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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賞春客

올 겨울은 유난히 길고도 추웠으며 꽃샘추위도 대단했다. 그래서인지 누구나 따사로운 봄기운과 온갖 꽃들을 바라보면서 이미 마음은 방안을 떠나 벌써 산과 들로 향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것은 자연의 섭리인지도 모를 일이다.

 

이맘때면, 봄을 감상하고 음미하려는 상춘객들의 마음은 들떠 있기 마련이다. 상춘객을 말하자면 이태백(李太白)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이태백은 복숭아꽃이 만발한 날 밤 촛불을 밝히면서까지 잔치를 벌였으며 그것도 모자라 복숭아꽃이 흐드러지게 핀 계곡을 찾아가 ‘별천지(別天地)’라고 노래하였다. 또한 우리 선인들의 상춘에 대한 정취도 중국 못지 않았다.

 

조선 초 정극인(丁克仁)은 우리 고장 정읍 칠보를 배경으로 아예 ‘상춘곡(賞春曲)’이라는 시로 봄을 노래하였다.

 

우리 고장 꽃놀이의 백미(白眉)는 역시 전군간 ‘1백리 벚꽃길’이라 할 수 있다. 전군간도로의 벚꽃 길은 도민들뿐만 아니라 전국의 상춘객들이 솜처럼 탐스런 벚꽃 봉오리와 눈발처럼 하얗게 날리는 벚꽃 잎의 장관을 보기 위해서 몰려 들기도 하였다.

 

하지만 전군간 ‘1백리 벚꽃길’이 해당 지자체와 관련기관의 관리소홀로 훼손이 심해져서 이제는 더 이상 그 명성을 유지하기 힘든 상태가 되고 말았다.

 

전북도내에는 전군간도로의 벚꽃 길 말고도 완주군 송광사 진입로의 벚꽃터널이 주변의 송광사와 위봉사, 위봉산성 등과 함께 잘 어우러져 벚꽃도 구경하고 관광 및 등산도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상춘객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으며, 정읍천 특설무대와 우회도로 벚꽃구간에서 펼쳐지는 정읍 벚꽃축제도 새로운 벚꽃명소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하지만 벚꽃을 즐기던 상춘객들에게는 전군간 1백리 벚꽃 길은 봄의 길이요, 추억의 길이었다. 교통사고나 관리상 어려움 등을 이유로 1백리 벚꽃 길의 명성이 과거의 잊혀진 이름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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