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고 자기만 높은 점수를 받기위한 시험 부정행위를 가리키는 커닝(Cunning)은 우리나라의 경우 과거제도와 함께 생겨났다고 볼 수 있다.
과거는 출세를 위한 지름길이었다. 응시자수가 많았고 그만큼 경쟁이 치열할 수 밖에 없었기에 실력이 부족한 사람들이 꾀를 냈던 것이다.
조선조 후기학자 이긍익(李肯翊·1736∼1806)이 쓴 조선시대 여야총서 ‘연려실기술(燃藜室記述)’에는 각종 커닝수법과 사례가 자세히 적혀 있다.
붓통이나 도포자락, 버선등에 커닝페이퍼를 숨겨오는 수법은 물론 부정행위가 조직적으로 이뤄지기도 했다고 한다. 시험관이 응시생에게 미리 문제를 알려주거나 특정인이 답안지를 알아볼 수 있도록 표시하는 방법등이 대표적이다.
지난 5월 한국사회 최고 엘리트집단인 서울대의 올 신입생 20여명이 시험도중 속칭 ‘족보’를 베끼는 커닝을 저지르다가 타과생의 신고로 들통나 재시험을 치르는 소동을 빚었다.
또 최근 미국에서도 ‘1백60년 무감독시험’이라는 전통에 빛나는 버지니아 국립대학에서 학생들이 보고서를 베껴내고 있다는 사실이 한 교수에 의해 밝혀져 미국 사회에 큰 충격을 주기도 했다.
커닝에 대한 유혹은 동서고금이 따로 없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심지어 요즘에는 PDA(개인휴대 단말기)까지 이용된다니 커닝도 첨단 정보통신기기의 발달과 역사를 함께 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사이버공간에서 커닝비법을 공모하여 물의를 빚었다. 한 PC통신업체가 회원들을 대상으로 공모를 실시한 결과 기상천외한 방법이 게시판에 쏟아졌다고 한다.
학문과 진리탐구에 몰두해야 할 상아탑안에서 단지 취업에 절대적인 학점관리만을 목적으로 한 커닝의 만연은 심각한 사회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저 캠퍼스내의 관행으로만 치부하기엔 주변에 미치는 파문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정직하게 실력껏 치른 학생보다 훨씬 좋은 점수를 받는다면 이같은 모순이 어디 또 있겠는가. 현 우리사회 기성세대의 ‘도덕적 해이’만을 탓하기 앞서 자신들의 행위도 뒤돌아 보는 자세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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