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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시민사회와 동학 관련 단체들이 동학농민혁명 항일무장투쟁 참여자들에 대한 독립유공자 서훈을 촉구하고 나섰다. 도내 53개 시민사회·정당·동학 단체는 최근 성명을 통해 전봉준 등 동학농민혁명 항일무장투쟁 참여자들을 독립유공자로 인정하기 위한 국회 입법을 조속히 추진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1894년 일본군의 경복궁 점령 이후 동학농민군이 재봉기해 공주 우금치까지 북상하며 일본군에 맞선 것은 명백한 항일 독립운동”이라며 “전봉준을 비롯한 참여자들이 아직까지 독립유공자로 서훈되지 못한 것은 역사적 불합리”라고 주장했다. 단체들은 특히 을미의병(1895) 참여자 150명이 이미 독립유공자로 인정된 것과 달리, 그보다 앞선 시기 일본군에 맞서 싸운 동학농민군은 국가 차원의 공식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국회가 제정한 ‘동학농민혁명예회복법’에서 재봉기 참여자를 ‘항일무장투쟁을 전개한 혁명 참여자’로 규정하고 있음에도, 국가보훈부가 기존 독립운동 기점 기준을 유지하면서 서훈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동학농민혁명 재봉기는 한국 독립운동의 출발점으로 평가되고 있다”며 “22대 국회가 관련 법안을 당론으로 추진하고 신속 처리해 역사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현아 기자
전주 서학동 예술마을의 상징인 ‘서학동 사진미술관’과 진안 ‘계남정미소’가 개인의 손을 떠나 공공자산으로 거듭날 변곡점에 섰다. 평생 사진예술에 헌신해온 김지연 서학동사진미술관 관장이 최근 전북도립미술관에 두 공간을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다. 다만 실제 기증 성사까지는 행정의 수용의지와 예산확보 등 복합적인 과제 해결이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5일 전북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북도와 전북도립미술관은 이번 기증 제안을 두고 공유재산 편입을 위한 실무 차원의 내부 검토를 준비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김지연 관장은 기증에 대한 확고한 의사를 밝힌 상태지만 도가 이를 공공자산으로 수용하기 위해 이행해야 하는 행정적 조치는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문제는 사유시설 공공전환에 따른 법적‧재정적 부담이다. 서학동 사진미술관이 도립미술관 분관으로 운영되려면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에 따른 심의를 통과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건물 노후 정도에 따른 정밀 안전 진단과 리모델링 비용, 연간 운영비 등 막대한 예산 투입이 불가피하다. 상시 운영을 위한 전담 인력 배치와 콘텐츠 운용 방안 등 지속가능한 전략 수립도 필수적이다. 이러한 부담에도 불구하고 지역 문화계에서는 이번 기증이 전북 문화 거점 확장의 기회로 보고 있다. 완주군에 위치한 도립미술관은 그간 지리적 접근성이 낮아 도민들의 이용이 쉽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런 상황에서 서학동 사진미술관이 도립미술관의 분관 역할을 수행하면 시민들과 문화적 접점을 넓힐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도립미술관에서도 이번 기증을 전주 도심권 진출의 핵심 동력으로 삼으려는 의지가 강하다. 도립미술관 관계자는 “이미 인지도가 높은 서학동 사진미술관의 브랜드 가치는 도립미술관 입장에서 놓치기 아까운 자산”이라며 “회화와 서예 위주의 소장품 범위를 사진과 영상 등 미디어 장르로 확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기증자인 김 관장은 공간의 예술적 정체성 보전을 유일한 조건으로 내걸며 운영권 등 모든 개인적 권리를 내려놓겠다는 입장이다. 김 관장은 “재정적‧체력적 한계로 직접 운영은 어려워졌지만 평생 일군 공간의 역사와 맥이 사라지지 않고 지역사회에 남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북도의 수용여부와 구체적인 예산확보 방안이 이번 기증성사의 핵심변수가 될 전망이다. 박은 기자
K-컬처의 세계적 확산 속에서 전통문화는 단순한 문화유산을 넘어 영화·게임·관광 등 다양한 산업으로 확장되는 ‘원천 콘텐츠(IP)’로 재조명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K-컬처 수도’ 도약을 선언한 전주가 보유한 문화 자산을 콘텐츠로 연결하는 선순환 구조 마련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세계 곳곳에서 코리아 붐이 확산되며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판소리·한옥·한식 등 한국적 문화 자산을 다수 보유한 전북특별자치도 역시 지역 문화유산을 어떻게 기록하고 데이터화해 활용할 것인지가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전북은 전국에서도 전통문화 자원이 풍부한 지역으로 꼽힌다. 전주 한옥마을과 익산 미륵사지 등 대표적인 역사문화 자산은 물론, 판소리와 전통 공예 등 다양한 무형유산이 집적돼 있다. 이러한 자산을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산업·교육·관광 분야에서 활용하기 위한 기반으로 ‘문화 데이터 뱅크’ 구축 필요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결국 핵심은 문화 데이터의 축적에 그치지 않고 이를 실제 콘텐츠로 구현할 수 있는 기획과 운영 구조를 함께 마련하는 데 있다. 지역 문화 데이터가 의미 있는 문화 자산으로 기능하며 산업과 콘텐츠로 이어질 수 있는 체계가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전북자치도는 무형유산 기·예능 기록화와 전통 건축물 구조 데이터 축적, 고문헌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 등을 통해 문화유산을 데이터 자산으로 관리하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문화유산을 단순히 보존하는 것을 넘어 다양한 콘텐츠 제작에 활용할 수 있는 기반 자원으로 전환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문화자원의 디지털화 자체가 곧바로 활용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전북학연구센터 학술지에 실린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역사문화자원은 단순히 보존되는 것만으로 가치가 고정되는 것이 아니라 관람객과 기획자, 지자체 등 다양한 주체의 관계 속에서 활용될 때 새로운 의미가 형성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서는 전주의 역사문화 공간을 활용한 몰입형 콘텐츠 사례를 분석해 문화유산 공간이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서사와 체험을 구성하는 핵심 자원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경기전과 전라감영 등 전주 원도심의 역사 공간을 활용한 프로그램에서는 장소의 역사성과 상징성이 콘텐츠의 주요 요소로 활용된 것으로 분석됐다. 또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해 문화유산이 단순한 ‘관람의 대상’이 아니라 ‘참여와 해석의 대상’으로 경험되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역사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체험형 프로그램은 문화유산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제공하고, 지역 역사와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문화 데이터 축적이 실질적인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이를 콘텐츠로 연결할 수 있는 제도적·운영적 기반이 함께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서국선 중앙대학교 문화예술경영학과 박사는 이번 연구를 통해 “전북은 이미 풍부한 전통문화 자산을 보유한 지역”이라며 “이제 관건은 이러한 자원을 어떻게 데이터화하고 현대적 콘텐츠로 재구성해 K-컬처 시대의 새로운 문화 자산으로 확장하느냐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이 보유한 전통문화에 대한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과 콘텐츠 제작 역량, 지자체의 제도적 지원이 균형을 이루지 못할 경우 문화 데이터가 또 하나의 저장소에 머무를 가능성도 있다”며 “전북 문화 데이터 뱅크가 단순한 기록 사업을 넘어 지역 관광과 콘텐츠 산업을 연결하는 실질적인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덧붙였다. 전현아 기자
일상의 소음이 사라진 자리에 남는 것은 무엇일까. 전주교육대학교 아트스페이스에서 오는 15일까지 열리는 김동욱 작가의 개인전 ‘조용한 장면들’은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찰나의 정적을 캔버스 위로 불러낸다. 화려한 사건 대신 반려견과 함께하는 거실, 햇살이 머무는 숲, 여행지의 낯선 구석 등 지극히 사적인 기억의 단면들을 시각화한다. 작가의 시선은 특별한 서사보다 머무는 시간 그 자체에 집중한다. 화면 속 반려견은 단순한 그림 소재를 넘어 인간과 같은 무게의 시선을 공유하는 서사적 주체로 등장한다. 침대 위에서 몸을 웅크린 채 잠든 모습이나 빛이 스며드는 공간 한복판에 우두커니 선 작은 몸짓은 교감이 만드는 관계의 따뜻한 온도를 보여준다. 시각적 화법도 주목할 만하다. 미국과 영국에서 텍스타일 디자인을 전공한 작가의 이력이 투영된 듯 선명한 색면과 깊은 음영의 대비가 돋보인다. 분홍빛 매트와 어둡게 드리운 그림자, 보랏빛 저녁하늘과 초록 숲의 배치는 현실의 풍경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비현실적 감각을 자아낸다. 기억 속 장면을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입혀진 강렬한 색채와 회화적 붓질은 단순한 재현을 넘어선 리듬감을 만든다. 작가는 전시 서문에서 “특별한 사건보다 오히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순간에 더 많은 감정이 머문다”며 “조용함은 결핍이 아니라 일상이 단단해지는 순간의 상징”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영국에서 텍스타일 디자인을 전공한 작가는 경북대 서양화 박사과정을 수료하며 디자인과 순수미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을 이어왔다. 2021년 대구문화예술회관 ‘올해의 청년작가’ 선정 및 이랜드문화재단 공모에 당선됐다. 현재 전주교대와 경일대에서 강의와 연구를 병행하며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박은 기자
첫 작품집이 나온 지 5개월이 됐다. 막 책이 나오고 난 뒤에 무언가 한 가지 해냈다는 안도감에 숨을 고르느라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특별히 쫓는 이 없이 쫓겼던 것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2018년, 얼떨떨하게 시상식을 나오는 길에 나와 약속했다. 10년 안에 성과를 내지 못하면 어떤 벌을 받겠노라고. 다짐이 무색하게 모든 시간을 알차게 쓰지는 못했다. 때때로 방황했고, 때때로 쫓기며 애썼다. 다행히도 10년이 지나가기 전에 작품집을 내는 데 성공했다. 그렇게 오랜만의 성취를 핑계 삼아 한참이나 마음과 정신을 놓고 시간을 보냈다. 결국, 머지않아 다시 길을 잃었다. 무엇을 쓰려고 했는지 헷갈렸고, 어디서 시작했는지도 잊었다. 그래서 최근에 나와 다시 약속을 잡았다. 일종의 5개년 계획 같은. 계획을 한창 세우던 차에 『고려인 만두』를 만났다. 긴 여행에서 만두를 실컷 먹고 돌아온 참이었다. 여행의 추억을 되짚을 수 있을까 싶어 열었던 시집에서 갖고 싶었고, 또 잊고 있던 것들을 찾았다. 박태건 시인의 시에는 지역이 있고, 사람이 있다. 그래서 이야기가 있다. 땅 위에 발 딛고 선 사람들의 목소리가 있다. 김제 금산사의 말사 귀신사가 있고, 흐린 날의 웅포가 있다. 우스또베에도 갔다가 군산 하제마을에도, 하동에도, 광주에도 간다. 그의 품에서 지역은 한정되지 않고 이곳저곳이 된다.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찻잔에 전생 같은 앙상한 나무 한 그루를 담아 마시는 여승이 있고, 세상 누구보다 부지런한 용현 아재가 있고, 버스비 대신 시집을 내고 싶다는 시인이 있다. 여러 공간에 여러 사람의 얼굴이 쉴 새 없이 등장하는 통에 끊임없이 이야기가 흐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미지는 마침내 활기를 얻어서 마치 본 적 있는 상황인 양, 머릿속에서 동영상이 재생되기 시작한다. “어떤 날은 버스비 대신 시집을 내고 싶다 버스 안에서 사람들과 좋아하는 시에 대해 얘기했으면 좋겠다 입이 근질근질한 운전사가 가로수 아래 버스를 세우고 어제의 날씨와 내일 만날 사랑에 대해 얘기했으면 좋겠다” (47쪽, 「첫, 시집」) “어떤 기억은 유적이 되고 어떤 울음은 닮는다 눈물로 수로를 내어 한 줌의 볍씨를 심는다 처음 보는 꽃에도 이름을 붙여 주는 휴일에는 광주 간다 나라도 집도 없는 사람들이 배회하는 거리 당신을 잃게 된다면 나는 헤엄쳐 사막을 건너야 하리 수메르 우크라 가나안 팔레스타인” (42쪽, 「당신을 잃게 된다면」) 시집을 덮고도 한참 동안 시인이 부른 땅과 사람들에 대해 생각했다. 하루가 다르게 뉴스에는 새로 되짚어야 할 땅과 이름이 없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가 쏟아진다. 기억과 닮아 있는 울음은 반복되고, 부도덕한 침묵은 태도를 바꾸는 법이 없다. 페이지를 넘기는 동안 시와 뉴스가 어지럽게 섞여 줄기에 매달린 알감자처럼 이야기가 딸려 나왔다. 내가 소설에 쓰려고 했던 것, 시작하려고 했던 곳이 그의 시에 있었다. 덕분에 당장 무언가가 쓰고 싶어졌다. 최아현 소설가는 2018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소설 <아침대화>로 등단했으며, 저서로는 소설집<밍키>가 있다.
“노동자가 일하러 나가는 것은/ 햇볕이 필요해서다/ 사무실 따위에 갇혀/ 창백한 얼굴로 평생을 살지 않겠다고/ 책상머리를 박차고 용접기를 손에 잡은 거다/ 햇볕이 부족한 지구에서 살아가려면/ 인공으로라도 불꽃의 온도를 올려/ 스스로 광합성을 이루는 거다/ 그래야 폐 속의 더러운 공기를 정화할 수 있다/ (중략)/ 영혼을 맑게 하는 것은 노동의 푸른 몸짓이다/ 사라진 희망을 만드는 열정으로/ 세상을 바꾸려는 강한 의지여서/ 용접봉에서 빠져나온 불꽃으로/ 노동은 언제나 푸른 산소의 시간이었다.”(시 ‘노동은 푸른 산소다’) 남원 출신의 박철영 시인이 노동 문학의 현장과 현주소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노동시집 <노동은 푸른 산소다>(실천문학)을 펴냈다. 시인은 30여 년 넘게 포스코 제철소 일터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정년을 마쳤지만, 아직도 여수 율촌공단 현장에서 뭇 노동자들과 함께 근무하며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가는 노동자다. 이번 시집의 시들은 대부분 일상 속 노동자의 삶 그 자체를 형상화한다. 실제 작품은 노동자로 살면서 노동자를 외면하지 않는, 시인의 신산한 눈으로 포착한 장면이 담겨 시들 곳곳이 노동 현장으로 점철돼 있다. “아무것을 알려주지 않은 날들과 어떻게 시작되었는가를 모른 채 4월은 오고 어딘가로 흘러가고 힘들다며 외면하려 한 꽃들이 흙을 비집고 나와 하늘을 쳐다본다/ 4월은 기쁨이나 슬픔만으로 말할 수 없어 서로를 들여다보다가 잊었던 말 떠올랐다는 듯 사랑한다는 말 생각났다는 듯/ 현장 떠난 뒤로 소식 한번 오지 않는 작업장 막둥이가 몸 다쳤던 날이 하필이면 꼭 이맘때였다.”(시 ‘4월’) “물려받은 가난은 진창처럼 엉겨/ 떨어져 나갈 날이 없었다/ 세상의 구석을 떠돌다가/ 철근쟁이가 되어서는/ 반듯한 허리 꺾어가며/ 스스로 벽이 되거나 모서리가 되어 살아온/ 마흔 살을 지나/ 눈이 오거나 비가 오거나/ 허리를 구부려야 들어서는 단칸 방/ 공친 날에는/ 욱신거리는 제목들을 내용 삼은/ 시 한 편이 떠오르기도 하는데/ 발목 언저리에서부터 시작된 통증이 심해져/ 첫 구절부터 종종은/ 하루가 위태롭게 휘청거렸다.”(시 ‘철근챙이의 詩’) 노동 현장을 드러내면서도 몇몇 시들에서 보이는 서정의 시학 또한 사치스럽지 않다. 작가의 문장들을 통해 노동 현장의 가학성이나 불균등, 차별 같은 것들보단 인간 근원의 심성에서 바라보는 노동에 대한 얼굴을 다채롭게 조망한다. 박 시인은 시인의 말을 통해 “다들 살기 힘들다고 하는 세상에 정말로 힘든 사람들은 온몸으로 살아가는 노동자들이다”라며 “그들은 시곗바늘처럼 하루를 마치고 다음 날을 위해 잠들지만 힘들다고 할 겨를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는 현실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상상하고 상징적으로 발현한 문장이라 하지만 노동 현장의 하루는 그렇게 낭만적일 수가 없다는 것이 가슴아픔 뿐이다. 시를 세상에 내놓으며 그들의 모습을 말해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시인은 한국방송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했으며, 2002년 <현대시문학> 신인상에 당선돼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비 오는 날이면 빗방울로 다시 일어서고 싶다>와 <월선리의 달>, <꽃을 전정하다> 등이 있다. 현재 그는 <미래시학> 편집위원과 <현대시문학> 부주간으로 활동 중이다. 전현아 기자
삶을 진솔한 언어로 기록해온 김계식 시인이 서른여덟 번째 시집 <시로 그린 나의 삶>(인간과문학사)을 펴냈다. 예순을 넘긴 나이에 문단에 나온 시인은 묵묵하고 결연한 걸음으로 삶의 정서를 노래하고, 독특한 시적 문법을 구사하며 자신만의 시 세계를 다져왔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소박한 삶의 이모저모를 질박한 언어로 표현해낸다. 24년의 시력이 증명하듯 깊은 통찰력을 겸비하면서도 여든일곱이라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활달하고 다채로운 시편들을 통해 문학의 생명력을 증명해낸다. “산은/ 층위에 층을 포개 쌓아/ 태산 준령이 되고// 물은/ 끊임없이 흐르고 흘러/ 뿌리 깊은 샘이 된다// 목숨을 부지한 온갖 생명체들/ 한 해 한 해 살아온 삶/ 겉드러나는 일 없으니/ 어느 누가 쉬 헤아릴 수 있으랴// 한 생명 다 한 나무/ 저 밑동에 그려진 나이테로/ 그 나무의 바라본 방향과/ 연륜을 알듯// 우리네 삶/ 그 남긴 발자취가 나이테일지니/ 모남없는 둥긂으로/ 굵게굵게 그려나가자”(‘나이테’ 전문) 순박하고 따뜻한 시집에는 삶의 가치와 의미를 일깨우는 단정한 문장의 울림과 서정시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는 75편의 시를 5부로 나눠 실었다.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살아온 연륜이 쌓일수록 부단히 이어온 삶의 족적도 알게 모르게 살이 오르는 것을 느낀다”라며 “시집을 출간할 때마다 일기를 시로 쓴 것인지, 시로 일기를 쓴 것인지 구분할 수 없어 염려를 안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좀 더 가까워지는 도구가 되리라는 믿음으로 용기를 냈다”고 덧붙였다. 정읍 출생인 저자는 <창조문학>으로 등단했다. 한국문인협회, 전북문인협회, 전북시인협회 등에서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시집 <사랑이 강물되어>를 비롯해 시선집 <자화상>, <청경우독>, <서른, 그 푸르른 별밭> 등이 있다. 박은 기자
“이제부터는 바쁘다. 유치원 차 놓치면 큰일이다. 허리에 끼고 화장실로 직행. 싫어요. 안돼. 치카치카하고 얼굴 똑똑똑 단장하고 옷 입고 나서 횡단보도 건널 땐 잡은 손 의지하고 폴짝폴짝 뛰어서 차에 올랐다(…중략…) 우리 민준이는 따복따복 커야 한다. 갑자기 뻥튀기해서도 안 되고 하나하나 알아가고 배워가며 조심조심 눈치코치 받으며 컸으면 좋겠다.”(‘천하태평 손자’ 일부) 김수곤 수필가가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외손자를 돌보며 경험한 내용을 담은 육아에세이집 <육아일기>(북매니저‧비매품)를 펴냈다. 전북도청과 전북도의회에서 근무하다 퇴직한 저자는 요즘 육아라는 일정으로 인생 황혼기에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딸 부부의 사정으로 손자 민준이를 돌보고 있는 저자는 손자를 씻겨서 유치원에 등원시키고, 밥을 챙겨서 먹이는 일이 기쁘면서도 힘들었다고 고백한다. 총 5부로 나눠 엮어낸 책에는 허둥대며 배운 육아부터 어린이집 등원을 거부하는 어린 손자와 투닥거린 일화까지 총 300여 편의 소소한 일상 속 육아 에피소드가 수록되어 있다. 저자 김수곤은 전북대학교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저서로는 <중국의 경제 1‧2>, <중국 투자관련 법규집>, <할아버지가 쓴 민준이의 육아일기>, <황방의 아침>등이 있다. 박은 기자
“금융위기는 갑자기 오지 않는다.” 홍종학 경제학자가 신간 <대한민국 금융위기>(이콘출판)를 통해 한국 경제를 향한 구조적 경고를 내놓았다. 이 책은 ‘위기가 온다’는 단순한 예언이 아니라, 왜 그런 전망이 가능해졌는지를 정책과 제도, 그리고 사회적 선택의 맥락 속에서 분석한 기록으로 해결책을 제시한다. 저자는 금융위기를 돌발적 재난이 아닌, 오랜 시간 축적된 정책 선택과 구조적 방치의 결과로 규정한다. 이론적 배경에는 미국 경제학자 하이먼 민스키의 ‘금융불안정성 이론’이 놓여 있다. 민스키가 지적했듯 안정이 지속될수록 위험은 체계 내부에 쌓이고, 그 취약성은 결국 한계점에서 폭발한다는 것이다. 홍 전 장관은 이 틀을 한국 경제 현실에 대입해, 위험 요인이 어떻게 중첩되고 증폭되는지를 단계적으로 짚어낸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된다. 1부 ‘금융위기의 전조와 데자뷔’에서는 금융위기가 반복돼 온 역사적 맥락과 한국 경제 구조를 개괄하고, 2부 ‘금융위기의 7단계 모델’에서는 저자가 정리한 분석 틀을 통해 현재 한국 경제의 위치를 점검한다. 마지막 3부 ‘생존과 도약을 위한 제언’에서는 위기를 피하기 위한 정책적·사회적 선택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단기 부양책이나 미봉책이 아닌, 금융과 산업 구조를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문제 제기다. 특히 해외 사례 분석이 눈길을 끈다.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던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부터 우리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스웨덴·아이슬란드·스페인·아일랜드 등 유럽 각국의 위기 사례들을 소개한다. 책에 담긴 서로 다른 시간, 다른 장소에서 벌어진 사건들을 접하며 독자들은 세계 곳곳에 흩어진 위기의 조각을 모아, 스스로 ‘파국의 패턴’을 발견하며 지적 쾌감과 재미로 이끈다. 세계 각국의 사례라는 퍼즐 조각을 모두 맞추고 나면, 책의 후반부에서는 한국 경제의 취약 고리를 정면으로 다룬다. 정치권의 근시안적 판단, 언론과 학계의 침묵, 감독 당국의 구조적 한계가 맞물려 가계부채와 부동산 시장의 위험을 키워왔다는 분석이다. 이어 “내 임기 중에만 큰 문제가 터지지 않으면 된다”는 식의 정책 결정 구조, 구조조정 대신 ‘에버그리닝’으로 시간을 미루는 선택이 반복되며 시스템의 체력은 약화됐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저자는 “‘금융위기’란 듣기만 해도 어렵고 불안한 단어다”라며 “복잡한 그래프와 어려운 전문 용어들 앞에서 지레 겁을 먹고 책을 덮어버린 경험, 충분히 이해한다. 그래서 이 책은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은 평범한 독자들의 눈높이에 철저히 맞췄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국민의 생각이 바뀌지 않는 한, 정책도, 금융도, 언론도 바뀌지 않는다”며 “이 책이 바라는 건 단 하나다. 다음 세대가 같은 고통을 겪지 않도록, 지금 이 사회가 더 이상 파국을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 언젠가 한국 경제가 진정으로 다른 길을 선택하게 된다면, 이 기록이 그 변화를 앞당긴 작은 계기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경제학자이자 정책 전문가이기도 한 저자는 한국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에 관해 연구해 왔다. 인천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경제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쳤고,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샌디에이고)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 가천대학교 교수로 재직했다. 그는 제19대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2017년 중소벤처기업부 초대 장관을 지냈다. 전현아 기자
2018년 <표현> 신인상으로 등단해 10년 가까이 간결하고 평이한 일상의 언어로 따뜻한 서정의 세계를 일궈온 양화연 시인이 시집 <곤줄박이에게 쓴 편지>(신아출판사)를 출간했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사랑의 풍경을 포착해 끊임없이 복원하고 의미를 변주한다. 기억과 상상의 시공간을 넘나들며 사소한 장면에서도 삶의 순간을 짚어내는 탁월한 직관과 무거운 주제도 유쾌하게 비틀어 독자를 웃음 짓게 하는 해학이 담겨 있다. “아따! 시다 뭐라고 시라고?”(시인의 말)처럼 시인의 반짝이는 위트가 가득한 73편의 시들은 반가운 위로를 건넨다. 시집의 기저를 관통하는 태도는 관찰과 발견이다. 시인은 뜰 안과 뜰 밖에서 두 개의 방식으로 생의 무대를 바라본다. “우체통에 등기우편물을 넣어두었다는 문자를 받았다 문을 열고 무심하게 손을 집어넣었는데 곤줄박이 한 마리 푸드득 날아올랐다// 그 얕고 깊숙한 곳에 둥지가 있을 줄이야// 우편물과 함께 딸려나온 알 다섯 개 엉겁결에 땅에 떨어졌다. 다행히 깨지지 않은 알 한 개. 한 개의 알이라도 세상의 빛을 볼 수 있었으면 싶어 조심스레 둥지에 다시 넣어주었다//(…중략…)// 곤줄박이야, 미안해 내 실수를 용서해줘 큰 글씨로 편지를 써 둥지에 넣어두었다”(‘곤줄박이에게 쓴 편지’ 부분) 시 ‘곤줄박이에게 쓴 편지’처럼 시인은 우주에서 만물이 연결되어 있음을 노래한다. 인간뿐만 아니라 사물과 동물 모든 것들을 집중해서 관찰하고 발견해낸다. 뭇 존재들을 바라보는 시인의 애정 어린 시선은 권위를 걷어내고 성찰을 거듭하는 어른의 단정한 품격을 느낄 수 있다. 천세진 문화비평가는 해설에서 “양화연 시인의 첫 시집은 겪지 않고 태어난 이야기가 아니고, 인간이 겪어야 하는 생의 과정들을 대부분 거치고 온 시간의 어느 지점에서 태어난 작품”이라며 “시는 시간의 일이다. 하나는 긴 풍경으로 하나는 짧은 풍경으로 그렇게 만들어내는 경우의 수는 생이 갖는 경우의 수와 비슷할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2018년 등단한 저자는 2021년 <수필과비평> 신인문학상을 받았다. 현재 전북문인협회, 아람수필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박은 기자
전북특별자치도가 2036 하계올림픽 유치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에 100억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하는 행보와 달리, 문화기금 적립에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특히 조례 제정까지 마친 ‘전북예술인복지기금’은 수년째 한 푼도 조성하지 않으면서 대외적으로 공적 쌓기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전북도가 공개한 ‘전북특별자치도 문화관광재단 기금 적립 현황’에 따르면 기금은 2021년 309억원에서 2025년 현재 약 346억원으로 늘어났다. 표면적으로는 적립 목표액인 350억원에 근접한 수치다. 재단 기금은 예술인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종잣돈으로, 2016년부터 조성하고 있다. 기금은 목표액이 달성되어야만 그 수익금으로 사업을 수행할 수 있다. 그러나 세부 내역을 살펴보면 실상은 다르다. 민선 8기가 들어선 2022년부터 2025년까지 발생한 운용 이자금은 약 37억원으로, 2021년 당시 누적액(309억원)에 지난 4년간의 이자수익을 합산한 수치와 일치한다. 즉, 전북도가 기금 확충을 위해 직접 출연하기보다 기존 원금에서 발생하는 이자가 쌓이기만을 기다리는 수동적 적립 방식을 취해온 셈이다. 특히 도는 2025년 예치기간 조정을 통해 발생한 이자수익 17억원을 한꺼번에 반영하며 수치상 목표 맞추기에만 급급한 모습이다. 게다가 2022년 공청회를 거쳐 조례까지 제정한 ‘전북예술인 복지기금’은 방치 중인 상황이다. 전북도의회와 도가 당시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설치를 공표했으나 2025년 본예산까지 실제 출연금은 단 한푼도 편성되지 않았다. 조례 제정 이후 현재까지 ‘기금 0원’은 도정 우선순위에서 예술인 생존권이 밀려나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러한 소극적 태도는 도지사가 사활을 걸고 있는 2036 하계올림픽 유치 예산 편성과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도는 올림픽 유치 홍보와 용역 등 결과가 불확실한 소모성 사업에는 100억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했다. 실제 2024년 12월 올림픽 유치 TF팀이 꾸려진 직후 4억4000만원의 예산이 편성됐고 이듬해인 2025년 61억원, 올해는 69억원의 예산이 차례로 책정됐다. 반면 적립 목표를 달성해야만 실질적인 지원이 가능한 문화기금에는 도가 나서서 출연하지 않는 등 인색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지역 문화예술계는 전북도가 문화주권을 강조하면서도 실제 예산집행에서는 문화예술계를 고립시키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지역의 한 문화예술계 인사는 “조례까지 만들어 놓고 기금을 한 푼도 쌓지 않았다는 것은 도정이 예술인들을 기만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일회성 이벤트 유치에 앞서 기초예술인들이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하며 창작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정책적 결단이 시급하다”고 성토했다. 이어 “지역 문화예술 기초생태계가 허약한데 지원 없이 문화산업화를 꿈꾸는 것 같아 안타깝다. 보다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은 기자
전북특별자치도가 ‘문화 수도’를 표방하며 예술인 복지 확대를 강조하고 있지만, 현장의 체감도는 엇갈리고 있다. 지난 2020년 12월 도입된 예술인 고용보험이 시행 5년을 넘기면서 초기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 정부 보험료 지원이 순차적으로 종료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술인 고용보험은 고용노동부가 시행하는 제도로, 문화예술 용역 계약을 맺은 예술인을 고용보험 체계 안으로 편입해 실업급여 등을 보장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제도 초기에는 ‘두루누리 예술인 고용보험 지원’ 사업을 통해 보험료의 80%를 국가가 지원하면서 가입 확대를 유도했다. 그러나 정부 지원 기간이 최대 36개월로 제한되면서, 2024~2025년을 기점으로 초기 가입자들의 지원이 잇따라 종료되고 있다. 지원이 끊기면 보험료는 전액 본인 부담으로 전환된다. 그동안 ‘월 커피 한 잔 값’ 수준이던 비용이 체감 가능한 고정 지출로 바뀌는 셈이다. 판소리·무용·순수미술 등 기초예술 비중이 높은 전북의 경우 상업적 수익 구조가 취약해 부담은 더욱 크게 다가온다. 수입이 일정치 않고 월 소득이 100만원에 미치지 못하는 예술인에게 매달 빠져나가는 보험료는 단순한 비용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실제 일부 예술인들은 보험을 자진 해지하는 이른바 ‘생계형 이탈’을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20대 회화 작가 A씨는 “보험료를 낼 돈이면 물감 한 개를 더 사겠다”며 “미래에 받을지 모를 실업급여보다 당장 작업비와 생활비가 급하다”고 토로했다. 제도 요건 역시 현장과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월 50만원 이상 계약을 전제로 가입이 가능하며, 실업급여를 받으려면 이직 전 24개월 중 12개월 이상 보험료를 납부해야 한다. 하지만 단기·비정기 계약이 반복되는 지역 예술 생태계에서는 해당 기준을 충족하기 쉽지 않다. 혜택을 받을 가능성은 낮은 반면 부담은 즉각 발생하는 구조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연극계에 종사하는 예술인 B씨는 “공연이 끊기는 비수기에는 수입이 사실상 0원인데, 보험을 유지하려면 매번 소득을 증명하고 서류를 준비해야 한다”며 “계약 기간도 대부분 1~4개월에 그쳐 12개월 이상 보험료를 납부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의 생리를 반영하지 못한 제도가 오히려 예술인을 지치게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전북특별자치도 차원의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정부 지원이 종료된 저소득 예술인의 본인 부담금을 도비나 시·군비로 일부 보전하는 ‘지역형 상생 모델’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지역 예술단체 대표 C씨는 “예술인을 동정의 대상이 아닌 지역 문화 자산을 떠받치는 노동 주체로 인정해야 한다”며 “36개월 이후까지 고려한 지속 가능한 복지 설계를 고민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가입자 수라는 실적 지표 뒤에 가려진 현장의 이탈을 막기 위해 보다 세밀한 지역 맞춤형 사회안전망 구축이 절실하다”고 제언했다. 전현아 기자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제5대 수장으로 선출된 이승필 전 GS칼텍스 예울마루 관장이 지난 1일 공식 임기를 시작했다. 학교법인 우석학원은 앞서 지난달 26일 이사회를 열고 이 대표의 선임을 최종 확정했다. 이 대표는 광주 송원고와 서울대학교 농화학과를 졸업하고 전남대학교 문화전문대학원에서 문화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89년 GS칼텍스 입사 이후 2007년 사회공헌팀장과 GS칼텍스재단 사무국장을 거쳤으며, 2012년부터 12년 동안 여수 ‘GS칼텍스 예울마루’의 신규 조성책임자와 초대 관장을 역임하며 지역 공연장을 남해안권의 거점 문화공간으로 안착시켰다. 이번 인사는 이 대표가 예울마루에서 보여준 현장 경영 성과에 무게가 실린 것으로 풀이된다. 2011년 시인으로 등단한 문인이기도 한 그는 예술적 감수성과 경영 전략을 동시에 경험한 리더로 평가받는다. 특히 한국문예회관연합회 이사와 호남제주지회장을 지내며 구축한 지역문화네트워크는 전북 문화예술의 외연을 확장하는 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에게는 대관 중심의 운영 체질을 개선하고, 소리전당만의 독창적인 콘텐츠 제작 역량을 강화해야 하는 과제가 놓여있다. 민간 영역의 경영기법을 공공 공연장 시스템에 접목해 조직의 효율성을 높이고, 지역 예술계와 실질적인 협력 모델을 구축하는 일이 이 대표에게 주어진 주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박은 기자
제25회 전북여성대회가 오는 3월 5일 전주 풍남문 광장에서 열린다. 전북여성단체연합 등 지역 65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전북여성대회 조직위원회가 주최하는 이번 대회는 ‘빛의 혁명을 완수하라! 성평등이 민주주의의 완성이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여성주권자들의 결집된 힘을 보여줄 전망이다. 조직위는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의 성별 불균형 해소와 성평등 현안들을 지역사회의 핵심 의제로 공론화할 계획이다. 지난해 민주주의 위기 상황에서 확인된 여성들의 연대 동력을 성평등 사회 실현으로 이어가겠다는 취지다. 이날 행사는 크게 캠페인 부스 운영, 기념식, 거리행진으로 구성된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는 전북여성노동자회, 성폭력예방치료센터 등 각 단체가 참여해 장미꽃 증정 및 이슈 캠페인을 진행한다. 오후 3시에 시작되는 기념식에서는 성평등을 향한 의지를 담은 ‘3 시스탑(STOP) 퍼포먼스’를 시작으로 ‘3‧8 여성선언문 낭독’, 노래 공연 등이 진행된다. 이어지는 시상식에서는 지역 문화예술계 성평등에 기여한 전북문화예술성평등네트워크가 디딤돌상을, 성폭력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준 전북기자협회가 성평등 걸림돌로 발표될 예정이다. 기념식 종료 후인 오후 4시부터는 풍남문광장을 출발해 오거리 문화광장을 거쳐 다시 풍남문광장으로 돌아오는 대규모 거리행진이 전개된다. 한편, 3.8 세계 여성의 날은 1908년 3월 8일 미국의 여성 노동자 1만5000명이 생존권과 참정권을 요구하며 대대적인 시위를 벌인 것에서 유래했다. 지난 1998년 노동계 주도로 첫발을 뗀 전북여성대회는 현재 전북지역 65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조직위원회 주최의 대규모 행사로 발전하며 올해 25회 대회를 치르게 됐다. 박은 기자
“오래 살고 볼 일이여!” 낮 최고 기온이 15도까지 오르면서 완연한 봄 날씨를 보인 지난 26일 옛 전북도지사 관사인 하얀양옥집 앞에 15인승 승합차 두 대가 멈춰섰다. 문이 열리자 꽃무늬·분홍색 점퍼 차림의 할머니들이 하나 둘 발을 내디뎠다. 이들은 ‘서툴지만 반가운, 나의 예술!’ 전시회에 참여한 할머니 작가들. 전북특별자치도문화관광재단은 평소 시내에 나오기가 쉽지 않은 어르신들을 위해 전시 감상 겸 도시 나들이를 준비했다. 이날은 김제 용평·완주 화정마을 어르신들만 참여했으며, 고창 월봉마을은 추후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처음엔 다소 어색한 분위기였다. 각자 마을과 작품을 소개하면서 점점 가까워졌다. 살아온 공간은 달랐지만, 작품에 담긴 삶은 닮아 있었다. 본격적인 도시 나들이 일정은 오후부터 시작됐다. 아쉽게도 사정상 김제 용평마을도 오전 일정만 소화하면서 완주 화정마을 어르신들끼리 시간을 보냈다. 오전 내내 작품을 감상하던 화정마을 어르신들의 표정에는 긴장 대신 웃음이 번졌다. 재단이 준비한 한복 체험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이 나이에 무슨 한복이냐"며 손사래를 치던 어르신들도 저마다 고운 색감의 저고리를 찾느라 분주했다. 서로 “언니는 이 옷이 어울려”, “이 색보다는 이게 낫겠다”면서 말을 보태기도 했다. 옷걸이 앞은 점점 시끌벅적해졌다. 가장 붐빈 곳은 거울 앞이었다. 한복을 차려입은 어르신들은 머리를 빗고, 핀을 꽂고, 옷 매무새를 고치기 시작했다. 소녀처럼 한복 체험 대표에게 “이 한복에는 무슨 핀 꽂아야 해요?", “저고리가 안 어울리지 않아요?”라며 잠시 세월을 잊은 듯한 모습이었다. 단장을 마친 어르신들은 경기전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다들 홍매화 앞에서, 대나무숲 포토존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남겼다. 소녀처럼 웃어도 보고, 수십 년 동안 같이 산 마을 어르신들끼리 단체 사진도 찍었다. 그 순간만큼은 열여덟 소녀 시절로 돌아간 듯한 모습이었다. 한참을 걸어 다닌 탓에 지칠 법도 하지만, 어르신들은 벤치에 앉아 숨을 돌리면서도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수수한 한복 차림으로 경기전을 거니는 젊은 나이의 관광객들이 예뻐 보이는지 “아유, 곱다”면서 옛 추억을 회상했다. 관광객들도 어르신들에게 “어머니들 너무 고우세요”라면서 정겨운 덕담을 주고받았다. 화정마을 이복순 부녀회장은 “언젠지 기억도 안 나는데, 수년 전에 딸과 함께 전주 한옥마을을 왔었다. 사람들이 다 한복 입길래 딸한테 같이 입자고 했더니 부끄러운지 싫다고 했다”면서 “드디어 소원을 이뤘다. 이렇게 마을 사람들이랑 같이 입으니까 재미있고,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부=박현우 기자
파장(罷場)입니다. 이미 썰렁한 장마당, 구석에 몇 서성일 뿐입니다. 감기는 눈 비비며 늘어지는 하품 끊어냈지만, 발등의 검댕 털어냈지만 늘 그렇듯 뒷북입니다. ‘에이 내일 갈까?’ 하며 또 뭉그적거린 탓입니다. 다짐했었지요. 새해 첫날 불끈 솟아오르는 첫해를 보며 올해는 제발 늑장 부리지 말자 마음먹었건만 그 다짐 가짜였습니다. 채 한 달도 안 돼 흐지부지 까먹었습니다. 작심삼일은 꼭 나를 두고 생긴 말 같습니다. 1월 1일과 설날, 해마다 시작이 두 번인 건 꼭 내 늑장 때문인 듯만 싶습니다. 그래 제발 오늘부터라도 게으름 피우지 말자, 기사회생 패자부활전 치르듯 설 연휴 뒤 삼천동 공판장에 와 풀어진 신발 끈 다시 묶으려 했건만 그만 또 늦었습니다. 여태 못 알아먹은 세상의 말 해독하려 했건만, 박차지 못하고 자꾸만 미적대 오늘도 뒷북입니다. 여태껏 허겁지겁 아니라며 우긴 건 여유가 아니었습니다. 그 빈틈은 채우지 못한 게으름이 분명합니다. 얼리버드(early bird), 새벽을 깨운 사람들 새벽을 지킨 사람들 이미 돌아가고 없네요. 텅, 텅 뒷북 치는 소리 같은 발자국을 데리고 공판장을 빠져나옵니다.
카메라는 세상을 찍는 도구일까? 아니다. 나를 담는 창이다. 카메라는 눈으로 보고 찍는 것? 아니다. 마음이 하는 일이다. 20년간 마이산을 카메라에 담은 김재일 사진작가가 전복시킨 사진의 의미가 이렇다. 그에게 사진은 찰나의 예술이 아니다. 마음속 곪아터진 상처를 대면하는 용기이자 잔잔한 치유의 미학이다. 그저 주장이나 생각이 아니다. 진안 마이산의 사계와 비경을 사진으로 기록해온 그의 삶이 이를 증명한다. 청목미술관에서 3월 3일부터 열리는 김재일 개인전 ‘자연이 준 마이산’에는 긴 호흡으로 완성해낸 마이산의 풍경 사진 25점을 감상할 수 있다. 진안이 고향인 작가는 평소“마이산은 자신에게 친구이자 따뜻한 어머니의 품과 같은 안식처”라는 마음으로 진안을 찾았다. 긴 호흡으로 완성한 만큼 대자연의 압도적인 에너지를 체감할 수 있다. 마이산을 카메라에 담은 지 어느덧 20년. 지겨울 법한데도 그는 계속해서 진안 마이산을 찍고 싶다고 했다. 마이산이야말로 삶의 원동력이자 세상과 접촉하며 예술을 완성하는 통로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마이산은) 매일 바라보는 산이었지만 단 한 번도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은 신비한 산”이라며 “마이산 사이로 비치는 햇살과 낙조, 구름과 안개, 깊은 그림자 사이의 미묘한 균형 등 자연의 아름다움을 전달하고 싶다”고 밝혔다. 전시는 3월 15일까지. 박은 기자
도내 순수문화예술계를 대표하는 단체인 ㈔한국예총 전북특별자치도연합회(이하 전북예총)가 올해 예술인 교류 확대와 지원 체계 강화를 골자로 한 주요 사업 계획을 확정했다. 전북예총은 지자체 협력 기반의 신규 사업과 문화예술 일자리 창출 구상을 함께 발표하며, 지역 문화 생태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관심이 모아진다. 지난 24일 전북예총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국제회의장에서 제65차 정기총회를 열고 2026년도 주요 사업 계획을 심의·의결했다. 이날 총회에서는 보조사업과 자체사업을 포함한 연간 사업 방향과 추진 전략이 공유됐으며, 예술인 참여 확대와 지역 협력 강화를 핵심 기조로한 공모사업 구상도 공개됐다. 그중 올해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부안군과 연계해 추진하는 특별사업 ‘전북예술인 한마당’이다. 전북예총 창립 65주년 기념식의 의미를 함께 지닌 이번 사업은 오는 4월 1~2일 부안군에서 진행될 예정으로, 도내 예술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공연과 전시, 교류 프로그램 등을 펼치는 대규모 문화예술 행사로 기획됐다. 지역 문화 활성화와 예술인 네트워크 확대를 동시에 도모한다는 취지가 담겼다. 전북예총은 이번 사업을 계기로 시군 협력 모델을 확대하고, 지역 기반 예술 활동의 거점을 넓혀 나간다는 계획이다. 특히 전북예총은 올해 다양한 공모사업을 통해 지역 문화인 복지와 국제 교류 확대에도 나설 예정이다. 이 가운데 문화예술 분야 일자리 지원사업도 새롭게 구상 중이다. 해당 사업은 지역 내 문화예술 인력의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을 통해 협동조합 사업의 안정적 운영과 콘텐츠 개발을 촉진하고, 향후 사업 확장 기반을 마련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약 1800만 원 규모로 오는 4월부터 지원을 목표로 공모신청을 앞둔 이번 사업이 구체적인 지원 규모와 운영 방식에 따라 지역 예술계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또 전북예총은 중국 청도문화예술위원회 화예문화원과의 국제 교류 활동을 구상 중이며, 관련 공모사업이 구체화되면 추후 이사회를 통해 시행안을 의결할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올해 전북민속예술제는 오는 6월 진안군에서 개최되며, 제65회 전라예술제는 지난해와 같이 오는 9월 전주시 일원과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을 중심으로 열릴 예정이다. 이를 통해 전북 예술문화의 수준과 깊이를 공유하고, 예술인 간 화합과 결속을 다질 방침이다. 자체사업인 전북예총 하림예술상 시상식과 전북예술인의 밤 등 연말 행사도 지속 추진된다. 최무연 전북예총 회장은 이날 정기총회에서 “취임 이후 1년 8개월 동안 전북 예총의 여러 현안을 깊이 고민하며 쉼 없이 뛰어왔다”며 “올해는 부안에서 지부장 연수와 교류 프로그램을 추진할 계획이며, 예술인 간 협력과 조직 결속을 강화하는 계기를 구상 중이다. 앞으로도 지자체와의 협력을 통해 지역 문화예술의 저변을 넓히고 지속 가능한 활동 기반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전현아 기자
“아직 멀었어?” “거의 다 왔어!” 산에 오르면 으레 묻는 말과 이 물음에 답하는 말이다. 다 왔다고? 그러나 말과 다르게 정상은 요원하고 숨은 더 거칠어진다. 몸이 부서지기 일보 직전. 화가 치밀고 당장 포기하고 싶지만, “거의 다 왔어”라는 반복에 천근만근 발을 들어 올린다. 그렇게 기대와 실망을 반복하면 그토록 갈망했던 정상. 산꼭대기에 오르는 기적을 경험한다. 윤일호 작가의 동화 『거의 다 왔어』에도 하얀 거짓말에 속으며 지리산을 종주하는 용감무쌍한 아이들이 나온다. 행복초등학교 학생들이다. 주인공 지호는 엄마의 막무가내 결정으로 수원에서 진안 행복초로 전학을 온다. 이 학교는 매년 고학년을 지리산 종주에 참여시키는 곳. 산악 학교도 아니고, 힘들게 지리산에 왜 오르나 싶어 지호는 불만이 가득하다. 게다가 “편하게 자라서 등산을 시킨다.”라는 말에 뾰족한 마음이 솟는다. 왜 편하게 자라면 안 되고 고생을 해 봐야 하느냐, 하면서 말이다. 정말 고생해 봐야 성장하는 걸까? 고생을 모르고 자라야 나중에도 고생스럽게 살지 않는다는 말도 있는데, 그렇다면 굳이 고생할 필요가 있을까? 고생을 모르고 자랐다고 해서 인내심과 도전정신이 부족할까? 이런 질문에 다양한 의견이 나오겠지만, 행복초 ‘킹콩샘’이라면 이렇게 대답했을 것이다. 고생은 자기 내면을 정면으로 바라볼 기회다. 자기 한계를 알고 그것에 부딪혔을 때 나오는 태도와 생각을 바라보며, 나란 사람을 더 잘 아는 계기가 된다. 더불어 고생은 남과 다른 경험의 누적으로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고, 타인과 어울리는 법, 조율하고 타협하는 방법을 알아 가는 과정이라고. 그러니 고생은 단순히 힘듦이 아니라 자기를 이해하는 성장 포인트라고 말이다. 결국, 지호는 지리산 등반을 위한 준비 운동에 돌입했다. 체력을 키우기 위해 틈날 때마다 엄마와 걷기 연습을 하고, 킹콩샘에게 밥 짓는 법을 배운다. 연습 등반으로 운장산에 오르다가 큰 위기에 처하기도 한다. 드디어 지리산에 가는 날. 지호의 걱정과 떨림이 고스란히 전해질 정도로 작품의 시작부터 긴장이 느껴졌다. 동시에 지호가 무사히 산에 오를 수 있을까? 어떤 사건이 지호를 가로막을까? 산에서 사고가 나면 어쩌지? 밥은 제대로 먹을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꼬리를 물었다.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빨라졌다. 지호를 쫓았고, 지호와 함께 산에 올랐다. 힘에 벅찬 지호가 걸음을 멈출 때면 호흡도 함께 멈췄다. 친구들과 초콜릿바를 먹으며 쉴 때는 같이 배가 고프고 입에 침이 고였다. 너무 힘들어서 자기도 모르게 욕하며 눈물 흘리는 장면에서는 토닥이고 싶어졌다. 등산을 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지호를 격려하고 위로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 동화는 진안 장승초의 사례를 바탕으로 한다. 작품 속 킹콩샘은 윤일호 작가 본인이다. 작가는 살아있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아이들에게 노동의 가치와 고생의 참 의미를 경험케 하는 다양한 활동을 한다. 진짜 교육은 인생의 희로애락이라는 여러 경험으로 자신을 알아가고 타인을 이해하며 나를 둘러싼 사회를 더욱 아름다운 곳으로 만드는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 가능한 일이다.
우리가 매일 접하고 있는 AI(인공지능)와 플랫폼 서비스는 과연 누구의 것일까? 거대 기업들이 쌓아올린 디지털 성벽 안에서 개인의 데이터와 권리가 소외되는 오늘날, 인류학적 해법을 통해 기술의 소유 구조를 근본적으로 뒤집는 제안이 나왔다. 플랫폼 협동주의의 가능성을 집요하게 추적해온 네이선 슈나이더의 신간 <모두에게 모든,>(도서출판 기역)은 소수의 전유물이 된 기술을 다시 공동체의 자산으로 되돌리고 기술 종속에서 벗어나 인간다운 삶을 회복하는 여정을 담고 있다. 저자는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기술적 화려함 뒤에 가려진 데이터 독점과 알고리즘 지배라는 구조적 결함을 날카롭게 짚어낸다. 그는 “우리는 왜 매일 사용하는 기술의 운영에서 배제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현재의 플랫폼 경제가 심각한 불평등을 양산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기술 민주주의’와 ‘공유자산’을 제안한다. 저자는 과거 수도원의 공동체 생활부터 현대의 협동조합, 최신 블록체인 기술까지 훑으며 함께 관리하고 나누는 문화가 AI 시대의 독점을 깨뜨릴 열쇠라고 강조한다. 특히 멕시코 사파티스타 운동의 정신인 “모두에게 모든 것을, 우리에게는 아무것도”라는 정신을 빌려와 디지털 독점을 깨뜨릴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한다. 대기업이 수익을 독점하는 대신 노동자와 이용자가 주인이 되어 운영권을 갖는 새로운 플랫폼 모델이 하나의 사례다. 또한 기술 소외로 사라져가는 지역사회를 살리기 위해 공동체가 직접 기술 인프라를 관리하고 자생력을 키우는 방안도 구체적으로 담아냈다. 김아영 아이쿱협동조합연구소 소장은 추천글에서 “진짜 공유경제로 가는 통로”라며 “그 어느 때보다 협동조합의 국면 전환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기에 이 책은 넓고, 더 깊게 협동하는 방법에 대한 상상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저자 네이선 슈나이더는 미국 콜로라도대학교 미디어학부 교수이자 저널리스트다. 그동안 <거버너블 스페이스> <고맙습니다,이나키> 등을 펴냈다. 한국어판 번역에는 사회학과 행동경제학, 사회연대경제 등 각 분야에서 공동체와 불평등 문제를 연구해온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김재우 전북대 교수와 이재민·한동숭 전주대 교수, 허문경 우석대 교수 등은 그동안 현장에서 쌓아온 사회연대와 지역재생의 경험을 바탕으로 슈나이더의 통찰을 한국사회의 맥락에 맞게 풀어냈다. 박은 기자
‘여름축제’ 지향한 전주세계소리축제 2년 만에 가을로 유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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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덕 시인의 ‘풍경’] 소리 없이 기적이 웁니다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장은영 작가-전은희‘역사와 문화로 보는 도시 이야기 익산’
한국방송사상 첫 출연자 성기노출 방송사고
토니안 2집은 다국적 명품 음반
[2026 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소설] 캠핑-양준희
[김병기교수의 한문속 지혜찾기] 제갈량의 충성심
천둥의 밤을 건너온 존엄의 기록, 시(詩)가 되어 당도하다