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농민혁명의 핵심 정신은“사람을 하늘처럼 공경하라”(事人如天)는 말로 집약될 수 있다.
양반 상놈의 계급구조나 성차별문화로 한쪽이 사람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평등 이념으로의 의미가 중시될 것이다. 인명살상이나 적군에 대한 인권유린이 자행되는 전시(戰時)와 같은 때에는 생명을 보전하기 위한 평화와 인권존중에 비중을 두고 풀이를 할 것이다. 오늘날처럼 사람이 하나의 상품으로 전락해가고 있는 상태에서는 생명사상의 주요 가치로 인용될 수 있다.
농민혁명이 지니는 현대적 의미는 이처럼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될 수 있다. 오는 5월 31일 농민군의 전주성 점령을 기념하여 열리는‘동학농민혁명 국제학술대회’는 바로 그러한 의미들을 국제적 차원에서 규명하기 위한 것이라 짐작된다.
이는 동아시아 평화·인권 국제위원회가 공동주최자로 참여하고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20세기 동아시아 국제질서 변화의 획기적 전기로서의 역사적 의미에 촛점을 맞추고 있으면서 당시 일본제국주의에 의한 중국과 한반도에서의 인권유린에 주목하고 있는 점에서도 이런 취지의 기획의도는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우리의 눈을 끄는 것은 일본의 진보적 지식인들이 대거 참여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백여 년 전부터 꾸준하게 진행된 일본의 역사왜곡을 그에 못지 않은 끈기와 인내로 고발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선조들이 자행한 농민군에 대한 대대적 토벌을 국제법을 무시한 대규모 인권유린의 가장 극적인 예로 간주한다. 그래서 그들은 참회와 사죄의 마음으로 인권유린의 형장들을 답사할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모두가 사람이 사람으로 대접받는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한 노력으로 뭉똥그릴 수 있겠다. 농민혁명의 현대적 의미는 바로 이러한 것들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기념을 위한 기념이 아니라‘사인여천’의 숭고한 이념을 오늘에 올곧게 계승하기 위한 노력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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