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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블랙 코메디



 

그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 시대로 접어든 일본은 지금 크나큰 사상적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고이즈미가 총재선거 당시 헌법개정과 집단적 자위권 보장, 유사법제 검토와 야스쿠니(精國)신사 공식참배등 우익세력의 주장을 그대로 공언했던 사실을 볼때 일본의 우경화는 어느 정도 예측된 것이기는 하였으나 요즘 일본 분위기는 우경화를 넘어서 제국주의로의 회귀를 꾀하고 있는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기에 충분하다.

 

이는 국수주의 성향이 강한 고이즈미 총리가 내각 출범 직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87.1%의 폭발적인 지지도를 나타내 역대 총리가운데 최고를 기록한 것만 보아도 쉽게 짐작할 수가 있다.

 

이같은 인기를 등에 업고 고이즈미는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피해당사국들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또 미국과 영국등 세계 열강들의 비판적 시각을 무릅쓰고 태평양전쟁 전범들의 사당인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감행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고이즈미는 이틀후 제2차세계대전 패전일인 15일‘전국 전몰자 추도식’에 참석, 식사를 통해“우리나라는 멀지 않은 과거의 한때 식민지 지배와 침략 등으로 아시아 각국의 사람들에게 커다란 손해와 고통을 안겨 주었다”며 전쟁 책임의 주체가 일본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명확히 인정했다.

 

지금까지 일본 정치가들이 ▲정당방위론(한국이 다른 열강의 지배를 받으면 일본이 위험해진다) ▲시혜론(식민지배 당시 한국이 많이 발전했다) ▲증거불충분혼(군대위안부가 아니라 일종의 公娼이 었다) 운운하며 생때를 쓰던 것에 비하면 만시지탄의 감이 없지 않으나 이제야 제정신을 차린것 같아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우리는 신사참배와 전범인정이라는 고이즈미의 철저한 2중플레이를 보면서 꼭 무슨 블랙코메디 한편을 보는것 같아 씁쓸한 감정을 지워버릴 수가 없다.

 

고이즈미는 이번 신사참배 강행으로 자국 내우익으로부터 인기는 얻었을지 몰라도 잊혀져가던 전범국에 대한 경각심을 국제사회에 다시 일깨우는 우를 범했다. 고이즈미는 똑똑히 알아야 한다. 비록 사죄는 했을지라도 아직 청산해야 할 부채(負債)가 산더미 같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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