매체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탄소예술이라는 새로운 장르가 우리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을 넘어서 해외까지 확장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탄소라는 매체를 예술가가 각자의 방식으로 재창조했다. 이처럼 이 전시를 관람할 동시대를 살아가는 관람객 역시 탄소 예술품과 유기적으로 관계 맺으며 하나의 공동체로서 함께 공감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전시·공연
  • 박현우
  • 2022.12.12 17:31

[이승우 화백의 미술 이야기] 대한민국남부현대미술협회 전북지회 영·호남 교류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넓은 홀에서 전국 각지의 회원들 105명이 모여 미술제를 마련했다. 100여 명이 넘는 회원들이 전시회를 개최하다 보면 흔히 전시장 문제로 작품 크기를 제한한다. 하지만 전당은 넓어서 전혀 그런 걱정 없어 각자 자신이 역량을 발휘한 큰 작품을 출품해 쾌적한 전시를 할 수 있어서 보기에도 시원했다. 원래 남부현대미술제는 지금 생각해도 웃기고 슬픈 한국미술협회의 엄청난 부조리한 미술 행정 및 이사장 선거에 대한 반발심으로 1985년에 발족됐다. 당시에는 서울은 중앙, 서울 외의 모든 지역은 '지방'으로 통했다. 당시에 미술 세계에 지면이 있던 내가 쓰는 글에 서울 지역, 전주 지역이라는 말조차도 사람들은 생소해했다. 한국미술협회 이사장 선거만 봐도 서울(중앙) 회원들은 스물대여섯의 젊은 작가들에게 선거권이 있었다. 서울 외의 모든 지역(지방) 회원들은 아무리 원로 작가에게도 선거권은 주어지지 않고 그 지역에서 선출된 대의원 몇 명에게만 선거권이 주어졌다. 당시에도 불합리하기 짝이 없는 제도가 다른 모든 단체들의 비웃음 속에서도 한국미술협회에는 존재하고 있었다. 그때 전북의 전북현대작가회와 광주의 에포크 그룹을 동시 가입했던 고문 복철 교수와 이승우 화백 등 에포크와 부산 지역의 혁동인그룹 연립전을 통해 시야를 넓혔다. 이를 계기로 전북현대작가회와 에포크, 부산의 혁동인 그룹에 제주도의 관점 그룹까지 연립전을 가지며 태동됐다. 자기들이 좋아하는 중앙 미술이 우리 남부현대미술제를 흘깃거리게 하자는 것이었다. 다음에 대전과 대구의 작가들까지 모두 모여 중앙에 대한 지방의 반란으로 시작된 남부현대미술제가 1985년에 시작됐다. 2022에서 1985를 빼면 세월이 나온다. 이번 전시는 오로지 홍현철 회장과 임승한 사무국장의 노력으로 몇 년째 이루어져 새로운 전통을 마련해 가는 중요한 과정에 있다. 앞으로도 남부현대미술제의 탄생 배경을 잘 알아서 그 정신이 오래 계속되기를 바란다. 대한민국남부현대미술협회 전북지회 영·호남 교류전 기간: 12월 9일∼12월 15일 장소: 한국소리문화의전당 1층 전시장 주최·주관: 전라북도문화관광재단, 대한민국남부현대미술협회 전북지회

  • 문화일반
  • 기고
  • 2022.12.12 17:30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도내 문화예술 행사 '가득'

2022년의 끝자락인 12월, 도내 곳곳에서는 공연, 전시, 축제 등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다채로운 문화예술 행사가 개최된다. 도립국악원 송년국악큰잔치부터 어린이예술단 송년음악회, 도립미술관 전시 등 가족·연인·친구 등과 함께할 수 있는 문화예술 행사 소식이 가득하다. 전북도립국악원은 오는 15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창극 '호랭이가 답싹 물어갈 뺑파', 원장헌류 대금산조 협주곡, 제석거리, 진경 중 농악 등으로 구성된 '송년국악큰잔치'를 개최한다. 전라북도어린이예술단은 오는 17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어린이교향악단·국악관현악단 합동 공연, 남원소년소녀합창단 초청공연 등 송년 음악회 '선물'을 진행한다. 한 해의 역량이 총결집된 수준 높은 공연예술의 진수를 선보일 계획이다. 이밖에도 전주시립국악단 정기연주회, 뮤지컬 '엘리자벳', 연극 '라이어', 호남오페라단 송년 음악회 등 수많은 공연이 이달 말까지 예정돼 있다. 전시도 한가득이다. 전북도립미술관에서는 한국 현대 도예 1세대이자 전북 현대 도예의 기틀을 마련한 한봉림 특별전, 모악산을 주제로 한 소장품 기획전시, 도내 원로 작가 소장품 전시 등이 열리고 있다. 전북예술회관에서는 이달 말까지 매당 이명순 개인전, 예진 민화 회원전 등 8개 개인·단체전이 이어질 예정이다. 이밖에도 성탄절 주간인 오는 23일부터는 도내 4개 시·군에서 다양한 겨울축제가 열린다. 23일부터 25일까지 마이산 북부 일원에서는 '진안 2022 마이산 겨울동화 축제', 임실치즈테마파크에서는 '2022 임실 산타축제'가 펼쳐진다. 또 23일부터 내년 1월 8일까지 남원예촌 일원에서는 남원 동·동·동화 축제, 25일부터 내년 2월 5일까지 적상면 초리마을에서는 무주 초리꽁꽁놀이 축제 등이 열려 추운 겨울을 알차게 보낼 수 있는 축제들이 이어진다. 천선미 문화체육관광국장은 "12월 연말 도내에서 펼쳐지는 문화예술 행사를 다채롭게 즐기시고, 전라북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도내 시·군에 방문해 따뜻하고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 문화일반
  • 박현우
  • 2022.12.11 17:25

[서유진 기자의 예술 관람기] 문신: 우주를 향하여

“인간은 현실에 살면서 보이지 않는 미래(우주)에 대한 꿈을 그리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MMCA)은 창원시와 공동주체로 조각가 문신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 ‘문신(文信): 우주를 향하여’를 지난 9월부터 내년 1월 29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개최한다. 조각(95), 회화(45), 드로잉, 도자 등 총 230여점이 출품, 다방면에 걸친 작가의 삶과 예술세계 전모를 소개하는 대규모 회고전이다. 치열한 生을 작품으로 승화한 문신(文信, 1922~1995)이 평생을 이방인으로 살았던 작가의 자유, 고독, 열정이 이 시대에 보내는 메시지를 생각하게 하는 전시다. 한국과 일본, 프랑스를 넘나들며 이방인으로 살았던 작가의 삶은 진정한 창작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이 되었고, 문신은 지리적, 민족적, 국가적 경계를 초월했고 예술 장르를 넘나들며 자유롭게 창작했다. 그는 형식과 내용, 물질과 정신,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 구상과 추상, 깎음과 붙여감 등을 넘나들며 절묘한 균형을 창조한다. 그의 조각의 특징 중 하나인 ‘대칭’은 작품의 균형미, 정면성, 수직성, 고도의 장인정신을 느낄 수 있다. 문신은 1922년 일본 규슈 사가현의 탄광촌에서 마산 출신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문신이 다섯 살이 되었을 때, 가족은 아버지 고향 마산으로 돌아왔다. 이때 문신은 짧지만, 행복한 시절이었다고 한다. 2년이 채 되기도 전에 부모는 다시 일본으로 돌아갔고 문신은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 마침 운이 좋게도 화방에서 일하게 됐고, 주인은 성실한 문신에게 화방을 인계하게 된다. 문신은 피카소와 터너의 그림에 매료되어, 화방에 있는 재료로 화집의 그림을 묘사해서 팔기도 한다. 그렇게 문신은 운명적으로 화가의 길을 걷게 된다. 16세 때, 문신은 도쿄 일본미술학교 서양학과에 입학한다. 1945년 해방 후 문신은 고향 마산으로 돌아와, 엄청난 양의 ‘혜성같이 빛나는’ 작품을 발표하여 미술계를 놀라게 한다. 그는 돌연 1961년에 무일푼으로 프랑스 파리로 떠나, 외곽에 있는 고성(古城)을 수리하는 일을 했다. 이 일을 하면서 ‘입체’를 다루는 조각가로 전향하게 된다. 파리에서 ‘5월 살롱’, ‘동시대 대가와 청년작가 살롱’, ’실사실주의 살롱‘ 등 당시 주요한 살롱에 초대받고, 공원에 나무 조각상을 세우는 등 10여 년 동안 유럽에서 인정받는 조각가로 활동했다. 귀국 후 마산에 정착해 창작에만 몰두하다 직접 디자인과 건축한 문신미술관을 1994년 개관하고 그렇게 치열하게 살았던 삶을 마감한다. ‘우주’는 그가 평생 탐구했던 ‘생명의 근원’이자 ‘미지의 세계’이고 ‘고향’과도 같다. 1부‘파노라마 속으로’는 ‘지금 여기’의 삶을 성찰하는 구상회화에서 생명의 본질을 탐구하는 추상회화로의 변화를 볼 수 있고, 아름다운 조형미와 완성도가 높은 회화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2부‘형태의 삶: 생명의 리듬’은 나무 조각을 중점적으로 선보인다. 조각에서 형태를 가장 중시한 ‘생명의 리듬’은 창조적으로 진화하는 ‘생명력’으로 독창적이고 환상적인 추상 형태를 볼 수 있다. 3부‘생각하는 손: 장인정신’은 어떤 재료를 사용하든, 능숙하고 표면이 매끄럽게 연마한 브론즈 조각에서 강인한 체력과 인내심과 고된 노동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4부‘도시와 조각’은 도시와 환경이라는 확장된 시각에서 조각을 바라보는 문신의 작품을 보여준다. 야외조각과 체불 시절 만든 ‘공원 조형물 모형’ 등이다. 특히 문신미술관은 작가가 직접 디자인하고 14년에 걸쳐 건축물로서 ‘인간이 살 수 있는 조각’이자 문신의 50년 예술세계의 종합이다. 다채롭고 신비한, 한 예술가의 삶을 드라마틱하게 그린 영화 한 편을 본 것 같다.

  • 전시·공연
  • 서유진
  • 2022.12.11 17:18

2022 교동미술상 수상 작가들이 보여 주는 설치미술의 '힘'

전시장에 들어서자 수많은 헌 옷과 폐 천을 땋아 만든 기다란 설치 작품과 택배 상자를 오리고 붙여 만든 커다란 설치 작품에 압도되는 듯했다. 전시장 구석부터 중앙까지 자리 잡은 설치 작품이 교동미술관(관장 김완순) 1, 2층을 가득 채웠다. 이 작품은 모두 고보연(장년)·박마리아 작가(청년)의 손끝에서 탄생했다. 전시는 오는 11일까지 이어진다. 고보연·박마리아 작가는 올해 교동미술상 선정 작가다. 교동미술상은 지난 2011년 도내 작가 창작 역량 강화와 예지를 불사르는 작가를 응원하고자 제정됐다. 기존에는 만 40세 미만 청년 미술가만 대상으로 했으나, 지난 2021년 더 많은 작가를 후원하고자 만 60세 미만 장년 미술가 부문을 추가했다. 두 작가 모두 살아온 환경과 나이대는 다르지만 현대사회의 문제점, 개인의 불안, 고민 등 현대인의 고민을 주제로 작업을 선보이는 점에서는 비슷하다. 관람객 모두와 공감대를 형성하고 예술로 고민을 어루만지고 소통하기 위한 작업을 해 나가고 있는 두 작가다. 고 작가는 일상과 삶 안에서 마주하는 재료를 특유의 감성으로 풀었다. 곳곳에 설치된 머리 땋기 방식으로 완성된 작품에는 사람 사이의 연대, 여성, 환경, 새활용 등 여러 의미가 담겨 있다. 그는 작품에 비치는 빛을 활용해 그림자로 '엄마'의 형상을 만들기도 했다. 관람객들은 작품 자체를 봤을 때보다 작품의 그림자를 통해 더 깊은 울림을 주는 특별한 작품 앞에 멈춰 서서 오랜 시간 감상했다. 박 작가는 현대인들이 자주 활용하는 택배의 편리함에 가려진 과대포장 쓰레기, 열악한 노동환경 등을 표현한 작업에 나섰다. 코로나19 시대에 자주 쓰는 마스크, 자주 활용해 셀 수 없이 쌓이는 택배 상자 등을 활용해 작품을 완성했다. 실제 택배 상자를 활용해 사람이 드나들 수 있을 정도로 큰 규모의 문을 만들었다. 또 마스크를 활용한 꽃 만들기 등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김 관장은 "교동미술관은 예술가들의 소통의 다리가 돼 늘 그들의 앞길에 펼쳐질 예술세계를 응원할 것"이라며 "전시를 기대하며 관람해 주시는 많은 분들과 올해의 교동미술상 수상작가의 작품세계를 공유하고 동시대 미술문화 흐름에 대해 살펴보는 시간이 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 전시·공연
  • 박현우
  • 2022.12.08 17:23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