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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대통령 기념관 시비

박정희(朴正熙) 전대통령의 기념관을 짓는 문제를 놓고 요즘 시중에 말들이 많다. 그의 공과(功過)에 대한 역사적 평가도 끝나지 않은 마당에 2백억원이나 되는 국고를 지원하면서까지 특정인의 기념관을 건립하는 것이 옳은 것이냐 그른 것이냐 하는 시비가 분분한 것이다.

 

‘역사 바로세우기 운동본부’ 같은 민간단체에서는 한마디로 독재자 박정희 기념관 건립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고 강경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그가 유신독재 체제아래 저지른 반민주적인 폭거로 얼마나 많은 민주인사들이 희생됐는데 새삼 기념관이냐는 것이다. 그들은 4·19혁명후 이승만(李承晩) 전대통령의 동상이 수난을 당했던 사실까지 들춰가며 국민정서를 똑바로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이를 지지하는 쪽 입장은 다르다. 그래도 그가 재임중 이룩한 조국근대화와 경제발전의 공로를 결코 과소평가 할 수 없으므로 기념사업회가 건립한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누구보다도 피해를 크게 입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화해와 관용의 상징으로 지원하겠다는데 누가 나서서 ‘감놔라 배놔라’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양쪽 주장에 모두 일리가 있다.

 

하지만 박정희 기념관을 건립하는데는 분명 문제가 없지 않다. 우선 순서가 틀렸다. 굳이 역사적 평가와 관계없이 짓겠다면 이승만 초대 대통령 기념관이 먼저야 옳다. 그는 한 때 국부(國父)로 까지 추앙받은 인물 아닌가. 건립 장소도 그렇다. 당초 기념사업회는 생가인 경북 구미시에 기념관을 건립하기로 추진해온 것으로 알려졌는데 갑자기 서울의 관문인 상암동으로 장소가 변경됐다. 이유인즉 월드컵등 국제행사를 앞두고 많은 내외국인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상징적 장소로 이곳을 택했다는 것이다.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미국과 같이 대통령이 공과에 관계없이 국민들의 존경의 대상이 되는 나라에서나 기념관 건립은 저항없이 가능하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더구나 박정희 기념관은 이르다는 생각이다. 프랑스에서는 사후 국립묘지에 들어가는데만도 50년이란 역사적 평가 기간을 거쳐야 한다고 하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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