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2-30 20:16 (Tue)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오목대
일반기사

[오목대] 현대판 高麗葬

옛날에 어떤 촌부가 일흔이 된 자기 아버지를 지게에 지고가 깊은 산속에 버리고 돌아오려는데 함께 간 아들이 지게를 챙겼다.

 

이유를 묻자 아들이 대답했다. “아버지도 일흔이 되면 이 지게로 버려야지요” 크게 뉘우친 그는 아버지를 다시 모셔와 잘 봉양해 드렸으며 이때부터 고려장(高麗葬)이라는 풍속이 없어졌다고 한다. 물론 효도를 강조하기 위해 입에서 입으로 전해온 기로설화(棄老說話)의 한 대목이다.

 

요즘 주말도 아닌 평일에 인근 산이나 공원에 가면 50대 전후로 보이는 건장한 남자들을 어렵잖게 만날 수 있다. 처음 말을 틀땐 건강때문에 운동하러 나왔다고 하다가 벽을 조금만 허물면 직장에서 퇴출당하고 재취업하려해도 마땅한 자리가 없어 앞이 캄캄하다며 신세타령을 한다. 그러다가 끝내는 ‘정치하는 ××들 정신차려야 한다’ ‘이×의 사회는 사기꾼 천지다’라며 극도의 저항감을 표출한다.

 

그렇다. 잘못돼도 뭔가 한참 잘못된것 같다. 어떤 분야 종사자건 50대라면 전문적인 식견과 노하우가 쌓여 완숙한 경지에 이를 나이다. 고용자 입장에서 보면 효용가치가 높은 인재를 폐기처분해서 낭비요, 국가나 사회적으로도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또 개인적으로는 가정에서, 사회 생활에서 가장 많은 경제적 부담을 안고 있는 시기다. 더구나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경직될대로 경직돼 동종(同種) 업종 재취업은 꿈도 못꿀 상황이고 보면 구조조정이라는 미명하에 쫓겨나는 장본인은 고려장 당하는 심정에 다름아니다.

 

공자(孔子)는 서른(立)에 뜻이 확고히 섰고 마흔(不惑)에 인생관이 확립되어 혼란이 없었으며 쉰(知天命)에 천명을 깨달았고 예순(耳順)에 이치를 알아 저절로 세상을 이해할 수 있었으며 일흔(古稀)에 내마음대로 행동해도 법도에 어긋나는 일이 없었다고 했다.

 

2천5백년전에 설파한 사상이니 오늘날에 대비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하겠으나 인간의 근본은 변하지 않는다는 진리를 되새기면 나이가 퇴출의 기준이 되는 오늘날의 풍토는 바로잡아야 할 악습이 아닌가 생각된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도 ‘젊은 피’란 나이가 젊은 사람이 아니라 생각이 젊은 사람이라고 정의하지 않았던가.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북일보 desk@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