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문(寡聞)탓인지 모르지만 아마도 세계에서 택시운전사 자격증 따기가 가장 어려운 도시가 영국 런던이 안닌가 싶다. 우선 응시자격 얻는일부터가 까다롭다. 거짓말을 하거나 마약이나 장물을 운반한 범죄전력이 있으면 안된다. 교양이나 매너·참을성 같은 인간 됨됨이도 심사 대상이다.
이런 조건을 통과하여 응시자격을 얻고도 18개월에 걸친 고된 훈련을 통해 4만개 가까운 런던시내 거리·건물 이름을 모조리 외워야 한다. 손님을 목적지까지 편안하게 빨리 모실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시험감독관을 ‘흡혈귀’라고 부를 정도로 심사과정이 까다롭고 엄격하다. 그래도 택시운전사를 지망하는 응시생들은 이런 고난을 참아 낸다. 신사의 나라 런던의 택시문화는 이렇게 해서 형성된 것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미국이나 일본 유럽 여러나라들도 비슷하다. 관광경쟁력이 택시 서비스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듯이 짧은 거리, 복잡한 행선지도 불평없이 손님을 모실줄 안다. 일본 도쿄의 스마일택시는 런던 못지않게 친절하기로 소문 나 있기도 하다.
세계를 통틀어 악명 높기로는 우리나라 택시를 빼놓을수 없을 것이다. 도대체 서비스나 친절이란 용어는 찾을 길이 없고 거리의 무법자 노릇을 도맡다시피 한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다보니 승객은 불편한 정도를 넘어 굴욕감을 느끼거나 때로는 적대감을 품게되는 일도 생긴다.
가령 거리에서 어쩌다가 택시와 접촉사고라도 낸 운전자가 있다고 치자. 그가 누구의 잘못인지를 택시운전사와 따지는 일은 어리석은(?) 짓이다. 그냥 적당히 타협해서 양보하는것이 최상이라는 사실을 겪어 본 사람은 다 안다.
그게 우리나라 택시문화의 현주소다. 그런데 엊그제 이런 사고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가벼운 접촉사고로 3백40만원의 배상금을 받은 한 택시운전사가 2천만원의 보상비를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가 패소판결을 받은 것이다. 법원은 뻔한 피해를 부풀려 ‘억지’를 부린 그에게 결과적으로 소송비용 부담만 남겨준 셈이다.
물론 우리나라의 교통정책이나 거리질서가 택시문화의 후진성을 부추긴 측면이 없지 않다. 택시운전자 탓만 할 일은 아니라는 말이다. 하지만 택시의 횡포, 분명 고쳐야 할 점이 많은것만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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