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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정치인과 돈



수백년이 흐른 오늘날까지 청백리(淸白吏)의 표상으로 존경받고 있는 조선 초기 명재상(名宰相) 황희(黃喜)정승(1363∼1452)이 얼마나 청렴결백했는가를 엿보게 하는 일화 한 토막이다.

 

어느날 세종(世宗)임금이 황정승댁 앞을 지나가다가 처마 밑에‘박씨 기증’이라고 써붙인 비단 한 필과‘최씨 기증’이라고 써붙인 통닭 한 마리를 보게 됐다. 그런데 그 비단과 통닭은 하도 오랫동안 비에 젖고 햇볕에 쪼들리고 먼지가 타서 언뜻 보아서는 무엇을 매달아 놓았는지 형태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집수리를 못해 비가 새는 집에 산다는 이 댁에 어인연유인가 싶어 세종이 황정승을 불러 까닭을 물었다. 그러자 황정승은“사사로운 일을 도모하기 위해 뇌물을 들고 찾아오는 자들을 경계하기 위함이옵니다”라고 대답했다. 황정승의 대답을 들은 세종은 그의 청백함에 감탄하면서 그를 귀감으로 삼아 자신은 물론 문무백관을 잘 다스려 선정(善政)을 베풀었다고 한다.

 

한데 요즘 정치권이 이신범(李信範) 전 의원과 대통령의 아들 김홍걸(金弘傑)씨간에 벌어진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소송극을 놓고 또 온갖 수사(修辭)를 동원하여 상대방 흠집내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거짓인지 차차 밝혀지겠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사건 개요를 보면 나라의 장래를 걱정해야 할 사람들이 어떻게 이런 일을 벌일수 있는 것인지 보통 사람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물론 이 전 의원이 폭로한대로 유학생 신분의 홍걸씨가 60만달러짜리 호화 저택에서 살았다면 분명 일반 국민정서와 큰 거리감이 있다. 그러나 한때 민주투사를 자임하고 공당의 국회의원을 지냈다는 사람이 대통령 아들의 약점을 미끼로 돈을 챙기려 했다는 것은 백번 양보해도 파렴치한 짓이다.

 

이렇게 돈을 탐하는 정치인이 하나둘이 아니고 또 그들이 국정을 농단한다면 이 나라가 온전히 지탱할 수 있겠는가? 국가의 체제와 제도는 시대에 따라 변천하지만 위정자들의 의무와 사명감은 고금(古今)이 다를바없다. 이 시대, 황 희정승과 같은 도량 넓고 청렴결백한 위정자는 없는 것인지 애타게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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