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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뇌물‘사과상자’


 

에덴동산에서 아담과 이브가 따 먹은 금단의 열매가 사과라는 사실은 성서(聖書)에 나오는 얘기다.

 

실제로 ‘과일의 왕’이라 할수있는 사과를 재배한것은 BC13세기경 이집트의 파라오인 람세스2세로 알려져 있다. 그는 나일강변에 자리잡은 모든 과수원에 사과나무를 심도록 했다는 것이다.

 

그리스인들은 BC7세기경 아티카 지방에 처음으로 사과를 재배하기 시작했는데 이를 ‘황금과일’이라고 부르며 즐겨 먹었다. 그리스 신화에 보면 헤라가 제우스와 결혼하면서 선물로 사과를 바치는 장면이 나올정도다.

 

그토록 인류문명과 함께 한 사과는 유럽문화에 짙게 투영돼 있다. BC12세기 10년간 계속된 황금사과는 헬레니즘을 상징하고 만유인력을 발견한 뉴턴의 사과는 근대과학의 기초를, 빌헬름 텔의 사과는 근대 정치사상사에 한 획을 그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처럼 신화와 역사의 벽을 자유로이 넘나드는 사과가 우리나라에서는 선물과 뇌물의 경계에서 사회풍향계의 역할을 하는 과일로 회자된다.

 

개발독재시대까지 사과는 일반적 정서로는 가장 소박한 선물의 대명사였다. 명절에 궤짝이나 바구니에 담긴 사과는 정분의 표시였다. 그러나 그것이 상자에 담기고 뇌물의 전달수단으로 이용되면서 부정부패의 도구로 변질됐다.

 

그 백미(白眉)가 한보그룹 정태수회장의 ‘특별한 사과’였다. 그는 사과상자에 2억원의 현찰을 가득 채워 ‘특별한 사과이니 혼자서 드시라’며 요로에 뇌물로 전달했다고 털어놔 국민들을 아연케 했다. 한보사태 청문회장에서였다.

 

그 부패의 망령이 엊그제 열린 도내 모 기관장 부인의 뇌물수수혐의 공판장에서 되살아 났다. 그녀는 돈받은 사실을 완강히 부인했다.

 

그러나 그녀에게 현찰 3천만원을 줬다고 시인한 공무원은 사과상자 밑바닥에 1천만원짜리 두 다발과 5백만원짜리 두 다발등 네 뭉치를 채워 넣은 방법까지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양쪽 주장이 서로 다르니 진실은 법정에서 판가름 낼 일이다. 하지만 과일의 대명사처럼 불리우는 사과가 ‘뇌물의 대명사’처럼 비치는 현실은 착잡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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