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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재벌회장의 墓



 

우리나라에서 호화분묘가 사회문제화 된것은 아마도 지난 80년 3월 정읍군 칠보면 무성서원 뒷자락 도강김씨(道康金氏)선대 묘역이 처음일 것이다. 묘역 입구에 독립문 모형을 세우고 석가탑과 다보탑을 병립시켰으며 묘지마다 12간지상을 새긴 화강석을 둘러 호화롭게 장식했다. 무인석 문인석 비석등이 줄줄이 늘어 섰음은 물론이다.

 

일제말기 맨주먹으로 일본에 건너가 부(富)를 일군후 일본에 귀화한 한 실업인이 고향 선영의 묘를 호화롭게 장식한 이 사건은 당시 신문·방소등 언론에 보도돼 세간에 화제를 모았었다. 심지어 일본 후지TV가 자국인의 국외에서의‘사치’를 집중 조명하는 바람에 일본 국내에서 조차 자금유출을 따지는등 물의를 빛기도 했다.

 

12·12쿠데타후 전두환(全斗煥) 정권이 들어서기 직전 사회분위기마저 뒤숭숭하던 때라 이 묘지의 가정의례준칙위반여부가 당연히 사정(司正)의 도마위에 올랐다. 그러나 이 조형물의 철거냐 보른이냐로 논란을 빗은 이 묘역은 결국은 공원으로 지정하여 사후 관리를 철저히 하는것으로 결논이나 지금도 보존되고 있다. 20년전 이 사건의 교훈은 해마다 여의도 면적의 2배 크기의 국토가 묘지로 잠식되고 우리 현실에서 과연‘묘 사치’를 위해 재화를 낭비하는것이 온당한 것이냐였다.

 

타계한 현대그룹 정주영(鄭周永)전 명예회장이 경기도 하남시 청우동의 선산 묘역에 안장됐다. 정회장 선산의 묘역은 3천평 정도로 제법 넓게 자리잡았지만 양친 묘앞에 석등 2개가 서있을 정도로 단촐하다고한다. 고인의 묘도 본분을 포함해 3평 남짓한 규모였다고하니 국내최대 재벌그룹 창업주의 묘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초라하다.

 

지금은 시대변화에 따라 화장(火葬)이 계속 늘어나는 추세지만 아직도‘돈 벌면 선산 사치부터 하는 것’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관습이다. 풍광 좋은 산세치고 명당자리 없는곳 없고 명당마다 호화분묘가 아랫목 차지를 하는것도 여전한 마당에 하존명(下終命) 공수거(空手擧)한 고인의 대인다운 풍모와 검소함에 새삼 숙연함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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