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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退溪 사상교육


 


 

올해로 탄생 5백주년을 맞는 퇴계(退溪) 이황(李滉·1501∼1570)은 율곡(栗谷) 이이(李珥)와 함께 조선 성리학의 일문을 이룬 거유(巨儒)였다.

 

퇴계의 성리학은 주자(朱子)가 체계화한 개념을 수용하여 이를 보다 독자적으로 발전시켰으며 이(理)를 기(氣)보다 중시하는 이기이원론(理氣二元論)을 주장했다. 반면 율곡은 이기(理氣)는 서로 독립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다만 이와 기의 성질을 구분하여 형이상(形而上)과 형이하(形而下)라고 해야 옳다는 학설을 내놓았다.

 

조선 중기의 사색당쟁이 무르 익을 무렵 두 유학자의 주장은 훗날 이기(理氣)논쟁의 단초를 제공했고 실학사상이 싹튼 조선후기엔 선대 유림들의 ‘공맹(孔孟)타령’이 국세(國勢)를 기울게 했다는 매서운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퇴계는 과거에 급제해 벼슬길에 나가기도 했지만 평생 79번이나 출사(出仕)를 사양할 정도로 출세에 초연했고 사욕에 흔들림없이 청렴 강직한 선비정신으로 후학을 양성하는데 정진한 인물이다. 그의 위대성이 지금 한창 재조명 되는 시점이다.

 

그런데 요즘 익산시가 난데없이 산하 공무원들과 시민들을 대상으로 ‘퇴계사상 교육’을 실시한다 해서 여론이 분분한 모양이다. 조한용(趙漢龍) 시장의 독단(?)에 의해 실시되는 이 교육이 과연 이런 식으로 이루어져도 괜찮으냐는 항변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조시장이 퇴계사상에 심취한것이 무슨 연유인지는 알수 없지만 아마도 퇴계가 강조한 ‘자기 수양이 부족한 자가 공직을 맡는것은 국가의 녹을 축내는 도적질이나 다름없다’는 경구(警句)나 경(敬)사상의 가르침 때문은 아닌지 궁금하다.

 

하기야 목민심서의 예전육도(禮典六條)에도 보면 ‘목민관의 직책은 백성을 가르치는데 있고 여러가지 정치가 담아지지 않으면 교화를 할 겨를이 없다’는 대목이 나온다. 그의 발상이 결코 비판의 대상이 될수는 없는 것이다.

 

하물며 퇴계와 같은 훌륭한 선현(先賢)임에랴. 하지만 개명한 민주사회에서 봉건적 목민관의 개념을 머리속에 담고 있다면 그건 착각이다. 이념적 스펙트럼이 다양한 사회에서 특정인의 사상을 더구나 주입식으로 교육한다는것 자체가 얼마나 허황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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