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2-30 20:18 (Tue)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오목대
일반기사

[오목대] 문자사용의 편리성



지난 9일 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회장 민관식 전 문교부장관)는 대통령과 교육부에 초등학교 한자교육을 건의하였다고 한다.

 

우리말은 70% 이상이 한자어로 되어 있는데도 대학생들이 한자를 못 읽어 국가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초등학교 한자교육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는 지난 1999년 초에 문화관광부가 공문서와 도로표지판에 한자를 병용하겠다는 발표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 아닌가 싶다.

 

이처럼 한자를 좀더 적극적으로 사용하자는 주장의 반대편에 한글전용론자들이 있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동안 벌어졌던 논쟁들도 보아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최선의 어문정책이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우리나라 어문정책의 근간을 보면 1948년 만들어진‘한글전용에 관한 법률’에서 밝힌 것처럼 한글전용이다. 그렇지만 이런 법률은 앞으로의 어문정책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 것이고 실제로는 부수조항에 명기한 것처럼 한자와 더불어 한글을 표기하는 형편이었다. 그렇지만 지금 국민들의 문자생활을 보면 대세는 한글표기로 기운 것 같다.

 

이처럼 한글전용쪽으로 문자생활이 기울게 된 계기는 정부의 어문정책보다 한자를 사용하기 힘든 컴퓨터에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1980년대 중반에 보편화되기 시작한 컴퓨터에는 한자를 입력하는 작업이 무척 번거로웠고 그렇게 입력했다고 해도 출력해서 보면 한자의 획들이 뒤엉켜서 글자를 구분하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이런 기술적인 문제들이 지속되는 동안 컴퓨터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입력이 간편한 한글로만 글을 쓰는 경향이 자연스럽게 생기게 된 것 같다. 물론 지금은 컴퓨터에서 한자를 입력하기도 쉬워졌고 인쇄물에서 획을 구분하기도 좋아졌지만 이런 기능의 향상이 한글표기의 대세를 뒤집을 정도는 아닌 긋하다.

 

이렇게 문명의 도구를 거론하는 이유는 한글과 한자 선택의 동기가 언어정책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용하고자 하는 문자의 편리성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한자는 한글에 못 미치는 것이 사실이다.

 

문자생활을 하는 국민들에게 어문정책의 쟁점인 동음이의어, 한자문화권과의 교류, 전통계승의 수월성, 한문교육의 시기와 범위 등의 문제는 추상적일뿐이다. 어문정책을 논하기 전에 국민들이 어떤 표기방식을 좋아하는지, 왜 좋아하는지를 꼼꼼히 살필 수 있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북일보 desk@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