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어느 정권인들 권력형 비리로 부터 자유로울 수 있겠는가 마는 국민의 정부 후반기로 접어들면서 이른바‘게이트’로 불리는 각종 의혹사건이 터지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권력의 심장부인 청와대와 대통령 아들까지 비리사건에 연루돼 여론으로 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
사건의 실체야 사법기관의 수사를 통해 차차 밝혀지겠지만 어쩌다 온 나라가 폭삭 썩어서 금방이라도 망할 것처럼 이렇게 시끌벅적한지 안타까운 마음 금할 수가 없다.
연유야 어찌됐건, 또 사건의 경중(輕重)이야 차치하고라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정권의 도덕성’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은 집권세력의 중대한 실수요,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러나 정권의 모든 비리가 대통령과 청와대로 부터 비롯되고, 그 근저에는 제왕적 대통령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라도 일방적으로 매도해서는 곤란하다. 제왕적 대통령의 사전적 의미는 입법·사법·행정을 모두 틀어쥐었던 전제군주시대의 왕권과 같은 권한을 행사하는 대통령을 뜻한다.
또한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말은 우리나라와 같이 헌법상 강력한 대통령제를 채택한 나라에서 정치집단 간에 왕왕 시비거리가 되거니와 그 나라의 역사와 제도·문화·관습과도 밀접한 상관관계를 맺고 있다. 이처럼 대통령제가 갖는 여러 소인을 무시하고 제왕적이라는 말을 붙여 무조건 뒤집어 씌우려 해서야 되겠는가?
물론 시대의 변천에 따라 헌법도 법률도 제도도 뜯어 고칠 것은 고쳐야 한다. 하지만 여건은 크게 변한 것이 없는데 제왕적 대통령이라며 모든 책임을 대통령에게만 지우려 한다면 도대체 어떻게 하란 말인가?
역설적이지만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정말 제왕적 대통령 이라면 야당과 언론이 그토록 무차별 공격을 할 수 있으며, 그들은 또 정말 제왕적 대통령과도 같던 군사독재 시절 어디서 숨죽이며 무엇을 했다는 말인가?
하기야 사정은 좀 다르지만 우리보다 정치문화가 30∼50년은 앞섰다는 미국에서도 부시는 제왕적 대통령이라고 비난한다고 한다. 그러나 그들은 최소한의 정치도의를 존중하며 이성적으로 문제를 풀어나가지 우리처럼 막가는 식의 공격을 해대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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