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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규제 풀어야 현대차 새만금투자 성공한다

전북특별자치도 설치 및 글로벌 생명경제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전북특별법) 2차 일부개정안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와 본회의를 통과하면 최종 입법이 이뤄지기 때문에 사실상 9부능선을 넘어섰다. 이번 개정안에는 총 32개 특례가 담겼는데 미래 산업과 도민 삶의 질 개선 효과가 기대된다. 세부사항을 보면 진일보한 점을 많이 발견할 수 있는데 크고 확실한 변화는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곧바로 3차 개정안 입법에 나서야 한다. 쉽게 말해 광주·전남 행정통합법 수준의 특례 보완은 필수적이며, 가장 핵심적인 것은 바로 현대차 새만금 투자협약 이행을 뒷받침할 법적 장치를 갖추는 거다. 무엇보다도 과감한 규제 혁신이 관건이다. AI로봇 실증사업 규제 면제, 수소 생산 운송 인허가 원스톱 처리, 공공기관 보유 데이터 활용을 위한 규제 샌드박스 확대 등 선제적으로 각종 제도가 갖춰져야 한다. 기술 경쟁은 누가 얼마나 빠르게 규제를 벗어나는가 하는게 관건이다. 이미 대통령까지 참석한 자리에서 현대차 투자협약식이 열렸지만 많은 기업들이 새만금에 투자하고 이전하려면 규제혁신과 인프라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 전북특별자치도가 출범한 것도 결국은 보다 나은 삶을 향한 선언이다. 실질적이며 가시적 성과를 거두려면 특별법에서 각종 규제를 확 풀어야만 된다. 이제 현대차를 중심으로 한 새만금 투자가 전북도민의 삶을 바꾸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 정책과 민간 투자가 동시에 가동될 경우 전북 산업 지도가 바뀌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런데 새만금을 중심으로 국가와 민간이 함께 성장하는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려면 일거에 규제를 혁파하는 것을 골자로 한 입법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얼마전 국무총리 주재로 ‘새만금·전북 대혁신 TF’가 출범하면서 올 상반기중에는 규제 개선과 인프라 확충을 포함한 종합 지원 계획이 마련될 전망이다. 그런데 로봇·수소·AI 데이터센터가 제대로 살아나려면 제도적 기반 마련을 위한 전북특별법 개정이 정말 중요하다. 이번 2차 개정안에 상당 부분 포함됐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지역정치권과 전북도는 올 상반기 가장 우선순위를 특별법 3차 개정안에 둘 것을 강력 촉구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6.03.19 16:48

[사설] ‘공직자 줄서기’ 악습, 이번엔 뿌리 뽑아야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의 줄서기 구태(舊態)가 반복되고 있다. 지방선거가 다가올 때마다 반복되는 공직사회의 고질병이다. 최근에는 공무원들이 참여한 메신저 단체방에서 특정 후보의 일정을 공유하거나 내부 동향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지지세를 결집, 확산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메신저 단체방이 사실상 선거운동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고 여기에 공직자들까지 참여해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행 ‘공직선거법’과 ‘국가공무원법’ 및 ‘지방공무원법’은 공무원의 선거 관여를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도 지자체 공무원들이 줄서기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것은 향후 인사에서 덕을 보려는 속셈 때문이다. 그래서 선거 때마다 정부와 지자체가 ‘공직기강 확립’을 내세우며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과 기강 해이, 소극행정’ 등 부적절한 행위를 차단하겠다고 강조하지만 오랜 악습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 특정 후보나 유력 인사에 기대어 인사상 이익을 얻으려는 일부 공무원들의 행태는 공직의 중립성을 훼손하고, 행정에 대한 시민 신뢰를 뿌리째 흔든다. 게다가 선거 후 논공행상(論功行賞)식 선심성 인사나 보복성 인사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지방행정 효율화에 큰 걸림돌이 된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건강하게 키워나가려면 공직자들의 줄서기 악습을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 우선 강력한 단속과 처벌이 필요하다. 선거 때마다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실제 적발과 처벌은 미흡했다. 그 사이 ‘눈치보기’와 ‘줄서기’는 더 은밀하고 교묘한 방식으로 진화했다. 철저한 단속을 통해 승진 제한, 핵심 보직 배제 등 실질적 불이익이 따르도록 해야 한다. 단속과 처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줄서기가 반복되는 근본 원인은 인사권 집중과 불투명한 기준에 있다. 승진과 보직이 공정하게 결정된다는 신뢰가 없다면, 공무원은 결국 권력의 향방을 살피게 될 것이다. 성과 중심 평가와 투명한 승진 기준 확립 등 인사시스템 정비를 통해 ‘누구 편에 서느냐’가 아니라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이 우대받는 인사구조를 정착시켜야 할 것이다. 강력한 처벌과 근본적인 인사시스템 개편을 통해 공직사회가 권력이 아닌 시민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6.03.19 16:47

[오목대] ‘연두색 넥타이’와 개헌의 봄

2024년 12월 4일 새벽, 국회 본회의장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가결을 선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던 우원식 국회의장의 ‘연두색 넥타이’가 화제를 모았다. 우 의장은 계엄이 해제된 뒤 SNS에 “오랜만에 김근태 형님의 유품인 연두색 넥타이를 맸다. 이 넥타이는 제가 큰 결정을 해야 할 때 꼭 매던 것이다. 오전 4시 30분 비상계엄 해제 의결 소식을 듣고 ‘형님 감사합니다’를 속으로 되새기며 본회의장을 나왔다”고 적었다. 우 의장은 사흘 뒤인 12월 7일 윤석열 대통령 1차 탄핵안이 상정된 국회 본회의와 12월 14일 2차 탄핵안이 가결된 국회 본회의에서도 연두색 넥타이를 맸다. 우 의장이 큰 결정, 중요한 결정이 있을 때마다 연두색 넥타이를 매는 이유는 “형님이자 정치적 스승”으로 부르는 故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 전신) 상임고문 생각 때문이다. ‘민주화운동의 대부’로 불리는 김 상임고문은 생전에 독재정권과 맞서 싸우다 고문을 당하며 수없이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었다. 온화한 이미지를 가졌던 그는 연두색 계열 넥타이를 즐겨 매던 정치인이었다. 서울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고문당할 때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게 한 색이 ‘혹독한 겨울을 견디고 나온 새싹의 연두색‘이었다고 한다. 김 상임고문에게 연두색은 희망과 새 출발,민주주의와 인권, 온건하지만 단단한 개혁의 상징색이었다. 1980년대 연세대 재학시절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김 상임고문과 인연을 맺은 우 의장은 그의 정치적 가치와 노선을 이어받은 ‘김근태계(GT계)’ 정치인으로 꼽힌다. 2011년 김 상임고문이 별세한 뒤 그의 유품 가운데 연두색 넥타이 몇 개가 가까운 정치적 후배들에게 전해졌고, 우 의장도 그중 한 명이었다. 우 의장에게 연두색 넥타이는 정치적 스승에 대한 기억과 김근태의 민주주의 가치를 계승하겠다는 다짐이 담긴 상징인 셈이다. 비상계엄 해제와 대통령 탄핵의 현장에서 의사봉을 두드렸던 우 의장은 여야에 6·3 지방선거와 연계한 개헌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10일 연두색 넥타이를 매고 나온 긴급 기자회견에서는 “비상계엄의 상처를 겪고도 아무 것도 바꾸지 못하는 것은 정치의 책무 유기”라며 ‘불법 비상계엄은 꿈도 못 꾸는 개헌’을 호소했다. 계엄 선포 후 48시간 이내에 국회 승인을 받지 못하면 계엄이 즉시 자동 무효화되도록 하는 것이 개헌안의 핵심이다. 우 의장은 지방선거일에 개헌 투표를 실시하려면 3월 17일까지 국회 개헌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4월 7일까지 헌법 개정안을 발의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지만 여야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국민의힘은 “지방선거를 개헌 블랙홀로 만들 수 없다”며 속도전에 반대하고 있고, 민주당은 개헌 필요성에 동의하면서도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7일 국무회의에서 “국회의장의 단계적·점진적 개헌 제안에 공감한다”며 우 의장의 제안에 힘을 실었다. ‘연두색 넥타이’를 매고 국회 본회의장에서 ‘불법 비상계엄은 꿈도 못 꾸는 개헌안’을 의결하는 우원식 국회의장을 다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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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인석
  • 2026.03.19 16:46

[청춘예찬] 오래된 다정함, 남문사잇길

요즘 우리 동네 골목 어귀에는 낯선 발걸음이 잦아졌다. 우리끼리만 부르던 이름이 이제는 밖으로 번져나가고 있다. 이곳은 ‘남문사잇길’이라 불린다. 한옥마을이라 부르기엔 너무 일상적이고, 웨딩의 거리나 남부시장이라고 하기엔 살짝 비껴난 곳. 말 그대로 어디에도 속하지 못했던, 정체성이 모호했던 동네에 사람들이 이름을 부르며 찾아오고 있다. 2025년 5월, 특별할 것 없던 우리를 하나로 묶어준 건 남부시장 곁 오래된 구도심에서의 시간이었다. 낡은 공간을 쓸고 닦고 고치며 지내온 날들이 우리를 느슨히 이어주기 시작했다. 우리는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공간을 가꾸고, 지향하는 바 역시 조금씩 달랐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게 같았다. 남들이 ‘오래된 구도심’이라 부르며 떠날 때, 우리는 그 시간의 결이 좋아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는 것. 내 가게의 안녕만큼이나 옆 가게의 안부를 묻는 인사가 쌓이며 구도심의 낙낙한 정을 이어가고 있었다. 동네의 젊은 상인들이 모여 서로의 안부를 묻고 각자의 소식을 나누기 시작했다. 그렇게 이어지던 어느 날, 문득, 마음속에 잠겨 있던 질문이 떠올랐다. ‘우리는 이 동네를 어디에 속한 곳이라 불러야 할까.’ 누군가 이름을 붙여줄 때까지 기다리기보다 우리가 직접 정의해보기로 했다. 상인들끼리 이름을 공모했고, 그렇게 탄생한 이름이 바로 ‘남문사잇길’이다. 우리 가게들이 자리한 도로명 주소 ‘풍남문n길’에서 출발해 ‘남문’이라는 상징과 여러 동네와 길 ‘사이’에 위치한 이곳의 성격을 담아 붙인 이름이다. 누군가 불러주기를 마냥 기다리지 않고 우리가 만든 이름을 스스로 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를 알리기 위해 동네의 분위기를 담은 종이 지도를 만들었다. 가게마다 지도를 나누고, 사람들은 종이 지도와 핸드폰 속 지도를 손에 쥔 채 골목을 탐험하기 시작했다. 구불구불한 골목과 오랜 세월의 흔적이 짙게 묻어있는 동네의 정취를 사람들이 직접 걷고 머물며 느낄 수 있는 행사를 열기도 했다. 그렇게 ‘남문사잇길’이 만들어지고 1주년을 앞둔 봄. 요즘은 이곳을 일부러 찾아왔다는 사람들을 자주 마주친다. 외진 골목과 구도심을 향한 발걸음들이다. 소문이 어디까지 닿은 걸까. 취재와 촬영을 위해 찾아오는 이들도 늘었다. 관공서를 찾았을 때, 남문사잇길 이야기를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는 말을 들을 때면 비로소 실감이 난다. 어쩌다 보니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 ‘로컬 브랜딩’이라 불리고 있었다. 거창한 계획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이 동네에 대한 애정과 우리가 가진 것을 나누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일이었다. 출근길에 동네 어르신들과 인사를 나누고, 서로의 부재를 챙기는 일. 새 메뉴를 만들면 이웃 가게들과 함께 나누고 의견을 묻는 일. 한 해의 끝과 시작을 서로의 수고와 안녕으로 건네는 일. 우리 가게뿐 아니라 이 골목의 다른 가게들도 꼭 들러보라며 기꺼이 소개하는 일. 그렇게 우리는 이 동네를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 곁에 누가 살고 있는지조차 모른 채 스쳐가는 시대에 우리는 참 다정한 동네에 머물고 있다. 이 골목에 빠지게 된 마음을 나누고자 다가오는 계절에도 몇 가지 새로운 시도를 준비하고 있다. 우리는 이 오래된 동네를 지금의 방식으로 계속 살아가게 한다. 오래된 것을 소중히 간직한 채 그 위에 새로운 발자국을 겹쳐가고 있다. 구도심의 시간을 째깍째깍 이어간다는 즐거운 사명감을 받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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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3.19 16:46

[금요칼럼] 고래가 싸우는 세계, 한국의 길

2016년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처음 승리하고 영국 국민이 브렉시트를 선택했을 때였다. 그 순간 나는 세계가 어딘가 불안한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1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그 변화가 새로운 세계 질서로 굳어지고 있는 시점에 서 있는 듯하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인류는 하나의 이상을 세웠다. 전쟁의 참화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힘과 군사력이 곧바로 침략의 정당성이 되는 세상이 아니라 규범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만들자는 약속이었다. 그러나 2026년의 세계는 그 약속이 힘을 잃은 것처럼 보인다. 미국은 베네수엘라의 선출된 지도자를 납치했고 이스라엘은 이란 지도자를 암살했다. 러시아는 여전히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략 전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행동을 막기 위해 만들어졌던 국제 규범과 질서는 더 이상 강력한 억제력이 되지 못하는 듯하다. 심지어 서방 국가들조차 그 규범에 묶어 두지 않을 뿐더러 많은 나라는 그저 무력하게 이를 지켜보기만 하고 있다. 그렇다면 다음에는 무슨 일이 가능할까. 그린란드의 합병일까 캐나다나 쿠바에 대한 공격일까 혹은 김정은을 납치하는 일일까. 지금의 국제 환경에서는 그 어떤 일도 완전히 불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갈등은 한국과 멀리 떨어진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만약 강대국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 국가 지도자를 제거해도 된다고 느끼기 시작한다면 그 파장은 곧바로 동아시아로 이어질 수도 있다. 대만 문제 역시 그 가능성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을 것이다. 한국 속담에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말이 있다. 세계가 다시 군비 경쟁의 시대로 접어들고 미국과 중국이라는 거대한 세력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갈등을 한국과 무관한 먼 나라 이야기로 넘겨버릴 수는 없다. 오늘날의 세계는 서로 깊이 연결된 글로벌 사회다. 전쟁과 갈등은 순식간에 확대돼 결국 우리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시대에 한국의 외교는 매우 섬세한 균형을 요구받는다. 미국과 중국 모두 한국에게는 중요한 파트너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일본과 유럽연합이 최근 서로 더욱 가까워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략적으로 접근한다면 이러한 관계 변화는 한국 외교에 새로운 균형을 만들어줄 가능성이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한국이 동맹과 파트너십의 구조를 다시 한번 차분하게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미국은 더 이상 우리가 과거에 믿어왔던 것처럼 선의의 ‘큰형’ 혹은 보호자 역할을 한다고 보기 어려워졌다. 지난 1년 동안 트럼프가 보여준 강압적이고 협박에 가까운 외교 방식은 많은 나라에 동맹이 항상 조화로운 관계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줬다. 실제로 캐나다와 유럽연합은 인도와 남미의 메르코수르 국가들과 새로운 협력 관계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는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국제법은 점점 더 가볍게 취급되고 있다. 규범에 기반한 국제 질서라는 이상은 이제 과거의 꿈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나는 최근 한국 사회가 보여준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는다.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선언과 그 이후 이어진 정치적·사회적 위기 속에서도 한국 사회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지켜냈다. 한국은 아직 비교적 젊은 민주주의 국가다. 그러나 시민들은 법치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많은 오래된 민주주의 국가들보다 더 큰 용기와 책임감을 보여줬다. 최근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이란과의 불공정한 싸움에서 이미 땅에 쓰러진 상대를 계속 때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말을 들으며 우리는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한다. 과연 이것이 우리가 다음 세대에게 가르치고 싶은 가치인가. 만약 그 답이 “아니오”라면 우리는 또 다른 질문을 던져야 한다. 과연 미국이 여전히 세계의 지도 국가로서 도덕적 정당성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질문이다. 그렇다면 한국이 선택해야 할 길은 무엇일까. 그것은 거대한 힘의 논리에 휩쓸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의 가치와 원칙을 지키는 길일 것이다. 다윗이 골리앗을 이긴 것처럼 때로는 작은 존재도 거대한 힘에 맞서 승리할 수 있다. 어쩌면 작은 새우가 고래에게 옳은 것을 위해 일어서는 것이 무엇인지 가르쳐 줄 수도 있을 것이다. 거대한 목소리를 내는 포퓰리스트와 독재자를 흉내 내는 지도자들 뒤에 그저 조용히 줄 서 있기보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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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3.19 16:46

[기고] 아리랑에 담긴 한민족의 고유정서

BTS가 재기공연에서 아리랑을 새롭게 보여준다고 하니 관심이 크다. 우리가 오늘날 즐겨 부르는 아리랑은 신아리랑. 춘사 나운규가 직접 각본을 쓰고 주연 감독까지 했다는 영화 아리랑의 주제가다. 그러나 원래 아리랑은 먼 옛날부터 우리 아낙들이 고된 마음을 한탄에 실어 자신을 추스리던 노동요였다. 우리 민요는 원래 연이어 부르던 토리가락. 그것은 진도 아리랑, 밀양아리랑, 정선아리랑 등 토속아리랑의 사설과 가락에 잘 나타나 있다. 이들 아리랑 사설들은 모두 한탄과 원망, 해학 해탈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지. 그렇다면 아리랑은 무슨 뜻이었을까? 아리랑의 기원을 두고 많은 사람들이 나름의 기원설을 주장하고 있지만 필자는 아리랑의 뜻은 그 노래가사 자체에 잘 나타나 있다고 주장한다. 진도아리랑과 밀양아리랑 가사를 들여다 보자. 문경 새재는 웬 고갠가 구비야 구부 구부가 눈물이고나 아리 아리랑 쓰리 쓰리랑 아라리가 낫네 아리랑 응 응 응 아라리가 낫네. (진도아리랑)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날 조매 보소, 동지 섣달 꽃 본 듯이 날 좀 보소 아리 아리랑 쓰리 쓰리랑 아라리가 낫네 아리랑 고개로 날 넘겨 주소. (밀양아리랑) 특히 가사 후렴을 주목해 볼 것. 분명히 가락은 다른데 두 아리랑은 아리 아리랑 쓰리 쓰리랑 아라리가 낫네, 라는 같은 가사를 공유하고 있지 않은가. 왕래가 쉽지 않은 곳인데도 같은 가사가 있으니 놀랍다. 우리 여성들은 자고로 칠거지악의 족쇄에 억눌려 살아야 했지. 그래서 내색할 수조차 없었던 마음의 아픔 즉 원망과 한이 많았고 이것은 여성이 지녀야 할 당연한 숙명이었던 것. 우리말에는 아리다 쓰리다 란 말이 있지. 둘 다 아프다는 말이지만 쓰리다가 좀 더 가혹하다는 느낌이 드는 건 사실. 그러나 특별히 차이 나는 아픔은 아니어서 이 말들은 흔히 강조의 대구로 쓰인다. 그런데 바로 이 아리고 쓰린 마음이 우리 아낙들의 심중에 깊이 자리한 아픔의 대명사였던 것. 그렇다면 우리 여성들이 아리고 쓰린 마음을 내색하지 못하고 삭이며 스스로 터득한 삶의 지혜, 그것이 아리랑의 사설이고 가락 아니겠는가. 그래서 그 체념과 자위가 아리랑 가락으로 표출되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랑’은 너랑 나랑 처럼 두 가지를 같은 자격으로 이어주는 접속사. 그러므로 별 차이가 없는 아린 것과 쓰린 것을 비교하면서 그래도 아린 것이 더 낫다는 식의 해학으로 자신을 위로했던 것. 진도아리랑은 아리랑 응 응 응 아라리가 낫네, 라며 구성진 응석까지 가락에 실어 계속 흥을 돋우고 있고 밀양아리랑은 한 술 더 떠 차라리 아리랑고개로 날 넘겨 주소, 라고 푸념까지 늘어놓고 있다. 이것이 바로 우리 아리랑 가락 속에 용해되어 있는 우리 아낙들의 독특한 정서다, 라고 말하면 비약이라고 하겠는가. 전통적인 우리 한민족 서민의 정서에서 특히 주목되는 것이 ‘정’, ‘한’, ‘흥’ 이다. 우선 이 정과 한과 흥은 모두 한문이 가능하지만 한문의 뜻과는 전혀 다른 개념. 한문 情은 喜 怒 哀 樂에 好 惡를 더한 인간의 일상감정들을 말하지만 우리의 ‘정’은 다르다. 우리 ‘정’은 마음 속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 순수한 마음이 기울어져 일어나는 간절함이다. ‘한’ 역시 恨이 아니다. 恨은 원한에 가까워서 恨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복수심으로 연결된다. 그러나 우리 ‘한’은 ‘정’의 끝자락(端). 차라리 한숨의 한과 닮았다. 이 경우 ‘한’은 ‘정’의 노여움이 굴절되어 나타난 체념일 수 있는 것. ‘흥’ 역시 떠들썩한 興이 아니다. 우리의 ‘흥’은 한의 승화로 해석할 수 있는 해탈의 몸부림이니까. 그래서 필자는 한국여성의 고유정서로 정과 한과 흥을 내세우면서 이들 세 요소는 한 끈으로 연결된 유기적 정서라고 정의한다. 우리가락에는 서양음악과 같은 정확한 음표가 없지. 오히려 즉흥적인 ‘추임새’가 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그래서 정과 한과 흥이 얼마든지 자유자재로 넘나들 수 있는 것이 우리 민요의 가락이고 사설이다. 우리 민요 아리랑가락 속에는 우리 고유의 정서인 이 정과 한과 흥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 애절한 사랑과 원망을 해학 넘치는 사설로 엮어 풀 수 있고 한탄과 절망으로 오열할 수도 있는 다양한 정서가 우리 가락에는 모두 포함되어 있지. 그래서 다양한 정서를 넘나들며 계속할 수 있는 것이 아리랑타령이다. 그래서 민요 아리랑은 불가항력의 역경 속에서 ‘한’을 달래고 ‘정’을 그리며 ‘흥’을 이끌어내는, 우리 민족의 다양한 정서를 모두 담아내고 있었다. 한민족의 전통적 고유정서가 뚜렷한 우리 아리랑을 우리 BTS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보여줄까? △홍지득 선생은 전북 순창 출신으로 1957년 전주고등학교 졸업하고 서라벌예술대학에서 공부했다. 516 혁명 후 해산된 국회에 설립된 재건국민운동 중앙회 간사를 지냈으며 국민신문 기자를 거쳐 미술과 연극 관련 평론을 발표했다. 이미지연구소 설립, 기업이미지 관련 논문 등 번역했으며 한국상업은행 등 여러 기업의 이미지작업도 주관했다. 미국영어발음 해설과 우리 외래어 문제점 등 논설 다수 발표했으며 시사논쟁 글을 다수 집필했다. 극단 가교(架橋) 대표와 한국예총 연극협회 이사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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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3.19 16:46

[세무 상담] 부모님의 땀방울 서린 농지, 지혜롭게 물려받는 법

최근에는 은퇴 후 고향으로 내려와 부모님의 가업을 잇는 자녀분들도 늘고 있는데, 이때 가장 큰 현실적인 고민은 단연 세금입니다. 다행히 우리 세법은 농업의 계속성을 돕기 위해 ‘영농자녀 증여세 감면’이라는 파격적인 제도를 두고 있습니다. 이 제도의 가장 매력적인 혜택은 5년간 합산하여 최대 1억 원까지 증여세를 100% 감면해 준다는 점입니다. 일반적인 증여는 자녀 공제 5,000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에 대해 세율이 적용되지만, 영농자녀 감면을 활용하면 공시지가 수억 원대 농지도 세금 한 푼 없이 물려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증여 후 부모님이 10년 이내에 돌아가셔도 이 농지는 상속재산 가액에 합산되지 않아 추후 상속세 부담까지 낮춰주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세상이치가 공짜는 없듯이 조건은 매우 엄격합니다. 우선 부모님은 농지 소재지 인근에 거주하며 증여일로부터 소급하여 3년 이상 직접 농사를 지었어야 합니다. 물려받는 자녀 역시 만 18세 이상으로서 실제 영농에 종사해야 합니다. 특히 주의할 점은 소득 요건입니다. 부모나 자녀 중 어느 한 명이라도 농업 외 소득이 연간 3,700만 원을 넘는 해가 있다면, 그 기간은 영농 기간에서 제외됩니다. 직장생활을 병행하며 이름만 올리는 식의 증여는 통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김제에서 20년째 벼농사를 짓는 A씨의 사례를 보겠습니다. A씨는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아들 B씨가 귀농하자 시가 4억 원 상당의 논을 증여하기로 했습니다. 만약 B씨가 직장을 그만두고 내려와 실제 농사를 지으며 신고했다면, 자녀 공제와 영농자녀 감면을 통해 세금은 0원이 됩니다. 반면 B 씨가 명의만 넘겨받고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계속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추후 실경작 위반이 적발될 경우 감면받은 세금은 물론 이자 성격의 가산세까지 무겁게 추징당하게 됩니다. 혜택이 큰 만큼 사후 관리도 철저하기에 증여 후 5년 이내에 땅을 팔거나 농사를 그만두어서도 안 됩니다. 부모님의 땀이 서린 농지가 자녀에게 ‘독’이 아닌 ‘득’이 될 수 있도록, 증여 전 반드시 거주 요건과 소득 요건을 꼼꼼히 따져보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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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3.19 16:44

[사설] 관심 밖 교육감 선거, 정말 ‘남의 일’인가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의 후보 공천 일정이 속속 진행되면서 지역사회가 선거 열기로 달아오르고 있다. 도지사와 시장·군수 등 단체장 후보 경선을 놓고 무대에 오른 후보들 간의 세 대결이 치열하다. 지역의 미래를 선택해야 하는 유권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전북특별자치도교육감 선거는 여전히 관심 밖이다. 치열한 경쟁에 나선 후보들의 이름조차 제대로 모르는 유권자가 적지 않다. 이렇게 각 후보의 교육철학과 정책이 제대로 검증되지 못한 채 선거일만 다가오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전북일보와 JTV·전라일보가 최근 전북도민 102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6·3지방선거 여론조사에서 지지하는 교육감 후보를 정하지 못한 부동층이 무려 43%에 달했다. 이는 같은 조사에서 도지사 후보 적합도를 묻는 질문에 ‘모름·없음·무응답’으로 분류된 부동층 25%에 비해 2배 가까이 높은 비율이다. 교육감은 지역의 교육 방향을 결정하는 막중한 책임을 지닌 자리다. 교육과정 운영, 교원정책, 학생복지와 같은 핵심 사안이 교육감의 판단에 따라 좌우된다. 지역사회의 미래를 좌우하는 일이다. 그런데도 유권자들은 관심이 없다. 특정 후보의 표절 논란과 지역 시민사회단체의 후보 단일화 추진 등 떠들썩한 이슈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유권자들의 피로감만 키웠다. 정당 공천이 없는 선거 구조 속에서 유권자들이 선택의 기준을 찾기 어렵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무관심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유권자의 관심과 참여가 줄어들면 후보들은 정책 경쟁보다 지지층 결집과 자극적인 공세에 더 의존하게 된다. 결국 선거는 맹목적 지지층 간의 싸움, ‘묻지마식 진영대결’로 축소될 위험성이 커진다. 무관심의 결과는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 나아가 지역사회 전체에 돌아간다. 교육의 방향이 소수의 선택에 의해 결정되는 상황을 방치한다면, 그 책임 또한 공동체 모두가 나눠 질 수밖에 없다. 교육감 선거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 아이들의 교실, 지역의 학교, 그리고 우리 사회의 내일을 결정하는 중요한 선택이다. 유권자 한 사람 한 사람의 관심과 참여가 교육의 질을 바꾸고, 지역의 미래를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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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3.18 19:04

[사설] 전북 공연계 양적 성장 넘어 질적 도약을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5년 공연시장 티켓판매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공연시장 총 판매액은 1조7000억원대로 전년 대비 18.8% 증가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했다. 그러나 대한민국 문화거점으로 자부해온 전북 공연예술계가 마주한 현실은 차갑다. 공연장을 찾는 관객은 늘었지만, 전북 공연산업의 체질은 여전히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광부 보고서는 전북 공연시장의 초라한 내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전북의 공연 티켓 예매 수는 30만 3,507매로 전년 대비 11.8% 증가했다. 도민들의 공연 관람 욕구와 수요가 꾸준히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고무적인 지표다. 그러나 내면을 들여다보면 사정은 달라진다. 티켓 판매액은 127억원으로 고작 3% 증가에 그쳤다. 전국 평균 판매액 증가율인 18.8%에 훨씬 못 미칠 뿐만 아니라, 23.0% 성장한 부산이나 72.2%나 폭등한 인천 등 타 지역과 비교해도 격차가 뚜렷하다. 이러한 괴리는 전북 공연시장이 질적 성장을 담보하지 못한 채 저가 구조에 안주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전국 평균 티켓 가격이 7만 원대인 반면, 전북은 1~2만 원대 저가 공연이나 무료 공연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예매 건수가 늘어도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으면서 지역 공연단체들이 티켓 수익만으로 제작비를 충당하지 못해 보조금에만 매달리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실정이다. 이는 전북 시장이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이른바 ‘킬러 콘텐츠’를 유치하거나 제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 전북만의 고유한 서사를 담은 대형 레퍼토리 발굴과 브랜드화에 소홀히 한 결과다. 지역 예술인들의 창작 역량과 콘텐츠 잠재력을 시장 소비로 연결할 유통과 마케팅 기반이 취약한 점 역시 공연시장 성장의 걸림돌이다. 공연예술은 지역의 품격이자 도민의 삶의 질과 연결된다. 전북 공연예술이 ‘문화거점’이라는 이름값을 하도록 대형 공연장들은 단순히 외부 유명 공연을 유치하는 대관 사업에 치중할 것이 아니라, 지역 예술단체의 무대 참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쿼터제’ 도입 등 적극적인 육성 전략을 펼쳐야 한다. 또 공연 콘텐츠 개발, 전문 기획 인력 양성, 광역 단위 유통망 구축 등 공연 산업 생태계를 체계적으로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창작자가 정당한 대가를 받고, 관객은 수준 높은 공연에 기꺼이 비용을 지불하는 건강한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도록 지자체와 예술계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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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6.03.18 19:04

[오목대] 김민석-정청래 전북민심 잡기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은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라고 했다. 이는 호남의 가치를 가장 명쾌하게 표현한다. 그런데 오늘날 민주당의 차기 당권, 대권가도 경쟁구도를 가장 잘 설명하는 말이 바로 약무호남, 시무국가라고 할 수 있다. 호남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당권도 대권도 없다는 거다. 민주당 권리당원의 ⅓ 가량이 호남에 몰려 있기에 ‘호남은 민주당의 심장’ 이라고 한다. 차기를 노리는 이들에게 호남은 ‘본선 진출권’ 티켓을 거머쥐는 핵심이다. 노무현, 문재인 전 대통령은 물론, 이재명 대통령도 호남의 지지를 발판 삼아 대세론을 형성했던 모델을 김민석 총리나 정청래 대표가 모를리 없다. 호남에서도 핫 플에이스가 바로 전북이다. 호남의 주도권은 광주전남이고 전북은 변방이라는 인식과 달리 전북이 민주당의 당권, 대권가도에서 한복판에 서게 된 것이다. 당장은 6월 지방선거와 8월 당대표 선거, 멀리는 대권가도를 앞두고, 전북은 김민석 국무총리와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치열한 민심 잡기 경쟁을 하는 최대 격전지가 됐다. 퇴임후 익산에서 살고싶다는 김민석 총리는 우선 당장 가족들이 익산으로 이사했다. 그는 국정 운영 성과를 바탕으로 전북의 실질적인 발전을 책임질 수 있는 ‘유능한 총리’ 이미지를 강조하며 바닥 민심을 훑고 있다. 수시로 전주, 새만금, 익산 등을 방문하면서 ‘K-국정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도민들과 직접 소통하고 있다. 정청래 대표 또한 ‘전북의 아들’임을 자처하면서 전주와 순창 등지에서 현장 최고위원회를 잇달아 열고 있다. 정부가 아닌 당이 호남의 지갑을 채웠다는 점을 강조한다. 지방선거의 민감한 시점에 이들은 전북을 찾고 있다. 특히 전북도지사 공천과정을 둘러싸고 김민석 총리와 정청래 대표의 영향력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가장 뜨거운 화약고가 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아닌게 아니라 ‘특정후보 지원설’의 진위여부와는 관계없이 김민석 총리의 행사에는 김관영 지사가, 정청래 대표의 행사에는 이원택 의원이 동행하는 장면이 많았는데, 특이한 것은 지난 13일 순창에서 열린 최고위 행사 때에는 김관영 지사와 안호영 의원이 참석, 눈길을 끌었다. 지방선거 공천과정에 정계 실력자들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고 있는 것은 사실 당권을 염두에 둔 심모원려한 포석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달 뉴스토마토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차기 당 대표 적합도에서 정청래 대표와 김민석 총리는 오차범위 내에서 초박빙 접전을 벌이고 있다. 그래서 호남민심은 중요하고, 그중에서도 전북의 민심향배가 최대 관심사인듯하다. 유력한 차기 당권, 대권 주자들이 스스로 전북인임을 자처하는 지금 상황은 어쨋든 그동안 변방에 머물렀던 전북이 확실하게 그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호기다. 머지않아 ‘약무전북, 시무당권’이라는 말이 떠돌지도 모르겠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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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3.18 19:04

[의정단상] ‘전북회복’의 기회, 새만금!

지난 2월 말 이재명 대통령님이 전북 타운홀 미팅을 앞두고 “호남권 경제지도가 완전히 바뀔 것입니다”라며, 현대차 그룹과 새만금 9조 원대 투자를 약속했습니다. 이제 새만금은 오랜 희망 고문을 끝내고 진짜 ‘기회의 땅’으로 거듭날 수 있는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도 3월 11일 국무총리 주재 ‘새만금ㆍ전북 대혁신 T/F’ 첫 회의를 열어, 현대차 새만금 투자를 올해 5월까지 계획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이날 T/F 회의에서 국무총리는 “새로운 혁신 성장의 출발이 시작되는 것이기 때문에 새만금 투자는 매우 큰 역사적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고, “기존보다 두 배 빠른 속도로 종합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며 계획 마련 속도를 강조했습니다. 30년 넘게 말만 앞서고, 실행은 없었던 전북인들의 염원, 새만금이 개발계획을 구체화하고 이전보다 속도감 있게 추진하니 매우 반가운 일입니다. 현재 대한민국은 “통합”이 대세인데도, 전북은 통합열차에 탑승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현대차 투자를 시작으로 이번만큼은 여의도보다 140배 넓은 땅 새만금을 전북이 회복하고 도약하는 기회의 땅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새만금은 재생에너지만으로도 연간 680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만들 수 있습니다. 새만금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재생에너지를 직접 생산하고, 소비하는 지산지소(地産地消)가 가능한 지역입니다. 로봇ㆍAIㆍ수소 등 첨단 신산업을 떠받칠 수 있을 정도로 일조량과 물도 풍부합니다. 이번 현대차 투자도 이러한 새만금의 충분한 재생에너지를 보았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전북이 가진 튼튼한 제조업 기반을 피지컬 AI로 실증화하면, 전북은 우리나라 신산업 발전의 중심지로 발전합니다. 저는 지난 3월 13일 순창에서 열린 민주당 전북 현장 최고위원회에서 많은 기업이 새만금에 투자하고 이전할 수 있도록 규제혁신과 인프라 지원을 끝까지 뒷받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새만금공항과 도로, 철도를 차질없이 구축하고, 새만금과 전북 전체를 잇는 물류와 경제 혈맥을 열어야 합니다. 새만금 청사진 위에 산업, 일자리를 얹어야 새만금이 전북도민의 삶을 바꾸는 기회의 땅이 될 수 있습니다. 정청래 대표도 “다시 뛰는 전북, 다시 뜨는 전북”을 만들겠다고 하면서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최근 이재명 정부의 새만금 투자와 관심에 발맞추어, 전주와 김제 통합논의가 거세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전주ㆍ김제 통합은 안으로는 힘을 모으고, 밖으로는 새만금과 바다를 향해 뻗어 나가는 길입니다. 1천 년간 내륙도시로 머물렀던 전주에서 이제 김제와 새만금을 넘어 해양으로 나아가자는 도민의 염원이 반영된 논의라 생각하고, 환영합니다. 이에 호응하듯, 전주시의회와 김제시의회도 전주ㆍ김제 통합 추진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좀 더 활발하고, 적극적인 통합논의로 전북이 “통합”이라는 대한민국 대세를 따라가자는 의미입니다. 새만금이 전북을 바다와 연결하고, 대한민국을 세계로 연결하는 발전을 이뤄내기를 희망합니다. 모처럼 ‘기회와 희망의 땅 새만금’에서 출발한 변화의 시작, 이 통합과 변화, 발전의 흐름에 우리 전북이 대한민국 성장의 새로운 모델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대한민국 아픈 손가락 전북회복은 또 다른 대한민국 회복입니다. 전주시민, 전북도민과 함께 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성윤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전주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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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3.18 19:03

[타향에서] 전북이 ‘골든타임’을 잡으려면

최근 고향 전북에서 들려오는 반가운 소식에 가슴이 뛰고 있음을 느낀다. 굴지의 기업들이 속속 투자를 결정하면서 전북이 중흥의 기회를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을 체감한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정치적 위상의 변화다. 현 정부 출범 후 주요 부처 장관에 전북 출신 인사들이 발탁되며 국정 운영의 핵심축으로 자리 잡았다. 국무회의 참석 권한을 갖는 국무위원만도 4명이나 전북 출신이 발탁됐다. 민간 부문에서도 낭보가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대기업인 현대자동차와 굴지의 인프라·조선 기업인 HJ중공업이 전북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는 소식은 지역 경제에 새로운 심장이 뛰기 시작했음을 알리는 강력한 신호탄이다. 정치적 호기와 대기업의 실질적 투자가 맞물린 지금이야말로 전북이 도약할 수 있는 적기다. 그러나 바람이 분다고 저절로 배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아니다. 돛을 올리고 노를 젓는 맹렬한 노력이 뒤따라야만 목적지에 닿을 수 있다. 모처럼 찾아온 이 순풍을 전북 백년대계의 동력으로 삼으려면 무엇이 필요할지 공직에 몸담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돌이켜 봤다. 첫째, 기업의 투자 방향에 맞춘 ‘맞춤형 지역 인재 양성 생태계’를 시급히 구축해야 한다. 과거처럼 저렴한 공장 부지와 세제 혜택만으로 기업을 묶어둘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현대자동차의 미래 산업 투자와 국내 조선사인 HJ중공업의 군산조선소 인수가 전북에 온전히 뿌리내리려면, 현장에 즉시 투입할 수 있는 우수한 인력이 지역 내에서 수급되어야 한다. 지자체와 지역 대학, 그리고 기업이 삼위일체가 되어 학과 개편부터 실무 중심의 교육 과정 신설까지 파격적인 산학협력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사람’이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거대한 투자도 결국 일시적 이벤트에 그칠 수 있다. 둘째, 14개 시·군이 ‘소지역주의’의 장벽을 허물고 하나의 경제 공동체로 뭉쳐야 한다. 큰 판이 벌어졌는데도 내부에서 주도권 다툼이나 지역 이기주의에 매몰된다면 중앙정부의 지원도 대기업의 투자 의지도 싸늘하게 식어버릴 것이다. 도내 핵심 거점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전북형 메가시티’의 비전을 실천에 옮겨야 한다. 알을 깨기 위해 어미 닭과 병아리가 안팎에서 함께 쪼아야 한다는 줄탁동시(啐啄同時)의 지혜가 절실하다. 밖에서 밀어주는 거대한 흐름에 맞춰, 안에서도 한마음 한뜻으로 화답해야 한다. 셋째, 과감한 규제 혁파와 ‘적극 행정’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투자 계획도 거미줄 같은 낡은 규제와 소극적인 행정 처리에 가로막히면 적기를 놓치게 된다. 전북에 온 기업들이 “전북의 행정 지원은 대한민국 최고 수준”이라는 찬사를 보낼 수 있도록 지자체가 나서 투자 유치의 최전선에서 기업의 애로사항을 선제적으로 해결하는 ‘레드카펫 행정’을 펼쳐야 한다. 법이 허용하는 테두리 내에서 모든 권한을 다해 기업의 도전을 지원하는 의지가 필요하다. 때가 이르면 놓치지 말아야 한다. 전북은 지금 그 어느 때 보다 절박함이 필요하다. 정치적 환경과 경제적 투자가 일치하는 타이밍은 다시 오지 않을 수 있다. 지금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10년 뒤 전북의 지도는 눈부신 경제 수도로 바뀔 것이다. 180만 도민과 지자체, 정치권이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똘똘 뭉쳐야 하는 이유다. 전북의 진정한 비상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최훈 새마을금고중앙회 지도이사·전 전북도 행정부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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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3.18 19:03

[기고] 현대차 새만금 9조원 투자, 성공 방정식

1987년 대통령 선거에서 노태우 후보의 공약으로 시작된 새만금 개발은 여의도의 140배에 달하는 국토를 대상으로 총사업비 22조 원이 투입됐지만, 3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기반 조성조차 완결되지 못한 채 표류해 왔다. 또한 역대 여섯 명의 대통령이 선거 때마다 개발을 약속했지만 실행력은 부족했고, 그 사이 농도의 전북 경제는 산업 기반 약화로 GRDP 비중 2.7%, 담세율 1.8%라는 전국 최하위 수준에 머물며 지역 소멸 위험 1군 이라는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 지금 현대차의 가장 큰 리스크는 비용이 아니라 시간이다. 지난 2월 27일 새만금 34만 평 부지에 정의선 회장이 이끄는 현대자동차그룹과 전북특별자치도와 정부의 대통령이 AI로봇 수소 산업 투자 MOU를 체결한 것이다. 이는 호남 최초의 첨단산업 메가 클러스터 투자이자 한국 AI 수소 산업의 실증 테스트베드 구축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크다. 현대차는 향후 5년간 9조 원을 투자해 추진하는 AI 수소에너지 시티 는 단순한 산업단지를 넘어 국가 미래 산업 생태계 자체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다. 5만장 GPU 기반 AI 데이터센터 구축, 로봇 및 부품 산업 육성, 태양광등 기반 RE100 산업단지 조성, 자율모빌리티와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개발, 수전해 수소 생산 플랜트까지 포함한 종합 미래산업 도시다. 이 사업은 약 7만 개 일자리 창출과 16조 원 이상의 경제 유발 효과, 그리고 피지컬 AI 숙련 인재 양성을 기대하게 한다. 이러한 신성장 첨단 사업 성공 여부는 투자 규모가 아니라 추진 속도에 달려 있다. 첫째, 초대형 AI 데이터센터 운영을 위한 전력 인프라 구축이 선행되어야 한다. 초고압 345kV급 변전소와 송전망을 조기에 완공하고, 고농도 산업 폐수 처리시설 등 핵심 기반시설을 신속히 구축해야 한다. 글로벌 경쟁산업의 인프라 지연은 곧 낙오와 투자 위측으로 실패 할수도 있기 때문이다. 둘째, 정부와 전북도의 과감한 규제 혁신이 필요하다. AI로봇 실증사업 규제 면제, 수소 생산 운송 인허가 원스톱 처리, 공공기관 보유 데이터 활용을 위한 규제 샌드박스 확대 등 선제적 제도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기술 경쟁은 규제 속도 경쟁이기도 하다. 셋째, 지역사회 통합과 도민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군산, 김제, 부안 등 인접 지역 간 이해관계를 넘어 대의를 중심으로 협력할 때 기업은 장기 투자를 결단한다. 지역 갈등은 국내 대형 국책사업 실패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돼 왔다. 기업은 정치적 약속도 중요하지만 지역의 안정성과 협력 의지를 더 중요하게 본다. 새만금 개발 지연은 정책 변화와 갈등의 반복으로 새만금 방조제는 16년간 환경 논쟁과 사회적 갈등 속에서 우여곡절 끝에 정주영 회장의 결단으로 완공될 수 있었으나 30여년 기초 터 닦기도 완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아도, 국가 전략사업이 부분적 이해 충돌로 멈춰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환경 보호는 중요하지만, 미래 기술 산업과 지속 가능한 발전의 삶에 더 큰 공익을 바라볼줄 알아야 할 것이다. 새만금 의 현대차 AI로봇, 수소에너지 시티의 성패는 기술에 앞서 속도 있는 로드멥의 관의 실행, 지역주민과 정주여건, 산학연 협력의 생태계 구축으로 새만금은 “글로벌 빅테크 혁신 거점” 으로 거듭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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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3.18 19:03

[사설] 민주당 전북도당 공정성, 투명성이 없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매사에 공명정대한 잣대를 적용하는 것을 가장 우선시한다. 공정성이나 투명성이 무너졌을 때 우리 사회가 어떤 대가를 치렀는지 구태여 사례를 열거할 필요도 없다. 공정성과 투명성이 생명인 선거 과정에서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전북의 현실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시장군수, 도의원이나 시군의원 공천 과정을 보면 부끄럽기만 하다. 민주당 공천장 하나만 있으면 지방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가 사실상 보장되는 상황 속에서 전북도당의 행태는 실망, 그 자체다. 공관위원이나 심사위원은 명쾌하고도, 보편타당한 논리에 근거하지 않고 친소관계나 자신을 추천한 사람의 오더를 수행하는 역할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의 16일 논평은 공천 과정의 문제점을 잘 보여준다. 참여자치는 “6·3 지방선거를 앞둔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의 공천 심사 과정이 불투명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심사 기준과 결과를 도민 앞에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당 전북도당 공관위가 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 후보 등 432명의 적격 여부를 심사해 35명을 부적격 처리했으나 결과를 대외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당사자에게만 개별 통보하는 ‘깜깜이 심사’를 고수하고 있는 점도 지적했다. 심사 기준과 감점 사유가 공개되지 않으면서 누가 어떤 근거로 적격 판정을 받았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전북도당의 폐쇄성은 결국 무성한 억측과 흑색선전이 난무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휴대전화까지 수거하며 보안을 강조했던 회의 결과는 공식 발표 전, 특정 언론을 통해 실명과 감점 수치까지 유출되고 있다. 결국 민주당 도당의 공천 시스템은 신뢰성을 상실했다는 거다. 도당 공관위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은 후보들이 중앙당 재심에서 잇따라 뒤집히는가 하면, 다시 도당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는 등 도통 이해하기가 어렵다. 공천은 단지 민주당 내부의 행사가 아니다. 주민들에게 공직 후보를 추천하는 공적 인 행위다. 지금이라도 명쾌한 해명을 제시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도민을 기만하고 무시하는 오만, 그 자체다. 윤준병 도당위원장이 상황이 왜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확실하게 해명하고 도민의 이해를 구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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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6.03.17 19:49

[사설] 변호사 낀 대규모 전세사기, 처벌 강화하라

주거 취약계층의 전세대출 제도를 악용해 85억원 상당의 자금을 편취한 전세사기 일당 88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총책과 관리책, 모집책 등으로 역할을 분담해 조직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전세사기는 제도의 취지를 악용하고 20대 사회초년생 등을 동원했다는 점에서 악질적이다. 더욱이 변호사, 아파트 시행사 대표, 공인중개사 등 주거 관련 전문가들이 치밀하게 범행을 모의해 지탄받아 마땅하다. 범죄수익을 최대한 빨리 몰수 추징하고 엄벌에 처해야 할 것이다. 전북경찰에 따르면 사기범 일당은 2021년부터 2025년까지 다세대주택을 대상으로 69건의 허위 임대차 계약을 체결해 총 85억원 상당의 전세자금 대출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코로나19 확산 시기 도입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인터넷 은행의 비대면 대출 심사 허점을 조직적으로 악용했다. 당시는 전세계약서와 주택임대차계약 신고필증만 제출하면 별도의 현장 확인이나 실거주 검증 없이 대출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노렸다. 총책을 중심으로 임대인을 모집하는 관리책, 허위 임차인을 모집하는 모집책, 대출 서류를 작성·관리하는 공인중개사 등으로 역할을 나눠 조직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특히 사회초년생인 20대 등 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을 허위 임차인으로 모집한 뒤 대출을 신청해 전세보증금을 받는 수법을 사용했다. 이 과정에서 변호사는 모집책 역할을 맡아 범행을 지원했고, 공인중개사는 고수익 보장을 미끼로 허위 전세계약을 홍보하거나 ‘깡통전세’ 거래를 중개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대부분 사회초년생인 허위 임차인들에게 명의를 빌리는 대가로 매달 100만~200만원을 지급키로 했으나 돌려막기를 통한 상환능력이 한계에 이르면서 덜미가 잡혔다. 일반적으로 전세사기는 피해자들이 전 재산을 날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번 전북에서의 전세사기는 임대인과 허위 임차인이 수혜자였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국민의 혈세로 조성된 지원 자금을 갉아먹는 범죄라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전세사기는 다수의 취약계층을 상대로 한 민생 범죄다. 그리고 피해자가 대규모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단순히 금전적 손실을 넘어 국민의 생존권과 주거권 등 공동체의 안녕을 해친다. 이번 사기단의 역할별 범죄수익과 배분 등을 철저히 따져 한 푼의 누수 없이 전액을 몰수·추징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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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6.03.17 19:46

[오목대] 왕의 초상, 태조 어진

초상화는 단순히 얼굴을 그리는 그림이 아니라 ‘사람을 어떻게 기억하고 기록할 것인가’에 대한 시대의 생각을 보여주는 장르다. 그래서 초상화의 역사는 어느 장르보다도 풍요롭다. 우리나라 초상화도 그 역사가 깊다. 고구려 고분에서 시작된 우리나라 초상화는 조선 시대에 이르러 황금기를 맞는다. ‘조선은 초상화의 왕국’이라 할 정도로 많이 그려졌고 그 수준 또한 빼어났다. 덕분에 조선 시대 초상화는 세계적으로도 ‘가장 사실적인 초상화의 전통’으로 평가받는다. 조선 시대 초상화 가운데에는 놀라운 경지에 이른 작품들이 적지 않다.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초상화가 있다. 극도의 사실성이 요구됐던 왕의 초상, ‘어진’이다. 조선 시대 초상화는 전란을 겪으며 대부분 사라졌다. 게다가 초상화를 사용하다 오래되어 낡게 되면 불태워 없애고 새로 제작하는 관행도 있었으니 원본이 남아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왕의 초상 역시 전란과 화재로 대부분 소실됐다. 오늘날 남아 있는 조선 왕의 어진은 태조와 영조 어진뿐이다. 그 가운데 전신을 그린 초상으로 유일하게 남은 그림이 태조 이성계의 어진이다. 왕의 초상 ‘태조 어진’이 일반에게 공개된 것은 2005년이다. 111년 만의 외출이었다. 그해 전시실 진열장 유리 너머로 마주한 ‘왕의 초상’은 아름답고 화려했다. 섬세한 필력과 강렬한 채색의 조화, 배채 기법으로 스며든 듯 배어 나오는 색감,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왕의 얼굴은 실재하는 인물처럼 다가왔다. 어진은 단순한 초상화가 아니었다. 왕이 부재한 자리에서도 왕의 존재를 대신하는 정치적 장치였다. 왕의 초상 앞에서 신하들은 예를 올렸고, 국가의 중요한 의례도 어진이 모셔진 진전에서 이루어졌다. 어진은 그만큼 왕권과 국가의 권위를 상징하는 존재였다. 왕의 얼굴을 남기는 일은 그래서 단순한 초상 제작이 아니었다. 왕의 권위와 왕조의 정통성을 기록하는 국가적 사업이었다. 어진 제작에는 당대 최고의 화원들이 참여했고, 여러 차례의 수정과 검증을 거쳐 완성됐다. 왕이 직접 그림을 확인하고 수정하도록 하는 과정도 있었다. 한 사람의 얼굴을 그리는 일이 아니라 왕조의 상징을 만드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태조 어진은 여기에 조선을 세운 창업 군주의 초상이라는 특별한 의미를 더한다. 조선 왕조의 시작을 상징하는 이 초상은 단순히 한 인물을 그린 그림을 넘어 새로운 시대의 출발을 상징하는 이미지다. 마침 국립전주박물관에서 태조 어진을 만날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경기전을 떠나 박물관 전시실에서 마주한 왕의 초상은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문득 초상화가 한 시대가 사람을 기억하는 방식임을 다시 깨닫게 된다. 600여 년의 시간을 건너온 왕의 초상 태조 어진이 오늘의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과연 한 시대를 만든 인물을 어떻게 기억하고 기록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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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6.03.17 19:45

[권혁남의 一口一言 ] 회색 코뿔소와 전북의 선택

“이산 저산 꽃이 피니 분명코 봄이로구나. 봄은 찾아왔건마는 세상사 쓸쓸하더라.” 사철가 첫 대목이 이토록 가슴 시리게 들리는 봄이 또 있을까 싶다. 여기저기서 꽃들이 앞다퉈 꽃망울을 터뜨리며 새 생명을 축복한다. 이웃인 전남광주에서도 새 세상이 열렸다고 새봄을 노래한다. 이를 바라보는 전북 도민들의 맘은 씁쓸하기만 하다. 전북은 늘 제 자리다. 도대체 달라지는 게 없다. 우리만 소외되고, 따로 노는 것만 같다. 지역 간 통합이라는 거대한 변화의 소용돌이마저 전북 땅을 비켜 가고 있다. 우리 스스로 발로 걷어찬 것이다. 뒤늦게 시동 건 광주와 전남이 먼저 하나 되어 전남광주특별시가 출범한다. 서울특별시에 버금가는 지위와 권한을 갖게 되어 천지개벽을 꿈꾼다. 20조 원의 재정 지원과 수많은 특례, 자율권이 주어진다. 이재명 정부의 5극 3특 지역 균형발전 정책의 상징적 모델이 된 전남광주시에 엄청난 지원이 따를 것이다. 이웃 지역들은 지역소멸을 막기 위해 몸집을 불리며 미래를 향해 나가는데, 전북은 좁디좁은 행정구역 울타리만 움켜쥔 채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 2월 2일 안호영 의원의 전주·완주 통합 추진 선언에도 알량한 골목 감투에 눈이 먼 완주군의원들의 강한 반대로 정말로 좋은 기회를 허망하게 날려버렸다. 전주·완주 통합이 삐걱거리자 김제시가 통합하자고 나섰다. 전주·완주 통합이 ‘한 지붕 두 살림’ 통합이라면, 전주·김제 통합은 ‘두 지붕 두 가족’이 담장을 허물고 더 큰 집을 짓자는 것이다. 전북의 심장이자 성장엔진인 전주를 살려 전북 전체를 살리는 길이라면 담장을 사이에 두고 있는 전주·김제 통합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김제는 만경평야의 넉넉함을 품은 우리나라 농업의 상징이다. 넉넉하고 풍요로운 김제의 대지 위에 전주의 산업과 문화의 활력이 심어진다면 농업과 산업, 첨단과 생태가 융합된 강력한 성장엔진이 될 수 있다. 분명 전주·김제 통합은 더 넓고, 더 강한 전북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길이다. 지역 간 통합은 흡수가 아니라 확장이며, 미래 세대를 위해 늦출 수 없는 선택이다. 완주군의원들과 통합을 반대하는 지역 정치인들에게 묻고 싶다.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떠나는 젊은 청년들, 늘어만 가는 빈집과 빈 상가가 진정 안 보이는가? 반 푼어치도 못 되는 알량한 골목 권력을 지키기 위해 자손과 전북의 미래를 버리는가? 훗날 후손들이 “그때 왜 좋은 기회를 놓쳤느냐”고 물으면 뭐라 답하겠는가? 전북은 이미 소멸이 진행되고 있다. 전북의 성장엔진이 꺼져가고 있다. 회색 코뿔소가 달려오고 있는 것을 뻔히 보고 있으면서도 ‘설마 나를 들이받겠어?’ ‘아직은 아니겠지’ 하다가 결국은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된다. 예고 없이 닥치는 블랙스완과는 달리 회색 코뿔소 위험은 사전에 인지하면서도 안이한 대처나 결단력 부족으로 맞는 재앙이다. 우리 전북이 직면하고 있는 위험이 전형적인 회색 코뿔소다. 지금 전북 앞에는 회색 코뿔소가 지축을 흔들며 코앞까지 다가오고 있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네 차례 실패한 전주·완주 사례와 단번에 성공한 전남·광주 사례에서 보듯이 지역 간 통합은 결단과 속도가 생명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큰 미래를 향해 가고자 하는 결단의 용기다. 용기 내어 하나가 될 때 회색 코뿔소를 이겨낼 수 있다. 제발 낡은 울타리를 걷어치우고 통합과 번영의 광장으로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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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3.17 19:45

[새벽메아리] 다문화 시대, 한국어 교육은 준비되었는가

다문화 사회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산업 현장에는 다양한 국적의 이주노동자들이 함께 일하고 있고, 지역사회 곳곳에는 결혼이주여성과 그 자녀들이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있다. 학교 교실에서도 여러 나라에서 온 학생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수도권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전북 역시 농업과 제조업 현장을 중심으로 외국인 노동자와 다문화가정이 꾸준히 늘어나며 지역사회의 모습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에 비해 우리가 준비한 것은 충분한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특히 한국어 교육은 다문화 사회를 지탱하는 중요한 기반임에도 여전히 여러 과제를 안고 있다. 이주민들에게 한국어는 단순한 외국어가 아니다. 한국어는 일자리를 찾고 병원을 이용하며 행정기관을 방문하고 이웃과 관계를 맺기 위해 필요한 생활 언어이자 생존 언어이다. 언어가 통하지 않으면 노동 현장에서 자신의 권리를 이해하기 어렵고 자녀의 학교 생활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힘들다. 결국 언어의 장벽은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지기 쉽다. 낯선 사회에서 언어를 배우는 과정은 단순한 학습을 넘어 새로운 삶에 적응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전북에서 외국인 노동자 쉼터를 운영하며 여러 이주민들을 만나다 보면 한국어를 배우려는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 자주 느끼게 된다. 긴 노동 시간을 마친 뒤에도 시간을 내어 한국어 수업에 참여하고 서툰 발음으로 한 글자 한 글자를 또박또박 읽어 내려간다. 그 모습 속에는 한국 사회에서 제대로 살아가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이 담겨 있다. 특히 이주청소년의 경우 언어 문제는 더욱 복합적인 어려움으로 나타난다. 또래 친구들과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으면 학교 생활에 적응하기 어렵고 학습 격차도 커질 수밖에 없다. 전북 지역 학교에서도 다문화 학생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지만 이들을 위한 체계적인 언어 지원은 아직 충분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다행히 전북도교육청에서는 다문화 학생들의 학교 적응을 돕기 위해 ‘찾아가는 한국어 교육’을 운영하며 언어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전문 강사가 학교로 직접 찾아가 한국어 수업을 진행하는 방식은 학생들의 초기 학교 적응을 돕는 데 의미 있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 현장만으로 모든 교육 수요를 감당하기는 어렵다. 학교 밖에서도 이어지는 한국어 교육이 함께 이루어질 때 교육 효과는 더욱 커질 수 있다. 현재 전북에서도 가족센터와 외국인지원센터를 중심으로 다양한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지만 교육 기회와 프로그램의 질은 지역마다 차이가 있다. 농촌 지역이나 산업단지 인근에서는 교육 참여 자체가 쉽지 않은 경우도 있다. 무엇보다 한국어 교육을 담당하는 강사들의 처우가 안정적이지 못해 지속적인 교육 체계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현실도 있다. 이제 한국어 교육을 단순한 지원 프로그램이 아니라 지역사회 통합을 위한 기반으로 바라봐야 한다. 지자체와 교육기관, 지역 단체가 협력해 학교 안과 밖을 연결하는 체계적인 교육 환경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다문화 사회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변화에 대한 논의가 아니라 그 변화에 걸맞은 한국어 교육의 준비이다. 한국어 교육의 수준은 결국 우리 사회의 포용성과 준비 정도를 보여주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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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3.17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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