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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책상머리 農政

 



세계무역기구(WTO) 도하라운드 준비협상이 촉발시킨‘쌀값 파동’으로 한동안 농민들이 분을 삭이지 못하고 벼가마를 끌고나와 길바닥에 뿌리고 불을 지르며 처절한 투쟁을 하더니 이제는 지쳤는지 조금은 잠잠해졌다.

 

대대손손 생명줄처럼 붙잡고 살아왔던 쌀농사가 조종(弔鐘)을 울릴 날만 기다리는 처지가 됐고 그렇다고 농촌에 눌러앉아 살아갈 뾰족한 수도 보이지 않으니 겨울 속에 묻힌 농민들 가슴은 갑자기 몰아닥친 한파만큼이나 시립고 춥다.

 

해동(解凍)만 되면 몇되지기 안되는 전답모두 팔아 도시로 뜨고 싶어도 쌀값 파동의 여파로 논밭값이 뚝 떨어지고 그나마 사겠다는 사람도 선뜻 나서지 않아 여태까지 농사를 천직으로 알고 살아온 자신이 원망스럽기 조차 하다.

 

그런데다 더더욱 분통터지는 일은 요즘 정부가 농촌을 위한답시고 내놓은 단편적인 정책들이 농촌실정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점이다. 한국 농촌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농민 수를 더 줄여야 한다는 막연한 정책에서 부터 쥐꼬리만한 직불제로 농민소득을 보장해준다는 땜질처방식 정책까지 하나같이 농민들 가슴에는 와닿지 않는 정책들 뿐이다.

 

게다가 농민들에게는 천형(天刑)과도 같은 농지법을 개정한답시고 농지를 전용할때 부담금은 없앴으나 대체농지조성비를 대폭 올리는 바람에 땅값이 비싼 도시근교만 큰 혜택을 받아 난개발만 부추겼을뿐 순수 농촌지역은 되레 땅값보다 비싼 비용을 물게되는 해괴한 현상이 벌어졌다.

 

그뿐인가. 정부는 최근 도시민들에게 인기있는‘주말농장’을 3백평 범위 내에서 비농민도 취득할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고 한다.

 

남아도는 농지가 걱정(?)이 돼서 그러는 모양인데 도데체 그런 정책들이 농민들에게 무슨 도움을 줄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오히려 가뜩이나 화가 치밀어 오른 농민들 감정을 더 건드려 놓기만 했다.

 

물론 농촌정책 세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더욱이 급변하는 국제무역체제 속에서 농촌문제를 쾌도난마(快刀亂麻)식으로 해결한 방법도 없다는 것을 농민들은 잘 안다.

 

다만 책상머리에 앉아 감(感)으로 농정을 재단하는 그런 일은 없어야 겠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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